우연한 생 - 우리가 살지 않은 삶에 관하여
앤드루 H. 밀러 지음, 방진이 옮김 / 지식의편집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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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지금의 내 마음가짐이나 생각을 그대로 간직한 채 학창시절로 돌아간다면 공부를 열심히 할 것 같다고, 정말 열심히 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를 열다섯살로 돌려놓으면, 아마도 내 정신상태 역시 딱 그 때의 나일 것이고, 그렇다면 나는 그때 내가 행동했던 대로 공부하지 않는 삶을 살아오다가 결국 지금에 이르게 됐을 것이다.


만약 몇 년전 그때, 내가 그의 손을 놓기 싫어서 그에게 안녕을 말하는 대신 그의 손을 잡고 있기를 선택했다면, 그 당시에는 그를 내 옆에 두었다는 안도감을 가졌을지 몰라도 결국 이틀 뒤나 한달 뒤, 혹은 일년 뒤에 결국 안녕을 말했을 것이다. 나는, 그런 종류의 고통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이 아니기에 그 당시의 선택을 바꿀 수 있다 해도 결국 그 선택으로 돌아올것이었다. 다만, 이별의 순간을 좀 늦췄을 뿐, 결과는 같을 터였다.


나는 수많은 선택들에 있어서 뒤를 돌아보곤 한다. 만약 그 때 그랬다면, 그랬다면 지금의 나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러다가도 이내 '나는 나'이기 때문에 결과들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을 마찬가지로 하게 된다. 순간의 선택은 미래를 크게 바꾸기도 하지만, 그러나 결국 같은 방향을 보게 된다고 나는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애초에 완전히 다른 인물이 되는 게 아니라, 그저 나인데 그 상황에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다른 선택을 했다 해도 결과적으로 인생의 이 시점에는 이 정도의 모습으로 와있을 것 같다. 그러니 나는, 내 동생이 내게 늘 말하는 대로, 내가 가질 수 있는 최상, 최선의 모습일것이다.



인생은 수많은 가능성을 포함하고 있다. 가능성 이라는 것은 그 단어가 미래를 뜻한다. 만약 내가 로또에 당첨된다면, 하는 가능성. 그것은 희박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상상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 내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가능성이 또 미래에 있기도 하다. 그 날 그 시간에 너를 거기서 우연히 만나게 되다니. 그것은 그야말로 '앤드루 H.밀러' 가 말한 '우연의 필연성'(P.100) 이겠지.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우리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능성들을 이루거나 이루지 못한 채, 그리고 미처 상상해보지도 못했던 일을 수없이 맞닥뜨린 채 지금의 내가, 우리가 되었다.


그러나 가능성은 과거에 대한 것을 돌이키게도 한다.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것이 아닌, 훌쩍 저 과거로 넘어가 '그 때 내가 그랬다면' 하고 조건을 바꾸며 그 뒤에 일어날 일에 대해 상상하는 것. 앤드루 밀러는 이 책에서 그 과거의 조건에 대한 가능성을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만약 내가 이 남자랑 결혼했다면 지금쯤 웃으면서 살겠지? 하는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상상. 그렇게 상상해볼 수 있는 건, 혹은 상상해보고자 하는 건, 지금의 내 삶이 아닌 다른 삶 그리고 지금의 내가 아닌 다른 나를 생각해보기 때문이다. 앤드루 밀러는 이 책에서 중년의 관심사가 가보지 않은 길이라고 말하는데, 정말 그렇다. 앤드루 밀러가 말한 것처럼 '살지 않은 삶이 있으려면 먼저 삶을 어느 정도 살아야만'(P.47) 하기 때문에 중년의 이 시점에 우리는 과거의 선택들을 꺼내 보고 이리 바꾸고 저리 바꿔보기도 하고, 그렇다면 지금은? 하고 자꾸 묻게 되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한 번이상씩 해보았을 상상, 가능성에 대해 앤드루 밀러는 이 책에서 소설과 시를 통하여, 그리고 영화를 통하여 얘기해준다. 앤드루 밀러가 소개해주는 작품들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자신들이 살지 않았던 삶, 선택하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언급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나 소설이라는 수단 자체가 원래 그렇게 다른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게 아니던가. 소설이 품고 있는 이야기는 나의 것이 아니다. 내가 소설을 읽으면서 하는 일이라고는 그들의 삶을 상상하고, 그리고 '만약'을 덧붙이는 일이다. '만약 나라면' 을 끊임없이 질문하는 것이다.


'만약 내가 안나 카레니나라면 나는 기찻길에 내 몸을 던졌을까?' 는 물음. 


안나 카레니나의 삶은 내 것이 아니다. 브론스키는 나의 연인이 아니다. 안나 카레니나의 초반으로 가면, 사실 나는 브론스키랑 사랑에 빠졌을지도 확신이 없다. 그 사랑은 내 것이 아니므로. 그러니 나는 안나가 될 수 없고 안나는 내가 될 수 없지만, 그러나 소설을 읽으면 언제나 그런 일들이 가능해진다. 


만약, 나라면?



앤드루 밀러가 들려주는 수많은 문학 작품과 영화들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이 미국인의 삶This American Life> 이라는 라디오쇼 를 통한 것이다. 1990년대 보스니아 전쟁이 터졌을 때 사라예보를 탈출한 소년 '에미르'가 운이 좋아 미국에 정착하게 되지만 학교에서 차별을 당했고, 영어에 서투른 그가 에세이 숙제에 보스니아 책의 에세이를 영어로 번역해 냈더니 선생님이 너는 이 학교에 있기 아깝다며 사립학교로 전학 시킨다. 그 소년은 그렇게 하버드에 들어가고 박사 학위를 따고 결혼을 하고 대학 교수가 되었다. 라디오쇼 진행자는 표절 에세이가 그의 미래를 바꾼거라고 얘기하는데, 그렇게 에미르의 당시 선생님을 찾아 얘기를 들어보니 이야기는 아주 달랐다. 다른 선생님들도 에미르의 학업 성적이 뛰어남을 얘기했고 그 에세이에 대해서는 기억나지 않으며, 워낙 우수한 아이었으니 설사 사립학교로 전학가지 않았어도 어떻게든 성공했을 거라는 거다.


에미르에게는 인생을 바꾼 에세이, 그리고 선생님인데 선생님에게는 다른 기억으로 적혀 있었다. 그러니 돌이키는 것 역시 입장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에미르는 '만약 내가 그 에세이를 내지 않았다면', '만약 그 선생님을 만나지 않았다면'으로 조건을 바꿔볼 수 있을 테지만, 선생님의 기억에서는 굳이 그 에세이를 떠올리지 않아도 되는 거다. 아예 기억에도 없으니까. 



앤드루 밀러는 책의 마지막 즈음, 다시 댈러웨이 부인을 소환한다.



그런 것이 우리 시각의 방식이다.

클라리사다, 그는 말했다.

왜냐하면 거기 그녀가 있었으니까.

그래, 여기 있었네. -댈러웨이 부인 中


글쓰기를 가르치는 여느 선생들처럼 나도 학생들에게 "있다be" 동사 사용을 피하라고, "있다", "있었다"를 사용하지 말라고 말한다. "진짜 동사를 쓰세요!"하고 나는 학생들에게 강조한다. "'있다'가 무슨 말을 하나요? 아무것도 안 합니다! 그냥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게 전부예요!" 그런데 거의 25년 동안 그렇게 말해오다 올해 들어 갑자기 이런 말을 덧붙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아무것도 안 하지만 그게 모든 것일 수도 있긴 하죠." -p.269

 


우리의 선택과, 그 선택으로 인한 삶과, 그리고 돌이켜보는 인생과, 다를 수 있었던 선택들이 가져올 삶과, 그런 상상을 하는 지금의 우리에 대한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있다. 세상의 시인들과 소설가들이 가보지 않은 길과 살아보지 않은 삶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면, 앤드루 밀러는 그 작품들을 통해서 덧붙인다. 우리가 지금에 이를 때까지 우리는 하나를 얻기 위해 하나를 내려놓았음을. 우리의 선택이 우리를 만들었다면 또한 우리의 포기가 우리를 만들었다. 지금의 우리를. 우리는 지금의 삶을 바꿀 수 없고 우리 자신을 바꾸는 것도 불가능하다. 우리가 끊임없이 가지 않았던 길에 대해 떠올리며 결국 해야 할 일은 지금의 삶을 더 잘 들여다보고 현재를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것일테다.



소설을 읽으면 그 소설이 들려주는 이야기만으로도 좋은데, 앤드루 밀러는 이 책을 통해서 내가 미처 보지 못한 이야기까지 들려준다. 게다가 그걸 쪼개서 동사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나는 '있다'는 동사가 그 자체로 완전할 수 있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인다. 이런게 바로 책을 읽는 재미가 아닌가 싶다. 아쉬운 건, 예시로 들었던 수많은 시에 대한 것. 시이니만큼 원문도 함께 실려있었다면 더 이해하기가 쉬었을텐데.


문득, 내가 지금까지 생각해오거나 상상했던 것들 그리고 느끼거나 깨달은 것들이 중년에게 다가오는 당연한 수순의 것들이라는 것을 알았다. 존 치버는 중년이 되니 인생은 외로움이 전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데, 어느 순간 나도 나의 외로움을 인지하고 받아들였던 말이다. 아아, 중년이란 이렇게 오는 것이다. 나는 중년인 것이다. 지금의 내 모습, 이 중년의 내 모습은, 내가 만들어온 나다. 이 삶은 내가 가질 수 있는 최선의 그리고 최상의 삶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나는 매우 만족스럽다. 

나는 나 자신과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친밀하고, 그 친밀함 안에서 나는 혼자다. 내 기억은 나만의 것이다. 그해 초봄 어느 저녁에 리치먼드가家의 들판을 가로질러 막 꽃망울을 터뜨린 개나리들을 헤치고 달렸고, 친구가 바로 등 뒤까지 바짝 따라붙었고, 종아리가 터질 것 같았고, 휘어진 가지가 날아들어 온몸을 때렸고, 나는 웃음을 터뜨리며 굴렀고… 나 이외에는 그 누구도 가지고 있지 않은 기억들이다. 그런 경험들이 곧 나다. 그렇게 말하고 싶다. - P18

그런데 그 경험들은 아주 다를 수 있었고, 그랬다면 나도 지금과는 아주 다른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순간들은 수도 없이 많다. 그중 하나만 달랐어도 나는 다른 방향으로 굴렀을 것이다. 나는 지금 여기로, 이 도시로, 이 집으로, 이 방으로, 이 책상 앞으로, 이 문장으로 이어진 길이 아닌 다른 길을 걸었을 것이다. 지금 여기에서의 내 삶은 기막힌 우연이면서도 좀처럼 벗어날 수 없는 삶이다. - P18

프로이트와 릴케는 그날 산책을 하면서 인간의 필멸성과 그런 필멸성이 우리가 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토론을 하고 있엇다. - P20

성공한 예술 작품이란 아무리 손을 봐도 지금보다 더 좋게 만들 수 없는 작품을 의미한다. 어떻게 바꿔도 현재보다 못한 작품이 되는 상태에 이르면 그 작품은 완성된 것이다. - P39

완성된 예술 작품에는 더 바랄 것이 없다는 주장은 매력적이다. 그런 작품에서는 전혀 부조함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주장에는 성공적인 예술 작품 뒤에는, 마치 수도 없이 버려진 옷이나 연인들처럼, 버림받은 가능성들의 잔해가 수도 없이 쌓여 있을 거란 생각이 뒤따른다.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뭔가를 잃어버림으로써 아름다움이 완성된다고 생각하고, 상실을 뭔가 아름다운 것으로 만든다. - P39

이런 말을 하기는 조심스럽지만, 살지 않은 삶은 중년의 관심사다. 살지 않은 삶이 있으려면 먼저 삶을 어느 정도 살아야만 한다. - P47

중년에는 불가해함이, 당혹스러움이 있다. 이 시간 내가 가까스로 알아낸 것은 일종의 외로움이 전부다.
(존 치버, 존 치버의 일기 中 재인용) - P47

버지니아 울프의 『파도』에서는 한 등장인물이 이렇게 논평한다. 젊은 시절에는 "모든 것이 부글부글 끓고 요동쳤다. 우리는 무엇이든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변화가 더 이상 불가능하다. 우리는 묶였다…. 우리는 지금을 선택했다. 때로는 누군가 우리를 대신해서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떤 집게 같은 게 목 아래쪽을 꽉 잡고 있는 게 느껴진다." - P49

화자도 신과 같은 역할을 한다. 화자의 관심에서 의미가 생겨난다. 어떤 참새가 떨어졌다면 화자는 반드시 그 참새를 기억한다. 왜냐하면 애초에 화자가 하늘에 띄운 참새였으니까. - P60

「당신을 사랑하는 신」의 결말에서 편지를 쓰라는 데니스의 호소와 함께 나는 다시금 살지 않은 삶은 이야기로 이어진다는 나의 주제로 돌아온다. - P63

한 주 한 주 클라리사는 그녀의 삶을 살았고, 그는 바다 너머에서 그의 삶을 살았다. 이제 나란히 앉아 있는 그들은 밀접하게 분리되어 있다. 각자의 울타리 안에 있지만, 그러면서도 최대한 붙어 있다. 서로 닿아 있지만 분리되어 있다. 서로에게 닿으려면 분리되어 있어야만 한다. - P66

살지 않은 삶에 대한 생각은 우리 언어의 가장 작은 단위조차 문제를 만들고 대명사를 혼돈에 빠뜨린다. - P76

물론 아무도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신이 되겠냐고 묻지 않았고, 라이프니츠에게 중국의 왕이 되겠느냐고도 뭊디 않았다. 귿르은 아무도 주겠다고 하지 않은 역할을 거절하고 있다. 사실 철학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모습을 흔히 목격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이것이 진짜 가능성이 아닌 진짜 현실, 즉 한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현실에 대해 그들이 내놓은 답변 이라고 생각한다. - P78

철학 저술가 윌리엄 해즐릿William Hazlit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그것은 "대리인으로 존재하기"가 돼버릴 테니까. 과연 그 누가 "선택할 수 있다면 당장 내일 대천사 가브리엘이 되겠는가? 가브리엘은 단지 멋진 광경에 불과하지 않은가?" 우리는 다른 사람이 가진 어떤 특성을 가지고 싶어할 수 있다. 이 사람의 예술적 감각이나, 저 사람의 통찰력을 부러워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우리 자신인 채로 이를 소유하고 그런 특성과 재능을 누리고 싶어 한다." 아리스토텔레스처럼 해즐릿은 행복과 불행 등 모든 감정들보다 우리에게 더 근원적인 감정은 우리 자신에 대한 원초적인 애착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허영심과는 달라서 더 근본적이며 더 뿌리가 깊다. - P79

그러나 충만한 마음이 때로는 갈구하는 마음이 되기도 한다. 기분이 살짝만 가라앉아도 내가 상상한 삶들이 지금 이 삶을 부족하다고 느끼게 한다. 살지 않은 삶이 내 세계를 풍성하게 만드는 대신 내 세계를 갉아먹는다. - P86

앤절라는 피부가 하얗고, 지니는 검다. 앤절라는 어머니를 닮았고, 지니는 아버지를 닮았다. 앤절라는 무신론자이고, 지니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독자는 두 사람이 다르다는 사실을 즉시 알아챌 수 있지만, 자매들이 그런 차이점을 받아들이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린다. "너와 내가 별개의 두 사람이고, 각자 떨어져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하는 것뿐이야." 지니가 말한다. "샴쌍둥이도 아니잖아. 우리는 각자가 선택한 길을 가야만 해." (제시 레드먼 포셋, 「플럼번Plum Bun」 - P89

『설득』은 다른 모든 소설과 마찬가지로 우연의 필연성에 관한 소설이다. - P100

포터의 휠체어가 영화감독의 의자를 연상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한 세계의 모든 사항을 지휘하지만 그 세계 안에서 활동하지 못하는 사람의 의자라는 것이다. 체험을 포기하는 대신 권력을 얻은 셈이다. (영화, <멋진 인생>) - P108

<멋진 인생>은 「당신을 사랑하는 신」처럼 한 사람(어떻게 보면 조지도 중개업자라고 할 수 있다)에게 다른 삶에 대한 생각을 버리고 자신의 삶에 안주하도록 권한다. 칼 데니스처럼 카프라는 대안을 떠올리고 우리에게 그 대안을 맛보게 한 뒤 그 대안을 잊으라고 말한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현실과 화해하라고 권한다. 조지의 과제는 선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다. 스크루지와는 다른 과제를 받았다. 조지는 이미 선한 사람이며, 그래서 자신이 선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 P118

순서가 주어지면 우리는 일반적으로 앞서 일어난 일보다는 나중에 일어난 일을 바꾸려고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더 나아가 다른 논문들은 우리가 실행에 옮기지 않은 일보다는 실행에 옮긴 일을 후회하고, 우리가 머릿속으로 통제할 수 없었던 측면보다는 통제할 수 있었던 측면을, 그리고 일상적인 사건보다는 예외적인 사건을 되돌리려 하고, 적절하다고 여기는 행동보다는 부적절하다고 여기는 행동을 바꾸려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한다. - P127

우리는 과거 사건을 아무렇게나 바꿔서 상상하지 않는다. - P128

"나라면, 내가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다면, 절대로 남자에게 모든 것을 맡기라는 유혹에 빠지는 일은 없을 거야." 그러나 당연한 말이지만 에밀리는 인생을 다시 살 수 없다. (앤서니 트롤럽, 『그는 자신이 옳다는 것을 알았다』) - P155

리처드 카스톤이 죽기 전까지 다양한 직업을 넘나든 반면, 그가 사랑한 여자 에이다 클레어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결혼을 하느냐 안 하느냐, 두 가지뿐이었다. 물론 19세기에는 이런 선택 기회 조차 없는 여자들도 있었다. 아마도 에이다는 중산층 여성에게 열린 몇 안 되는 길인 가정교사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 P166

"남자는 직업을 선택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나이에 직업을 선택한다"라고 니체는 말했다. "그는 다양한 직업에 대해 알지 못한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모른다. 그런 다음 그 직업에 온정신을 집중해 경험을 쌓으면서 가장 활동적인 시기를 낭비한다." 우리는 무지한 상태에서 선택한다.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것들과 비교해보면 직업을 선택할 당시에 우리는 아는 것이 거의 없다시피했다. 니체는 이런 점에서 직업은 사랑과 같다고 말한다. "성공적인 결혼생활 같은 성공적인 사례는 예외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런 예외조차 이성적인 선택의 결과는 아니다." - P170

어째서 그를, 지금,
내가 알 수 없고, 내가 볼 수 없고,
내가 들을 수 없고, 내가 만질 수 없는데,
다른 사람은 알 수 있고, 다른 사람은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만질 수 있는 걸까. (샤론 올즈, 「2001년 9월, 뉴욕September 2001, New Yokr City」 - P171

키에르케고르는 이렇게 말했다. "결혼하면 후회할 것이다. 결혼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이다. 결혼하거나 결혼하지 않거나, 어느 쪽이든 후회할 것이다." - P175

모든 좋은 길은 나머지 길을 배제한다. "여기에 함정이 있다." 매기 넬슨Maggie Nelson이 말한다. "나는 글을 쓰면서 동시에 아이를 안아줄 수 없다." 그녀가 쓴 모든 문장은, 내가 읽는 그녀의 모든 문장은 그녀가 아이를 안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암묵적으로 전달한다. 결과물을 얻기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가 바로 내려놓기인 듯하다. (넬슨의 저 문장을 처음 읽었을 때, 나는 내 책을 한 줄로 요약했다고 느꼈다.) - P186

줄리엣 미첼Juliet Mitchell은 형제자매가 "자신이 유일하지 않으며 누군가 자신과 똑같은 자리에 서 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만드는 존재라고 설명한다. - P209

비교는 울프에게 다른 세계를 욕망하게 만들었다. 이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를 원한 것이 아니라, 이 세계에 더해진 다른 세계를 원한 것이다. 이것 대신 저것이 아니라, 이것과 저것이다. 나는 다른 세계에 대한 그녀의 갈망이 이 세계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 P263

글쓰기를 가르치는 여느 선생들처럼 나도 학생들에게 "있다be" 동사 사용을 피하라고, "있다", "있었다"를 사용하지 말라고 말한다. "진짜 동사를 쓰세요!"하고 나는 학생들에게 강조한다. "‘있다‘가 무슨 말을 하나요? 아무것도 안 합니다! 그냥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게 전부예요!" 그런데 거의 25년 동안 그렇게 말해오다 올해 들어 갑자기 이런 말을 덧붙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아무것도 안 하지만 그게 모든 것일 수도 있긴 하죠."
- P269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관념은 청소년기의 고통이자 위안의 출처다. 어른이 되어서 얻는 유일한 이득은, 그런 가능성의 세계를 포기함으로써 얻은 유일한 정의는 실재, 현실을 인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유일한 세계의 진실, 그 세계가 존재하며, 내가 그 안에 존재한다는 것이 주는 고통과 위안을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스탠리 카벨, 『눈에 비치는 세계』) - P282

나는 하나의 삶, 이 삶을 산다. 이 삶 이후에는 아무것도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삶 이외의 다른 삶도 없다. 나는 나 자신일 수밖에 없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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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05-30 11: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어떤 책들은 독자로
하여금 물들게 해서 책만큼
좋은 리뷰를 쓰게 하나봐요.
다락방님의 글은 항상 근사한
에세이들이지만 이 글은 유독 마음을 울리네요! 잎사귀랑 이책 땡투했어요~♡♡

다락방 2022-05-30 12:12   좋아요 2 | URL
저는 리뷰 써놓고 아 무슨 말을 하는건지 모르겠다 엉망인 글이다 ㅠㅠ 하고 있었는데 이런 다정한 댓글이라니, 위로와 힘이 됩니다, 미미 님.
미미 님도 이 책 좋아하실 것 같아요. 그리고 아마도 책들을 또 사게 되겠죠. 저는 그렇게 댈러웨이 부인을 샀거든요. 껄껄.

공쟝쟝 2022-05-30 11: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선리플 후감상) 길어서 밥먹으면서 읽겠습니다. 오늘 점심은...... 순대국밥입니다.

다락방 2022-05-30 12:11   좋아요 3 | URL
긴 페이퍼도 하나 또 썼다. 내가 오늘 올린 글 두 개 다 읽으면 밥도 다 먹을듯요. ㅋㅋㅋㅋㅋ
저는 마라탕 먹을 거예요!

공쟝쟝 2022-05-30 12:30   좋아요 2 | URL
저는 제 외로움이 좋아요. 저는 이 글을 읽으면서 ‘삶은 어느 정도 살아’서 획득한 살아보지 않은 삶들에 대한 희구를 이해할 수 있어서 제 나이들어감이 좋고요, 무엇보다 커서 내가 될 사람이 자기 삶이 최상이라고 말하는 내 안목이 좋습니다. ㅋㅋㅋㅋ 그러므로 내가 짱이다!!!! 💕

다락방 2022-05-30 15:26   좋아요 3 | URL
쟝님은 나이 들어서도 인생에 만족하게 될거예요. 지금 성실히 살고 있으니까요. 제가 지금까지 살아오며 깨달은 건, 성실한 인생은 후회할 리 없다...는 것입니다. 성실히 살면 결국은 만족이 오는 것 같아요.
공쟝쟝 님의 인생 화이팅!!

mini74 2022-06-10 08: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근사해서 우와!! 했던 글이네요 ㅠㅠ 다락방님 축하드려요 *^^*

새파랑 2022-06-10 11: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옆에 메달이 화려하네요~!! 축하드립니다~!!
 
레이디 크레딧 - 성매매, 금융의 얼굴을 하다
김주희 지음 / 현실문화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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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도 그런 생각을 하거든요. 내가 만약에 결혼을 해서 애를 낳았는데 그 애기가 백혈병이나 무슨 병에 걸려서 막 되게 아파요. 그런데 내가 만약 업소 생활이나 이런 생활을 모르면 그런 쪽으로 생각도 하지 않을 테지만 내가 이미 이런 거를 알기 때문에 그런 일이 생겼을 때는 분명히 그쪽에서 돈을 벌려고 생각할 거란 말이죠. 그럼 '나, 참 내가 몰라도 될 거는 모르고 살았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도 하고 그러는데. <다혜> -p.282



김주희는 이 책의 끝을 맺으며 '성매매는 당사자 여성들에게 언제나 경제 문제였다'(p.390) 고 주장한다. 만약 그들이 돈이 필요하지 않았다면,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상황이었다면 성매매 당사자 여성들은 부러 성매매를 선택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며,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할까 라는 고민을 하다 성매매가 하나의 방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성매매 당사자들중 많은 여성들이 돈 때문에 이 일을 선택했다. 아직 성인이 되기도 전 자립할 수도 없을 나이에 집안 형편이 너무 어렵거나 가정 폭력에 시달린다면, 성매매는 대안이 되었다. 살 곳을 마련해주기도 했고 당장 필요한 돈을 먼저 현금으로 주기도 했다. 아직 성인이 되지 않아 갚을 수 있다는 어떤 것도 증거로 내밀지 못해도 성매매 세계 안에서는 얼마든지 필요한 돈을 한 번에 융통해주었다. 사랑하는 가족들이 모두 계속 굶거나 아프거나 힘들게 살거나 할 때도 마찬가지. 성매매 속으로 들어가면 당장 살아갈 수 있는 돈을 단번에 내주었다. 당사자 여성은 그 돈을 들고 가 내 쉴 곳을 마련하거나, 식구들의 병을 치료하거나, 언제나 고생만하고 가난하게 살아온 가족들에게 밥을 차려줄 수 있었다. 그런 일이 한 번 시작되면 처음에 받았던 그 현금, 그것은 이제 고스란히 그녀에게 빚으로 남는다. 자신들을 '믿고' 자신들에게 '신뢰'를 갖고 빌려준 이 돈을 이들은 갚아야 했다. 도덕경제적 실천에 의한 의지가 있었던 그들은 그래서 그 돈을 갚기 위해 그 세상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높은 금리로 빌리고 이자가 다시 원금에 덧붙여지고 여기에서 저기로 더 큰 금액으로 빚이 불어나 이동하게 되어도, 그녀들은 그것을 갚고자 했다. 갚으려면 열심히 일해야 했는데, 얼굴이 못생기거나 뚱뚱하면 '초이스' 되지도 못해서 다시 돈을 빌려 성형 수술을 하거나 다이어트를 해야 했다. 예쁜 옷도 사입어야 했다. 돈은 다시 불어난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예전처럼 부담스럽진 않다. 업주가 얼굴을 마주한 상태로 돈을 빌려주는 게 아니라 눈에 보지 않는 상대가, 은행이 그들에게 돈을 빌려주기 때문에. 늘 가난했던 여성들은, 학비를 마련할 수 없었고 밥 먹는 것조차 힘들었던 여성들은, 이제 먹고 싶은 걸 먹고 대학도 갈 수 있는 돈을 구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그녀들에게 '자유'다. 자유로 느껴진다. 갚아야 할 돈이 몇 백, 몇 천, 혹은 억대로 넘어가도, 그들은 이제 자유롭다. 



자살하는 사람들 많아요. 저는 실제로 목매달고 죽은 애 보기도 했고. 그냥 항상 하는 얘기가 그거에요. '살려고 온 바닥인데 너가 인생이 너무 힘들고 죽기 직전에 썩은 동아줄이라도 한번 잡아보려고 온 곳이 여기인데 여기서 살려고 왔는데 왜 결국에 죽냐' 그렇게 하늘로 편지를 보낸 적도 있어요. 제 정신에 할 수 있겠어요? 낵 몸을 파는 건데? (…) 그러니까 여기는 다 정신병으로 얽히고, 얽히고. 굉장히 많아요. 돈 때문에 와서 결국 자기가 영혼까지 팔아버렸는데 죽어버리는 애들이 수도 없이 많아요. 여기가, 강남구가 세계에서 자살 비율이 전 세계 1등이에요. 시제 저 이사 갈 때도 조심조심 가요, 귀신 사는 집 안 가려고. 실제로 귀신하고 살아보기도 했으니까요. 여기는 되게 슬픈 동네에요. 진짜 죽어나가는 애들이 다 어마어마해요. 살인 사건도 많고. 그 살인 사건들이 대부분 다 화류계에서 나는 것들이니까. 뉴스에서 나오는 역삼동, 애인이 어쩌구, 다 화류계. 재작년에 크게 난 것도 저희 가게였거든요. 불과 몇 달 전에 여자친구 목 졸라 죽여서 자수한 사람도 저희 가게 영업진이었고. 되게 많아요. <박팀장> -p.353~354



그러나 내 몸이 상품화 되는 일이 비록 '나는 자유롭다'고 말하거나 생각할지언정 결코 유쾌한 일이 될 수는 없다. 여자친구나 아내에게는 요구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이 '돈을 지불했다는 이유로' 성매매 여성들에게는 요구된다. 내가 원하는 상대가 아니라, 나의 겉모습을 보고 나를 선택한 남성들로부터 나는 원하는 것을 해줘야만 하는 상품 취급을 당하게 된다. 하루에도 몇 명을 상대해야 하고 그러다 몸이 축나기도 한다. 같이 일하는 여성들과는 외모로 비교를 당하기도 한다. 도저히 할 수 없는 요구에도 응해야 하고, 폭력과 강간에 노출되어 있어 늘 안전이 염려되는 삶을 살아야 하는데, 그것이 우울증 약 없이, 정신과 치료 없이 될 리가 없다. 성매매 여성들의 업소에는 언제나 어디서나 우울증 약을 빌리고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런 여성들을 그렇게 많이 죽음으로 걸어간다. 한 업소에서 연달아 몇 명이 자살한 일도 있었다. 스스로의 삶을 그만두기를 선택해 죽기도 하고 누군가로부터 살해를 당하기도 한다. 살아볼라고, 비참한 삶에서 어떻게든 살아보자고 걸어 들어간 길이었지만, 그 길은 도저히 살아갈 수 없는 목적지로 그녀를 데려갔고, 그렇게 죽음을 선택하는 일들이 그 안에서 일어난다.



성을 팔 수 있다, 여자는 자신의 몸을 담보로 내걸 수 있다는 것은 이 세상 모든 여자들에게도 그것이 하나의 길이라는 것을 뜻한다. 이제 여유롭게 살게 된 여성이 있다 하더라도 만약 위급한 일이 생기거나 어려운 일이 생기면 '다시 성매매를 해볼까'를 생각해 볼 수밖에 없게 되고, 설사 성매매를 해보지 않았던 여성이라도 가난에 허덕이게 되면, 혹은 학업을 이어나가고 싶으면, '성매매로 돈을 벌 수 있다는데' 라고 염두에 두게 되고 그들중 일부는 '그래도 그러지는 말자' 하고 돌아서겠지만 '좋아 이번 한 번..' 하고 그 길로 들어서게 된다. 


맨 위, '다혜'의 말처럼, 그것이 하나의 가능성으로 놓여 있는 삶. 성매매 자체가 가능하기 때문에 세상 모든 여성들에게 가능성이 되는 삶. 그것 자체가 위험하다. 이것이 '너의 선택'이라고 말하는 것은, 순전히 책임을 그 여성 개인의 문제로 여기도록 한다. 아니다. 세상이 그렇게 만들었다. 성을 팔 수 있는 것이라고, 네 몸뚱아리가 자산이 될 수 있다고 세상이 말했기 때문에 여성들은 자신의 몸을 판다. 네 몸뚱아리가 담보가 될 수 있다고 말했기 때문에 여성들은 자신의 몸을 담보로 건다. 네게 돈을 지불해서 네 몸은 상품이라고 말했기 때문에 여성들의 몸은 상품이 된다. 예쁜 외모는 더 가치있다 말하기 때문에 여성들은 성형수술을 하고 다이어트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아니면 너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하기 때문에 여성들은 그렇게 자신의 몸을 상품화 하고 담보화 하면서, 숱한 우울과 죽음 앞에 직면하면서도, 자신이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내린 결론은 그것이다. 성매매를 가능한 방법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 어렵고 힘들 때 성매매를 하나의 경제적 해결 방법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것. 성매매가 하나의 방법이 되지 않는 사회. 그것은 성매매 비범죄화 나 합법화로는 결코 닿을 수 없는 사회이다. 필연적으로 포르노랑 연결되어 있는 성매매를 여성들이 갈 수 있는 또 하나의 길로 여기지 않는 사회. 그걸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내 와이프는 임신하면 내 욕구 성매매로 해결하고 오래, 를 자연스레 말하는 사회에서, 성매매 후기를 공유하는 사회에서, 텐프로를 여자에 대한 칭찬으로 쓰는 사회에서, 지나다니는 여자들에게 몸값을 매기는 사회에서, 데이트 비용을 내가 냈으니 섹스는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는 사회에서, 드라마나 영화에서 모두 룸살롱을 보여주는 사회에서, 회식후 2차를 룸살롱으로 가는 사회에서, 아가씨 대출이 가능한 사회에서, 성매매로 쉽게 돈을 번다고 말을 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세상에서, 어떻게 성매매가 방법이 되지 않는 삶을 상상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떻게 여성들로부터 성매매를 차단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김주희는 성매매 문제를 이 시대의 '여성 문제'로 적극적으로 구성해야 한다(p.397) 고 말한다. 여성은 전 인류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성매매 당사자는 성매매 속에서 상품화 되는 여성만인 것은 아니다. 돈을 지불하고 그것을 사는 남자들, 중개를 하는 남자들, 그것이 살아갈 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 모두 성매매 사회를 구성하고 있으며, 그리고 너무나 급진적이지만, 아직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는 것 같지만, 여자도 인간이다. 이것은 이 시대의 여성 문제로 적극적으로 구성하기보다는 이 시대의 인간 문제로, 이 사회의 커다란 문제로 구성해야 하는게 아닐까. '여성' 문제라고 하면 입에 피를 토하면서 왜 우리가 자기 좋아서 창녀짓을 하는 여자를 도와야 하냐고 하는 남자들이 수두룩할테니까.


성매매는 이 시대의 우리 문제이며, 이 사회의 문제이며, 이 시대의 문제다. 우리는 이걸 알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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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4-27 09:1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이 글 읽고 있는데 코 끝이 찡하네요.
성매매 문제를 인류의 절반인 여성의 문제로 끌어올려야한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했어요. 내 수중에 돈이 있고 내 가족이 위협을 받지 않는다면 누가 성매매 산업에 들어갈까요. 저는 결코 그렇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 문제인데 이것을 뒷받침해주는 은행, 고리대금업자, 그리고 룸살롱 업체들이 있고 여기에 뛰어든 여성들은 철저히 자신의 몸을 내던져 담보가 되는 세상. 너무 슬프고 화가 납니다.

다락방 2022-04-27 10:50   좋아요 5 | URL
저도 저자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하지만,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성문제‘라고 하는 순간 이 나라 인구의 절반인 남성들은 어차피 ‘내 문제 아니야‘로 할 것 같아서요. 이것은 전 국민의 문제라고 분명히 인식시켜야 할 것 같아요. 그러나 그렇게 인식시키기는 힘들겠죠. 성매수자 남성들은 돈을 지불하고 변태적 행위를 취함으로써, 명령을 하거나 요구함으로써 그 돈이 주는 억압적이고 권력적인 분위기를 계속 유지하고 싶을테니까요. 자신이 가진게 무엇인지 인지를 한 남성들은, 거기로부터 빠져나올 생각 자체를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아주 멀고도 먼 길이 될 것 같습니다. 탈성매매 사회는요.

얄라알라 2022-04-27 13:28   좋아요 2 | URL
다락방님, 저는 오늘 [레이디크레딧] 들고 외출했어요. 산에 올라가서 읽으려다가 미세먼지 빨감이라 편한 곳에서 음악들으며 책 펴려는데, 다락방님의 페이퍼 읽으니 거리의화가님 말씀처럼, 감정이 확 올라옵니다.

어제 읽은 [엄마가 되기 위해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에서도 ˝돈˝의 문제를 명확하게 대놓고 다뤄줬어요.

마지막 문장, 선언문 삼겠습니다!

다락방 2022-04-27 14:26   좋아요 3 | URL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뻔히 죽는다는 걸 알면서도, 그 길이 힘들다는 걸 알면서도 그 길을 살아갈 해결방법으로 고려하기도 한다는게 너무 마음이 아픈거예요, 얄라알라님. 그렇다면 우리는 이것을 가능성으로 보지 않게끔 해야 하는게 아닌가 싶었고요.

이 책을 읽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을겁니다, 알라 님. 힘내서 읽으셔요!!

단발머리 2022-04-27 10:3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읽으면서 자유와 선택의 문제에 대해 자주 생각했거든요.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는 뭘까. 그녀들이 말하고 싶은 건 뭘까. 그런 생각을 자주 했어요. 성매매 관련 도서는 전 <페이드 포> 밖에 안 읽어서 아직도 저의 생각이 도덕적인 기준, 통념에 사로잡혀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의심도 많이 했구요.
근데 다락방님이 인용해주신 글 다시 읽어보면서 어쩌면 그들의 진심은 다른데 있는 것 같다 그런 생각이 들어요. 삼백만원이 필요해서, 오백만원이 급해서 어쩔 수 없이 그쪽 일을 시작한 여성들이 그 곳에서 빠져나오는게 거의 불가능한 이런 구조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요.
이 문제 역시 당사자성을 고려할 수 밖에 없을테고, 그런 상황에 처해보지 않은 사람으로서, 어떤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조심스럽지만...
이게 그녀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 여성만의 문제도 아니고, 바로 이 사회의 문제라는 다락방님의 지적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만약 이 책 읽기 힘드신 분들이 계시다면 다락방님의 이 글만 읽어도 충분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좋은 글 감사해요, 다락방님. 수고많으셨어요.

다락방 2022-04-27 10:55   좋아요 7 | URL
단발머리 님, 저도 성매매 당사자들의 자유에 대한 인터뷰를 읽으면서 정말 자유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억압적이고 가난한 환경에서 돈을 써보지 못하고 살았던 사람들이 돈을 빌리고 갚고 소비하는 것을 스스로 할 수 있게 됨으로써 그것을 자유롭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그 사람들에게 정말 자유인 게 아닐까요? 그렇다면 다른 사람이 ‘그건 자유가 아니야!‘ 라고 할 순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그것을 자유라고 고개를 끄덕인다면 그 빚에 허덕이는 생활은 결코 끝나지 않을거고요. 몸을 갈아 노동하고 인격적으로도 모욕을 받으면서 우울증에 허덕이며 살아가는 삶이 계속 이어질텐데, 그러면 어쩌면 좋을까. 우리는 다른 식으로 그 자유가 아닌 ‘다른 자유‘에 대해 자연스레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건 또 어떻게 보여주고 어떻게 알려주나. 저 역시도 복잡하고 생각이 많아지더라고요.
저는 이것이 곧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해서 해결이 쉽지는 않을 거라고 보여요. 위에 거리의화가 님께도 답글 달았지만, 저는 많은 성구매자 들이 성을 구매하는 그 권력을 포기할거라 생각하지 않아요. 그쪽으로는 전혀 희망이 없다고 보입니다. 그래서 노르딕 모델은 지금 현재 취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일 것 같아요. 성구매자에 대한 처벌이요.

언제나 그렇듯 좋은 독서였어요, 단발머리 님. 인사도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5월 도서 때문에 한숨을 쉬게 되네요? ㅋㅋㅋㅋㅋ

미미 2022-04-27 12:3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남성인 박팀장이 저런 말(제 정신에 할 수 있겠어요? 내 몸을 파는 건데?)을 하는 것 자체가 관련된 남성들 모두가 제 정신에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다는 증거같아요. 밝은 곳에서는 불법이지만 어두운 곳에서는 합법인 문제들은 이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위선을 잘 드러내고요. 다락방님 4월도 훌륭한 선택이셨습니다. 항상 감사하고 완독 수고하셨어요!! 다음달도 기대됩니다.*^^*

다락방 2022-04-27 14:22   좋아요 3 | URL
그러니까요, 미미님. 곁에서 여자들이 힘들어하고 죽어가는 걸 봤으면서도 그 일을 계속 하면서 그런걸 계속 보고 있다는 것은 무얼 뜻하는걸까요, 미미님? 어쨌든 죽음을 맞이하는 당사자는 본인은 아니다 라는 거겠죠. 저는 다 알면서도 저 일을 계속하고 여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게 너무 화가 나요. 모두들 하나가 되어서 여자들을 죽이고 있는 것 같아요. ㅠㅠ

휴.
미미 님, 우리 5월에도 힘냅시다. 5월 책은 너무 어려울 것 같아서 일찍 시작해야겠어요!

바람돌이 2022-04-27 13: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성매매를 가능한 방법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는 말이 팍 꽂히네요. 4월이 다가는데 이제 시작해야 하는 저같은 사람에게 아주 훌륭한 길잡이 글입니다. ^^

얄라알라 2022-04-27 13:30   좋아요 3 | URL
1부 읽고 있는 저에게도 이 글 찐한 에스프레소같이 진액입니다. 바람돌이님 화이팅!!!!얍!!!! 완독!!! 4월 아직 많이 남았습니다!!!라고 저도 스스로 세뇌중!

다락방 2022-04-27 14:24   좋아요 4 | URL
네, 바람돌이 님. 읽다가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사회에 살고 있는 여성이라면 살아갈 일이 막막하게 느껴질 때 성매매를 하나의 가능성으로 놓아둘 수 있겠다고요. 이 책에 보면 일흔이 넘어서도 성매매를 하는 여성의 사례도 나오는데, 어린 여성들은 물론이거니와 나이가 많은 여성도 너무 삶이 힘들면 하나의 가능성으로 생각할테고, 가능성이 된다면 실행을 할 수도 있겠죠. 아예 이런 일은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만들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런데 세상이 하나로 똘똘 뭉쳐 여자는 성을 팔아 쉽게 돈 벌수 있다고 얘기하잖아요. 아주 징그럽습니다.

자, 바람돌이 님, 얄라알라 님! 힘내세요!! 빠샤!!

mini74 2022-04-27 14: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읽으면서 난자 판매 관련글도 떠오르더라고요 결국 젊고 가난한 여성들이 착취대상이 되며 그 부작용은 숨긴체 자행되는 ㅠㅠ 성매매가 여차하면 가능한 경우의 수가 되지 않는 사회 !! 가 되길 바랍니다 ~

다락방 2022-04-27 14:57   좋아요 3 | URL
부작용이 드러나도 결국 자신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묵인해버리는 것 같아요. 이 책에서 박팀장 이란 사람은 자살하는 여성들을 보아왔고 이 일이 힘들다는 걸 본인도 인지하고 있잖아요. 그러면서도 이 일을 계속하고 있죠. 어휴..
성매매를 한 순간이라도 답으로 떠올리지 않을 수 있는 사회였으면 좋겠어요, 미니 님. ㅠㅠ

2022-04-27 17: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4-28 08: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4-28 0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22-04-27 20: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말씀이 일침을 가합니다.
여성의 문제가 아닌 인간의 문제라는 제목이 와 닿습니다.
저 다혜씨의 인용문 참 아프게 읽혔었는데...
다락방님의 책을 고르시는 안목 덕분에 늘 한 달, 한 달 새롭게 눈을 뜨는 시간들인 것 같습니다. 몰랐던 성매매 문화와 금융권의 부채 자본으로 덩치를 부풀리는 상황들...이 책이 아니었음 계속 모른채로 살아가고 있겠죠?
알게 된 것이 결코 자랑이 아닐진대ㅜㅜ
이것이 앞으로 어떻게 바뀌어가게 될지 관심을 가지는 계기는 분명할 것 같습니다.
암튼 모두들 분노하고 고민하는 글들을 읽으면서 나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게 아니구나! 싶어 되려 힐링되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암튼 우리나라에도 이런 작가들이 더 많이 나왔음 싶어요. 더 많이 알아갈 수 있게 말이죠^^

다락방 2022-04-28 08:44   좋아요 2 | URL
책나무 님, 저도 책 속의 현실이 여성들에게 너무 가혹해서 차라리 이걸 모르고 사는게 나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수시로 들었어요. 차라리 모를걸, 차라리 모를걸.. 하고요. 알고 나니 너무 괴로워요. 안다고 해서 제가 어떻게 바꿀 수도 없기 때문에요. 다만 앞으로 성매매에 있어서 성매수자만 처벌하자는 노르딕 모델을 지지하는 걸 제가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작게는 이런 책을 읽고 널리 알리는 것도 있을테고요.

책나무 님, 한달간 또 같이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우리 5월달에도 (어렵겠지만) 열심히 가봅시다!!
 
성매매, 상식의 블랙홀
신박진영 지음 / 봄알람 / 2020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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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희'의 [레이디 크레딧]을 더 잘 읽기 위해 중간에 신박진영의 이 책을 꺼내왔다. 읽다보니 절반 정도 읽어둔 [레이디 크레딧]이 이 책을 읽는데 도움을 주고 있었다. 레이디 크레딧은 성매매 안의 경제적인 착취 구조에 대해 더 비중을 싣고 써냈다면, 신박진영은 그 착취적 구조 속에 있는 여성들이 얼마나 상품으로 소모되고 있는지, 얼마나 폭력의 희생자가 되고 있는지에 대해 더 비중을 싣고 있다. 


이 책의 저자 신박진영은 20년간 성매매 여성 지원활동을 하고 있다. 현장에서 빠져나오고 싶은 여성들로부터 전화를 받고 그들에게 찾아가 여성들을 구출하는 일부터 시작해 성매매방지법 제정운동까지. 그녀는 누구보다 성매매여성들의 곁에서 그들을 지켜보고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렇게 한결같이 지금까지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오며 신박진영이 자신이 정한 경계는 '성매매는 노동이 될 수 없다'는 것이며 그것을 노동으로 만드는 것은 그들을 성착취에 그대로 놓아두게 된다는 것이었다. 


성매매 비범죄화, 성매매 합법화에 대해서도 당연히 반대하고 있고 거기에 대한 근거로는 이미 합법화를 하고 있는 나라들이 어떻게 됐는지를 근거로 가져온다. 우리가 무엇을 시장에서 팔 수 있다는 것은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그것을 팔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렇게 경쟁업체가 생긴다면 더 잘 팔기 위해 가격을 후려치거나 좀 더 싼 값에 원료(재료, 상품)를 구하려고 할 것이다. 여성을 상품화 하는게 합법적이 된다면, 그 여성들이 더 낮은 평가를 받고 후려쳐지는 것, 심지어 공짜로 데려올 수 있는 인신매매까지,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하지 않는 특별한 서비스까지(아이패드로 음료와 여자를 주문하며 음료를 마시는동안 그 여자가 오럴을 해주는 것도 가능해지는 실제 사례가 이 책에 나온다) 가능해진다. 


진보입네 자처하며 성매매 여성들의 노동의 권리를 말하는 남자들(이 책에서는 김두식과 지승호)에 대해서도 따끔하게 일침을 가한다. 결국 너희들은 그 안의 착취구조를 무시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현 상태를 유지하자는 적극적 동의라고. 성매매와 사회적 폭력으로부터 한 발을 뺀 채 당사자를 이용하는 행위(p.222) 라는 것이다.  진보지식인의 책임 회피나 자신의 도덕적 우월성을 증명하려는 행위 그리고 게으른 자세까지를 지적하는 신박진영의 모든 생각에 동의한다.



리뷰는 이정도로 하고 끝마쳐도 되지만, 읽다 보니 실제 성매매 여성이었던 '레이철 모랜'의 책이 자꾸 생각나고 또 이 책의 내용과 겹쳐서 좀 가져오야겠다. 신박진영은 이 책에서도 고급 성매매와 그보다 낮은 성매매에 대해 언급한다. (텐프로, 쩜오) 그러나 그 일에 있어서 '유흥접객원의 역할은 동일'(p.103)하다고.


이 점에 대해서는 레이철 모랜도 이미 언급한 바 있다. 


‘고급‘ 성매매 시장에서 겪었던 경험들만큼 ‘고급‘같지 않은 일은 없었다. 섹스를 위해 돈을 지불하는 데 품격이 있을 리 없고, 성매매가 일어나는 환경이 상관있을 리 만무하다. - 《페이드 포》, 레이첼 모랜, P152


고급 창녀 신화는 대체로 그 신화를 믿으려고 섹스에 큰 돈을 지불하는 구매자들의 욕망과 맞닿으므로(성매매의 다른 신화들과 같이) 계속 지속된다. 많은 성구매자들이 에스코트 에이전시에 전화하면 고급의 질이 집 문 앞에 도착할 거라 짐작하고 싶어 하며, 그 질에는 고급의 여자가 부착됐을 거라는 생각이 뒤따른다. 고급 창녀의 개념은 성매매 시장을 극대화하는 가장 단순한 방법이고, 그로부터 수익을 창출하는 사람들에 의해 전파되었다. - 《페이드 포》, 레이첼 모랜, P157



성매매의 본질은 그 환경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 거친 콘크리트 바닥이 아닌 하얀 리넨에 엉덩이를 비빈다고 성매매가 다른 것으로 변하진 않는다. - 《페이드 포》, 레이첼 모랜, P164


또한 레이철 모랜이 자신의 책에서 말한 '타락의 상호작용' 역시 신박진영은 자신의 책에서 얘기하고 있다. 성구매자들은 '포르노에서 학습한 것들을 성매매 안에서 실현하려 한다'(p.142)는 것, '특이 취향 자체가 문제되기보다는 그에 일방적으로 맞추어주고 무엇이든 받아주어야 하는 자신의 처지에 대한 회의가 크다'(p.142)는 것. 


그 남성은 생리혈에 성적으로 도취되었다. 그의 성향은 평생 성매매 여성을 방문하도록 이끌었는데, 당연히 사생활에서 만나는 여성들과는 이런 욕망을 공유할 수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야말로 성매매를 지탱하는 주춧돌이다. 자신과 인생을 공유하는 여성에게 드러낼 수 있을 거라고 이성적으로 기대를 할 수 없는 변태 성향을 다른 계층의 여성에게 떠넘기려는 남성의 고집이다. 여성들은 존중과 경멸, 품위와 천박, 종경과 비난이라는 두 부류로 구별되게 나뉜다.

내 친구는 생리혈이 가장 많이 나올 때 그 구매자와 만나기로 하고 적어도 만나기 하루 전에 탐폰을 착용해서 피에 흠뻑 젖도록 했다. 그 구매자는 항상 단호하게 탐폰이 완전히 젖어야 한다고 했다. 그들이 만나면 그녀는 탐폰을 빼고 그 구매자는 어린 시절 경험을 다시 살게 된다.

나의 친구와 그 캐나다인 성구매자 사이 특이한 타락의 상호작용은 이렇다. 그 친구는 그 구매자가 만났던 모든 여성들과 감정적으로 거리를 갖게 만드는 그의 더럽고 역겨운 습관이 지속되어 그 구매자가 자신의 가치를 낮추도록 도모했으며, 그 구매자는 다른 어떤 여성에게도 제시하지 못할 역할을 감히 그녀에게 제시함으로써 그녀의 가치를 떨어뜨렸다.

성매매 내 타락의 상호작용은 바로 이와 같다. 영향을 주고, 반영하며 합병하면서 쌍방향으로 흐르기 때문에 상호작용이라 할 수 있다. 요구되면 제공되고, 찾으면 충족되고, 제시되면 받아들여진다. 타락은 스스로 갱신하고 재생하는 데 고수이고, 특정 박테리아가 습한 장소에서 가장 잘 번식하듯이 타락은 성매매를 가장 최적의 환경으로 여긴다. -페이드 포, 레이첼 모랜 , p.146


신박진영은 '구매자의 인격도 성매매 여성의 인격도 이곳에서는 돈이 지불되는 순간 사라진다'(p.150)고 했는데, 이것은 레이첼 모랜이 말한 '타락의 상호작용'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될 것 같다.



바깥에 날씨도 좋은데 나는 주말에 이런 책을 읽고 있었다.




예컨대 정치적 올바름이 여성 개인의 생존과 부딪힐 때 옳고 그름만으로는 사태를 판단할 수 없다. 매 순간 어떤 입장을 가질 수는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완벽한 답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그 시간들을 통과해 지금의 나는 성매매는 사업도 직업도 아니며 결코 이를 ‘노동‘이라 부를 수 없다는 최소한의 선(경계)을 가지게 되었다. - P16

성매매를 노동이라고 말하는 순간 착취는 그저 개인이 감당해야 할 일이 된다. 성매매 안의 착취적 본질은 악당 같은 포주와 특별히 폭력적인 몇몇 구매자만 제거하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성매매가 곧 성 착취다. - P18

이런 세계에서 입장 없음의 입장을 견지한다면 결국 현 상황의 방관자가 될 뿐이다. - P19

성매매에서 ‘남성의 본능 수호‘오 ‘성매매 여성의 자율 수호‘는 한 쌍처럼 붙어 다녔다. - P23

그러나 이런 여인의 육신을 일시의 상품으로나마 사야마 할 기회조차 없으면 안 되는 독신 노동자 빈민은 어떻게 할 것인가(오기여, <공창> 중)


위 글이 발표된 것은 1946년이다. 일제 강점기 해방 직후 온 민족이 한마음으로 독립의 기쁨을 나눌 때에도 성매매 여성들은 열외였다. 이들은 빈민 계층 독신 노동자의 성욕 해소를 위해 계속 ‘공창‘에 남아주어야 했다. - P23

‘성 판매 여성‘은 ‘판매‘하는 여성의 자율성을 부각하여 성매매를 사회적 구조 속에 놓이는 총체적 틀에서 볼 수 없도록 만든다. - P25

성차별적 사회 안에서 자원의 기울기는 언제든 여성을 남성에게 종속시킨다. 자원은 돈에만 있지 않다. 여성을 창녀라는 프레임 안에 둘 수 있는 것은 여성이 결국 남ㅅ멍의 소유물이라는 전제 때문이다. - P26

성매매는 ‘도시의 하수구‘라며 성매매 여성을 정화의 도구로 호출하고 「늙은 창녀의 노래」에서 삶의 영감과 위로를 받는다는 남성들은 대체 누구를 증오하고 무엇을 찬양하는 것인가. 스스로의 능력으로 살아가는 여성들을 끌어내리지 못해 안간힘을 쓰고 여성을 구매할 수 있는 위치를 지키기 위해 그토록 애쓰면서 동시에 여성들을 창녀라 낙인찍을 수 있는 그 자리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 P28

[성매매방지법]제정 이전 수많은 ‘퇴폐 이발소‘가 조직형 · 기업형으로 운영됐고, 명절에는 성매매 집결지에 방이 모자라 업주들이 인근 모텔까지 빌려 영업을 했으며, 여관발이 성매매와 목욕탕 성매매는 24시간 영업이 돌아갔다.낮시간에도 근무 중 잠시 ‘쉬러‘오는 사무직 남성들로 늘 북적였다는 게 당시를 경험한 성매매 여성들의 증언이다. 확언할 수 있는 것은 당시부터 한국의 성매매는 남성들이 받는 모든 서비스 업종에 부차적으로 제공되는 형태였다는 것이다. 남성들이 가는 곳 어디든 성매매가 가능하도록 세팅되어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 P35

성매매는 매우 계획적인 행동이며 더구나 돈이 있어야 실행 가능하다. 남성들은 사회적 여건을 따져 성매매를 선택하며 자신의 경제 사정에 따라 구매를 계획한다. 돈과 계급이 관여하는 성매매 시장 안에서 이들은 구매자 남성 간의 위계화, 좌절, 소외 등을 겪는다. 성매매는 본능의 영역이 아니라 문화와 경제, 즉 구조화된 체계 속에 있다.
한국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일반화시키는 건 다른 무엇도 아닌 우리 사회가 만들고 재생산하는 이러한 통념이다. 남자는 짐승이고 성욕은 본능이니 성매매를 못 하게 하면 성범죄자가 된다는 말에 진정 분노하고 저항해야 하는 것은 누구인가. - P38

구매자들이 업주에게 하는 가장 첫 질문이 ‘가장 어린 애가 누구냐‘라고 한다. 그리고 귀신같이 제일 어린 여성을 선택한다. - P41

장애인권의 문제는 보편적 복지와 닿아 있는 영역이다. 이런 사안을 성매매할 권리로 치환하는 건 문제적이다. 장에인에게도 성 구매자가 될 권리를 주라는 주장이 ‘인권‘의 영역에 들어갈 수 있는가. 섹스 볼런티어에 나서야 할 이들의 인권은 열외로 하고, 대형 성매매 업소를 마치 장애인 인권을 위한 장소인 것처럼 홍보 하는 것은 지극히 한국 남성 성 구매자의 관점이다. - P43

2018년 KBS 「추적60분」에서는 포털 사이트에 등록된 성매매 업소가 2393개로 전국 고등학교보다 많다는 비교를 통해 한국 성매매 시장의 거대함을 충격적으로 보여주었다. - P48

한국의 거대한 시장은 사회적으로 얼마나 많은 이가 성매매를 용인하고 있는가를 증명한다. 성매매 시장 규모를 줄여나가기 위한 방법론은 다양할 수 있겠지만 ‘이렇게 거대한데 어쩌겠는가‘와 같은 ‘통념‘은 방법론일 수 없다. 누가 이 같은 체념을 추동하고 성매매를 자연적인 것으로 만드는지, 그를 통해 이익을 보는 것은 누구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 P50

남자친구의 성매매 이력을 알려준다며 사업을 시작한 ‘유흥탐정‘이라는 사이트는 경찰이 잡고 보니 ‘골든벨‘이라는 성매매 알선업자들의 공유 애플리케이션에 등록된 무려 1800만 명의 성 구매자 명단을 이용한 것이었다. - P53

조용하고 얌전한 듯 굴면서 시킬 건 다 시키고, (일본도)한국처럼 콘돔을 안 쓰려는 구매자가 대부분이었다고 했다. - P56

부녀자를 접객원으로 두고 술을 따르고 흥을 돋우도록 법에 명시되어 있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일본과 한국이 유일하다. - P57

지금 한국에서 성매매를 논할 때 ‘성매매는 가장 오래된 직업‘이라거나 ‘우리 역사에 이미 오래도록 존재했다‘는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물론 그러므로 현재의 성매매가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피력하기 위한 말이다. 하지만 노예제 시절을 되새긴다고 지금도 노비와 신분제가 필요하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오래되었고 예전에도 있었다는 것이 현재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 - P59

남성의 욕구를 위한 도구로서 국가적 관리 대상이 되는 여성들은 국가의 필요에 의해 동원되면서도 동시에 도덕적으로 타락한 존재로 규정되었다. - P65

좀 더 자란 뒤 성매매를 문제적으로 인식하면서 나는 내가 생각보다 성매매와 무관하지 않음을 깨닫게 되었다. 내 과거의 장면들에 성매매와 연관된 이미지와 장소는 얼마든지 있었다. 근대무학으로 배운 단편소설에서, 무수한 영화 속에서, 길거리에서, 어른들의 사사로운 이야기에서 성매매는 이미 당연한 일상의 구조와 문화로 어디에나 존재했다. - P70

성매매를 당연시하고 여성들의 몸을 전시하고 쇼핑하기를 권리로 여길 때, 다른 모든 여성 서비스 직종 또한 성매매화된다. 성매매 합법화나 비범죄화를 주장하는 이들이 사례로 드는 대표적인 나라들의 상황도 동일하다. 성매매를 허용하는 스위스는 창의적인 업태들을 속속 만들어냈다. 2013년에는 지방정부가 길거리 성매매를 위한 드라이브인(drive-in) 성매매 장소를 만들더니 2016년에는 ‘페이스걸(facegirl)‘이라는 업체가 음료를 마시는 동안 구강성교를 제공하는 커피숍을 개장했다. 이 업소에서는 아이패드형 메뉴판으로 여성과 음료를 주문한다. 성매매가 ‘된다‘고 하는 순간, 그 가능성은 곧 ‘시장‘이 된다. - P88

더구나 국가 정책으로 만들어진 성매매 시장은 공권력과의 결탁을 배태하게 된다. 성매매 아선 업소들과 공권력의 뿌리 깊은 유착·부패는 성매매 시장의 본질적 성격에서 기인하지만 한국적 상황에서는 성매매 알선 조직의 거대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엄청나게 커진 규모의 경제가 권력을 만들고, 이 권력이 공권력조차 하수인 또는 공모자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경찰도 이 ‘잘나가는‘ 사업에 끼어들기 위해 업주와 친구가 되고 투자자가 되고 결국 스스로 업주가 된다. 검찰은 스폰서 노릇을 자처하는 거대 업소의 조력자가 된다. - P89

온갖 직군의 사람들이 성매매 알선에 나서는 것은 손쉽게 많은 돈을 벌 수 있고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수많은 개인과 전문직 종사자들이 포주와 공모하고 조직 폭력 단체로부터 현직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성매매로 기꺼이 이 이득을 취한다. 한편에서는 사채업자가 다른 한편에서는 무당이 성매매를 종용한다. 한국 사회의 온갖 자리에서 이들은 성매매 알선에 각자의 권력을 사용하고 이로써 부를 축적하고 있다. - P99

이 같은 남성들의 유흥은 대중문화를 통해 수업이 재현되면서 일상적인 것이 된다. 흥행에 성공한 「내부자들」(2015) 「베테랑」(2015) 을 비롯해 한국의 근·현대 사회상을 그리는 대표적 영화들에서 유흥업소는 사건이 이루어지는 매우 핵심적인 장소로 등장한다. 이곳에서 남성들이 서로의 권력고 연대를 재확인하며 중요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동석한 접대 여성들의 모습 또한 반복적으로 배경이 된다. - P100

거절과 저항이 있을 것을 알면서도 사진고 영상을 찍고 부지런히 업로드하는 남성들은 누구의 인정이 필요한 걸까. - P116

비단 연예인뿐 아니라 정치인, 언론인 등 자신의 커리어 관리를 위해 여론의 시선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들이 성 구매에 나선다는 것은 그들을 상대하는 성매매 여성의 목소리를 의식하지 않기 때문이며, 그것이 크게 문제시될 일이라 여기지 않는 사회 환경에 기인한다. - P117

성매매하고, 성매매 사실을 경쟁하고 인증하는 이 소비자들은 알선 시장의 노예다. 돈을 바치고 열광적으로 후기를 게시하며 인정받으려 애를 쓴다. 성 구매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도록 만들어진 사회에서 남성들은 성구매자로 창조된다. - P118

대부분의 여성에게 가장 큰 진상은 할 거 다 하고 돈을 안 내거나 사정 못 했다고 또는 서비스가 맘에 안 든다고 돈을 돌려달라고 하는 이들, 정해진 서비스 외에 더 많은 걸 요구하면서도 돈은 더 내지 않는 이들이다.
구매자들은 성매매 여성을 멸시하며 ‘돈 받고 몸이나 파는 주제에‘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생각은 스스로에게도 함정이다. 그 역시 그‘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 P119

성 구매자는 섹스에서 소외된 시장의 노예일 뿐이다. - P123

남성들은 다른 한 성별을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으로 만들고 다 함께 그 구매권자가 됨으로써 그들 사이의 위계에 내재하는 착취와 폭력을 지워버린다. 절대적으로 낮은 계급(비남성)이 존재할 때 남성 간의 위계는 상대적 특권이자 견딜 만한 것이 된다. 그리고 그 특권을 잃지 않기 위해 남성 동성 집단은 부조리에 침묵하거나 착취에 공모한다. 또한 동성 사회에서 힘 있는 남성의 착취를 고발하는 대신 그들 외부의, 보다 낮은 계급인 여성에게 박탈감을 전가하고 분노를 퍼붓는다. - P126

질문할 것은 그들이 왜 성매매를 하는가가 아니다. 취약한 계층의 여성이 절박한 상황에서 성매매로 유입되고 이 시장은 너무나 손쉽게 그들의 취약함을 이용한다. 이때 그 ‘일‘이 과연 상식의 영역인가가 문제다. 그 ‘일‘은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그걸 ‘노동‘이라 인정하는 일이 과연 그들의 권리를 지켜주는가를 질문해야 한다. - P136

성매매는 그 존재만으로 성폭력의 경계 자체를 사라지게 한다. - P147

연구에 따르면 성매매 여성에 대한 성 구매자 남성의 공감 능력은 성을 구매하지 않는 남성보다 낮으며, 강간 및 기타 강제적 성행위를 시도한 비율이 성 구매 남성에게서 높게 나타난다. - P148

여성이 노동자가 아닌 상품으로 취급되고 일정 가치를 기대하는 구매자들이 존재하며 그 기대를 배반할 때 가차 없이 훼손당하고 버려지는 이 과정에서 여성은 인간으로서 존중되지 않는다. - P149

이 시장에서 남성이 구매하는 것은 ‘성욕 배출‘의 기회가 아니라 내 성욕을 위해 대상을 지배하는 욕망의 실현이다. 성매매의 순간 "여성은 거기에 없는 것과 같다"는 구매자의 말대로, 성매매 현장에 ‘여성‘은 없다. 상품만이 존재하며, 그리하여 상품이 된 인간이 겪는 모든 폭력은 성폭력이 아닌 그 무엇이 된다. - P150

수많은 성매매 경험 여성들은 절대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성매매를 하는 대다수의 여성이 할 수만 있다면 이 ‘일‘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말한다. 그리고 아주 평범한 삶을 살고 싶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이유를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단지 이 사회가, 구조가 이를 외면하거나 보지 않는 것이다. - P151

현장에서 만나는 성매매 여성들은 성매매를 강간이라 단언한다. 그리고 성 구매자는 평소 그가 어떤 사람이든 그 순간은 그저 짐승이 된다고 표현한다. 성 구매자를 상대하기란 매번 온몸의 긴장을 요하는 일이고 그렇기에 늘 온몸이 아프다. 내가 만난 자갈마당의 성매매 여성들은 상품으로서 몸을 준비하느라 아팠고, 그 몸을 상품으로 사용하면서 또 아팠다. - P160

네덜란드와 독일의 대형 성매매 업소 포주들은 성공적 사업가로서 자서전을 출간하고, 이들이 성매매 알선업소 운영을 컨설팅해주는 리얼리티 쇼가 제작되었다. 영세 사업자를 돕는 취지로 제작된 한국의 컨설팅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과 유사하지만 이들의 컨설팅은 성매매 알선업으로 성공하는 방법이고, 더욱 다른 것은 자본의 규모다. 그들은 직접 프로그램을 제작할 만큼의 재력과 전방위 로비스트가 될 권력을 가지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 ‘포주들‘은 정계로 나아간다. - P176

반성매매 활동가 레이철 모랜은 그의 책을 통해 이 기사의 많은 부분이 왜곡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국제 앰네스티의 입장은 ‘성 노동 프로젝트 세계 네트워크(Global Network of Sex Work Projects)‘에서 나온 것이며, 그 네트워크의 공동 의장은 성 착취 목적으로 인신매매를 하여 멕시코에서 15년형을 살고 있다. - P192

성매매 완전 비범죄화 사회가 수호하는 것은 결코 성매매 여성의 권익이 아니다. - P200

성매매 시장이 성립하면 그다음은 원하는 무엇이든 ‘구매할 수 있는 것‘이 된다. 강간도, 모든 착취적 판타지도, 소녀와의 연애 같은 정서적 착취부터 어느 구멍이든 삽입하는 신체적 착취까지, 어디까지가 성매매인지 경계를 정할 수 없다. - P206

합법적 성매매 시장에서 성매매는 더욱 잘 닦인 사업으로 관리되고 이곳에서 여성들은 구매자가 원하는 모든 것을 팔게끔 설치된다. 모든 여성의 서비스가 공식적으로 성매매가 되는 것이다. - P207

일본 AV는 합법화된 ‘n번방‘이다. - P211

유명한 방석집 집결지가 있다. 그곳에서 막 빠져나온 여성과 함께 경찰 조사에 동행했다. 지방경찰청의 여성 청소년계 담당 경찰은 30대 초반의 남성이었다. 업주를 불러서 대질 조사를 받는 자리, 선불금이 포함 빚이 1억에 가까운 여성의 상황에 대해 질문하고 있었다. 업소가 정해놓은 납득하기 힘든 비용 계산 규칙들을 확인하던 중 경찰이 업주에게 물었다. "왜 홀복값을 여성이 부담해야 하죠? 경찰복은 내 돈으로 사지 않는데." ‘민중의 지팡이‘라는 표현을 그대로 체화한 것 같은 경찰들을 만날 때가 있다. 그들이 정말 고맙다. - P212

전문 인터뷰어로 많은 저서를 발간한 지승호는 2015년 《성 노동자, 권리를 외치다》라는 당사자 인터뷰집을 냈다. 나는 그들(김두식, 지승호)의 글에서 그들 자신의 도덕적 우월을 과시하는 것 외에 어떤 성찰이나 다른 가치를 느끼지 못했다. (중략) 진보를 자처하는 남성 지식인들의 이런 자세는 게으르거나 또는 자신들의 입장은 유보한 채 당사자를 내세워 책임을 회피하는 비겁한 짓이다. 그들은 ‘성 노동‘을 주장하는 당사자의 당사자성에 열광하며 성 노동론에 힘을 싣지만 정작 그 당사자들의 인터뷰에도 등장하는 성매매의 폭력적 본질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다. 성 구매자의 문제, 알선업자와 내통하는 권력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으며 그저 성매매가 자신에게 필요하다 말하는 여성의 말을 취해 ‘당사자들이 원하니까‘로 이야기를 가져간다.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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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04-24 21: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날씨도 좋은데,˝라고 하시지만, 날씨가 이렇든 저렇든 다락방님 우선순위는변동 없었을 듯합니다. 저도 낮에 다락방님 페이퍼 읽고, 도서관 다녀왔어요. 다락방님 요 페이퍼에 등장한 책 세권이 서가에 조르르 같이 진열되어 있어서 데려왔습니다!

다락방 2022-04-25 07:55   좋아요 2 | URL
오오, 도서관 서가에 나란히 진열되어 있다니. 좋은데요? 후훗.
맞아요, 알라 님 말씀대로 날씨가 어떻든 저는 이 책을 읽었겠지요. 그래도 일요일 낮에는 일자산 다녀왔어요. 계속 책만 읽고 있을 순 없어서요. 초록초록한 나무를 보고 왔답니다. 후훗.
재미있는 책 읽기가 되진 않겠지만, 의미있는 책읽기는 될테니, 알라 님, 대여해오신 책으로 의미있는 시간 보내세요!

얄라알라 2022-04-25 13:3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실은 제가 플친님들 서재 마실다니다 보면
대여해서 보는 거 저만큼 선호하는 날나리 책꾼이 없는 것 같아요

다들 밑줄 많이 그으시고, 메모하시며 읽는데
저는 책 그만 들이고 싶다는 강박에 사로잡혀서^^;;;;

바꿔야겠어요...

책읽는나무 2022-04-24 22: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늘 시험기간인 아이 덕분에 도서관에 따라가서 <레이디 크레딧> 3부를 읽고, 밖으로 나왔는데...심적으로 정신이 조금 혼란스럽더군요. 이런 세계가 있다는 것에 충격도 오고..저녁을 먹는데도 정말 입맛도 뚝!!!! 책에서 헤어나오기가 힘들었어요.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겨우~~ㅋㅋㅋ

바깥 날씨도 좋은데 주말에 이런 책을 읽고 있었다는 마지막 문구!!!
정말 가슴 찡한 문구입니다.
이 책도 쉽지 않겠군요.

다락방 2022-04-25 07:57   좋아요 3 | URL
저는 오늘 출근길에 레이디 크레딧 읽는데 등급제의 아가씨들..에 대한 설명을 읽자니 그냥 막 답답하고 그렇더라고요.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대한민국은 성매매에 깊이 관여하고 있고 여자 알기를 정말 상품 알기로 하는.. 막연하게 성매매 남성들이 많다는 건 알긴 했지만 성매매 업소가 고등학교 수보다 많대요!! 전 정말 너무 어이가 없어서.. 교육보다 더 중요한 성매매인 것입니다. 휴..

책나무 님, 화이팅이요!!

그레이스 2022-04-25 11: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긴 발췌 행렬!

다락방 2022-04-26 07:34   좋아요 1 | URL
더이상 칸이 추가 되지 않아 더 못했습니다..

독서괭 2022-04-25 13: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크.. 좋은 날씨에도 마음이 힘들어지는 책을 읽고 공유해주시는 다락방님. <페이드포> 사놨는데 빨리 읽어야하는데요..ㅎㅎ 5월엔 꼭 <레이디 크레딧> 읽고 페이드포도 시작해보겠습니다. (이미 4월은 포기)

얄라알라 2022-04-25 13:38   좋아요 2 | URL
독서괭님, 저는 오늘부터 시작이예요....같이 그냥 4월 도전해보실래요?^^ 늦게 입수한 주제에 완주하겠다는 허풍을 떠는 저..

독서괭 2022-04-25 13:44   좋아요 1 | URL
얄라님 저는.. 일단 <여성괴물>을 끝내야해서요.. 먼저 가세요..🥺

얄라알라 2022-04-25 13:49   좋아요 1 | URL
^^ 그렇게 말씀하시니, 정말 같은 여행 노선 가고 있는 동반 여행자 느낌 납니다.
그렇게 독서괭님께서 밀어주시니, 그럼 저는 먼저 가겠습니다. 일단 <레이디 크레딧> ˝책을 펴내며˝는 다 읽었습니다. 차근차근 4월 26,27, 28, 29, 30^^;;

<여성괴물> 응원드리겠습니다. 저는 2/3쯤에서 중도하차했기에 드릴 말씀이 없이 부끄

독서괭 2022-04-25 13:53   좋아요 2 | URL
저도 책을 펴내며는 읽었습니다 ㅋㅋㅋㅋ
얄라님 화이팅입니다~!! 근데 5월 책이 어려워보여 벌써 걱정입니다😂

다락방 2022-04-26 07:35   좋아요 1 | URL
벌써 4/26 이고 4월은 30일 까지밖에 없네요. 저도 부지런히 읽어야겠습니다. 이제 절반을 넘긴지라 심히 걱정됩니다 ㅠㅠ

Jeanne_Hebuterne 2022-04-26 09: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자가 뭔가를 거절할 때 남자가 말하는 ‘비싸게 구네‘의 속뜻을 알고 박완서님의 말이 떠올랐어요.
토종이구나.
 
페스트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33
알베르 카뮈 지음, 유호식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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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발병한 후로 마스크를 쓰고 다니면서 나는 좀비에 대한 흥미가 생겼더랬다. 좀비에게 물리면 좀비가 되고 다른 인간을 또다시 좀비로 만들고, 그 틈에서 아직 물리지 않은 인간들은 끝까지 물리지 않기 위해 기를 쓰고 도망치는 스토리. 좀비라는 아름답지 않은 존재에 대해 그간 흥미도 없었고 관심도 없었고 그보다는 가급적 피하고 싶었었는데, 갑자기 좀비를 보고 싶고 알고 싶어졌던 거다. 그렇게 닥치는대로 유명한 좀비 영화를 그리고 유명하지 않은 좀비 영화를 봤다. 좀비들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 남은 인간들의 삶을 보는 것도 흥미로웠고-적은 인간만 남은 인간들 사이에서도 강간을 시도하는 인간들!- 무엇보다 끝까지 좀비로부터 살아 남으려고 도망치고 숨고 도망치고 숨는 인간들에 대해서는 경이롭게 느껴졌다. 어떻게 끝까지 그렇게 도망치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무엇보다 그런 인간들 중에서 좀비에게 물리고 난 후의 치료제나 백신을 개발하려는 사람들도 있었고 그 과정에서 좀비랑 싸우는 인간들도 당연히 더 많았다. 벽을 더 높게 세우는 등의 남은 인간들의 요새를 만들어도 그곳에 어느 틍메 좀비는 치고 들어왔다. 또 싸우고 또 도망치고... 내가 '아직' 좀비에게 물리지 않았다면 언제든 물릴 수 있을텐데, 그런데 물리지 않기 위해 이렇게 계속 도망치고 싸워야 하다니, 이것은 얼마나 피곤한가. 차라리 물려버리는 것이 속 편하지 않을까? 차라리 물리면 또 물릴까봐 염려하지 않아도 되고 내가 언제 물릴지 몰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고 싸우지 않아도 되고 도망치지 않아도 될텐데. 그렇다면 물려버리는게 낫지 않을까? 왜 저들은 저렇게 기어코 물리지 않기 위해 애를 쓸까? 그것은 물려버리는 것보다 더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함을 의미할텐데. 그렇게나 좀비가 아닌 인간으로 남아있길 원하는걸까?


코로나에 걸리고 싶지 않아서 나는 무조건  KF94 마스크를 쓰고 다녔다. 여름에 아무리 더워도 나는 그랬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나는 가장 감염 위험이 높다고 판단됐고 할 수 있는 걸 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스크라도 내가 감당해야 했다. 아주 오래 아무도 만나지 않았고 밥은 사무실에서 도시락이나 배달로만 먹었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친구들을 아주 가끔 만나기도 하고 까페에 가보기도 하고 그리고 외식도 하면서 지낼 수 있었는데 그 과정에는 백신을 3차까지 맞는 예방이 필수였다. 백신을 맞고 하루나 이틀을 옴팡지게 앓고 그러면서도 이것이 코로나에 걸리지 않기 위함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견딜 수 있었다. 그러다 주변에서 여기저기 확진 소식이 들려오면 내가 언제까지 이렇게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할까, 언제까지 만남을 뒤로 미뤄야 할까를 생각하며 우울해지다가 '차라리 걸리는 게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더랬다. 그러면 걸릴까봐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텐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해서 내가 예방을 포기한 건 아니었다. 나는 또다시 단단히 마스크를 쓰고 피할 수 있는 건 가급적 피하면서 살아갔다. 그래서였을까, 내가 양성이라는 걸 알았을 때 엉엉 울었던 것은. 속상했다. 너무너무 속상했다. 그 긴 시간 내가 한 모든 것들이 다 무용해지는 것 같아서 속상했다. 이건 비단 나 혼자만 느낀 것은 아니었으리라.



194X 년의 오랑이란 지역에서 페스트가 창궐한다. 죽은 쥐들이 떼로 발견되었을 때는 이것이 무엇인가 하다가 사람들이 차츰 앓고 죽어가면서 두려워하지만, 그리고 인정하기 싫지만 사람들은 이것이 페스트임을 인정한다. 페스트가 발병한 사람을 격리하고 곪아오른 부분을 찢고 치료를 해도 사람들은 죽어나갔고 이 지역은 그래서 봉쇄된다. 다른 지역에 있는 사람들은 오랑으로 들어올 수 없고 오랑에서도 다른 지역으로 갈 수 없게 된 것. 그러다보니 갑작스레 이별을 한 사람들이 생긴다. 잠시 여행이나 취재차 이곳에 들렀다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고, 다른 지역에 여행갔다가 이곳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니 이 지역을 몰래 빠져나가려고 하는 사람들도 생기고 그런 사람들을 몰래 내보내려는 사람들도 생긴다. 전염병이 점점 더 퍼지고 사람들은 더 많이 죽고 의사들도 힘들어지고(물론 의사들도 죽고) 물품은 점점 더 적어지고, 이에 민간인들은 보건대를 만들어 힘들어하는 의사들과 환자들을 돕기도 한다. 지치고 우울한 시간들이 점점 더 길어지는데 과연 여기에 끝은 있을까. 어떻게 한결같이 의사는 사람들을 치료하고 도우려고 할 수 있을까. 


보건대 중인 한 명 타루는 의사 리외와 이런 얘기를 한다.



사람은 저마다 자신속에 페스트를 지니고 있다는 거예요. 왜냐하면 이 세상 그 누구도 페스트 앞에서 무사하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자칫 방심한 순간에 남의 얼굴에 입김을 뿜어서 전염시키지 않도록 끊임없이 조심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병균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그 외의 것들, 이렇게말해도 괜찮다면 건강, 청렴결백함, 순결함 등은 의지의 소산이에요.
결코 중단되어서는 안 될 의지 말이에요. 정직한 사람, 거의 아무도 감염시키지 않는 사람이란 가능한 한 방심하지 않는 사람을 뜻해요. 절대 방심하지 않기 위해서는 그만한 의지와 긴장이 필요한 법이죠! 그래요, 리외. 페스트 환자가 되는 것은 피곤한 일이지만, 페스트 환자가 되지 않으려는 것은 더욱 피곤한 일이에요. 그래서 모든 사람이 피곤해 보이는 거예요. 오늘날에는 누구나 어느 정도는 페스트 환자거든요. 그리고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몇몇 사람들이 페스트 환자 상태에서 벗어나려고 하면서 죽음이 아니면 빠져나갈 수 없는 극도의 피로감을 느끼는 거고요. - P295



아. 바로 이거였다. 내가 좀비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것, 그리고 코로나를 피하려고 하면서 느꼈던 것. 차라리 물려버리고 싶지 않을까, 차라리 걸리는 게 낫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던 그 잠시의 시간들. 그건 카뮈가 이 책을 통해 말한것처럼 '페스트 환자가 되는 것은 피곤한 일이지만, 페스트 환자가 되지 않으려는 것은 더욱 피곤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페스트에 감염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감염되지 않으려는 것은 의지의 소산이기 때문이었다. 의지. 인간은 의지를 가지고 있는 존재니까, 그래서 기어코 살아남으려고, 피하려고,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옮기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거구나. 왜저렇게 도망칠까, 왜 저렇게 애를 쓸까. 그러게나 말이다. 차라리 좀비에게 물려버리면 한 번에 끝이고 더이상 애쓰지 않아도 되는데. 인간은 의지를 가진 존재이기 때문이었다. 병균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건강은 의지의 소산이기 때문이었어. 바로 이것이 인간이구나 했다. 자연스러운 병균에 침몰당하지 않겠다는 의지, 피하겠다는 의지, 살아남겠다는 의지, 치료하겠다는 의지. 이 모든 '의지'들은 자연에 휩쓸려 가는 것보다 당연히 더 피곤하고 힘들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피곤함을 끌어안고 의지를 실행하는 것. 아, 인간이란 이런 것이 아닌가.



"페스트와 싸우는 유일한 방법은 성실성"(p.194) 이라는 리외의 말은 그러므로 가치 있다. 피곤하지만 성실히 자기 직분을 수행하고자 하는 것, 계속 환자들을 돌보고 치료하고자 하는것, 그리고 치료약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것. 이 성실성은 그야말로 의지의 표현이니까.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오랑에서 페스트가 시작되고 사라지기까지, 환자들을 치료하고 돕고 자원봉사를 하고 혹은 도망치려 하고 나랏일을 하는 그 모든 주요한 인물들 중에 여자는 등장하지 않는다. 



전쟁이 어리석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고 해서 전쟁이 금방 끝나는 것은 아니다. 어리석음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만약 사람들이 항상 자기만 생각하지 않았다면 그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 점에서 우리 시민들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여서 그들은 자신들만 생각했다. 다시 말해, 재앙을 믿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들은 인본주의자들이었다. 재앙은 인간의 척도로이해되지 않는다. 그래서 인간들은 재앙을 비현실적인 것, 곧 지나가버릴 악몽에 불과한 것으로 여긴다. 재앙이 지나가버릴 때도 있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악몽에서 악몽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사라지는 쪽은 사람들, 누구보다도 인본주의자들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미리 대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시민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못한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겸손해야 한다는 것을 잊고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자기들에게는 여전히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 P51

그 생각은 재앙이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었다. 그들은 계속 사업을 했고, 여행 준비를 했고, 제각기 의견을 갖고 있었다. 미래와 여행, 토론을 금지하는 페스트를 그들이 어떻게 상상할 수 있었겠는가? 그들은 자유롭다고 믿었지만, 재앙이 존재하는 한 그 누구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 P51

이처럼 그들은 죄수나 유형수라면 모두 겪게 되는 깊은 고통을 맛보았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기억을 간직하고 살아야 했던 것이다. 그들은 끊임없이 과거를 생각했지만, 그 과거에서 조차 후회의 쓰라림밖에는 맛보지 못했다. 사실 그들은 지금 자기들이 기다리고 있는 그 사람과 할 수 있었을 때 하지 못해 아쉬운 모든 것을 가능하면 과거에 덧붙일 수 있기를 바랐을 것이다. 또한 죄수의 삶이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행복하다고 할 수 있는 이 모든 상황에 자기 곁에 있지 않은 사람들을 결부시켜 생각하고 있었다. 있는 그대로의 상태에 만족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현재는 견딜 수 없고, 과거는 혐오스럽고, 미래마저 박탈당한 처지여서, 우리는 인간에 대한 정의감이나 증오심 때문에 감옥에갇혀 지내야 하는 자들과 비슷했다. 그 견딜 수 없는 휴가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결국 상상 속에서 기차를 다시 달리게 하고 울리지않는 초인종을 연거푸 누름으로써 시간을 메우는 길뿐이었다. - P91

간단히 말하면, 그는 여전히 아내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가 원한 것이 있다면, 그녀에게 편지라도 써서 자신을 변호해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게 어렵더군요." 그가 말했다. "그런 생각을 한 지는 오래되었어요. 서로 사랑할 때는 말을 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어요. 그런데 항상 사랑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적당한 시기에 할말을 생각해내서 아내를 붙잡아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어요." 그랑은 체크무늬가 있는 손수건 비슷한 것에 코를 풀었다. 그러고는 콧수염을 닦았다. 리외는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 P102

그러나 서술자로서 이 보건대를 실제 이상으로 과대평가할 생각은없다. 사실 오늘날 많은 시민들이 서술자의 입장이라면 보건대의 역할을 과장하고 싶은 유혹에 굴복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떤 행동이 아무리 훌륭해도 그것을 지나치게 중요시하다보면 결국은 간접적으로나 악에 강력한 찬사를 바치게 된다고 서술자는 믿는 편이다. 왜냐하면 그 경우 훌륭한 행동들이 그토록 대단한 이유는 단지 보기 드물기 때문이며, 악의와 무관심이 인간 행동의 더 흔한 동인이라는 것을 가정하게 되기 때문이다. 서술자가 공감할 수 없는 생각이 바로 그것이다. 세상의 악은 거의 다 무지에서 나오며, 양식 良識이 없다면 선의도 악의와 마찬가지로 많은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인간은 악하지 않고 오히려 선한 존재지만, 사실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인간은 많이 알수도 있고 모를 수도 있는데, 그것을 미덕이나 악덕이라고 부른다. - P157

가장 절망적인 악덕은 자기가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믿고 사람을 죽이는 것을 스스로 허용하는 무지의 악덕이다. 살인자의 영혼은 맹목적이며, 통찰력을 최대로 발휘하지 않으면 진정한 선도 아름다운 사랑도없다. - P158

"당신 말이 옳아요, 랑베르, 절대적으로 옳아요. 당신이 지금 하려는 일을 나는 결코 막지 않을 거예요. 당신이 하려는 일은 내가 봐도 정당하고 좋은 일이니까요. 하지만 이것만은 말해주고 싶어요. 이 모든 것은 영웅주의와는 아무 상관이 없어요. 이건 성실성의 문제예요. 비웃을지 모르지만, 페스트와 싸우는 유일한 방법은 성실성입니다."
"성실성이 대체 뭔가요?" 랑베르가 갑자기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일반적인 의미에서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나를 예로 들면, 성실성은 내 직분을 완수하는 거예요." - P194

그들은 기억도 희망도 없이 현재 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사실 그들에게는 모든 것이 현재로 변했다.
페스트가 모든 사람에게서 사랑을 나눌 힘을, 심지어 우정을 나눌 힘조차 앗아갔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사랑에는 어느 정도미래가 요구되는데, 우리에게는 순간들만 남은 것이다. - P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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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 2022-04-17 16:1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눈에 안 보이니까 소홀하게 되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저는 뭐 만질 때마다 다른 손으로 소독약 꺼내서 소독하곤 하는데, 그 이유가 무심코 마스크 조정하려고 만지거나 눈을 비비거나 하는 거 때문이거든요. 손이 자꾸 얼굴로 가는데 코로나가 호흡기 뿐만 아니고 눈을 통해 감염될 수도 있다는 거는 자주 소홀히 하게 되더라고요. 화장실에서 볼일 보고 손 안씻는 분들 보면 말 다했죠;;
전 코로나 이전에도 늘 마스크를 끼고 다녀서 나쁜말도 많이 듣고 예민떤다는 말도 많이 들었는데요. 안 걸리는 게 낫다는 생각에 횡단보도에서 제 뒤통수쪽으로 누가 말하고 있다면 피하고 카페에서도 말하는 입이 제 쪽으로 오지 않는 자리에 앉고 사람들이 너무 가까이 통행하면 피하고 늘 그렇게 산 거 같아요. 그나마도 서울이 아니니까 밀도가 작아 피할 수나 있었죠.
근데 완화 분위기만 나오면 사람들이 다시 풀어지고 흐트러지고 그러니까 이해는 가는데 또 너무 무서운 거에요. 코로나 이후에도,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마스크 꼈다고 차별하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도 자주 들고요. 십년을 호흡기 질환들로 고생했더니 마스크 쓰는 게 편한데… 코로나가 지나도 눈치 안 보고 마스크 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근데 다락방님, 저도 걸리면 울것 같아요. 저도 몇가지 병 걸렸을 때 그땐 마스크는 안 꼈어도, 내가 그렇게 조심했는데 싶고 너무 갑작스럽고 나한테 옮긴 사람 누굴까 하며 매일 분노했어요. 그 사람 때문에 나는 모든게 망가졌는데 보균자인 것도 모르고 활보하고 돌아다니고 어쩌면 카페에서 내쪽으로 앉아가지고 침튀기며 이야기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지금도 앉은 사람 얼굴이 제 방향이면 카페에 못 앉아있어요. 담배 피우는 사람 보면(그게 아빠도…) 화가 나요. 저 사람들 때문에 내가 많이 아팠지, 하면서 보기만 해도 화가 나요. 의외로 담배 연기 안 싫어하고 잘 견디는 편인데도요. 아마 지금이라도 코로나에 걸린다면 미접종자지만 그때처럼 똑같이 분노할 거 같아요. 7일 격리동안 절대 쿨할 수 없을 것 같고요. 감염자인 게 서러운데 바로 전파위험 때문에 관리대상이 되면 대체 내가 뭘 잘못했지? 억울하더라고요.
그래도 얼른 나으세요. 몸에 최대한 무리나 후유증이 없길 바랄게요!!
역병이 창궐하는 디스토피아 류가 저는 좀 전쟁에 대한 백신처럼 느껴져서 정신이 번쩍나요. 저는 좀비물은 못 읽겠고 에볼라바이러스 이야기는 심각하게 읽게 돼요. The Hot Zone 좋아해요. 서술하는 스타일은 좀 구식이지만 그래도 다큐멘터리 보는 거 같고 소설같고 생생해요. ㅠㅠ
암튼 어서 나으세요! 파이팅!!

다락방 2022-04-18 11:04   좋아요 2 | URL
저는 우는 저 때문에 당황했고 나중에 대체 왜 운거야.. 했지만 그 당시에는 왈칵 눈물이 나더라고요. 이 나이에 코로나 걸렸다고 우는게 너무 부끄러웠는데 그 때는 그런데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어요. 어휴..

핫존은 뭐지 싶어 검색했더니 6부작 드라마네요? 넷플이나 와챠에서는 검색이 안되네요.

저 좀비물 책으로는 별로 읽은 거 없고 영화를 막 봤었어요. 좀비가 전염병과 너무 흡사한 것 같아서요. 그전까지는 좀비 너무 보기 싫었는데 1,2년간 엄청 몰아봤네요. 그 때 보려고 검색해서 다운 받아놓은 것들이 아직 폰에 있는데 못 본 것도 몇 개 있어요. 어느 시기를 지나니까 또 보기가 싫어지더라고요.

몸은 많이 회복하였고 이제 기침과 가래만 사라지면 될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페르소나 님!

persona 2022-04-18 11:09   좋아요 1 | URL
핫존:에볼라 바이러스 전쟁의 시작 이 번역서예요. 드라마로도 나왔나보네요. ㅎㅎㅎ 날이 좋네요. 좋은 월요일 보내세요!

프레이야 2022-04-17 16:5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몸은 좀 어떤가요?
이제 걸리지 않은 사람이 더 조심하고 몸사리고 그래야 할 세상이 된 것 같아요.
매일 새로운 뉴스가 아주 그냥 그렇습니다.^^
병균과 바이러스는 자연스러운 것이고 건강과 순결과 청렴결백은 의지의 소산,
이라는 말이 와닿아요. 페스트의 문장을 오랜만에 봅니다.
잘 나으시길요 다락방 님.

다락방 2022-04-18 11:06   좋아요 2 | URL
몸은 많이 나아졌어요. 증상 나타난 후부터 사흘간 꼼짝없이 아팠는데 그 뒤로는 잠잠해 지더라고요. 목소리도 완전히 달라졌다가 이제 제목소리로 거의 돌아왔고요.
병균과 바이러스는 자연스러운 것이고 건강은 의지의 소산. 이걸 진짜 작가니까 이렇게 표현해준 것 같아요. 저 구절을 보는데 뭔가 막힌 속이 뚫리는 느낌이랄까요? 작가는 괜히 작가가 아니구나 싶더라고요.

감사합니다, 프레이야 님.

잠자냥 2022-04-17 23: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것도 병인지;; 3차까지 맞고도 이미 걸려버렸고 최소 3개월 동안은 코로나 관련 검사 받지 않아도 된다는 소리까지 들었지만, 몇 주 뒤에는 실내 마스크 착용만 제외하고 코로나 관련 모든 방역지침 해제할 거라는 소리도 들었지만 계속 마스크 끼고, 계속 툭하면 손소독제 바르는 삶에서 못 벗어날 거 같아요. 유난 떨던 사람이 오히려 더 걸렸다고 농담처럼 하는 소리도 들었는데 그 유난을 계속 떨 거 같은 거. 이게 코로나 시대가 제게 남긴 트라우마(?)가 아닌가 싶어요.

내일 출근하시죠? 비체는 좀 어떤가요? 바쁘신 한 주 될 것 같던데, 틈틈히 휴식 취할 수 있고 스트레스 덜 받는 한 주이길 기원합니다.

다락방 2022-04-18 11:08   좋아요 1 | URL
저는 좀 느슨해질 것 같아요. 격리가 해제된 직후라 지금은 철저히 마스크 쓰겠지만, 그리고 저는 외부에서도 앞으로 계속 마스크 쓸거고요. 그렇지만 마음은 막 타이트해진 것에서 조금 풀어지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걸렸던 사람이니까, 하면서요. 저는 제가 유난을 떨었던 것 같지 않고, 저보다 훨씬 철저하게 지켰던 사람들이 걸리는 거 보면서 이런게 다 무슨 소용인가 하다가 저도 걸렸기 때문에.. 어휴. 제가 이렇게나 허무하고 속상한데 저보다 더 철저했던 사람들은 얼마나 더 허망했을까 싶고 그렇습니다. 저는 토요일에 혈액검사랑 엑스레이 촬영할거예요. 병원에서 후유증 검사 해보자고 하더라고요. 휴우.

비체는 아오 아직도 여전합니다. 병원에서 오래 갈거라고 하더라고요. 기침 가래가 여전해요. 그게 너무 싫어요. 비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 더러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초란공 2022-04-17 23: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부장님 비롯하여 많이 힘드셨군요. ㅜㅜ 저도 격리해제 15분 남았습니다. ^^;; 이번 한 주도 건강히~!

다락방 2022-04-18 11:09   좋아요 1 | URL
초란공 님도!!!
격리해제 되었겠네요, 지금은!
맛있는 거 잘 드시고 체력 회복하세요. 격리 해제 후 체력하는 것도 힘들다 하더라고요. 건강하게 지냅시다, 초란공 님!

노란곰 2022-04-18 0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떤 느낌으로 우셨는지 그 속상함이 제게도 전해지는 것 같아요. 전 남편 회사일로 당분간 유럽에서 지내고 있는데 여긴 마스크 해제가 된지 오래라 우리 가족만 마스크 쓰는 삶을 살고 있어요. 가끔 따가운 눈총도 받지만 굴하지 않고 니들이 민폐고 난 배려자야… 란 생각으로 꿋꿋하게 쓰는데 여름날씨엔 저도 항복이네요. 우리집 꼬맹이는 이제 마스크를 안쓰면 불안해하는데 참 보기가 짠해요.. 여긴 이미 실내엔 텅비어있고 테라스가 그득그득하다는.. 부활절 휴일로 내일까지 쉬는데 다락방님도 같이 쉬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얼른 회복하셔요~~

다락방 2022-04-18 11:11   좋아요 2 | URL
울던 당시에는 그 느낌을 설명할 수 없었어요. 엄마가 왜 우냐고 하는데 저도 제가 왜 우는지를 모르겠더라고요. 시간이 좀 지난 후에야 이래서 울었나보구나 저래서 울었나보구나 생각하고 있어요.
한국도 이제 외부에서는 마스크 안써도 된다는데 저는 계속 마스크 쓸 것 같아요. 이제 마스크 안쓰면 불안할 것 같아요. 코로나 처음 발병했을 때 저는 아이들한테 정말 미안하더라고요. 어른들도 쓰기 답답한 마스크인데 그토록 작은 아이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한다니 ㅠㅠ 저는 작년에 조카가 태어나서 이제 돌 지난 아가도 외출할 때 마스크를 써요. 어휴 정말 마음이 너무 아파요. ㅠㅠ

잘 먹고 회복해야지요. 노란곰 님, 감사합니다.

독서괭 2022-04-18 12: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다락방님, <페스트> 아직 못 읽어봤는데 이거 참 코로나시대에 나온 소설처럼 친숙하네요.. 중요한 여성인물 안 나온다는 얘기는 무척 씁쓸합니다 ㅜㅜ
저는 아직 안 걸렸는데, 다락방님 마음 알 것 같아요. 그 속상한 마음.. 그동안 ‘환자보다 더 피곤하게‘ 노력했던 게 무슨 소용이었나 싶은 그 마음 ㅠㅠ 저는 애들이 마스크 답답하다고 투덜댈 때도 속상하지만 제가 깜박했을 때 먼저 마스크를 챙기는 모습 보면 더 맘이 짠해져요. 친구 얼굴도 제대로 못 보면서 유치원 다니는 거 생각하면 너무너무 속상해요. 이렇게 애들이 마스크 열심히 쓰는데 걸리면, 특히나 저한테서 옮기라도 하면, 울 것 같아요 ㅠ
에휴.. 다락방님 비체 빨리 털어내시고 ㅎㅎ 잘 견뎌내시길 빕니다..!!

다락방 2022-04-19 11:18   좋아요 2 | URL
저도 어린 조카들 보면 마음이 짠하더라고요. 일전에 한 번은 같이 걷는데 길에 사람이 없길래 지금은 잠깐 마스크 내려, 답답하잖아, 했더니, 괜찮아 하고 마스크 쓰고 있더라고요. 왜 이렇게 어린 아이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하나 싶고, 그러면서도 작은 조카는 코로나에 걸렸었는데, 이 아이가 한 거라곤 학교 다녀온 것밖에 없는데 왜 걸리나 싶어서 또 어른들을 원망하게 되더라고요. 어른들이 진작에 조심했으면, 그러니까 처음으로 거슬러 올라가 애초에 조심했으면 코로나가 전염되지도 그리고 발병되지도 않았을텐데 싶고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미안해져요. 너무너무 미안해요 ㅠㅠ

이 비체는 오래간다는데 이 비체를 제 안에 오래 끌어안고 있어야 하나 봅니다. 인간이란 원치 않아도 더불어 사는 법을 배워야하는 것 같아요.

공쟝쟝 2022-04-18 14: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우리나라 사람들 진짜 고생 많았어요 ㅜ 이거 다 걸려야 끝나는 거 맞는데... 그치만 그래도 지금까지 버틴거잖아여. 얼마전에 최재천 교수님 방송 듣는 데.. 결국엔 사망자로 판가름 날거라고... 위대한 국민이라고 그렇게 말씀해주시는 데 어찌나 안심되던지.... 이번에 많이 앓긴 하셨지만... 아무튼 모두 고생많았어요. 곧~ 코로나 종식 속보가 빨리 뜨기를 기대합니다. 다락방님 몸도 장해요. 오늘 맛난 돈까시 우동 챙겨드시라요 ㅋㅋ.

다락방 2022-04-19 11:20   좋아요 3 | URL
맞아요, 진짜 고생 많았어요. 거리두기 지키느라 마스크 쓰느라. 정말 고생 많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피해갈 수 없다니, 속상하네요. 누구나 그렇겠지만 저는 끝까지 피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덜컥 걸려버리고 말았어요.
대한민국 국민들 고생 많았다... 아직 걸리지 않은 사람들, 계속 걸리지마요. 아파..많이 아파.. 흑 ㅜㅜ

mini74 2022-04-18 17: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차라리 외롭고 힘들고 경계하고 매번 신경 곤두세우며 사는 삶보다 차라리 다수의 좀비가 되는게 낫지않을까 하는 생각 어떤 맘인지 알것 같아요. 다락방님 이제 괜찮으시다니 다행이에요. 전 마스크 여전히 쓸거지만 또 다른 이유로는 ㅎㅎ 너무 많이 쟁여놨어요 ㅋㅋㅋ

다락방 2022-04-19 11:21   좋아요 2 | URL
네, 맞아요, 미니님. 저도 진작 생각했던 것데 카뮈가 딱 말해주지 뭐예요. 걸리는 것도 피곤하지만 걸리지 않으려는 것은 더 피곤하다는 걸요. 저렇게 말해주니 뭔가 이상하게 위안이 되더라고요. 우리는 더 피곤한 일을 다수가 다같이 함으로써 어떻게든 전염을 막으려 하고 있구나 싶어서 말이지요.

마스크 쟁여두셨군요! 저도 충분합니다. 계속 쓰고 다녀야겠어요. 후훗.

새파랑 2022-05-07 08: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이작가님~ 한국의 까뮈라고 불러드리고 싶습니다 ~!! 축하드려요 ^^

루쉰P 2022-05-07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전히 많은 독서와 많은 글을 쓰고 계시네요 ^^ 대단하세요. ㅎ

러블리땡 2022-05-08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ㅎㅎ^^
 
내 팔자가 세다고요? - 나답게 당당히 살고 싶은 여성들을 위한 사주명리학
릴리스 지음 / 북센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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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인 '릴리스'는 내가 나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점을 보완해나가기 위해서라도 사주를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그래서 공부하려고 했었다. 이미 많이 공부한 사람에게 약속을 잡고 찾아가 나에 대한 얘기를 듣는 것도 나는 싫어하지 않지만, 내가 읽어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내가 답답하거나 우울할 때마다 나를 더 잘 읽어낼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데 막상 공부를 하려고 보니 와 너무 어려운 거다. 내 사주 여덟글자에 있는 글자들이 따로 떼어놓고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보는거야 재미있지만 그것들이 어떻게 합을 이루어 어떤 성향을 나타내고 이것이 저것을 밀어내고 저것은 이것을 생하고... 뭐 이런거 읽다 보니까 머릿속이 빙빙 돌아가면서, 그냥 보고 싶으면 이미 공부한 사람에게 돈을 주고 보도록 하자, 라고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그러고보면 사주명리학을 공부할 사람들을 따로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이를테면 어떤 사람들은 수학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이고 어떤 사람들은 외국어를 잘하고 어떤 사람들은 근육을 타고나는 것처럼, 사주를 나타내는 글자들을 가지고 그것에 대한 성질을 외우고 합하고 영향을 미치는 것들을 이해하는 것 역시 기본적으로 어느 지점에서 타고나야 하지 않겠는가. 저자 '릴리스'는 힘든 시기에 사주 보러 갔다가 '반드시 이 일을 해야 할' 사주라는 얘길 듣고 사주 명리학을 봐주는 사람이 되었는데, 나의 경우 사주를 보러 갔다가 '저도 명리학을 공부하고 싶어요' 했더니 '니가 왜 이걸 공부하냐, 니 사주가 이걸 왜 공부해, 이건 하루종일 구석에 앉아서 사람들을 기다려야 하는데 너는 나가서 다른 일해라' 라는 말을 들었더랬다. 그때는 내가 오픈된 사람이라서 이 공부에 적합하지 않은가보다 생각하고 말았었는데, 릴리스의 책을 읽으면서, 그냥 내가 이 쪽으로 머리가 안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머리에서 뭔가 이것과 이것을 합치면 이것이 된다...는 식의 그런 계산이나 공식 같은 거를 잘 외우지 못하는 사람이랄까. 


요리를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닐까. 버터도 맛있고 청경채도 맛있으니 두개를 합치면 더 맛있겠지 했다가 유기농 청경채 쓰레기 만들뻔했던 나로서는(결국 버터청경채된장찌개로 살려냄) 이 성질과 이 성질이 이렇게 합해지면 이런 성질이 될것이다, 하는 것에는 아이큐가 마이너스가 아닐까 싶다. 교향악도 마찬가지. 바이얼린과 첼로와 피아노와 뭐 이런 악기들이 여기에서 이렇게 함께 어울리면 이런 소리를 낼것이다, 하는 것도 나는 내가 가질 수 없는 계산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이게 다, 내가 어릴 때 레고를 안해서 그런것 같다. 나는 지금도 레고 넘나 스트레스... 각설하고,


사주팔자, 여덟글자는 변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그 날 그 시에 태어났기 때문에 가지게 된 글자이므로 변하지 않으니, 그것이 뜻하는 바 역시 그대로일것이되, 이것은 읽고 해석하는 사람이 어떻게 해석하느냐로 차이가 날 것이다. 그래서 내 사주 여덟글자를 가지고 이 사람에게 가면 이 말을 듣고 저 사람에게 가면 저 말을 듣게 된다. 기본 맥락이야 같다 해도 그것을 나에게 어떻게 들려주느냐 그리고 리더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는 듣는 나에게 완전히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하나만 예로 들자면, 나의 경우에는 무술일주, 무관사주, 간여지동이 있다. 대부분의 리더들은 내게 평생 살아가면서 돈걱정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 돈은 네 스스로 네가 벌어나갈 것이다, 너에게 남자는 우선순위가 아니다, 너는 자아가 강하다, 그런데 네가 결혼하면 그 돈을 네가 쓰는게 아니라 남편이 쓰게 된다, 그러니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는 게 너에게 더 나을 것이다, 라고 말한다. 이걸 어느 날 남자 쌤한테 들었는데 나를 아주 상못된여자로 얘기하고 있었다. 이기적이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 내 사주를 보고 이기적이라서 남자가 올 수 없다, 네가 가진 돈을 그 남자에게 오랜 시간 투자하면 그 남자가 좋은 남자가 될것이다, 뭐 이러고 있는 거다. 아니, 내가 왜 내 돈을 오래 투자해서 못난이를 잘난남자 만들면서 살아야 되지? 처음엔 짜증이 나다가 나중엔 웃음이 나서, 아, 명리학도 그냥 공부 한 번 했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세상 돌아가는 거 알아가면서 계속 업그레이드 해야 되는구나 싶었다. 아니, 내가 왜 못난이한테 돈을 투자하면서 잘난이 만들어야 하지? 그냥 나 혼자 살면 내 돈 다 내가 쓰면 되는데? 어처구니가 없다 ㅋㅋㅋㅋㅋ 그뒤로 남자 리더들에게는 편견이 생겨버렸는데, 여튼 나처럼 무관사주인 사람들은 남자 쌤들을 찾지 말라는 조언을 나는 해주고 싶고, 혹여라도 이미 그런 일에 상처 받았다면(사실 근데 무관사주에 간여지동 있는 사람들이 그런 말에 상처를 받을지는 잘 모르겟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릴리스 자신이 무관사주라서 그런지 무관사주에 대해 긍정적 해석을 했을 뿐더러 기존의 명리학 해석은 보수적일 수밖에 없고 그것은 세월의 흐름에 발맞추어 바꾸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도 거기에 동의한다. 당연하다. 여튼 변하는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앉아서 알던 것만 가지고 중얼거리면 그게 바로 세상 꼰대가 되는 지름길이다. 어느 분야든 업그레이드 좀 하고 살자, 인간들아. 



이 책을 읽고자 하는 사람들이라면 이미 명리학에 관심이 생긴 사람들일텐데, 이건 가벼운 에세이쯤이라 보면 좋겠다. 입문자들이 읽고 참고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같고, 이미 숙련자들이라면 다른 사람은 어떻게 해석하나를 보는 것도 좋을것 같다. 특히, 골방에 처박혀서 업그레이드 안하고 꼰대로 사는 사람들이라면, 자기 직업 계속 유지하고 싶다면 읽어라. 다만, 저자 자신의 사주에 대해서는 좀 좋은 쪽으로 팔이 기운다고 해야하나, 무관사주, 수금사주 등에 좀 더 음... 뭐라고 설명해야 되지.. 아무튼 팔이 자기쪽으로 기우는 느낌. 그런데 이걸 뭐 잘못이랄 수 있을까. 내가 쓰면 내 장점만 겁나 나열할텐데 ㅎㅎ 



누구나 살면서 운의 굴곡을 겪기 때문에 대운 및 연운에 따라 운이 좋은 시기와 좋지 않은 시기가 나뉜다. 일부 중화 사주는 크게 차이가 없겠지만 말이다. 운과 더불어 사람의 인연에 대해 말하자면, 자신의 운이 좋은 시기에 만나게 된 타인이 좋은 인연이 된다.

누군가는 이 이야기에 대해 힘들 때 나타나서 도와준 사람이 좋은사람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다. 어떤 사람이 나에게 귀인이냐 아니냐에 대한 판단은 궁합과 함께 상대를 만난 시점, 그러니까 그 사람이 내 삶에 등장한 시점이 언제인가를 살펴보는것으로 정해진다. 그래서 1980~1990년대 한국 드라마에 자주 등장했던, 가난하지만 공부 잘하는 남자를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하며 키워놨더니 성공한 뒤 주인공을 차버리고 더 조건이 좋은 다른 여자와 결혼하는 스토리는 사실 명리학적으로 볼 때 충분히 타당한 이야기다.

인연의 공식은 의외로 단순하다. 나 역시도 최근 몇 년 사이에 겪었지만, 힘들게 하던 가까운 친구나 애인을 끊어냈더니 갑자기 건강이 좋아지고 일도 술술 잘 풀리는 경험을 해본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런 경우는 그들이 내게 좋지 않은 인연이었던 것이고, 진작 끊어냈어야 했던사람들이었다. 반대로 당신이 곁에 머물 때는 잘 안 풀리던 친구나 애인이 당신과 멀어지고 난 뒤 잘나가는 현상을 목격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슬프지만 당신이 그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는 증거다.

흔히 ‘귀인‘이라 불리는 존재는 나에게 필요한 오행과 십성이 발달한사주를 가진 사람이다. 영혼의 짝처럼 나의 부족한 면을 채워주는 존재인 것이다. 운이 좋은 시기에는 귀인이 주변에 등장하고, 운이 나쁜 시기에는 악연을 만나거나 귀인을 잃게 된다. 그것만으로도 운의 길흉과누가 나의 귀인인지 여부를 조금은 알 수 있다.  ( p.113-114)



인연에 대한 부분 읽으면서 가만 생각에 잠겼더랬다. 누군가와 내가 만났던 때를 떠올려 보았다. 나는 수시로 왜 그 사람은 그 시기에 들어왔다가 멀어지고 그러다가 다른 시기에 다시 들어왔을까, 거기엔 어떤 의미가 있을까를 궁금해했는데, 그건 그 사람이 내가 좋은 인연이었기 때문이었을까, 나쁜 인연이었기 때문이었을까. 나와 멀어진 사람들은 나와 멀어진 이후로 더 잘되었을까, 혹은 모든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았을까. 나는 지금 생각나는 한 두 명쯤에 대해서 내가 그들의 인생에 있었을 때 그들의 인생이 더 찬란하지 않았나 싶다. 내가 그들 인생의 큰 복이었을텐데. 물론, 지금의 내가 혼자 하는 생각이지만. 뭐, 이런 생각하면 또 이 봄날에 아련아련해지고 두 눈에 눈물 방울... 이러니까 이런거는 또... 그만두자, 이런 얘기는. 뭐 나는 어쨌든 복덩어리니까. 



여하튼 무관사주에 간여지동, 무술일주인 나는 언제나 '아 역시 나같은 사람은 누구도 같이 살기 힘들거야 나는 혼자 살아야 해' 라고 생각해왔는데, 이 책을 읽어보니 이 점에 있어서는 내가 매우 똑똑했음을 알겠다. 이 책에 보면 대한민국 남자들이 딱 싫어할 타입이라고 한다. ㅋㅋㅋㅋㅋㅋㅋ누군가와 같이 살기에 나는 정말이지 좋은 사람이 아니다. 너무 지혼자 잘난 맛에 살아가지고... ㅋㅋㅋㅋㅋ



간여지동 일주와 결혼하면 따로 놀기를 시전해야 하기 때문에, 나는 간여지동인 내담자들에게 같은 간여지동 애인이나 배우자를 강력 추천하는 편이다. 이들에게는 독립적인 생활과 공간이 보장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므로 한쪽에서 너무 달라붙어 있기를 원하면 오히려 좋지 않고,

비슷하게 독립적인 면을 추구하는 같은 일주끼리 만나서 서로를 구제해주면 좋겠다. (p.91)



단어 선택 왜이래. 구제는 무슨 구제야. 하여간 나는 구원, 구제 이런 단어에 진짜 어휴... 그렇지만 나는 종종 갓, 세이브 미!! 외치곤 하지 ㅋㅋㅋㅋㅋ아무튼, 나는 대체적으로 사람들을 만날 때 다정하지만, 그건 어쩌다 만났을 때 그러는거고, 함께 있어야 하면 '나 건드리지마' 모드가 수시로 튀어나오는 사람이라서 ㅋㅋㅋ 좀 내버려두면 좋겠고, 하여간 들러붙으면 좀 짜증나고 그렇다. 역시 나같은 사람은 혼자 사는게 나에게 이롭고 너에게 이롭고 전 지구에 이로운 것 같다.


끝.



(아 세줄 리뷰 쓸랬는데 왜 이렇게 되어버렸어. 어휴..)

수다자(多者)이면서 만성 우울이인 내가 다른 우울이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 한 가지는 우울한 순간에도 스스로를 잘 대접하라는 것이다. 우울이란 녀석이 나보다 거대한 존재감으로 다가와 나를 잠식하려 들 때에도, 오랫동안 나락으로 떨어진 듯한 느낌에 사로잡혀 있을 때에도 마지막 순간에 내 손목을 잡아 끌어올려준 것은 내가 나를 아낄 줄 아는 사람이라는 사실, 오직 그것이었다. - P40

바로 없는 비겁과 없는 관성이 있는 척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있는 척한다는 가식적인 행동을 의미하지 않는다. 스스로를 세뇌하듯이 내게 그것이 있다고 생각하고 나에게 없는 비겁과 관성의 마음을 언제나 기억하는 것이다. 독립심과 타인의 입장에서 역지사지하는 마음,예의 바른 말과 행동, 책임감 있는 생활 습관, 법과 윤리를 준수하려는태도 화가 나는 상황에서도 최대한 참고 절제력을 발휘하는 등, 선천적으로 없는 것들을 노력으로 갖춤으로써 중용의 길에 가까워지고, 이를통해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나는 사람이 자신의 사주를 알아야 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자기 자신에게 객관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부족한 점을 알고 개선하도록 노력할 때, 우리는 타고난 운명을 뛰어넘을 수 있는 가능성을 갖게 된다. - P51

모든 무관 사주가 직장 생활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관성이 있는 사람보다야 고통과 인내가 더 따르곤 한다. 한국 사회에서 그 어떤 유형의 사주보다 생존이 어려운 이유도 그 때문이다. 무관 사주는 다수의 사람들이 따르고 복종하는 보편적인 룰에 까닭 없이 순응하지 않는다. 다들 굳이, 또는 깊게 생각해보지 않은 어떤 규칙들에 대해서 대체 내가 그걸 왜 해야 하지?‘라는 의문을품거나 자신의 기준에서 합당치 않다고 여기면 쉬이 스킵하고 지나가기도 한다. 그래서 무관 사주인 사람에게 어떤 일이 반드시 해야만 하는무언가라는 인식을 심어주려면 남들도 다 하기 때문에 너도 따라야 한다가 아닌,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이유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한국 남성들이 무관 사주 여성을 공포스러워하는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 P57

가부장제가 굳건한 사회에서 식민지 남성성에 절어 있는 한국 남성들에게는 순순히 전통적인 여성상에 얽매이기 싫어하고 자신이 대답할수 없는 것들에 대하여 정당한 이유를 묻는 무관 사주 여성이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안 요소이자 아내로 삼기에는 너무 위험해 보이는 대상일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 P57

꽃을 피우는 젊은 나무와 같다. 39세부터 57세까지의 중·장년기는 열매를 맺는 완숙한 나무로서 삶의 전성기이며, 사주에서 일주에 해당하기 때문에 비로소 내가 가장 나다운 나로서 존재하는 순간이다. 나는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때가 이 시기라고 여긴다. 58세부터 76세까지인 노년기는 이미 수확이 끝난 겨울나무와도 같은 모습으로 그 전에 자신이 이루어놓은 결과들을 누리며 삶의 마무리를 준비하는 시기가될 것이다. - P75

즉, 식상이 없는 사람은 그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말과 동일하다. 그러니 예쁜 말한마디, 다정한 행동, 사소한 챙겨줌과 같은 애정 표현도 기대하기 어렵다. 식상이 없는 사람은 상대방에게 잘해주는 방법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고, 설상가상으로 무식상에 화 오행마저 없거나 약하면 의사 표현조차 제대로 하지 않아서 답답한 성격이 많다.
내 남자친구는 아니라고? 연애 초기 1~2년 정도는 무식상남도 다정함을 연기할 수 있다. 원래 사랑이란 미친 호르몬의 장난질이라 3년을 넘기지 않는 기간 내에서는 평소에 안 하던 짓도 하게 만드는 위력이 있으니 말이다. 그게 꼭 계획적이거나 위선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잠깐 동안 제정신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해지는 것이다. 허나 둘이 손잡고 현실의 문턱을 넘게 되는 순간부터는 상대방의 본연의 모습을 끌어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 P88

우리가 연애 때 목격한 상대의 단점은 결혼후 한집에서 생활하게 되면 원래 알던 것의 10배~100배쯤의 무게로 다가오게 된다. 그래서 연애는 환상이고, 결혼은 현실이라 불리는 것이다. - P88

간여지동은 앞의 다섯 가지 조건에 비해 상대가 피해야 한다기보다는 당사자가 연애 운이 별로 없는 쪽에 가깝다. 일지는 배우자의 자리인데, 일지에 자기와 같은 글자가 들어와있다는 것은 타인이 들어설 자리가 없으며 내 속에 내가 너무 많은 것과도 같다. 그래서 간여지동 일주들은 본인의 문제를 스스로 잘 알지 못하며,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자아로 가득 차 있거나 아집이 강한 캐릭터가 많다. 마음에서는 연애를 원할지라도 정작 타인이 그들의 행동을 보면 왜 연애가 안 되는지 금세 알 수 있는 그런 부류이다.
간여지동 일주와 결혼하면 따로 놀기를 시전해야 하기 때문에, 나는 간여지동인 내담자들에게 같은 간여지동 애인이나 배우자를 강력 추천하는 편이다. 이들에게는 독립적인 생활과 공간이 보장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므로 한쪽에서 너무 달라붙어 있기를 원하면 오히려 좋지 않고,
비슷하게 독립적인 면을 추구하는 같은 일주끼리 만나서 서로를 구제해주면 좋겠다. - P91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서 연애만 오래 한다든지 결혼을아주 늦게 하는 것도 방법이라면 방법이다. - P91

가족을 불행하게 만드는 유일한 남성 롤모델을 보고 성장한 여성은 좋은 남성 배우자를 구분하는 안목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자신이 보고배운 남성상이 평균적인 수준에도 못 미치는 불량한 상태였기 때문에, 사실은 평범하거나 그보다 못한 남자라도 아버지보다 조금이라도 다정하거나 어떤 한 부분이 나아 보이면 괜찮은 남자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여성들일수록 원가정에서 얻지 못한 마음의 안정과 애정 욕구를 다른 곳에서 빨리 채우고자 하는 심리가 강하기 때문에 남자 입장에서는 조금만 잘해주어도 쉽게 넘어오는 대상으로 보인다. 게다가 결혼은 불행한 원가정에서 가장 당당하게 합법적으로 떠날 수 있는 수단이기에, 이런 여성에게 20대 초중반에 연애 운이 강하게 들어오면 사귀고있는 남자친구와 일찌감치 결혼을 감행하곤 한다. - P93

허나 불행히도 재성이 무력하거나 없는 사람은 비교하고 따지는 계산력과 눈치가 부족하다. 즉, 정말로 이 남자가 객관적으로도 좋은 사람인지, 훌륭한 남편감인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그저 끔찍한 아버지에게서 멀어지기 위해 아무하고나 결혼하게 되는 수가 있다는 말이다. 이런결혼의 10년, 20년 뒤는 당연히 아름답지 않다. 30대 중후반쯤 되어서,
결혼할 때에도 본 적 없는 궁합을 이제 와 보고 싶다고 요청하며 이혼을하면 어떨지, 언제쯤 하면 좋을지를 묻기 위해 나를 찾는다. 그들 남편들의 사주를 보면 앞에서 설명한 여덟 가지 전형적인 타입에 해당한다.
참고로 내가 접한 경우 중에는 인성과다남과 무식상남이 가장 많았다. - P94

누구나 살면서 운의 굴곡을 겪기 때문에 대운 및 연운에 따라 운이좋은 시기와 좋지 않은 시기가 나뉜다. 일부 중화 사주는 크게 차이가 없겠지만 말이다. 운과 더불어 사람의 인연에 대해 말하자면, 자신의 운이 좋은 시기에 만나게 된 타인이 좋은 인연이 된다.
누군가는 이 이야기에 대해 힘들 때 나타나서 도와준 사람이 좋은사람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다. 어떤 사람이 나에게 귀인이냐 아니냐에 대한 판단은 궁합과 함께 상대를 만난 시점, 그러니까 그 사람이 내 삶에 등장한 시점이 언제인가를 살펴보는것으로 정해진다. 그래서 1980~1990년대 한국 드라마에 자주 등장했던, 가난하지만 공부 잘하는 남자를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하며 키워놨더니 성공한 뒤 주인공을 차버리고 더 조건이 좋은 다른 여자와 결혼하는 스토리는 사실 명리학적으로 볼 때 충분히 타당한 이야기다. - P113

인연의 공식은 의외로 단순하다. 나 역시도 최근 몇 년 사이에 겪었지만, 힘들게 하던 가까운 친구나 애인을 끊어냈더니 갑자기 건강이 좋아지고 일도 술술 잘 풀리는 경험을 해본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런 경우는 그들이 내게 좋지 않은 인연이었던 것이고, 진작 끊어냈어야 했던사람들이었다. 반대로 당신이 곁에 머물 때는 잘 안 풀리던 친구나 애인이 당신과 멀어지고 난 뒤 잘나가는 현상을 목격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슬프지만 당신이 그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는 증거다.
흔히 ‘귀인‘이라 불리는 존재는 나에게 필요한 오행과 십성이 발달한사주를 가진 사람이다. 영혼의 짝처럼 나의 부족한 면을 채워주는 존재인 것이다. 운이 좋은 시기에는 귀인이 주변에 등장하고, 운이 나쁜 시기에는 악연을 만나거나 귀인을 잃게 된다. 그것만으로도 운의 길흉과누가 나의 귀인인지 여부를 조금은 알 수 있다. - P114

어떤 인간관계는 반드시 기브 앤드 테이크(Give and Take)가 있지만,
모든 관계에서 그 주고받음의 양이 공평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특히 친구 관계나 연인 관계에서 한 사람의 조건이 월등하게 좋거나 한쪽이 다른 한쪽에게 굉장히 잘하는 모습을 보면 사람들은 주로 받는 위치에 있는 사람을 더 부러워하고 인복이 있다고 말하곤 하는데, 과연 명리학적으로도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런 관계의 궁합은 보통 받는 쪽이 주는 쪽에게더 도움이 되는 사주일 확률이 높다. 즉, 둘의 만남을 통해 얻어지는 정신적 만족도가 베푸는 쪽에게 더 크기 때문에 자연스레 베풀게 되고, 그것을 아깝게 여기지 않는 것이다. 겉으로 드러나 보이지 않을 뿐, 사람들 사이 주고받음의 균형은 어떻게든 맞춰진다. 바보가 아닌 이상 자신의 만족 없이 주기만 하는 관계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사람은 없다. - P115

연인 관계에서도 더 원하는 쪽이 적극적인 것이 당연하고, 더 사랑하는 쪽이 을이 되는 것을 비참하게 여길 필요가 없는 이유도 그 만남을 통해 얻어진 기쁨이 그에게 더 큰 까닭이다. - P116

얼마 전 ‘버닝썬‘ 사건(서울 강남의 동명 나이트클럽을 중심으로 벌어진 폭행, 경찰 유착, 마약, 성범죄, 조세 회피, 불법 촬영물 공유 등 범죄 사건)에 이어 모 연예인의 집단성폭행과 불법촬영물 단톡방 공유 사건이 터지고, 그의 친구들이 전부 자신들은 모르는 일이라며 ‘손절‘했다는 기사가 연이어 보도될 때,
나는 실소를 참을 수가 없었다. 특히 십여 년 지기의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는 부정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사실은 별로 친하지 않았는데, 서로의 유명세를 이용하기 위해 대중 앞에서 친한 척한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사람과 사람이 어느 정도 친해지는 데에는 몇 개월의 시간이면 충분하지만, 상대에게 내 쪽에서 수용 불가능한 단점이 있거나 나와 코드가 안 맞는 사람이라면길어야 1~2년 이내로 관계가 끝나게 마련이다. 성격이나 인격에 큰 결함이 있는 사람도 작정하면 몇 개월은 잘 숨길 수 있지만 연 단위의 시간이 흐르면 점차 본성이 드러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P121

그래서 ‘사람은 사계절을 다 겪어봐야 한다‘는 말이 있다. 십여 년을 친하게 지냈으면 그의 범죄에 적극 동참까지하지는 않았더라도 최소 방관이나 묵인을 했다는 이야기로밖에는 해석이 안된다.
나는 방관이 비적극적 동의라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사람이 자신의 가까운곳에서 벌어지는 무언가에 대해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냥 두고 볼 수 없는 게 정상적인 반응이다. 그것을 행하는 자에게 하지 말라고 말하거나 인연을 끊어내거나, 둘 중 하나 혹은 둘 다를 할 것이다. 내가 싫어하는 짓을 반복적으로 하는 사람이라면 거슬리고 혐오스러워서 어떻게 오랜 시간 가까이 두겠는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문득 궁금해질 땐, 가장 친하고 오래된 친구를 보면된다. 친구는 나의 거울이다. -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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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분명 뒤메질할 사주팔자가 아니라 들었사온데 …
    from 의미가 없다는 걸 확인하는 의미 2022-04-16 23:24 
    공쟝쟝(현 알라딘 서재 고인물이자 요즘 다락방 페이퍼에 무단 서식중인…)은 모처럼 쉬는 오늘 오전 내내 다락방님 페이퍼에 돗자리 깔고 계신 펄도사님께 “약간의 수정이 필요한 농경시대의 싸이언스” 수업을 들으며 공공 도서관에서 사주 명리 책을 펴고(소사소사맙소사… 도서관내 음양오행 독서라는 것은 무릇 돋보기를 쓰고 모나미 펜으로 한자한자 무언가 골똘히 찜빵모자를 쓴 어르신—나야말로 고정관념의 화신이 아니겠는 가?—들이 하는 소일거리라 생각했던 과거의 나
 
 
mini74 2022-04-15 15: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울한 순간에도 자신에게 잘 대접하란 말이 콕 와닿네요. 도대체 청경채버터 된찌는 어떤 맛일지도 궁금하고 ㅎㅎㅎ 전 사주도 가끔 보지만 친구랑 최근 대나무 꽂은 곳에 간 적이 있어요. 신빨이 강하다고 해서 ㅎㅎ 아무 일도 앖고 딱 일한만큼 먹고사는 근근이 사는 팔자라며 이런데 오지 말라더군요 ㅠㅠ 그게 다 우울했어요. ㅎㅎㅎ 근근이 사주라니 내가 !!!! ㅎㅎ 다락방님 글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세줄넘게 써주셔서 감사*^^*

다락방 2022-04-15 22:43   좋아요 2 | URL
청경채버터 된장찌개는 버터맛이 나는 된장찌개로써.. 그거 몇 년전에 제가 너무 어이없어서 그 과정을 다 페이퍼로 쓴 적도 있어요 ㅋㅋㅋ 저 진짜 너무 요리를 못해가지고 ㅋㅋㅋ

대나무 꽂은 곳.. 은 또 뭔가요? 전 사주 보는것도 별자리도 재미있는데, 그래서 명리, 별자리, 주역, 타로까지 다 기본 책은 한 권씩 사두었어요. 다 기본 책을 보긴 했는데 어느 하나 제가 습득할 수 있는건 없더라고요? ㅋㅋ 저는 그냥 소설을 읽는 걸로... ㅋㅋㅋ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제가 더 감사합니다!!

mini74 2022-04-15 23:00   좋아요 0 | URL
ㅎㅎㅎ 신내림 한 곳이요.

다락방 2022-04-15 23:04   좋아요 2 | URL
아?! 저는 신내림 한 곳은 한 번도 안가봤는데 앞으로도 안갈것 같아요. 어쩐지 못가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기억의집 2022-04-15 15: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버터청경채 된장찌개!!! 어떤 맛일까 궁금합니다. 너가 이걸 왜 공부 하냐고 하신분 정확한 말만 하시네요. 저도 다락방님 말대로 사주는 사주 공부 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 같어요. 저는 사주를 엄마가 봐준 적이 있는데… 그 삶대로 안 되서.. 사주에 대한 믿음은 없지만 태어난 사주도 공부하면 바꿀 수 있다는 말에 수긍은 해요. 나중에 공부할 팔자도 본래 사주일지도…
근데 인연은 몰라요. 다락방님이 올해에 결혼 한다고 폭탄 선언 할 수도 있어요!!!

다락방 2022-04-15 22:46   좋아요 2 | URL
저는 사주 봤을 때 나이들수록 더 공부하고 더 좋은 글을 쓴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ㅋㅋㅋ 좋은 말 듣고 왔지요.
진짜 사주 공부하는 사람은 따로 있는 것 같아요. 그 많은 것들을 어찌 다 외우고 조합하고 풀이하고.. 야 이게 다 뭐냐 싶더라고요. ㅋㅋ 뭔가 머릿속에서 복잡하게 꼬는 걸 못하는 것 같아요, 저는 ㅋㅋ 단순한 사람.

저는 사실 누군가랑 함께 산다면 결혼은 안하고 동거를 선택하긴 할건데, 뭐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이니 기억의집 말씀대로 될지도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저한테 가장 잘 맞는 건 싱글라이프 인것 같아요. 지금 제가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들과 다정하게 지내는 이 삶이 저한테 가장 잘 맞는 것 같습니다. 후훗.

거리의화가 2022-04-15 16: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주팔자 이런거 왜 보는지 모르겠는 사람 여기 있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종종 사주 가지고 이런저런 조언을 합니다만 대체 왜 이런거에 휘둘려야 하는거지란 생각을 지울 수가 없더군요. 무얼 하든지 의심하고 보자 이런 태도를 가진 저로서는 일단 믿음 자체가 안가더라구요ㅎㅎ
버터청경채 된장찌개~ 저도 요알못이라 이해합니다~ㅋㅋ

다락방 2022-04-15 22:53   좋아요 3 | URL
아 저는 재미있어요! 그래서 제가 직접 공부하고 싶었는데 어렵더라고요? 저한테는 좀 심리상담 같은 느낌이에요. 모르는 제삼자가 저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또 제 이야기를 들어주는 데에서 치유와 위로를 받게 되더라고요. 사주에서 말한대로 내가 살게 된다고 해서 그게 맞아, 그대로 살겠어! 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내 삶을 돌아보고 내 선택이 괜찮은 선택인지 되새기는데 도움을 받게 되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사주를 믿지 않는 사람에게는 사주를 가지고 얘기해봤자 아무런 소용도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종교도 그렇지만 사주도 특히, 같은 관심을 가진 사람들끼리 얘기를 하게 되는것 같아요. 그렇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그리고 근본적으로 그 모든것보다 제 자신을 믿습니다. 으흐흐흐..

제가 요리를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저는 거기에 있다고 생각해요. 각 재료의 특징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고 그것이 다른 재료와 만나면 어떻게 될것인지에 대한 상상력이 전무한거요. 그래서 그나마 먹을만한 맛을 내려면 레시피 그대로 따라하자, 잘난척하고 응용하지 말자... 가 이날까지 살아오며 제가 깨달은 것이랍니다........ 하하하하하.

프레이야 2022-04-15 16: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 오홋 ~ 무술일주군요.
강경화 장관과 오다기리 조도 무술이네요.
친구랑 가끔 일주 이야기 하는데 성격이나 성향 외에도 보강해야 할 부분 뭐 그런 게 맞더라구요. 자기를 알고 잘 가꾸어가면 운명도 바뀔 수 있겠다 싶지만 그또한 운명이라는 시나리오에 이미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겪어야 할 일은 겪게 된다는 진리. 그렇다면 뭐든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도 같아요.
모든 일에 때가 있고, 좋은 비도 나쁜 비도 없고^^

다락방 2022-04-15 22:58   좋아요 3 | URL
오오 프레이야 님도 사주에 관심이 있으시군요? 저도 관심이 있어서 공부하고 싶었던건데 저에게는 너무나 어려운 것입니다. 제 머리로는 해낼 수 없는 공부. 저는 사주를 뭔가 딱 맞는 점괘, 라고 받아들이기보다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고민할 때 도움이 되는 조언 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읽고 쓰는 게 제 사주에서 저에게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저는 이미 그렇게 살고 있잖아요. 그런것들을 아는게 참 좋더라고요. 저에게는 좀 상담받는 느낌을 주는것 같아요.

사주 때문이 아니더라도 저는 아주 자주 ‘이 일이 일어난 이유가 뭘까‘, ‘왜 지금 이 일이 일어났을까‘, ‘이 사람이 나에게 온 이유는 뭘까‘를 종종 생각해요. 그리고 거기엔 다 뜻이 있을 것이다, 라고요. 그 뜻까지 제가 다 알지는 못하지만 때로는 ‘아 이래서 이 사람이 내게 왔구나‘라고 혼자서 뜻과 의미를 생각해보곤 한답니다. 인생은 계속 생각하면서 연속되는 것 같아요, 프레이야님.

persona 2022-04-15 22: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버터 된장 청경채 맛있을 거 같은데요? 그런데 전 청경채를 굴소스 없이 볶아본 적이 없네요. ㅋㅋㅋ
헐 그 남자 역술인 별로에요. 무관은 관이 안 드러나서 예측하고 말할 수가 없는데도 무리수를 둬서 재관을 연결시켜 설명하다뇨. ㅋㅋㅋㅋ 왜 거기다 괜히 감정이입해서 알지도 못하는 남자랑 돈을 나눠야 한다고 급발진한 걸까요? ㅋㅋㅋ
저자가 수 금 쪽이라서만이 아니고 예전엔 화토기운 강한 걸 좋은 사주로 보는 경향이 강했어요. 뭐랄까 보수적 기운이거든요. 정치적인 의미에서 보수적이라는 게 아니라 임금에게 오래 사랑받고 나라가 오래 유지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토기운 같이 안 움직이는 기운인 건데, 유교 사상에선 재물 흐름이 좋고 직업변동 심한 수/금 기운이 별로 좋지 않았겠죠. 특히 여성이 그러면 옛날엔 기생 아니면 주모 밖엔 따로 직업이 없었으니 음란한 여자로 많이 풀이하더라고요;;; 재를 부인 관을 남편으로 보는 것 때문에라도 무관 무재 사주 비판도 처음 입문할 때는 꼭 필요한 것 같아요. 솔직히 적천수천미 여명장 보면 기가 찹니다. 그런데 음 여자들이라도 아들이 여자친구 데리고 집에 오면 어떻게든 생시 알아가지고 백년 전 관점으로 궁합 보시는 분들도 있어요. 같은 여잔데도;; 같이 공부하시는 분들이 그런 말씀하셔서 깜놀했던 기억이 있네요;;
요즘은 세상 자체가 수나 금이 더 최고기 때문에 저는 수, 금 예찬론은 편견을 깨기 위해서라도 많이 필요한 이야기 같다고 느꼈어요. 그리고 저도 토가 강해서 금생수 수생목 되게 좋아합니다. 올해가 그런 해라서 너무너무 기대 많이 하고 있고요. ㅎㅎㅎ 아기다리 고기다리 던임인년 💕ㅋㅋㅋ

다락방 2022-04-15 23:03   좋아요 4 | URL
와 페르소나 님은 진짜 명리학에 대해서도 잘 아시는군요? 페르소나 님은 다방면에 지식을 갖고 계신것 같아요. 대체 그 많은 걸 다 언제 공부하신 건가요? 게다가 그림도 잘 그리시고.. 저는 뭔가 하나씩 새로운 걸 알아가면 ‘아 역시 이건 내 능력 밖이야‘ 하게 되는데, 페르소나님은 ‘어디 이것도 한 번‘ 하고 다 해내시는 것 같아요.

말씀하신 대로 수금을 그렇게 좋게 본거긴한데, 뭐랄까, 저는 거기에 저자 자신의 자기 성격에 대한 자부심(?)같은게 드러난 것 같아서, 읽으면서 역시 사람은 자기 중심적이군.. 생각하게 되었어요.
하긴, 여자분들이라고 해서 현재 상황을 반드시 반영한다고 볼 순 없겠죠. 옛날에 공부한 걸로 지금까지 계속 얘기하는 건 현상유지가 아니라 뒤로 가는거라는 걸 알아야 할텐데요.

페르소나 님도 토가 강하시군요? 저도 토가 강하다고 하더라고요!! >.<

2022-04-15 23: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공쟝쟝 2022-04-16 08:29   좋아요 2 | URL
우와 다락방님 내말이여 ㅋㅋㅋ 펄손아님 모르는 거 뭐야? ㅋㅋㅋㅋ 너무 다방면 지식 왕 ㅋㅋㅋㅋ
저는 다락방님이 알려주셔서 캡처해놓은 거에 임오일주랑 화목토 각각2개씩 수금1개씩 나와요 ㅋㅋㅋ 그러니까 나도 화목토에 넣어됴 (딸랑딸랑)
저는 사주보면 남자친구 항상있다는 데 홉스가 중화시켜줘서 그런가 ㅋㅋㅋㅋㅋㅋ 오래토록 혼자네 ㅋㅋㅋ 아 그리고 저도 재작년에 강남선녀님이 ㅋㅋㅋ 사업하라고 해서 사업하잖아요 (라는 건 아니고 사업하기로 맘먹고 물어보러 간거 ㅋㅋㅋ) 저는 사업해야 더 잘할거랬어요! 우하하하하 난 사업가다!!!!

persona 2022-04-16 10:07   좋아요 2 | URL
쟝쟝님/ 여명에서 나를 극하는 ‘관’을 남자/남편으로 봐요. 남명에선 내가 극하는 ‘재’가 여자/부인이 돼요. 굵직하게 보면요. 남자에게 부인은 재산인 거죠. 내가 극할 수 있고. 극은 해한다는 거라기 보다 조절/관리/통제라고 보면 될 거 같아요. 직업은 내가 맘대로 하기 보다는 나를 통제하고 조절하잖아요? 여자에게 그래서 ‘관’이 남편이 되는 그런 고리타분한 성질로 남자 이야기를 하는 거에요. 그니깐 현대에 오면 이거에도 의문이 있어야 하거든요. 저의 경우만 해도 관성보다 재성이 강할 때 남자운이 있어서 아 나에게 남자는 재구나 싶을 때가 ㅋㅋㅋ ㅋㅋㅋㅋ LGBTQ면 재/관 뭘로 어떻게 해석할런지….
아무튼 요는, 쟝쟝님에게 남자가 항상 있다는 말은 직업이 항상 있다는 말일 수도 있어요. 상황을 자세히 들어보지 않으면 그 사람에게 뭐가 어찌 작용하는지 사실 정확히 몰라요. ㅋㅋㅋ 근데 선녀님은 같은 말, 남자가 항상 있다는 말을 잘 보신 거거나, 사업을 물어보니 옳다꾸나 이분은 관이 사업으로 풀리는구나, 하셨을듯요. ㅎㅎㅎ 그리고 신점 봐주시는 분들은 그냥 공부해서 아는 사람들 보다 많은 걸 설명 안해도 더 많이 아시는 거 같기는 해요. ㅋㅋㅋ
그리고 기본 원리가 관의 통제력이 쟝쟝님에게 강하게 미치는 거니깐 그게 인생 힘들다, 로 나타날 수 있고 혹은 남들이 보기에 자유분방보다는 계획적이고 철두철미해 보일 수도 있고요. 바늘 구멍 하나만큼의 허점을 용납 못하는 사람이실 수도 있고요. 소설보다 팩트를 더 좋아하실 수도 있고, 주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일 수도 있죠. 직업/남자가 많다, 항상 있다라는 식부터 해서 해석이 다양해지는 거에요. 관의 통제력을 많이 받는 사람이다 이거 하나로요.

제 주변에도 예를 들면 남자가 많을 것 같다는 사주인데. 어디가서 사주 펴놓으면 호피무늬 좀 입어줄 거 같이 생긴 줄 아는데 ㅋㅋㅋㅋ 사실상 무척 씩씩하고 우렁차고 굳이 성별 가리지 않는 학원인데도 애들 가르치면 남자애들만 있는 남초반일 때가 더 많은 그런 경우가 주변에도 있어요.
남초 직장일 수도 있는 건데 모쏠에게 문란하다는 식으로 말하는 미친놈들도 여전히 많더라고요. 근데 이건 또 사실 깊게 들여다보지 않아서 그냥 관 갯수만 보고 이지랄할 때도 많아요. 같은 분에게 배웠는데도 갯수만 보고 성기가 몇개다 이지랄 하고 이혼 몇번 한다는 사람이 있었어요;; 십년 해도 안 느는 거죠;;

무재나 무관사주도 사주에 재나 관이 없는 사주인데, 없기 때문에 예측할 수 없어요. 엄청난 부자거나 엄청난 CEO들도 많아요. 남편이나 부인이 멀쩡히 잘 있을 수도 있고 LGBTQ일 수도 있고 혹은 솔로나 돌싱일 수도 있고 진짜 해석할 수가 없어요. 그 사람들 되게 잘 살고 있는데, 무조건 없으니 박복하다고 해석하는 무리들이 있습니다. ㅋㅋㅋ 예측할 수 없을 때 그 사람들은 다른 수단, 글자 안에 있는 성분들(지장간) 끌어모아 해석하기도 하지만, 또 아예 다른 수단, 그러니깐 인성 비겁 식상으로 돈을 벌고 일을하고 남자나 여자를 만난다고 해석하기도 해요. 그래서 이런 사주들이 살펴보기엔 참 매력적인 거 같아요.

공쟝쟝 2022-04-16 10:28   좋아요 1 | URL
얽 이거 너무 재밌다! 저는 관운이 들었다고 했어요 ㅋㅋㅋㅋ ㅋㅋㅋ 그리고 저 가는 곳 마다 남초되고 ㅋㅋㅋㅋㅋ 아니 ㅋㅋㅋ 도사님 제 사주좀 풀어주세요 ㅋㅋㅋㅋ 아 이거 너무 재밌는데? (흥분 중) 저 사주 신점 이제 점점 믿게되요 ㅋㅋㅋ 안믿는게 아니라 믿게돼 ㅋㅋㅋㅋ 펄손도사 자리깔자 ㅋㅋㅋ

persona 2022-04-16 10:29   좋아요 1 | URL
친구들이 하나 말해주는데 존나 묻는다고 했어요. ㅋㅋㅋ 근데 물을수록 알 수 없어져요 ㅋㅋㅋ 그리고 막 책 찾아보고 ㅋㅋㅋㅋ
그리고 예측보단 과거의 일을 보고 그렇구나, 공부하게 되는 일이 더 많은 거 같아요. 예측은 안 맞아요. ㅋㅋㅋ 관운 들어왔는데 남자인지 사업인지 둘다 들어오는지 전혀 알 수 없거든요. 지금 시점에서 ㅋㅋㅋ 솔직히 관운 끝나기 전까지 모르는 거에요. ㅋㅋㅋ 제 친구도 관운 초반 이직에 성공해 다른 나라로 갔었고 관운 끝나기 3개월 전에 남자만나더니 애가 생긴 것도 아닌데 한달만에 결혼해서 지금 몇년째 잘 살더라고요? ㅋㅋㅋ 인생 알 수 없는 거 같아요.
그런데 관운이 들어왔어도 집에만 있고 구직도 안하고 사람도 안만나면 직업도 남자도 당연히 안 생길 확률이 높고요, 는 제 얘기 ㅋㅋㅋㅋㅋ
잘 보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믿을 수 없는 거지 이래 봬도 오랜 시간 과학을 갈음하는 동양철학이었쥬. ㅎㅎㅎ 저는 명리가 싸이언스라고 믿습니다. 수정이 필요한 농경시대의 싸이언스…. ;; ㅋㅋ

공쟝쟝 2022-04-16 10:32   좋아요 1 | URL
와 농경시대의 싸이언스 맞네 맞네 펄도사 ㅋㅋㅋㅋㅋ 저 근데 제 관운 싫네요 ㅋㅋㅋ 너무 이 사주팔자로 사는 거 빡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게으르게 살 수 있나요? 늘어지게 살고 싶어요 ㅋㅋㅋ 돈은 많이 버나요? ㅋㅋㅋㅋㅋ (미래 물어보지 말랬잖아!!!!!!!) 그러니까 지금 나 이 관운으로 큰 재물을 얻으려면 남자 안만나면 되는 거지? 모든 관운 몰빵해서라도 부자 될 수 있다면…(사주명리 이즈 싸이언스 ㅋㅋㅋㅋ)

persona 2022-04-16 11:00   좋아요 2 | URL
쟝쟝님께 인생은 빡센 것. (참고로, 모르고 떠드는 소리) 포기하세요. 일때문에 정신이 없어지면 집안 꼴은 게을러지겠죠? 근데 마음은 게으를 수가 없으실 듯요. 아니다, 올해 임인년이 어떤지 보세요. 내편이 들어와서 평소보다 자유롭고 여유있으실 거 같은데 만약 올해도 빡세면 쟝쟝님 인생 빡셈지향적일 거 같아요. 근데 늘 그래오셨으니 충분히 감당가능하시지 않을까요? ㅎㅎㅎ
화가 윗줄에 또 있느냐 아랫줄에 또 있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일단 쟝쟝님 굶어죽을 일은 없으실 듯합니다. 임오일주는 정기 월급을 엉덩이 밑에 깔고 앉아있으니까요. 무한정은 아니에요. 규모가 정해진 방석이라서. 그건 다른 사람은 아무도 모르는데 8글자중에 윗줄(월간, 연간 쯤?) 화가 떠있다면 약간 유리지갑이라 남들이 얼마 버는지 대충 알아요. ㅋㅋ 근데 (맨 왼쪽 기둥) 시간, 시지 쪽에 화 있음 그건 아무도 안 건드리니 걱정마요. 이럴 땐 말하지 않으면 쟝쟝님 재정상황 아무도 몰라요. 근데 직업이 있다고 해서 남자 못 만나는 것도 아니고 남자 있다고 해서 직업이 별로인 것도 아니니깐 그것도 너무 걱정 마요. 걱정한다고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리고 관운으로 돈을 많이 벌지 안 벌지도 몰라요. ㅋㅋㅋ 저는 다 몰라요 ㅋㅋㅋ 편재 있음 돈 많이 번다는 분들 있는데 빚일 수도 있어요. 재는 돈이지만 내꺼일 수도 남의 꺼일수도 있어요. 재 많다고 부자 아니고 오히려 빚에 허덕이는 사람일 수도 있고요. 그리고 재물도 자식일 수도 있어요. 내가 통제하니까. 식상(쟝쟝님에겐 목)을 자식으로 볼 수도 있지만요. 그러니까 재성이 좋다고 해서 그게 또 돈만을 말하는 것도 아니고요. 그러고 보니 화목토가 두개씩이면 임수가 생하고(나쁘진 않지만 내 기운과 노력이 목에 들어감) 통제 하고 통제 당하는 것 투성이인데 늘 지치시겠네요. 금이 가까이 있기를 바랄게요.

공쟝쟝 2022-04-16 11:10   좋아요 1 | URL
아니 이사람아 왜 여깄어? ㅋㅋㅋ 북블이 댓글로 사진이 안되네 ㅋㅋㅋ 제가 하나도 몰라요 ㅋㅋㅋㅋㅋ 뭔지 제꺼 이서 사진 제 북플에 친구공개로 올렸다가 두시간 안에 폭파시킬테니 이것좀 봐줘요 ㅋㅋㅋㅋㅋㅋㅋ 저 작년에 사업시작했고 올해 상반기까지 쪽 힘들엇는데 이번달부터 좀 풀리는 것 같고 ㅋㅋㅋㅋ

2022-04-16 1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난티나무 2022-04-15 23: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터청경채된장찌개가 너무나 강렬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보자마자 맛보고 싶다! 생각함요.^^ 🥘

다락방 2022-04-16 14:02   좋아요 0 | URL
찾았다! 이거예요, 난티나무 님. ㅋㅋㅋ

https://blog.aladin.co.kr/fallen77/6616695

그래도 고추가루를 넣으면 좀 나아져요. 후훗

시에나 2022-04-16 01: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여자 무관사주인데, 사주보러 갈 때 마다 좋은 소리 전혀 못 들었어요. 그런데 요즘 시대엔 아주 좋은 여자 사주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심지어 상관격이어서...관만 들어왔다하면 다 극해버리죠... 그런데 이런 사주 때문에 여자지만 제 멋대로 잘 살고 있는 거 같아요. :)

다락방 2022-04-16 14:03   좋아요 0 | URL
저도 무관사주에 간여지동 게다가 역마살까지 있어서 제멋대로 살면서 자유롭기까지 한 그런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아 매우 만족합니다. 앞으로도 무관사주인 매실님과 저는 잘 살도록 하자구요. 후훗. 만세!!

공쟝쟝 2022-04-16 10: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21페이지 명심할게요. 가장 친하고 오래된 친구를 보면된다. 친구는 나의 거울이다… 아….🧘🏻‍♀️ 갑자기 우정 뽕이 졸라 차오르는 거다 ㅋㅋㅋㅋ 야 사람들아 나 다락방의 비체 친구다 ㅋㅋㅋ

다락방 2022-04-16 14:04   좋아요 1 | URL
응 저도 그 구절에서 막 친구들 생각했더니 다 너무 좋고 멋진 친구들인거에요!! 그래서 막 나는 나 뽕에 찼어요. 아아, 내가 이런 친구들을 두는 이렇게나 잘난 사람이다... 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4-16 14:1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아직 다락방은 내가 배워야할 게 너무도 많다 ㅋㅋㅋ 그 우정을 가진 나뽕에 차오르다니 ㅋㅋㅋㅋㅋㅋㅋ 나의 우정뽕은 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 아놔 나 사람이 아직도 덜 배웠네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