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책 뒤표지에 보면, '단숨에 읽히지만 긴 후유증이 남는다' 라고 이적(뮤지션)이 평했던데, 역시 책을 읽는다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자신만의 것이로구나. 나한테는 후유증이 1도 안남는다.


책장에서 괜찮은 시를 발견했다. 감탄하여 읽고 또 읽으며 외우려 애썼는데, 알고 보니 내가 쓴 시였다.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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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6-02-24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1도 안남더라고요ㅎ

다락방 2016-02-24 16:10   좋아요 1 | URL
저 안그래도 제 평 남기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읽었나 싶어서 리뷰 훑어보는데 죄다 극찬이더라고요. 막 별 다섯에다가..그러다 고양이라디오님이 네 줄 리뷰, 별 셋 주신 거 보고 너무 반가웠어요!! 오, 나랑 같은 느낌이다!! 하고 말이지요. 잘 읽히는 것 말고는 남는 게 없는 책이에요. 뭐야, 김영하, 왜이래, 싶었달까요. 고양이라디오님, 반갑습니다! ㅋㅋㅋㅋㅋ

고양이라디오 2016-02-24 17:05   좋아요 0 | URL
저랑 같군요ㅎ 저도 그래서 별 셋의 다락방님 리뷰가 반가웠습니다ㅎㅎ

저도 사람들 리뷰보니 극찬에 별 다섯개도 많아서 당황스럽더라고요.

김영하 작가의 에세이 <말하다>를 괜찮게 봐서 찾아 보게 된 소설인데... 다락방님 말씀대로 잘 읽히는 것 말고는 남는게 없었어요ㅠㅋ

다락방 2016-02-24 17:30   좋아요 1 | URL
저는 이제 부러 김영하 찾아 읽을 일이 없을 것 같아요. 그 전에도 찾아읽는 작가는 아니었지만 말예요. 제가 좋아하는 작가군단에 김영하는 포함될 수 없겠어요. 하핫

고양이라디오 2016-02-24 18:27   좋아요 0 | URL
저도 처음 읽는 소설이었는데 앞으로 김영하작가를 찾아보진 않을 것 같더라고요ㅠ
그래도 에세이는 괜찮았어서 에세이는 읽어보려고요ㅎ

다락방 2016-02-26 08:02   좋아요 0 | URL
저는 김영하 처음도 아니에요. ㅎㅎ 제가 읽었던 김영하의 책들은 다 재미있었어요. 재미있었는데 그게 끝이더라고요. 제가 딱히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이에요. 전 책장 덮고나서도 계속 생각하고 이야기하게 만드는 책이 좋거든요. 김영하의 책은 그렇진 않더라고요, 제게.

고양이라디오 2016-02-26 14:02   좋아요 1 | URL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플롯에서 태어난 이야기는 인위적이고 부자연스러운 느낌을 주게 마련이다.˝ (p200)

˝플롯은 좋은 작가들의 마지막 수단이고 얼간이들의 첫번째 선택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p200)

라는 구절을 봤습니다.

<살인자의 기억법>이 바로 플롯에서 태어난 이야기가 아닐까요ㅎ? 미리 계획된 이야기다 보니 마지막에 가서는 이야기가 종결되어 더이상 생각할 여지가 없는 것 같아요. 저도 생각할 거리를 주고 여운이 있는 소설을 좋아합니다.

비로그인 2016-02-24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히는데 남는 것이 없다면, 잡문이라는 말인데, ㅋㅋ 암튼 김영하는 도서관에서 읽어야 겠네요. *^

고양이라디오 2016-02-24 18:26   좋아요 0 | URL
개개인마다 다를것같아요. 그리고 남는 것이 없다보다는
남는 것이 적다 나 그 정도가 약하다가 보다 정확할 것 같네요ㅎ

다락방 2016-02-26 08:03   좋아요 0 | URL
저도 고양이라디오님 댓글의 동의합니다. 이 책의 리뷰를 보면 별 다섯 리뷰가 어마어마하게 많아서요. 배익화시인님은 저랑 완전히 다른 감상을 가지실 수도 있죠.

조선인 2016-02-24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선해서 그런게 아닐까요. 동류가 별을 주는 거죠. 저도 별 다섯. ㅎㅎ

다락방 2016-02-26 08:03   좋아요 0 | URL
그렇다면 동류가 그렇게나 많단 말입니까! 정녕 세상에 선한 사람은 이토록 적단 말입니까! ㅎㅎㅎㅎㅎ

hellas 2016-02-24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류가 별을 준다는 말에 ㅋㅋ 웃으며 동의하게 됩니다. 재미있다와 별루다의 사이가 참 다채로운 이유가 있을테니까. 어떤 평도 귀기울이게 되요:)

다락방 2016-02-26 08:04   좋아요 0 | URL
책장을 넘길 때는 재미있어서 팔랑팔랑 잘 넘겼는데요 덮고나니 멘붕이 오더라고요. .....이게 뭐지? 하고 말예요. 그래서 저는 높은 별을 줄 수가 없었어요. 그러나 다른 많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나봐요. 별 다섯이 쏟아집니다. 역시 책은 읽는 자의 몫인가 봅니다. 하핫

젤리곰 2016-02-25 12: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정확히 같은 느낌을 받았더랬더랍....

다락방 2016-02-26 08:04   좋아요 0 | URL
크- 기모키님이 저랑 같은 느낌을 받으셨다니 씐나요! >.<

젤리곰 2016-02-26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그레) ㅎㅎ 저는 이 책은... 정작 책보다 북트레일러가 더 강렬한 체험... 혹 보셨어요? https://youtu.be/BOiJLGvtzbY ※ 꼭 소리 켜고 들어야...

다락방 2016-02-28 12:17   좋아요 0 | URL
무..무...무서운건가요? 재생을 못시키고 있네요. ㅎㅎ

젤리곰 2016-02-28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최면 걸리는 기분...? (무섭진 않아효!)
 
노란 새
케빈 파워스 지음, 원은주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많은 문장들이 한 번에 읽히지 않고 몇 번을 읽고 또 읽어야 한다. 잘 읽히지 않는 문장들만 제외한다면 이 소설은 놀랍도록 아름답고 슬프고 깊고 아프고 고독하다. 올해의 책이라 해도 될만큼 좋은 책이라, 문장이 너무나 안타깝다.


대단히 좋은 소설이다.








"제군은 곧 선한 목적을 위해 맹렬한 폭력을 행사해야 할 것이다." (p.115)

"안쪽에서부터 누가 날 파먹는 것 같은 기분인데 아무한테도 그걸 솔직하게 말할 수가 없어. 모두들 내게 아주 고마워하고 있는데 그런 말을 하면 배은망덕한 인간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 테니까. 아니면 나는 다른 사람들의 감사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말할 테고 정말로 다들 내가 한 짓 때문에 날 미워해야 마땅하지만, 다들 내가 한 짓 때문에 날 사랑하고 난 그것 때문에 미칠 것 같아." (p.184)

아니면 죽고 싶다고 말해야 할까? 저쪽의 철교에서 뛰어내리고 싶다는 게 아니라, 영원히 잠들고 싶다고. 그러면 여자들을 죽일 필요도 없고 여자들이 죽는 걸 지켜볼 필요도 없고, 혹은 남자들을 죽일 필요도 없고 죽이기 위해 필요한 것 이상으로 그들의 등 뒤에 총을 쏴댈 필요가 없을 테니까. 마치 영혼에 산(酸)이 스며드는 듯한 기분이 들어 가끔은 보이는 것마다 모조리 죽이려 하고, 그러다 영혼은 사라져버리고, 평생에 걸쳐 내가 한 짓을 만회할 길이 없다는 사실을 배워 알지만, 평생 그렇게 배웠지만 내가 라이플을 조준해 사람들을 쓰러뜨리고 다신 일어나지 못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어머니마저 너무나도 행복해하고 자랑스러워한다. 그래, 놈들이 날 죽이려 했을 수도 있잖아. 그러니 달리 어쩌겠어? (p.184-185)

자기 자신을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은 살고 싶다는 욕망의 확증이다. 이제 와 진실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리고 스털링이? 진실은, 스털링은 자신에게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스털링이 자신만의 욕망과 기호를 가져도 된다는 걸 깨닫기나 했는지도 의문이다. 스털링이 좋아하는 장소를 가져도, 그가 다음에 가게 될 부임지의 길고 곧은 대로들을 만족스럽게 걸어도, 파랗고 무한한 하늘 아래 깔끔하게 깎은 푸른 잔디의 균일함에 감탄해도, 깨끗하고 차가운 개울가에 몸을 담그고 그의 상처 입은 몸의 흉터 난 피부를 스치고 지나가는 물살을 느껴도 괜찮다는 것을 깨닫기나 했는지.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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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6-02-23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싶은 책들이 너무 많아서 행복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해요. -_-;;; 어쨌든 부랴부랴 보관함으로 ^^;;;;

다락방 2016-02-23 16:46   좋아요 0 | URL
정말 좋은 책이에요, 문나잇님.
저 역시 읽고 싶은 책들이 많아서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하고 그래요. ㅎㅎ
사고 싶은 책도 너무나 많은데 당분간은 집에 있는 책 좀 읽고 사던가 해야겠어요. 집에 안읽은 책이 너무 많아요. 책장엔 읽은 책보다 안읽은 책들이 꽂혀있어요. ㅠㅠ

moonnight 2016-02-23 16:50   좋아요 0 | URL
저역시 ㅠ_ㅠ 읽은 책들은 다 팔고 지금 꽂힌 책들은 죄다 안 읽은 ㅠ_ㅠ; 무서워요. ㅠ_ㅠ;;;;

비로그인 2016-02-23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장에 꽂혀 있는 안 읽은 책들을 읽어봐야 겠네요. ;^^

다락방 2016-02-26 08:05   좋아요 0 | URL
올 한 해는 책을 가급적 안사고자 합니다. 불끈!
 
시인 동주
안소영 지음 / 창비 / 2015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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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 책을 먼저 읽은 친구와 또 역사에 대해 잘 아는 친구 덕에 윤동주가 죽기 전 생체실험의 대상이었단 사실을 알게 됐다. 머리가 멍해지더라. 뭐라고? 그리고 오늘 알았다. 감옥에 갇힌 동안 윤동주는 다른 수감자들과 함께 뭔지 알 수 없는 주사(생리식염수였다)를 맞았고 결국 그렇게 그들처럼 죽어갔다는 것을.

 

 

이 무렵 만주의 일본군은 중국군이나 조선 독립군 등 포로들을 대상으로 잔혹한 생체 실험을 하고 있었다. 페스트균이나 콜레라균을 주사하기도 하고, 사람의 몸이 동상에 걸리는 시간과 정도를 본다며 포로를 냉동고에 가두기도 했다. 전방에서 관동군 731부대가 그러한 실험을 하고 있다면, 후방에서는 육군성의 지원을 받은 제국 대학 의학부가 맡아 하고 있었다. 규슈 제국 대학 의학부도 그중 하나였는데, 실험 대상자는 감옥 안의 죄수들이었다. 규슈 제대 의학부의 제1외과장 이시야마 후쿠지로는 혈장 대신 생리적 식염수를 사람의 혈관에 넣어도 되는지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었다. 만약 식염수로 대체해도 된다면 식염수는 전쟁터에서 그 어떤 무기보다도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시급하게 수혈해야 할 부상병들은 많았고, 필요한 혈장을 다 감당할 수도, 공급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전쟁 포로나 죄수들이 생체 실험 중 사망해도 책임지거나 양심의 가책을 느낄 필요가 없었다. 실험을 계속해 갈 포로와 죄수는 많았다. 독립운동 관련 조선인 사상범들을 후쿠오카와 구마모투 형무소로 모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이시야마 교수는 아무 거리낌 없이 실험을 계속했다. 포로가 된 미군 B29기의 조종사와 승무원들도 실험 대상이었는데, 그들은 농도 짙은 식염수 주사를 맞고 생체 해부까지 당하다 결국 죽어 갔다. (p.294-295)

 

 

 

책을 읽다보면 날짜가 자꾸 나오는데, 그래서 초조해졌다. 이미 마지막을 알면서 읽는 책인데도 초조해졌다. 조금만, 조금만 더 버텨라, 조금만 더 버티면 해방이다, 라고. 그러나 윤동주는 해방을 맞이하지 못한 채 죽었고, 이미 끝을 알고 있던 나였지만, 하염없이 무력함을 느꼈다.

 

 

 

 

 

"운다고 옛사랑이 오리오마는

눈물로 달래 보는 구슬픈 이 밤."

지난해 말에 나와 지금까지도 유행하고 있는 「애수의 소야곡」이었다.계절에 관계없이, 마음을 뜯는 기타 전주가 들려오면 순식간에 가을 저녁의 쓸쓸함에 젖어 들게 되는 노래였다. 삼불이 말했다.

"아니 이게 누구의 노래인가. 백 년에 한 번 나올까말까 한다는 목소리의 주인공, 바로 그 남인수가 아닌가!"

삼불은 노래를 따라 불렀고, 동주와 벗들도 함께 흥얼거렸다. 유성기 소리는 멀어졌지만, 동주와 벗들의 노래는 광교 거리에서 계속되었다. 젊은이들이 끝까지 부르는 3절 노랫말은 더욱 애틋했다.

"무엇이 사랑이고 청춘이던고.

모두 다 흘러가면 덧없거마는

외로이 느끼면서 우는 이 밤은

바람도 문풍지에 애달프구나." (p.46-47)

하숙방에서 뜨거운 차를 앞에 두고 동주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동주의 문학 공부는 그새 더 풍부해지고 깊어진 것 같았다. 영어 실력도 크게 늘어 시나 소설은 우너서로도 많이 읽는 모양이었다. 금서가 되어 볼 수 없는 책도 학교 도서관에는 잘 찾아보면 있다 했다. 도서관의 책들을 보며 동주는, 양심적인 지성은 세계 곳곳에 존재하며, 사람들의 가슴에는 여전히 보편적인 선함, 정의감, 인류애 등이 남아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은 끔찍하고도 삭막한 이 시대를 버텨 갈 힘이 되기도 했다. 동주의 이야기는 당숙 윤영춘에게도 모처럼 새로운 자극이 되었다. 전쟁 구호와 총궐기의 함성으로 가득한 수도 도쿄에서, 언제 없어질지 모를 영어 가르치는 일에 맥 빠지고 지치기도 했던 것이다. (p.251)

외국 문학을 공부하고 도서관의 책들을 두루 읽다 보니, 새삼 발견되는 게 있었다. 연전에 있을 때도 느낀 것이지만, 말과 글이 다르고 지내는 곳이 달라도, 사람들이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며, 살아가는 모습은 비슷하다는 점이다. 자신이 놓인 시대와 사회의 제약 속에서도, 사람들은 삶이 던져 주는 질문을 붙들고 열심히 해답을 찾으며 살아간다. 어떻게 살 것인가, 행복이란 무엇인가, 더불어 행복한 삶을 어떻게 누릴 것인가 ……. 자신의 삶에서 다 풀지 못하면 다른 사람에게, 혹은 다음 세대에게 넘겨준다. 이 세상에 사유하는 인간이 스러지지 않고 남아 있는 한, 그러한 질문에 대한 대답은 시대를 이어 가며, 좀 더 많은 살마들을 거쳐 가며, 더욱 깊어지고 풍부해질 것이다. 남의 것을 빼앗고, 남의 나라도 빼앗고, 사람이 사람을 차별하고 모욕하는, 심지어 다른 사람의 자유와 생명마저 빼앗아 버리는 야만의 시대라 해도……. (p.253)

병욱은 동주가 졸업 기념으로 출판하고 싶어 했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자필 원고를 아직도 갖고 있었다. 학병이 되어 전쟁터로 떠나기 전, 광양 망덕리 집의 어머니에게 맡기며 신신당부했다. 일본 순사의 눈에 띄지 않게 동주 형의 원고를 잘 간수해 달라고. 조선이 독립되고 자신이나 동주 형이 살아 돌아오지 못한다면 원고를 꼭 연희 전문으로 보내 달라는 부탁도 했다. 조선 글자를 보기만 해도 벌벌 떨던 시절이라 어머니는 두려워하면서도 마루 밑 항아리에 소중히 보관해 두었다. 그리고 전쟁터로 나간 아들의 당부를 끝내 지켰다. (p.306-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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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6-02-11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주>개봉하면 꼭 보러 가려구요.
동주역의 강하늘도 좋지만, 몽규역할의 배우 연기가 정말 좋다고 하더군요.

이책 일고 가슴이 뻐근하게 아팠던 기억이 나네요.
아 진짜 뭔가 되게 서러웠어....ㅜ..ㅜ

다락방 2016-02-11 12:03   좋아요 0 | URL
계속 괜찮다가 다 읽고나니까 가슴이 뻐근하더라고요. 다 읽고 밥먹었는데, 뭔가, 내가 이렇게 밥 먹어도 되나 싶고.... 그래도 다 먹었지만 --;;

분하고 서러웠어요, 아무개님. 영화는 안볼래요. ㅠㅠ
 
남성성과 젠더 자음과모음 하이브리드 총서 3
권김현영 외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나는 '남자친구'라는 표현 보다는 '애인'이라는 표현을 즐겨쓴다. 지금이야 '남자친구' 혹은 '여자친구'보다 '애인'이란 표현이 더 권장된다는 걸 알지만, 사실 나는 그걸 알고 그렇게 즐겨 쓴 건 아니었다. 그저 애인 이란 단어가 내게 더 좋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거기에 '반드시 여자는 남자만을 사귄다'는 고정관념을 없애기 위한 걸 추가할 수 있겠구나 싶다. 나는 잘 해오고 있구나, 의도했던 바가 아니었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어.


그렇게 친구랑 대화하다가 문득 내가 누군가에게도 '애인있어요?' 라고 물었는가, 라고 생각해보니 그렇지 않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이성친구(애인)의 유무를 묻는 건 실례인 것 같아 잘 안물으려고 하고, 혹여라도 호감가는 이성이 있어서 애인의 유무가 궁금하다면 빙 돌려서 묻는 편이긴 하다. 이를테면 '그 반지는 어떤 반지에요?' 라든가 '가족과 함께 지내고 있나요?' 라든가(두 개의 질문 모두 호감가는 남자에게 물었었고 첫번째 질문에는 커플링 이라는 대답을, 두번째 질문에는 아내랑 함께 살고 있다는 답을 들었었다. 슬픈 이야기..sad story...) 그러나 직접적으로 묻는 경우도 더러 있었고, 그때 나는 거의 대부분 '여자친구 있어요?' 라든가 '남자친구 있어요?' 라는 식으로 물었던 것 같다. 아, 내가 '나 애인 있어요', '내 애인은' 하고 애인이란 표현을 즐겨쓴다고 해서 잘하고 있는 게 아니었구나, 다른 사람에게는 습관적으로 '남자친구 있어요?', '여자친구 있어요?' 라고 물었었어..


나는 얼마나 많이 습관적으로 잘못을 저지르고 있을까?

갈 길이 멀다.






정원(ftm)은 여성으로 취업한 후 업무와 관련 없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업무를 강요받고 봉급이나 승진, 일상적인 문화에서 차별받은 경험을 가지고 있는데, 남성으로 취직하면서 오히려 자신이 여성 상사보다 더 많은 배려를 받는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식하는 것이다.

자신이 여성으로서 부당한 점을 이야기하면 한 번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남성으로서 여성 직원에게 강요되는 것을 바꾸자는 제안, 예를 들어 "자기 컵은 자기가 닦자"라고 하면 자신은 `자상한 남성`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결국 컵은 여성들이 씻는 것으로 정리되는 것을 보면서, 남성이 가지는 `평등`에 대한 공포는 여성에 의해서 자신의 지위가 위협받는 것을 참을 수 없을 때 나온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p.118-119, 나영정)

이성애 밖에 모르는 사회에서 동성애를 설명하는 것이 가능할까. 이성애적 틀에 갇히는 해석의 한계와 이성애적인 언어로만 묘사되는 표현의 빈곤함이 생기지만 그것조차 깨닫지 못하고, `이성二性으로 나뉜 인간들은 이성애異性愛를 하는 것이 이성理性이다` 라고 외치고 있다. 그러고는 성별이 남성인지 여성인지에 따라 마음을, 정체성을, 섹슈얼리티를 너무나도 쉽게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누는 것이다. 이렇게 젠더에 구속되어 있는 섹슈얼리티는 끊임없이 동성애자에게 이성애를 모방한다는 혐의를 씌운다. 그리고 동성 간의 사랑은 이성 간 사랑을 아류로 만든다. 그러나 섹슈얼리티를 젠더에 구속되어 있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어떨까. 패러디이자 경쟁자로서 동성애를 본다면 어떨까. 그렇게 되면 주목받는 것은 더 이상 성별이 같은지 다른지가 아니다. 이제 무엇으로 상대의 마음을 끌리게 할것인지, 나한테 부족한 것은 무엇인지 등 수많은 질문과 의심에 휩싸이는 것은 이성애자들일 것이다. (p.137-138, 한채윤)

나는 이런 상상을 해본다. 이성애자들이 서로 진짜 이성애자를 가려내려고 하는 모습, 남자들이 진짜 남성이 누구인지 증명하고 인정받으려 하는 모습 말이다. 아마도 이 논쟁의 마지막 모습은 결국 아무도 원치 않고 누구에게도 사랑받을 수 없는 초라한 껍데기들만 남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끝이 지구 종말을 다루는 비극적 영화의 결말처럼 황량하고 쓸쓸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 치열한 의구심 끝에 마침내 모두가 깨닫게 되길 바란다. 사실 `진짜`나 `원본`따위는 없다는 것을. 자신이 껍데기로 지목될지 모른다는 공포심 때문에 더 이상 다른 사람을 공격하고 비난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그래서 모두가 다 원본이라는 것을 말이다. (p.140, 한채윤)

공동체는 여성의 증여를 통해서만 유지될 수 있지만 동시에 위계적으로 분할된다는 점에서 여성은 위험한 물건이다. 자본과 여자는 남성을 주인과 노예로 양분한다. 그것은 축적이 가능한 물건이기 때문에 남성들 사이에 필연적으로 `낭비/파탄의 경제`가 아닌 `축적의 경제`를 발생시키고 이것은 필연적으로 수직적인 위계 구조의 발생으로 이어진다. 이를 통해 모두가 주인이었던 남성은 주인과 노예로 양분되는 운명에 처한다. 남성을 주인과 노예로 양분할 가능성이 있는 여성과 자본의 축적은 공동체에서 배제되어야 한다. 이것이 이런 공간들이 극단적인 형태로 마초적 언사를 반복적으로 수행하고 구성원들에게 그것을 견디라고 요구하는 이유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마초들이 이 공간으로 모여드는 것이 아니라 이 공간을 통해 마초들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계속)

여기에서 우리는 이들이 항변하는 평등의 주체가 남자와 여자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들이 주장하는 평등이란 남성들 `간`의 평등이다. 신자유주의와 양극화에 따라 남성은 자본과 여성을 소유할 수 있는 자들과 소유할 수 없는 자들로 나뉘었다. 현실의 이 세계는 여성과 자본을 소유할 수 없는 자들을 주인이 아니라-국민이란 말 그대로 나라의 주인이지 않는가?-노예로 만들었다. 여성의 교환과 소유를 통해 보장되던 남성들 간의 가정된 형제애는 심각하게 훼손되었고 그 결과 `남성` 사이의 연대는 불가능한 것이 되었다. 시급한 것은 이 남성들 간의 연대를 복원하는 일이다. 따라서 모든 남성들은 여성이 되어버린 `게이`들과 `초식남`을 처단하고 형제애의 공동체를 복구해야 한다. 그래서 이 공간에서는 끊임없이 군대와 군가산점에 대한 요구와 `꼴페미`들에 대한 처단의 이야기가 반복되어 나타날 수밖에 없다. 남자는 그 안에서 검증되고 만들어지고 수행되는 것이다. (p.155, 엄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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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06 1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7 1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살리미 2016-01-06 14: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좋은 지적이네요. 습관적으로 생각없이 쓰는 말들이 많죠. 이렇게 하나씩 고쳐가야겠어요.

다락방 2016-01-07 12:24   좋아요 1 | URL
네, 제가 잘하고 있다고 자만하고 있었는데 저 역시 습관적으로 좋지 않은 표현들을 쓰고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반성하고 앞으로 더 잘해야지, 다짐합니다.
네, 오로라님. 우리 이렇게 하나씩 고쳐가요. 서로 알려주면서요.
:)
 

수전 손택이 1966년 쓴 `보르헤스에게 보내는 편지` (p.19)라고 한다. 출근 길에 읽는데 정말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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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16-01-05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타인의 고통 부터 읽으려해요 :-) 사진에 관하여가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다락방 2016-01-05 16:44   좋아요 1 | URL
저는 타인의 고통을 읽다가 포기한 적이 있어요. (시무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