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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이 캐나다로 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갑자기 미래라는 게 두려워졌다. 무엇인가가 내 곁을 떠날 수 있다는 생각이 그때 처음 들었다.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삼촌이 사라진 다음 내 곁에 있던 것들이 하나둘 없어지기 시작했다.(에스키모, 여기가 끝이야 p.93)

 

불현듯이 깨달았다. 누군가 떠나는 모습을 보는게 싫다면, 누군가 떠난다는 얘기를 듣고 싶지 않다면,  

내가 떠나버리면 된다는 것을. 내가 머무르지 않고 떠나면 그런 말은 더이상 듣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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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 2010-04-18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뒷모습을 보는게 너무 무서워서
늘, 모질게, 자주 먼저 일어나버렸죠
그치만 내 뒷모습은 누군가 봐주길 바랬어요
맞아요 그랬던 것 같아요
천천히, 오래오래, 끝까지 봐주었으면...
맞아요 그랬던 것 같아요

그래서 말이죠
난 먼 훗날에는 정말 죽었다 깨어나도 절대 오지도 않을 것 같은 그런 날에는
그렇게 천천히, 오래오래
지켜봐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해요...

다락방 2010-04-18 09:13   좋아요 0 | URL
한자리에 오래 있는게, 머물러 있는게, 변함없이 여기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요즘은 생각하게 되요.
지긋지긋하고 지겨워서 모든 걸 다 그만둬버리고 싶어요.
일도, 온라인에서의 나도, 혼자 이것저것 생각에 생각을 하게 만드는 몹쓸 감정들도,
다 그만 둬버리고 싶어요.

며칠전에 친구가 미국에 가자고 했는데,
대체 왜 가지 못하는가,
머릿속에서 내내 미국이 지워지질 않아요.
그냥 가버릴까, 다 그만 둬버리고, 다 끊고 가버릴까, 하면서요.

지긋지긋해요. 지겹고 재미없어요, 니나님.

2010-04-18 09: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18 1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18 1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18 14: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18 19: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18 2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니나 2010-04-18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보. 메롱. 푸하하.

다락방 2010-04-18 21:37   좋아요 0 | URL
집에 돌아왔군요!! ㅎㅎ

무스탕 2010-04-18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kiss' 라는 만화책 보셨어요? 8살 많은 피아노 (남)교사를 좋아하는 여학생(고)이 (나중엔 둘이 서로 좋아해요♡) 선생님이 미국으로 (일때문에) 떠나면서 '기다릴래?' 묻죠. 그러니까 여자애는 '선생님이 미국가서 기다려요. 내년에 졸업하고 갈테니까요!' 라고 한 술 더 뜨지요.
얼마나 멋져요!!

위의 댓글도 상관 없는 말들이지만, 더 상관 없는 이야기는, 이 피아노 선생님이 한동안 제 짝사랑의 대상이었죠 ^///^

다락방 2010-04-19 13:18   좋아요 0 | URL
제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 중의 하나가 만화책 제목이에요. 키스라고 하시니 본 기억이 없는데 줄거리를 말씀하시니 어쩐지 본 것 같아요.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해서 일전에 한 만화를 빌려봤는데, 보다 보니 제가 본 책인 경우가 허다했어요. 하핫. 제가 기억하지 못하는 숱한것들중 만화책의 제목은 아마도 상위권을 차지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 무스탕님.
차라리 만화속의 주인공을 짝사랑하고 싶은 봄날입니다.

전 뭐 근데, 미국에 가도 기다려줄 사람도 없고
여기에 있어도 기다려줄 사람도 없어요.
하핫 ;;

카스피 2010-04-19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펭귄그림을 보니 갑자기 케이블 만화방송에서 하는 마다카스타의 펭귄이 생각나네요^^ 좀 비슷한것 같군요.

다락방 2010-04-19 17:50   좋아요 0 | URL
전 그걸 안봐서 잘 모르겠네요. ㅎㅎ
 

 

로랑 달은 마리 메르시에와 친해지고 싶었다. 마리 메르시에는 로랑 달의 환상이었다. 

   
 

로랑 달은 가까스로 본심을 숨기며 마리에게 무관심한 척했고, 스스로 변화를 꽤했으며, 적절한 어휘를 찾으려 애썼고, 현명한 생각을 찾기 위해 머릿속을 뒤졌고, 스쿨버스에서는 머릿속으로만 그녀에게 미소를 지었고, 별처럼 반짝이는 그녀의 넓적다리를 바라보았고, 둘 사이에 전혀 진전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고, 멜랑콜리하고 고상한 권태로움이 한 송이 꽃처럼 피어나는 것을 보았고.(p.148)  

 
   

그러니까 이 책에서 설명하는 것처럼 마리 메르시에를 향한 로랑 달의 연정은 배가 사르르 아플 때의 복통의 기운이나 좀처럼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는 어떤 생각처럼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는 것이었다. 

로랑 달은 토요일이면 그녀의 집에 가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그 둘의 대화는 사실 서로 통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그는 그런 대화들 속에서도 그녀를 훔쳐보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날도 그랬다. 그날도 그녀의 집에서 대화를 하는데, 그녀를 유혹하고 싶은데, 그녀와 관계를 좀 더 진전시키고 싶은데, 아, 그는 배가 아팠다. 화장실에 가고 싶어졌다. 

로랑 달은 자신의 몸이 조약돌이 잔뜩 든 보따리 같다고 느꼈다.(p.153) 

이때부터 나는 로랑 달에게 연민을 느꼈다. 슬펐다. 그가 짝사랑을 앓고 있는 것보다 더 슬픈건,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고 가장 멋진 모습으로 다가가고 싶은 사람앞에서 어쩌면 가장 보이고 싶지 안은 면을 보여주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자꾸만 자꾸만, 현실이 된다. 참지 못하고 그녀의 어머니에게 화장실이 어디있는지를 물어보았고, 그리고 허겁지겁 화장실로 들어간다. 

   
  그는 허리띠를 풀고 하얀 팬티와 바지를 한꺼번에 내리면서 변기에 앉았다. 그러나 필요한 만큼 재빨리 행동하지는 못한 모양이었다. 4초 정도 만에 로랑 달은 누런 액체가 속옷을 더럽힌 것을 알고 기겁을 해야 했다. 액체 상태가 다 된 설사가 빛의 속도로 쏟아졌던 것이다. 컵 꼭대기까지 꽉 찬 두 컵의 액체 겨자가 한 컵은 팬티에, 또 한컵은 변기에 쏟아졌다.(p.154)   
   

아! 

이제 그에게는 아픈 배가 문제가 아니었다. 연정을 품은 그녀의 집 안, 그 화장실안에 지독한 냄새를 풍기게 하고야 말았다. 냄새의 근원인 팬티를 찢어 변기에 넣고 돌렸지만 그 팬티를 변기가 빨아들일리가 없다. 그는 20분 넘게 화장실에서 나가지를 못하고, 밖에서는 그녀의 어머니가 괜찮으냐며 뜨거운 차를 준비했으니 나와서 마시라고 한다.  

결국 신발 속에 팬티를 넣고, 오물이 묻어 있는 바지를 좀 닦아내었지만, 냄새를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리고 나와서 안전 부절 못하고 대화를 간신히 이어가고, 머릿속에는 얼른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차있고, 결국 그의 짝사랑 대상은  

"이게 도대체 무슨 냄새지?" 

라며 화를 내고야 만다. 작별 인사를 할 때에는 두 개의 솜뭉치로 코를 막기까지 하고.  

 

이거야 말로 비극. 이거야 말로 슬픔. 슬픔중의 슬픔. 

 

 

 

 

 

 

 

 

학창 시절의 짝사랑 대상. 그러니 굳이 이 사건이 아니었어도 그가 그녀와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라는 결론은 나오지 못할 확률이 크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그 당시의 로랑 달에게 그 순간은 끔찍했겠지. 아, 나는 생각조차 하기 싫다. 내게도 이런 비슷한 일이 있었..............  

그만두자. 구질구질하다. 

 

그래도 시간이 흐르면, 서로 다른 짝을 찾고 삶을 살고 그렇게 십년이 흐르고 이십년이 흐르게 되면, 그 순간을 떠올리며 농담할 수도 있을거다. 아, 그때 내가 그 여자를 사랑했는데, 맙소사, 그녀의 집에서 설사가 나온거야! 하면서. 그땐 정말 끔찍했지, 하면서 술을 마시며 웃을 수도 있게 될거다. 물론, 시간이 좀 지난후에. 

또 그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라면, 그 여자에 대해서도, 그러니까 짝사랑의 대상에 대해서도 다른 말을 할 수도 있을거다. 그때는 내가 그 사람을 참 좋아했지, 그런데 왜 그렇게 좋아했나 몰라, 같은 말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사람이 전혀 특별할게 없었는데 말이야. 그때는 왜 그렇게 그사람이 반짝거렸을까. 

 

돌이킬 수 없이 그 자체로 찬란하고 고통스러운 순간. 짝사랑도, 그리고 그 사람앞에서 나도 모르게 터져버리는 설사도. 

 

봄으로 가려는 무렵이었다. 봄으로 가려는 무렵, 그러니까 좀 추웠을 때. 나와 길을 걷던 남자가 갑자기 내 손을 잡더니 뒤를 돌아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나는 영문도 모르는 채로 무작정 끌려가기만 했다. 그는 나를 어느 빌딩 안으로 끌고 들어갔고, 그렇게 나를 벽에 밀치더니 키스를 해버리고 말았다. 초저녁이었는데. 밤도 아니었는데. 

나는 가끔 그 빌딩 앞을 지난다. 어쩔 수 없다. 우리 동네였으니까. 그 빌딩 앞을 지날때마다 번번이 그의 생각이 나는건 아니지만, 그 빌딩 앞을 지나지 않아도 그의 생각이 불현듯 날 때가 있다. 오늘처럼. 자연스럽게 또 이런 생각도 든다. 지금쯤 어딘가에서 다른 여자를 벽에다 밀치고 있겠지. 

그는 이제 서른을 살고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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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백
    from 나는.. 따라쟁이 입니다. 2010-04-16 12:24 
    그날은 눈이 많이 온 다음날이였고, 당일도 눈이 많이 내렸어요. 그리고 발렌타인데이였죠. 그는 군대를 막 재대하고 여의도에 있는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어요. 아침8시에 퇴근하는 그를 위해 저는 아침 7시쯤 여의도에 있는 편의점에 도착 했어요. 그는 약간 놀랐고, 그것보다 조금더 좋아했어요. 퇴근하고 돌아가면서 무엇을 할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침타임 알바가 오기를 기다렸죠. 아침타임 알바는 무슨일 때문인지 아홉시가 다 되어 도착했는데 그것
 
 
2010-04-15 16: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16 1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따라쟁이 2010-04-16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사는 마음이 아파오네요. 저도 비슷한 일이 있어요. 눈 많이 와서 빙판이 진날이였... 아.. 역시 구질구질 하네요 ㅠㅠ

다락방 2010-04-16 11:07   좋아요 0 | URL
저는 상대의 구질구질한 면을 본적도 있어요. 쓰기조차 민망할 정도로 구질구질한일.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 대상을 다시는 안봤다거나 싫어하게 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 순간에는 살짝 실망했던 것 같아요. 물론 그 구질구질이 무엇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말입니다.

구질구질 ㅠㅠ

비로그인 2010-04-15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올해 삼십번째 생일을 맞이합니다.

다락방 2010-04-16 10:58   좋아요 0 | URL
부럽습니다.
전 이미 몇년전에 보내버렸어요, 서른을.

poptrash 2010-04-15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올해 삼십번째 생일을 맞이합니다. 222

제니퍼 애닌스톤과 벤 스틸러의 <폴리와 함께>에도 비슷한 장면이 있어요.
학창 시절 제니퍼 애닌스톤을 짝사랑했던 벤 스틸러는, 어느날 우연히 그녀를 만나게 되죠.
그녀는 보헤미안처럼 차려입고 자유 분방하게 살아가는 멋진 여성이 되어 있었고
소심한 벤은 용기를 내어 그녀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게 되요. 매운 인도 음식점에서.

문제는 그가 습관성 장 트러블이 있었고, 식사 이후에 그녀의 집에 가게 되었다는 거고,
그녀 화장실에는 휴지가 없었다는 거죠. 눈에 보이는 것은 수건.
수건은 물론 변기에 들어갔고, 역시 변기는...
뭐 그런거 아니겠어요.

다락방 2010-04-16 10:58   좋아요 0 | URL
저 봤어요, 그 영화. 혼자 극장에 들어가서 봤지요. 그 로맨틱 코메디를 사람많은 서울극장에서 혼자서요. 그리고 당연히 그 에피소드도 기억하고 있어요. 그 에피소드도 페이퍼에 쓸까 하다가 그러면 또 길어질 것 같아서. (제 글은 너무 길어요 ㅜㅡ)

poptrash님의 스물 여덟은 어땠나요? poptrash님도 스물여덟에, 서른이 훌쩍 넘은 여자를 벽에다 밀쳤나요? 응?

2010-04-15 18: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16 1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머큐리 2010-04-15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자신이 가진것보다 항상 더 낫게 보이고 싶은 욕망이..ㅎㅎ 그 마법이 깨져버리는 순간 사랑은 어디론가 사라지고...그 동안 오버질한 초라하고 찌질한...에잇!!

다락방 2010-04-16 11:05   좋아요 0 | URL
그쵸. 그런데 더 낫게 보이고 싶다는 욕망때문에 되려 더 찌질한 모습을 보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욕망 자체가 없었다면 평범해질 수도 있었을 일들이 말입니다.

저 역시 오버하고 초라하고 찌질한 일들을 아주 숱하게 겪었습니다. 생각하기도 싫은 일들. 그러나 앞으로는 그렇게 살지 않을거라고 장담할 수가 없어요. 미래는 예측불허니까요.

금요일입니다!

무스탕 2010-04-15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김자옥이 이순재 집에서 화장실에 갔다가 변기 막혀 나오지 못하고 엉엉거리던 장면이 생각나네요 ^^;;

다락방 2010-04-16 11:06   좋아요 0 | URL
그러고보면 순재씨는 자옥씨 앞에서 초라한 모습을 참 많이 보이고 그래서 안타까웠던 것 같아요. 싸이클복 입고 친구들을 만나러 간 에피소드도 그랬고 말입니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웃을일도 많지만 참 울 일도 많아요. 그쵸?

야클 2010-04-15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속가능성을 고려하자면 앞으로는 엘리베이터로 끌려가세요. 아주아주 높은 빌딩의 화물전용 엘리베이터로. ^^

다락방 2010-04-16 11:03   좋아요 0 | URL
아 뭔가 뚜렷한 대상까지 넣어가며(응?) 상상했더니 아주 미치겠네요. 손발이 찌릿찌릿해지는게. ㅎㅎ
이래가지고서야 어디 일을 하겠어요!! ㅎㅎ

sweetrain 2010-04-16 0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2년 후에 서른이 되어요.
이렇게 서른이 되어도 되나 하는 생각을 가끔 하곤 해요.


다락방 2010-04-16 11:04   좋아요 0 | URL
예쁜 서른이 되어요, 예쁜 서른. 반짝반짝 빛나는 서른.
서른은 한 번 뿐이니깐요.
:)

2010-04-16 04: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16 1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와 2010-04-16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따위, 잊어버렸음. ㅎ

다락방 2010-04-16 14:50   좋아요 0 | URL
나도 가끔 잊곤 함 ㅋㅋ

nada 2010-04-16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구질구질해. 사랑 따위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아요.ㅠ.ㅠ

저도 이 페이퍼 읽으면서 <폴리와 함께> 그 영화 생각했어요.
제니퍼는 왜 그런 영화를 다시 찍지 않는 걸까요?
그녀가 제일 그녀다워 보였던 영화였어요.
근데 남자들은 저런 상황에서 하나같이 다 수건을 변기에 집어넣더군요.
멍청하긴. 수건을 넣으면 변기가 막힌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건가요, 남자사람이란?
전 세면대에서 머리를 감으면 세면대가 막힌다든가,
싱크대 수챗구멍에 음식물을 마구 버리면 언젠가 그것을 비워야 한다는 사실 같은 걸 모르는 남자가 너무 싫어요.

다락방 2010-04-17 08:41   좋아요 0 | URL
제말이요. 수건을 변기에 넣으면 막힌다는 게, 그게 남자사람들의 머리엔 들어가 있지 않은건가요? 너무나 멍청해서 한심할 지경이에요.

어제부터 삶이 지긋지긋하다고 느껴지다보니, 세상 모든 남자들이 싫어지네요. 죄다 변기에 넣고 돌려버리고 싶어요, 그들을.

마노아 2010-04-17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순간들이 있었나 하고 되짚어 보면, 비슷한 순간들이 몇 차례 있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태연히 잊고 지내지만요.
저렇게 민망하고 비참하고 서글픈 일도 지나고 나면 추억이 될 순간이 분명 있을 테지요.
하다 못해 라디오에 사연 보내어서 선물이라도 받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ㅜ.ㅜ
다락방님, 토요일 오후예요. 같이 영화보면 딱 좋을 날이에요.^^

2010-04-17 1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17 14: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18 0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출근길은 언제나 힘들다.  

오늘 강남역 1번출구의 계단을 올라오다가 버스정류장 근처의 한 여자사람을 봤다. 머리를 올린 정장차림의 그녀는 단지 뒷모습만 봤을 뿐인데 퍽 예뻤다. 나는 예나 지금이나 올린 머리나 질끈 동여맨 머리가 가장 예쁘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버스정류장까지 아직 도착을 못했고, 그녀가 타야 하는 버스는 그녀를 조금 지나치고 있었다. 그녀는 조금 뛰었는데 그 버스는 잠깐 멈추는 듯 하더니 그냥 간다. 좀 안타까웠다. 그녀가 그 버스를 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출근길에 버스를 놓치면 사실 하루종일 힘들테니까. 

그런데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는 다시 한번 제대로 정차해주었고, 나는 그녀를 보았다. 그녀가 조금 뛰기를, 그래서 그 버스를 타기를. 오, 그녀는 정말 내 바람대로 조금 뛰었고 그 버스를 탔다. 그녀는 버스안에서 헉헉 숨을 내쉬겠지만 그래도 타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될거다. 지각하지 않을 수도 있을거다. 출근길은 언제나 빡세다. 우리는 모두 가열차게 살고있다. 

 

라디오에서 오늘 아침 내가 들은 첫 노래는 마이클런스투락의 25 minutes. 

 

 

After some time I've finally made up my mind
She is the girl and I really want to make her mine
I'm searching everywhere to find her again 
To tell her I love her 
And I'm sorry 'bout the things I've done 

시간이 흐르고 나서 난 결심을 했어
그녀가 바로 내 여자고 그래서 내 사람으로 만들거라고
그녀를 찾기 위해 헤메고 있어
사랑한다고 말하려고, 
내가 한 잘못을 사과하려고

I find her standing in front of the church
The only place in town where I didn't search
She looks so happy in her wedding dress
But she's crying while she's saying this

그녀가 교회 앞에 서 있는 걸 발견했어
내가 유일하게 찾아보지 않았던 곳인데
그녀는 웨딩 드레스를 입고 행복해 보여
하지만 이렇게 말하면서 그녀는 울음을 터뜨렸어

Boy I missed your kisses all the time
But this is twenty five minutes too late
Though you travelled so far 
Boy I'm sorry you are twenty five minutes too late

나도 계속 당신의 키스가 그리웠건만
당신은 25분이나 늦고 말았어요
비록 멀리 헤매고 다녔지만
미안해요 당신은 25분 늦어버렸네요.

Against the wind I'm going home again
Wishing be back to the time 
When we were more than friends

바람을 맞으며 난 집으로 갔어
우리가 친구 이상이였던.. 
시절을 그리워 하며..

But still I see her in front of the church
The only place in town where I didn't search
She looks so happy in her wedding dress
But she's cried while she's saying this

아직도 그녀가 교회 앞에 서 있는게 보이네
내가 유일하게 찾아보지 않았던 곳인데
그녀는 웨딩 드레스를 입고 행복해 보여
하지만 이렇게 말하면서 그녀는 울음을 터뜨렸어

Out in the streets, 
places where hungry hearts have nothing to eat
Inside my head still I can hear the words she said

거리 에서
굶주린 사람들이 아무것도 먹을 것이 없는 곳에서
내 머리 속에 아직도 그녀가 한 말이 들려

I can still hear her saying

아직도 그녀가 하는 말이 들려와

 

 

때때로 버스를 놓치기도 하지만 때때로 뛰어가 탈 수도 있고, 또 때때로는 조금 늦기는 해도 다음 버스가 온다. 그렇다고해도, 그리워하는 사람앞에 25분 늦게 나타나서는 안된다. 그 사람은 웨딩드레스를 입고 눈물을 흘릴지도 모르니까. 25분을 늦어서 결국은 다른 사람을 만날수도 있겠지만, 그 사람은 내가 놓친 사람과는 다른 사람이다

 

나는 긴장되는 상황을 그다지 즐겨하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지만, 별로 긴장같은거 하고 살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떤 긴장은 꽤 괜찮은 기분을 가져다 준다. 편하기만 한 남자보다는 살짝 긴장하게 만드는 남자가 좋은것처럼.  

 

새 구두를 신었다. 똥배가 살짝 긴장하고 있다. 이것 역시 괜찮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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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4-15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은색, 갈색, 짙은 네이비색외에 다른 색상의 구두도 세상에는 존재한다는 말씀인거죠? 사본 적이 없어서... 날씨는 쌀쌀하고 할 일은 많고 (포스트잇에 해야할 일 목록 작성중) 구두 색깔까지 칙칙한게 심하게 맘에 걸리는 군요.

다락방 2010-04-15 12:47   좋아요 0 | URL
취향의 문제겠죠, 브론테님. 저기 위에 Kitty님은(이제는 이전페이지의 댓글) 검은색 구두만 90프로라고 하시잖아요. 저는 저도 모르게 검정색을 안사게 되고... ( '')

저도 해야할일 산더민데 아침부터 꾸벅꾸벅 졸고있어요.

사직서내고 도망가고 싶어요 브론테님.
ㅠㅠ

2010-04-15 1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15 1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15 12: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15 1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15 12: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15 13: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15 1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15 1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L.SHIN 2010-04-15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노래, 오래 됐죠. 그 당시 한참 좋아했었는데.
하지만 이 노래가 이런 페이퍼로, 이렇게 아름다워질 수 있다니, 아, 나의 다락님 -
나는 또 오늘 감탄하고 맙니다.

다락님이 신은 새구두는 어떤 걸까. 인증샷 보여주시지...^^

다락방 2010-04-15 14:23   좋아요 0 | URL
저도 보여드리고 싶은데 도무지 이쁘게 찍히지를 않아요, L.SHIN님.

어제 오후에도, 그리고 오늘 아침에도 찍어보려고 시도했으나. 역시 핸드폰 사진은 이따위야, 라고 실망하다가 사실 문제는 내 발에 있는게 아닐까, 하고 좌절에 좌절만 거듭했어요.

노래 좋죠? 저도 좋아했어요, 저 노래. 당신의 키스가 그리웠어요, 라고 말하는 노래라니!

Alicia 2010-04-15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두 인증샷 올려주셈요.히히^^ 조와 울증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ㅂ=

다락방 2010-04-15 16:41   좋아요 0 | URL
아 그게 그러니까..올리려고 몇번이나 시도했으나 구두 신은 발이 이쁘게 나오지를 않아요. 히잉 ㅠㅠ

머큐리 2010-04-15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오늘 이 노래 딱 10번만 듣고 갑니다...^^

다락방 2010-04-16 11:14   좋아요 0 | URL
꽂히셨군요! ㅎㅎ
저도 아침에 듣는 순간 미칠뻔 했습니다. ㅎㅎ

sweetrain 2010-04-16 0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며칠전에 까만 구두를 샀어요.
발 볼이 넓은 편이라 거의 운동화만 신는데, 큰 맘 먹고 구두를 샀죠.
충동구매한 거지만, 마음에 들어요.

다락방 2010-04-16 11:15   좋아요 0 | URL
역시 구두는 충동구매에요!
예쁘게 신어요, 스윗레인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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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보낸 원고를 받아본 출판사들은 송어낚시에 대한 책으로 간주해 원고를 돌려보내기도 했다. 어려움 끝에, 브라우티건의 재능을 간파한 선배작가 커트 보네거트의 도움으로 이 작품은 드디어 빛을 보게 되었고, 출간되자마자 당대를 대표하는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송어낚시 여행을 떠나기 전에 中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책에 대한 얘기를 가끔 들어오긴 했지만 너무나 당연하게도 이것이 미국의 송어낚시 에 대한 책인줄로만 알았다. 나는 낚시에도 흥미가 없는데, 하물며 낚시에 대한 책은 더 말해 뭐해? 내가 볼 필요가 없지. 지루할거야. 그가 보낸 원고를 거절한 출판사들과 내 생각이 같았던 거다. 그래서 부자가 될 사람은 따로 있다. 

다시 말하지만, 이 책은 낚시에 대한 책이 물론, 아니다.  

물론 나는 이 책이 좋긴 했지만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진 못한 것 같다. 책의 끝부분에 실려있는 작가와의 인터뷰를 보면, 작가는 자신의 소설을 '외견상 유머러스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상실감에 가득 차 있'다고 표현하는데, 사실 나는 이 책 속에서 상실감에 대한 부분을 죄다 건져내진 못한 것 같다. 그러나 유머와 윗트만큼은 충분히 즐겼다. 그의 유머는 그러니까, 이런식이다. 

[포트 와인에 취해 죽은 송어] 편에 나오는 부분인데, 한방울의 포트 와인으로 무지개 송어 한마리가 살해됐고, '송어가 포트 와인을 마셔서 죽는다는 것은 분명히 자연법칙에 위배되는 일'임을 증명하기 위하여 그는 자기가 찾아본 책들을 언급한다.

1496년에 출판된 『성(聖) 앨반즈의 서(書)』라는 책의 '낚시 도구로 물고기를 낚는 법에 관한 논문'조차도 그러한 사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고 있지 않다. 1910년에 출판된  H.C. 커트클리프의 『백악(白堊) 하천에서 낚시를 하는 몇 가지 방법에 대한 소고(小考)』도 그러한 사례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도 하고 있지 않다. 1955년에 출판된 베아트리스 쿡의 『진리는 낚시보다 더 이상하다』라는 책에도 그러한 사례에 대한 언급은 나와 있지 않다. 1694년에 출판된 리처드 프랭크의 『북부(北部)의 회고록』에도 그러한 사례에 대한 언급은 나와 있지 않다. 1873년에 출판된 W.C. 프라임의 『나는 낚시질을 하러 간다』에도 그러한 사례에 대한 언급은 나와 있지 않다. 1957년에 출판된 짐 퀵의 『송어낚시와 제물 낚시용 날파리』에도 그러한 사례에 대한 언급은 나와 있지 않다. 1600년에 출판된 존 태버너의 『물고기와 과일에 대한 몇 가지 실험』에도 그러한 사례에 대한 언급은 나와 있지 않다. 1946년에 출판된.....(중략) 

 

포트 와인으로 살해된 송어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되어 있지 않다,는 책에 대한 이야기는 67페이지에서 시작해서 70페이지에서 끝난다.(중간에 한 페이지는 삽화) 그리고서는  

'그 어떤 책에도 포트 와인을 마시고 죽은 송어에 대한 언급은 나와 있지 않았다.'  

라고 말한다. 퇴근하는 지하철 안에서 자리에 앉아 이 부분을 읽는데 그만 웃어버리고 말았다. 아, 언제 끝나. 그런데 정말 이 책들을 이 작가는 다 본거야?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알콜중독자를 시카고로 보내기 위해 포장하고서는 그 포장 상자에 이렇게 써둔다. 

"유리/취급주의/특별 취급/ 유리/엎지르지 말 것/이곳을 위로/ 이 알코올 중독자를 천사처럼 취급할 것." (p.102) 

이 알코올 중독자를 천사처럼 취급할 것! 

 

작가는 자신의 아내와 아이와 여행을 한다. 그러다가 양떼를 마주친다. 작가의 아이는 털이 많은 동물을 보면 소리를 지른단다. 

우리는 양떼를 보았다. 아이는 원래 털이 많은 동물을 보면 소리를 지른다. 그 애는 제 엄마와 내가 알몸으로 있는 것을 볼때에도 그런 소리를 낸다. (p.127)

 

내가 한참을 웃은 부분은 여기, 

그가 거기서 본 유일한 여자는 300파운드나 나가는 인디언 여자뿐이었다. 그녀에게는 열다섯 살짜리 쌍둥이 딸들이 있었다. 그는 그 처녀들과 사귀고 싶었지만, 인디언 여자는 그를 자기와 사귀도록 만들었다. 그녀는 그런 일을 아주 영리하고 능숙하게 해냈다. (p.228)

인디언 여자에게 박수를! 

마지막으로,  

"난 핫케이크와 달걀 같은 것으로 아침식사를 했지. 그리고 계부는 내 점심을 만들어주셨는데, 언제나 똑같은 파이와 싸늘하게 식은 돼지고기 샌드위치였어. 그런 다음, 난 학교로 걸어가곤 했지. 아니, 우리 셋이서. 즉 나와 파이와 돼지고기 샌드위치의 삼위일체가 말이야." (p.192)

나도 오늘 아침, 제육볶음과 김치찌개와 내가 삼위일체가 되어 출근했다.  

그리고 이제 퇴근하면 소주와 안주(이건 아직 미정이다)와 내가 삼위일체가 되어 지하철을 탈 것 같다. 

나는 오늘 나를 막 대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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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4-08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두 인디언 여자에게 박수!!...외견상 유머러스하면서 상실감을 내포한 글을 아주 잘 쓰는 사람을 알고있는데...갑자기 그 사람이 그립네요.

다락방 2010-04-09 10:57   좋아요 0 | URL
인디언 여자 정말 멋지죠! ㅎㅎ 저도 그런 여자가 되어야 할텐데요.(응?)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간직한채로 살아가는게 바로 인간이란 존재래요, 마기님.
:)

pjy 2010-04-08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정말 낚시얘기 아닌거죠? ^^ 또 장바구니만 꽉~~ 들어차겠군요~~

다락방 2010-04-09 10:58   좋아요 0 | URL
네, 제가 생각했던 그런 낚시얘기가 아니었던거죠!!

turnleft 2010-04-09 0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제육볶음과 김치찌게와 삼위일체가 되어 나서는 출근길이라니.. ㅠ_ㅠ

다락방 2010-04-09 10:58   좋아요 0 | URL
그 눈물의 의미는...부러움인거죠? ㅎㅎ

오늘 아침은 미역국과 계란말이와 제가 삼위일체가 되어 출근했습니다만. 씨익 :)

turnleft 2010-04-10 02:39   좋아요 0 | URL
아아.. 부러우면 지는건데.. 부러우면 지는건데.. OTL

다락방 2010-04-11 00:13   좋아요 0 | URL
아 어쩐지 토닥거려주고 싶어요, TurnLeft님.
:)

... 2010-04-09 0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근 전인 지금 저는 커피와 소보루빵과 삼위일체가 되어있어요. (또 일이 많아 불안해서 일찍 일어났다는...) 게다가 이승철의 [긴하루]를 듣고 있구요.

다락방 2010-04-09 11:00   좋아요 0 | URL
흐음, 그래서 지금쯤은 출근 하셔서 일 하고 계신가요?
아니 일찍 일어난 오늘 같은날 긴 하루 라뇨! 더 길게 느끼고 싶으신겁니까!!

... 2010-04-09 17:38   좋아요 0 | URL
정말이지 너무나 긴 하루인데다가 간간이 사고도 치고 있는 중이라 기진맥진이예요... 또 이렇게 한 주를 무사히 넘겼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긴 해요. 아침에 곡선정이 잘못이었어요! 너무나 긴 하루이지 뭡니까!!!

지금 번뜩 이 페이퍼를 보니 <미국의 송어낚시>란 책이 있군요 (이제서야 발견했어요, 윽) 낚시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란 말이죠, 흠흠.

다락방 2010-04-09 17:46   좋아요 0 | URL
브론테님. 아침의 곡선정은 꽤 중요하다구요. 긴 하루 같은건 팔랑팔랑 기분 좋을 때나 들어야지, 일도 많은데 대체 왜 긴 하루 같은걸 들은겁니까, 대체 왜요!!
할 일이 많았다면, 불안해서 일찍 일어났다면, 차라리 뉴키즈온더블럭의 스텝 바이 스텝을 듣지 그러셨어요! 흑.

한 주를 무사히 넘겼구나, 라는 안도감이 들만큼 어느정도 일은 해결되어 가고 있는건가요? 부디 기진맥진한 몸을 쉬어주어야 할텐데요..

무해한모리군 2010-04-09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피와 시금치요거트빵과 삼위일체!
어젠 곱창 먹었어요. 술없이!!!!

다락방 2010-04-09 11:01   좋아요 0 | URL
'시금치요거트빵'이 한 단어에요? 이런 빵이 있어요?
그리고 술 없이 곱창을 먹는게...가능해요?

전 어제 모듬순대와 소주와 삼위일체가 되었다가, 다시 치킨과 맥주와 삼위일체가 되었다가,
결국은 택시를 타는 만행을 저질렀어요. 아, 술 마시고 택시 타는거 정말 싫어라 하는데..흑 ㅜㅡ

집이 너무 멀었어요. 흑흑 ㅠㅠ

... 2010-04-09 17:42   좋아요 0 | URL
소보루빵보다 시금치요거트빵이 훠~월씬 고급스러워 보이잖아요!!! 아, 나도 시금치요거트빵과 삼위일체가 되었어야 하루가 부드러울뻔 했어요. 소보루빵과 삼위일체로 시작한 하루는 너무 퍽퍽하고 힘겨워요... 흑.

다락방 2010-04-09 17:48   좋아요 0 | URL
시금치요거트빵이라니,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세상에 그런 빵을 누가 만들 생각을 한걸까요?

그런데요 브론테님. 저는 소보루빵 좋아해요. 사실 저는 소보루빵이라고 하지는 않고 늘 곰보빵이라고 부르긴 합니다만. 흣.
힘든 하루인데 빵으로 시작하니까 퍽퍽하잖아요. 뜨끈뜨끈한 밥으로 시작하지 그러셨어요. 좀 위로가 됐을지도 모르는데 말예요. 밥이.

무해한모리군 2010-04-12 10:51   좋아요 0 | URL
사실 시금치요거트치즈!빵이라는거 ㅎㅎㅎ
언제 사진 한번 찍어올려야겠어요.
더 부러우실텐데..

그러나 김치찌개에 밥이 쵝오!

다락방 2010-04-12 11:07   좋아요 0 | URL
김치찌개에 밥이 최고라는 말에는 물론 공감하지만,

대체 시금치요거트치즈빵이라는게 어떤 맛일까요? 생김새는요? 아 완전 궁금해요. 그거 맛있어요? 먹을만한가요?

moonnight 2010-04-09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락방님이랑 술 마시고 싶은데!!!
금요일 저녁인데, 좋은 약속 있으신가봐요. 부러워요. 그렇지만 다락방님은 소중하니깐, 막 대하진 마세요. ;;
저는 집에 가서 어제 마시다 숨겨놓은 술이나 마저 마셔야겠어요. 흑. -_ㅠ

다락방 2010-04-10 01:08   좋아요 0 | URL
하하 로맨틱한 영화를 봤더니 그냥 아주 죽겠어요, 문나잇님.
오, 정녕 연애는 필요악인가요, 쥐약인가요. 로맨틱한 영화를 봐도 나는 전혀 움직이질 않겠어, 라고 했는데 장면마다 아주 자지러지게 넘어가버렸네요.

화이트 와인을 몇잔 하고, 맥주까지 마시고, 머리가 팽팽 도는데 가슴이 왈랑 거려서 잠을 잘 수 있으려나요. 흐흑.

저도 문나잇님과 술 마시고 싶어요. 제가 언제 한번 거기로 가거들랑 저랑 술 친구도 해주시고 같이 잠도 좀 자주세요! 헤헷 :)

니나 2010-04-10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죽헤죽- 히죽히죽-

다락방 2010-04-10 01:07   좋아요 0 | URL
으응? 이 시간에 안자고 뭐해요, 니나님? 나는 술이 좀 취해서 고민이에요. 음 나의 미카엘을 조금 읽을까 말까 그냥 잘까 말까 뭘 어쩔까 하고.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

어제 이 영화를 보았다는 친구로부터 문자메세지를 받았다. 좋았다고, 무척 좋았다고. 이 영화속에서 주인공이 내쉬는 공기도, 이 영화속에서 주인공이 감명받던 그림도 다 좋았다고. 무엇보다 이 영화를 보고 좋다고 같이 공유할 수 있는 내가 있어서 좋았다고. 주변에 이 영화를 본 사람은 나 뿐이라고 했다.

덩달아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내가 무척 좋아하는 이 영화를 그 친구도 같이 좋아해줘서. 어쩐지 으쓱해진달까. 그 친구보다 먼저 보고 먼저 좋다고 말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아주 까무러치게 좋다. 

그 친구의 말대로, 우리가 이 영화를 같이 봤다면 더 좋았을텐데!! 그래도 뭐, 우리는 [밀크]를 같이 봤으니까. 괜찮다.

그 친구는 이제 이 영화의 감독, 필립 클로델의 소설을 읽어보겠노라고 했다. 

 

두달전이었나, 이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서면서, 나는 이 영화가 주는 감동도 감동이지만, 제목이 주는 느낌이 무척 좋았다. 그리고 이건 어쩐지 고백용으로 적당하지 않은가 싶었다. 이 영화의 제목을 빌어서 문자메세지로 고백하는 시나리오를 멋대로 한번 상상해보았다. 그러니까 내 머릿속의 장면은 이런거였다.  

[나 오늘 영화봤어요. 무척 좋았어요.] 

[뭐 봤는데요?]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 

아! 너무나 완벽하지 않은가! 난 아직 보내기도 전부터 막 좋아서 미칠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그러나 이내 살짝 다른 가능성을 생각해보게 됐다. 이를테면, 만약 상대가 [뭐 봤는데요?] 라고 묻는게 아니라, [아, 좋았다니 다행이에요.] 라든가 [나도 영화보고 들어가는 길인데] 라든가 뭐 그런 답들. 나로 하여금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를 말하지 못하게 하는 답들. 그래서 나는 다시 각본을 짰다. 상대가 반드시 뭐냐고 물어주게끔. 그건 이런거였다. 

[나 오늘 영화봤어요. 무척 좋았거든요. 뭐 봤는지 물어봐줘요.] (이러면 안 물어볼 수 없잖아?) 

[뭐 봤는데요?]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 

아 완벽하다, 완벽해! 더할나위 없이 완벽해!  그래서 나는 실행에 옮겼다. 

[나 오늘 영화봤어요. 좋았거든요. 뭐 봤는지 물어봐줘요.] 

아, 그런데 .... 그런데................... 그 친구는 이런 답장을 보내왔다. 

 

 

 

[의형제요?] 

 

orz 

 

의형제가 뭐야. 나 의형제 안봤어. 의형제 보고 싶어하지도 않았어. 나 강동원 관심도 없어. 의형제가 뭐야. 아니 왜 내가 뭐 봤는지 물어봐 달라고 했는데 자기 멋대로 대답하고 난리야. 의형제는 왜 튀어나와.  

안되는건, 역시 안되는거다. 제기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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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9 16: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09 17: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09 18: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10 0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10-04-11 20: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건 반전 드라마인가요. 웃어야 하나요, 울어야 하나요. T^T

다락방 2010-04-12 09:04   좋아요 1 | URL
음. 음. 음. 음.

저는 허탈했던 것 같습니다만.
:)

에이바 2016-10-12 1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제목 보고 이 생각 했었는데 ㅋㅋㅋㅋ 아 다락방님 6년 전이나 지금이나 너무 멋쁨 넘치셔요. 히히

다락방 2016-10-12 13:35   좋아요 1 | URL
제가 좀 한결같이 멋지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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