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그런 때가 온다. 소녀에서 여인이 되는 그런 때가.
이를테면 중고등학교 시절의 나는 긴 머리의 남자를 좋아했다. 순정만화의 주인공 처럼 생긴 남자들, 혹은 반항기가 가득해 보이는 남자들, 세상의 모든 룰 따위는 내던져버려, 라고 말하는 남자들. 굳이 예를 들자면 신성우 타입이라고나 할까. 나는 그런 남자들을 멋있다고 생각했었고 그런 남자들을 좋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어제, 리모콘을 들고 채널을 계속 하나씩 위로 올리다가 (나는 어떤 요일에 어떤 드라마가 하는지는 통 모르고 있기 때문에, 관심도 없기 때문에 어쩌다 리모콘을 들고는 케이블을 돌려보곤 한다) 세바퀴 재방송을 보게 됐다. 언제적의 재방송인지는 모르겠는데 마침 거기에 잘 생긴 세븐이 나와있었다. 세븐의 방송 태도는 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뭐, 세븐이 내 마음에 들어야 할 이유는 없겠지만. 몇년만의 방송출연인 그는 거만해 보였다. 아니면 예의를 잘 모른다거나. 와- 입이 큰데 정말 예쁘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세바퀴에서는 세븐의 데뷔곡인 『와 줘』의 영상을 보여줬다.
오, 오랜만에 들으니까 좋구나 하며 잠깐 그 영상을 보는데, 그 영상속의 세븐은 어리고 예뻤다. 그리고 머리가 길었고. 세바퀴에서는 지금의 그에게 예전 노래에 맞춰 그 스케이트 신발인가 뭔가를 신고 움직여달라고 했고, 세븐은 그렇게 했다. 다시 『와 줘』음악이 흐르고 현재의 세븐이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오!
남자였다. 지금의 세븐은 여전히 예뻤지만 남자라고 확, 다가와 버렸다. 윽. 그리고 지금의 그에게 짧은 머리가 얼마나 어울리는지를 보면서 아이쿠 맙소사, 나는 이제 짧은 머리를 좋아하는 여자가 되어버렸구나, 나는 더이상 소녀가 아니구나, 하는걸 새삼 깨달았다. 나는 더이상 소.녀.가.아.니.었.다. (소녀가 아닌 정도가 아니라 삼십대 중반;;)
위의 영상은 2010년의 세븐이다. 흑. 완전 잘생겼는데, 그런데, 양복까지 입었어! 하아- 나더러 대체 어떻게 살라는 말인지...아침에 이 영상 보면서 완전 멍 때렸다. 너처럼 잘생긴 남자는 양복을 입지마, 그럼 나 죽어. 이렇게 지독한 쾌락을 나에게 주지마, 이토록 지독한 갈망을 내게 주지마. 후아- 이 영상을 보는 나의 표정을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다. 욕망에 이글거리는 눈동자를 갖고 있었을 테니까.
계속 세바퀴 얘기를 하자면, 보면서 유세윤 때문에 완전 뿜어버렸는데 그가 서태지의 컴백홈을 흉내냈다. 서태지의 영상이 나오고 음악이 나오니 서태지가 급 그리워지는거다! 오, 서태지! 당신은 서태지를 좋아하나요?
하아- 후아- 세븐이 돌아와줘 늦지 않다면, 하니까 나는 돌아가고 싶어지고 서태지가 컴백홈, 하니까 나는 집에 가고 싶어진다.
옛날 노래는 힘이 세고,
적극적인 남자들 앞에서 나는 말을 잘 들으며,
애교를 부리는 사람들 앞에서 나는 흐물흐물 녹아버린다.
소녀는 어느새 여자가 되어 있었다,
라고 쓰기엔 좀 민망한 나이가 되어버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