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사막은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그 남자는 몇 번이나 낙타 등에서 쓰러질 것 같은 자신을 곶추세웠다. 처음으로 탄 낙타의 승차감(?)이 기분 좋았던 건 잠깐이었다. 이미 한 시간여를 탄 후라 엉덩이가 배겼고 천으로 감싼 정수리는 햇볕으로 인해 현기증이 났다.  

 "얼마나 더 가야 하지요?" 

 그 남자가 앞서 가던 가이드에게 물었다. 

 "조금만 더 가면 됩니다.조금만 더요...." 

가이드는 누구한테나 조금만 더 가면 된다고 대답했다. 그들의 조금만 더의 개념은 무엇일까? 그 남자는 가이드에게 더이상의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능선을 이루는 사막을 보았다. 사실 라자스탄의 사막은 사막이라 할 수 없는 곳이다. 모래가 많이 쌓인 곳이 아니라 그저 황량한 곳일 뿐이었던 것이다. 멀리서 특이한 복장에 코부터 귀까지 뱅글을 잔뜩 달은 여인들이 손도 대지 않은 채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지나가는 것을 보는 것도 심심찮은 일이었다. 사실, 인도인들이 게으르고 가난하다는 것들에 그 남자는 내심 반대하고 있었다. 땅이 척박하고 환경이 더 고약할수록 그곳에 사는 사람들과 아이들은 한 번도 자신에게 손을 벌린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심지어 자그마한 아이마저 자신의 동생인 듯한 더 작은 아이들을 돌보고 있었다. 사람 사는 곳 어느 곳이나 사람이 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헤이,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 거야?" 

 어느 새 짐이 옆에 와 있었다. 짐은 낙타를 곧잘 몰았다. 그는 낙타나 사람이나 좋은 친구가 되면 잘 다스릴 수 있다고 말했었다.  

 "아니, 아무것도...그냥...여러 생각들을 해봤었어..." 

 "그래? 뭐, 괜찮은 생각이라도 한 거야?" 

 "그런 건 아니구....." 

 "그럼 낙타에서 떨어지지 않게 조심하라고. 너는 너무 현자 같은 모습을 하고 있으니까 말이야." 

 짐이 웃자 그 남자도 그냥 웃었다. 어떻게 들으면 기분 나쁜 말이지만 짐의 말 속에  숨은 뜻이 그다지 나쁜 것이 아님을 눈치 챈 탓이다.  

 

 그 여자는 조용히 울리는 휴대폰을 하염없이 보았다. 5통 째였다. 송우현 그 남자. 성격도 급하고 솔직한 데다 집요하기 까지 하다. 그 여자는 오늘 아침, 송우현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편의점에서 만나, 그 여자의 집까지 함께 동행했었다. 

 "...이제 집에 가면 뭐하세요?" 

피곤에 지친 그 여자는 사실 말이 별로 없다. 송우현은 이 얘기 저 얘기를 늘어놓고 있는 중이었다.  

 "가서 씻고 자야지요, 저녁에 또 일하려면..." 

 "아...그럼, 이따 저녁 때 우리 만날래요?" 

 "네? 왜요?" 

 송우현이 그 여자의 얼굴을 본다.  

 "우리 사귀는 거 아니었어요?" 

 그 여자의 표정이 굳는다. 그는 도무지 모를 말을 하는 것 같다.  

 "글쎄요...." 

 그 여자가 말을 못하자 송우현의 표정도 조금씩 굳어간다.  

 "전화번호 받고 밥 한번 먹고 아침에 일찍 당신 마중 나온 거 보면 모르겠어요?" 

 ".........." 

두 사람은 걷던 걸 멈추고 서로 마주 본다.  

"이런 말 이상하게 들릴 지 모르지만....당신은 내가 만난 여자들 중 가장 독특한 사람이에요.그리고 난 그런 당신이 좋아요. 헤어나올 수 없을 만큼...." 

그 여자는 다시금 자기가 무엇을 들었는지 확신 할 수 없다. 송우현이라는 이 남자는 아까부터 도무지 모를 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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