ㄷ ㄷ ㄷ 드디어 다시 나왔구나!!
이번엔 놓치지 않는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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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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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대학교육을 통해 자신이 얼마나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죠.

퀸틴 스키너(Quentin Skinner)가 말했듯이, 평가어는 해당사회의 의식을 반영한다. 그렇기에, 어떤 단어에 단순히 변화를 준다고 해서, 해당 사회가 곧 바뀌는 것은 아니다.

퀸틴 스키너는, 우리가 사는 세계는 규범적인 평가어들의쓰임새에 의해 지탱되므로,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한 가지방법은 그 평가어의 적용 방식을 바꾸는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한 바 있다. 실로 뛰어난 작가는 시대의 흐름을 예민하게 포착하여, 당대의 평가어를 재정의해내기도 한다. 이를테면,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을 통해 한때 미덕으로 높이 평가되던 관대함(liberality)이 사실 악덕일 수 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한국 사회의 경우, ‘착함‘은 한때 높이 평가되던 미덕

이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사회 일각에서는 ‘착하다‘는 말이미모, 재력, 지성, 학식 등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그리하여 결국 내어놓을 것이 모나지 않은 성격뿐이라는 뜻으로 사용되곤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추세가 가속화되면, 누가 소개팅에서 착한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싶겠는가. 착함이 곧 무능함의 동의어가 되어가는 현상, 이것은 한국 사회가 흘러가는 어떤 방향을 지시하는 것일까.

"믿기지 않겠지만/갈등이나 고통없이 평탄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정말 있다./그들은 잘 차려입고/잘 먹고 잘 잔다./그리고 가정생활에/만족한다./슬픔에 잠길 때도/있지만/대체로 마음이 평안하고 가끔은 끝내주게 행복하기까지 하다./죽을 때도 마찬가지라 대개 자다가 죽는 것으로 수월하게 세상을 마감한다./믿기지 않겠지만/그런 사람들이 정말/존재한다."
찰스 부코스키가 지은 이 시의 제목은 외계인들>이다.

대충 숨 쉬며 산다고 해서 호흡의 달인이 되지는 않습니다.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공부하는 중에 한없이 편하다는 느낌이 들면, 뭔가 잘못하고 있을 공산이 큽니다.
평소보다 좀 더 무거운 지적 무게를 들기 위해서는 일정한 규율이 필요합니다. 러시아의 유명한 영화감독 타르코프스키는 주기적으로 정해진 일을 하면 기적이 일어난다고 말한

생계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공부를 업으로 삼은 이들이라면 누구나 이러한 고충에 공감할 것이다. 끝내 제출하지 못한 연구 계획서에 썼던 문장이 뭐였더라? 예술가 패티 스미스가 한 말의 변주였던 것같다. "나는 왜 공부를 하는가? 그저 살기만 할 수가 없어서."

과학에만 정교하고 섬세한 구별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쓴 마르셀 프루스트도, 경험에 합당한 언어를 부여하지 않으면 그 경험은 사라지게 된다는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있다. 자신의 독특한 경험에 맞는 섬세한 언어로 자신의 경험을 포착하지 않는 한, 그경험은 사라지고, 그만큼 자신의 삶도 망실된다.
섬세함은 사회적 삶에서도 중요하다. 섬세한 언어를 매개

나쓰메 소세키의 《쿠사마쿠라(草枕, 풀베개)》는 다음과 같은문장으로 시작한다. 산길을 오르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이치를 따지면 모가 나고, 정에 치우치면 휩쓸리고, 고집을 피우면옹색해진다. 이래저래, 사람의 세상은 살기 어렵다." 사람의세상은 이처럼 살기 어렵다니, 《쿠사마쿠라》의 첫 부분은 왠지 단테의 《신곡》 첫 부분을 연상시킨다. "인생을 절반쯤 살았을 무렵, 길을 잃고 어두운 숲에 서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그 거칠고, 가혹하고, 준엄한 숲이 어떠했는지는 입에 담는 것

어렵게 손에 쥔 여유를 가지고 과감하게 험지(險地)로 떠나야 한다. 너무 안온한 환경에 자신을 방치해두면,
새로운 생각을 할 역량 자체가 퇴화해버릴 것이다. 뇌과학자들에 따르면, 유충 시절에 물속을 떠다니는 멍게는 뇌가 있지만, 성체가 되어 적당한 장소에 고착된 멍게는 자신의 뇌를 먹어버린다고 한다. 이제 안정되었으니, 떠돌아다니는 시절에나필요했던 기관을 폐기해버린다는 것이다.

그러한 서평을 다루는 서평지로는 영어권의 경우,
런던 리뷰 오브 북스(London Review of Books)>나 <뉴욕 리뷰오브 북스(New York Review of Books)〉 등이 있다.

그야말로 문예 공화국의 면모를 갖게 될 것이다. 이런종류의 서평은 이 세상에 대해 코멘트를 하기 좋은 형식이기도 하다. 사회에 대해 직접 비평하는 일과의 차이는 책을 매개로 비평을 수행하므로 메타(meta)적인 성격이 있다는 점이다.
메타적인 비평을 통해 사회 비평은 보다 입체적이 된다. 이런문화를 자랑스러워하는 미국의 영화감독 마틴 스콜세이지는〈뉴욕 리뷰 오브 북스>의 역사와 영향력을 다룬 50년의 주장(The 50 Year Argument)〉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도 했다.

한 개인이 공부할 때도 자신이 필요로 하는 자료를 잘 정리해두고, 자기 나름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일이 중요하다. 어느 날 갑자기 책상 앞에 앉는다고 필요한 자료가 생기고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것이 아니다. 전적으로 분석적 방법에만 의존하는 분야라면 모를까, 대부분의 공부 분야에서는 늘관련 자료를 모으는 자세, 그리고 필요할 때 언제든지 사용할수 있게끔 정리해두는 습관이 필요하다.

질문은 연구뿐 아니라 토론의 경우에도 필요하다. 논문 발표에 따르는 질의 토론 시간은 그러한 질문을 위한 장이다.
질의 토론 시간에 얼마나 좋은 질문이 제기되느냐가 해당 연구 모임의 수준을 보여준다. 좋은 질문을 던지기 위해서는 일단 질문을 완성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당신이 확고한 증거를 들이대며 상식을 전복하는 데 성공한다면,
역사가 당신을 기억할 것이다. 천동설을 비판하고 지동설을주장한 코페르니쿠스나 갈릴레오처럼.
혁신적인 주장은 엄밀한 증명을 특징으로 하는 과학의 영역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셰익스피어의 리어 왕〉에 나

오는 사생아 에드먼드는 사생아를 멸시하는 정실부인 자식들의 상식을 이렇게 뒤집어놓는다. "사생아가 비천하다고? 사생아는 자연스럽게 불타는 성욕을 만족시키다가 생겨난 존재이니, 지겹고 따분한 침대에서 의무 삼아 잉태된 정실 자식들보다는 낫지!"오, 어쩐지 그럴듯하다.

그러나 비판을 간명하게 한답시고 가능한 대안을 생략해서는 안 된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비판이나 비난, 불평만 하는 것은 어떤 바보라도 할 수 있고, 대다수의 바보들이 그렇게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즉 가능하다면 건설적인 제언이나 대안을 제시해주는 것이 좋다.
동시에 상대방의 주장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자신의 대안이곧 타당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지성에 기반한 토론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먼저, 자기 견해를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한다. 토론이란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만나서 하는 것. 견해가 없으면 토론이 아예 시작될 수도 없다.

그런데 그 요약이 그저해당 텍스트의 순서에 맞추어 기계적으로 이루어진 요약일필요는 없다. 참석자의 이해를 도울 수 있다면, 마치 추리소설을 분석할 때처럼 내용의 재배치를 통한 텍스트 재구성을 시도해볼 수도 있다. 재구성을 잘하려면 텍스트의 구성 부분을명철하게 이해해야 할 뿐 아니라 토론자나 독자들의 이해를앞장서 돕겠다는 자비심이 있어야 한다.
결국, 발제를 위해서는 단순한 내용 요약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그 텍스트의 핵심 주장(thesis)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핵심 주장을 파악하려면 그 주장을 이루는 나머지 부분들의 역할을 분석적으로 해체 조립할 수 있어야 한다. 핵심 주장을 파악하고, 그 주장을 세부적으로 구성하는 하위 주장들을판별해내고, 그 주장들의 관계를 살피고, 그 주장들이 타당한근거를 가지고 있는지까지 고려해서 요약을 한다면, 그것은이미 단순한 요약을 넘어선 것이다. 발제를 위해 필요한 것은단순 요약이 아니라 이처럼 분석적인 요약이다.

그러나 단순 요약은 발제가 아니다. 단순 요약이 의미가 있으려면, 세미나 구성원들이 주어진 텍스트를 거의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구성원들이 토론 대상이 되는 텍스트를 거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면, 아직 그 사람들은 세미나를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보는 것

어느 직업에나 이상적인 직업윤리가 있겠지만, 윤리 교육이란게 학교에서 교육해서 되는 일은 아니다. 교과서를 잘 읽어서윤리적 인간이 되는 경우를 본 적이 있나. 예비군 훈련에 다녀와서 갑자기 애국자가 되는 사람은 없는 것처럼, 윤리적인 인간이란 누가 주입시켜서 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럴 만한 환경에 놓여야 하는 것 같다. 전반적으로 삶의 어떤 예상치않은 국면 안에서 깨달음이 오는 거니까.

아마 여느 글과 다른 점이 있어서 즐겨 읽는다고 추측해봅니다. 현재 한국어로 통용되는 글 다수에 ‘깊은 빡침이 있고, 그분노가 다른 글을 쓰게 만드는 에너지가 되는 것 같습니다.

세상에 대한 경험적인 지식이 쌓일수록, 세상은 모순이나긴장이나 혼란으로 점철되어 있다는 인식에 이르게 된다. 완벽하게 흠결이 없는 혁명가, 오직 탐욕으로만 이루어진 자본가, 오직 순박함으로만 이루어진 농민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현실은, 도덕적이고 싶었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던 혁명가, 너무 게을러서 탐욕스러워지는 데 실패한 자본가,
섣불리 귀농했다가 야반도주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세상을 자기 희망대로 단순화하지 않았을 때에야 비로소 그전까지는 보이지 않던 문제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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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기술적 도전
환멸 일 자유 평등

민주주의는 다음과 같은 에이브러햄 링컨의 원칙위에 서 있다. "모든 국민을 잠시 속일 수 있고, 일부 국민을 늘 속일 수 있어도, 모든 국민을 늘 속일 수는 없다." 정부가 부패해서 국민 생활을 개선하지 못하면, 결국 그 사실을 깨닫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정부를 대체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언론을 통제하는 상황에서는 링컨의 논리는 힘을 잃는다. 시민이 진실을 알지 못하도록 막기 때문이다. 집권 과두제는 언론 독점을 통해 모든정책 실패를 반복해서 남 탓으로 전가하고 국민의 관심을 외부 위협 - 실제든 상상이든 - 으로 돌릴 수 있다. - P34

하지만 자유주의는 우리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들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이 없다. 생태학적 붕괴와 기술적 파괴라는 문제 말이다. 자유주의는 전통적으로 경제 성장에 의지해 어려운 사회적, 정치적갈등을 마술처럼 해결했다. - P39

현재 인류가 이런 질문들에 대해 어떤 합의를 이루기란 요원해이렇게 말해보라. "아니야, 그건 아니야. 사실은 내가 세상이 어떻보인다. 우리는 여전히 환멸과 분노의 허무주의적 순간 속에 있다.
사람들은 옛 이야기에 대한 믿음을 잃었지만 새로운 것을 수용하는데는 이르지 못했다. 그래서 그다음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 첫걸음은 어둠의 예언을 진정시키고, 공황 상태에서 당혹으로 전환하는것이다. 공황도 일종의 오만이다. 이것은 세계가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ㅡ 나쁜 방향이라는 것을 - 정확히 안다는 우쭐한 느낌에서 나온다. 당혹은 보다 겸허하다. 그래서 보다 명민하다. 만약 거리로 달려 나가 "종말의 날이 왔다!"라고 외치고 싶다면, 자신에게 이렇게 말해보라 "아니야 그건 아니야. 사실은 내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뿐이야." - P41

인간에게는 두 가지 유형의 능력이 있다. 육체적 능력과 인지적나 확고한 우위를 유지할 제3의 활동 영역을 알지 못한다.
능력이다. 과거 기계가 인간과 경쟁한 것은 주로 순수 육체적 능력에서였다. 반면에 인간은 인지력에서 기계보다 월등하게 유리했다.
그 결과, 농업과 산업 분야의 수작업은 모두 자동화되었지만, 인간에게만 있는 인지적 기술이 필요한 새로운 서비스직들이 생겨났다.
인간만의 인지적 기술이란 학습과 분석, 의사소통, 무엇보다 인간감정을 이해하는 능력을 말한다. 그렇지만 AI는 이제 이런 기술에서도 점점 인간을 추월하고 있다. 여기에는 인간 감정의 이해까지 포함된다. 우리는 육체적 능력과 인지적 능력을 넘어, 인간이 언제까지
나 확고한 우위를 유지할 제3의 활동 영역을 알지 못한다. - P45

지난 수십 년 신경과학과 행동경제학 같은 분야에서 이룩한 연구를 통해 과학자들은 인간을 해킹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특히인간의 의사 결정 과정에 대한 이해가 이전보다 훨씬 좋아졌다. 그결과 음식부터 배우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대한 우리의 선택이어떤 신비로운 자유 의지가 아니라 아주 짧은 순간에 확률을 계산하는 수십억 개의 뉴런에서 비롯하는 것임을 알게 됐다. ‘인간의 직관‘이라고 과시해온 것이 사실은 ‘패턴 인식‘으로 드러난 것이다.
좋은 운전사, 은행원, 변호사라고 해서 교통이나 투자, 협상에 관한마술적 직관이 있는 것이 아니라, 반복되는 패턴을 인식함으로써부주의한 보행자나 부적격 대출자, 부정직한 사기꾼을 알아보고 피할 뿐이다. - P47

그렇다면 2050년 고용 시장은 인간-AI의 경쟁보다는 상호 협력이 두드러진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경찰부터 은행 업무에 이르기까지 인간과 AI가 한 팀을 이루면서 인간과 컴퓨터 모두를 능가할 수 있을 것이다. - P59

특히 로널드 레이건과 마거릿 대처 같은 우파 영웅은 경제 활동의 자유뿐만 아니라 개인의 자유도 열렬히 수호했다는 점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1987년 유명한 인터뷰에서 대처는 이렇게 말했다. "사회 같은 것은 없다. 실재하는 것은 남자들과 여자들의 살아있는 태피스트리다. 우리 삶의 질은 서로가 자신에 대해 얼마나 책임질 준비가 돼 있느냐에 좌우될 것이다." - P82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을 잘 모른다. ......이제 2050년이면 어떻게 될지 상상해보자. 그때는 알고리즘이 모든 10대에게 그가 동성애/이성애 스펙트럼의 어느 지점에 있는지 (그리고 그 지점이 얼마나 가변적인지조차) 정확히 알려줄 수 있다. - P90

사회과학의 역사에서 가장 고약한 실험 중 하나는 1970년 12월에 프린스턴 신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행한 것이었다. 장로교 목사가 되기 위한 수련을 받고 있던 신학생들에게 각각 멀리 떨어진강의실에 급히 가서 선한 사마리아인 우화에 관한 설교를 하도록시켰다. - P101

열성적인 젊은 신학생들은 저마다 서둘러 강의실로 향했다. 가는길에 어떻게 하면 선한 사마리아인의 교훈을 잘 설명할지 생각했다. 하지만 실험자들은 신학생들이 가는 길목에 남루한 차림의 사람을 배치했다. 이 사람은 머리를 떨구고 눈을 감은 채 강의실 문간에 고꾸라진 채 앉아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신학생들은 피해자‘가 가련하게 기침을 하고 신음 소리를 내는데도 하나같이 서둘러 지나쳤다. 대부분은 그 남자를 돕기는커녕 가던 길을 멈추고 무슨 문제가 있는지 물어보지도 않았다. 강의실에 서둘러 가야 한다.
는 감정적 압박 때문에 곤경에 처한 이방인을 도와야 한다는 도덕적 책무를 저버린 것이다.18무수히 많은 다른 상황에서도 인간의 감정은 철학적 이론을 이긴다. 이 때문에 세계가 보아온 윤리와 철학의 역사는, 이상은 훌륭하나 행동은 이상에 못 미치는 우울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이는 자연선택이 호모 사피엔스도 감정을 사용해 재빨리 생사의 결정을 내린다. - P102

2017년 10월에는 웃지 못할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팔레스타인 노동자 한 명이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다 직장에서 찍은자기 사진을 올렸다. 불도저 옆에 서 있는 모습이었다. 그 사진 옆에 "좋은 아침!" 이라고 쓴 것이 화근이었다. 자동 알고리즘이 아랍글자를 다른 문자로 옮기면서 사소한 실수를 저질렀던 것이다. 알고리즘은 "이사베춤!"(Ysabechhum, ‘좋은 아침‘이라는 뜻)을 "이드바춤!"(Ydbachhum, 그들을 죽여라‘ 라는 뜻)으로 인식했다. 이것을 본 이스라엘 보안군은 불도저로 사람들을 치려는 테러범으로 의심해 즉각 그를 체포했다. 군은 알고리즘이 실수한 것을 알고 난 뒤에 그를풀어줬다. 그럼에도 문제가 된 페이스북 포스트는 삭제됐다. 우리가 아무리 조심한다 해도 어쩔 수 없다. 지금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서안 지구에서 겪는 일이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지구 전역에서결국 경험할 상황의 예고편에 불과할 수도 있다. - P113

지금도 사람들은 공짜 이메일 서비스와 재미있는 고양이 동영상에대한 대가로 자신의 가장 가치 있는 자산 - 개인 정보 - 을 내주면서도 좋아한다. - P131

실제로 우리는 완전한 인간적 잠재력이 무엇인지 모른다. 왜냐하면 인간 정신에 관해서는 아는 것이 너무나 적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인간 정신을 탐구하는 데는 별로 투자를 하지 않는다.
그 대신 인터넷 연결 속도와 빅데이터 알고리즘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집중한다. 앞으로 우리가 조심하지 않는다면, 다운그레이드된인간이 업그레이드된 컴퓨터를 오용하여 자신과 세계에 재앙적 결과를 가져오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 P122

만약 모든 부와 권력이 소수 엘리트의 수중에 집중되는 것을 막고 싶다면, 그 열쇠는 데이터 소유를 규제하는 것이다.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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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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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시간, 점심시간만 눈 떠 있고
다른 시간에는 눈이 다 감겨 있던 아이가
‘이런 거 왜 쓰고 읽어요?’물어 본 적이 있는데,
‘지금 알바하는 곳에서 만약 너 돈 떼먹고
부당하게 일 시키려 할 때 필요해’ 했었다.

작금의 사태에 대해 정확하고 올바른 판단을 하기 위해 나에게 필요한 듯!!
정부가 민주주의를 거슬러 가는지 제대로 보기 위해서 성숙한 시민으로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
평소 신문 칼럼을 통해 김영민 교수님의 글을 좋아했는데 책을 보니 모든 대학 신입생들의 필독서 같은 느낌!!

세상에 대한 경험적인 지식이 쌓일수록, 세상은 모순이나긴장이나 혼란으로 점철되어 있다는 인식에 이르게 된다. - P41

공부하는 이가 할 일은, 이 모순된 현실을 모순이 없는 것처럼단순화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모순을 직시하면서 모순 없는 문장을 구사하는 것이다. - P42

몇 달 전 어느 학술회의에서 누군가 내게 물었다. 당신은 권력자를 연구하는 데 관심이 있나요? 아니면 하위 주체(subaltern)를 연구하는 데 관심이 있나요? 나는 대답했다.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내가 관심을 갖는 대상은 딱히 권력자나하위 주체가 아니라고, 그보다는 모순적으로 보이는 대상에관심이 있다고. 철저한 독립운동가나 친일파보다는 양쪽을 우왕좌왕했던 인간, 지주나 소작농보다는 그들 사이를 부지런히오가야만 했던 마름, 여성이면서도 소위 ‘유교‘ 이념을 앞장서추종해야만 했던 일부 여성들, 일견 모순되어 보이는 이러한이들에 대해 모순 없거나 적은 문장으로 서술할 수 있을 때,
나는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희열을 느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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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연 소년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박은정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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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마요!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요! 당신들을 증오해요! 내 아들 시신만 두고 가요…… 장례는 내가 알아서 치를 테니까. 나 혼자. 당신네 그 알량한 군대 명예니 뭐니, 그딴 건 필요 없어….…글을 쓰세요! 진실을 알려요! 모든 진실을요! 나는 이제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요…… 평생을 두려움 속에 산 걸로 충분해요……
어머니

막사…..…벽에 포스터가 붙어 있었는데, 소련과 아프간의 견고한 우정을 선전하는 내용이었죠.…… 그런데요! 혹시 아내가 돌아올 수도 있을까요? 그럼 술을 끊을 텐데……… (술병을 손으로 잡는다.) 책과 보드카…… 이두 가지가 러시아의 비밀이죠……

(보드카를 또 따른다.) 보드카…… 책과 보드카… 이 안에 러시아 영혼의 비밀이 숨겨져 있으니 여기서 러시아애국주의의 근원을 찾아보시죠.

사실 나는 투르게네프의 「무무 를 눈물 없이는 읽지 못하던 사람이었어요.
전쟁터에서는 사람이 전혀 다른 사람이 돼요. 더이상 그 사람이 그 사람이 아니게 되죠. 우리가 언제 사람을 죽이지 말라고 배운 적이 있던가요? 고등학교고 대학교고 늘 참전 용사들이 찾아와 어떻게 적을 죽였는지들려줬다고요. 모두 하나같이 깔끔하게 차려입은 군복에 메달 훈장들을달고 와서요.

이제 학생들에게 이렇게 강조해요(학교에서 일하거든요).
-너희가 옛날의 우리 같은 바보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그리고 아연관에 담겨 집으로 돌아오지 않기 위해서는 생각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군대에 가기 전에는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에게서 삶의 지혜를배웠고, 군대에 가서는 중사들한테 배웠어요.

내가 성경에서 찾는 건 무엇인가? 질문들? 아니면 대답들? 그렇다면나는 과연 어떤 질문들과 어떤 대답들을 찾는 걸까? 사람은 자신 안에또다른 자신을 몇 명이나 가지고 있을까? 어떤 이들은 그게 여럿이라고믿고, 또 어떤 이들은 몇 안 된다고 확신한다. 사람은 문화라는 얇은 막을 한 꺼풀만 벗겨내면 이내 짐승의 모습을 드러낸다. 짐승의 모습은또 얼마나 될까?

...기세를 눌러놓고 입을 틀어막는 일은 가능하지요….…물론, 우리는 이런 일에 이미 익숙합니다. 다니엘과 시납스키가 심판을 받았고, 보리스 파스테르나크"가 파문을 당했으며, 솔제니친과 두딘체프 역시 더러운 오명을 뒤집어썼으니까요.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결국 입을 다물 겁니다. 범죄로 가득한우리 시대 희생자들의 증언들 역시 더이상 나타나지 않을 거고요. 그렇게 된다면 우리 후손들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요? 승전의 소식만 열심히 떠들어대는 자들의 달콤한 사탕발림?

그때, 5년 전, 그러니까 아직 공산당과 KGB가 득세하고 있었을 때저는 제 책의 주인공들을 핍박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이름과성들을 바꾸곤 했습니다. 저는 제 주인공들을 그 체제로부터 보호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가 보호했던 그 사람들로부터이젠 저 자신을 지켜야 합니다.
그렇다면 제가 지켜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제 눈에 비치는 대로세상을 바라볼 작가로서의 권리입니다. 그리고 제가 전쟁을 증오한다.
는 사실이고요. 또한 저는 진실과 유사진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하고, 예술에서의 기록문은 군정치위원회의 증명서도, 노면전차승차권도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해야만 합니다.

‘다큐문학이 사실과 진실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완전한 리얼리즘,
절대적인 진실이라는 것이 성립 가능할까요?
노벨문학상 수상자 알베르 카뮈의 말에 따르면, 완전한 진실은 사람 앞에 카메라를 세워놓고,그 사람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는 순간까지 전 생애를 녹화한다면 성립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대단한 영화필름을 찍겠다고 언제까지나 카메라만 들여다보며 일생을 바칠 사람이 있을까요? 만일 그런 사람이 있다 해도 그 사람은 겉으로 드러난 사건 뒤에 감춰진, ‘주인공‘ 행동의 내적 동기를 알아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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