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소음
줄리언 반스 지음, 송은주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솔직히 고백하건대, 여행의 동반자로는 최악이었다. 적당한 두께에 느낌 있는 표지가 여행길에 안성맞춤이겠다 싶어 챙겼다가 처참히 실패했다. 책장을 넘기는 게 이렇게 어려운 책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시대의 소음>은 20세기의 대표적인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생애를 그린 소설이다. 소련의 독재와 제2차 세계대전 등 혼란한 사회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냈던 한 예술가의 내면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 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공포 속에서 온몸의 긴장과 함께 차가운 문장들을 읽어낼 수밖에 없었다. (실은 이런 '차가운 문장'이 싫어 그 유명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단 한 권도 읽어내지 못했다.) 게다가 인물과 시대적 배경 지식이 충분하지 않았기에 장면이 잘 그려지지 않았다. 그렇다, 총체적 난국이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 겨우겨우 꾸역꾸역 읽어냈으나 책을 덮고 나니 더 답답했다. (그나마 작가와 옮긴이의 말이 가장 마지막에 있어 간신히 감정을 추스를 수 있었다. 정말 신의 한 수였다.) 머릿속에서 뒤죽박죽 뭔가가 엉켜있는 느낌. 아무리 생각해도 뭐라고 해야 할지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모르겠다. 그동안 책 편식이 심했다는 걸 인정하고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 아, 정말 '도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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