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님의 일과
문수정 지음 / 영상출판미디어(주)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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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폐하의 아침'과 함께 시리즈인 '공주님의 일과', '흑기사의 맹세'.

  그런데 '흑기사의 맹세'는 읽다가 좀 취향이 아니라서 중간에 일단 관둬버리고 좀 더 취향인 '공주님의 일과'만 끝까지 읽게 되었다.

  '흑기사의 맹세'가 재미없었다는 게 아니라 그절 괄괄하고 섹쉬-한 언니가 보고 싶었을 뿐이다.

 

  어쨌든, '공주님의 일과'를 읽은 소감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고정관념을 깼다! 라고 할 수 있다.

  겨우 한 번 글쓴님 이야기를 읽었을 뿐이지만 -'폐하의 아침' 말이다- 참 이야기 순수하게 쓴다, 착하게 쓴다 싶었다. 그 이야기에는 그 둘을 갈라놓을 제 3자도 없었고, 흑심이 없다 하더라도 둘을 이간질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저 둘의 마음만 있었을 뿐이었다. 게다가 소곤소곤 진행하는 것도 그렇고 못됐다 얼음이다 하면서도 사실 마음이 여린 폐하도 그렇고 너무 착하고 예쁘고, 야함-이라는 단어는 저 멀리멀리.. 이런 이미지였는데!

  이번 이 이야기는 좀 더 끈적하기도 하고 서로 밀고당기기도 하는 게 재미있었다. 당겨지고 끌기도 하고 얼굴만 보면 으르릉 싸우기도 했다가 다시 화사하게 친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페하의 아침'이 말 그대로 버터 냄새 고소한 쿠키맛이 난다면, '공주님의 일과'는 진~한 커피향이 난다. 한 번 마시면 딱 중독되어버리는 그런 커피맛, 커피향 말이다.

 

  이형이라는 캐릭터가 참 재미있었다. 결혼조차 계획대로! 생각하던 그 사람말이다. 1년인가 2년안에 결혼하되 마당이 있는 전원주탁이던가, 아이는 2명정도- 알콩달콩 (순종하는 여자와 살겠다 하고 계획했는지는 모르겠다마는), 우연히 진애는 딱 한 번 보고나서는 계획이 완전 어긋나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에는 완전히 중독되어 버려서 그녀만 보인다. 차선도 없고 대책도 없이 말이다.

  사실 제 마음 제가 간수 못해서 두근두근 거리는 거면서 계속 진애만 보면 진애가 뭐... 한 여자인 것 처럼 들들 볶고 화내고 짜증내고- 그러면서 속으로는 어찌할 바 모르는 그런 모습이 재미있었다.

  그러다 결국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하고서는 완전 폭풍처럼 진애는 사로 잡는다. 진애 성격도 이형 만큼이나 한 성격하는데 그럼에도 이형이에게 완전 잡혀서 연애하네 마네 하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사실 둘 다 쿨 한 척 하면서 속으로는 안달하는 모습이라던가, 괜한 오해에 죽네마네하며 다니는 모습이라던가- 이 책은 이야기도 이야기거니와 둘의 절묘하고 심하게 강한 성격이 충돌하는 것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진애가 '우훗-♥'하면서 유혹하면 이형은 그런 진애는 아주 심하게 경계하면서도 그녀의 유혹에 넘어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제대로 알게 되고, 이형이 눈빛으로 그읏윽하게 진애는 보면 그 뜨거운 눈길에 진애는 몸둘바를 모르고- 그러면서 서로 믿고 서로만 생각하는 둘이 신기하기도 하다.

  접점이라고는 '폐하'밖에 없으면서 어떻게 어떻게 서로를 만나게 되는 게 신기하달까- 그러니깐 인연은 따로 있다.. 라고 하는 걸까 하는 곁다리 생각도 해봤다. 결혼이람녀 질색하던 진애가 이형과 결혼을 생각해보고, 자신의 계획을 완전 뒤흔드는 무뚝뚝한 모범생 이형이 어느샌가 진애를 아내로 바라보는 그 과정이 재미있었다.(어찌나 둘이 치고박고 싸우는지....)

 

  '자기'가 입에 붙은 진애가 다른 남자에게 '자기~'하면 눈에 불을 켜고 달라들고 나에게만 그렇게 이야기 하라는 모습이 재미있었고..

  그러고 보니 이형이 진애 대신에 입덧해주는 모습에-뭐니뭐니, 애네 두 사람 정말 천생연분 아니야 하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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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의 아침
문수정 지음 / 영상출판미디어(주)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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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가 이 책을 어떤 이유로 사게 되었더라- 작년 이 맘때 일이라서 가물가물하다. 게다가 읽은지도 1년이 되었는데도 감상을 쓰지 않았다니 정말 많이 게을러 졌구나 생각한다. 다독하는 성격도 아니면서 한권 한권 감상쓰는 것 조차 귀찮아해서...

 

   나는 착한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그만큼 미련하고 순진한 사람은 좋아하지 않는다. 착하기만 한 사람은 매력 없어 싫다. 하지만 요즘 유행하는 나쁜남자- 역시 별로 취향아니다. 나쁜 사람은 말 그대로 나쁜 사람인걸... 어떻게 왜 좋아하시는지... 사실 그런 면에서 쿠키걸 라예는 내가 총애할 수 없는 캐릭터랄까. 착한데다가 아주 매력적인 미소를 가진 라예의 첫인상은 그저 착한 사람이었다. 좋은 환경, 좋은 사람들과 웃으면서 지내는 라예. 음, 하지만 라예와 동안의 '실버스푼'의 속뜻을 알고나서는 그런 이미지가 싹 가셨다. 성질 낼 때 성질 내고, 울 때 우는 라예는 참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35년 만에 처음으로 인간적인 관심과 그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된 세운이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라예를 보면서 정말 별 거 아닌 하나하나에도 혼자 질투하는 모습에서 완전 달콤함을 느꼈다. 천하의 둔녀 라예는 아무 생각이 없는데, 심지어 옆에서 보는 동안마저 세운을 살짝 걱정할 정도로 그렇게 격해진 세운의 감정! 그걸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두근두근-

 

  3달인가(2달인가) 단기 속성반으로 쿠키 굽는 것을 배운 라예는 그 쿠키에 한 평생 바치기로 결심! 허브차를 기똥차게 맛을 내는 동안과 함께 '실버스푼' 가게를 열게 된다. 사람을 홀리는 웃음을 언제나 즐겁고 밝게 살던 라예를 딱 눈에 둔 세운. 그 뒤로는 직접적인 세운의 공세가 이어진다. 라예는 느리지만 차근차근 세운을 쫓는다. 사실 그 둘의 사이를 방해하는 사람도 없고, 적어도 라예를 미워할 사람도 없고 그래서 어떤 위기가 올까- 책을 읽으면서 생각을 많이 했다.

 

  seize the day! 말 그대로 오늘을 위해 열심히 사는 라예는 내일을 믿지 않는다.(하루하루 즐겁게 열심히! 라는 모토를 가진 주인공이나 사람들은 많이 봐왔지만 정말 그렇게 포현되는 주인공은 처음 봤다!!!) 밝은 모습 이면에 숨어있는 그녀의 어두운 과거. 그렇기 때문에 이물질들은 없지만 세운과 라예 둘이서 콩닥콩닥 다퉈버린다.

 

  책을 다시 읽고 보니 새삼 라예와 세운의 나이차가 무려 10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도 이 결혼 반댈세, 창창한 라예가 아깝잖아. 게다가 세운은 유능한 사업가. 라예과 결혼하기 위해서 -'프로포즈'조차 없이- 어른들의 허락을 손쉽게 얻어버린다. 그런 모습이 새삼 개구진 아이같이 느껴지긴 했지만.

 

  폐하의 아침은 '고소하고 바삭바삭한 맛이 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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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록흔.재련 1~5권 박스세트 - 전5권 - 개정증보판
한수영 지음 / 마루&마야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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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늦게나마 연록흔 재련판을 구해서 읽었다. 책은 생일 기념 자축의미로 마구 질러낸 것들 중에 하나이다. 가지고 있다가 마음의 준비 좀 하고 나서 읽는다고 한달 가량 늦게 읽었고, 또 다 읽고 나서는 감상 쓸 마음의 준비때문에 보름정도 있다가 쓰는 중이다.
 
  요즘 나는 책 읽는 게 재미가 없다. 교양 중에 문학과 관련된 강의가 있는데 너무 교수의 생각만 주입받기 때문일까, 로맨스나 동인지가 떨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읽으면서도 스스로 답을 내리지 못한 상태 였기 때문에 감상쓰는 것을 꺼렸다. 지금도 그런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고, 또 무엇이든 읽고 내가 감동하고 느낀 바가 있다면 그게 어떤 장르 누가 쓰든지 존중받고 감사해야 된다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좀 더 쉽고 단단한 마음으로 감상을 쓸 수 있는 것 같다.
 
 
  어쨌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드디어 연록흔 재련판을 읽게 되었다. 무협적인 요소들이 가득해서 읽기 부담스럽다는 분들도 계셨지만, 그런 감상에도 불구하고 걱정했던 것 만큼은 아니었다. 원래 나는 무협지를 즐겨읽었다. 판타지는 무협이든 닥치는 대로 읽었을 때가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첫번째, 연록흔은 무협과 러브라인이 적당히 어울려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오히려 3권짜리 연록흔일때보다 사건과 상황의 개연성이 보였고 그래서 납득이 되는 부분이 생겼고, 그 단적인 예가 은소현무리들이었다. 가륜이 황제의 자리에 앉아있고 그 자리는 무조건 뺏아야 겠다는 일념으로 뒷공작을 한다는 이야기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고 볼 수 있다. 막연히 황제가 되야겠다고 뒷공작을 하는 모습이 3권 연록흔에서는 그다지 잘 나타나지 않았다. 가조도 그랬고 이유없이 연록흔을 시기했던 은소현들의 행동도 그랬다. 그들의 야망과 사랑, 그러니깐 삐뚤어진 집착때문에 생겨난 많은 탐욕과 음모들이 좀 더 소소하게 와닿았다.
 
  게다가 러브라인 부분에 대해서도 말하자면, 되려 더 많아진 것도 같은 게 아무래도 이야기가 늘었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라 곳곳에 일어나는 사건들을 추적하는 록흔과 그런 록흔을 쫓으며 부하와 여인에 대해 끊임없이 건들이는 가륜의 부분에서 부터는 그 러브라인이 확실해 진다고 느꼈다. 애틋했고 두근두근 흥미로웠다. 록흔의 심적고뇌와 가륜의 애타는 마음이 이곳저곳에서 들어나서 마음에 쏘~옥 들었다. 다만, '로.맨.스.소.설'이니깐 로맨스에 충실해야 한다고 하면 사실 할 말이 없다. 나는 동인지 보면서도 판타지라고 하고서 판타지적 요소가 없으면 좋아하는 작가라도 책 치워버린다. 장르를 그렇게 정하지나 말던가 하는 심정으로 말이다.
 
  그리고 두번째,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 하던 에필로그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면, 사실 에필로그라는게 많아도, 적어도, 혹은 만에하나 없어도 아쉽고 쓸쓸한 것이기 때문에 이야기 하고 싶지 않다. 나는 적당하다고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속마음은 구질구질하더라도 더! 더! 더! 보고싶은게 에필로그가 아닌가 싶다. 그냥 그 뒤는 여백을 두고서 미련을 살짝 가지면서 그렇게 두는 게 좋은 것 같다.
 
  읽은 지 좀 되긴 했지만 아직까지 가슴이 철컹! 하는 부분이 있다. 가륜이 은소현을 안는다는 그 장면! 록흔은 뭐냐 하면서 혼자 광분했다. 이야기 앞 뒤,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고 딱 그 부분만 또렷하게 보이는 것이다. 시험기간이고, 발표도 있고 레포트도 써야했지만 이렇게 바쁠 때일수록 더 잘 읽히는 것이 책고 열심히 그 5권 다 읽고 있는데 특히 이 장면에서는 눈이 돌아가는 줄 알았다. 다행히 록흔도, 나에게도 오해가 풀려서~  기본 이야기는 그대로 둔다고 하더라도 재련판이니 만큼 결말이 바뀔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때문에 한 줄 한 줄 오해하고 이해하면서 열심히 읽었다.
 
  마지막으로 막대한 분량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면 5권이라는 분량, 특히 막권은 600쪽이 넘는 분량에 이야기가 질질 끌지 않을까 싶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면은 없었던 것 같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순전히 사심이 잔뜩 들어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깐 다시 말하지만 내가 이 책을 읽은 시점이 시험공부를 해야했고, 발표준비가 막바지에, 밤을 세며 준비한 지 거의 일주일이 되어가고 레포트가 쌓여있었다. 설령 질질 끌었다 하더라도 나는 전혀 못느꼈다. 눈에 콩깍지가 장난 아니다.
 
 
  나에게 연록흔의 이미지는 읽을 때마다 새롭다라고 이야기 할 수 있다. 첫번째는 얼른얼른, 두번째는 한줄한줄 의미를 두면서 세번째는 빠진 부분 있나 확인하면서, 네번째는 첫 느낌 그대로 살리면서 읽는다. 같은 책을 적어도 세번 이상을 본다. 좋아하는 장면은 쪽수까지 기억하면서 그 부분만 생각나면 읽기도 하고 생각하기도 하고 그런다. 그러니깐 그럴 수록 글쓰는 분들의 그 기발한 생각과 문장에 감동에 감동을 받는 것이겠지만. 어쨌든 한수영님의 다른 이야기라고는 혜잔의 향낭 정도만 취향이긴 하지만 (다른 이야기들은 무겁고 안타깝고, 주인공들이 잘 되도 그 고생을 함께하기에는 내 가슴이 너무 여리고 작다.) 어쨌든 나름 웰컴투 컴백! 이 아닌가. 신작을 기대해보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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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심장 1
조례진 지음 / 청어람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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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물에 신이 들렸는지, 보는 것도 병원물(하얀거탑), 좋아하는 것도 병원물(그 옛날 무수히 하던 병원물들), 읽고 있는 것도 병원물(유리심장)이다. 이 병원물들의 특징이라면 주인공이 다들 surgeon! 외과의사다. 다시 차이점이 있다면 모두들 환자를 살리기 위해 고분분투하는 외과의에 대한 이야기라면, 물론 그렇지만 좀 더 명예를 찾는 하얀거탑일뿐.

 

  멜로양, 레롱님에게 적극 추천받아 읽기 시작한 유리심장. 주인공들의 이름을 보면 '심(효인)장(진환)'으로 심장커플이라고 불린다. 무료하게 삶을 살던 진환에게 꿈을 불어넣은 '심장', 효인에게는 어머니를 앗아갔지만 돌아올 곳을 만들어주는 '심장', 직업으로 삼고나서는 잃기도 하고 얻기도 하는 오묘한 '심장'. 심장은 강하고 독립적인 것 같아 보이지만, 유리처럼 약하다고 아름답다~라고 해서 유리심장인 것 같다. 외과의 중에서도 흉부외과, 심장을 돌보는 일을 하는 효인, 그리고 막 귀국한 진환.

 

  소꿉친구라는 게 참 알 수 없는 것 같다. 보면서 제일 답답했던 부분이, 처음부터는 아니더라도 자신도 알지 못한 사이 어느 순간에서 부터 진환을 사랑했을 텐데도, 진환에게 눈을 뜨이게 한 건 자신이 먼저이면서.. 그래도 친구가 좋다고, 사랑이 끝나면 어쩌냐고.. 심하게 약한 모습을 보인 부분에서는 그럴 수 있겠다~ 하는 생각도 들었지마는, 그래도 답답하다는 느낌이 훨씬 더 들었다.

 

  진환을 믿지 못해서인가 싶기도 하고, 그만큼 자신의 사랑을 믿지 못하는가 싶기도 하고. 적절하게 당근과 채찍으로 효인을 자극시키는 진환이 살짝 불쌍해 보이기도 했다. 살짝 심했다 싶은 부분도 있지만.

 

  본래부처 털털하고 명랑, 천진한 성격의 효인이 남성우월주의에 완전 입각한 외과의, 그것도 3D라고 노골적으로 불려지는 흉부외과에서 유일한 여의사로 살아남기 위해서 흘려야 했을 눈물, 참았어야 했던 그 인내의 시간, 남자들보다 강해보여야 하고, 환자들에게 신뢰를 주어야 했기 때문에 강해진 성격. 그만큼 독해진 고집. 그래서 진환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 인정해야 했던 순간에서 조차 그럴리 없다고~ 바보 같은 생각을 끝까지 할 수 밖에 없었겠다 싶다.

 

  그런 효인을 기다리는 우직한 진환의 모습에 마음에 쏘~옥 들었다. 사실 더 좋았던 부분은 가족들에게 조차 잘 웃지 않는 진환이 효인이 앞에서는 아주 큰 웃음까지 보인다는 거. 그게 제일 마음에 든다.

 

  처음에는 미적미적, '친구','친구','친구' 하면서 좀 있다가는 " '친구'라는 좋은 단어가 뭐냐! 이런 썩어빠질 한계는! " 할 정도로 삐뚤어져 들릴 때까지 했으면서, 막상 인정할 거 인정하고, 연인이 되어도 친구가 아닌 게 아니.. 그것을 깨닫고 나서는 오히려 더 끈쩍(?)하게 다가오는 효인이 변모가 재미있었다.

 

  특히, 에필로그 격인 임신 씬은, 진통 할 때까지 수술실에 있는 효인도 재미있지만, 역시 수술실에서 그 소식을 듣고 하얗게 질린 진환도 재미있었고, 아니 그 전에 임신했다고 병원 곳곳을 돌아다니는 효인도 재미있었다.

 

  환자들에 대한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나와서 아, 로맨스이기도 하지만 병원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좋았다. 제일 신기한 환자는 역시 2권에서 나온 그 스토커 (라고 하기에는 좀 독특한 정신병을 가지고 잇는 불쌍한 사람이지만.)다.

 

  신기한게 샹그리라때는 정말 잔잔하게 읽을 수 있었다. 산이라는 웅장함이 주는 소재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톡톡 튀는 아영이도 있지만, 그래도 잔잔하게 읽을 수 있었다. 라이벌은 발랄하게, 휘경이가 사건 해결하고, 마주칠 때마다 이 놈! 이헌이 자식! 하는 거 보면서 참.. 발랄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번편은 딱 그 중간, 적당히 우리는 친구야~ 하고 삽질하는 효인,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한 번 깨닫자 마자 (안그럴 것 같으면서) 바로 밀어붙이는 진환.

 

  다음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일까, 기대되는 글쓴님이다. 모나지도 않고 더하지도 않는 이야기가 좋다. 너무 분량이 작거나 내 생각과 틀리면 백 번 리뷰 좋아도 안읽게 되지만(그.. 무슨 한권은 끝까지 구매할 수 없었다// 내 한계는 '각인'까지), 여튼 이런책이라면 좋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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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그리라
조례진 지음 / 청어람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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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델이 산악인이 된다는 것도 충격적이긴 한데, 뭐니뭐니 해도 현호의 외모..그러니깐 덩치가 충격적이다. 무려 '돈이없어'에 두 주연인 가노와 아야세의 크기인건가! 각종 이야기들 속에서 190cm의 거구의 남성이 안나오는 것도 아닐진데, 문득 가노를 생각했다. 상당히 드문 일인데... 일단 모델이었던 아영이 아야세만큼 작은 건 아니겠지만 남자에 비해서는 작을테고 모델이었으니 말랐을테고, 예쁘고, 당당하고 밝고... 그러니깐 현호가 아영을 보면서 한입이니 두입이니 귀엽다느니 했겠지만.

 

  요즘 조례진님 이야기에 푹 빠져 있다. 그래봐자 겨우 이야기 두 개를 읽었을 뿐이지만. 두 개 읽고 글쓴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건 웃기지만 내가 읽고 있는 부분에서 남주나 여주들의 성격이 거의 비슷비슷하다. 당찬 여주, 아주아주 맘에 든다. 내가 소극적이고 내향적이라서 그런가 할 말 하고 적극적인 여주들이 마음에 쏘~옥 든다. 그리고 여주에게 완전 푸~욱 빠져있는 남주들. 정말 마음에 든다. (상당히 성차별적인 발언이지만) 좀 아껴줘야할 필요가 있다. 요즘 심하게 교양에서 한국전통문화에 대해, 성차별에 대해 배우고 있는데 토할만큼 짜증나고 신경질이 나는 상황이긴...하다. 아아,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서 본래는 차갑고 임무와 책임에 둘러쌓여 딱딱한 남주들이 여주를 만나 따뜻하고 부드럽게 변하는 모습이 마음에 든다. 그리고 그런 자신을 잘 알고 있는 남주가 여주를 더욱 더 사랑하는 모습은 더더더 마음에 든다.

 

  그러므로 샹그리라도 무척 잘 읽었다.

 

  시작하는 부분은 마치 영화의 시작부분처럼. 아련한 느낌이 들었다. 모델이라는 것도 몰랐다. 전화를 받는 장면에서야 그녀가 모델이고, 지금 쇼를 하는 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녀는 전화를 받고 두어 페이지 만에 산악인이 되어 파키스탄으로 향한다. 히말라야가 있는 그 곳.

 

  그리고 그 곳에서 만난 현호. 예티를 떠올릴만큼 크고 수염이 가득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아영은 짐작이나 했을까. 첫만남부터 현호는 아영을 특별하게 생각하게 된다는 것을. 책에서는 그닥 잘 안나왔지만, 분명 현호는 아영에게 첫눈에 반했을 것이다. 고등학생때 선생님에게서 받은 사진의 여자아이에게 처럼 말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험하고, 가장 아름다운 산. 특별하지 않으면, 각오가 완전하지 않으면 정복할 수 없는 곳. 그리고 운명같은 이야기. 사진으로 서로를 알고 있었던 남자와 여자.

 

  처음 읽었던 '라이벌'보다 좀 더 신비하고 아련한 분위기가 가득한 '샹그리라'. 제목은 판타지 소설 같지만... 하지만 애틋한 기분은 들지 않는다. 차라리 '라이벌'에서 이헌이 휘경에 대한 마음이 애틋했고, 장난처럼 시작해서 능숙하게 어른의 연애로 이끌어나가는 그대는 지.현.호!

 

  오징어 알레르기 때문에 소심하게 오징어를 골라내는가 하면 아영에게 접근하겠다는 길의 말에 마음대로 하라는 말을 하는가하면, 아주 정열적으로 아영을 무너뜨리기도 하고, 이미 강해보이는 남자가 아영의 작은 위로에 큰 힘을 얻기도 하고. 그 짧다면 짧다고 할 수 있는 이야기 속에서 갖은 모습을 보여주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어린 시절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힘든 과거가 있지만 잘 처신하고(아영이가), 나름 도망도 치면서(현호가) 이겨낸 둘이 가족들과의 오해도 풀고 새롭게 시작하는 부분이 가슴을 설레게 있다.

 

  그리고 시작된 둘의 사랑이 예뻤다. 그 사랑의 중간에 낙연이라는... 그러니깐 첫작인가... 바이올린 하던.. 책 구해야 겠다-ㅅ-;; 라이벌에서도 나오고~ 여기에서도 나오고~ 보라는 계시야! ㅎㅎ

 

  결국 현호에 대한 이야기만 한가득, 이런. 그렇다고 아영이 캐릭터가 약한 건 절대 아니다. 그저 그럴 것 같지 않아 보이던 현호의 변화가 더 커 보일 뿐이다. 아영도 내면을 중시하며 단정하고 바른 눈으로 사람을 보고 판단하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어째 점점 길어지는 감상.. 이쯤해서 그만하고, 다음은 뭘 볼까? 동인지? 유리심장? 일단... 교양시험에 필요한 책이나 먼저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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