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말에 상처 받았니? - 말은 기술이 아니다 마음을 담는 그릇이다, 개정판 … 상처 받았니? 시리즈 1
상생화용연구소 엮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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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화법에 관한 책은 처음이라서, 나름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책을 펴보았지만... 그냥 툭 까놓고 이야기 한다면 조금 실망을 했다. 하지만 내 말을 끝까지 들어주세요  

  아가들 색동옷 마냥 노~오란 책표시가 쏙 마음에 들었다. 한국인의 대화법이라는 부분에서 내 곱지 않는 말투도 한 번 생각해보게 되고 그래서 과감히 집어들었다. 서론부분은 마치 국어 교과서를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딱딱하다는 느낌, 지나치게 올바른 문법들...., 이래서 일본 번역소설을 보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다시 집중해서 '상처주지 않는 대화'에 빠졌다. 

  책은 사례를 중심으로 몇가지 예를 들어 상처주는 말과 상처주지 않는 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반적으로는 내가 직접 생활하면서 할 수 있는 말 중심으로 되어 있다. 그러니깐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책속에서 읽는 글이 아니라, 정말 있을 수 있는 상황에서 정말 할 수 있는 말들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답으로 내는 상처주지 않는 말들은 내가 도무지 할 수 없는 말이라서 그 부분에서는 별로 공감하지 못하겠더라. 만약 5지선다였다면, 4개 정도는 내가 잘 쓰고 잘 생각하는 말이지만, 그 나머지 하나가 정답이며 내가 납득할 수 없는 예쁘고 적나라 한 말이었다.

  미국드라마를 보면 부인이 남편에게 'shut up'하는 드부아가 이해되지 않았던 나. 
  남편이고 애들이고 적나라하게 콕콕 찝어서 잘못을 유도한다거나 하는 것이 너무 부담스럽고 거북했던 나.

  이런 내용이 책에 좀 있다. 여튼 나는 잘 할 수 없는 말. 내가 선택한 상처 받지 않는 말들을 사실 상처 받는 말이었고, 내가 선택하지 않는 내가 상처받은 말들은 상처주지 않는 말이었고... 그 차이가 너무 크다.

  '내 말에 상처 받았니'를 읽고 있을 때 상황이 이 책에 대한 내 마음가짐도 변하게 한 것 같다. 나를 괴롭히다 못해 내가 열심히 쌓은 탑까지 낼름 한 입에 삼키려는 사람이 있어서 그동안 내가 세세 웃으면서 그러마 하니깐 만만하게 보인건가 싶어 웃는 얼굴로 상처주는 말을 해주마! 하는 마음에 읽었던 것이라... 책의 의도와는 달리-당연히 책은 상처주지 않는 말을 하기 위해 상처주지 않는 말들을 가르쳐주려고 했던 것이겠지만- 역으로 상처주는 말들만 알아보자 싶어서 읽은 못된 마음도 있었다는 말이다. 뭐, 상처주지 않는 말은 무엇일까요? 하는 문제에 보기는 5개, 하나만 찍어도 4개는 상처를 줄 수 있는 말이 되는 건데, 그 부분만 열심히 읽은 것 같다.

  하지만 되려 내가 살짝 상처 받아버린 책이다. 문제 맞춰보는 재미는 있지만...
 내가 이렇게 나쁜 놈이었나.


  덧 : 이 책 거의 시리즈처럼 만들어졌구나. 여보 상처받았니~ 같은..

★ Eunyo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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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길고양이에 탐닉한다 작은 탐닉 시리즈 1
고경원 지음 / 갤리온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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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집안에서는 어린이날은 우리 막내를 위한 날인데, 본의아니게 나를 위한 날이 되어버렸다. 어쩌다보니 생긴 어마어마한 액수의 공돈(거의 30만원). 이 돈을 가지고 평소 가지고 싶었던 책과 읽고 싶은 책을 고를 수 있게 되었다. 순전히 나를 위해서 말이다. 기쁜 마음에 그동안 힘들고 가슴 아팠던 일은 떨쳐 버리고 열심히 동보서점을 휘젓고 다녔다. 없던 책도 찾아서-   (2008년, 물론 지금 생각하면 서점을 뒤질 필요도 없이 인터넷 검색으로 해서 사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도 한다. 그럼 적립금이 얼마야~)

  그러는 중에 딱 마음에 와닿는 책이 바로 '나는 길고양이에 탐닉한다'였다.

  탐닉시리즈 중에 하나로, 이 책은 글쓴이가 블로그에 올린 내용들을 정리해서 묶은 책으로, 흥미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그 길고양이를 위한 도시인들의 자세와 태도에 대해서도 설명해주고 있다. 뭔가 엄청 거창한 것 같지만 사실 전혀 그렇지 않다. 그저 길고양이들 자체를 이해해주기만 하면 된다. 그렇다고 해서 뭔가 마음을 잡고 고양이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도 도시를 살고 있는 하나의 객체라는 것만을 이해하면 된다는 점을 이야기 하고 있다. 

  거리의 고양이들을 우리는 '도둑고양이', 혹은 요즘은 '길고양이'로 부르기도 하고 그외 '노숙고양이', '유기고양이', '들고양이', '야생고양이'등이 있다. 나는 '길고양이'라는 말이 더 와닿으므로 여기서는 '길고양이'라고 표현하고, 혹은 줄여 '길냥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거리 곳곳에 눈을 반짝이며 나를 쳐다보고 있는 고양이를 누구다 한 번쯤은 보았을 것이다. 그 고양이를 무서워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나처럼 함께 바라보면 다가와줘 하는 텔레파시를 보내는 사람도, 혹은 고양이를 위해 그냥 뒤돌아서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책을 읽고서야 고양이와 마주치면 눈을 마주치지 말고 돌아설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모르면 무식하고 용감하다더니! 나는 말로만 열심히 고양이를 좋아한 것이 아닌가, 반성을 했다.

  전반적인 책의 분위기는... 슬프다. 슬픈 내용들이 가득하다. 버려질 수 밖에 없는 고양이들에 대한 내용들이, 그 고양이들의 생존을 위한 고군분투들이 절절하다. 그런 느낌을 가지고 싶었기에 보통은 속독을 하는 편인데, 천천히 꼭꼭 씹으면서 책을 읽었다.

  하지만 길고양이들의 천진난만한 사진들이 가득하기도 해서, 그 사진들을 보면서 너무 예쁘고 멋있는 녀석들뿐이라 행복하기도 했다.

  고양이를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사례도 많이 나왔지만, 나는 아무래도 앞부분의 고양이들의 행복하지 않는 도시생활이 마음에 영 걸린다. 보통 고양이의 수명이 15~20년이라는데 길냥이들의 수명은 3년 안팎이란다. 사람들이 고양이에 대한 편견으로 죽이기도 하고, 잦은 출산, 영역싸움, 차에 치이기도 하고... 이유는 많다. 물론 길거리의 미화를 생각하면 길냥이들은 그저 방해되는 짐 정도밖에 안 될테고, 밤마다 아기 울음소리를 내며 울기때문에 불길하기도 할 것이고,  한 마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길도, 밤도 짜증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고양이 입장에서 살펴보자. 물론 처음부터 길고양이 출신인 녀석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길고양이 대부분이 버려진 고양이였다. 게다가 집에서 기르는 품종의 고양이는 사람과 함께 살기 위해서 임의로 종을 개량했기 때문에 보통의 고양이에 비해 많이 약하다고 한다.

  길고양이들은 생존을 위해 쓰레기 봉투를 찢어야 하고, 음식쓰레기 통도 엎어야 한다. 음식이 나오는 구역을 차지 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워야 하고, 발정때는 본능적으로 교미를 할 수 밖에 없고 그때마다 또 새끼를 낳아야 한다. 길냥이들 입장에서도 정말 스트레스 받는 삶 일색이다.

  이 책에서는 '스탠포트네트워크'를 사례로 들어 길냥이들과 도시인 사이의 오해와 갈등을 풀 방법을 살짝 이야기 해준다. 주먹구구식의 중성화수술을 위한 작업이 아닌, 자연스럽게 고양이와 소통하면 그 개체수를 줄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말이다. 물론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아직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할 것이다. 또 이는 고양이 뿐만 아니라 버려지는 애완동물에게까지도 필요할 것이다. 이렇게 고양이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자연스럽게 고양이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 부럽지만, 아직은 좀 먼길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터키쉬니 러시안블루니 하는 생각을 버렸다. 내가 고양이를 기를 여건이 되고, 또 고양이와 함께 10년 이상을 함께 할 수 있는 마음이 되었을 때 길냥이를 입양해서 키우고 싶다. 길고양이들에 대한 이야기들에 관한 책이지만, 비단 고양이 뿐만 아니라 인간과 함께 생활하는 다른 모든 애완동물들에 대한 관심의 깊이에 대해 생각해 볼수 있는 책이었다.


blog '길고양이 이야기'
http://pygmalion.egloos.com
http://blog.daum.net/gorestcat

 

★ Eunyo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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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야 청산 가자 1
김진명 지음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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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아무 생각없이 봤다. 책을 인터넷으로 구입하고 내 손에 딱 도착할때까지는 정말 아무 생각이 없었다. 심지어 바로 뜯어 읽지도 않고 거의 보름쯤 책꽂이에 예쁘게 놓아두기만 하고 눈팅만 했지, 뭐. 김진명씨가 누군지, 작가라는 것은 알지만.. 어떤 글을 쓰는지.. 아무 것도 모른 채 책을 읽게 되었다. 이렇게 심하게 작가에 대한 정보 없이 책을 읽기는 처음이었다.

  이 책은 책 표지 글을 읽어봐도 알겠지만 '북한 핵'이니 하는.. 그런 정치적인 글이다. 정치라니! 그나마 좀 어렸을 때는 나라에 뭔 일만 생기면 눈에 불을 키고 알려들었지만, 대학 입학 후 1년, 2년.. 취업 못하고 좌절하는 주위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정치적인 면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지고 비례로 전혀 관심 없던 경제적 문제에 관심이 생겼다. 좋은 예로 중,고등학생때는 선거나 투표에 그렇게 관심이 많았건만 막상 민증이라는 족쇄가 나를 감싸는 시점부터는 딱 투표에 관심이 떨어졌다. 집에서 몇 발짝 되지도 않지만 가는 것 조차 귀찮다. 어차피 될 사람 되고 될 사람 비리 저지르고, 다 똑같은데 뭐.. 하는 생각때문에. 

  어쨌든 그렇기 때문에 고2 이후로는 정치적인 책, 정치와 관련된 책을 손끝도 대보지 않았다. 2007년 베스트 셀러! 라는 말에 끌려서 책을 주문을 하기도 했지만, 사실은 '김진명'씨라는 이름만으로도 지갑을 여는 독자가 많다기에... 나도 그 지갑을 여는 독자가 되어 볼까 하는 이상한 질투심에 책을 구입하고 드디어 읽게 된 것이다.
 

  딱 한마디로 말하자면, 책을 읽는 동안 정말 즐거웠다. 
 

  이야기와 이야기 속의 등장인물들을 좋아하는 나는 그냥 심각함 없이도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매력적인 등장인물을 꼽으라면 의문의 권력을 손에 쥐고 있지만 권태감을 느끼던 '문선'을 들 수 있지만, '문선'이 도와준 '효원'도 정말 매력적인 여자이다. 아니, '샨'도 매력적인 사람이다. '샨'과 '조셉'은 마치 영국 추리소설의 홈즈와 왓슨같은 느낌이 들지만 '샨'의 저돌적인 추진력에 정말 정신없이 책장을 넘기게 된다. 그리고 가장 한국의 젊은이로 나온 선거대행사의 '노을'. '노을'과 '가네히로'. 특히 '가네히로'는 남다른 사람처럼 보이기 까지 했다. 대화는 그 자체로 알아듣기 쉽기는 하지만 한편 돈이라는 유혹을 뿌리칠 수 있는 이유를 납득을 할 수는 있지만 이해하기 힘들었다. (뭐 내가 속물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지.)


  국내의 정치상황을 깔끔하게 집으면서 이야기를 하는 '노을'과 '가네히로'를 보면서 그럴 듯한 모습에 쏙쏙 빠져든다. 그때 전혀 정치적으로 관심 없었으므로... 뭐라고 이야기 할 수는 없겠지만, 땅부자에 환멸하는 국민들이 땅부자 후보에게 투표를 한다는 말에 찔끔.. 했다. 그때 나도 분명 그 후보를 찍고 싶었다(하지만 그때는...고등학생이었다는 것.)

  하지만 의외였던 인물이 '김정일'. 그저 독재적인 인물이라는 생각외에는 다른 타이틀을 붙여본 적 없는 사람이라서, 책에는 생각외로.. 너무... 인간적이어서 좀... 놀랬다. '김정일'이 나오는 부분은 두어번 다시 읽기도 했다. really? 개인적으로 여러부분 찝어주고 싶은 장면중에 '문선'과 '김정일'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하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또 말이 나온 김에 흥미진진한 장면을 꼽자면, '문선'이 '효원'을 돕는 부분, '문선'을 환대하는 '김정일', '샨'의 저돌적인 전략. '노을'의 심적 갈등을 꼽고 싶다. 

  특히, 극중 '노을'은 '문선', '효원', '샨', '김정일'과는 무관하다. 그렇지만 책 속에서, 이야기를 진행하는 '노을'의 심적 갈등은 정말 맘에 들었다. 전형적인 한국의 젊은이였지만, '앙가주망'과 일본인 한국인인 '가네히로'와의 대화로 없던 애국심이 단번에 나오는 것이 아닌.. 그래도 스스로의 자유를 지키고 싶다고 하던 '노을'이 맘에 들었다.

  하나하나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게다가 줄거리를 최대한 손대지 않고 말하자니 그저 좋아하는 인물 소개를 했을 뿐인데...

  정치이야기가 싫다면, 그냥... 소설로써만 봐도 좋은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난 끝페이지까지 꼼꼼하게 읽고서는 울어버렸다. 그것도 강의시간 중간에.... (죄송해요, 교수님...)그럴 수 밖에 없는 선택이라는 것 때문에 슬프고... 이야기 중에 모든 것을 다 알아도 남한과 북한은 어쩔 수 없는 일이 발생하는데.. 그때도 울컥하고. '노을'이 도덕적으로 바른 선택을 할때도 울컥하고.


  [ 나비야 청산가자, 범나비 너도 가자 ]


  읽다 보면 나처럼 관심없던 사람들조차 매료시키는 이야기인 것 같다. 나는 딱히 이 책을 읽으면서 무엇이 무엇에 대한 질문이고 해답인지.. 잘 모르겠다. '문선', '샨', '김정일'의 은밀한 이야기를 엿보면서도... 글쎄.. 그저 긴박함만 느꼈을 뿐, 사실 심각한 것은 느끼지 못했다. 읽으면서 점점 흥미를 가지고 매료된다면, 이 책의 역할을 충분하다.

  이 책을 읽는 4일 동안 모처럼 마음깊이 즐거웠다.


★ Eunyo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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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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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명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은 사람들에게는 초치는 말이겠지만 나는 '요절복통' 이라는 단어를 쓸만큼 재미있게 읽지는 않았다. 그럭저럭 페이지를 넘기기에 편하고 쉬운 책쯤이다. 하지만 다른 소설책(?)들과 틀린 점이 있다. 
 
  책을 사고서도 거의 한달간 책꽂이에 꽂아두고선 눈길만 가끔 주다가 이번 추석, 기차타고 큰집에 올라가는 그 시간을 죽이기 위해서 적당한 페이지, 적당한 크기 책중에서 고민하다가 이 책을 들고가게 되었다. 차라리 읽을 것이 없어서 신문이든 뭐든 그 곳에서 하나 사서 읽는 것이 좋지, 잔뜩 들고 가서 읽지도 못하면 그거만큼 바보같은 짓이 없다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가는 촌인데 너무 책만 읽는다고 아버지께 꾸중을 듣기도 했지만... 어쨌든 이 책의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면,
 
  내가 본 이라부 이치로는 좋게 말하면 여전히 동심에 빠져있고 뭔가 전문적인 단어나 약으로 환자들의 마음을 치료하지 않고 그 환자들이 직접 느끼게끔 행동하여 사람들의 마음을 치료한다. 환자들은 당장에는 이라부의 행동을 알아채지 못하지만 이라부와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점점 알아챈다. 이라부를 통해 잊었던 것을 알아채고 아팠던 것을 극복한다.

  나쁘게 말하면, 아니 요즘 삐뚤어져있는 내 시선으로 본 이라부는... 속은 깊은지 몰라도 재정적 어려움 없이 독고다이식의 인간이다. 내 멋에 살고 내 멋에 죽는, 누가 뭐라해도 나 좋을 대로, 내가 즐겁고 내가 즐길 수 있는 일을... 심심하던 차에 (절대 의사가 그럴리가 없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라부라면 왠지 그럴 것 같다. 꽤 크고 유명한 병원장아버지를 둔 아들로 환자가 없어 지하에 있는 정신과라니! ) 마침 환자가 왔고 그 환자들이 고민하는 것을 해보고.. 하는 것 말이다. 내가 생각해도 억지 같지만.. 그런 생각이 아예 없었던 것도 아니다.


  어쨌든, 이라부는 우리에게 있어서 뭘까, 라는 생각을 해봤다.  

  내가 잃어버린 동심,
  내가 잃어버린 꿈,
  완벽한 제 3자로서 나를 비꼼없이 아부 없이 가장 객관적으로 봐줄 수 있는 사람,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나의 나쁜 버릇,
 

  ...등이겠지.
  환자가 오면 제일 먼저 하는 말, 어떤 병이든 어떤 사연이든 무조건 제일 처음 하는 말!
 

  "일단 주사 한 대 맞고 시작하지."
 

  이라부를 거친 환자들은 처음에 주사에 대한 심한 거부감을 보였지만(특히 책의 첫번째 환자는 정말정말 심했다.) 나중에는 될때로 되라는 식으로 이라부에게 몸을 맡긴다. 그러다 마음도 맡긴다. 그러면서 대화를 하고 이라부가 환자들에게 그 길을 제시한다. 제시한다기 보다 그 환자와 같이 움직인다. 같이 극복하고 말이다. 별로 해결책을 제시한 것 같지 않지만 어느새 환자들은 마음의 병을 치료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간다. 겨우 그런 것 이라는 말 없이... 꽤에에에에 환자들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같기도 하고, 별로 고분고분해 보이지 않는 간호사 마유미는 미인계로 환자들에게 주사를 놓아주고...


  어쨌뜬 이 책을 읽어보면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지 알게 될 것 같다.


  나는 이 책을 읽고서, 굳이 모든 것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필요는 없다고.. 느꼈다. 내가 느끼는 정리에 대한 강박이 어디서 왔고 어떻게 생겨나 나는 왜 '정리'에 큰 강박을 느끼는지 새삼 알 수 있었다. 당장에 고치는 것은 어렵겠지만 실마리를 잡았으니 쫓아가는 일만 남은 것이다. 이라부 덕분에 나도 빡빡하기만 한 내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역시... 재미보다는 교훈이 느껴지는 책이다. 한번보다 두번이.. 그 맛을 더 진하게 하는 책!

  이라부의 행동을 쫓아가다보면 확, 마음이 풀리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Eunyo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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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X의 헌신 -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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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리라는 장르는 좋아하지만, 일본추리소설은 처음이다. 일본의 추리장르라고 하면 역시 만화와 만화책밖에 기억나지 않는다. (oh~김전일. `) 

  얼마전에 어떤 곳의 리뷰에서 추리소설의 범인이 공개되어 있었다, 그래서 재미가 확 떨어졌다 라는 말이 있었다. 실망스럽고 화도 많이 난다고 말이다. 다행히(?) 이 책은 범인이 눈 앞에 있다. 심지어 책띠에 표시도 되어 있다. '한 여자가 한 남자를 살해했다.' 고-게다가 여자라고는 어머니와 딸 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러니 나는 범인에 대한 이야기를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범인도 밝혀졌고, 그래서 이 책의 묘미는 '따라가기'이다. 어떻게 그 여자가 경찰의 수사망에서 벗어나는가 하는 것 말이다. 수학자의 추리방식은 놀랍다. 정말 아주 놀랍다. 이 사람의 이번 고등학교 시험의 컨셉인 "선입견에 의한 맹점을 찌른다."로 이야기 첫부분에 범인이 밝혀졌지만, 그 과정은 거의 끝장이 다 되서야 간신히 드러나는데 그때 누구든 이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맥이 풀릴 것이다. 뭔가 허무하기도하고, 뭔가 소름끼치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 것도 내용 미리알림의 일종이니깐 참아야 겠다. (마치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외치는, 아니.. 리뷰에서 범인을 밝혀버리는 사람들의 심정을 좀 알 것도 같다.^^;;)

  수학자는 정말 여자를 좋아했다. 아니, 사랑했다. 사랑했기때문에 그녀를 지켜주고 싶었다. 누가뭐라든 나는 수학자가 그녀를 사랑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사랑이다. 다만 그의 방식이 너무 틀렸을 뿐이다. 사회가 인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혼자 그녀를 좋아하는 수학자였다. 그녀는 그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의 도움을 부담으로 받아드리고 점점 그를 짐으로 생각하게 된다. 그것이 안타까웠다. 수학자의 마음을 알지만 그 마음을 부응해 주지 않는 것이 안타까웠다. 끝까지 수학자의 사랑은 보상받지 못한다.

   물리학자가 개입하면서, 예상치 못한 변수로 수학자의 수학이 조금씩 흔들린다. 물리학자는 아주 우연한 기회로 이 사건을 접하게 되었고, 동창인 수학자를 다시 만나게 되었고, 그에게 진한 연민을 느낀다.

  덧붙여 살짝 원론적인 이야기를 해보자면, 내가 아는 일본은 역사왜곡, 망가, 음악, 안팔리는 영화.. 같은 문화적이고 역사적인 것들과 관련되어 있다. 당연히 김전일과 코난 팬인 나는 추리에 대한 것도 조금 알고 있다. 하지만 소설로 읽고 있는 것은 처음이었다. 이 책 한권에 일본추리소설에 좀 꽂혔달까-, 평소 알고 있던 추리소설과는 좀 다른 느낌이다. 우리나라 정서도 아닌 것이, 셜록홈즈등과도 다른 것이... 그런데 묘하게 끌리는 일본추리 소설이다. (노골적인 일본어투 번역은 정말 꼴불견이지만!!!) 다음 도전작은 오다리쿠의 <모방범>이다. 겁나게 두껍고 게다가 3권. 영화화 되기도 하고, 그렇게 인기가 있다고 하니.



★ Eunyo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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