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동연가 1
이희정 지음 / 마루&마야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이희정님의 이야기나 글 분위기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어쩐지 <춘화연애담>이나 <비애>같은 글은 잘 읽히지 않았다. 사실 부지런한 사람은 찾아보겠지만 <화홍>, <동화관야담>, <바보옹주 금랑>만 읽었을 뿐 조선 혹은 그 비스무레한 시대배경의 글은 읽기가 왜 이렇게 힘든지...

  어쨌든 고대하고 기대하던 이희정님의 신간을 얼른 받아 읽게 되었다. 사려고 했지만... 비디오 대여점에서 참고 또 참아보려고 했지만 손이 먼저 가는 걸 어떡게... 일단 짧게나마 후딱 감상을 남겨보려고 한다.

 

  보영은 전주로 이사왔다. 규방 공예가이다. 규방공예는 옛 우리 여인들의 문화로... 바느질이다. 옷, 생활용품등. '미당'이라고 이름 붙인 공방에서 열심히 바늘 잡고 작품만드는 보영. 그리고 그 옆 집, 아들과 집안일 도와주는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남자 태제. 이혼을 한 뒤 아들을 키우며 카페를 운영하며 살고 있다.

 

  이 책을 읽고 좀 섭섭한 점이 있다면, 보영의 직업에 대해서 큰 에피소드가 없다는 것. 그래서 그게 너무 아쉽다. 이런 직업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었고, 또 내 또래에서도 그다지 관심있어 하는 거리가 아니기에 좀 더 이렇다 저렇다 하는 설명이나, 아니면 이 보영이 이 직업으로 어떤 일을 한다던가 하는 이야기가 좀 더 나왔으면 좋았을텐데... 아쉬워 해본다.

  반면 좋았던 점은 찬란한 옛왕조의 도시랄까, 옛 것에 대한 설명이 여기저기 나와서 신선했다. 1권 '교동 투어' 부분에서 보영과 태제·혜찬 부자의 교동 투어를 보면서 나도 미지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미 1월은 거진 다 지나갔으니 2월에는 꼬옥~ 전주에 가볼것이다. 새벽에 가서 아침으로 콩나물해장국밥을 먹고 점심에는 비빔밥을 먹어야지- 이러고 혼자 계획하고 있다.

 

  이 책은 홀아비 태제와 아가씨 보영의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만... 보영의 어머니가 좀 더 강하게 반대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녹우>나 <사랑 뒤의 사랑>처럼 그닥 심하게 반대한다-하는 느낌은 없었다. 그래서 절정 부분, 긴장감이 한창 고조되어야 하는 부분에 너무 쉽게 끝을 맺는 것 아닌 가 하는 생각도 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른이라면 좀 꼬장꼬장 박혀있는 고지식한 그것을 바꾸기 어려울 텐데고쳐보고 바꿔보고.. 그래서 둘의 사랑을 인정해주는 '어머니'의 모습이 정말 좋다. 세상은 정답이 없기 때문에 언젠가 후회할지라도 반대를 함으로써 그들에게도 미래에 대한 용기와 호락호락하지 않는 현실을 알려주고, 또 어머니는 이 둘을 보면서 이런 사랑 저런 사랑도 있다, 우리 아이를 가장 예쁘게 돋보이게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사람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게 정말 마음에 든다.

 

  또다른 묘미는 너무 착하고 활기차서 더욱 슬픈 혜찬이다. 혜찬이는 태제의 아들인데, 너무 활기차고 착해서 예쁘지만 그래서 더 가엽게 보인다.

  게다가 어린 마음에 친모에게 받은 상처때문에 모두의 애간장을 녹이더니, 어느새 보영에게 엄마 해달라고 잘하겠다고 하는 말에 아이다운 순수함을 물론.. 너무 귀엽다. 우리 막내 성격이랑 비슷해서 더 좋다. 보영이는 물론 태제도 좋지마는 혜찬이 때문에 결혼을 결심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올해 어쩌면 사촌언니가 결혼을 한다고 한다. (확실한 곳의 소문이지만 본인의 의지가 관건임)

  전~~~~~~~혀 남자와의 결혼생활을 생각해 볼 수도 없을 정도로 당차고 대찬 언니라서 좀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어쨌든... 생각해봤다. 우리 언니가 애딸린 남자와 결혼을 한다고 한다면?

  아무래도 난 언니를 불신의 눈으로 쳐다보겠지, 싶다. 왠지 꺼려지는 점이 있다. 개방적인 성격을 가진 것도 아닌 터에 뭐 하나 빠질 것 없는 언니가 왜??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하지만 내가 언니의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니 듯, 언니가 심사숙고해서 선택한 결정이므로 존중해 줘야할 것이다.

  그냥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무 생각없이 좋은 사람 있으면 애가 딸려도 결혼하겠다고 우스갯소리로 어머니께 이야기 하면 어머니는 기겁하고 뭐라뭐라 하시는데.. 그렇구나, 싶기도 하고. 하지만... 정말 좋은 사람이라면 나도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고...

  아, 재밌다. 다음 글도 완전완전 기대하면서 무조건 기다리는것이다!!!

 

  ♥ ♡ ♥ ♡ ♥ ♡ ♥ ♡ ♥ by.EUNYO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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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트포드 이야기 1, 2]의 서평을 써주세요
미트포드 이야기 1 - 내 고향 미트포드 - 상
잰 캐론 지음, 김세미 옮김 / 문예출판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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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을 읽기전에 내가 생각해둬야 할 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미국소설(혹은 영국, 프랑스등 일명 외국소설)이라는 점! 별스럽다 생각하겠지만 나에게는 제법 중요한 문제이다. 그리고 내가 읽어봤던 몇 안되는 책을 살펴보았다. 외국작가가 쓴 책은 판타지와 자기계발서. 그나마 소설은 해리포터를 필두로 한 판타지소설이 다다. 요즘 욕은 욕도 아니라지만 남편에게 SHUT UP! 이라고 쉽게 이야기하던 미국드라마를 본 뒤 왠지 모를 거부감이 들어서 별로 읽은 적 없었다. 그냥 싫다라는 말이 정답이다.

 

  이 소설이, 미트포드 이야기는 그야말로 미국소설이다. 부정할 수 없다. 미국의 한 작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미국적인 소설이다. 어쩌면 나만 이해하지 못하는 그들의 농담에 대해서는 그냥 넘어가자. 왠지 내가 세계화되지 않았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 민망하다.

  다시 돌아가 난 이 소설이 나에게 주는 의미, 그리고 미국소설(혹은 영국, 프랑스등 외국소설들)을 무작정 거북해 했던 내가 이 책을 읽고 느꼈던 점을 중심으로 이야기 하고 싶다.

 

 

  사랑스런 나의 고향, 작은 마을 미트포드

 

  미국의 작은 시골마을 미트포드는 매연에 지친 현대인들이 막연하게 그리는 그 곳이다. 소소한 사건과 이웃과 이웃간의 믿음과 신뢰가 항상 가득한 곳. 작은 분쟁도 있지만, 그것조차 즐길 줄 아는 여유가 있는 곳. 한 명 한 명 모두 소중한 그런 곳이다.

  이야기 속에는 꽤 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오지만, 소중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특히 마음에 들던 사람은 사건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팀 신부.

  산타클로스 몸매에 따뜻하고 선한 그는 마을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사람이다. 살짝 소심한 면도 없잖아 있어 안절부절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웃고 있다. 믿음, 신뢰, 신앙으로 똘똘 뭉친 팀 신부는 언제나 바쁘고 또 바쁘고 바쁘다. 바쁘다는 말도 모자랄 정도로 은근히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고 있다. 시골이라서, 작은 마을이라서 여유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뒤엎는다. 하다못하 마을을 장식한 꽃에 대해서는 회의를 해서 결정을 해야하는 그는 휴식을 모르는, 언제나 활기차게 이 곳 저 곳을 부지런히 걸어다니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제일 처음 해치운 일은 크고 검은 개를 키우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개는 성경 구절을 읊으며 지나치게 활발하게 굴다가도 머리를 땅에 붙이고 귀를 세워 성경을 듣는다. 팀의 고리타분한 생활에 활력을 불어주는 바나바의 등장으로 팀 신부는 지나치게 타인 중심이었던 삶에서, 자신을 위한 일도(건강같은) 필요하다고 깨닫게 된다.

  바나바의 등장을 반기는 마을 사람도 있고, 꺼리는 사람도 있다. 팀의 워커홀릭같은 성격에 가정부가 필요하다, 여자가 필요하다, 휴식이 필요하다, 운동이 필요하다등 서로가 서로를 걱정하고 위하는 마을 분위기가 번거롭기도 하지만 그 마음이 참 따뜻한 곳이다.

 

 

  절대로 내가 읽지 않았던 종류의 책이기에 하는 말이지만, 미국소설은 잔인하고 스스럼없이 상처주는 말도 해서 나와 맞지 않다고 막연히 생각하고 피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마치 재미난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기분에 훌러덩 읽어내릴 수 있었다. 바보같은 코미디 드라마가 아니라 사건과 사건이 겹치고 많은 등장인물도 나오지만 따뜻하고 웃음이 넘치는 그런 드라마 말이다.

  우리 동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많지만, 이 책 속에서는 언제나 따뜻하고 선한 사람들이 서로를 위하고 있다. 옛날 어렸을 적 일요일 아침 일찍 봤던 전원일기.. 그래 이런 느낌이다. 

  또 신기한 점은 등장인물의 나이다. 둘리 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다. 나는 책을 읽다보면 30-40세 그 쯤의 등장인물을 많이 접했기 때문에 그 이상의 등장인물에 대해서는 신기해서 아주 집중한다. 이 마을은 젊은 사람이 몇 없다. 하지만 후들후들 적막한 노인들을 생각하는 것도 금물이다. 50세를 넘긴 사람들이 젊은 사람들 마냥 일을 찾아다니고 모여 파티를 하고, 즐겁고 바쁘고 여유로운 생활을 통해 서로 신뢰를 쌓는다.

  난 별점의 기준을 책장이 얼마나 잘 넘어가느냐, 책을 덮고 얼마나 생각이 나느냐, 얼마나 기분좋은 느낌이냐에 따라 결정하는데... 사실 미트포드 이야기는 책장을 그리 잘 넘어가지 않는다. 다르게 생각하면 한 줄 한 줄 꼼꼼하게 읽을 수 있다. 버스를 타다 부서지는 햇빛에 문득 생각나서 천천히 읽어도 보고, 혼자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데 뭔가 심심해서 찾아 읽어보기도 하면서 틈틈히 편하게 읽었다. 그래서 시간이 많이 걸렸다. 다 읽고 나면 후련하달까, 개운하달까 그런 느낌도 들었다.

 

 

  ps. 시리즈라니깐 다음 이야기에도 팀 신부가 나오는지 궁금하다.  
 

 

 

- 알라딘 서평도서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아기자기한 이야기들, 이웃간의 신뢰와 믿음.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 ...이렇게 마을공동체로 서로 믿는 책을 읽어본 일이 없어서;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마음에 여유가 없는 사람, 커피 한 잔 따뜻한 햇빛 아래서 여유를 즐겨야 하는 사람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p.22 "글쎄요. 그 개가 바깥에서 신부님을 기다리는데요. 바로 지금요." ; 유독 자신을 격하게 반기던 크고 검은 개를 꺼려했던 팀 신부가 자신은 개에게 쫓기지도, 개를 잡지도 않을 것이라고 대화하는 중, 한 사람이 한 말인데... 팀 신부는 자신이 그 큰 개를 신경쓰지 않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는 것 또 개도 신부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 그런 장면이 떠올라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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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재벌남의 결혼성공기
김영 지음 / 두레미디어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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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 이렇게 대한 건 니가 처음이야...로 대표되는 재벌남 이야기의 일종이다.

  강씨고집 꺾는 최씨의 은진이에 의해 강씨 이헌은 입도 대지 않던 라면을 먹는가 하면, 정체를 알 수 없는 자판기 커피도 마시게 되고, 공원을 산책도 하게 되며, 끝내 은진이가 한 (서민)음식인 된장찌개도 맛있게 먹을 수 있게 되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은진도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나는 빈부격차에 그냥 우리는 초등학교 동창일 뿐이라며 스스로 자위할 뿐이다. 이헌이 보이는 이상한 행동들, 오페라를 보러가자든가 고급 레스토랑에 데리고 가는 등 이런 일에 '전혀' 연인으로서가 아닌 '특별한 친구'라고 믿으며 함께 했다.

 

  유별난 남자 이헌씨는... 쉽게 이야기하면 수위 엄청 낮은 초딩공이랄까.

  이야기는 이헌씨 할아버지의 말도안되는 유언에서 시작한다. ( <-이렇게 시작하는 이야기로는 '1%의 어떤 것' 도 있다.)

  할아버지는 이헌에게 '정말로 사랑하는 여자와 6개월 안에 결혼할 것' 그렇지 않으면 '모든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다'라는 유언을 남겼다. 참고로 할아버지는 아직 짱짱하다. 이헌이 할아버지를 이렇게 질색팔색하는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제일 큰 것은 부모님 모두 한 번에 돌아가시고 남은 어린 자신에게 따뜻한 눈빛 한 번, 가족의 정 한 번 느끼게 해 준 적 없기 때문이다. 열심히 일을 하다 조건 좋은 여자 만나 결혼해서 사업을 확장하는 게 인생목표로 살고 있는 무미건조하고 겁나 까칠한 재벌3세는 환원만은 막기 위해 여자를 찾기 시작한다.

 

  동창인 줄 모르고 쫓아간 은진의 라면집에서 이헌은 발칙한 계획을 세운다. 극부의 자신, 극빈의 그녀. 적당히 결혼을 하자 이따위 생각. 그러면서 차근차근 은진에게 다가서는데... 은진이가 현 상황을 너무 좋고 착하게 생각해서 잘 모르고 넘어갈 수 있지만 확실히 이헌은 그녀를 가볍게 보고 6개월 내 결혼할 여자로 점찍은 것이다. 그러다가 점점점 그녀의 매력에 빠져든 것. (차라리 재인이는 당당하게 변호사 대동하고 유언 이야기라도 했다지만...)

 

  계획이고 나발이고 은진이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이것저것 생각하고, 은진이 얼굴 한 번 더 보려고 라면가게 문턱 닳게 다니기도 하며, 은진이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또 다른 남자('수찬')의 견제하기도 하고...... 이러면서 잊혀진듯한 그 유언 망발을 하던(이헌의 입장에서) 할아버지는 이미 라면가게를 드나드면서 은진이를 확실히 며느리감으로 이미 찍고있다. 이 두 조손이 이 한 여자와 가족이 되기 위해 있는 힘껏 노력하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아름다운 10대와 20대를 가난과 열정으로 보낸 은진은 동창들에게 쉽게 마음을 보이지 못한다. 가난하고 여유가 없다는 그런 마음, 그리고 그녀 앞에서 돈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그녀를 깍아내리려는 것등... 은진은 당당하다기 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러면서 작은 것에 행복을 찾는... 이헌은 이런 은진의 모습에 점점 빠져든 것 아닐까?

 

  제목이 마치.. 예전에 어떤 영화를 떠오르게 한다 나의 결혼원정기..던가? 제목 자체에서도 어떤 글일까 그 분위기를 알 수 있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까칠한 재벌남의 결혼성공기는 마냥 재벌남이 잘나서 성공한 것이 아니라 비서와 할아버지가 아니었으면 절대 안되었을 것이다. 나도 좀 착하게 살아야 하는걸까... 에휴=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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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시 레이디
정경하 지음 / 우신(우신Books)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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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꺄르르- 깔깔깔 거리면서 읽을 수 있었다. 이야기 자체는 특별할 것이 없는데, 글 분위기가 구수하달까. 전혀 가식없이, 거리낌도 없이 마구마구 읽는 사람에게 달려드는 느낌이다.

 


     
  p. 213 - 흐흑, 내 귀염둥이.
  주아의 얼굴을 보자 또 눈시울이 붉어졌다. 우리 주아, 꼭 오래오래 살아야 해. 알았지? 당신 없으면 나도 없는 거야.
 
     

 

  냉랭하고 완전 건조한 백진하는 아무 단단해보이고 야무져보이다 못해 까칠한대다가 무섭고 융통성도 없는데다가 완벽주의자로 보이는 인물이다. 금전적으로도, 가족(친척포함)등 뭐로 보나 부족함 없어 보이는 그에게도 단 한가지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있다. 그건 1년동안 열심히 집적거린 서주아. 바로 그녀다. 1년 전 회식에서 우연찮에 그녀에게 사랑을 느끼고 그 뒤 열심히 접근해보지만 그녀와 진하의 거리는 어느새 백만광년. 그러면서 진하는 주아는 어떻게 하지 못해 자그마치 일년동안 불끈불끈 러닝머신을 사용해주신다.

  이렇게 완벽한 백진하는 사실 알고보면 완전 푼수. 좋아할 수록 더 괴롭힌다던 초딩적 본능을 억누르지 못하고 주아를 그렇게 괴롭혀댔으니...ㅉㅉㅉ.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녀를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포기하기에는 너무 예쁘고 귀엽고 섹시하기 때문이다. 은근히- 그녀의 뒤를 사사삿 쫓아다니면, 혹은 어디선가 들리는 그녀에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면 그렇게 연구실을 하이에나마냥 ... 헤매지는 않지만, 잘 모은다, 정보를.

  하지만 정말 곰처럼 둔한 그녀는 끝까지 진하의 노력을 알아주지 않고, 결국 진하는 정면으로 도전한다! 주아에게... 음, 주아가 술을 좀 많이 마셨을때... 필름이 끊길랑 말랑 할때.

  이때 주아는 그때 은근슬쩍 넘어가서 악마 백진하와 연애라는 것을 하게 되는데. 둔하다 못해 사실 생각도 그렇게 깊게 하지 않는 주아는 진하의 완벽한 계획과 작전에 전~혀 말려들지 않다가 진하의 손가락에 그만... 그만...!!

 

  물론 주아라는 여주인공도 예쁘다. 귀엽고... 키크고 늘씬한 주인공이 아니라서 더 마음에 들었다. 말 그대로 진하의 눈에만 아주아주 예뻐보이는 주아이기 때문에 더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게다가 서로 눈에 철깍지가 씌었는지, 늪에 빠져들 듯 서로에게 완전 푸~욱 빠져버리는 모습이 알콩달콩 그 자체다. 깨볶는 냄새랄까. 눈만 마주치면 에로로 돌입하는 두 사람. 그런데 서로 생각하는 거라든가 말하는게 너무 재밌다.

  또, 진하의 말투도... 완벽해서 주아에게도 존댓말을 꼬박꼬박 쓰면서 '주아씨, 주아씨' 하다가 혼자 생각할 때는 '우리 귀염둥이'라니.. 게다가 그 팔불출같은 말투는 또 어쩐단 말인가. 겉은 꽉 차 딱딱해 보이는 사람이 속은 말랑말랑 달콤한 솜사탕이다.

 


     
   p. 309 - 저 여자, 너무 섹시하고 귀엽죠? 내 신부라니까요.  
     

 

  주아도 재미있었지만, 그러다 보니 진하 부분이 생각이 많이 난다. 젊잖은 척 하다가 여자주인공이 쫓아가거나, 넘어지거나, 울거나, 말만 해도 얼굴이 빨갛게 익는 남자주인공은 흔치 않다. 게다가 평생 안 울었을 것 같은 진하는 주아와 영화를 보다가 그만 울어버리고, 주아의 편지에 또 눈물을 흘린다. 크응-

  글 끝에 감탄사 같은 게 재미있었다. 앞에 진하가 울면서 내는 소리 '크응'이라거나, '아이고'도 있고, 새침한 듯한 느낌의 대화에 이런 식으로 추임새가 있으니 더 맛깔나고 재미있었다.

 

  음, 정경하님 책은 추억의 평화다방을 읽었던가. .아, 장난처럼도 있고 연두향 나무아래도 있는데... 그러고 보니 이 분 책은 살짝 가벼운 듯하면서 발랄하고 재미난 이야기가 좋다. 집에 미쳐 쓰지 못한 몇 권의 책이 있기는 한데.. 음, 역시 개그가 물씬 풍겨나와 재밌긴 하지만 이야기 속의 그 소재의 무게가 좀 부담스럽달까...

 

  어쨌든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마음이 딱딱했는데 좀 풀린 것 같다. 참, 주아의 동생 주영의 이야기도 번외로 있는데, 정말.. 주영이스러운 만남 역시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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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디, 마이 러브
정선영 지음 / 두레미디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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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게 된 이유가, ①하우디가 사람 이름인 줄 알아서, ②글쓴님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글이라고 해서 봤다. 글쓴이 본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는 말에 왠지 책이 더 재미있게 느껴졌다. 게다가 ③ 국제결혼에 대해 왠지 자세할 것 같은 그런 느낌. 국제결혼 절차가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그와 결혼을 결심하게 되는 건지.. 이런 부분이 정말 좋았다. 왠지 아는 언니가 편안하게 이야기 해주는 것 같았다. 다만 글이 너무 편해진 나머지 과하게 "~년"이라는 말이 많이 나와서 좀 싫었다.

  그러고보니 책이 전반적으로 ④ 부산지명이 자주 나왔다. 왠지 아주아주 반가웠다. 서울 지명이라고는 뉴스에 나오는 아파트 관련 장소밖에 모르니깐 말이다. 여튼, 해운대며 남포동이며 하면서 이야기를 하는 게 아는 곳이다 보니깐 더 생각할 수 있었다. 조엘은 해운대의 호텔(?)에서 지내고 있고 그들의 주 데이트 장소는 당연히 해운대(달맞이고개)이다.

 

  시영은 첫사랑의 아픈 상처를 간직한 채, 남자는 ENJOY처럼 그냥 즐기기만 하는 여자다. 남자라면 그 첫사랑이 생각나서 사랑을 믿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다 친구의 반갑지 않는 소개팅에 가게 되고... 음, 조엘을 만나게 된다. 외국사람과??!!

  내가 읽은 책 중에서 한국에서 외국사람을 만나는 이야기는 없었는지, 아주 신선하고 새로웠다.

 

  털털한 시영은 자신을 잘 꾸밀 줄 알고, 또 자신의 주관도 뚜렷해서 어떤 상황, 어떤 사람에게든 잘 휘둘리지 않고 이겨내는 모습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시영에게 운명을 느낀다던 그 사나운 남자도, 조엘(뿐만 아니라 외국인 누구라도)에게 끈적끈적 추파를 날려대던 여자에게도 당당하게 제 할 말 하던 그 부분이 왠지 그러지 못하는 내 마음도 시원하게 했다.

  또 보수적인 한국인들의 시선을 당당하게 이겨내는 모습도 마음에 들었다. 사실.. 이 부분은 좋아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인간극장'에서도 꽤 자주 언급되는 주지이기도 하니깐. 외국인 며느리, 외국인 남편. 그런데 책 속에서 시영과 조엘의 모습을 보고 남자들은 못할 소리를 해댄다. 그들의 눈에는 색만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내가 화가나던, 화가나는 정도가 아니라 뭐랄까... 혐오스러웠다. 그렇다면 당시의, 혹은 지금 국제연애를 하는 사람들도 이런 말을 한 번쯤은 들어봤다는 것 아닐까. ...문득 한국을 떠나면 세상에 반은 남자며, 한국 남자와 꼭 결혼을 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던 분이 생각났다.

 

  시영과 조엘, 둘은 조엘이 출국하는 그 날까지 부담없이 만나자는 데 동의를 한다. 하지만 시영은 선뜻 그러마 하는 조엘의 반응에 섭섭했다. 사랑을 하지 않겠다던 시영의 단단한 마음이 조엘이라는 갈색의 긴 머리칼을 가지고 있는 이국인에게 흔들리는 것이다.

  또, 조엘 역시 충격적인 첫사랑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이 사랑으로 자신의 사랑도 믿지 못하게 되었다. 하루 밤의 여자는 좋지만, 사랑한다거나 결혼한다거나 까지는 생각하지도 않을 만큼. 그런 조엘도 상콤달콤한 시영에게 점점 빠져든다. 그도 시영의 부담없이 만나자라는 말에 섭섭함을 느낀 것이다.

  그래, 제 3자 없이 이 둘이서 서로 알아가며 고민하고 대화하는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시영을 위해 자신이 직접 집을 짓는 남자, 조엘. (게다가 이 이벤트가 실제라니...괜스래 눈만 높아진다.)

  미국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애틋한 전화와 편지를 보내는 남자.

  이렇게 변함없이 딸을 위하는 마음에 결국 마음을 접는 시영의 부모님.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살금살금 둘의 사랑이야기에 빠져들게한다. 나도 모르게 말이다. 두근두근- 적극적인 시영의 오락가락 가정에 휘둘리다보면 나도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절로 하게 된다.

  그리고 누가 또 이런 고민에 밤을 지세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내가 읽기에는 현실적이었고 주인공들이 고민하는 그 부분이 주제가 뚜렷해서 좋았다.

  정말로 삽질하는 주인공(삽질하는 고민)은 싫지만.

 

 

  음... 하지만 나는 이 책을 보면서, 물론 둘의 로맨스도 아주 달콤상콤했지만, 영어를 잘하는 시영이 너무 부러워서 죽는 줄 알았다. 한국말을 하는 조엘은 전혀 부럽지 않았다. 이런 영어 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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