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을 처음 쓰는 날 사회탐구 그림책 8
이브티하즈 무하마드.S. K. 알리 지음, 하템 알리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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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리우 올림픽 펜싱 경기에서 미국 대표 선수로 출전한 이브티하즈 무하마드는 히잡을 쓰고 경기에 나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그 때 인터뷰에서 "매우 아름다운 경험이었다."라고 말한 것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녀는 흑인이고 여성이고, 무슬림이라는 점에서 제한이 많다는 것을 거론하면서 편견을 깨고 싶었다는 말을 남겼다. 그녀는 타임지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스스로 편견을 깨주고자 한 그녀의 용기는 많은 이들의 고정된 사고를 흔들어 주기에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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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잡을 처음 쓰는 날』 은, 언니가 히잡을 처음 쓰게 된 날을 떠올리며 무하마드와 언니의 이야기를 담은 이야기 담고 있다. 언니를 향한 낯선 시선과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꿋꿋하게 자신을 지켜나가는 언니의 당당한 모습을 그려낸, 동생 무하마드의 눈으로 만난 세상을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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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람의 여성들이 사춘기 무렵이 되면 쓰게 되는 히잡, 언니는 이제 히잡을 쓰고 학교에 간다. 언니의 파란 히잡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할 요건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언니는 당당하게 등교했고, 히잡을 "테이블보"라고 비아냥거리는 소리는 끊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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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다르면 틀렸다고 생각하는 그들, 나와 다르면 맘껏 질타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그들, 언니는 그들 앞에서조차 당당했다. 이런 일을 미리 예상했듯 "혹시 다른 사람들이 마음 아픈 말을 하더라도 개의치 말아라. 우리 마음에 담아둘 말이 아니야."라고 엄마는 말씀하신다.

엄마는, 자매가 앞으로 살아갈 날이 평탄하지만은 않을 거라는 걸 안다. 이미 엄마가 겪어봤고, 겪어왔으며, 앞으도 또 겪어가야 하는 일임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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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의 히잡은 바다가 하늘을 향해 물결치는 것과 같아요.

다정하고 강하게 내내 거기 있을 뿐이에요.

어떤 사람들은 히잡을 잘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엄마가 말했어요.

우리가 누구인지 스스로 알고 있으면

언젠가는 그들도 알게 될 거래요.

『히잡을 처음 쓰는 날』 중에서

 

우리는 몰랐다는 핑계와 나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다름에 대해 인정하는 것을 꺼려한다. 타인이 나와 다르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도 불구하고, 다름을 틀림으로 인정하고 질타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어둡잖은 편견으로 많은 이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그들의 길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심어두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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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하마드는, 『히잡을 처음 쓰는 날』의 자매를 통해 흑인, 여성, 무슬람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히잡이 갖는 의미를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다. 또한 히잡을 쓴 많은 소녀들에게 당당한 첫 걸음을 내딛을 수 있는 응원의 메시지를 담는다.

나와 다름은 말 그대로 나와 다를 뿐이다. 다름을 다름으로 인정하는 그 순간, 우리 모두는 마음의 평화를 누리게 된다. 또한 서로를 미워하는 것이 아닌 포용하는 마음으로 서로를 향해 더 깊이 알 수 있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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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해 봐! I LOVE 그림책
라울 콜론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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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림책은 0세부터 100세까지 함께 읽고 나눌 수 있는 책 속의 또 다른 세계이다. 작가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지 않아도 그림이 주는 느낌을 제각기 다르게 느껴도 되는, 그 어떤 것도 통하는 책 속의 세계, 바로 그림책이 갖는 매력이고 의미가 아닐까.

글이 없이 그림만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 바로 그림의 힘이고 그림책만이 그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이, 그림책을 좋아하는 나의 마음을 한단계 상승시켜주는 뿌듯함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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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가 만난 그림책은 보물창고에서 출판하고 라울 콜론의 작품 『상상해 봐!』 이다. 책의 전체를 가득 채워넣은, 사실적인 그림과 선과 점으로 그림을 그려낸 기법이 몽환적이면서 기분을 살짝 설레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보드와 헬멧을 든 소년과 다리에 그려진 다양한 동물들의 모습 그리고 그 뒤로 그려진 도시의 모습이 햇살과 어우러져 고요함과 새로운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설렘을 담아낸다. 소년의 뒷모습에서 느껴지는 설렘과 용기를 함께 나누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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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보드를 타고 도시의 거리를 지나 우연하게 만난 건물 앞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미술관 앞에서 잠시 멈춘 그는 물품보관소에 보드와 헬멧을 맡기고 입장을 시도한다. 낯선 건물 안에서 그는 발길이 닿는 곳으로 걸음을 옮긴다. 그의 눈을 빛나게 만든 그 곳엔 무엇이 있을까.

자유로움을 만끽한 시간을 가진 소년은, 미술관이라는 새로운 장소에 마음이 뻬앗긴다. 시간을 스스로 만들어갈 줄 아는 소년의 여유로움과 처음을 시작할 줄 아는 용기가 부럽다. 부모와 함께가 아닌 스스로 입구를 향해 첫발을 내딛는 소년의 도전이, 마치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교육을 꾸짖는 것처럼 느껴진다. 스스로가 선택해서 그 곳을 향해 걸어가는 당당함이 아닌 부모가 먼저 장소를 물색해서 '보여줄게', '너희들 이제부터 보면 돼'라는 식의 이끔 교육에 치우친 것은 아니었는지 돌아보게 하다. 소년의 선택에 의한 첫발이 나에게 의미있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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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처음 만나는 그림들과 마주한다. 그림 속 인물들이 소년을 만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소년은 그림을 통해 가슴 속에 웅크려 있던 감정들이 쏟아져 나온다. 자유로움, 흥겨움, 함께하는 즐거움이 그의 가슴을 가득 채운다. 그림을 통해 흘러나온 자신의 감정들에 솔직하게 반응하는 소년의 모습에서 자유와 아름다움이 절로 느껴진다. 예술작품이 또다른 예술작품을 만들어내는 창조의 시간에 함께 있는 듯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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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춤으로, 음악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가면서 소년의 가슴에 울림을 전한다. 작품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이야기는 소년의 눈과 귀, 입을 즐겁게 하며 그의 시간을 충만하게 만든다.

『상상해 봐!』 는 글이 없는 그림책으로, 미술관의 작품을 만난 소년의 감정을 표정과 몸짓, 그를 둘러싼 그림 속 인물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즐겁게 표현한다. 마치 처음부터 그러했듯 그들 속으로 녹아내린 소년의 모습에서 충만함의 의미를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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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작품을 보면서,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고, 표현하고자 한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하며 작품 설명에 집중했던 나에게 소년은, 내 마음에 자유를 불어넣어준다. 나의 솔직한 즐김이 작품을 향한 예의이고, 작품을 향한 나의 열린 마음이 비로소 작품의 가치를 높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술 작품을 감상하고, 작품과 함께 연주를 하고, 춤을 출 수 있는 것,

그것은 바로 그림이 주는 힘이다.

소년의 상상은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고,

소년의 상상은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우리 가슴 속에 숨겨져 있을,

상상에 날개를 더할 수 있는 용기, 이제는 열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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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이 부른다 I LOVE 그림책
밥티스트 폴 지음, 재클린 알칸타라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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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린 시절을 깡시골이라는 말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앞집 아기가 왜 우는지, 옆집 할머니가 오늘은 왜 집에 안 계신지 그냥 다 알게 되는, 좁지만 나에겐 온세상 같았던 곳에서 지냈다.

우리 집 마당 한 켠에는 돌공기와 비석치기 납작돌이, 대문 옆 고리에는 검정 고무줄, 잠자리채와 채집통, 배드민턴와 자전거, 축구공이 "누구야~ 놀자!" 소리만을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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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창고에서 새로 나온 그림책 『운동장이 부른다』 의 책표지에서 힘차게 뛰어가는 소년과 높이 뜬 채 날아오는 축구공이 마치 브라질의 마을 풍경을 보는 듯 하다.

브라질 축구를 연상하며 그림책을 열었다가 나도 모르게 빠져들어 고개를 끄덕이고, 나의 놀이를 항상 받아준 어린시절 동네 앞마당이 그리워진다. 하루도 쉬지 않고 모여드는 아이들로 가득했던 동네 앞마당, 서로 다른 놀이를 하면서도 그 누구도 불편하다 하지 않았던 그 때 그 시절이 너무나 그리워지게 하는 그림책, 『운동장이 부른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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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자연물은, 무궁무진한 놀이감이 될 수 있고, 상상을 현실로 바꿔주는 매우 중요한 소재가 된다.

운동장의 부름을 듣고 모인 아이들, 아이들은 대나무로 골대를 세우고, 운동장을 마구 뛰어다니며 최선을 다해 축구를 한다. 일부러 편을 짜지 않아도 된다. 모두 몇명이 뛸 지 인원수를 정하지 않아도 된다. 축구하지 않는 동물이 있어도 된다. 먼저 뛰고 있으면 불편한 동물이 한 쪽으로 이동할 것이고, 뛰고 있음 어디선가 한명씩 한명씩 채워져 팀이 되고, 우리편이 된다. 최선을 다해 축구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활기참이 느껴지고, 그들의 최선에서 자연이 주는 배움도 친구와의 추억도 덤으로 얻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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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다. 비가 와도 즐겁고, 우리 편이 점수를 내지 못해도 즐겁다. 함께 할 수 있는 친구가 있어서 즐겁고, 흘린 땀 위로 쏟아져내리는 비가 있어서 즐겁다. 그리고 넘어진 나를 위해 손을 내밀어준 친구가 있어서 즐겁다.

우리편을 위해 열심히 달린 나에게 내민 친구의 손은, 훈장같고, 내일을 위한 응원가가 된다. 거칠게 표현된 그림 사이로, 악수하는 두 소년의 표정이 사실적으로 그려져 짧은 글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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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을 누비며 온 세상을 만끽하는 아이들을 '멈춤'의 신호를 알리는 소리, 바로 "누구야, 밥 먹자!"하며 외치는 우리 엄마 목소리.

앞마당을 가득 메운 아이들 사이로 "누구야, 밥 먹자!" 소리가 들려오면, 놀이는 서서히 끝을 바라본다. 하나둘 집으로 향하고, 앞마당은 조용해진다. 하루의 놀이가 끝남을 알려주는 엄마의 목소리가 오늘 따라 유난히 더 그립다.

집집마다 풍겨오는 음식 냄새에 저녁 반찬을 알 수 있었던 그 때 그 시절, 앞마당을 누비며 뛰어놀던 그 친구들도 오늘 밤은 그 때 그 시간을 떠올렸으면 하고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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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이 부른다』의 작가 밥티스트 폴의 말을 읽으면서 유년 시절의 기억은 나의 경험과 더불어 성장해 더욱 의미있는 현실로 자리하게 된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또한 그 기억이 자리하고 있기에 우리의 성장은 더욱 의미있음을 깨닫는다.

『운동장이 부른다』은 크레올어와 함께 담긴 그림책으로, 우리에게 생소한 언어와 그 언어에 대한 짤막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처음으로 알게 된 언어를 따라해 보는 색다른 경험을 덤으로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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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전사 소은하 창비아동문고 312
전수경 지음, 센개 그림 / 창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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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별을 보고 산다는 것이 큰 축복인지 알지 못했다. 시골 마을에서 살았던 나에게 별은 항상 반짝이고 항상 많아서 반가울 것도 그리 대단할 것도 없는, 항상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일상 속 하나의 장면일 뿐이었다. 그런 내가 도시에서 생활을 시작하면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만난 별 하나에도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꽤나 감수성이 깊은 사람이 되어 있다. 별자리의 이름도 계절이 바뀌면서 변화되는 별도 하나 모르면서 까만 밤하늘을 콕 박혀 빛을 내는 별이 나는 참 좋다. 그 별이 어떻게 태어나 어디에서 왔는지조차 모르지만, 하늘에서 나를 내려다보며 빛을 내주는 그 순간을 내가 바라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별이란 존재는 나에게 그렇다.

나에게 별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평온함을 주는 존재이다. 바라만볼 수 있는 존재였던 별이 '이티'라는 영화를 보면서 누군가는 살고 있구나, 살고 있을 수도 있구나, 막연하게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나와는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누군가가 살고 있다고 상상하면, 평온함을 주는 별빛은 지구에 있는 우리에게 의미있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추측을 하게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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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나에게 '이티'가 있었다면, 우리 아이들에게는 '별빛 전사 소은하'가 있어 지구가 아닌 또 다른 별의 존재를 상상하며 나래를 펼치지 않을까?

친구들 사이에서 '외계인'으로 불리는 은하는, 눈치도 없고 친구도 소령 밖에는 없는, 별똥별에게 우주 평화를 소원으로 비는 조금은 엉뚱하면서도 자신만의 가치관을 밀고 나가는 뚝심을 가진 소녀이다.

새로운 행성에 도시를 건설하는 '유니콘피아'라는 게임 속 세계에서는 누구나 부러워하는 레벨을 갖춘 별빛 전사로 활동하고 있다. 마사지샵을 하는 엄마와 피씨방을 운영하는 아빠를 둔 은하는, 손님들에게 사랑받는 엄마의 기술과 말솜씨, 당장의 이익보다는 언젠가는 단골들이 찾아와 줄 거라 믿는 아빠의 긍정 마인드를 보며, 혼자만의 세계에서 자신을 지키는 힘을 키워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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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의 손목에 별 무늬 표식이 나타나고, 엄마는 은하에게 일어난 변화에 숨겨진 진실을 말해준다. 혼자이기에, 아이들과 좀 다르다는 이유로 불리기 시작한 외계인이라는 별명이 원인은 다르지만, 절대 틀리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은하는 믿을 수 없는 현실과 마주서게 된다.

지구를 지키기 위해 지구라는 별에 오게 된 엄마는 헥시나 행성의 행동대장이다. 자기장을 이용해 힘을 발휘하는 엄마는, 은하에게 헥시나 행성에서 지구로 오게 된 사건의 전말을 이야기하고, 은하에게 자기장을 이용한 힘을 발휘하는 방법들을 전수하기에 이른다.

은하는 엄마가 찾고자 하는 마지막 행성 개조 칩이 멈춘 지역에서 식중독이 번지고, 섬세한 전파를 내뿜는 나비, 낮에 떨어지던 별똥별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정확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엄마를 비롯한 많은 헥시나 행성인들이 우려하는 일들이 일어날 것임을 감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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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전사 소은하』 는 단순하게 지구와 헥시나 행성을 연결하는 엄마 그리고 딸 은하의 관계에 그치지 않는다. 헥시나 행성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인해 지구의 종말을 막기 위해 지구로 내려온 헥시나 행성의 행동대원들과 그들을 막기 위한 우월주의자간의 힘겨루기와 우월주의자가 자신들의 존재를 감추면서 자신들의 힘을 키워내기 위한 게임을 이용했다는 것 그리고 자신들의 힘과 영역을 넓히기 위해 지구의 많은 어린이들의 동심을 이용했다는 것이 무척이나 정교하고 탄탄한 스토리로 구성되어 독자들의 상상에 더 큰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게임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가 연결되어, 에너지의 흐름에 의해 새로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게임의 재미를 느껴본 우리의 아이들에게는 더욱 깊이 빠져들게 하는 스토리 전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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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와 또 다른 행성, 지구를 지키기 위해 찾아온 또 다른 행성인들이 펼치는 상상 그 이상의 싸움 속에서 가족과 친구의 관계를 담아 따듯하면서도 우리가 속해있는 관계를 되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기도 한다.

책장을 열면서 한 자리에서 읽어내는 흡입력있는 이야기가 게임이라는 소재로 아이들을 충분히 유혹하겠구나 생각하면 오산이다. 아이뿐 아니라 아이들 곁에서 부모도 함께 빠져들 수 있을 만큼 매우 튼튼하게 지어진 이야기임에 틀림없다. 헥시나 행성에 대한 무궁무진한 호기심을 발휘하며, 은하와 아빠에게 사랑을 전하며 눈을 감은 헥시나 행성의 행동대장이자 은하의 엄마에게 지구를 지켜준 수많은 시간에 대해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지구를 지키기 위해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든 우주인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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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외활동
이시우 지음 / 황금가지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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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죽인 거야?"

 

마음의 준비도 하지 않은 나에게 다가온 첫 문장. 액션 스릴러 소설임을 알고 읽고자 마음먹었지만, 책장을 열자마자 시작된 문장이 나의 숨을 멎게 만든다. 마치 독자에게 질문하듯 던지는 말에는 무게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 별일 아닌 듯 물어오는 김세연의 물음에서 사건은 이미 일어났음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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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시와 똑같은 등교길, 골목길에 버려진 여학생의 시체를 본 이영과 김세연, 이영은 최초 목격자로 얽히고 싶지 않다. 이름 대신 불리는 '부모를 죽인 패륜아' 란 꼬리표만으로도 충분하다. 더이상은 경찰과 그 어떤 일로도 부딪히고 싶지 않다. 공부 잘하고 예쁜, 누구도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김세연이 모든 걸 책임져 주길 바라는 것이 이영의 진심이다.

여학생의 시체를 목격한 지 네 시간이 지나 이영에게는 여학생을 죽인 살인자라는 또 하나의 꼬리표가 붙고, 그의 신상은 SNS에 낱낱이 공개되고 만다. 도망갈 곳도 더이상 피할 곳도 없다. 다만 그 자리에 함께 있던 김세연만이 유일한 언덕이 된다. 과연 김세연은 이영의 언덕이 되어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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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혼자가 된 김세연과 타인에 의해 혼자가 된 이영, 앞에서 1등과 뒤에서 1등인 두 사람이 우연한 시간에 같은 공간에 있게 됨으로 시작된 사건 그리고 동지가 된 이야기가 펼쳐지는 『과외활동』.

여학생의 시체는 사고로 일어난 살인 사건이 아닌, 누군가가 계획했고, 자신들의 능력과 재미를 위해 저질러진 행위이다. 이영의 과거부터 현재의 행동까지 파악한 그들은 그의 약점을 잡아 그들이 몸담고 있는 동호회의 회원으로 영입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단순히 CCTV로 살인 현장의 목격자를 신고하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던 이영에게 그들의 치밀함은, 이영을 점점 가두고 어떠한 선택도 무의미함을 깨닫게 한다.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머릿속 의문이 좀처럼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당장 이 미친 놈들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나와 달리 김세연은 더 파고들어 볼 생각인 것 같다. 무엇 때문에? 나를 도와주려고? 이건 명백하게 나를 도와주는 것 맞지? 그렇다면 김세연은 왜 나를 도와주는 걸까? 할 수 있으니까? 재미로?

『과외활동』 80쪽.

 

세연은 중학교 때 세계 해커 대회에서 우승한 전적과 보안 전문 업체에서 스카우트하려고 했던, 나름 유명하고 능력있는 영재이다. 세연은 살인 현장의 목격자인 이영에게 CCTV 화면 캡쳐로 살인자 누명을 씌우며 접근해 오는 그들의 경로를 쫓아가며 이영에게 드리워진 그늘이 무엇인지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들이 설치한 CCTV를 제어하고, 그들의 그와 같은 행위를 하는 루트를 찾아내는데 성공한다. 세연이 깊게 침투하고, 이영이 세연의 명령을 받아 상황을 모면할수록 동호회 회원들 역시 그들을 잡기 위해 함정을 파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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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는 동호회, 그들은 약점을 가진 미약한 이들을 찾아내 약점을 미끼로 자신들의 하수인 역할을 맡긴다. 그들에게 길들여지면 불법적인 행위까지 서슴치 않고 저지르는 불법동호회의 정식 회원이 되고, 명령만으로 이루어지는 계획적이고 밝혀지지 않는 살인을 저지르는 비도덕적인 인간으로 키워지게 된다. 그것이 그들의 최종목표일까.

고등학생 이영을 상대로 하는 불법동호회. 그들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다양한 직업군들이 모여 자신들기 가진 약점에서 벗어나고자 또 다른 유형의 범죄를 저지르고, 또 다른 이들의 약점을 이용해 자신들이 불법 행위에 미끼로 사용해가는 약행을 저지른다. 그러나 그들이 사회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실 속에 감추고자 하는 약점은 대체 무엇이기에 잃을 것을 손에 쥐고도 불법 동호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동호회라는 모임에 감춰진 비밀까지는 밝혀지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나와 김세연 군은 양 떼들의 세상에 홀로 버려진 늑대들이니깐! 어쩌면 이 세상에 오직 둘밖에 없는! 그 누구도 우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우리 역시 타인들을 이해하기 힘들지. 왜냐하면 저들의 본성은 ……."

선생의 석궁으로 나를 찌르기라도 할 듯 팔을 뻗어 나를 가리킨다.

"풀을 뜯어 먹으며 서로서로 어울려 사는 데에 있지. 하지만 우리의 본질은 …… 양 떼를 두려움에 떨게 만들고 그 공포를 즐기며 그들의 고기를 뜯어 먹는데 있어. 김세연 군의 부모도 어느 순간부터 김세연 군을 이해하지 못하고 정체 모를 괴물을 보듯 대했지?"

학교 아이들 모두가 김세연을 두려워한다. 저 남자의 말대로 모두가 다 본능적으로 김세연의 정체를 안 걸까?

『과외활동』 237쪽.

 

너무나 뛰어난 김세연, 누구도 다가서기 쉬운 상대가 아닌 사람이 된 김세연, 외롭지만 외롭다고 말할 기회조차 없었던 김세연 그리고 화재 현장에서 아빠의 도움으로 생명을 구한 이영, 혼자 살아남게 되어 부모를 죽인 자가 된 이영, 그립지만 외롭지만 혼자 꾹꾹 누르며 살아가야 했던 이영. 둘은 너무나 다른 환경 속에서 살아가지만 혼자 라는 것과 누구도 곁에 다가오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닌 세상 그러나 보이는 것이 전부인 것처럼 믿게 만드는, 현실과는 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있는 SNS 세상의 단면을 보여주는 듯한 이야기 『과외활동』 은 책장을 여는 순간부터 빠져들어 단숨에 읽히는 청소년 액션 스릴러 소설이다. 마치 내가 그들과 함께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사실적으로 표현된 묘사가 우리 몸의 여러 감각들을 동시에 깨우고, 이영의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져오는 것만 같아 몸이 경직되어 옴을 느끼게 한다. 어둠 속에서 빛을 찾아 나오기까지의 이영의 숨가쁜 추격과 마지막 발악까지, 초조함과 불안함으로 함께 하였다.

 

"난 그 때…… 집에 불이 난 날 이후로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어. 살아서 먹고, 숨 쉬고, 잠을 잤지만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졌던 날이 하루도 없었어. 매일매일이 죽는 날이 오기 전까지 참고 견뎌내야만 하는 순간처럼만 느껴졌어. 그런데 그때 골목에서 너를 만나고 …… 다시는 되돌리기 싫은 기억이지만 너랑 같이……

우리가 …… 우리가 같이 겪고 헤쳐나갔던 모든 순간에……

처음으로 느꼈어. 나는 살아 있구나. 이게 사는 거구나……

라는 걸."

『과외활동』 284~285쪽.

 

호기심으로 읽기 시작한 『과외활동』 은 상상이상이다. 살인 현장의 첫 목격자라는 사건의 시작부터 누군가의 협박 그리고 천재 소녀의 전문 해킹과 불법 단체들의 실체까지, 그 동안 읽어왔던 책들과는 소재도 풀어나가는 과정도 사뭇 달라 긴장의 끈을 놓치지 못한 채 단숨에 읽어낸 소설이다. 무서우면서도 화가 나고, 화가 나면서도 안심이 되는, 그러면서도 주변을 살펴보게 되는 참 묘한 매력을 가진 소설이다. 정말 오랜만에 책을 통해 색다른 흥분을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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