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6월3주) <기간종료>

남에게 영화를 추천하는 건 참 어렵다. 
취향에 따라 좋고 나쁨이 너무 차이가 나기 때문에. 

나와 취향이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내가 좋았던 영화를 추천했더니, 나중에 무슨 그런 영화가 다 있냐는 악평을 들을 때도 있고
내가 남에게서 추천을 받고 본 영화에 실망을 할 때도 있으니...  정말 어렵다. 

매주 6-7편의 개봉영화 중에 잘해야 한 두개만 골라서 봐야하는데,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을 생각하면 대충 아무거나 볼 수는 없는 일이다. 
영화 정보를 열심히 들여다 보고 먼저 봤다는 사람의 말도 참고하고 해서 고르는 수 밖에.. 

하여튼 <박쥐>를 보고나서 며칠 동안 피 삼키는 소리 환청이 들려 괴로워 하고 
온 국민이 다 가서 본 <마더>는 자식을 위해서라면 물도 불도 안가리는 무서운 대한민국 엄마인 내 모습을 영화 속에서 직면하기가 두려워 차마 못 보는 사람인 내가 이번 주말을 위해 추천하는 영화는 두 편이다. 

 로맨틱 코미디로 분류할 수 있는 프랑스 영화 <쉘 위 키스> 

 프랑스 영화의 장기인 사랑과 키스를 둘러 싼 사람들의 감정을 잘 묘사했다. 

상류층도 아니고 대단한 미남 미녀도 아니고 명품을 걸친 사람들도 아닌 일상적으로 일하고 만나며 살아가던 보통 남녀 여섯명이 키스에 얽힌 로맨스를 만들어 간다. 

친구거나 부부거나 애인이거나 처음 만나는 사이거나 간에
서로 편안하게 웃으며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그들을 보노라면
영화에 파리의 아름다운 거리 풍경이 전혀 등장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나도 프랑스로 떠나서 저런 사람들과 함께 저렇게 대화 나누며 키스도 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언어만 된다면.. ^^) 

 

 <걸어도 걸어도>는 <아무도 모른다>를 만들었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만든 일본영화다. 

일찍 죽은 큰 아들의 제사 날 아버지와 어머니 둘이서만 사는 집에 작은 아들과 딸의 가족들이 모인다. 

영화는 그 하루 낮과 하루 밤 동안 가족 안의 서먹함, 갈등, 정을 그들사이에 오가는 대화로 풀어 보여준다. 

바닷가와 무덤 장면이 나오는 걸 제외하면 거의 집 안에서 9명의 등장인물에 의해 모든 얘기가 진행되는데, 촌철살인이라는 말이 딱 맞는 대사들로 웃음을 참을 수 없다. 물론 웃으면서도 가슴 한쪽이 푹 찔리는 그런 웃음이다. 

요사이 지진희가 주연을 맡아 막 시작한 드라마의 원작 <결혼 못하는 남자>의 주연이었던 아베 히로시가 작은 아들로 나오지만, 가장 빛나는 등장인물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어머니로 연기하는 키키 키린이다.

<아무도 모른다>를 보고 감동을 (어쩌면 막막한 슬픔을) 느끼며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이 <걸어도 걸어도>도 꼭 보아야 할 영화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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쉘 위 키스 - Kiss Ple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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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애피타이저가 아닌 메인디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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쉘 위 키스 - Kiss Ple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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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에밀리는 낭트에서 길을 잃고 헤메다가 친절하게 대해주는 가브리엘을 만난다.
둘은 하루를 함께 즐겁게 보내고, 헤어지며 가벼운 작별 키스를 청하는 가브리엘에게 에밀리는 하고 싶지만 하지 않는 게 좋겠다며 거절을 한다.
그 이유를 알려달라는 가브리엘에게 에밀리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파리에 사는 에밀리의 지인인 주디트와 니콜라의 이야기....
 
오랜 친구사이에서 단 한 번의 키스와 섹스로 인해 서로 이성으로 끌리게 된 주디트와 니콜라
둘은 키스로 인해 생겨난 자신들의 감정을 부인하며 이성으로 극복하기 위해 아닌 척 별 핑계를 다 대며 내숭을 떨지만
결국은 그 감정을 인정하고 사랑임을 확인 하게 된다.
 
이제 둘은, 사랑을 위해 걸리적거리게(?) 된 존재인 불쌍한 주디트의 남편에게 애인을 만들어 주려는 음모를 꾸미고
두 사람의 음모에 착하디 착한 니콜라의 (전)애인은 기꺼이 동참하게 된다.....
 
 
지금 에밀리가 가브리엘과의 키스를 망설이는 이유는 주디트처럼 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에밀리가 아무리 이성적으로 키스를 거절하며 감정을 숨기려 해도
주디트와 니콜라의 이야기를 한다는 건 에밀리가 가브리엘과 키스하고 싶고, 가브리엘을 좋아하게 되었다는 걸 알려 줄 뿐이다.
 
에밀리도 알고 있고 가브리엘도 알고 있다. 둘의 키스는 분명히 좋을 것이라는 걸.
키스를 하고나면 주디트와 니콜라가 걸어간 길을 따라 갈 거라는 걸.
그런데, 에밀리가 가브리엘과의 만남으로 현재 애인과의 사이가 벌어질까 두려워 키스를 거절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으니.... (아, 이런....맙소사)
 
에밀리는 모든 이야기를 들려주고나서, 가브리엘에게 키스를 하자고 한다.
조건은 작별인사를 먼저 하고나서 키스를 하고, 키스가 끝나면 느낌도 얘기하지 말고 아무 말 없이 헤어지자고.
그리고 둘은 키스를 하는데...
그 키스 장면, 너무 아름답고 로맨틱하다.
서로를 탐닉하는 열정적인 키스, 그리고 약속대로 아무 말 없이 나가는 가브리엘!
 
 
영화는 여기까지다.
그러나 둘은 절대로 이 키스를 잊지 못할 거다.
그리고 몇 주 후 혹은 몇 달 후 낭트에서 우연히도 다시 만나 사랑에 빠질 지도 모르겠다.
내가 에밀리라면 낭트에 꼭 다시 가고야 만다. ㅎㅎ
 
원래가 프랑스 사람들과는 달리 키스를 무겁디 무거운 관계에서나 하는 걸로 알고 있었다만서도
이 영화까지 보았으니 이제는 키스가 불러 일으키는 깊은 감정의 폭풍이 무서워서 어디 평생 키스나 한번 제대로 하겠나 싶다.
 
니콜라역의 엠마뉴엘 모우렛은 감독이기도 하고 섬세한 대사가 빛나는 각본까지 썼는데, 연기까지 잘해서 어리버리한 수학선생역을 잘도 한다.
그리고 에밀리 역을 맡은 줄리 가예트,
수수한 옷차림조차 멋지게 보이게 하는 우아함과 세련됨, 정말 반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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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지도 못하면서 - Like You Know I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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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싱겁고 허탈하고 약간 새로운 홍상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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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핀 - Seraph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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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드렛일을 하며 어렵게 그림을 그리던 천재이며
훌륭한 작품을 알아보는 미술 평론가에게 발굴 되어 후원을 받게 되지만 불행하게 삶을 마감한 화가인 세라핀의 삶을 그린 영화> 라고 소개하면 이 영화를 반의 반도 이야기 하지 못한다. 

<세라핀>을 보며 느낀 감상을 어떻게 써야 할까.... 

참 아름다우며 슬픈 영화다.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할 만 한 세라핀이 그린 독특한 그림들이 아름답고 
그녀가 사는 프랑스 시골 풍경이 아름답고
무엇보다도 순수한 세라핀의 모습이 아름답고 슬픈 영화다. 

세라핀은 고된 노동으로 투박한 손과 결코 예쁘다고는 할 수 없는 얼굴과 몸을 가지고 있다.
아름답기는 커녕 그녀의 궁핍한 모습은 가엾기만 하다.
 
그런데 그 무뚝뚝해 보이기만 하는 그녀의 얼굴 아래에 누구도 가지지 못한 천진함이 있다.
그녀의 얼굴에 잠깐씩 스치는 해맑은 표정과 웃음에 나도 모르게 같이 웃음짓고 있었다.
그녀가 교회의 촛농을 슬쩍하면서 성모마리아를 쳐다보는 눈빛... 저 그림그리는 거 아시죠? 성모마리아님께서 그리라고 하셨잖아요. 그러니까 요 정도는 용서해 주실 거죠? 하는 듯한 천진한 그 표정.

그리고 평론가 빌헬름과 점차로 가까워 지면서 생겨나는 둘 만의 교감. 
슬플 때는 숲 길을 걸어 보라고, 나무를 안고 말을 해 보라고, 그리고 그에게 차 대신 자신이 만든 와인을 권하는 세라핀
그녀를 의자에 앉히고 '세라핀, 일만 하다가 언제 그림 그릴 거예요?' 라며 안타까워하는 빌헬름

그들은 신분의 격차도 있으며, 애인 사이도 아니고 부부도 아니었지만 둘 사이에 흐르는 따스함은 마치 첫사랑의 풋풋함을 보는 듯 했다.

물론 그 공감의 느낌이 세라핀에게는 어쩌면 아픔이었으리라.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다른 방법으로 사랑을 한답니다. 다른 사람에게서 그 이의 모습을 볼 때도 있어요.' 라고 말하는 세라핀이었으니.

빌헬름이 전쟁으로 마을을 떠난 후 그가 세라핀을 앉혔던 의자가 눈 내린 정원에 동그마니 그림자를 드리우며 남아있을 때,
그리고 세라핀이 의자를 들고 커다란 나무 아래로 언덕을 올라 가는 마지막 장면에서
그 의자는 세라핀을 이해했던 오직 한 사람, 그러나 결코 세라핀과 함께 하지 못했던 빌헬름의 분신인 듯 하여 가슴이 아렸다. 

열정적으로 아름답고, 가슴 시리게 섬뜩한 세라핀의 그림들을 직접 볼 수 있다면 참 행복하겠다.

그리고 영화로 세라핀의 일생을 접하고 세라핀의 그림을 볼 수 있어서 참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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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경 2009-06-10 0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교회의 촛농을 슬쩍하면서 성모마리아를 쳐다보는 눈빛... 저 그림그리는 거 아시죠? 성모마리아님께서 그리라고 하셨잖아요. 그러니까 요 정도는 용서해 주실 거죠? 하는 듯한 천진한 그 표정" 제가 가장 강추하는 장면입니다 ^__^* 어떻게 세라핀의 마음을 읽으셨는지? 저만큼이나 그녀를 아끼시나 봅니다~
좋은 글 읽고 갑니다.

은비 2009-06-10 09:09   좋아요 0 | URL
저도 그 장면 정말 좋아요. ^^
세라핀은 참으로 귀여운 사람이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