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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르와 아스마르 - Azur And Asma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프랑스에는 똘레랑스 정신이 있다는 걸 홍세화님 덕에 알게 되었다. 남이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는 그 정신. 프랑스 사람만 그런 건 아닐테고 또 프랑스사람이 모두 똘레랑스 정신을 가진 건 아닐 것이다. 아스마르의 아버지처럼....
금발과 푸른눈의 아스마르와 검은 눈과 검은 머리의 아주르. 둘은 아기때 부터 함께 자란다. 아주르의 엄마인 제난은 엄마가 없는 아스마르의 유모이기 때문이다. 제난은 아스마르를 아주르와 똑 같이 다정하게 키우며 고향의 요정 '진'에 대한 옛 이야기를 들려 준다. 아스마르가 자라자 아스마르의 아버지는 제난과 아주르를 매정하게 쫓아낸다. 이들이 고향으로 돌아갈 때까지 피부색으로 인한 갖은 차별과 수모를 겪었음은 나중에 아주르의 말에서 짐작할 수 있다.
아스마르는 커서 어릴 때 유모에게서 들은 '진'의 이야기를 생각하고 '진'을 만나기위해 배를 타고 먼 길을 떠난다. (여기서 '진'은 알라딘에서 등장하는 그 유명한 '지니' 와 동일한 이슬람세계의 요정이다.) 폭풍우를 만나 배가 난파하고 낯선 해안에 도착하는 데, 이 곳 사람들은 아스마르의 파란 눈을 불길하다하여 쫓아내려고 돌을 던진다. 아스마르는 자신의 눈을 보이지 않게 하려고 "장님"인 척 하고, 시내로 가서 부자가 되어있는 제난과 아주르를 만난다.
아스마르와 아주르는 제난과 공주의 도움으로 '진'을 찾아 떠나는데, 처음에 둘은 서로 먼저 가려고 경쟁을 벌이다가 결국은 서로의 목숨을 구해주는 동지가 되고, 고난을 극복하고 '진'을 만나게 된다.
둘 사이에 누가 자신을 구해준 사람인지 결정하지 못한 요정 '진'은 사촌인 '엘프'(북유럽의 요정)을 부르고, 이 둘과 아주르와 아스마르는 서로 짝을 맺게 된다. 이 짝의 조합은 아주 상징적인데, 각각 금발-검은머리의 조합이다. 자신에게 없는 상대의 매력을 발견하는 것이다.
감독은 유색인종의 차별과 문화차이 등을 이야기하면서 목에 힘을 주지 않는다. 비현실적인 요정 이야기로 무겁지 않게 이 이야기를 풀어낸다. 우리나라 사람이 이런 주제로 영화를 만든다면 얼마나 딱딱하게 무게 잡고 만들 지는 안봐도 뻔하다.
그 무겁지 않은 환상적 이야기에 생명을 주는 건 아름다운 그림이다. 장면마다 이어지는 섬세하고 화려한 화면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계속 보고싶어서 장면이 전환되는 게 아까울 정도다.
같은 감독이 그림자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프린스 앤 프린세스>에서 섬세함은 그대로 가져오고 여기에 화려한 색상을 더했다. 입체성이 극도로 억제된 찬란한 색의 그림은 이야기를 더욱 더 환상적으로 만들어준다.
제난이 사는 곳의 아름다운 정원과 건물은 스페인의 알함브라 궁전을 모델로 하여 그렸는데, 실제보다 훨씬 아름답다. 또 그 도시의 북적이는 시장과 골목은 모로코의 페즈가 모델인 듯 하다. 스페인과 모로코!! 언젠가는 그곳에 가서 내 눈으로 이 애니메이션의 배경을 꼭 보고야 말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