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노운 우먼 - The Unknown Wo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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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천국>의 두 거장 주세페 토르나토레와 엔니오 모리꼬네가 다시 만났다는 카피만으로 이 영화의 개봉을 기다려왔었다. 아련한 좋았던 시절을 애잔하게 그렸던 <시네마 천국> 과는 많이 다른 영화지만, 좋아서 다시 한번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간단히 말하면 모성애에 대한 영화다. 그래서 이 영화를 <마더>나 <체인질링>과 비교하기도 한다. 이 세 모성애를 다룬 영화들은 한결같이 아름다운 영화가 아니고 극한 상황에 몰린 엄마를 그렸다는 게 공통점이기도 한다. 

정말 이 영화에는 끔찍하고 충격적인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특히 원형계단 장면은 저렇게 까지 해야할까 싶기도 했고 쓰레기장 장면은 짤막하게 잘린 플래쉬 백인데도 정말로 충격적인 영상이다. 

젊은 시절 강제로 성매매를 하다가 도망친 이레나는 이제 다시는 엄마가 되지 못하기에 더 아이를 키우고 싶어한다.
사랑했던 사람이 남기고 간 흔적이기에 잊을 수 없는 마지막 아이를 되찾으려 하지만, 그 노력은 너무 고통스럽고 위험하다.
아이의 현재 부모도, 이레나에게 일자리를 소개시켜주는 사람도, 이레나의 뒤를 쫓는 포주도, 극적으로 살아남은 전 가정부도 이레나에게는 너무나 위협적인 적일 뿐이다. 

그러한 이레나는 모든 사랑을 떼아에게 쏟아 붓고 모든 희생을 감내하지만 그 사랑은 떼아에게도 너무 가혹하다. 왜냐하면 이레나의 떼아에 대한 사랑은 자신의 과거에 집착하는 무서운 사랑이기 때문에. 

그러다가 결국, 이레나가 직면하기는 아프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하는 진실이 밝혀지게되고
그 때 비로소 이레나의 사랑은 바뀌게 된다. 집착하는 (낳은) 모성애에서 놓아주는 (키운) 모성애로... 

그리고 영화는 몇년의 시간이 흐른 후인 마지막 장면에서, 이레나는 이제 평범한 여자로서 살 수 있겠구나, 떼아와 함께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희망적인 바램을 가질 수 있는 장면으로 끝나게 된다. 
<마더>나 <체인질링>과 대비되는 점이 바로 이 결말이다.
두 영화에는 없는 후련하고 산뜻하고 감동적인 결말.
나는 이런 영화가 좋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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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 - Himalaya, where the wind dwel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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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은 대사가 거의 없고 그저 바람소리만 가득한 영화이다.
어찌보면 이 영화는 아주 불친절한 다큐멘터리처럼 보인다.

그래도 영화를 이끌어 가는 줄거리는 있는데...
첫 장면에서 기러기 아빠인 '최'는 대기발령을 받고 회사에서 짐을 꾸려 나온다.
물론 이 영화는 (불친절하므로) '최'가 기러기 아빠라는 것도, 대기발령을 받았다는 것도 한참 나중에야 '최'가 가족에게 전화를 거는 장면으로 알려준다.

'최'는 동생이 운영하는 공장에 들렀다가 거기서 일했던 네팔 노동자 도르지가 단속을 피하려다 교통사고를 당해 죽었다는 걸 알게 되고
그의 유골을 유가족에게 전달하는 임무를 띠고 네팔로 간다.(고 해석된다. 역시 아무 말 없이 호텔에 도착해 트렁크를 열어보니 유골함이 있는 장면만 보여준다.)

'최'는 고산병으로 심하게 고생을 하고, 도르지의 가족에게는 차마 도르지가 죽었다는 걸 말 못하고 잘 지낸다고 거짓말을 하며, 도르지의 집에서 며칠을 보낸다.

그와 도르지의 아들이 함께 보내는 시간과 교감, 술에 취해 돌아오는 길, 호숫가에 앉아 있을 때 지나가는 사람이 부르는 노래, 그가 홀린 듯 쫓아 가는 흰 말, 양을 산 채로 잡는 마을 사람들.....
이러한 영화가 보여주는 것들은 마치 꿈인 듯 아름답기도 하고 히말라야에 부는 바람처럼 아스라하기도 하다.

이 영화를 본 어떤 사람들은 재미없고 심심한 영화라 평하기도 한다.

그러나 멀리 솟은 산 위 만년설의 서늘함, 그 곳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내 가슴까지 불어 오는 느낌, 그 바람에 터서 갈라지는 입술처럼 척박하지만 생생한 마을 사람들의 삶이 이렇듯 가까이 느껴지고, 그 바람을 견디며 서 있던 '최'는 돌아가서 다시 시작할 수 있겠다 싶은 건 이 영화에 말이 거의 없기 때문이 아닐까.

'최'를 연기한 최민식은 그가 바로 '최'인 듯 도저히 연기처럼 보이지 않는 완벽한 '최'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나는 아직도 궁금하다. 최민식씨, 정말 어디가 편찮으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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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조부 2009-09-06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 부산영화제에서 연출자랑 최민식씨가 관객과의 대화 하는 것을

우연히 봤어요. 그 장면을 보면서 이 영화를 보고 싶어서 저도 봤답니다.

뭐, 저는 심심한 영화라고 생각하지만 ^^
 
요시노 이발관 - Yoshino's Barber Sh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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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귀엽고 깜찍한 영화입니다.

역시 <안경>과 <카모메식당>을 만든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영화 답게 
조금 엉뚱한 사람들이 등장하고, 적당히 황당한 이야기로 관객을 즐겁게 해 주네요.
그리고 배경이 된 시골마을 충경이 수채화처럼 아름답습니다.

줄거리를 단순하게 요약하면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남자아이들에게 바가지머리를 고수하려는 보수세력(어른들)과 두발자유화(?)를 원하는 진보세력(아이들)의 갈등이라고 할까요.

여자에 대해 관심이 생기는 사춘기로 접어드는 나이이면서
아직은 장난 치고 노는 데 더 관심이 많은 남자애들이
전학생으로 인해 왜 바가지머리를 해야 하는지 의문을 품게 되고
그 전통을 거부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이 재미있게 전개됩니다.
이 아이들 역을 맡은 다섯명은 몇 년 후 멋진 남자 배우들로 성장할 듯합니다.
바가지머리가 아닐 때 보니까 정말 얼짱들이네요.

아이들 외에 마을 어른들도 만화 주인공인 듯 재미있습니다.
가끔 도사같은 말을 하는 정신 나간 아저씨 (우와~~ 그 옷차림과 우산!)
자를 머리도 없으면서 이발관에 자주 찾는 대머리 할아버지
늘 초록 추리닝복 차림의 학교 담임쌤
뭔가 할 말이 있을 듯 있을 듯 하면서 끝까지 무슨 얘긴지 말을 안하는 케이타의 아버지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려 했던 건지 아직도 궁금!)
그리고 가장 막강한 캐릭터... 이발사인 천하무적 요시노 아줌마.. ㅎㅎ

요시노 아줌마역의 모타이 마사코는 표정이 굉장히 진지해 보여서 더 코믹한 상황을 연출합니다.
모타이 마사코는 <카모메식당>에서 여행가방을 잃어버린 여행객, <안경>에서 팥빙수 아줌마로
이 감독이 만든 영화마다 계속 등장하는데... 앞으로 또 어떤 영화에서 재미있는 역할을 맡을 지 기다려집니다.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영화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는 듯, 은근히 중독성이 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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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도 걸어도 - Still Walking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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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에서 며느리는 말한다. 
" 누구나 숨어서 듣는 노래 하나쯤은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
숨어서 듣는 노래는 노래일 수도 있고, 혹은 남에게 말하지 않았던 비밀일 수도 있다.

영화는 큰 아들의 기일을 맞아 오랫만에 어머니 아버지를 찾아 한자리에 모인 가족들을 보여준다.
남편을 사별하고 아이를 데리고 작은 아들과 재혼하여 시댁이 불편한 며느리는 그날 저녁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하고
자동차 세일즈를 하는 남편, 활달한 두 아이들과 함께 온 딸은 이 기회에 이 집에 들어와 살아도 좋다는 허락을 얻고 싶어한다.
어머니는 무뚝뚝한 남편에게 불만이 많고
일만 하느라 자상한 아버지와 좋은 남편이 되지 못했던 아버지는 역시 어느 자리에도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서재에서 있고 싶어한다.

어느 집이나 같겠지만
같이 살고 있거나, 오랫동안 같이 살았던 가족인데도
잘 아는 것 같아도 사실은 잘 모르고
서로 같은 경험을 했지만 다르게 알고 있기도 하고
다른 때에 다른 사람이 똑같은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그리고 약간씩은 다 이기적이다.
 
어머니가 숨어서 몰래 듣는 노래인 <블루 라이또 요꼬하마>
고등학교 때 일본어 선생님이 좋아한다며 몇 번 불러 주었던 노래를 오랫만에 듣게되어 반가웠는데 서정적인 멜로디가 착착  와서 귀에 감겨 입속을 맴돈다.
      걸어도 걸어도 작은 조각배처럼
      나는 흔들리고 흔들려서 당신의 품 속에.....
      요꼬하마 블루라이또 요꼬하마
영화 속 이 노래에는
엄마가 오랫동안 마음 속에 담아 둔 비밀과
이 영화의 제목이 함께 담겨있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참으로 깔끔하게 잘 짜인 흰 레이스 같은 느낌인데
레이스의 한코 한코를 만드는 것은 가족들끼리의 대화이다. 
갈등과 정을 서서히 드러나게 만드는 대화를 따라 가다보면 커다란 그림이 그려진다.
물론 하나하나의 장면도 참 예쁘다.
특히나 무심한 척 다른 사람의 심중을 찔러대는 엄마의 대사가 압권이다.

그리고
튀긴 옥수수를 만지작 거리거나 백일홍나무 (배롱나무) 꽃과 함께 하늘거리는 아이들의 손놀림이라든지
카메라를 벗어나 마당에서 일어나는 수박깨기 놀이
무덤으로 가는 예쁜 길, 몇 번 등장하는 노란 나비 같은
언뜻 중요해 보이지 않는 작은 부분들이 기억에 남는 영화다. 

이 감독이 만든, 막막한 슬픔을 안겨주었던 <아무도 모른다>에 비해서는 밝고 경쾌한 편이지만
그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만들었다는 영화답게 결말은 서글프다. 
그동안 나는 바쁘다는 핑계로, 아니면 이만큼 했으면 됐겠지 하는 생각으로 가족이 원하는 것들을 해 주지 못했구나 하는  아쉬움이 절절히 배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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쉘 위 키스 - Kiss Ple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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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에밀리는 낭트에서 길을 잃고 헤메다가 친절하게 대해주는 가브리엘을 만난다.
둘은 하루를 함께 즐겁게 보내고, 헤어지며 가벼운 작별 키스를 청하는 가브리엘에게 에밀리는 하고 싶지만 하지 않는 게 좋겠다며 거절을 한다.
그 이유를 알려달라는 가브리엘에게 에밀리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파리에 사는 에밀리의 지인인 주디트와 니콜라의 이야기....
 
오랜 친구사이에서 단 한 번의 키스와 섹스로 인해 서로 이성으로 끌리게 된 주디트와 니콜라
둘은 키스로 인해 생겨난 자신들의 감정을 부인하며 이성으로 극복하기 위해 아닌 척 별 핑계를 다 대며 내숭을 떨지만
결국은 그 감정을 인정하고 사랑임을 확인 하게 된다.
 
이제 둘은, 사랑을 위해 걸리적거리게(?) 된 존재인 불쌍한 주디트의 남편에게 애인을 만들어 주려는 음모를 꾸미고
두 사람의 음모에 착하디 착한 니콜라의 (전)애인은 기꺼이 동참하게 된다.....
 
 
지금 에밀리가 가브리엘과의 키스를 망설이는 이유는 주디트처럼 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에밀리가 아무리 이성적으로 키스를 거절하며 감정을 숨기려 해도
주디트와 니콜라의 이야기를 한다는 건 에밀리가 가브리엘과 키스하고 싶고, 가브리엘을 좋아하게 되었다는 걸 알려 줄 뿐이다.
 
에밀리도 알고 있고 가브리엘도 알고 있다. 둘의 키스는 분명히 좋을 것이라는 걸.
키스를 하고나면 주디트와 니콜라가 걸어간 길을 따라 갈 거라는 걸.
그런데, 에밀리가 가브리엘과의 만남으로 현재 애인과의 사이가 벌어질까 두려워 키스를 거절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으니.... (아, 이런....맙소사)
 
에밀리는 모든 이야기를 들려주고나서, 가브리엘에게 키스를 하자고 한다.
조건은 작별인사를 먼저 하고나서 키스를 하고, 키스가 끝나면 느낌도 얘기하지 말고 아무 말 없이 헤어지자고.
그리고 둘은 키스를 하는데...
그 키스 장면, 너무 아름답고 로맨틱하다.
서로를 탐닉하는 열정적인 키스, 그리고 약속대로 아무 말 없이 나가는 가브리엘!
 
 
영화는 여기까지다.
그러나 둘은 절대로 이 키스를 잊지 못할 거다.
그리고 몇 주 후 혹은 몇 달 후 낭트에서 우연히도 다시 만나 사랑에 빠질 지도 모르겠다.
내가 에밀리라면 낭트에 꼭 다시 가고야 만다. ㅎㅎ
 
원래가 프랑스 사람들과는 달리 키스를 무겁디 무거운 관계에서나 하는 걸로 알고 있었다만서도
이 영화까지 보았으니 이제는 키스가 불러 일으키는 깊은 감정의 폭풍이 무서워서 어디 평생 키스나 한번 제대로 하겠나 싶다.
 
니콜라역의 엠마뉴엘 모우렛은 감독이기도 하고 섬세한 대사가 빛나는 각본까지 썼는데, 연기까지 잘해서 어리버리한 수학선생역을 잘도 한다.
그리고 에밀리 역을 맡은 줄리 가예트,
수수한 옷차림조차 멋지게 보이게 하는 우아함과 세련됨, 정말 반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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