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애 봐주시는 아주머니가 어머니 상을 당했다. 월요일 출근길에 전화를 주셨으니 양가 모두 지방에, 동생네도 맞벌이인 우리는 이럴 때 정말 난감하다. 어쩔 수 없이 월요일부터 오늘까지 남편과 번갈아가면서 반차를 쓰고 있다. 화요일엔 아주 간만에 다른 엄마들처럼 학교 앞 교문에 가서 기다렸다. 2학년생 엄마들이 이런진 않겠지만. ^^ 엄마를 발견하곤 얼굴에 웃음이 가득이다. 집에 와서 챙겨주는 간식에도 연실 벙글벙글거린다. 아줌마도 간식 챙겨주시잖아. 라니깐. 그래도 아니야. 한다. 참 짠하고 미안했다.

 

오늘도 교문 앞에서 어김없이 그런 기대를 갖고 기다렸다. 반갑게 맞아주어야지 하고. 암만 기다려도 안와서 학교 안으로 들어가봤더니 교실은 당연히 텅비어 있다. (제호네 반 선생님이 남자샘이라서 그런지 그 반만 문도 다 열어놓은 채로 홀로 교실이 어수선하다. 괜히 우습다.) 혹시나 싶어 도서관에 들렀더니 거기서 떡 하니 책을 보고 있다. 그래도 엄마 얼굴보면 따라 나올 줄 알았더니, 친구랑 책볼거야. 놀다가 갈게. 라며 눈길조차 제대로 안 준다. 헐... 아들들은 가끔 참 쿨하다. 벌써 이렇게 큰건가? 벌써 슬슬 놔줄 준비를 해야 하는 나이가 된건가? 갑자기 한번도 온전히 아이만을 위해서 열심히 어리광 받아주고 일학년 아이 챙겨주지도 못했던 것 같아 또 짠하고 미안하다. 이렇게 어느 순간 아이들이 커버리겠구나 싶어서, 이제라도 더 많이 얼굴보고 웃고, 놀고, 안아주자 그런 새삼스런 다짐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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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14-03-31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제호 담인 선생님이 남자분, ㅎ 남자 선생님은 그러하신 거군요 ㅎ
바쁜 엄마의 해도해도 다 하지 못한 것만 같은 마음,, 너무 잘 헤아려져요! ㅠ
시간이 좀 지나 되돌아보면, 그렇게 지냈던 시간들이 마치 기적처럼 느껴질 것만 같아요 ㅎ

북극곰 2014-04-03 17:23   좋아요 0 | URL
그니깐요! 이 순간이라도 잘해야는데, 참으로 실천이 어려워요.
부모의 일이란 평생 도를 닦는 일인 듯해요.

꿈꾸는섬 2014-04-03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아들들은 정말 쿨한 것 같아요.

북극곰 2014-04-03 17:23   좋아요 0 | URL
그쳐. 남자애들 특유의 그런 거 있어요. 정말!
 

크리스마스 이브 11시 45분, 

번역기획서를 보냈다.

가정 폭력에 대한 이야기인데, 무척 '재미있었다'라고 말하면 안 되겠지?

그래도 내가 읽었던 내용이 편집자에게 잘 전달되면 좋겠다.

 

회사일 때문에 사실 좀 버겁긴 했는데(얼굴 살이 쏙 빠졌다. ㅠㅠ)

그래도 덤벼들어 하고 나니 마음을 좋다.

물론, 보내고 나면 항상 틀린 로마자 표기법이나 아차 하고 떠오르는 것들이 있어서

아주 개운하진 않지만.

 

알라딘을 둘러보고, 우리글로 된 책을 손에 들고 있으니 어찌나 좋은지. 

이제야 연말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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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12-26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빛이 사람들한테 드리우도록
기획이 잘 뽑힐 수 있기를 빌어요.
곧 지나갈 2013년 끝날까지 즐겁게 보내셔요~

북극곰 2013-12-26 11:36   좋아요 0 | URL
함께살기님 감사해요. ^^
여전히 아이들과 함께 햇살같은 날 누리고 계시지요?

함께살기님도 연말 잘 보내시고,
또 행복한 한 해 맞으시길 바랍니다.

감은빛 2013-12-26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역하시는군요!
저도 한때 번역일 해보고 싶다 생각했었지만,
제대로 배워보지도 못하고 그만두었어요.

좋은 결과 있기를 기대합니다!

북극곰 2013-12-26 13:31   좋아요 0 | URL
아니에요, 아직은. ㅠㅠ
하고 싶어서 출판사 문을 똑똑똑... 하는 중이에요.

괴로운 데도 끌리는 매력. ^^

마녀고양이 2013-12-26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국어 너무 싫어요, 실은 논문 때문에 외국 논문 읽으면서 버벅대는 중인데
영어 잘 하고 싶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북극곰님, 살만한 연말되셔요~ 즐거운 책도 많이 읽으시구요.

북극곰 2013-12-26 13:34   좋아요 0 | URL
저도 영어 잘하는 사람을 아니고 ㅠㅠ
그냥 저한테 맞는 수준의 책만 골라서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읽다보면 늘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품고서.

네네, 마고님도요~!

2014-01-03 1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1-05 2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14-01-03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살빠지셔서 우째요!!!

북극곰 2014-01-05 20:41   좋아요 0 | URL
이 나이에 얼굴살이 빠지면, 치.명.적이죠. ㅠㅠ

하늘바람 2014-01-23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멋진 일을 하시네요 외국어잘하셔서 부러워요 근데 그 책 판권이 살아있는건 확인하셨지요

북극곰 2014-01-24 08:56   좋아요 0 | URL
멋진 일이긴요. 그저 기획서일 뿐인 걸요. 돈받고 하는 것도 아니고... ^
판권 확인은 했어요. 챙겨주셔셔 감사해요. ^^
 
꼬마 개미 가우스의 숫자 여행 - 초등학교 1학년을 위한 스토리텔링 수학
야스미나 로버츠 지음, 박영도 옮김 / 지양어린이 / 2013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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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또래의 아이들이 좋아하는 곤충과 생태를 수학과 접목한 발상이 좋네요. 스토리텔링으로 되어 있어서 재미있게 읽으면서, 수학에 대한 개념을 잡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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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뭐하고 사는지 모르겠다.

일 폭탄 맞아서 정신없이 하고 있는 중이라 애 내복에 구멍이 난 걸 매일 저녁 보면서도 사주지도 못하고 살고 있다. 현장학습비를 내달라고 유치원 선생님한테 전화를 두 번이나 받는..... 뭐 그러는 중이다. 어제 한겨울 바람이 쌩쌩 부니깐 문득 제대로 된 파카도 미리 준비 못 해준 게 생각났다. 작년 옷이 작아져서 올해에는 하나 장만해줘야지 했는데.... 아침에 학교 가는 길에 아들의 뒷모습을 보니 왠지 짠하다. 요즘엔 집에 와서도 문득문득 회사일을 걱정하고 있으니 아이들에게 소홀한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뭐 집안일이야 이미 손 놓은지 오래이고..... 알라딘 마실도 제대로 못 다니고, 책은 뭐가 새로 나왔는지도 모르고, 반타작을 하더라도 꾸준히 사들이던 책을 산지도 언제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은 생각이 매일 아침마다 든다.

 

그래도 일이 재미없지는 않은 걸 보면 그만두기는 싫은데, 행정적인 문제들에 부딫혀서 부대낌을 당하는 일은 참 싫다. 요즘 그러는 중. 또 업체랑 일하면서도 싫은 소리, 아쉬운 소리도 못하겠다. 갑의 입장이라고 해도 나는 참 그런 일이 불편하다. 내가 해야 하는 몫인데 자꾸 미루고만 싶다. ㅠㅠ. 이런 걸 보면 참 조직에 맞지 않는 사람인데, 그래도 사람들이랑 있는게 좋고, 잘 지내고 있으니 이것 참.... 싶다. 12월 일이 끝나기도 전에  내년 6월까지 일이라고 들이미니깐 숨이 턱턱 막힌다. 그들의 페이스에 말리지 말아야지. 그러면서도 또 일을 하다보면 욕심을 내게 되고, 그게 함정. ㅠㅠ 요즘 계속 계속 마음 속으로는 여러가지 생각들이 오락가락.

 

그 와중에 노트북을 사서 Dream on이라며......

하~, 그런데 그럴 시간이 안 나서 진심으로 우울해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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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11-20 0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이 옷 무릎에 구멍이 난 모습을 으레 보면서
바느질로 기워 주지 못하네요 @.@

구멍난 옷을 기워 주셔요.
아이를 불러 옆에 앉혀 기워 주면
아이는 눈 동그랗게 뜨고
새로운 삶 하나 배우겠지요.

즐겁고 느긋하게 하루하루 누리셔요.
가을 다 지나가겠습니다~~

양철나무꾼 2013-11-26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극곰님~, 난 북극곰님이 부러운걸요.
전 직장생활을 하긴 하지만,
관계를 형성하기 어려운 직장생활이라서요.

시간이 없으면 좀 좋지 않아요?
늙고 나이 먹을 시간도 없을테니, ㅋ~.

근데 내복 작지 않음 이쁘게 기워 아플리케를 해주면 되잖아요?^______^
 
남아 있는 나날 민음사 모던 클래식 34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송은경 옮김 / 민음사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영화도 훌륭했지만 책으로 읽으니 더 훌륭. 섬세하고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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