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학교에서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서울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 

희망하는 가족들이라면 누구라도 참석가능한지라, 미취학의 아이들도 가득하고,(아이들은 대략 세 부류로 나뉘었던 듯. 자거나, 돌아다니며 혼자 놀거나, 몸을 배배꼬며 참고 듣거나.)  

학교 대강당에서 하는 연주이니 대단한 음향을 기대할 순 없었지만,

나로써도 워낙 간만에 듣는 연주라 기분은 좋았다. 

지휘자가 전하는 아이들 수준의 간단한 설명도 좋았고. 

프로셔의 연주자 프로필을 읽어보니 아주 빼곡하다. 연주하는 모습을 보니, 저렇게 연주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을까 싶은 생각에 괜히 울컥했다. "꽃보다 누나"에서 어느 성당에 가서 윤여정인가 김자옥인가가 눈물을 흘리면서 '이거 만드느라고 얼마나 많이 사람들이 고생했을꺼야~.' 라던 그 심정과 비슷한 거 아니었을가. 이건 뭐지? 왜 자꾸 요즘엔 이런 감상들이 생기는 건지.

 

바람이 싸늘해지니 따뜻한 대중목욕탕 생각이 나서 딸과 함께 다녀왔다. 사실 난 뜨거운 물속이나 사우나에서 10분 이상을 못 있는데, 처음에 따뜻한 물속에 들어갈 때의 그 느낌이 너무 좋아서 자주 간다. 딸과 단둘이 함께 하는 시간이라서 사실 더 행복한 거고. (이런 행복한 외출에 목욕용품을 하나도 안 챙겨들고 갈아입을 옷이랑 로션만 잔뜩 들고 갔다는 건.... ㅠㅠ) 

다 하고 나오니 엄마한테 전화가 와있다. 김치냉장고가 세일한다고 사주신다고. 됐다고 하니까 또 다혈질인 엄마가 살짝 화를 내실라 그래서 알았다고 하고 용량에 대한 감도 없이 그냥 200L를 사주십사 했다. 오늘 배달. 생각보다 너무 커서 화들짝놀랍고, 뭐 사서 집에 쌓아두고 쟁여두는 거 질색하는 내가 왜 이렇게 큰 것을 샀을까 하는 맘에 속상하고, 엄마한테 저런거 받으니까 왠지 맘도 불편하다. 힝.....

 

그리고 당일 배송온다더니 16일에 주문한 책을 어제서야 배달해주는 알라딘은 머냐? 그간은 하루이틀 그래, 내가 당장 읽을 책이 없는 것도 아니니 뭐 어때 했는데, 이번엔 중고책 팔려고 중고책박스까지 주문했던터라 책 가져간다고 다른 택배기사님은 계속 전화하는데, 이 넘의 박스가 배달 안돼서 짜증났다. 결국 중고책 수거해간다는 택배기사님은 송장 취소한다고 다시 주문하라신다. 에이, 진짜.

 

책을 요거 달랑~ 한 권만 주문했다.

 

 

작년에 요 책 출간된다고 알라디너들 엄청 들떠 있었던 것 같은데, 그 때는 막 쿨한척 하다가 최근에야 줌라 파히리의 알게 돼서 막 읽어재끼는 중. 도저히 도서관에서 빌려볼 순 없어서 샀다. 책이 두꺼워서 왠지 뿌듯하다.

 

 

 

 

 

 

주말엔 애들 데리고 에너제틱하게 놀려다녀주는? 엄마, 아빠들이 너무 많아서 우리 애들한테 괜히 미안한 기분이 든다. 주말에는 별 제재를 가하지 않고 보여주니 TV 시청시간만 늘어나는 것 같고. 이 좋은 가을 다 가기 전에 밖에서 좀 놀아야할텐데, 저질체력에 계획성없는 엄마 때문에 집에만 있네. 그나마 둘이나 되니까 둘이라도 논다. 주말이면 하루 두 끼 밥 차리고 간식 챙기는데도 왤케 힘드는지. 내일이면 월욜이구나. 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돈이 궁해지니 책장을 뒤져 책을 팔게 된다. 예전엔 조금만 땡겨도 호탕하게 지르던 신은 물러가시고

도서관에서만 대출해서 보고, 그간 게을러서 등록하지 못해서 못쓴 문화상품권을 박박 긁어다 꼭 갖고 싶은 책만 아주 신중하게 사고 있다. 

 

처음으로 중고샵에 팔기를 했더니 다시는 안 볼 책이라고 꺼내놓긴 했지만 정말 최최상 상태의 책을 2,000 ~6,000원에 팔려니 좀 아쉬운 생각이 든다. 쓸떼없이. 이러느니 차랄 다른 사람한테 주는게 낫겠다 싶은 생각이 들다가... 신간이 아닌 책도 많고 해서 생각한 김에 그냥 한방에 떨궈버리기로.

서재지기들, 중고샵에 팔았다는 둥, 할 때는 부지런하다 했는데 흐흐... 책장은 무겁고, 지갑은 얇으니 어쩔 수 없구나. 그나마 사놓고 안 읽은 것들이 많아서 팔 책도 별루 없긴 하지만, 그래도 책장이 조금이라도 비워진다니 또 나름 기분은 괜찮다.

 

일 하다가 쉬어서 아픈건지, 일을 안해서 아픈건지 휴직한 이후로 내내 골골대고 있다. 내가 휴직하니 자기가 더 힘들어졌다는 남편 말이 빈말은 아닐 듯. 안과에서 정형외과 피부과 내과 자잘자잘하게 아파서 계속 병원 다니다 보니 훌쩍 석 달이 지났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하늘바람 2014-09-16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내려놓아져서 아프실거예요 저도 그렇더라고요.
책 파는 맘 저도 알아요 어찌나 허하고 아깝고 한지.
힘내셔요 님

북극곰 2014-09-21 16:16   좋아요 0 | URL
네, 일단 몸이 건강해야 뭐든 할 수 있단 생각에 운동하고 있어요.
감사해요~

icaru 2014-09-20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세달 지난거네요~ 아,, 훌쩍~입니다 정말,,
한때는 열심히 책을 알라딘 중고서점에다 내놨었는데, 이제 속아낼 건 거의 속아내서인지, 요즘엔 팔 책을 들었다놨다 하다보면, 속이 상해지더라고요. 이거 살 때 내가 얼마를 줬는데 말야,, 새삼 ㅋㅋ 그러네요~
도서관에서 대출해보는 것도 경제적인 의미에서 뿐만 아니라 좋은 점이 많은 거 같아요.
자꾸 연체를 해쌓는게 문제이긴 하지만 ^^;;;

북극곰 2014-09-21 16:20   좋아요 0 | URL
그니깐요. 도서관에 막 들어온 새삥 책이 있어도, 저건 사서 내 책으로 읽고 꽃아뒀다 어느 날 문득 또 읽고 싶을 거야... 그런 책들만 조심스레 사고 있어요 이를테면 줌파 라히리 <저지대> 같은 책들? ㅎㅎㅎ

집에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 엄청 많을 것 같았는데, 회사 다닐 때보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못쓰게 되네요. 뭐든 굳건한 의지가 필요한 일이에요 ㅜ..ㅜ
 

다음 주까지만 나오면 육아휴직에 들어간다.

사실 반쯤은 회사에 흥, 췟~! 하는 기분으로 내게 되었지만, 생각해보니 참으로 잘한 일 같다.

내 개인적인 우울에 더해 세월호 참사가 터지는 바람에 정말 4, 5월은 정신이 혼미했던 날들이었다. 인터넷 뉴스를 갈무리해서 보는 덕분?에 아직도 기사를 읽으며 눈물을 훌리기도 하고, 이 선거판에또 울분이 올라오긴 하지만.

무튼, 그래서 휴직 전에 '교육, 의료, 문화생활비' 지원을 받으려고 책을 맘껏 질러대고 있는 중이다. 쇼핑도 하던 놈이라야 사고 싶은 목록이 긴 법이고, 책도 사던 놈이라야 보관함이 풍성하듯이.... 한동안 책을 사지도, 읽지도 못했더니 보관함도 텅비었다. 그래서 생전 안 보던 탐정소설, 레이먼드 챈들러까지 장바구니에 보관함에 집어넣고 있는 중이다. 대실 해밋이 난 엄청 지루했는데. 이 아저씬 괜찮을까. 

 


댓글(5)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2014-05-26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느긋하면서 너그러운 마음으로 쉬시기를 빌어요.
즐거운 육아휴직이 되리라 믿습니다~

북극곰 2014-05-26 13:26   좋아요 0 | URL
네~, 나쁜 일에는 나쁜 면만 있는 것 같지 같아요.
어쩌면 나쁜 일이 아니라 제게 좋은 일이 생긴 거죠.
감사하게 이 시간들은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icaru 2014-06-02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멋지게~ 나날들을 보내실 거에요~
결론적으로는 부럽기 한량없는걸요~~
달콤하게 보내시기를,, ㅎ

북극곱 2014-06-02 13:17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네네, 이카루님 ^^
막상 휴직계를 내니깐 사람들이 너무 부러워하네요.
잘 보내야죠.

단발머리 2014-07-31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극곰님, 육아휴직 들어가신다구요. 완전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부러워요~~ '휴직'이라는 단어가요.
'사직' 아니라, '휴직'이라서요. 좋은 시간 보내세요~~~
 

 

 

우리딸 생일.

엄마는 선물도 못 사놓고, 카드도 못 써놓고 뭐라나 몰라.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크자.

 

-------------------------------------

 

어제 제호 국어단원평가를 봤는데. 85점.  

주관식을 다 틀렸는데, 자기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단다.

내가 봐도 좀 어렵다. 대충 알겠는데 그걸 글로 만들어 쓰기에는 어려운 문제들 같다.

 

초등학교 2학년생이 저걸 어찌 푸나 싶다. 

초등 2학년생에 대한 내 기대치가 너무 낮은 건가?

문제집 쫌 풀어본 사람은 알랑가 몰라도.

수학문제집은 몰라도 초등 저학년이 국어 문제집을 푸는 건 왠지 좀 이상하게 생각되어서 사준 적이 없긴 한데, 제호는 수학보다 확실히 국어에 약하다.

 

어휘력이 많이 딸리긴 한데, 만화책만 드립다 파고 있는 중인데,

가끔은 이야기책도 좀 읽혀줘야겠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2014-04-03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아이 생일 축하합니다~
덧붙여 아이와 지낸 나날들 즐거우셨겠지요?
앞으로도 즐겁게 한 걸음씩 나아가시리라 믿어요.

시험문제란 다 어렵기 마련이지 싶어요.
즐겁게 배우는 말이라면 즐거울 텐데요.

북극곰 2014-04-03 17:1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함께살기님~
넹.. 딸 아이들은 천성적으로 애교를 타고나나봐요.
가끔 혼낼 수도 없어요. 혼낼일은 하는데도 그 마저도 귀엽고 웃겨서.

시험문제는... 너무 과한거 아닌가 싶더라구요.
대체 애들이 문제조차 이해를 못하니 답을 찾기란...
(우리 애가 문젠가?? 갸우뚱....^^)

꿈꾸는섬 2014-04-03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일 축하해요.^^ 너무 이쁜 딸이네요.ㅎㅎ

아무래도 문제집 푼 아이와 안 푼 아이는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저 큰아이 1학년때 처음엔 문제집도 안 사고 버티다가 결국엔 국어, 수학 문제집 구매했어요.
그랬더니 확실히 성적이 좋아지더라구요.^^

북극곰 2014-04-03 17:22   좋아요 0 | URL
섬님, 감사해요!

울 아들이 어휘가 딸리긴 해요. 요즘 유독 그램그램, 와이, 천자문만 보는데 그냥 냅두고 있어요. 예전만큼 제가 애들 책 사주는 일에 열심이지 않아서이기도 하고요.

결국 저도 국어 문제집 한 권 마련하게 될까나요? ㅠ.ㅠ

2014-04-18 1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4-18 14: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4-18 18: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14-05-19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님 깜찍하기가 이루 말할 수 ㅎㅎ 이뻐요~~~

아드님,, 우리집 아들은 국어도 수학도 약하더라고요..
ㅠ,ㅠ 엄마 맘으로는 학교 시험을 좀 쉽게 내주셔서,,,
실력이야 우짜든둥~ 좀 자존감 내지는 자신감 갖게 해 주었으면,, 싶을 만큼요,,
 

조직개편이 있을 거라는데, 그 전에 이미 임원들은 거취가 정해졌나보다.

우리 부문장님이 그만두시게 됐다.

개발쪽으로 오신지 1년 밖에 안 됐는데, 말도 안된다.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을  평가하기에는 턱도 없이 짧은 시간인데.

하긴, 일의 성과나 능력으로 되는 일은 아닌 듯 싶다. 그러니 괜시리 더 서글프다.

실적이 마이너스 두자리 수가 되어도 사람만은 한번도 자른 일이 없었는데,

바닥을 찍고 이제 조금씩 회복하고 있는 마당에.....

오너의 자존심이었고, 사람 수 줄이자는 말만 나와도 불같이 화를 내셨었다는데,

어쩔 수가 없었을까.  

상무라는 직급인 상사가 그만두게 됐다는 말에 팀원들까지 눈물을 글썽인다. 

송별회 카드에 쓸 감사의 말을 머릿속으로 떠올려보기만 해도 눈물이 난다.

열정적으로 일하셨고, 영업쪽과 소통하고 지원하게 하려고도 엄청 노력하셨다.

교육해라 그러고 발표하라, 현장 나가라 그러고 해서 개발은 언제 하나요라며 툴툴대긴 했어도,

1년 지나는 동안 맷집도 생기고, 영업쪽 사람들과도 안면을 트니 편하게 일하게 됐는데.

위로 향하는 리더쉽이 아니라 아랫사람들 챙기는 리더쉽을 가져서 그런 걸까...

팀장들은 멘붕 상태. 더군다나 새로 오시는 부문장님 소식에 가슴이 답답하다.

여기 저기 다른 출판사들에서도 이런 소식들이 들려오고 심란하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희망찬샘 2014-05-06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북극곰님!
북극곰님은 북극곰이라는 출판사와 어떤 관계가 있으신 분인가요?
그냥 궁금해서.... 여쭈어 봅니다.

북극곰 2014-05-07 20:31   좋아요 0 | URL
아, 아니에요 ^^ 곰이 좋아서 급히 지은 이름이 서재이름이 되어버렸어요 ㅎ
일반 출판사는 아니고요, 아이들 교재 만드는 일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