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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초 편지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야생초 편지 2
황대권 지음 / 도솔 / 200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느낌표 선정도서로 소개되는 걸 봤었다. 그런데 그런 금딱지가 나에게는 오히려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단 말이지. 그래서 괜한 오기로 한동안 보지 않고 있었던 책이었다. 지난 주말, 여행가면서 가법게 보려고 샀다. 봄놀이 가는 차 안에서 보기에 딱 좋은 책이 아니겠는가.

 

우선 이 책은 야생초 편지라는 제목과 제목의 서체, 재질과 그 내용이 참 잘 어우러진 책이다. 게다가 가볍기까지! 그 내용은 아주 소박하면서도 각 꼭지마다 씹는 맛이 쌉싸르르 다 다르다. 작자가 직접 그린 야초 그림은 확실히 글을 생생하게 살아있게 한다. 그림에서도 사람의 냄새가 나는 것인데, 참으로 단아하고 맑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몰랐던 야생초들의 이름과 그들의 생태를 알게 되었다는 것 보다,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배웠고, 독재아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무고하게 희생되었는가 하는 자각에 또한 안타까웠다. 모든 것을 인간중심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인간들의 이기심과 오만함과 그런 인간을 버리고 자연과 하나되어 살아가는 방식(생태주의’)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맑고 따뜻한 수채화 같은 그의 생활이 참 맑아보였지만, 한편으론 1평 남짓한 공간과 14년이라는 시간을 견디기 위한 그의 징역살이 방식이 참으로 안스러웠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내게는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준 책이다.

느낌표 선정도서인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도 한번 보고 싶어지는구만.  

 

표지에 그 '금딱지'는 좀 떼어내 줬으면 좋으련만. 띠지로나 붙여놨으면 떼내어 버리기도 쉬울 텐데.

 

*책보면서 과일같은 채소 토마토를 4개나 먹었다. 참으로 맛나다.

  괜시리 이뻐보였다. 왕육식주의자인 내가......

*강원도쪽 산불에 산속 나무들이며 풀들이 타는 것을 봤다. 가슴이 아렸다. 평상시엔 소나무만 보았

  을 것인데 이번엔 자작자작 타들어가는 풀들이 보였다. 어쩔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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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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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나는 분명히 어디선가 본 듯하다. 호밀밭을 지키는 늙수그레한 한 남자의 그림을 말이다. 그래서 나는 오랜시간동안 이 소설이 호밀밭을 지키는 어느 하인 이야기인 것이라고 철떡같이 믿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내내 고전부분의 베스트셀러에 자리하고 있는 모습도 참으로 신기했고, 더욱이 내가 읽지도 않은 대중적이지 않은!(이런 작위적인 정의가-.-;!) 소설이 왜 저렇게 인기가 있는 걸까... 내심 기이하게 생각이 되곤 했었던 것이다.

그런데, 민음사 세계명작시리즈를 다시 ?어보다가(요즘 새롭게 추가된 작품들이 많아서 꼭 그 앞에 서서 뭘 볼까...하고 망설이게 된다.) 분량도 적고해서 집어 들었다. 그동안에 내게 박혀 있던 그 선입견에 반응하듯 표지부터 흘낏 봤는데 그 호밀밭... 과 그 남자의 그림이 없다. 일단 한번 보자는 생각으로 들고 왔는데... 내가 생각한 것과는 정말로 전혀 다른 이야기였구랴. 황당함...-.-;;

콜필드의 독백으로 써 내려갔는데 순식간에 읽힌다. 세상의 위선과 가식에 대해서 적나라하게 욕하고 비웃는다. 참을성없이 퍼붓는 그의 독설에 공감가는 부분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정신병원에 수감되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세상이 미쳤거나 아니면 그 또는 내가 미쳤겠거니...그래서 그가 되고 싶다는 호밀밭의 파수꾼, 아이들이 마음껏 뒤놀수 있게, 절벽으로 떨어지지 않게 돌봐주는 파수꾼이라는 그의 꿈이 참 아득하고도 아련한 것인가 보다. 그래서 그의 꿈이 될 수 있었다. 세상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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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5-03-18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슬리님, 오랜만에 뵈요. 저 책, 해적판으로 읽었어요. 리어커에서 팔던 것 같은데 여동생 집에 있기에 집어왔죠. 나중에 민음사 판으로 다시 읽으려고 샀어요. 번역이 워낙 엉망이라, 도대체 뭐가 뭔지 잘 모르겠더이다. 갑자기 오늘 읽고 싶네요^^

북극곰 2005-03-20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님의 서재에 자주 가다보니 오랫만인 것 같진 않지만, 제 서재에서 벤지를 만나니 반갑습니다. ^^ 맞아요 그래도 민음사판은 일단 번역에 신뢰가 가죠. 재밌던걸요~!(이렇게 단세포적인 단어로밖에 소감을 표현하지 못함에 슬픔을!)

한잔의여유 2005-04-27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이 웃기네요.^^ 오랜만에 서평보고 웃었습니다.감사의 의미로 추천과 코멘트 남겨놓네요.

북극곰 2005-04-27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웃기죠. 가끔씩은 아무 근거없는 것들을 혼자서만 철썩같이 믿고 사는 경우가 종종 있지요. 저도 간만의 코멘트에 감사합니다. ^^
 
환상수첩 김승옥 소설전집 2
김승옥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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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다섯개의 중편으로 구성된 김승옥 전집의 두번째 권.

김승옥의 소설은 봄비에 묻어나는 비내음마냥 몸으로 느껴지는 그런 촉촉함이 있다. 정말 '감수성'이 뛰어난 사람이라는 게 이런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그리고... 그의 소설은 너무 순식간에 읽힌다. (조금 다른 이유에서지만) 오스터의 소설처럼 손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재밌!고, 자연스럽고, 감탄스럽고 또한 인간이라는 존재가 가녀려서 아프다. 이토록 '인간'이라는 존재에 예민한 사람이었다면 그의 구원은 정말 종교로의 귀의 밖에 없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1집의 작품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 있다. 그걸 왜 나는 글로 써내지 못하는 건지. -.-;   4, 5번째 작품은 미완이라 아쉬웠다. 몽환적인 분위기에다 좀 난해하기도 하였는데, 그건 미완이기 때문이었으리라 위로한다.

그 중 3번째 이야기, [재룡이] 

성영감네 내로라 하던 머슴, 성실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럽던 그 사람 좋던 재룡이가, 강제로 끌려가서 '빨갱이'들과 싸우고 훈장달고 돌아오더니... 그 눈에 살기가 서렸다는 것이다. 어느 날, 이러나 저러나 매한가지인 일로 죽일듯이 두 패로 갈라져 싸우고 있는 마을 사람들... 이들을 지켜보던 재룡이 눈에는 그런 싸움질이 우스꽝스럽고, 어이없기만 하다.  이미 마을은 두 패로 나뉘는 일이 일상이 되어 버렸다. 좌와 우. 옳고 그름. 사람들이 무서워서 피하고, '필시 무슨 죄를 지어서 몸쓸 놈이랑 혼이 바뀌어 버린 걸게다'라 믿는 엄니가 '니가 죄를 지었드나?" 고 묻는 말에는... "'내'가 무슨 죄를 지었어요?!"라고 울먹일 밖에.

전쟁이 한 개인의 삶을, 한 가족을, 마을을, 국가를 송두리째 바꿔버린다는 사실에 몸서리쳐졌다.  "5천명이 사살당했다"라는 느낌과 "재룡이가 미쳐서 돌아왔다"라는 느낌이 너무나 다른 것처럼, 개인의 체험으로 연결되면 역사적인 사실은 더더욱이 무섭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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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사 산책 1940년대편 1 - 8.15 해방에서 6.25 전야까지 한국 현대사 산책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4년 4월
평점 :
절판


40년대에서부터 시작해서 80년대까지 아마도 십수권이 될 것인데, 2권의 40년대를 이제 막 읽도고 가슴이 답답해져 온다. 내가 알고 있던 우리나라 역사란 무엇이었던가.. 생각해보면 언제나 교과서에서는 해방의 그날에서 대한민국정부.. 뭐 그 언저리에서 끝났었던 것 같다. 불행히도, 시험출제 이외의 역사 이야기들에 분통 터져가며 열심이던 선생님도 없었다. 학교 교육은 그렇다 치더라도 그 이후에라도 알려고 노력하지 않았던 건 순전히 나의 게으름 때문이었고 내 인식이 부족했던 탓이다. 그래서 시작했다. 어쨌든 알아야 할 사실이다. 그래야 오늘날 내일날 나의 기준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1940년대편 - 8.15 해방에서 6.25 전야까지>

해방은 16일 하루뿐, 30분만에 강대국들에 의해 38선이 그어졌고, 인민들은 일제시대보다 더 고통스러운 미군정의 시간 속에서 신음, 집행의 기능적 효율성이라는 명목하에 친일파들은 또다시 그대로 경찰로 기용되었으며, 제주도 출동을 반대한 여순에서는 반란군을 놓친 분풀이로 무고한 청년 7명이 참수당한다. 4.3 제주 항쟁을 묘사한 장에서는 그 읽기가 힘들 정도인지라, 부모가 죽임을 당하는데 박수를 쳐야만 했던 그들은 오늘날까지도 진상규명의 '선의'마저 의심해 진술하기를 꺼리는 피해의식에 짓눌려있다. 이승만과 그 정권의 욕망은 국가보안법을 탄생시켰으며, 반민특위는 해체되었고, 이승만의 생일에는 국경일이라 태극기를 내걸었으며, 반공은 광신적 신념이 되었고, 무고한 인민들도 빨갱이로 죽임을 당했다. 사바사바 정치와 요정 정치의 못된 버릇도 들였다. 이런 썩은 정국에서 전쟁까지 일어났으니....이제 이들 지배집단들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읽으면서, 당연히! 존경해 왔던 김구선생에 대한 시각이 조금은 바뀌었다. 존경해마지 않을 부분이 물론 있지만,  안타까움이 더 컸다. 그 보다는 좌우를 아우르려 노력하고 그로 인해 양측으로의 비난의 속에서 살다간 여운형이야말로 (결과적으로는 암살로 끝나버렸지만) 그 당시 민족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대로 짚어낸 사람이 아니이었던가 싶다. 

오늘날 우리 나라가 정말로 과거없이 된 것이 아니로구나.... 해방후에 청산하지 못한 것들의 업보로구나.. 라는 생각이 더욱 더 드는 책. 역사설명은 객관적이고자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 듯하고 읽기에 어렵지도 않다.  다만 40년대에는 수도 없이 등장하고 사라지는 정당과, 청년단과 언론들과 인물들의 이름 때문에 조금 힘이 들긴 하다.

  * 산문과 운문의 차이가 이런 것일까. 훨씬 더 많은 정보와 내용을 전달하는 강준만의 글을 읽을 때는 그러지 않았드만.... 종종 인용되는 고은의 시를 읽고는 눈물까지 찔끔났다.

* 강준만의 성실함에 정말로 놀랐다. 이 많은 분량의 내용을 정리하고, 조사하고 끈기있게 써 냈다는 사실에 그저 감탄하고, 다시 한 번 고마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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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세계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곽복록 옮김 / 지식공작소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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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두꺼운 책이었지만 정말~ 술술 읽히는 책이다. 1차 세계 대전과 2차 세계 대전을 겪으면서 츠바이크가 바라보았던 세상을 이야기한다.

"1914년부터 18년까지 영국·프랑스·러시아 등의 연합국과 독일·오스트리아 등의 동맹국 사이에 벌어진 .... "라는 식의 백과사전식 이야기가 아니라, 주변의 사람들과 일상의 변화에 대한 묘사이기 때문에 훨씬 더 '전쟁'을 실감할 수 있다.

사회주의를 표방하던 당원들도, 인권과 평화를 말하던 종교가들도, 세계 평화를 그리도 갈망하던 작가들도 언론들도.. 전쟁이 나자 어느 새 모두 '자기 나라'만세를 외치며 이리 저리 몰려다니는 것이다. 어떤 다큐멘터리보다도, 어떤 세계사 책보다도 훨씬 더 강렬하게 '전쟁'과 '인간'과 '대중심리'에 대한 잔혹한 면을 낱낱이 보여주는 책이었던 것 같다.

츠바이크가 말하기를, 자신이 글쓰기에서 뛰어난 것이 있다면, 말하고자 하는 것 중에서 80%는 체에 걸러서 버리고, 20%만 남기는 기술이라고했다. 그래서인지 군더더기 같은 단락이나 장은 없고,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큰 줄기와 관련되지 않는 것들에 대해서는 별반 언급이 없다. 그래서 이 책은 자서전의 형식을 띠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 당시 유럽과 세계에 대한 이야기인 것이다.

또 다른 하나의 재미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 로댕, 로맹 롤랑, 고리키, 슈트라우스, 프로이드 등이 그과 참다운 우정을 나눈 친구로써 등장한다는  것이다. 작품이나 '거장'라는 타이틀만으로만 보아왔던 그들이 츠바이크의 친구로써 인간적인 면들을 드러내는 모습들은 인상적이다. 그들이 나누는 우정과 선견지명과 천재성은 부러움을 넘어선다. 

심지어는 무솔리니와 히틀러까지도 서신이나, 옆집 사나이로서 접할 수 있다. 그리고 어처구니없이 히틀러가 정권을 장악하게 되는 과정도 보여진다. 결국은 각 당파의 이기적인 계산과, 국민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한 병사일 뿐이라는 상류층의 과소평가가 전 유럽의 운명을 뒤바꾼 것이다. 전쟁의 가장 근원적인 원인은 결국 인간의 '이기심'과 '자만심'이었음을 확인한다.   

철저한 자유주의자이자 평화주의자였던 츠바이크는 그렇다고해서 대책없는 낙관주의에 우호적이지는 않다. 그의 어투는 독설적이거나 비판적이지 않고, 오히려 성찰적이고 겸손하고 차분하다. 그래서 더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강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읽으면서 어쩔 수 없이 가지게 되는 건, 그 때에 비해서 지금이 하나도 나아진 것이 없다는 불안감이다. 전쟁을 몸으로 겪었던 그는 아마 이런 불안감을 더더욱 견딜 수 없었을 것이고, 그래서 성급하게 먼저 갔는 지도 모른다.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하고 미국이 세계 대전에 참전한 그 날, 그는 그의 부인과 같이 자살했다.

-이 책이 우리를 좀 우울하게는 만들지언정,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줍니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양심적 병역 거부'를 츠바이크 그 자신도 원했습니다. 운좋게도 그는 전쟁자료과 같은 곳에서 복역을 하게 되어 다행?이었지요. ^^ 병약했던 릴케도 병사로 징집되지는 않지요. 릴케는 이렇게 말합니다. "전쟁은 어디에 있거나 감옥입니다."

정리가 잘 안 됩니다. 연습해야겠습니다.  ㅠ..ㅠ    2004,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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