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에 고등학교 동창이 메세지를 남겨놨다. 아는 친구인 것 같은데, 맞으면 너무 반갑다고! 머리로 온통 가려진 내 옆얼굴만 보고도 어떻게 알아챘을까? 잠시 신기. 그리고 곧 갈등 시작. 아는 척을 해야 해, 말아야 해? 아는 척을 하는 순간, 20년도 넘는 시간동안 살아온 내 인생을 온통 보고하고 보여줘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말이다.   

먼저, 친구의 일상 및 주변인물들을 스캔한다. 남편님은 사업하는 것 같고, 올려놓은 짧막한 글들은 꽤 유머러스하다. 왠지 부럽네. 마냥 정직하고, 짧고, 실용적인 말씀만 하시는 울 남편님을 생각하니.ㅋ 아들과 딸이 있고 사는 모습은 꽤 풍족해 보인다. (헐... 나 뭐하고 있는 거지? 롤러코스터 여자편을 보고 배꼽을 잡는 이유와 연관이 있지 않을까 싶다만.-..-) 

사실, 나는 그 아이 소식을 드문드문 알고 있었다. 국문과에 진학하고 이후에 통번역대학원에 가서 동시통역을 하고 있단 것 정도. 고만고만하던 친구가 객관적으로 볼때 나보다 훨씬 성공한(?) 것 같은 입지에 있는 것 같아, 왠지 내가 찌부러드는 듯한 느낌은 어쩔 수 없다. 그렇다고 내가 대단히 모자란 생활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이런 허영은 어디서 오는 걸까. 그렇다고 그 아이가 쭈구렁 밥통으로 살고 있다면 그 기분도 좋지는 않을텐데. 내가 참 우습다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갈등 중이네. 응?....  ;)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진주 2011-09-15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페이스북 안 합니다. 앞으로도 할 생각 별로 없구여...
너무 까발라지는 것 싫거든요.
보고 싶은 사람이 있어도...그저, 그 사람 어떻게 사나-하면서
궁금해 하는 게 더 아름답게 느껴져요.
저는 구닥다리 아날로그형 잉간인가봐요. 그게 좋아요^^

북극곰 2011-09-19 14:00   좋아요 0 | URL
저도 아날로그랑 훨씬 친해요. ^^ 진주님, 추석 잘 보내셨죠? 전 연휴에 이어서 쭉 쉬었는데, 휴가가 넘 빡셌던지 다시 또 감기몸살이에요. 건강조심하세요.
 

 

1. 토요일, 장기하 콘서트를 다녀왔다. 난 좀 유행하는 음악에 늦되는 경향이 있어, 한창 장기하 노래가 방송에서 난리를 칠 때는 그냥 좀 특이한 아이들이네 했다. 올해 들어서 1집을 우연히 듣게 됐는데 <싸구려 커피...> 와 <달이 차오른다> 말고도 다른 노래들이 하나같이 다 너무 좋은거다.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너무 잘 써냈다. 몇 달 동안 내내 그 노래만 귀에 꽂고 다녔다. 이번엔 2집 발매기념으로 콘서트를 한다는데, 물론 내가 알고 했을 리는 없고, 회사에서 만난 후배녀석들이 맞춤하게도 장기하 팬이었던 거다. 그리고 손빠른 후배녀석들 덕에 그나마 앞에서 10번째 안에 드는 자리를 예매하고 잘 놀다왔다.  

"언닌, 답답해서 통로쪽 자리면 좋겠다고 하더니, (딱 중간에 앉아서)  나보다 더 방방 뛰고 있드라. 것두 난 운동화라도 신었지 언닌 구두신고 완전 신나셨어?" 겸연쩍은 "하하하" 

9시가 되어 마치고 나오는데, 이맘때쯤 딱 좋은 시원한 초여름 바람. 많이 바뀐 이대 정원?에 앉아 쉬다 왔다. 문득, 20대가 부럽단 생각이 들었다. 20대로 다시 돌아가겠냐고 하면 항상 '아니'라고 했는데, 그 날 밤은 문득 20대로 돌아가도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요 청년들의 2집을 다시 귀에 꽂고 있다.   

 

2. 같은 날. 내 가방엔 현경이의 생일선물이 들어 있었다. 5월 현경이의 생일날, 묭이랑 다같이 만났었다. 생일겸 만나서 얼굴보자고. 근데 나는 또 뻔뻔스럽게도 아무것도 안 가지고 나갔다. 선물을 미처! 준비 못했으므로.ㅎㅎ 그래서 요번에 만나면 줘야지 했는데... 것두 미루고 미루고 하다가 토욜 4시 약속인데 12시에 택배로 받아서 부랴부랴 들고 갔네 그랴.  

투명핑크빛, 탁한 하늘빛 메니큐어, 그리고 base coat, top coat를 세트로. 암만 생일선물이래도 한 사람만 몰아 주기가 왠지 서운해서 나랑 묭이 것도 하나씩, 투명핑크를 나눠가졌다. 현경이가 좋아하는 모습도 기뻤지만, 생각지 못했던 묭이가 같이 기뻐하는 모습에 나도 덩달이 기분이 좋아졌다.   

 

3. 같은 날. 오삼년 벼르던 안경테를 바꿨다. 눈이 나쁜 관계로 혼자 안경테를 고르려면 거울 가까이 가야만 보이고, 멀리서 보이는 모습이 잘 안보여서 어떤 걸 쓰던 대충 예뻐보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안경테를 바꿀때는 꼭 누군가를 대동해야 하는데, 우리 남편님의 취향은 내가 불신하는 경향이 있고, 안경을 안 쓰시는 친구분들은 또 자신없어하는 아이템이기도 하여 은근 고르기가 쉽지 않았다. 토욜에 만난 두 친구분은 그런 눈치 좀 안 봐도 되는 분인데다 안목도 좀 믿음이 가시고, 묭은 덩달아 안경테를 보고싶다고 하니 편한 맘으로 안경점으로 고고. 나는 좀 동그랗고 좀 더 커다란 까만 테로, 묭이는 완전 똥그란 샤이니 자주빛으로 바꿨다. 안경만으로도 조금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아 기분 좋다.  

여러모로 좋은 날이네. ^_^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꿈꾸는섬 2011-06-20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기하콘서트 다녀오셨군요. 정말 신나셨겠어요. 저도 처음엔 시큰둥했는데 다시 들어보니 좋더라구요.^^

북극곰 2011-06-21 08:37   좋아요 0 | URL
이런 외출이 얼마만인지..아주 상쾌했어요! 오늘도 역시 너무 더워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꿈섬님.
 

하는 일이 산으로 간다. 얼척없이 지방으로 출장을 가서 당치도 않은 일을, 분노스러운 맘을 누르고 아침부터 밤까지 또 아침부터 밤까지 미친듯이 했다. 남겨놓고 온 아이들한테도 미안하고 아이들은 또 아이들대로 한 시간이 멀다하고 문자로 전화로 울분을 토해내다 울먹대기까지 한다.팀장은 팀장대로 윗분들 사이에서 스트레스가 만빵이다.    

방향을 잘못 잡으면 이 사단이 나는구나. 한분의 판단미스로 이 무슨 난리법석이람. 뭐 당신 회사니 말아잡수셔도 할말은 없다만. 좀 행복하게 일합시다...싶은 거지. 우리 부문장은 진행하고 있는 일이 바닥을 보여야, 오너도 그걸 직접 보시고 방향을 틀거고, 혹시 그 때가서도 그 길을 고집한다면 그건 오너의 선택이니 어쩔 수 없다며 지금으로썬 그 바닥을 보여주는 일이 신속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하는데. 그러니 그야말로, 바닥을 향해 일하는 우리의 심정은 뭐냐며. 게다가 그 바닥은 어느정도까지 보여줘야 수긍을 할 꺼냐며.  

어느 정도 연배가 되고, 내 퇴사할 년도까지 대충 맘속으로 어림잡고 나니, 예전만큼 일에 그다지 애정이 있지도 의욕이 넘치지도 않았지만, 최소한의 책임감을 갖고 일하고 싶었다만. 이건 뭐.... 어쩌라는 건지.  

어제 새삼스럽게 '정약용의 지식경영법'을 보는데 딱이다 싶었다. 큰줄기를 잡지 못하고, 작은 정보 하나에 매여서 큰 일을 그르치는 일. 지도와 나침반이 잘못된 채 나가가는 일. 이처럼 어리석은 일이 또 있을까? 정약용은 18년 유배생활동안 수백권의 책을 저술했다는데, 지금 우린 올해 5개월을 여러 명이 한권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답답하다. 한 몇년만에 회사꿈을 연속으로 이틀을 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우리는 느리게 걷자 걷자 걷자. 

그렇게 빨리 가다가는 죽을 만큼 뛰다가는  

아, 사뿐히 지나가는 예쁜 고양이  

한 마리도 못보고 지나치겠네 

우리는 느리게 걷자 걷자 걷자  

우리는 느리게 걷자 걷자 걷자 

점심 때쯤 슬슬 일어나 가벼운 키스로 하루를 시작하고 

양말을 빨아 잘 짜 널어놓고 햇빛 창가에서 차를 마셔보자 

우리는 느리게 걷자걷자걷자 

우리는 느리게 걷자걷자걷자 

그렇게 빨리 가다가는 죽을 만큼 뛰다가는  

아, 사뿐히 지나가는 예쁜 고양이  

한 마리도 못 보고 지나치겠네.  

우리는 느리게 걷자 걷자 걷자 

우리는 느리게 걷자 걷자 걷자 

채찍을 든 도깨비같은 시뻘건 아저씨가 눈을 부라려도 

아, 적어도 나는 이제 뭐라 안해.  

아, 그저 잠시  앉았다 가면 돼.  

우리는 느리게 걷자 걷자 걷자.

우리는 느리게 걷자 걷자 걷자. 

 

<장기하와 얼굴들, 느리게 걷자> 

 

주문처럼 되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생일. 올핸 어쩐지 맘이 심란하네. 항상 일등으로 축하문자를 보내주던 후배녀석이 올해는 잊었나보다. 오늘까지도 암말이 없다. 날짜 챙기는데는 귀신인 녀석인데. 왠지 그 전에 연락못해서 그 녀석 맘을 상하게 한 게 아직까지 남아 있는건가 싶어 맘이 쓰인다. 생일을 뭐 꼭 그 날 챙겨야 하나 싶었는데, 막상 그렇지만도 않구나 싶다. 오래된 회사친구들이랑 같이 밥을 먹었는데 고마웠다. 곰아, 나이들수록 이런 거 빼먹으면 서운해지는 거냐...  앞으론 다들 잘 챙겨줘야겠네,라는 새로운 다짐. 

나를 안 이후로 한 번도 잊지않고 축하 메세지를 남겨준다. 아직 잊지 않았다고 유세=.=;라도 하듯. 벌써 17번째다. 마음이 아리네. 누구에게나 남는 사람은 있대. 이렇게. 어제 임재범의 "너를 위해"를 듣다가 울었다. 이런 감정은 도대체 죽을 때까지 가는 걸까?
  

같은 고등학교를 나온 대학동창이 우연히 고등학교 친구를 만났다는데 그 아이가 나 덕분에 힘든 고3 생활을 잘 견뎠다고 했단다. 사실, 그 친구 이름조차 가물가물했지만 왠지 그 말을 듣는데 눈물이 찔끔났다. 난 항상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 편하게 해주는 사람, 잘 웃는 사람이었는데 지금의 나는 한껏 날이 서 있고 비아냥과 시니컬한 어투가 몸에 배여있다. 더불어  썩소도. 사실 남의 말 잘들어주고 편하게 해주고 하는 사람이 나의 이상적인 인간상은 아니지만, 어쨌든 그런 역할이 더 이상은 내게 안 맞는 옷같다. 그런 말조차 낯설다. 내가 변할걸까? 지금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올해가 되니, 살아온 지난 시간에 대한 생각보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물음에 머무르는 시간이 훨씬 길어졌다. 아직 가지 않은 길을 생각할 때.  

그래도 많이 고맙다. 그대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