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은 흔히 '진보' 혹은 '보수' 가 옳고 그름을 가르는 가치라고 착각한다. 이런 착각은 주로 전자에게서 많이 나타나는데, 그들은 자신이 진보적이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종종 진보적인 '척' 하는 실수를 범한다.

- 하지만, 진보와 보수는 정치적 성향을 나타내는 분류일 뿐, 강박관념을 가져야 할 도덕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즉, 비도덕적인 진보와 도덕적인 보수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 진보든 보수든, 한정된 권력을 적절하게 배분해야 하는 '정치적 이상' 을 목표로 한다. 보수는 현존하는 정치제도가 가장 합리적이라 주장하는 세력이고, 진보는 그것은 극복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세력일 뿐이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 진보와 보수의 도덕성은, 정치적 주장과 정치적 행동 사이의 시간과 권력의 차이가 발생하는 대의제 사회에서만 문제가 되는데, 왜냐하면, 직접 민주주의 사회라면 정치적 주장과 도덕성 사이의 시간적인 괴리는 없기 때문이다.

- 결국, 대의제 사회의 정치적 인간의 비도덕성이란, 자신의 정치적 이상을 '추구'하지 않고 '이용'한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비도덕적인 진보는 <혁명을 팝니다>가 지적했듯이, 자신을 차별화하기 위해 정치적 이상을 이용하고, 비도덕적인 보수는 현재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정치적 이상을 이용한다.

- 권력을 잡는 순간, 대의제 사회에서의 괴리는 사라진다. 그리고, 검증된다. 이것이 비도덕적인 보수 보다 비도덕적인 진보가 더 적어보이는 이유이다. 그리고, 확률적으로 보건대, 보수 혹은 진보 한 쪽이 도덕적으로 더 훌륭해야 할 이유 같은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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긁적 2007-10-04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이런 당연하고 간단한게 무시당하는 현실이 슬프군요.

sb 2007-10-04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
 

(출처: 한겨레)

우리 굿에 한바탕 미쳐보자. 우리 굿과 굿음악으로 삶의 응어리를 풀고 무박 2일간 밤새워 미쳐보는 ‘한국판 우드스탁’ 굿페스티벌이 벌어진다. 경기문화재단(대표이사 권영빈)이 창립 10년을 맞아 14~16일 경기도 수원과 의정부에서 굿연구소 주관으로 펼치는 굿음악제이다.

걸쭉한 굿판과 대중음악이 한바탕 난장을 벌이는 ‘굿 음악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15일 오후 2시부터 16일 새벽 5시까지 의정부시청 앞 잔디마당에서 무박2일로 펼치는 ‘소리굿 난장’. 경기도당굿·강릉단오굿·전라도 씻김굿·황해도굿 등 우리 굿과 시나위·경기소리·정가 등 굿음악의 진수를 맛보며 재즈·락·칸초네·샹송·퓨전음악 등 대중음악과 어떻게 어울리는지도 비교해볼 수 있다.

시나위 전문소리꾼(윤호세·추정현·신현식)들의 봉짝 시나위, 경기소리단체인 신시예술단(이강근·김명수·백영춘·이완수·이두영)이 경기소리 창법으로 부르는 칸소네와 팝송 공연 등 강호의 고수들의 퓨전 콘서트가 흥미를 자아낸다. 또 재즈 아티스트 강태환(알토섹소폰)·박재천(퍼커션)·미연(피아노)과 전통연주자 강은일(해금)·채수정(전라도 씻김굿) 등이 우리 전통 씻김굿을 재즈버전으로 들려주고 한국 락밴드의 이단아 크라잉넛이 기분나면 굿음악을 편곡해 연주한다. 더불어 고주방전통주연구소에서 전통제조법으로 담근 전통주를 맛보고 신점·육효점·타루점 등 신통방통한 쪽집게들에게 운세를 들어보는 재미도 있다.

14일 오후 2시부터 수원 문화의전당 야외공연장에서 벌어지는 황해도굿 양식의 ‘운맞이 대동굿’은 굿 애호가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진짜 굿’이다. 큰 무당 김매물 만신과 황해도굿한뜻계보존회원 20여명이 7시간 동안 굿을 하기 전에 악을 울려 하늘과 땅에 알림과 동시에 주당 잡귀를 쫓아내 굿청을 깨끗하게 하려는 의식인 ‘신청울림’을 시작으로 신청울림, 세경돌이, 상산맞이, 초부정, 칠성, 영정, 타살, 작두, 열세왕, 뱅인영감, 대감, 뒷풀이 등 황해도굿 12판 전과정을 보여준다. 특히 김매물 만신이 시퍼런 작두날 위를 타고 춤을 추면서 온갖 액을 몰아내고 신으로부터 공수(신의 이야기)를 받는 ‘작두타기’는 이 굿의 고갱이. 굿판에서 정성으로 바친 통돼지는 굿이 벌어지는 동안 가마솥에 삶았다가 굿이 끝나면 굿판에 온 사람들과 나눠 먹으면서 대운을 기원한다.

박흥주(50) 굿연구소 소장은 “우리 굿과 굿음악이 지닌 예술적 측면을 널리 알려 현대 대중음악에 기여할 가능성을 찾아보는 자리이면서 현대인들의 삶의 앙금과 스트레스를 건전하게 풀어보는 대동놀이판”이라고 설명했다. 자세한 정보는 경기문화재단(www.ggcf.or.kr)과 굿연구소(www.kut.or.kr). (02)2653-5133.

정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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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겨레)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처럼 ‘시즌 드라마’가 자리를 잡게 될까? 문화방송이 30일부터 매주 일요일 밤 11시40분에 시즌 드라마를 편성한다. 미국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 〈24〉처럼 하나의 소재를 연결고리로 다양한 에피소드를 일정 기간 방영하는 방식이다.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 드라마 〈수사반장〉 〈일단 뛰어〉 등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형식은 있었지만 다양한 작품을 각 6~12회로 짧게 마무리한 뒤 시청자의 반응에 따라 다음 시즌을 제작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시즌 드라마는 미니시리즈의 장점인 연속성과 단막극의 신선함을 접목한 새로운 형식을 내세운다. 첫번째 작품 〈옥션하우스〉(극본 김남경, 진헌수, 권기경, 김미현 연출 손형석, 김대진, 이정효, 강대선)는 경매회사 ‘하이옥션’을 배경으로 펼치는 12가지 이야기다. 요즘 뜨는 직종이라는 광고를 보고 무작정 하이옥션에 지원한 차연수(윤소이)가 매회 주어진 임무를 수행해가며 경매 전문인 ‘스페셜리스트’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위작을 경매하는 실수를 저지른 뒤 공백기를 갖고 복귀한 국내 최고의 경매사 오윤재(정찬), ‘하이옥션’의 대표 경매사 민서린(김혜리) 등이 가세해 경매사의 전문성도 선보인다.

〈떨리는 가슴〉 때처럼 다양한 연출자와 작가가 손을 잡고 각 회를 꾸리는 점도 눈에 띈다. 문화방송은 박성수 피디, 이윤정 피디 등이 참여한 특집드라마 〈떨리는 가슴〉으로 실험성을 호평받은 바 있다. 〈옥션하우스〉에는 〈베스트극장〉에서 경험을 쌓은 신인 연출자 네 명과 작가 네 명이 회별로 휴먼, 수사, 멜로, 코믹 등 각자 취향에 맞는 장르를 토해낸다. 〈너네 호영이〉 〈로맨스 파파〉를 연출한 손형석 피디는 “스토리 라인과 소재, 주제 등 큰 줄기를 함께 정한 다음 각 회별로 작가와 피디의 특성을 살리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시즌 드라마는 미국, 일본처럼 주 1회 편성으로 시간에 쫓기는 우리나라 제작 환경을 좀더 느슨하게 풀어줄 것으로도 기대를 모은다. 그러나 얼마만큼 시청자 몰이를 할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문화방송은 이 시간대 방영하던 〈베스트극장〉을 비용 대비 수익률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폐지한 바 있다. 〈베스트극장〉과 같은 시간대에 같은 제작비를 들인 시즌 드라마 역시 시청률에 따라 폐지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도 있다. 또 갈래와 내용을 모두 끌어가기에 적절한 직업군을 찾아야 하는 탓에 제작비 협찬 등의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에 대해 손 피디는 “수익과 시청률을 장담할 순 없지만 〈베스트극장〉의 실험성과 작품성 못잖은 제대로 된 드라마를 만들겠다”며 제작비 협찬에 대해서는 “방송국 본사에서 제작하는 드라마라 외주제작과는 다르게 협찬을 엄격하게 제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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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겨레)
 
<하얀거탑>, <쩐의 전쟁>, <커피프린스 1호점>…. 2007년 상반기에도 만화와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들이 잇따라 성공하자 드라마 제작사들이 원작 판권을 선점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원작확보 경쟁의 최전선 장르는 만화이다. 인기만화 원작의 드라마는 흥행 보증수표로 널리 알려졌다. <다모>, <풀하우스> <궁>처럼 “인기만화 원작 드라마는 절대 실패하지 않는다”는 속설에 힘입어 <식객>(허영만) <기생이야기>(김동화) <일지매>(고우영) <오디션>(천계영) <지옥의 링>(이현세) 등의 인기작들도 줄줄이 드라마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박인권의 <대물>, 강풀의 <순정만화> <타이밍> 등도 제작을 기다리고 있다. 이 가운데 허영만, 원수연·박인권·강풀 작가 등은 작품마다 대부분 판권계약이 되어 있거나 진행중이며, 연재를 시작할 때부터 입도선매 제안이 오고간다.

일본만화는 더욱 경쟁이 치열하다. 일본 최고의 인기작인 <꽃보다 남자>와 <노다메 칸타빌레>는 3~4개 제작사가 한국판권을 놓고 경쟁을 벌여왔다. 최근 계약 대상이 좁혀지자 다른 제작사들은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을 두고 다시 경쟁한다는 후문이다. 채널 티브이엔의 김지연 기획프로듀서는 “시제이 미디어가 일본에 에이전시를 두고 원작 확보에 나서는 등 대형 제작사들이 판권 확보에 주력한다”며 “그러나 일본이 최근에는 자국에서 영상화가 되지 않은 만화의 원작은 외국에 영상화 판권을 팔지 않는 추세”라며 원작의 보호장벽이 높아지고 있음을 전했다. 
 
로맨스소설은 드라마 원작확보 경쟁의 최대 수혜 장르이다. <커피프린스 1호점>이 드라마 방영기간 동안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1만명이 못되는 독자에게 의존했던 로맨스소설이 독자층을 확대하는 기회이다. 제작사로서도 로맨스소설은 <단팥빵> <내이름은 김삼순> <포도밭 그사나이>처럼 젊은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저력을 지녀 기대되는 장르다. 로맨스소설 인기작가인 이현수·현고운·진수현 작가들의 열대여섯 편 작품 전부가 이미 판권계약이 끝난 상태라고 한다. 파란미디어 박대일 편집장은 “장르드라마가 대세인지 최근 드라마 제작사들은 독특한 소재를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남장여자를 주인공으로 한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경찰부부의 이야기를 담은 <우리 방금 이혼했어요> 등이 빠르게 팔렸다”고 전했다.

그러나 판권계약이 됐다고 하더라도 소재 선점을 위해 경쟁적으로 사들였던 원작의 앞날은 알 수가 없다. 김지연 프로듀서는 “유명 원작을 먼저 확보할 의도만으로 사들이는 바람에 오히려 흐름을 놓치기도 한다”며 “몇 년이 지나도 영상화가 안 되면서 콘텐츠의 생명력이 시들어버리는 일이 부지기수”라고 했다. 올리브나인의 김현주 기획팀장은 “계약된 콘텐츠의 10%도 제작되고 있지 못하다”며 “제작사들은 저렴하고 소소한 콘텐츠를 다량 보유하고 있지만, 방송사들은 오히려 미니시리즈 길이를 넘는 30부작 이상의 대작을 뽑아낼 수 있는 원작을 선호한다”고 했다. 따라서 판권 경쟁은 갈수록 더 치열해지겠지만 ‘일단 계약하고 보자’에서 벗어나 똘똘한 대작 하나를 골라 영화·드라마·공연 등에 다양하게 활용하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원작시장의 화두는 앞으로 ‘소재 선점’에서 ‘원작 활용’으로 옮겨갈 전망이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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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봉했을 즈음에는 보고싶지 않았다. 아니, 적어도 보고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아무런 영화적 상상도 덧붙이지 않고, (대개는 비극인) 역사적 사건을 그대로 재연하는 것 만으로 눈물장사를 하는건, 왠지 역사를 희화화한다는 느낌이었다. 역사는 둘째로 치고, 제도적으로도 전혀 책임이 끝나지 않은 사건인 바에야 더더욱.

- 영화가 절찬리에 상영중이고, 특히 중고등학생들이 단체로 관람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을 때, 애써 시큰둥하려했다. 하지만, 영화를 두고 한 평론가(그의 직업은 본래 소설가라더라.)와 제작자 사이에서 공방전이 벌어지고, 김지훈 감독의 인터뷰를 읽으면서, 결국은 이렇게 보게된다. 
"요즘은 역사물이 좀처럼 개봉하지 않는다." 면서, <라파예트>는 애써 못본 척 한다.

- 사실, 정말 짜증나는건 전혀 진지하지 않은 내 태도였다. 현실에 대한 불만을 애꿎게 영화에 쏟아내는 비겁한 태도 말이다. 영화가 제작되어 상영되지 않았다면, 꺼내지도 않았을 얘기들을.
단 하루를 제외하고 1년에 몇 일이나 80년 광주를 생각했는가. 
영화는 영화다. 상업영화을 선택해 본 사람이 영화의 상업성을 비판하는건, 잘못된건 아니지만 적어도 비겁하다. 생각보다 80년 광주에 대한 영상물이나 기록은 제도권 비제도권 불문하고 많지 않은가. 제 돈 내고 제가 고른게 분명하다면, 그 왜 한겨레 <이에스씨>에 실리는 것 같은 대차대조표나 만들어보자.

- 장면 하나. 평화로운 광주?

하도 말들이 많길래 얼마나 평화롭게 그렸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창문을 열어놓고 가로수길을 달리는 장면이나, 한 집에 모여 <전설의 고향>을 시청하는 모습이 '지나치게' 평화로운건 아니다.

- 장면 둘. 예비역 대령 박흥수.

박흥수는 영화 <화려한 휴가>에서 없어서는 안될 인물이지만, 역설적으로 그야말로 영화적 흥분을 떨어뜨린다. 공수부대를 투입한 전두환과 공수부대장을 충분히 아는 퇴역군인이자, 민우와 인봉이 일하는 택시회사 사장이자, 민우가 좋아하는 신애의 아버지이자, 광주 시민군들의 대장인 것이다. 그는 너무 많은 관계를 혼자 쥐고 있다.

- 장면 셋. 5월 18일 전남대학교 앞, 그리고 영화관.

신애가 민우와의 첫 번째 데이트를 위해서 버스를 타고 가다가 전남대학교 앞의 시위대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장면. 내가 역사물을 좋아하는 이유는, 사실 이런 평범한 장면에 있다. 사건 자체만 너무 부각된 나머지, 정작 내 자신의 상상력에서 벗어났던 것들이 다시 제자리를 찾는다.
이를테면 우리는, 5월 18일 대학생 시위대가 전남대학교 정문에서 집회를 열었고, 공수부대가 폭력적으로 진압했다는 사실은 알지만, 정작 전남대학교 정문 뒤의 더 많은 광주를 잘 모르는 경향이 있다. 
영화 <화려한 휴가>가 드라마 <모래시계>나 책 <윤상원 평전>과 다를 수 있는 이유는 거기에 있다. 영화는, 좁지만 섬세하다.

- 장면 다섯. 5월 22일 도청 앞.

사실, 정작 비판을 받아야 할 장면은 여기에 있다. "5월 21일 계엄군이 퇴각한 이후, 시민군들은 왜 집 대신 광주도청을 선택했는가?" 라는 아주 상식적인 질문에 영화는 답하지 않는다. 대답을 해야 할 수습위원회와 시민군 지도부 사이의 갈등은 영화에 거의 등장하지 않았고, 수습위원회의 대표로 나오는 김 신부가, 마지막에 마지막 밤 도청으로 찾아오면서 그나마 무마된다.
물론, 인터뷰에서 밝힌 것 처럼, 김지훈 감독은 영화가 정치적 논쟁에 휘말리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영화가 무엇을 어떻게 표현하는가 하는 것은 감독과 제작자의 자유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현실을 왜곡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있을 때이다.

쉽게 말해, 수습위원회가 등장하고 등장하지 않고는 상관 없지만, 수습위원이 도청으로 찾아가는건 문제가 된다. 문제는 김 신부다. 실제, 수습위원회와 시민군 지도부 사이의 갈등은 도청에서의 마지막 전투에서 무척 중요하다. 신부 교수와 같은, 사회 지도층 인사로 구성된 수습위원회는 광주지역을 관할하는 계엄사령부와 협상을 하려했고, 영화에서와는 달리 협상은 이루어졌다. 수습위원회가 시민군의 무기를 반납할 것을 약속했을 때, 갈등은 시작되었다.

수습위원회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결과적으로 그들의 협상은 시민군이 '폭도' 라는 것을 대내적으로 인정하는 모양새를 만들었고,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데에 대한 책임자 처벌과 보상은 커녕, 폭도라는 누명까지 뒤집어 쓴 시민군들을 도청에 남아있게 만들었다. 영화에서처럼, 그 때 광주 거리는 암흑과 그 보다 더 짙은 침묵 속에 쌓여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시민군은 외쳤을 것이다. "광주 시민 여러분, 우리를 잊지 말아주십시요." 라고.

물론, 영화 <화려한 휴가>는 이것에 대해 말할 의무나 책임이 전혀 없다. 하지만, 일단 말하기로 결정했다면, 왜곡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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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주나무 2007-09-02 0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격론'을 벌였어야 하는 영화는 '디워'가 아니라 '화려한..'이라고 생각해. 마치 이명박이 '탈레반' 국면 때문에 검증 국면을 물타기할 수 있었던 것처럼, 디워 국면에서 화려한에 대한 비판이 적었고, 프레임에서 벗어났다는 것은 그 자체로 썩 개운치 않은 일이야.
좋은 생각거리를 환기해줘서 고마워^^

sb 2007-09-02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로 관심은 없지만, <디 워> 논쟁 지켜보면 좀 답답해요. 일개 영화에 대한 평을 두고, 무슨 합의라도 이루려는 것 처럼 보여서. 재밌는 사람도 있고, 재미없는 사람도 있고, 이런 관점으로 평가하는 사람도 있고, 저런 관점으로 평가하는 사람도 있는건데.

혹자는 영화 평론가들에 대한 비판을 하기도 했지만, 그들이 대중적인 책임감을 가져야 할 정치인도 아닌데, 마음에 들지 않는 평론을 굳이 읽어가며 비판할 이유가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