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한겨레)

십대들에게 1년간 시험이 없는 학교, 놀아도 괜찮다고 말하는 부모님, 시험시간에 문제풀이를 참견하는 선생님이 있는 세상이 있을까? 상상 속에나 가능한 세상이 세계 저편에는 있다.

문화방송 신년기획 교육 3부작 <열다섯살, 꿈의 교실>은 아일랜드, 핀란드, 영국, 스웨덴과 우리나라의 열다섯살 아이들의 삶을 비교한다. 지난 12일에 방영된 1부 ‘1년쯤 놀아도 괜찮아’와 19일 방영된 ‘꼴찌라도 괜찮아’는 학구열이 높은 아일랜드와 핀란드 아이들의 수업풍경을 담았다.

아일랜드는 유럽에서도 드물게 입시학원이 있을 만큼 학구열이 높고, 핀란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관하는 학업 성취도 조사인 피사(PISA)에서 세 차례나 1위를 한 나라이다.

아일랜드 아이들은 특별학년이라고 해서 1년간 공부에 대한 부담없이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미리 체험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대입시험 전에 쉬어가는 일종의 ‘학생 안식년’으로 아이들은 이 때가 가장 바쁜 한 해라고 할 만큼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아 경험하기 바쁘다.

점수는 있어도 등급이 없는 성적표를 받는 핀란드 아이들은 학업이 뒤처져 특별 수업을 받아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더 쉽게 배울 수 있어 즐겁다는 분위기다. 프로그램을 연출한 유현 피디는 “방송을 보고 아일랜드의 교육정책이 부러워 이민을 가야겠단 생각을 한 부모도 있겠지만 아이들에게 자유를 주는 여행을 보내자고 생각한 부모도 있을 것”이라면서 “어떤 좋은 교육 제도를 도입하자는 게 아니라 신념처럼 생각하는 교육의 틀을 깨는 사고의 전환이 먼저 필요하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제작진은 공부 잘 하는 법을 보여주거나 제도권 밖의 대안학교를 주목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고정관념을 깬 발상의 전환을 요구한다. 즉 평준화냐 수월성 교육이냐 등 제도나 교육정책에서 벗어나 아이들에게 꿈을 꿀 수 있는 자유를 주라고 말한다. 공부의 목적을 잊지 말자는 것이다. 130여개가 넘게 올라온 시청 후기에서 가장 열띤 반응을 보인 사람들은 중·고등학생들이다. “13~19살, 인생에 한 번밖에 없는 시기에 지구 한 편에서는 행복한 마음으로 잠을 자고 어느 한 편에서는 24시간 가운데 20시간을 의자에 앉아 있습니다. 내가 이렇게 공부해서 정말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요? 행복한 삶을 위해서라면 우선 10대를 포기해야 하는 것일까요?”(중학생 김정화)

26일 밤 11시40분에 방영될 3부 ‘꿈을 꿔도 괜찮아’는 세계 교육현장에서 이미 현실이 되어 있는 ‘꿈의 교실’을 보여준다. 행복한 아이들이 창의력도 높다는 사실에 주목하며 우리 사회에 고정관념을 벗어난 수업을 꿈꾸고 상상하라고 말한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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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배웠다는 어떤 이들은 논쟁한다. 가치가 중요한건 알겠지만, 배고픈 세상에 가치 같은건 필요없다나.

ㅎㅎ 이명박의 '경제성장 747' 슬로건은 가치가 아니고, 권영길의 '무상의료 무상교육', 금민의 '사회주의'가 가치고 이념이라는건 넌센스다.

당신, 좀 멍청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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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털털하고 솔직한, 공미연 감독님의 작품. 영화는 이스라엘 점령지구의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자이툰 파병 부대원들을 두 축으로 전개된다. 한 쪽은 분노 속에서 저항하거나 인내하고 있었고, 한 쪽은 경험 속에서 갈등하거나 인정하고 있었다. 

- 감독님은 상영 이후 '관객과의 대화' 속에서, 이번 작품이 반전 영화가 아니라고 밝혔다. 제목이 이미 보여주고 있듯이, 영화는 느낌표가 아니라 물음표로 끝을 맺었다. "파병이 꼭 나쁜 것 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 라던 감독님은, 제목을 채우지 않은 것이 아니라, 채우지 못한 것일 지도 모른다.

- 이것이 혹 필연적인 귀결은 아니었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영화에 등장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나 파병 부대원들에게, 전쟁은 '질문'이 될 수 없다. 그들에게 전쟁은 '조건'이다. 전쟁이 이미 주어진 조건인 이상, 그들에게 강요된 선택의 폭은 너무나 협소하다. (물론, 자이툰 파병은 지원제였지만, 한 발 양보해서.)
인터뷰에 참여한 파병 부대원들이 공통적으로 내놓은 대답 중 하나가, "어쩔 수 없다." 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양자택일의 객관식으로 대답자의 생각을 온전히 알아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한 팔레스타인 사람은 이렇게 대답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은, 불편함을 감수하며 여기에서 생을 마감하든지, 아니면 난민으로 떠도는 것 뿐이다. 그리고, 우리는 여기 남는 것을 선택했다. 이것이 난민의 삶 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의 파병 부대원은 말한다. "전장에서 인간은 존엄하지 않다."

-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개인이 책임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개인을 압박하는 전쟁이라는 조건 역시, 또 다른 개인들이 만들어 낸 것일테니까. 다만, 책임을 찾는 방식이 문제다. 그것이 오롯이 개인의 신념이나 가치판단에 따른 결과는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전장에서 나는.." 이라는 닫힌 질문 대신, "전쟁을 막기 위해 나는.." 이라는 열린 질문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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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겨레)

■ 1990년 = 장편 극영화 <파업전야>(감독 이은 장동홍 장윤현)는 도둑 상영을 했다. 노동자의 현실을 그린 이 영화를 정부가 상영하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상영장은 최루탄 탓에 눈물로 얼룩지기 일쑤였지만 어김없이 긴 줄이 늘어섰다. 그렇게 30만명이 이 영화를 봤다.

■ 1995년 = <낮은 목소리>(감독 변영주)가 한국 다큐멘터리로는 처음으로 극장에 걸렸다. 제작진은 필름 값을 구하려고 ‘백피트 회원’을 모집했다. 관객이 제작자인 이 영화의 마지막엔 수많은 회원들의 이름이 올라간다. 이 작품으로 사람들은 일본군 위안부로 착취당했던 할머니들을 기억하게 됐다.

■ 2000년 = “독립영화도 재미있구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감독 류승완)가 나왔을 때 관객의 반응은 이랬다. 반응이 뜨거워 16㎜짜리 단편 4편을 35㎜로 바꾸고 이어 붙여 극장에서 개봉했다. 독립영화는 공부하는 마음으로 봐야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액션이란 장르의 특성을 화끈하게 살리며 관객층을 넓혔다.

■ 2007년 = 서울 종로구 중앙시네마 3관, 일반석 154석, 장애인석 2석, 독립영화를 눈치 안 보고 틀 공간이 생겼다. 한국독립영화협회가 운영하는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가 8일 문을 열었다. 제작비 1억원 남짓의 저예산 한국 장편 독립영화를 틀며, 관객이 안 들어도 한 편당 2주 상영을 보장한다.

한국에서 한 해 만들어지는 제작비 1억원 규모의 장편 독립영화는 40여편이다. 이 가운데 개봉되는 영화는 5~6편뿐이다. 전용관이 생기면 17편 정도가 관객을 만날 기회를 얻게 된다. 그래서 2000년부터 독립영화계는 전용관 설립을 지원해달라고 꾸준히 요구해왔고 드디어 이번에 결실을 본 것이다. 

봉준호, 장윤현, 류승완 등 내로라하는 감독들도 독립영화부터 출발했다. 독립영화는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인력과 시도를 공급하는 바탕이다.

미지수이지만 희망은 있다. 올해 다큐멘터리 <우리학교>가 10만여명, 극영화 <후회하지 않아>가 4만여명을 모았다. 주류와는 다른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 관객층이 있다는 것이다. 원승환 인디스페이스 소장은 “시민단체나 각종 커뮤니티와 협력하고 누리꾼들이 함께 홍보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임대료·사업비 약 3억원을 보조하지만 운영비·인건비 등은 티켓을 팔아 벌어야 한다.

인디스페이스는 개관 기념으로 8~21일 <파업전야> <낮은 목소리 2> 등 한국 독립영화 역사 30여년을 개괄할 수 있는 33편을 상영한다. 마이너리티, 관객, 영화, 정치라는 열쇳말을 중심으로 삼은 ‘독립영화를 횡단하는 네 가지의 키워드’ 섹션, 2007년 지금 만들어진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소개하는 ‘독립영화, 아이엔지(ing)’, 실험영화, 독립애니메이션 등을 묶은 ‘독립영화와 친구들’ 섹션으로 구성했다.

인디스페이스말고도 또다른 독립영화 극장이 생긴다. 다음달 1일 독립·예술 영화를 주로 상영하는 극장 스폰지하우스가 서울 압구정, 명동에 이어 광화문에 문을 연다. 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 등도 같은 공간에 들어설 계획이다.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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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겨레)

엑스와이(XY) 염색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겉으로 보이는 남성의 성기를 가졌다면 진짜 남자일까? 이게 전부가 아니라면 과연 ‘완벽한 남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할까?

16일부터 3주간 화요일 밤 10시에 방송하는 한국방송(1TV) 대기획 〈남자의 몸〉 3부작은 남성 건강을 다룬 메디컬 다큐멘터리다. 남자는 무엇인지, 남자들이 왜 성(性)에 집착하는지 등 남자도 모르는 남자의 몸에 대한 과학적 접근을 시도한다.
여자의 일생 중 가장 크게 몸의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라는 사춘기와 중년기, 그리고 폐경기를 다뤘던 〈여성의 몸〉(2006년) 3부작에 이은 연속기획이다. 장성주 피디는 “여성이 생리, 임신, 폐경 등의 변화를 겪는 것과 달리 남성은 몸의 변화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남자에겐 생식이 아니라 성이 중점이 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1부 ‘남자의 증거’(16일)는 성 정체성을 다룬다. 취향이 아니라 태생적인 문제로 접근이다. 외관상으로 완벽한 남자지만 남자가 될 수 없는 남자, 남자가 되고 싶은 여자 등의 사례로 진짜 남자가 되려면 뇌에서의 성 정체성 확립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살핀다.
네덜란드의 한 학자가 남녀 차이를 밝히기 위해 뇌 100개를 해부해 비교해봤더니 여자로 성전환한 남자의 뇌와 여자의 뇌가 같더라는 연구결과도 보여준다. 뇌가 겉으로 보이는 성의 상징 외에도 성을 결정하는 중요 요소임을 드러낸 결과다.

2부 ‘아담의 본능, 리비도’(23일)는 10대에서 70대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남자들이 털어놓는 솔직담백한 성 이야기를 담았다. 몽정, 부부 관계 등의 은밀한 이야기도 성 매커니즘으로 접근하면서 남자들이 성에 집착하는 이유를 들어본다. 나이가 들면 성욕이 없어질 거라는 일반인들의 생각과 달리 성생활은 종족번식의 차원을 떠나 남성의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었다. 나이가 들어도 성기능이 저하될 뿐 성욕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고령화 시대를 앞둔 우리 사회가 준비해야 할 또 하나의 과제다.

고개 숙인 남자들의 이야기인 3부 ‘제2의 사춘기, 갱년기’(30일)는 가정과 사회에서 소외된 40, 50대 남자들의 갱년기 탈출기를 그린다. 석달 정도 운동요법이나 호르몬 치료 같은 비뇨기과 치료를 꾸준히 받으면서 몸도 마음도 건강해진 중년 남성들의 행복 보고서를 촘촘히 써내려간다. 부부 관계, 나아가 가족 간의 유대 관계가 갱년기 극복의 명약이라는 사실도 다시 확인한다.

장성주 피디는 “남성에 대한 사회적 접근은 많아도 몸의 변화을 둘러싼 신체적 접근 자료들은 부족했다”면서 “지금이라도 남자들이 자신의 몸에 관심을 갖고 미래를 설계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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