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법규 사례연습 - 감정평가사 2차 시험대비, 2009
나채준 지음 / 리북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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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행정법리 중에서 공용수용과 관련한 내용만 추려, 사례를 통해 설명하는 책.
강병운 평가사는 수험 적합한 공부를 강조하면서, 다년차 수험생들이 필요 이상으로 행정법 공부에 빠져드는 경향이 있다고 얘기했는데, 확실히 재밌는 구석이 있었다. 상위법으로 올라갈수록 법문 보다는 법리가, 암기 보다는 이해가 중요하고, 적용 범위도 넓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얘기했듯, 감정평가사 시험은 사법고시나 행정고시가 아니며, 행정법리 자체를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개별법을 해석하고 적용하기 위해서 제한적으로 행정법리를 이용하는 것일 뿐이다. 따라서, 공부의 범위는 좁지만, 그만큼의 깊이가 요구된다. 즉, 행정법리 전체를 공부할 필요는 없지만, 필요한 법리는 개별법, 사례와 연결해서 공부해야 한다.

또한, 감정평가사 시험에서 행정법리가 요구되는, 소위 사례형 문제는 50~60%의 출제비중을 가지기 때문에, 나머지 40~50%에 해당하는 개별법의 단문형 문제를 균형 있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
모르긴 해도, 행정법리를 깊이 있게 공부한 수험생들이 번번이 낙방하는 것은, (1) 사례형 문제에 필요 이상으로 행정법리를 기술하는 것 (2) 단문형 문제를 소홀이 하는 것 때문일 것이다.

<보상법규사례연습>의 또 한가지 장점은 '검토' 부분인데, 학설과 판례를 서술한 후에, 한가지 입장에서 결론을 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나머지 입장에 따른 결론도 덧붙이고 있다. 시각적으로 답안이 풍부해 보이는 장점도 있지만, 서투르게 결론을 내리기보다 다양한 입장에서 판단해보는, 수험생의 미덕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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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제기에서 사안의 관련 쟁점을 모두 언급해야 합니다. 보통 문제의 10%가 배점되지만, 사실상 채점자의 심리적인 면에서는 그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채점방향과 기준에 대한 지침이 주어지기 때문에 쟁점이 아닌 내용에 대해서는 배점이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스스로 문제에도 없는 함정을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기본적인 행정법의 쟁점을 출제하거나 판례를 변형하여 출제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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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왜 인정받고 싶어하나 살림지식총서 159
이정은 지음 / 살림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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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의 철학인 '인정투쟁'을 쉽게 풀어 쓴 책. 오랜만에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고 골랐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욕구불만이 느껴질 때 어찌 해야 할 지, 내게 욕구불만을 가진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 지, 가끔은 난감해졌던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인정욕구가 있고, 서로의 인정욕구가 경합하는한 욕구불만도 따르기 마련이지만, 정도나 기준은 어디에 있는 걸까.

하지만, 인정욕구의 사회적 배경에 대해 더 잘 이해하게 됐을 뿐, 정작 어찌 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마땅한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이론 자체가, 개인간의 관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개인과 사회의 관계까지 확장시킨 것이라 필요 이상의 내용이 많았고, (해설서임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예시나 사례도 없어 읽기 힘들었다.
인정욕구의 연장으로, 지배욕구와 공허감의 개념은 좀 더 생각해 볼 개념들이다. 지배욕구가 인정욕구의 왜곡이라고 말하기는 쉽지만, 왜곡의 지점이 어디인지, 일상의 포인트를 짚어내는 것이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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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월 욕구는 대등 욕구에서 벗어나거나 대등 욕구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등 욕구의 이면이다. 그러나, 우월 욕구를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순수성이 상실되고 우월 욕구가 배태하는 '대등 욕구라는 이면이 망각'되는 경우가 생겨난다. 지배 욕구는 왜곡된 우월 욕구이다. 지배 욕구는 상호 인정을 이루지 못한 반쪽 인정이, 더 나아가 '인정의 상호 부인'이 일어나기 때문에 공허감에 휩싸인다."

"인간의 욕구가 타인을 억압하고 지배하는 구조로 변질되지 않도록 하려면, 상호 인정을 통해 보편성과 보편적 자기의식을 창출해야 한다. 참된 인정을 얻으려면 타인을 특수성을 지닌 존재로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그 속에서 나의 보편성을 직관할 수 있는 구체적 보편을 실현해야 한다."

"인정 욕구가 고통의 산실이라고 강조하기보다는, 오히려 고통을 해소할 수 있는 장치들을 마련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 욕구가 공동체 속에서 왜곡되거나 사회가 욕구를 왜곡하도록 만들 경우에는 자기의식적인 반성 능력을 발휘하여 왜곡을 당당하게 지적하고 왜곡을 용기 있게 거부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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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샤머니즘 : 한국적 환상과 리얼리티를 찾아서 살림지식총서 166
이종승 지음 / 살림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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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아껴 '얼른' 읽고싶었던 책. 이런 기분은 오랜만이었다.
스스로 충분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내용을 다루고 있고, 논지는 명확할 뿐만 아니라 돋보이는 문장으로 표현되며, 논거가 사실적이고 구체적이다.

이런 책들은, 장정일이 말했던 것 처럼, '단숨에' 읽을 수 밖에 없다.
또, 이종승의 문장은 얼마나 단정하고 아름다웠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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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머니즘은 인간의 영혼에 의해 상상된 일종의 정신 체계로서, 사유와 상상의 세계를 시청각적으로 구체화시킨 것이다."

"삶과 현실, 인간에게는 리얼리티로 설명하기에는 벅찬 빈구석이 있다. 판타스틱 영화는 이 빈터에 빛을 투사해서 정체를 밝히려 한다. 샤머니즘이 판타지와 조우하는 지점도 여기서 출발한다."

"알려진 것과 모르는 것, 그 사이에 인식의 문(Doors)이 있다." (윌리엄 블레이크)

"한국의 무(巫)에는 자연과 인간의 포용, 타종교와의 자연스런 융합, 집단과 집단의 조화가 녹아 있다. 그러나, 서양식 합리주의에 바탕을 둔 세계관이 자리잡는 근대의 과정에서 무의 전통은 함몰됐다."

"굿의 목적은 신을 즐겁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본래부터 예술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굿의 예술성은 연극적인 측면과 시각적인 측면으로 구성된다."

"서구 샤머니즘 영화에서 나타나는 대부분의 샤먼적 비전은 '자연이 가진 영혼의 힘'에 중점을 두었다. 이와는 달리 한국영화에서 무당의 비전은 '인간' 그 자체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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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쉬운 토지공개념
김윤상 지음 / 경북대학교출판부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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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세상에. 수 년 전에 읽었던 <소련의 해체와 그 이후의 동유럽> (크리스 하먼, 갈무리 1995) 이후로, 가장 가슴이 두근거렸던 책.
정치적 지향이 정반대임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감동을 받을 수 있었던 건, 양자 모두 시장만능주의의 맹점을 짚어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경제학과 도시계획학, 법학 전공자들이 주류인 부동산학계에서, 경북대 김윤상 교수는 보기 드문 조지스트(Henry George). 토지정책과 관련한 조지스트들의 주장은 간명한데, 토지 보유세제는 강화하고 거래세제(취득세, 양도세 등)은 없애자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비생산적 노력으로 인한 소득은 과세로 환수하고 생산적 노력으로 인한 소득은 그대로 두자는 것이고, 중언해서, 사람이 직접 생산하지 않은 것은 공유하고 직접 생산한 것은 사유하자는 것이다.

임대수익이나 매매차익은 환수하는 대신 토지 거래에 따르는 비용을 줄이면, 주거, 상업, 공업, 농업 본래의 실수요로 시장을 편성할 수 있고, 토지 시장의 가격조절기능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토지소유권이 사용, 수익, 처분, 세 가지로 구성된다고 할 때, 사용과 처분은 그대로 두고 수익만 제한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제한적 소유권'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토지사유제와 조금 다르고, 중국의 토지이용제와 많이 다르다.

세제로서 토지보유세의 우월성은 재정학, 조세론 분야에서 정설이라고 한다. 그러나, 정작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소수설에 머물러 있다.
그 왼 편에는 마르크스주의자들과 계획주의자들이 있고, 오른 편에는 시장주의자들이 있다. 시장주의자들과 조지스트의 차이점은, 사람의 노력과 별개로 존재하는 '자연자원의 완전한 사유'를 인정할 것인가에서만 다르다. 물론, 시장주의자들도 조지스트들도 똑같이 말한다. '시장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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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난 삼신할매
박흥주 지음 / 인디북(인디아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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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연구소 박흥주 선생님의 책. '굿의 현재'에 대한 선생님의 문제의식을 공유할 수 있어서 좋았고, 선생님이 답사를 다니면서 하나하나 기록한 내용이라 현장감이 있었다.
 
책의 절대적인 분량은 굿의 짜임새, 그리고 생활 양식에 남아 있는 삼신사상에 대한 것인데, 뚜렷한 체계나 목차 없이 엮여 있어 읽기엔 다소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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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제의식: 왜 굿인가

- 굿철학과 사상이 빠진 채 논의되고 시도된 예술로서의 굿, 그 결과물로서의 작품은 표피적인 양식론에 그쳤거나, 남의 미학을 동원하여 마음대로 요리했거나, 단지 소재나 활용 대상으로만 취급 당했을 가능성이 높다.

- 유교와 불교를 한국화시킨 것은 무교일 수밖에 없다. 무교와의 충돌과 타협, 그리고 창조적인 결합. 굿을 주목하는 이유다. 굿에 대한 접근은 과거로의 여행이 결코 아니다. 아무리 과학문명이 발달한다고 하여도 예측할 수 없는 불안감 때문에 뭔가에 의지하려는 심리. 오늘의 우리를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언어이자 인식체계이기도 하다.

- 좋은 것은 가리지 않고 다 가져다 내 것으로 만드는 감각과 생각. 죽음의 순간까지도 '수시변통'이었다. 조선시대의 유교식 장례의식도 냉정하게 분석해 본다면 전경환 선생의 장례의식처럼 굿적인 요소가 짬뽕처럼 뒤섞여 있지는 않았을까 라는 어쩌면 당연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격식과 예식이라는 것이 무엇이냐? 다 나를 위해 있어야 하는 것. 이것이면 어떻고 저것이면 어떠냐. 좋은 것이라니까 다 갖다 쓰면 안 되냐. 내가 새로 만들면 어떠하리. 남들도 좋아하면 그만이지. 근본에서 안 벗어나면 되는 것. 이치에 닿으면 그 또한 법."

- 장례식은 성당에서 치러졌으며, 천주교 묘원으로 운구차는 방향을 잡았다. 성도들이 망자를 위해 연도가를 끊기지 않게 불러 주었는데 그 운율이 충격적이었다. 서양 음악에 대한 훈련이나 경험이 없는 초기 기독교 신자 할머니들의 넋두리 같은 타령조 찬송가 억양이 그대로 살아 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인상이 강했다.

- 굿은 정성이다. 정성을 들이지 않고 굿은 이뤄질 수 없다. 온갖 잡다하고 복잡한 속세의 고민이나 일상사를 잠시나마 잊고 신령님만을 생각하면서 마음을 모으는 정성. 그 정성의 정점에 신령님은 현현하는 것이다.

- 사회와 집단의 질서와 운영을 위해 일상에서 금지되었던 도덕률과 법률이라는 금기도 함께 해제된 상태이니 그 질펀함과 신명은 말해 무엇 하겠는가. 질서를 위해 평소에는 억눌러야만 했던 짓거리를 공개적으로 다 함께, 일시에, 같은 자리에서 해치워 버릴 수 있다. 이 금기를 풀어 줌으로써 기대하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일상의 질서와 도덕의 확고하고도 더한 확립과 유지. 그래서 굿은 항상 공개적으로 행해진다. 신의 이름으로.

2. 굿의 현실

- 제대로 된 굿문화를 찾아보기 무척 어려워졌다. 특히 마을굿과 두레굿이 그러하다. 이미 두레굿은 사라져 버렸다. 개인 무당굿의 끈질긴 전승력과 재생산 현상과는 분명 대비된다. 생성 토대와 전승이 집단적이고 사회적인 마을굿이나 두레굿의 소멸은 그 의미가 단순할 수 없다. 다른 차원으로의 변신을 통해서라도 회생의 길로 접어들 수는 없을까, 그 희미한 기대감이 내겐 가슴 떨리는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연출되고 각색된 민속경연대회 형식의 재현 행사라면 안달이 나 찾아갈 필요가 없다. 수백 년 이어져 온 역사 현장, 그 생활 현장으로서의 마을굿을 봐야 한다.

3. 굿 제대로 알기

- 신라는 삼국을 통일하고서 해양 세력의 부흥과 발흥을 막기 위해 해안을 봉쇄했으며, 농본주의의 조선은 바다를 변방으로만 인식하였다. 우리 문화는 농촌문화뿐만 아니라 산촌문화와 어촌문화로 대별되는 해양문화가 적절히 결합돼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한반도는 삼면이 바다라는 점을 결코 망각해서는 안 된다. 인종, 기후, 건축구조물(마루), 음식문화(젓갈), 장례풍습(풍장) 등 어촌문화가 정당하게 인정을 받고 조망을 받아야 할 주요한 근거들이다. 해양문화와 대륙문화의 충돌과 조화가 만들어 낸 결과물이라는 관점에서 우리 문화를 다시 조명할 필요가 있다.

- 무굿의 구조는 여러 거리로 형성되어 있으며, 각 거리는 그 거리에 합당한 신을 모셔서 원하는 것을 해낸 다음에 신을 다시 돌려보내 드리는 구조를 갖는다. 거리는 연극으로 치면 '막'과 비슷한 개념으로 볼 수 있다. 12거리가 내용상 제각각 독립되어 있어, 연극으로 보면 옴니버스 스타일인 셈이다. 신복은 그 거리에서 모실 신의 성격과 실체를 드러내 주는 상징이자 신 자체이기도 하다.

- 정성과 염원을 강력하게 쏟아 부은 부적에 기가 전달되어 응축돼 있기에 사용자가 그 기를 받아들이려는 강렬한 믿음과 정성을 들이면 그 기를 흡수하여 원하는 바대로 변화를 줄 수 있다. 우리의 부적은 단순히 초조와 불안을 벗어나기 위한 심리적 안정을 기대하는 차원에 만족하지 않고, 우주자연과 생명의 원리라고 빋는 3과 삼신을 통해 나 스스로 원하는 바를 이룩해 나가는 주체적이면서 적극적인 방편이기도 하다. 미신이 되는지 훌륭한 방편이자 도구가 되는지는 여기에 달렸다.

- 성주님은 새집 주인이 모셔 들여야만 비로소 그 집안의 성주가 될 수 있다. 성주로서의 신격 부여, 성주 모시기는 사람의 선택과 의향에 크게 좌우된다는 뜻이다. 사람이 원하는 바와 상관없이 항상 존재하면서 영향력을 미치는 토지신과는 다른 점이다. 집이라는 구조물이 인간들의 창조물이듯이 성주의 성립도 인간의 의지에 달렸다.
성주님의 신체는 몇 가지의 형태로 나타난다. 가장 일반적인 형태가 대들보에 붙이거나 매다는 흰 종이다. 그리고 성주단지나 성주독이다. 북어 대가리를 흰 종의로 묶는 형태도 발견된다.
'성주풀이'란 성주굿을 하면서 부르는 노래다. 집 짓는 과정과 모습을 소리로써 묘사한다.

- 씻김굿을 조정하는 주체는 굿을 주재하는 단골이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방법은 단골과 고인의 기예이다. 유족들의 반응에 대한 순간 판단에 입각하여 당대 최고의 기예를 밑천 삼아 이를 자유자재로 놀리는 것이다. 이 때 이뤄지는 음악을 시나위라고 하였다.
- 익살스런 차림을 한 가짜 상주가 등장하여 진짜 상주에게 풍자와 해학으로 상주의 속마음을 건드리기도 하고 웃기기도 한다. 상여놀이는 다음날 나아갈 상여를 마당에 갖다 놓고 동네 사람들이 상여소리를 하면서 놀이를 한다. 상여놀이는 전국 어디를 가나 있었던 놀이다. 가장 슬프고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파격적인 우스갯짓을 함으로써 슬픔의 장을 웃음바다로 바꿔 놓는 탁월함과 파격성이 있다.

- 부군당굿, 도당굿에 참여하는 2백여 가구는 고향이라고 생각하는 지가 동네 전체가 항상 안전하기를 기원하고 있다. "동네의 몇 사람만 좀 고생하면 온 동네가 편안한데 못 할 게 뭐 있느냐."는 주인의식을 여전히 갖고 있다.

- 마을굿은 주기성을 갖고 행해진다. 대개 일 년 단위로 거행된다. 그리고 그 기준은 계절의 변화와 순환에 입각해 있다. 생산 활동과 휴식기간과의 순환 고리, 그 출발점이나 전환점에 마을굿은 위치한다. 뭔가 한 매듭을 확실히 짓고 새로운 국면으로의 전환을 꾀하는 자리에 제의를 거행하였고, 축제를 마련하였다. 자연, 생산, 노동, 휴식과 놀이가 일관되게 일치하는 삶이었고, 이의 원활하고도 확실한 순환을 꾀하고 기대하는 행위였던 것이다. 대개 새로운 해가 시작되는 음력 정월이거나, 추운 음의 기운이 다하고 따뜻한 양의 기운이 한참 기세를 돋우는 5월 단오이거나, 생산 활동을 다 끝내고 휴식의 기간에 접어든 10월 상달에 마을굿이 크게 행해진다.
마을 단위로 주기성을 갖고, 전환의 저리에서 사람과 산천과 천지 기운이 일치되어 원활하게 상호 보완적으로 돌아가는 삶을 이룩해 내고자 노력했던 우리.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시켜 나가는 짓거리를 우리는 '굿'이라고 했다. 그것을 마을 단위로 했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에 와서 '마을굿'이라 이름을 붙여 부른다. 마을굿은 하늘과 땅과 인간이 가장 적절하고 좋은 순간에 함께 만나는 자리이다.

4. 생활양식 속에 남아 있는 삼신사상

- 혼례: 유교식 주자가례와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 풍습

- 의복: 삼색띠, 노리개, 연지곤지, 굴건의 주름, 고깔 등

- 음식: 쌍합에 만족하지 않고 삼합을 추구한 사례(굴+낙지+쭈꾸미/홍어+돼지고기+김치/콩나물+된장+두부), 제의에 올리는 음식이나 술, 고시레

- 집: 삼간(네 개의 기둥 사이의 주간)

- 문양: 만(삼신의 생명력과 창조력 상징), 삼태극

- 겨울이면 방을 따뜻하게 데우는 구들과 여름이면 사방으로 통풍되는 시원한 대청이 공존하는 가옥 구조를 만들어 낸 것이다. 발생과 발달 경로가 이질적인 이 두 가지 속성을 결합시켜내기까지는 긴 세월의 진통과 절충이 있었을 것이다. 이는 한번도가 대륙적인 요소와 해양적인 요소가 함께 공존하는 지형 조건에서 기인한다는 것이다.
마루에 벽체를 설치하지 않음으로써 밖이라는 속성을 기본적으로 갖지만, 이것을 기둥 안쪽으로 집어넣음으로써 기능상으로는 실내 효과를 만들어 낸다는 이중성.
처마는 치밀한 계산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점을 한옥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처마가 있음으로 해서 처마 밑에 있는 공간은 안이기도 하고 밖이기도 하는 양면성을 동시에 갖게 된다.
대청마루는 사분합문이란 것을 만들어 달았다. 여름이면 접어 걷어 올린 다음에 천장에 매달아 놓으면 대청마루도 통 빈 공간과 연결시킬 수 있다.
성능 좋은 하중의 전달 매체, 뛰어난 습기 차단장치가 주춧돌이다. 불국사가 1,200 년 동안 지진을 견딜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그랭이질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 터의 주인은 집을 짓는 사람이 아니고 땅이라고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생각의 단편이 '터줏대감'이라는 말에서 솔솔 풍겨 나온다.

- 일반적으로 이 만은 불교의 표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절을 표시하거나 불교를 나타낼 때 이 문양을 표지로 사용한다. 불가에서는 이 문양이 불심을 상징하고, 존재의 바퀴 또는 윤회를 상징한다고 본다. 그래서 석가모니 불상이나 화상의 심장 부분에 이 문양이 쓰인다.
만은 거의 모든 종교에서 사용했다. 십자가 문양의 근원도 이 문양에서 찾을 수 있다. 십자가 문양은 고대 종교의 상징으로서 태양숭배에 그 근원을 두고 있다.
만자가 갖는 상징성과 무당이 갖는 신의 영력이 본질적으로 같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 삼태극에서는 굳이 사람을 하늘, 땅과 대등한 반열에 올려놓았다. 사람에 대한 생각이 남다르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인식의 주체가 인식할 수 있는 세상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 저승에 대한 민간의 순수한 관념은 불교적인 극락과 지옥, 혹은 기독교적인 천당과 지옥처럼 명확히 구분하지 않는다. 내세관 역시 미래에 대한 종교적 구원 관념이 없다. 굿은 사람이 죽으면 누구나 영혼이 저승인 내세로 간다고 믿는다. 영혼이라는 것이 있어 영혼이 육신과 분리되어 저승으로 떠나는 것을 죽음이라고 본다. 넋은 이승에서의 삶을 죽음으로 끝내면 초상, 소상, 대상을 지내는 동안 이승에 머물러 있다가 3년 탈상과 함께 저승으로 들어간다고 본다. 3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저승으로 가지 못하는 넋이 있는 반면, 저승으로 잘 간 넋은 저승에서 영생하거나 다시 현세로 환생하기도 한다. 죽음을 넋의 본원인 저승으로 '돌아간다'고 믿어 '돌아가셨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저승으로 제대로 갔느냐 못 갔느냐?'가 넋이나 산 사람들 양쪽 모두에게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 여러 악기 중에서도 특히, 피리소리는 저승까지 가는 소리라 하여 삼현육각을 제대로 편성하지 못할 경우 최우선으로 선택하는 선율악기다.

# 단어

- (천부경) 대종교의 설명에 의하면 한배하느님께서 환웅을 통해 백두천산에 내려와 천하만민에게 직접 가르친 것으로서, 교화를 끝내고 승천하면서 내렸다고 하는 <삼일신고>와 더불어 교훈경전에 속한다.
불경, 성경, 주역, 천부경.
- (주역) 글자 그대로 주나라의 역. 단순히 <역>이라고도 한다. 이 책은 점복을 위한 원전과도 같은 것이며, 동시에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흉운을 물리치고 길운을 잡느냐 하는 처세상의 지혜이며 나아가서는 우주론적 철학이기도 하다.
- (바리데기) 무당의 조상신.
작자 미상의 무속신화. 바리데기가 사령을 통제하는 신이면서 동시에 죽음이라는 현상을 관장하는 신이라는 데에 있으며, 개인적인 효녀로서의 바리데기가 국가의 공신으로서 집단적 추앙을 받는 영웅이 되고, 다시 모든 사람의 죽음을 관장하는 신이 되어 영속적인 신앙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 (청실홍실) 수명장수, 금실을 상징.
- (납채시루) 시루떡+북어+정화수.
- (삼색) 파랑(하늘/남성), 빨강(땅/여성), 노랑(하늘과 땅의 교삽/사람)
- (상산맞이) 산신령께 굿의 내력을 고하는 굿
- (제가집/대주/계주)
- (무감) 일반인이 신복을 입고 하는 굿
- (활옷) 공주가 입는 옷
- (고깔) 삼각상의 모자
- (삼재) 풍재, 수재, 화재 또는 병난, 역질, 기근. 누구나 9년에 한 번씩 걸린다.
- (조왕신) 부엌을 관장하는 신
- (칠성님) 사람의 생명을 점지해주는 신
- (성주님) 한 집안의 길흉과 재복을 관장하는 신. 가신 중 가장 높은 신. 서사무가인 <성주본가>에 나온다.
- (시김새) 전통음악에서 선율을 이루는 골격음의 앞이나 뒤에서 그 음을 꾸며주는 장식음이나 음길이가 짧은 잔가락, 올라가는 음, 내려가는 음, 꺾어지는 음을 일컫는 용어.
- (첩) 반찬의 종류를 세는 단위
- (동티) 한자어로 동토(動土)라고 한다. 신체(神體)를 상징하는 물체나 귀신이 거주하거나 관장하는 물체를 훼손하거나 침범하는 경우 갑자기 질병에 걸리거나 죽게 되는 일이 있는데, 이것이 신벌을 받거나 사악한 악령의 침범으로 동티가 나는 것이다.
- (과년하고도 열석 달) 12월이 있어서 1월이 있으니 한 해의 시작은 1월이 아니라 이미 12월부터이며, 한 해의 마무리는 12월이 아니라 내년 1월까지도 이어진다는 사고. 시간에 대한 이해가 직선적이거나 단선적이지 않고 곡선적이고 순환적이었음.
- (배연신굿) 배서낭님의 신체를 만들어 새 배에 모시는 의례
- (문서) 머릿속에 있는 굿에 대한 지식을 굿쟁이나 광대들이 이르는 말.
- (조상굿) 혈연관계나 지연관계에 있었던 죽은 자와 산 자가 교감하는 자리.
- (시나위) 씻김굿에서 연주되었던 음악
- (다시래기) 다시락(多侍樂). 여러 사람이 같이 즐긴다.
- (부군당굿/도당굿) 마을굿의 일종으로 동네 사람들이 모두 주인이 되어 마을의 안녕과 동네 사람들의 복락을 위하여 마련하는 대동굿판.
- (조라술) 제물로 마련하는 술
- (잡귀잡신) 원 많고 한 많은 귀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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