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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욕망하는 것들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30
김영진 지음 / 책세상 / 200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제 저도 영화를 읽어보려고 합니다.
폼나는 영화비평에 반해서가 아니라, 영화를 관람한 후에 종종 느꼈던 쓴 뒷맛 때문에요.

일례로, 홍상수 감독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였죠.
늘상 등장하는 주인공 남녀의 성교 장면인데,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어요.

기대에 못미쳤다기 보다는, 예상과 달랐다고 할까요.
쉬이 잊혀지지 않는 쓴 뒷맛이었죠.

명확한 주제를 가진 '책'이라기 보다는, '비평 모음' 이라 하는 편이 낫겠군요.
영화비평가 김영진씨는 포르노, 예술영화, B급영화, 블록버스터, 크게 네가지 장르의 영화에 대한 비평을 모두어 주었습니다.

홍상수 감독은 예술영화 장르에 등장하는 이름이었으나,
그의 영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에서 느낀 쓴맛은 포르노 장르에서 이해되었습니다.

김영진씨는 포르노 장르에서 <거짓말>이라는 영화를 집어드는데요,
'도무지 끌리지 않는 섹스'. 제게 <거짓말>은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와 굉장히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섹스를 통해 7년전 선화를 만나고자 하는 헌준의 행동은 무척이나 비틀려있는 것이었죠.
더구나, 잔인하게도 사실적이었구요.

" <거짓말>은 성의 미학을 표현한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그 것은 이 사회의 권력체계, 특히 성의 권력체계를 향해 반미학적인 방법으로 시비를 건 것이다. '어린 여자가 나이든 남자를 때리는 행위가 변태적이라면 거꾸로 수많은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가하는 억압은 정상일까' 라고 묻고 있는 것이다. "

쉬이 잊혀지지 않았던 쓴맛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감독의 비꼬움과 냉소에 한대 맞은거죠.

김영진씨는 포르노에서, '남성의 권력' 이상을 바라보기도 합니다.
80년대 미국에서 있었던 WAP(포르노에 반대하는 여성들)와 자유주의자들 사이의 논쟁인데요, 다른 측면이란 '욕망' 입니다.

남성의 권력을 강요하고 왜곡한다는 점에서는 쓰레기임에 불과하지만, 사회적으로 억압된 성적 욕망을 표출하는 수단이기도 하다는 것이죠.
포르노의 문제에 대해서 WAP의 주장처럼 '반포르노법' 과 같은 국가권력의 힘을 빌리게 되면, 결국은 의도하지 않게 '표현의 자유' 자체를 억압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 주장의 요지입니다.

포르노를 '남성의 권력'이 아니라, (분명 그릇되었지만) '욕망의 표현'으로 넓게 바라본다면,
여성에 대한 남성의 권력이란, 포르노 뿐만 아니라 주류영화에서도 어김없이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재밌습니다.

인상깊었던 포르노 장르에 대해서만 얘기했지만, B급영화, 블록버스터 부분도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헐리우드 스튜디오가 경영난과 TV의 등장을 맞아, 거대 미디어 자본과 어떤 변신을 꾀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영화의 제작이나 배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굉장히 생생히 그려져있답니다.

영화를 재밌게 볼 수 있는 방법이 따로 있을까요?
이제 저도 영화를 읽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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