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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닥터 1 - 자폐증 천재 외과 의사의 휴먼 성장 스토리
박재범 지음 / 비단숲 / 2018년 3월
평점 :
2011년 한국에 들어온 이후 제가 본 한국 드라마는 단 두 개.
첫번째가 <뿌리깊은 나무(2011)>였고 두 번째가 <시그널(2016)>이었으니, 정말 5년마다 한 번씩 보고싶었던 드라마가 있었던 것 같아요 (둘 다 조진웅 씨가 등장한 건 안비밀 ㅋ). 어마어마한 인기를 누린 작품도 5분 이상 볼 수가 없을 정도로 손발이 오글오글거리고 공감이 되지 않더라고요. 덕분에 드라마에 있어서 저는 지인들 사이에서 그야말로 "아싸(아웃사이더)"가 될 수 밖에 없었답니다.
그러다가 이번에 드라마 <굿 닥터(2014)>의 대본집이 출간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문득 이 책을 읽고 싶어졌답니다. 다른 드라마였다면 별로 관심이 없었겠지만, 우리나라에서 방영 이후 무려(?) 미국으로 수출하여 제작된 드라마라고 하니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지더라고요. 제목에 "닥터"가 들어간 것에 걸맞게 미국 드라마는 <닥터 하우스(2002-2014)> 제작진이 참여했다는 것을 읽고 더욱 원작이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소설이 아닌 오리지널 대본집이라는 것이 정말 매력적이었고요!
궁금해서 검색해보고서야 알게 되었지만, 이 드라마는 배우 주원 씨가 서번트 신드롬을 앓는 주인공을 연기해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였다고 해요. 그외에도 기라성 같은 국내 드라마 배우들이 출연해서 탄탄한연기력을 바탕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고 합니다. 워낙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는지라 읽으면서 손발이 오그라들면 어떠지(...)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굉장히 몰입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어요!
사실, 가장 중요한 부분에서 끝나며 다음 화를 기대하게 하는 드라마가 아닌 완결된 대본으로 보는 것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컴팩트하게 지나갔던 작품이랍니다. 20회가 숨가쁘게 흘러갈 정도로 지루하지 않게 구성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엔 수많은 캐릭터의 이름을 언제 다 외우나(...) 싶었는데, 나중엔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지더라고요.
이 드라마가 왜 그렇게 사랑을 받았고, 미국에서도 제작되었는지 알 것 같았답니다. 물론 서번트 신드롬을 앓고 있는 주인공이 하필 다른 것도 아닌 외과 의사로 성장해나간다는 특별한 설정이 굉장히 매력적이지만, 그것이 아니더라도 이 드라마는 참 따뜻한 것 같아요. 가족이나 이웃을 사랑하라는 교훈적인 내용이 담겼거나, 예전 방식의 권선징악이 강조된 것도 아닌데, 등장인물 한 사람 한 사람이 결국은 연민할 수 밖에 없는 존재이고, 이유를 불문하고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한 사람의 나약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효과적으로 풀어내고 있지 않나 싶었답니다.
박재범 작가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굿 닥터> 리메이크의 성공을 통해 깨닫게 된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
보편 타당한 인간의 감정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것이다. 상식적이면서 자연스러운 공감을 주는 스토리는 그 어떤 색이나 자극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통용된다. <굿 닥터>에서 제시하는 보편타당함의 가치는 인간에 대한 연민과 예의, 사회의 약자에 대한 인식과 태도에서 기인한다. (4 페이지)"
이것이야말로 <굿 닥터>를 가장 잘 설명한 것이 아닐까 싶어요. 드라마에서 주인공과 갈등을 빚는 수많은 캐릭터들을 결코 미워할 수 없는 것은, 그들 역시 연민과 사랑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작가가 조심스럽지만 분명하게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박재범 작가는 작가가 된 이후 다짐한 것이 '세상에 그다지 큰 득은 못 줘도, 해가 되는 작가는 되지 말자'였다고 합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수많은 드라마들을 보면, 드라마 작가로서 정말 대단한 결심을 한 것이라 생각해요. 자극적인 요소가 난무하고, 극단적이고 패륜적인 스토리까지 등장하며 시청률을 올리려 하는 드라마가 너무나도 많으니까 말이죠. 그의 이 한 마디가 그의 드라마만큼이나 따뜻하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대본을 읽는 재미!
아무래도 캐스팅과 플롯, 대략의 상황 등이 설정되어 있는 상태에서 쓰는 대본이다 보니, 중간중간 "박시온" 대신 "주원"이 지문에 들어가 있는 것도 재미있었고, 어린아이에게 흉기로 무차별 공격을 가한 범인이 병원에 침입했을 때, 드라마 지문에서 "범인"이 아닌 "범인새끼!!"로 분노하고 있는 작가의 모습이 상당히 귀여워(?) 보였답니다.
궁금해서 유투브에서 몇 개 클립을 찾아보았는데, 대본집을 읽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 들더라고요. 드라마를 보신 분들도, 저처럼 드라마를 보지 않으신 분들도 정말 재미있고 행복하게 읽을 수 있는 따뜻한 <굿 닥터>. 더욱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