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대학 강의를 접으면서 당분간은 학생들을 만날 일이 없겠구나 싶었는데, 의도치 않게(?) 다시 교편을 잡게 되면서 세 명의 학생의 전공레슨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만나고 함께 수업하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인데, 알게 모르게 부담이 되고 마음이 무거워지는 건 그 누구도 함부로 예측할 수 없는 미래 때문입니다. 불과 열 살 남짓 어린 아이들인데도, 제가 살아온 시대와 그 아이들이 살아갈 시대는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이죠. 이러니 부모님 세대와 우리 세대의 차이는 오죽할까요.
2017년, 소울메이트같은 작가님과 함께 사업자등록을 하면서 가장 두려웠던 것이 무엇이었을까 생각하면 "원하지 않는 일을(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게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던 것 같아요. 그것이 싫어서 사업체를 만든 것인데, 이것마저도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까봐, 그래서 무료하고 힘든 일상이 반복될까봐 가장 걱정이 되었던 것이죠. 물론 여기에는 "원하지 않는 일을 하면서 돈까지 못 벌면 어떡하지?"라는 상당히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걱정도 포함이 되어 있었습니다.
저같은 사람들을 위해, 혹은 아직 직장에 있지만 매일 다른 생활을 꿈꾸며 쳇바퀴같은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인생에서 "점프"를 감행한 마이클 루이스가 집필한 <나는 지금 점프한다>라는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좋아하는 일, 꿈꾸던 일, 돈 되는 일로 JUMPING!"이라는 부제 하나만으로도 얼마나 가슴이 설레던지. 과연 이게 가능한 일일까요?
저뿐만이 아니라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문제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은, 이상하리만치 위로가 되는 일입니다. 모두들 자기 길을 잘 찾아가고 있는데 혼자 방황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상황과 내용은 달라도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고민을 하고 비슷한 경로와 비슷한 모험을 거쳐 자신이 원하는 길을 향한 도전을 하고 있다는 것은 지금까지 읽었던 많은 책들보다 훨씬 구체적인 희망을 보여주는 것 같았답니다.
저자인 마이크 루이스는 젊은 나이에 확보한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프로 스쿼시 선수로 데뷔한 사람입니다. 여기서 벌써 조금 괴리감이 느껴지긴 했어요. 사실 우리나라의 상황을 보자면 일을 그만두는 것은 고사하고 "안정적인 직장"을 얻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게 보일 때가 많으니까 말이죠.
하지만 저자의 사례를 비롯하여 이 책에서 소개되는 수많은 사례들을 읽으면서 "점프"라는 것은 결코 불가능하지도 않고, 추상적이거나 이상주의적인 것이 아니라고 확인할 수 있었어요. 저자는 현재 글로벌 커뮤니티인 <When to jump(점프해야 할 때)>를 통해 인생의 터닝포인트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는 사람들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요. 아마 이 책에 수록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커뮤니티를 통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사람일거고요.
책의 서두에서도 이미 말하고 있듯 이 책에 소개된 사례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돈 많이 벌고, 사업에 성공하고, 그후로 계속 행복하게 살았다는) 성공과 거리가 있는 경우도 있어요. 모든 점프가 성공하리라는 보장도 없죠 (반대의 경우가 더 많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확신이 있었고 (혹은 가지게 되었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의지와 끈기로 결국 일구어나갔다는 거에요. 여기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용기와 인내가 필요했고요.
저자는 점프의 단계를 네 개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1단계: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여라
2단계: 계획을 세워라
3단계: 스스로 운이 좋게 하라
4단계: 뒤돌아보지 말라
총 네 단계에 거쳐 자신의 점프를 소개하는 한편, 각 단계에서 도움이 될만한 다른 사람들의 여러 실제 사례를 소개하는 것으로 이 책은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부분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는데, 저자 혼자 이 책을 집필했다면 그저 "인생의 반전에 성공(?)한 한 사람"의 이야기로 끝났을 것 같아요.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 다른 모습으로 "점프"를 하는 것을 읽으며 많은 용기도 얻었고, 반성도 했고, 앞으로의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며 가슴설렐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인상적인 것은 모두 "점프"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갔는데, 이 점프라는 개념과 그것을 준비하는 과정, 실행하는 과정, 유지하는 과정이 사람에 따라 미묘하게 달랐던 거에요. 여기에서 다시금 "모두에게 완벽한 솔루션"은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답니다. 무작정 다른 사람이 하는 대로 따라할 것이 아니라 충분한 내적 준비과정을 거친 후에 신중하게 점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이 책에서 소개된 사례들을 보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무모하기 짝이없는 시도였다 하더라도, 당사자 본인은 철저하게 계산하고 준비한 경우가 많았어요. 절벽 아래로 점프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계획과 검증을 거친 후에 용기있게 실행하는 것이죠. 책에는 예술을 비롯하여 여러가지 직업으로 점프한사람들의 많은 사례가 소개되어 있으니, 자신이 꿈꾸는 방향이 있다면 그 사례를 중점적으로 연구해봐도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답니다.
당신의 가치를 알라.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믿고 더욱 집요하고 끈기 있게 밀어붙여라.
점프를 통해 나는 처음으로 나 자신을 진정으로 신뢰했다.
(302 페이지)
책을 읽는 도중에도 자꾸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라 잠시 책을 내려놓고 메모를 하기도 했답니다. 말도 안되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가치를 믿고, 자신이 해낼 수 있는 일에 대한 신뢰로 어려움을 헤쳐나갔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니 마음속이 뜨거워지는 것이 느껴졌어요. 다른 누구의 허락이 필요한 일도 아니고, 세상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신경쓸 일도 아니었던 것 같아요.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이루어나갈지인데 말이죠.
주변 사람들에게 몇 권 사서 선물해주고 싶을만큼 유익한 책이었답니다. 여러 사례가 소개되어 있어 이야기를 읽듯 단숨에 읽어내려갈 수 있는 책이기도 했어요. 마지막으로 저와 여러모로 상황이 비슷했던 한 사람의 글을 소개할까 합니다.
점프가 두려울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점프를 하지 않는 선택은 더 나쁘다.
좋아하지 않는 일에 더 오래 머무르는 만큼
더더욱 덫에 갇힌 기분이 들 것이다.
우리 인생은 한 번뿐이고 나만 해도 벌써 서른다섯 살이다.
어쩌면 앞으로 35년을 더 일할 수도 있을 테고,
35년이면 내가 그동안 살아온 만큼의 시간이다.
나는 그 시간을 즐기고 싶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
그리고 내 아들이 관심도 없는 일을 하는 엄마를 보며 자라는 것은
원치 않는다. (323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