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디로 말하라 - 대중을 사로잡는 소셜 리더들의 소통 전략
미미 고스 지음, 김세진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빈 국립음대에서 작곡과를 다닐 때의 일입니다. 작곡과 음악이론, 지휘, 음향이 한 과로 묶여져 있던 덕에 본인의 전공이 아니더라도 관련분야의 수업이나 리허설 등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참 많았는데요, 오히려 과 수업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운 소중한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도 학교 오케스트라를 동원한 지휘과의 오페라 리허설은 확실히 대단한 스펙터클이었는데, 오페라 극장에서 직접 관람하더라도 오케스트라와 상당이 떨어져 있을 수 밖에 없는 아쉬움을 충족시킬 수 있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기회였습니다. 편곡, 특히 오케스트레이션을 하다보면 각 악기들이 어떤 음역대에서 어떤 테크닉을 구사할 때 어떤 소리가 나는지 확실하게 알아야 하는데, 오케스트라 리허설은 그런 면에서 가장 이상적인 "실험실"이었으니까요. 원하는 악기들 옆에 자리하고 앉아 악보를 함께 보면서 이것 저것을 관찰하다 보면 그동안 알지 못했던 것들이나 수업 시간에 배우지 못했던 것들을 "산 경험"을 통해 익힐 수 있었습니다.


서론이 길어져버렸는데, 그 때 오케스트레이션 말고도 배운 소중한 지혜가 있었습니다. 지휘 수업의 특성상 오케스트라는 하나지만 지휘자는 매 시간마다 교대하게 되었는데, 각 지휘자마다 리허설을 이끌어나가는 스타일이 다 달랐기 때문에 오케스트라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지켜보는 것도 대단히 흥미로웠습니다. 그러던 중 지휘과 교수님께 중요한 말을 듣게 되었는데요, 바로 "최대한 짧게 이야기하라!" 라는 것입니다.
친절하지만 단호하고 친근하지만 위엄있는 포지션을 소화해야하는 지휘자에게 오케스트라와의 커뮤니케이션은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오케스트라라는 거대한 집단 앞에서 한 사람이 어떻게 효과적으로 이끌어나가느냐가 좋은 지휘자가 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니까요. 교수님의 조언은 이어졌습니다.

 

"많은 사람 앞에 서면 쓸데없는 말들을 하고 싶다는 유혹이 커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어떻게 가장 적은 말로 가장 효과적인 전달을 할 수 있느냐가 바로 지휘자의 능력이다."

 

그렇게 이야기를 듣고 다시 지휘자들을 살펴보니 분명해졌습니다. 처음 리허설을 시작할 때 어떤 사람은 "좋은 아침입니다. 라 보엠 제 2막부터 시작합니다." 라고 간결하게 말하는 반면 "에, 모두들 안녕하셨어요? 에, 그러니까 오늘 저희가 연습할 곳은, 에, 악보를 보시면, 그러니까 2막있죠? 거기서부터 하겠습니다" 라고 불필요하게 같은 말을 반복하거나 많은 사족을 붙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신기한 것은 오케스트라가 주의력과 집중력을 잃는데는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는 것이죠.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은 그 순간 편한 자세로 고쳐앉거나 잡담을 하고, 휴대폰을 확인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정보만을 간결하게 전달하는 지휘자 앞에서는 워낙 리허설도 컴팩트하게 진행되는 탓에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전혀 없었고요.

 

같은 말도 돌려 돌려 말하고, 혹시나 오해할까 두리뭉실 말하기를 즐겨하던 저에게는 큰 충격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집중하지 않는 것을 뭐라고 탓할 것이 아니라, 나 자체가, 내 말 자체가 바뀌어야 하겠구나! 라고 처음 생각했습니다 (물론 그 후로도 자꾸 쓸데없는 가지로 뻗어나가는 성격은 많이 고쳐지지는 않았습니다만). 어쩌면 "한 마디의 위력"에 대해 처음 들은 것은 그 때 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간결하고 효과적으로 말해야 할 것인가!"가 궁금해진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을 위해 명쾌한 해답을 제시할 책을 소개할까 합니다. 단 한 마디로 세상을 바꾼 사람들. 긴 연설이 아닌 단 몇 분 간의 짧은 대화를 통해 원하는 것을 얻은 사람들. 그들의 말에는 어떤 힘이 있었기에 큰 일을 이룰 수 있었는지.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그 스킬을 터득할 수 있을지 하나부터 열까지 세세하게 가르쳐주는 미미 고스의 "한 마디로 말하라"를 만나보시죠.

 

 

 

 

 

평범함을 버리고 비범함으로 무장하라

 

이상하게 말을 듣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유머러스하면서도 지적이고 대쪽같아 보이면서도 친근하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죠. 아무리 대단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너무 틀에 박힌 모습으로 이야기한다면 평범한 대중들은 집중력을 잃기 마련입니다. 반대로 저속하거나 상황에 맞지 않는 태도나 어투 역시 지식의 가치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죠. 그렇다면 어떻게 대중들에게 이 많은 사람들 가운데 바로 나를 어필할 수 있을까? 하버드 케네디 대학원의 유능한 강사이자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미미 고스는 "평범한 말이 아닌 결정적 한 마디를 하라"고 조언합니다.

 

"모든 것이 빠르게 움직이는 미디어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우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분명하고도 간결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24 페이지)

 

 

 

 

청중이 드러내놓고 지루함을 표현하거나 투덜거리며 자리를 뜨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사실 청중들은 쉽게 지루해합니다.
예의상 자리를 지키며 듣는 척을 한다고 해도 실상은 별로 집중하지 않고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어떤 확실한 목적이 있어 청중들 앞에 서서 강연을 해야 하는 사람으로서 극복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난제 중 하나가 바로 "어떻게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고 그들로 하여금 집중하게 할 수 있을까?"인만큼, 효과적인 소통 전략을 연구하는 것은 리더로써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미미 고스는 모든 것의 열쇠가 결정적 한 마디에 있다고 주장합니다.

 

"자신감과 진취적인 기상을 담아 자신의 메시지와 생각을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자신이 되는 것이다. 사람들을 앞에서 발표할 때는 열정은 주제에, 관심은 청중과 한두 개의 핵심 문장에 쏟아야 한다." (83 페이지)

 

한두 개의 핵심 문장을 청중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전략이 필요합니다. 미미 고스는 책 전반에 걸쳐 다각도로 "결정적인" 것이 무엇인지 설명합니다. 우리나라 속담에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라는 말이 있죠. 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어떤 억양으로 어떤 제스쳐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 그 파급력은 천차만별이 된다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그리고 바로 거기에 성공과 실패의 길이 나뉘게 되는 것이고요.

 

평범한 문장: 저는 세금을 납부하고 있으니 말할 권리가 있습니다.
결정적 한 마디: 저는 이 마이크를 위한 세금을 냈습니다.
(51 페이지)

 

 

 


자신이 아닌 청중을 위한 연설을 하라

 

독일어권에서 자라고 교육을 받아왔기에 전공은 음악이었지만, 독일 문학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컸습니다. 읽어야 할 책부터 오페라 등의 예술의 근원 또한 문학이었기 때문인데요, 대학원에 들어가 영미권 전문서적을 읽게 되면서 흥미로운 점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내용이 어렵고 존경받는 책일 수록 독일어로 쓰여져 있을 경우 복잡하고 어려운 반면, 영어로 쓰여진 책들은 오히려 문장이 간결하고 읽기 쉽게 되어있었다는 것인데요, 물론 모든 책들을 이렇게 단순하게 나눌 수는 없겠지만, 전반적인 인상이 그랬습니다. 독일어에 비해 영어 실력이 많이 뒤쳐졌지만 전문서적을 읽으면서는 별로 큰 어려움을 느끼지 못한 것도 이런 이유였습니다. 진리는 표현할 수 없다는 마인드의 독일어권과는 달리 "어떻게 해서든 쉽고 편하게 독자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실력이다!"라는 실용주의의 대비가 극명했기 때문입니다.


문화가 다르고 트렌드가 다르기에 이 두 문화권을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만, 연설에 있어서만큼은 충분히 고려해 볼 가치가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어려운 전문용어와 복문을 사용하는 사람의 연설을 들으면서 "정말 똑똑해보인다"라고 생각합니다. 그야말로 뭔가 "있어보이는" 말투가 그 지식의 정도를 나타낸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하지만 그것이 그 사람의 의견에 공감하는데 있어서도 도움이 될까요?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가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한두 문장, 몇 분 그리고 몇십 분의 시간이 흘러가면서 이해하지 못할 수록 집중력도 떨어지고 결국은 관심마저 잃게 되기 때문입니다.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들을 움직인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연설은 간결한 몇개의 단어로 축약될 수 있었습니다. "I have a dream"이라는 쉽고도 평범해보이는 한 문장은 킹 목사의 신념과 만나 역사에 기록될 결정적 한 마디가 되었습니다. 오랜 시간 수많은 사람들을 설득한다고 할지라도 도달하기 어려운 효과가 단 몇 분의 연설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오바마의 슬로건 역시 간결했습니다. "Yes, we can." 이 한 마디는 기적을 꿈꾸던 빈민가 출신의 젊은 정치가를 미국의 대통령으로 만들어주었습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공약이 아닌 머릿속에 각인되는 강렬한 메세지가 미국인들의 마음을 움직인 셈입니다.

 

 

 

 

"사업을 하든, 세임을 하든 상대에게 스토리를 들려주고 공감대를 일깨워라. 그들이 당신을 이해하고 관계를 맺을 수 있게끔 유도해주도록 하라. 상대의 마음속에 떠오른 그 감성을 정확히 짚어주는 한 마디로 상대를 자극하고 당신의 이야기에 반응하게 하라." (124 페이지)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상대방의 공감을 얻지 못하면 무용지물입니다. 이것은 넓은 층을 상대로 한 발언일 때 더욱 상기되어야 하는 사실입니다. 나를 기준으로 한, 나의 지식 혹은 지혜를 뽐내기 위한 연설이 아닌, 상대방의 시선에서, 상대방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 그것이 결정적 한 마디가 지녀야 할 필수조건이라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연설하는 것은 자기 자신일지 몰라도 그 연설의 완성은 그것을 듣고 공감해주는 청중임을 기억해야 하는 것입니다.

 

 

한 마디의 힘

 

바야흐로 SNS의 전성시대입니다. 예전에는 주절주절 자신의 의견을 적어내려가는 것이 유행이었다면, 요즘은 140자라는 제한 안에서 얼만큼 간결하고 효과적으로 자신을 표현하는가가 관건입니다. 세상이 빨라지고 모든 것의 속도가 올라갈 수록 사람들 역시 인내심을 점점 잃어가기 마련입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굳이 나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귀를 기울여달라고 하려면 결정적 한 마디가 필요합니다. "낚시성 문구"가 아닌, 신념과 정보를 훌륭히 대변해주는 한 마디가 사람들의 마음에 꽃힐 때, 비로소 궁금함과 흥미를 가지고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 하게 될테니까요.

 

 

 

 

"한 마디로 말하라"의 장점은 많은 예문들을 통해 결정적 한 마디를 위한 감각을 키우고, 저자의 조언을 곱씹으며 자신의 신념을 정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사실, 한 마디로 말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자부심과 책임감이 필요합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이 무한하고 공간이 무한하다고 생각하면 중언부언하거나 생각나는대로 말해버리기 쉽습니다. 그러나 스스로에게 제한을 주면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압축하고 다듬는다는 것은 그만큼 연설에 대한 책임감이 커지는 것을 뜻합니다. 확고한 의견을 가지고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더욱 노력하게 된다는 것이죠.

 

꼭 사업가나 정치인이 아니라 연설할 기회가 없다고 할지라도, 인간관계에 있어서 결정적 한 마디의 힘은 큽니다. 그것이 가족이든, 연인이든, 동료든 혹은 친구든 확실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곧 상대방을 배려하는 일일테니까요. 저 자신도 워낙 한 번 말을 하기 시작하면 길어지기 십상이고 자꾸 곁가지로 뻗어나가는 버릇이 있는지라 이 책을 읽으며 많이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한번 든 습관을 고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미미 고스가 제안하는대로 연습하면서 자신의 한 마디 한 마디를 다듬는다면, 분명 좋은 결과를 얻을 날이 머지 않았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 책이 빠르게 더 빠르게 돌아가라고 재촉하는 세상에서 고군분투하는 많은 분들께 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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