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생의 모든 일은 오늘 일어난다
윌리엄 하블리첼 지음, 신승미 옮김 / 토네이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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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너무나도 유명해져버린 미드가 있죠. 괴팍한 성격의 천재 의사 "하우스"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메디컬 드라마 "닥터 하우스". 원래 병원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는 보지 않는 편이었는데, 하우스 첫 편을 보는 순간 그 매력에 흠뻑 빠져버려서 시즌 3이 나올때까지는 아주 열렬한 시청자였답니다. 그 후 공백기간이 길어지면서 더이상 보지 않게 되었지만요.

물론 메디컬 드라마와 실제 의사들의 삶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기 마련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병원 스토리가 참 인상깊었어요. 쉴 새 없는 긴장과 예상하지 못한 사건의 연속, 그리고 미지의 수수께끼를 풀었을 때의 그 짜릿함이란! 닥터 하우스가 괴팍하면 괴팍할 수록 시리즈는 인기를 더해갔고, 일반인은 상상도 못할 의학적 지식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긴박함을 더하는 스토리라인을 생각하면, 이 드라마가 대성공을 거둘 수 밖에 없었다라는 생각마저 드네요.





하지만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가장 가까이 그것들을 목격하는 의사들의 삶은 실제로 어떨까요? 그리고 그들은 무엇을 경험하며,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요? 의학과는 거리가 먼 직업을 가진지라 (그리고 상당히 병원을 무서워하는 한 사람으로써) 저에게는 "의사"라는 직업이 정말 대단하고 고귀한 것이라고 느껴진답니다. 사람의 목숨을 구하고, 그들을 고통으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엄청난 스트레스와 압박에 시달리면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임무를 다하는 의사 선생님들은 정말 존경의 대상이니까요. 

오늘 소개할 책을 쓴 윌리엄 하블리첼 (William Hablitzel) 박사는 "의사 가운을 입은 천사"라는 애칭이 정말로 어울리는 분입니다. 수 많은 의사들 가운데 많은 의사들이 사람들을 도와주려 하기 보다는 자신의 이론과 실력을 입증하기 위해 생명을 경히 여길 때가 있습니다. 오히려 사람을 생명이 아닌 "물질(object)" 취급하며 자신의 우위를 만끽하곤 하죠. (어떻게 생각하면 닥터 하우스도 이쪽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하지만 윌리엄 하블리첼 박사는 다릅니다. 아니, 다른 정도가 아니라 아예 다른 차원에 있다고 생각해도 좋겠네요. 제가 왜 이렇게 초반부터 박사를 "찬양"하고 있는지 궁금하시다면... 지금부터 그의 저서 "생의 모든 일은 오늘 일어난다"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시죠^^ 





치료가 아닌 치유의 이야기


"의사가 되는" 것은 "의사인" 것에 비하면 상당히 쉬운 일 같습니다. 물론 어마어마한 의대 과정을 거쳐 대단한 노력을 거쳐야지만 의사 자격을 얻을 수 있지만, 그 자격을 얻은 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는 전혀 다른 고난과 역경의 연속일테니까요. 물론 어떤 분야를 맡고 있는지에 따라서 그 차이가 크겠지만 하블리첼 박사처럼 응급실 혹은 뇌종양학과에서 일하게 된다면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서 참 많은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의사는 천직이다"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도록 의사의 임무는 막중하고, 하루 하루가 참으로 고달플 수 있겠죠. 하블리첼 박사는 현재 미국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 의과대학에서 교수이자 내과 전문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는 구급대원, 뇌종양학과 의사, 보훈병원 의사 등 다양한 곳에서 여러 해를 보냈다고 합니다. 





"생의 모든 일은 오늘 일어난다"는 그가 이렇듯 다양한 자리에서 경험한 다양한 이야기, 그리고 다양하게 만난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구급대원 시절 자신을 참 힘들게 했던 대장부터 함께 일하게 된 인턴 동료들, 그리고 다양한 삶의 환경에 처한 환자들... 그 한 사람 한 사람들이 자신의 선생님이었고, 자신의 인생 선생님이었다고 그는 말합니다. 그가 다른 의사들과 달랐던 결정적 한 가지는 바로 환자 한 사람 한 사람들에게 가진 지극히 "개인적이고 인간적인 관심"이었습니다. 통상적으로 절차에 따라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궁금하고 알고 싶어서 묻는가 하면 남들은 개의치 않을 작은 단서들도 놓치지 않으려 애씁니다. 표면에 보이는,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수치로 기록할 수 있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들의 내면에 있는 작은 감정들이 의학적 사실만큼이나 결정적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애비와 샌디, 라지브, 토머스. 이들 덕분에 나는 조금 더 나은 의사가 될 수 있었다. 그들은 환자의 삶에서 경이로움을 발견했고 그것을 기꺼이 지혜로 받아들였으며, 자신뿐 아니라 주위 사람에게 치유의 순간을 경험하게 해줬다." (80 페이지)





의사는 환자를 치료하려 하지만 오히려 환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이 치유되었다고 주장하는 하블리첼 박사. 그리고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 하나 하나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으며 감동을 주는 것은, 그가 "의사"라는 절대적 우위의 입장이 아닌 순수한 사랑과 관심을 가지고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서 배움을 얻기 위해 겸손한 자세로 다가가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쩌면 그의 이런 모습이 비논리적이고 의사로서 프로답지 못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만, 수 많은 놀라운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자신있게 말합니다.


"기적의 가능성에 마음을 열 때 기적이 일어나는 법이라네." (209 페이지)


그리고 그가 말하는 기적은 완치될 수 없는 불치병이 낫는 단순한 "의학적 승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자리를 통한 내적인 치유를 의미합니다.




짜증나고 무의미해보이는 상황에서 놀라움을 만나다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일분 일초를 다투는 응급 상황과 항상 대면해야 하는 의사들의 생활은 말 그대로 "비상사태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갑작스럽게 사고가 난다거나 환자에게 일이 생겨 한밤중에 다시 병원으로 달려가야 하는 일도 비일비재하고 며칠동안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하며 대기해야 하는 상황도 있습니다. 하지만 편안한 휴식을 방해하는 것은 비단 응급상황 뿐만이 아닌데요, 때로는 소위 "건강염려증" 환자들이 그야말로 골치아파질 수도 있습니다.


전화벨이 울렸다. [...] 새벽 2시 2분이었다. [...]

약간 쉬긴 했어도 윌버 모턴의 목소리를 바로 알아챘다. 정말 좋은 사람이지만 걱정이 상당히 많은 환자였다. 충고차 영업사원은 그저 직업일 뿐, 실제 전문분야는 '만약의 세계'였다. 그는 일주일 전에 혈액 검사 결과를 확인하러 병원에 왔었다. 아직 정기 검사를 받을 때가 아니었지만 나는 온갖 병을 지나치게 걱정하는 그를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주려고 미리 혈액 검사를 지시했었다. 

예상대로 검사 결과는 모두 정상이었다. 나는 조바심을 내며 끊임없이 질문하는 그에게 10분에 걸쳐서 결과 보고서에 나온 모든 항목의 의미를 자세히 설명햇다. 그런 다음 왜 그토록 걱정하는지 이유를 물었다.

"만약, 검사실에서 실수를 했고 사실은 검사 결과가 정상이 아니면 어떻게 하죠? 내가 병이 있는지 어떻게 알죠?" 

(259-260 페이지)





수많은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되며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수면과 식사마저 제대로 채우지 못하는 의사들에게 이러한 환자들은 상상 이상으로 괴로운 존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하블리첼 박사는 오히려 이들과의 대화에서 무언가를 얻는 것은 다름아닌 자신이라고 주장합니다. 


"누구나 나의 스승이 될 수 있고, 나는 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여 새로운 가르침을 얻을 것이다." 하블리첼 박사의 글을 읽다 보면 이런 그의 결심이 군데 군데 배어나옵니다. 어쩌면 그가 다른 사람들이 쉽게 접하지 못하는 상황을 만나고 그 상황을 통하여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것은 이런 그의 겸손한 자세 때문이 아닐까요. 그의 환자들은 대학 교수서부터 불법체류자까지 참 다양한 생활환경에 처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그는 그들을 대하는데에 있어서 어떠한 차별을 두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공평하게 관심을 받는" 상황에서, 그는 비로소 놀라운 삶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슬픈 표정 짓지 말게나. 나를 위해 기뻐해줘. 선생은 내게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짐나 사실 평생이란 시간이 있어. 내일 무슨 일이 생길지는 아무도 모르는 법이네. 대신 그런 불확실함을 잘만 활용하면 소중한 선물이 될 수 있어. 이승의 삶이 잠깐이고 하루하루를 최대한 즐겨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거지. 내일이 오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오늘을 알차게 살아갈 때, 오직 오늘에만 찾을 수 있는 아름다움을 볼 수 있고 그 힘을 경험할 수 있네. 선생은 내가 오늘을 감사하게 여길 시간을 줬고 그렇게 해줘서 정말 고마워. 이제 우리 집 정원에서 오늘의 아름다움을 더욱 만끽하고 싶어." (50-51 페이지)



마법은 존재하는걸까?


과학과 마술은 상극의 관계이지만 하블리첼 박사는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성적이지 않은 무엇"이 존재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의 이런 믿음은 단지 감성적이거나 로맨틱한 발상이 아닌 상당히 구체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요, 그가 만나고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연스레 이해가 갈 것입니다.

동생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는 힘껏 소리쳤던 누나, 자신의 죽음으로 자살하려던 어머니를 끝까지 방해(?)한 아들의 이야기, 그리고 전쟁의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두 노인의 신비한 만남... 하블리첼 박사는 이성적으로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사건들을 하나 하나 만나게 되면서 그들에게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음을 발견합니다. "삶에 대한 애착" 혹은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 마치 그들의 이런 소원을 반영하기라도 하는 듯, 기적같은 일들이 벌어지곤 하는 것이죠. 





그러나 이런 마법같은 이야기들이 어떤 "기적"을 일으키거나 엄청난 반전을 가져오는 것은 아닙니다. 잔잔하게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는 것 외에는 어떤 드라마틱한 전개도 일어나지 않으니까요. 오히려 이러한 마법같은 일들은 하블리첼 박사와 그의 환자들에게 하나의 작은 진실만을 상기시킵니다. 바로 "행복은 바로 지금 여기서 일어난다"는 것이죠. 지금 처한 환경과 요인에는 상관 없이, 어떠한 순간에도 행복은 우리가 사는 이 순간에 곁에 있음을 깨닫게 되는 것 자체가 어쩌면 기적일지 모른다고 그는 말합니다. 


하이디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 눈에 눈물이 맺쳤다. 그녀는 시대를 초월한 훌륭한 지혜를 알려준 스승이었다. 삶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거치는 동안에도 아름다움이 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 아주 흥미진진했고 이상하리만큼 위안이 되었다. (235 페이지)


"맞는 말씀일 수도 있어요, 박사님. 우리는 보고 싶은 것만 보는지도 몰라요. 하지만 정반대도 사실이라는 생각은 안 드세요? 보기 싫은 것은 절대 보지 않는다는 거요. 능력 밖에 성과를 내거나 불가사의하게 환자가 치료되는 경우, 혹은 자신도 모르게 경이감에 빠지는 일이 있잖아요? 그런 일들이 기적인지도 모르죠. 우리가 확실히 알거나 편하게 여기는 것 이상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으면, 그런 경이감을 결코 경험하지 못할 거에요." (222 페이지)





결국 이런 마법같은 이야기가 진짜 마법인지 아닌지는 그렇게 큰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을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겠죠. 고정관념에 갇혀 바로 앞만 내다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보다 넓은 시선으로 삶의 의미와 행복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겠죠.


"우리는 삶이라는 여행을 할 때 길 앞에 놓인 오르막 뒤에 뭐가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한가지는 분명히 압니다. 오르막 뒤에 뭐가 있을지 걱정할수록 그 순간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것은 못 본다는 걸요. 주변에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져 있더라도 결코 보지 못합니다." (105 페이지) 



생의 끝에 서서 되돌아보는 인생. 그 아름다운 이야기 


"조금은 일찍 인생의 종착역에 도착한 사람들"

하블리첼 박사는 불치병에 걸려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거나 곧 마감하게될 사람들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남들보다 조금 일찍 죽음이라는 문턱에 가까이 가게 된 그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그들의 치료와 악화 과정을 함께 하며, 그는 한가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죽음"과 "불치의 병"이라는 존재는 그가 생각하고 기대했던 것과는 조금은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죽음이 제 삶을 구했습니다." (144페이지)


첫사랑과 결혼하여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다가 불시에 식도암에 걸려 온몸에 퍼져버린 악성 종양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제리의 말입니다. 하블리첼 박사에게 치료를 받으면서 그는 "사형선고"를 받은지 1년만에 사망하게 됩니다. 그가 죽기 바로 전 하블리첼 박사에게 전화를 걸어 남긴 마지막 말이 바로 이 문장이었습니다. 


언뜻 듣기에는 모순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이 문장에는 좀 더 깊은 사연이 있습니다. 평생을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보낸 그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병을 통해 "사랑한다는 것"과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살아있다는 것"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해서 깊게 생각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자신이 좋아하는 버터스카치 푸딩을 만들고 있는 아내를 바라보며 편히 잠든 그의 고백은 그의 아내 레이철에게로 이어집니다.


"그이와 저는 암 진단을 받고 충격을 받았지만 그걸 넘기고 나서는 현실을 그냥 받아들였어요. 항복했다고나 할까요. 그렇게 생각하려고 애를 썼죠. 우리는 더 이상 미래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어요. 덕분에 남은 시간 동안 상상도 못할 만큼 행복하게 보냈답니다. 저는 이미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남자와 다시 사랑에 빠졌어요." (145 페이지)





결국 "생의 모든 일은 오늘 일어난다"를 통해 하블리첼 박사가 전달하고 싶었던 메세지는 명료합니다. 인생의 모든 일은 지금, 바로 이 때 일어나는 것이기에 아직 일어나지 않은 혹은 앞으로 일어나지조차 않을 미래를 걱정하고 바라보면서 현재의 아름다움과 행복을 놓치지 말라는 것이죠. 간단하지만 진정으로 깨닫기 어려운 이 사실을 망각하기에 사람들은 인생의 끝에 서서야 비로소 "현재"와 "지금"의 중요성과 사랑스러움을 알게된다는 것입니다. 

그는 바로 지금의 행복함을 밀어놓은 채 닿을 수 없는 미래의 행복만을 찾는 불쌍한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머지않아 만사가 좋아진다....."

나는 맥스웰의 말을 되풀이했다.

"그렇지만 오늘은요? 오늘이 당신의 마지막 날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맥스웰, 삶은 지금 펼쳐지고 있어요."

크레이그와 맥스웰은 같은 병으로 고통받고 있었다. 둘 다 지금이 아니라 행복을 결코 발견할 수 없는 다른 시간 속에서 살았던 것이다.

(231 페이지)




하블리첼 박사는 자신의 환자들과 이별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각별했던 친구와, 부모님같았던 존재와 혹은 오랜시간 함께해온 동료의 죽음 역시 지켜보게 됩니다. 정말 선하고 좋은 사람들에게 끔찍한 일이 닥치는 것을 지켜보면서 그는 "삶이 무엇인가?"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죠. 무언가 공평하다던가 정의롭다던가의 개념으로는 이해하지 못할 것처럼 보이는 이 논제에 그가 내리는 결론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에게 "우리가 지금 살아갈 이유"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들어줍니다.


"내일 죽게 되더라도, 바라던 꿈을 이뤘음을 알고 죽을테니 여한이 없을 것 같습니다." [...]

우리의 삶이 풍요롭지 않거나 불완전해서가 아니라, 바로 지금 벌어지는 일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그 순간을 감사할 줄 모르기 때문에 자신에게 벌어지는 일을 나쁜 일로만 치부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69페이지)



책의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읽어내려가는 순간 마음이 따뜻해지며 가슴이 저며오는 것은 아마도, 지금은 만나기 힘들어진 "생명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을 가진 하블리첼 박사의 놀라운 겸허함이 메마른 심정에 단비처럼 내리기 때문일 것입니다. 

"남들 따위에게 휘둘리거나 참견당하지 않겠어!"라고 자신있게 외치면서도 어느새 세상에서 만들어놓은 잣대와 기준에 얽매여 흔들리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이, 그 위태로운 기준과 가치관만큼이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자신과 자신의 삶의 가치가 스스로가 아닌 누군가가 정해놓은 기준에 매이게 될 때 "스스로"에 대한 자각 역시 위험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요. 


진정한 치유를 향해 인내와 사랑 그리고 관심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하블리첼 박사의 여정을 지켜보면서, 이제는 그 여행에 동참하며 "지금"의 소중함을 만끽하고 싶어지는 마음이었습니다.



"나는 살아오면서 아주 특별한 스승들을 많이 만났는데, 그들이 힘든 시기 속에 숨어있는 놀라운 가능성을 발견하도록 도움을 줬다네. 그들 덕분에 소중한 지혜와 진정으로 봉사할 기회를 얻었지. 힘든 시기를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교훈을 얻을 용기가 있다면, 우리를 도와줄 특별한 스승을 만나게 될거야. [...] 그러면 수련 내용이나 다른 사람의 기대치보다 자신이 훨씬 커다란 의미가 있는 존재임을 깨닫게 될거야." (173-174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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