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을까
W. 베란 울프 지음, 박광순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지금 우리가 열심히 하루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유명해지기 위해서, 성공하고 싶어서... 참 많은 목적들과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이 "행복해지고 싶어서"의 범주 안에 들어있지 않나 싶습니다. 원하는 바는 서로 다르다 하더라도 자신이 불행하기를 바라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테니까요.

하지만 "행복하다"는 것만큼 추상적인 것 또한 없는 것 같습니다. 모두가 행복해지기를 간절히 소망하지만 행복해지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결국 어떻게 해야 "행복"이라는 종착역으로 달려갈 수 있는지 알지도 못한 채 헤매면서 우연히 행복해지기만을 바라고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기적에 가까운 일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철학자들과 심리학자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 "행복"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과학적으로도 어떻게 하면 인간이 행복을 느끼는가에 대해 연구되어왔죠. 저도 잘 알지 못했지만 "행복학"이라고 불리우는 새로운 긍정적 심리 접근법은 이미 미국 등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는 분야라고 합니다. "행복"이라는 비밀의 정원으로 안내하는 수많은 문들이 있지만, 결국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생활에 활용하는가의 여부는 스스로에게 달려있습니다. 좋은 방법, 효과적인 가르침이라도 사람에 따라 맞고 맞지 않고가 있듯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 방법이라고 해서 내게도 꼭 유익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으니까요. 


오늘 소개할 책은 행복학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W. 베란 울프 (W. Beran Wolfe) 의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을까? (How to be Happy Though Human?)" 입니다. 1931년에 처음 출간된 이 책은 80년이 지난 지금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스테디셀러인데 이미 1957년부터 세계 여러 나라의 언어로 번역되어 출간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지고 있습니다. 행복을 꿈꾸고 소망하는 당신, 베란 울프 박사가 인도하는 "행복의 길"로 함께 들어가보실까요?






1900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출생한 베란 울프 박사는 주로 미국에서 활동하다가, 알프레드 아들러 박사를 도와 "아들러 심리학"을 정립하기 위해 다시 빈으로 돌아옵니다. 젊은 나이에도 날카로운 통찰력과 탄탄한 지식의 소유자였던 베란 울프 박사는 안타깝게도 35세라는 나이에 사망하게 되는데, 아마도 사고사였을 거라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너무도 짧은 생애를 보내고 간 탓인지, 오스트리아 빈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자료는 대부분 미국에서 활동했을 때의 것으로, 아들러 심리학의 주요인물이었던 베란 울프 박사에 대해 독일어 자료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비운의 천재가 요절하기 전 우리에게 이 "행복론" 책을 남겼다는 것은 참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뛰어난 임상심리학자이자 정신의학자였던 베란 울프 박사는 수 많은 임상사례를 통해 자신의 이론을 정립해나가는데, 80년이 지난 오늘 있는 그대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주장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란 울프 박사가 심층적으로 자신 곧 자아를 분석해나가는 것은 때로 소름이 돋을 정도로 첨예합니다. 

5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을 이 짧은 서평 안에 정리하는 것은 무리이겠지만, 베란 울프 박사가 말하는 행복세계가 무엇인지 그 몇가지 요점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나'도 모르는 '나'를 찾아서


대학진학과정에서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심리학과"를 선택하는 학생들은 아마 자존감이 부족하거나 자신에 대해서 어떠한 자신감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일 것이라는 못된 농담인데, 이것은 우리 주위에 널리 퍼진 "심리학에 관한 오해"에서 비롯된 편견이 아닐까 싶습니다. 심리학이라는 이름 아래 수많은 자가테스트, 정신분석 등이 유행하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그런 것들의 대부분이 호의를 가지고 시도해보려는 사람도 어이없어할만큼 부실하고, 때로는 근거없기까지 한 엔터테인먼트인 것이 현실입니다. 이것은 베란 울프 박사의 시대에도 크게 다른 것 같지 않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사이비 심리학 연구서들이 한마디로 나이아가라 폭포처럼 일반 독자들 위에 쏟아져 내리고 있다. 또 심리학의 이름을 빌린, 차마 눈뜨고는 못 볼 야바위 기사가 실린 아주 형편없는 출판물들이 가두에서 빨리고 있다. 약간의 돈과 자기 현시의 소질만 있으면 누구나 심리학자라 칭하며 인간 행동의 소름이 끼치는 측면만을 부각시킨 '심리학 잡지'를 간행할 수 있다." (머리말 중, 11페이지)


이쯤 되면 베란 울프 박사가 얼토당토않은 사이비 심리학에 얼마나 반감을 가지고 있었는지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그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정통 심리학을 알고 이러한 사이비 간행물에 빠지지 않도록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어째서 이렇게 심리학에 열광하게 되는 걸까요? 말도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의식적으로 별자리 성격을 믿는가 하면, 21세기 하고도 12년이 지난 오늘 궁합이 맞아야 한다며 결혼하기 전 점집을 찾는 사람들도 볼 수 있습니다. 우스운 것은 심리학이 이러한 미개신앙의 연장선으로 쓰이고 있다는 것인데, 일반적으로 널리 퍼진 성격 테스트 등을 이용하여 상대를 하나의 틀에 끼워 맞추어 이해하려고 하는 사례 역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대부분 "상대방"에 대해서 분석하고 더 알고 싶어하는 일반적인 트렌드와는 달리, 베란 울프 박사의 행복론은 먼저 "자기 자신"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상대방을 분석해서 그 사람을 바꾸려 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심층적 구조를 파악하여 행복에 도달해야 한다는 것이죠. 언뜻 보면 크게 차이가 없어보이지만, 일상 생활에 적용해보았을 때 그 결과는 판이하게 달라집니다. 베란 울프 박사의 이론을 인정한다면 결국 사람은 주위의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는 위치에 서있는 존재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사실이라면, 행복하지 못한 이유로 대부분 외부적 조건을 꼽는 우리들의 고민은 결국 하나의 변명에 지나지 않는, 충분히 개선 가능한 상황을 연출할 수 있습니다. 


원제에서도 알 수 있듯, 베란 울프 박사는 인간이 "인간됨"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많은 갈등과 고민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인간의 본질적인 오류 (베란 울프 박사는 이렇게 표현하지는 않습니다만) 는 그것을 자각하기 전까지 행복으로 나아갈 수 없는 길로 우리를 인도하기 때문이죠. 결국 고삐 풀린 말처럼 인생이 가는대로 내버려두면 결코 행복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리고 그는 이 길고도 짧은 책을 통해서 우리가 인생의 고삐를 단단히 잡고 행복으로 나아가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여러 관점에서 자세히 설명합니다. 





세상의 다른 포유류, 아니, 동물 전체와 비교해서 인간의 아이가 상당히 미숙한 상태에서 태어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태어나 몇시간 후 눈을 뜨고 얼마 후부터 스스로 걷고 먹을 수 있는 대부분의 동물에 비해 인간의 아이는 스스로 걷기까지도, 스스로 먹을 것을 먹기까지도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또한 그렇게 움직일 수 있게 된 후에도 부모의 도움 없이는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살아남기 힘든 생존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육체의 발달은 더디지만 정신적으로는 어릴 때부터 다른 동물들보다 월등히 뛰어난 인간의 특성상, 인간은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부족함을 경험할 수밖에 없고, 이것은 나아가 피할 수 없는 "열등감"이 된다고 박사는 주장합니다.


"인간의 아이만이 생물 가운데서 유일하게 자신의 불완전함을 '경험한다'." (64페이지)


결국 인간은 생태학적으로 열등감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열등감이 성장과정에 따라 어떻게 개선되고 해결되는지에 따라 성격이 형성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성격 형성"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피할 수 없거나 운명적인 것이 아니라, 주변 환경에 노출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또는 주변환경에 훌륭하게 적응하기 위해) 선택하는 하나의 방법 혹은 수단이라고 박사는 주장합니다 (169페이지). 결국 성격 혹은 퍼스낼리티는 은밀한 무의식적인 인생목표가 구체화된 것 (173페이지) 이라고 할 수 있죠. 아주 어렸을 때부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본능적으로 선택하는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하게 되면, 오랜 시간동안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딱딱하고 날카로운 껍질을 입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환경이 개선되어 더이상의 방어가 필요하지 않게 되면 (혹은 그 방어가 순전히 자신의 오해에서 비롯된 필요없는 행동이었음을 깨닫게 되면) 충분히 성격의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병이 아니라 인생의 여러 문제에 대한 소심한 태도라고 정의되는 "신경증" (78 페이지) 역시 거의 대부분의 경우 완치될 수 있다고 베란 울프 박사는 확신합니다. 

(이 신경증에 대해서 베란 울프 박사는 충분한 사례와 분석을 위해 많은 장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나 자신"이 지금의 "나 자신"이 된 이유를 하나하나 짚어 분석해보고 지금의 "나 자신"에 대한 정확한 판단력을 가지는 것이 행복으로 다가갈 수 있는 첫걸음이라고 박사는 주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베렌 울프의 "행복론" 심리학의 목적은 무엇보다도 나 자신을 효과적으로 파헤치는 것입니다.




행복의 궁극은 얼마나 예술적인 성취를 이루느냐에 달려있다


아티스트라면 모르겠지만, 행복과 예술의 상관관계가 도대체 어떻게 모든 사람들에게 통용될 수 있다는 것일까? 의문이 드실 겁니다. 하지만 베렌 울프 박사는 확고하게 자신의 주장을 반복합니다. 사람이 인생을 대하는 태도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는데 (20~22페이지) 그 첫째는 "순무의 철학"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별다른 인생의 목표나 야망 없이 그저 하루하루를 무사히 살아갈 수 있는 소소함에 기뻐하고 만족하는 것이죠. 두번째는 인생을 하나의 "비즈니스"라고 보는 타입입니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성공하기 위해서 -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손해보지 않고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 -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른바 성공한 사람들의 많은 사람들이 이 분류에 속한다고 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진취적이고 건설적으로 보이지만, 베렌 울프 박사는 이러한 삶의 방식이야 말로 파괴적인 경쟁 체제를 만들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성과로 말하는 것의 비인간적인 헛점을 지적하는 것이죠. 그래서 그가 지향하는 마지막 세번째 분류는 바로 "예술가적인 접근"을 시도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공격적이고 이기적인 생활 방식을 택하지 않고 동료들의 복리를 위해 그 비범한 재능을 발휘하며 사회에 공헌한 것을 알 수 있다. 깊이 연구하면 할수록, 삶에 대해 알면 알수록 이 예술적인 생활 방식이 인간의 행복과 모순되지 않는 유일한 생활방식이라는 확신이 점점 더 강해져 간다." (22페이지)


즉 이타적인 배려와 사회공헌적 목표 가운데서 진정한 행복을 이루게 된다는 뜻입니다. 구닥다리 주장같아 보일지 모르지만, 베란 울프 박사는 책을 집필해나가면서 이러한 이타적 생활방식이 결코 무조건적인 자기희생이나 강한 자에게 힘없이 눌려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강인한 신념을 가진 이성적이고 성숙한 행위임을 증명합니다. 





또한 이러한 예술가적인 접근의 가치를 정하는 척도는 다름아닌 "나의 행동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유익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가"라고 합니다. 즉 자신이 하는 일에서 얻는 만족감이 공동체에 아주 큰 도움이 되는 사람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는 결론입니다 (295페이지). 이미 이기주의와 자기중심적 사고방식이 하나의 능력이나 미덕으로 여겨지고 있는 현대에 이러한 발상 자체가 어떻게, 얼마나 수용될지는 미지수이지만, 각기각층에서 행해지고 있는 행복도(만족도) 조사의 결과에 비추어 볼 때, 이런 낡은 구닥다리 같은 방식이 오늘까지도 어느정도 확실히 유효함을 입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이 '경험'에 대해 오해하고 있었던 것들


정신적 외상, 즉 "트라우마"는 비논리적인 행동이나 사고방식에 효과적인 변명으로 사용되고는 합니다. "나는 이런 경험을 했으니 이런 트라우마를 가질 수 밖에 없어!", "내가 이런 것은 모두 그 때의 트라우마 때문이야". 반대로 긍정적인 경우에도 "경험"이라는 것은 상당한 능력 혹은 가치로서 판단되고는 하는데, 베란 울프 박사는 이러한 "경험" 체계를 순식간에 뒤집어버립니다.


"우리는 경험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추어 경험을 만들어낸다." (251페이지)


경험에 대하여 설명하기 위해서 먼저 "통각 체계"가 무엇인지 알아야 하는데, 심리적인 면에서 발달되는 기구인 통각 체계는 모든 경험을 예견하고 사전에 검토하는 한편, 모자이크 같은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의 패턴을 동화시키는 데 적합한지를 판단합니다. 즉, 이것은 정신적인 기준이고 자신의 행동 패턴에 동화될 수 있는 모든 경험을 모두 피하기 위해 몸에 익히는 것입니다 (249페이지). 

경험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맞는 경험을 "만들어내는" 이러한 통각 체계를 베란 울프 박사는 그리스 신화의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비유하는데, 이 거인은 좁은 고개의 꼭대기에 있는 자신의 집에 찾아오는 손님을 침대에 묶고 침대보다 짧으면 팔다리를 늘여 길이를 맞추고, 침대보다 길면 손과 발을 절단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대부분의 손님은 이러한 과정에서 목숨을 잃게 되죠. 


"'통각 체계'는 경험을 모두 밀어 넣을 수 있는 침대이다. 자신의 패턴에 딱 맞지 않는 경험이면 잡아당기거나 잘라 내 딱 맞도록 그 형태를 바꾸어버린다." (254페이지)


팔다리를 늘이고 잘라내는 것 만큼이나 끔찍한 이론입니다. 결국 우리가 경험하여 안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이, 이미 우리의 머릿속에 입력된 패턴에 따라 왜곡된 기억 혹은 현상일 뿐, 객관성에 있어서는 결코 신뢰할 수 없는 것이라는 결론이죠. 전체적으로 사람에 대해, 사람의 본성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베렌 울프 박사의 주장들 중 가장 큰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문제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인간의 경험 체계를 뒤흔들어놓는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그는 오히려 이렇게나 주관적이고 제멋대로인 통각 체계를 발전시켜 행복에 이르는 법에 대해 설명합니다.


"참된 행복은 선택할 수 있는 모든 취미나 활동에 맞추어 통각 체계를 넓히는 데 있다" (256페이지)


즉, 우리가 우리의 통각 체계의 주관성을 인정하고 그것을 우리의 삶을 통해 넓혀갈 때에 보다 넓은 것을 수용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뜻입니다. 베란 울프 박사의 이론을 그대로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시킬 수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그의 임상실험 결과나 제 주변에서 경험한 사례를 비추어보면 확실히 일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 - 아마 저도 포함될지도 모릅니다 - 은 자신이 아는 것 (혹은 원하는 것) 만 이해하려고 하기 마련이니까요.




비무장지대 가족, 그리고 성


각박하고 폭력적인 세상에서 마지막 남은 비무장지대라고 할 수 있는 "가족". 하지만 이런 가족의 범주 역시 베란 울프 박사의 비판을 피하지는 못합니다. 아니, 반대로 베란 울프 박사는 바로 이러한 가족들의 왜곡된 인식과 몇 대에 걸친 잘못된 교육으로 수 많은 문제들이 야기되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마지막 안식처, 도피처가 되어야 할 가족이 어떻게 불안과 노이로제를 일으키는 문제의 집단이 되어버린 것일까요? 베란 울프 박사는 이것이 가족이라는 개념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서 시작되었다고 설명합니다. 


"가족의 참된 목적은 자식들이 사회적으로나 직업적으로나 성적으로 성숙된 관계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준비시켜 주는 것이다. 가족은 사회적인 감정을 시험해 보는 곳이고, 사회적인 협조성을 기르는 곳이기도 하다. 가족이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그 자체가 목적이 되면 가족을 구성하는 개개인의 성숙과 정신 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준비와 시험의 장이라는 궁극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불행한 사태가 벌어진다. 오늘날의 가족의 모습은 이제는 악명 높은 가부장적인 문화의 유물일 뿐이다." (330페이지)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사회를 위한 하나의 준비과정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로 나갈 수 없도록 옭아매는 족쇄가 되는 것에 대해서 비판하는 베란 울프 박사의 걱정은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그는 40살이 넘어서도 매일 집에 들어가 어머니에게 전화하여 그날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해야만 하는 남성의 경우나 어머니의 과잉보호로 인해 신경증을 안고 평생을 살아가는 딸의 사례도 소개합니다. 또한 우리의 주위에서도 "자식이 웬수다"라고 푸념하면서도 그 굴레를 끊지 못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끊임없이 상처를 주면서도 떨어져서는 살 수 없는 애증의 관계들을 심심치 않게 만나게 되곤 합니다. 자연스러운 경로를 통해 사회에 적응하고 부모의 도움 없이도 홀로 설 수 있는 시기를 놓친 자식들은 결국 신경증이나 우울증, 조울증 등으로 발전하게 되고, 자신에게 모든 것을 쏟아부은 부모를 의지하면서도 원망하게 됩니다. 가장 가까운 존재인 부모와의 관계가 이렇듯 왜곡되고 나면 다른 사회적 관계를 맺는데도 큰 장애물이 될 뿐 아니라 정신적 불안감에 휩싸여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베란 울프 박사는 경고합니다. 부모가 자식을 사회를 위해 준비시키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라는 것이죠. 그는 육체적 근친상간을 법으로 제한하고 타부시 하는 것처럼, 그보다 훨씬 심각하고 근절되어야할 정신적 근친상간에 대해 자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333 페이지). 




알고 싶지 않았던 것, 하지만 알아야 하는 것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기 위해 이 책을 집어든 사람이라면 베란 울프 박사의 글을 읽으면서 실망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행복을 갈망하고 행복을 향해 헤매고 있는 사람들에게 박사의 글은 자칫 냉소적인 비판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언가 위로의 말을 듣고 싶어 책을 읽기 시작했다면 마지막 덮는 그 순간까지 원하던 위로를 찾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기를 권유하는 것은 행복은 결국 노력하는 것,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베란 울프 박사는 행복으로 가는 하나의 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길이 실제로 행복으로 우리를 인도할지, 아니면 또다른 곳으로 인도할지는 결국 받아들이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달려있을 것입니다. 베란 울프 박사가 제시한 길은 하나의 가능성일 뿐 하나뿐인 정도는 아닙니다. 또한 첫 출간과 오늘 사이의 오랜 세월도 무시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베란 울프 박사가 자신의 환자들과 이론을 비판적으로 바라보았듯이, 독자 역시 비판적으로 책을 읽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수 많은 책들이 "행복으로 가는 길"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책들을 통해 결국 행복을 찾은 독자들도 - 그것이 일시적이라 할지라도 -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베란 울프 박사의 책이 그 수 많은 책들 가운데서도 특별한 가치를 가지는 것은, 행복의 근원, 즉 행복으로 가는 길을 타자가 아닌 자기 자신에서 찾고 있는 것일 것입니다. 철학자도 아닌 심리학자가, 그것도 겨우 서른살을 갓 넘긴 젊은 나이에 이런 책을 집필했다는 것이 놀라울 뿐입니다. 


지극히 이타적이고 도덕적인 방법을 제시하는 베란 울프 박사. 인간이기 때문, 인간이라서 한계에 부딫힐 수 밖에 없지만 그 난관을 직시하고 그 가운데서 자신을 계발하는 법을 담은 이 책은 분명히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어떻게 나아가야할지 생각해보게 해주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