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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루는 학교에 가지 않아 - 학교교육 ㅣ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에스테르 뒤플로의 문제 해결 지식그림책 시리즈 1
에스테르 뒤플로 지음, 샤이엔 올리비에 그림, 최진희 옮김 / 라이브리안 / 2023년 12월
평점 :
매달 두 번 정도 학교 도서관에서 저학년 아이들에게 등교 전 책 읽어주기 봉사를 하고 있어요. 아들이 크면서 자연스럽게 동화책은 잘 읽지 않게 되었었는데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서 동화책의 매력을 새롭게 발견하고 있답니다. 오늘은 라이브리안에서 새로 출간한 <닐루는 학교에 가지 않아>를 1,2학년 아이들에게 읽어주며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근데... 닐루는 왜 학교에 가지 않을까?
공부가 재미 없다고 하는 친구들 중 대부분은 공부를 어떻게 하지 모르거나, 왜 하는지 모르는 것 같아요. 사람마다 격차가 있겠지만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그것에 능숙해지는 건 보람차고 즐거운 일인데 말이죠. 오늘의 주인공 닐루도 왜 공부를 해야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요. 학교에 가도 선생님은 알 수 없는 말씀만 하시고,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고 꾸중만 듣기 일쑤거든요. 뭔가를 물어보고 싶어도 주변에 닐루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없어보여요. 부모님도 학교를 열심히 가야 한다고만 하시지 공부를 도와주실 수는 없고요.
사실 이 이야기는 우리나라가 아닌 오랫동안 식민지 시절을 겪었던 개발도상국의 이야기라 처음 읽었을 때 선뜻 공감이 가지 않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분명한 건, 아이들이 공부를 하기 싫어하고 배움을 어려워하는 건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이 책이 쓰여진 이유가 여기에 있거든요. 저자 에스테르 뒤플로는 고등학교에서 역사와 경제학을 공부한 뒤 MIT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석학인데, 이후 MIT빈곤퇴치연구소를 설립하여 사회경제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경제학상까지 수상했고요. 그는 가난한 나라일수록 교육과정이 현대화되지 않고 아이들에게 맞지 않는 방식으로 고수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자연히 아이들은 이해가 되지 않으니 공부에 취미를 붙이기 어렵고, 주변에 도와줄 사람들도 마땅치 않기 때문에 결국 가난과 빈곤이 대물림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거죠.
닐루의 학교에 새로운 선생님이 오시면서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합니다. 새로 오신 선생님은 교과 과정이 아닌 재미있는 책을 읽자고 제안하셨어요. 하지만 계속 학교를 다니던 아이들도 책을 읽거나 이해하지 못합니다. 말그대로 학교에 "오기만" 했지 이해하고 깨우친 건 아니었거든요. 마을사람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고민하다 새로운 방법을 찾아냅니다. 고학년 아이들에게 저학년 아이들을 도와달라고 도움을 청하는 거죠. 저학년 아이들은 자신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설명해줄 수 있는 선생님이 생기고, 고학년 아이들은 저학년 아이들을 도와주면서 자신의 가르치는 능력도 키울 수 있게 됩니다. 이 방법은 인도 뭄바이의 비정부 기구 프라탐(Pratham)이 실제로 사용하는 방법이라고 해요. 모든 아이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도록 마을 공동체와 지방 정부가 협력하게 하는 거죠. 이 책이 말하고 있는 주제 - 모두를 위한 학교교육 - 를 뒷받침하는 좋은 예입니다.
오늘 책을 읽어준 친구들은 입을 모아 '학교에 오는 게 너무 즐겁고, 그래서 다음 주에 방학인 게 너무 아쉽다'라고 하더라고요. 세상에. 정말 학교가 좋은 것 같아요. 새삼스럽게 선생님들께 더욱 감사하게 되었어요. 지구촌 어딘가에는 우리처럼 좋지 않은 환경에서 공부하기 힘든 친구들이 많다고 이야기해주면서, 공부는 점수를 위해서가 아니라 더 많은 것을 이해하고 깨우치며 우리 삶에 적용해나가기 위해 하는 거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오히려 어른들이 더욱 느낄 점이 많은 동화책이었던 것 같아요. 오늘 저녁에는 아들과도 한 번 읽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