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타와 기린의 언어 1
자비네 비테마이어 지음, 이수영 옮김 / BH(balance harmony)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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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영 박사님의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라는 책이 처음 출간되었을 때 대부분의 엄마들이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말할 수 있어?"라고 혀를 내둘렀던 걸 기억합니다. 불과 3년의 시간이 흘렀는데 분위기가 참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것 또한 "은영 매직"일까요? 처음에는 낯간지럽다고 따라하지 못하던 엄마들이 어느새 하나둘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고 진정어린 소통을 위한 언어들을 사용하기 시작했으니 말이죠. 

"마음 속에 가득한 것이 입으로 나온다"고 하죠. 존중과 배려가 깃든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단순히 미사어구가 아니라, 그렇게 말하기 시작하면서 우리 안에 진정한 존중과 배려가 자라나기 시작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고 갈등의 본질을 꿰뚫어보며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언어의 기술. 인생 2회차인지 3회차인지(?) 이 기술을 완벽하게 통달한 아기 기린이 있다고 하면 믿으시겠어요? 오늘 소개하고 싶은 책 <그레타와 기린의 언어 1>의 이야기입니다. 

사바나에 있는 동물 학교에 새로운 남매 전학생이 찾아오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아기 늑대 남매인 빔과 빌마는 등교 첫날부터 친구들에게 환영을 받지 못해요. 낯설고 무섭다는 이유로 오히려 거부당하며 못된 말을 듣죠. 질 수 없었던 늑대 오누이는 당장이라도 공격할 듯이 이빨을 드러내보이고 학교는 아수라장이 되고 맙니다. 엘레판투스 선생님이 황급히 말리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죠. 여기서 우리의 주인공, 그레타가 중재를 시작해요. 그런데 세상에. 그레타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어찌나 지혜롭고 적절한지! 삭막했던 분위기는 금새 가라앉고 동물들은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며 잘못을 사과하게 됩니다. 그레타의 말하는 방식, 즉 "비폭력대화"가 얼마나 효과적이고 아름다운지 매 챕터마다 감탄하게 될 거에요. 

이 책이 말하는 "기린의 언어"야말로 사람이라면 누구나 꼭 배워야 할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비단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꼭 한번씩 읽어봤으면 해요. 특히 요즘처럼 분노조절장애가 사회적 이슈가 된 각박한 사회에서 우리 모두가 깊이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니까 말이죠. 저 역시 이 책을 읽으면서 '아, 이렇게 말해주었으면 좋았을걸' 깨달았던 순간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가끔은 정말 몰라서, 좋은 방법을 알지 못해서 실수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사실 누구나 배워야 하는 건데도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언어의 기술'이죠. 

이 책을 읽다 보면 초록색 굵은 글씨로 표시되어 있는 구절이 있어요. 책에는 설명되어 있지 않지만 아마도 "비폭력 대화의 핵심이 되는 문장"이지 않을까 싶어요. 아이와 함께 평소에도 쓸 수 있도록 몇 번 반복해서 읽으면서 익숙해지려고 노력했습니다. 처음엔 좀 어색하지만, 연습을 통해 익숙해지면 되니까 말이죠. 

각 챕터의 마지막에는 챕터의 내용을 돌이켜보며 던질 수 있는 질문들이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 참 좋은 질문들이지만, 스스로에게 던지며 깊게 생각해볼 수 있는 것들이기도 해요. 그레타의 눈을 통해 상황을 바라보면 조금은 다른 각도가 보이기 시작하거든요. 마치 예전엔 "화를 낸다 or 내지 않는다"의 OX 퀴즈 같았다면, 이제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을 수 있는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되는 거죠. 이것이야말로 아이와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장 멋지고 놀라운 인성교육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레타와 기린의 언어 1권에서는 낯섦과 다름, 배려, 양심의 가책, 내 것이 아닌 물건, 우정, 배우는 즐거움과 거짓말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그레타와 기린의 언어 2권도 곧 만나볼 수 있다고 하니 정말 기대가 되네요! 앞으로 몇 권까지 출간될지는 모르겠지만 꼭꼭 챙겨서 구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린이에게도, 어른에게도 꼭 필요한 "기린의 언어". 더 많은 분들이 읽고 감동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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