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메이커스 - K팝의 숨은 보석, 히든 프로듀서
민경원 지음 / 북노마드 / 2018년 3월
평점 :
품절


한국에 들어와 우연찮은 기회에 대중음악 쪽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제가 전공한 건 대중음악이라기 보다는 영화음악과 재즈, 그리고 클래식이었지만 "많이 달라도 극복할 수 있겠지!" 하며 섣부르게(?) 뛰어들었던 것이 실수였던 것 같아요. 5년 정도 지난 뒤 미련없이 그만두고 나니 정말 홀가분해지더라고요. 그동안 맞지 않는 옷을 입고 맞지 않는 구두를 신은 채 격한 춤을 추고 있었던 것 같았답니다. 

대중음악, 그러니까 K-Pop을 하는게 가장 어려웠던 이유가 있어요. 밀라노나 파리, 뉴욕의 패션위크를 보면서 "이야, 하이패션은 정말 난해하고 이해가 안가네!"라고 하듯 K-Pop의 트렌드와 미학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거든요. 조금 과장을 보태 이야기하자면 "어제 다르고 오늘 또 다른"트렌드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니까 말이죠. 실시간 차트를 1위에서 100위까지도 들어보고, 소위 "잘 나가는" 작곡가의 곡들을 연구해도 그닥 나아지는 게 없었던 것 같아요. 참 막막하고 힘든 시간이었죠. 

그렇게 대중음악에서 나와 이제 제 음악이라고 생각되는 분야에 들어오고 나니 한결 살 것(?) 같았답니다. 주위 사람들에게 우스갯소리로 "내 인생은 아이폰에서 멜론은 지운 후 몇 계단 윤택해졌어"라고 말할 정도로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년동안이나 이해할 수 없었던 K-Pop의 세계. 뭔가 미련이 남은건지 <K팝 메이커스>라는 책을 보자마자 "어머, 이건 읽어야 해!"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K팝을 이끌고 있다는, K팝의 중심에 서있는 프로듀서들의 이야기 말이에요.


피독, 런던 노이즈, 포스티노, 이우민, 정용화, 권순일, 진보, 진영, 그리고 김형석까지. 
사실 씨엔블루 정용화 씨와 B1A4 진영 씨, 그리고 몇 번 뵌 적이 있는 김형석 선생님을 제외하고는 낯선이름들이었어요. 대중음악관련 프로그램은 물론 TV도 라디오도 음원사이트도 이용하지 않던 지난 2년, 정말 많은 것이 변했다는 게 실감이 나더라고요.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특히 가요와 방송을 담당하고 있다는 저자가 아홉 명의 K팝 프로듀서들을 만나 인터뷰 한 것을 정리한 것이 이 책이랍니다. 책의 레이아웃에도 굉장히 심혈을 기울인 것이 느껴질 정도로 예쁜 책이에요. 읽다보면 책인지 잡지인지 구분이 안 가게 사진과 텍스트의 배열과 조합이 돋보인답니다. 트렌드에 민감한 주제답게 책도 (심지어 폰트도!) 감각적으로 만드신 것 같아요.

각 프로듀서와의 인터뷰가 끝나면 저자가 느낀 점을 간추려 Review를 하는데, 이 책이 나오기 직전 특혜 논란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정용화 씨의 경우, 논란까지도 거리낌없이 언급하는 등 진솔하고 편안하게, 꾸미지 않고 책을 엮었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독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말이죠. 

아무래도 가장 궁금했던 부분은 마지막으로 소개된 김형석 선생님의 인터뷰였는데요, 다른 프로듀서들과는 세대 자체가 다른 프로듀서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현역"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시기 때문이었어요. 1966년 생이시니 올해 벌써 만 52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쉴 새 없이 일하시는 모습을 보니 부끄럽기도 하고 많은 도전이 되었답니다. 8,90년대 제가 좋아하던 많은 노래가 김형석 선생님의 펜에서 나온 노래인지라 더욱 친근하기도 했고요. 

아무리 생각해도 성공에 대한 공식은 없는 것 같아요. 그런게 있다면 처음 알게된 사람은 벼락부자가 되었겠죠. 
이 책에 등장하는 각각의 프로듀서도 그저 자신이 걸어온 길과 자신이 했던 선택에 대해 이야기할 뿐이에요. 어쩌면 넘사벽처럼 대단하게만 들릴 수 있고, 어쩌면 가식처럼 들릴 수도 있죠. 하지만 이들이 공통적으로 말하고 있는 "도전" 그리고 "(자신의 음악에 대한)정직", 이 두 가지는 마음에 꼭 새겨두어야 할것 같습니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될 때까지 도전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자신을 속이지 말고뜻한 것을 묵묵히 쌓아나가는 것. 이것이 이들이 공통적으로 말한 "비결"이 아닐까 싶네요. 물론 이 비결은 음악 뿐만 아닌 많은 분야에 유효한 것이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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