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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숲을 거닐다 - 장영희 문학 에세이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전 돈키호테를 구매했다. 아주 오랜 기억 속, 그러니까 중학교 때였던가, 그때 즈음 세계문학전집으로 읽었던 그 이야기를 온전히 다시 보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그것은 지금 소개하려는 책 '문학의 숲을 거닐다'(장영희)의 영향이 크다. 사실 우리가 본 고전의 대부분은 청소년을 위한 세계문학전집이나 교과서 등을 통하여 극히 일부분만 접하거나 각색된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제 어른이 되어 다시 고전을 잡는 일은 그래서 어렵다. 알고 있던 내용의 반전을 기대한다면 나쁘지 않지만, 반대로 시대를 넘어 소통하는 일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고전을 새롭게 접하는 일은 때론 비장한 마음가짐까지 필요하다. 하지만 그런 마음가짐을 먹는 데에 위의 책이 도움이 됐다.
비단 그뿐일까.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12월 중순부터였다. 한반도의 남쪽은 대통령 선거의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고, 인권변호사 출신의 후보가 독재자의 딸을 역전하여 이길 수 있을 거라는 세간의 기대가 팽배해 있었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독재자의 딸이 투표자 절반의 지지를 받아내며 대통령에 당선되는 결과를 낳았다. 여기저기서 다시 '멘붕'의 도미노가 시작되었고, 그 많던 SNS와 블로그의 페이지는 한참동안 잠잠해졌다. 이후 개봉된 영화 '레미제라블'은 그 혁명적 내용 때문인지 시대의 '힐링 영화'로 등극하면서 멘붕을 당한 많은 이들을 영화관으로 끌어들였다.
출처: http://www.arte365.kr/?p=3203
대선의 결과보다 더욱 충격적인 소식이 내 주위에 전해졌다. 대학시절 아주 절친했던 내 후배의 죽음이다. 그의 선택을 매번 존중해 주었으나 그의 마지막 선택만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삶이 그에게 준 충격이나 슬픔, 아픔 등이 얼마만했는지 알 길이 없었으나 그를 아끼고 좋아했던 많은 선후배 동기들은 크나큰 슬픔 속에서 그를 보내야 했다.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보았던 이 책은 내 복잡하고 종잡을 때 없던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 주는 길을 열어 주었다. 영문학자 장영희 씨는 영미 문학의 고전 작품들을 자신의 경험을 곁들여 힘들고 어려운 삶을 이끌어주었던 매개체로 소개하고 있다. 항상 그래왔듯, 치유는 문학의 소명이자 임무이다. 문학은 항상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치열한 삶을 반영해 주었고, 그것은 오랜 세월이 지나도 사람들의 가슴에 남아 현재를 살아가는 힘이 되어 주고 있다.
삶을 살아가다 보니 젊은날 꿈꾸었던 것들은 이제 저 멀리 추억의 한편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그 꿈을 지키기 위해 살았던 내 후배의 삶은 언제나 자신을 먼저 일으키고 희생하고 용기 내었던 것이다. 그랬던 그가 모든 것을 내려놓기 전, 그를 붙잡아 줄 무언가가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과 후회가 몰려든다. 모두가 치유를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치유가 필요한 곳에는 그 빛이 닿지 않는다. 그런 이들에게 문학이, 그리고 문학을 이야기하는 이 책이 한줄기 따뜻한 빛이 되어 주길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