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 피지배 민족 혹은 피점령 국가의 일원이었다는 이유로 개인의 반인도적 범죄행위에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 만약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런 사고방식은 거꾸로 된 반유대주의나 다름없다. 개별 행위의 잘잘못에 상관없이 유대인이므로 유죄라는 발상의 극단이 바로 홀로코스트였다는 점에서, 국적이나 민족을 기준으로 가해자와 희생자를 나누는 기억의 코드는 위험천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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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메 세제르(Aimé Choision)의 촌철살인을 빌리면, 그들은 히틀러가 ‘인류에 반하는 범죄(crime against the humanity)를 저질렀기 때문이 아니라 ‘백인‘을 대상으로 범죄(crime againistthe white man)를 저질렀기 때문에 용서할 수 없었던 것이다. 양심적 백인지식인 대부분이 홀로코스트 이전에 일어난 식민주의 제노사이드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세제르의 비판은 설득력이있다. 홀로코스트가 ‘야만적인‘ 아프리카나 아시아가 아니라 ‘문명화된유럽의 한복판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유별나게 비판을 받았다는 사실은지구촌이 기억하는 제노사이드가 서구중심주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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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훗날 나치 독일의 소련 침공으로 광대한 흑토지대가 열렸을 때 나치의 식민장관 프란츠 폰 에프(Franz Ritter von Epp)는 아프리카 식민지 거주 경험이 있는 독일인들에게 먼저 이주를 권했다. 폰 에프에게 동부전선은 아프리카였고, 슬라브인은 ‘하얀 검둥이‘였다. 
- 1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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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도 서점 이야기 오후도 서점 이야기
무라야마 사키 지음, 류순미 옮김 / 클 / 2018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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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을 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물론 장사라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책이라고는 편집일만 해본 내가 책을 사고파는 일을 잘 할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시골에 북카페를 열어 놓고 가게를 찾는 사람들과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상상하거나, 조용한 카페에서 홀로 차를 마시며 책을 보는 내 모습을 상상하는 일은 일상의 작은 행복이기도 하다. 


물론 실제 북카페나 서점들은 매우 바쁘다. 가게 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수입이 필요하다. 게다가 서점 운영은 잠시도 틈을 주어서는 안되는 입출고 관리가 필수이다. 그리고 카페까지 운영하려면 이에 대한 기본 지식과 노하우도 쌓여 있어야 한다. 이렇게 신경써야 할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따라서 내 머릿속의 여유로운 상상은 그야말로 망상에 불과할 것이다. 


아무튼 가끔 빠지는 망상을 더해줄만한 책으로 고른 게 "오수도 서점 이야기"라는 책이었다. 알라딘에 소개된 책에 대한 내용 중 한 구절은 다음과 같다. 


  • 벚꽃으로 뒤덮인 산골짜기 마을 사쿠라노마치의 작은 서점 오후도. 도시의 오래된 서점을 그만두고 오후도 서점을 찾아온 청년 잇세이. 책과 서점을 둘러싼 기적에 관한 이야기가 따뜻한 봄바람처럼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결코 감동적이지 않으며 너무나도 통속적이라서 허허롭기까지 하다. 게다가 재미도 없었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를 수 있지만 이 책은 요 몇년 사이 내가 본 책 중에 제일 재미없는 책으로 꼽고 싶을 정도다. 이 책에 대한 서평을 남겨야 하나 싶을 정도로 회의가 들긴 하지만, 그래도 시간을 들여 읽었으므로 그나마 좋았던 걸 남긴다. 


글이 원고가 되고, 원고가 책이 된 후의 일들, 여기까지는 내가 하는 일에 속한다. 하지만 책이 출판되어 독자에게까지 전해지기까지의 과정도 책을 만드는 일 못지 않게 디테일하면서도 정교한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책은 그래서 저마다의 운명을 타고 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책이 독자에게 읽히기까지의 과정도 그 책이 가진 중요한 운명 중 하나일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 후자의 과정에 대한 내용이다. 


책의 이야기는 전형적인 일본 드라마적인 전개를 답습하고 있었다. 책을 보는 내내 교훈적인(?) 일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데다가 재미도 없었다. 작중의 사람들의 관계가 너무나 작위적인 느낌에다가 전형적인 인물들의 모습은, 결코 동화되기 어려운, 읽으면 읽을수록 인물과 나 사이의 거리가 느껴지면서 객관화가 되어버리는 것이 곤혹스럽기까지 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북카페를 열어보고 싶다는 내 바람도 어쩌면 공허하기 그지 없다는 생각에 이르고 말았다. 이 책이 나에게 준 최대한의 절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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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는 기록이 되고 기록은 영감을 남기며 영감은 열정을 불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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