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으로 가면 세상은 초록천지로 눈이 다 시리고 뭉게구름 뭉실뭉실 피어오른 푸른 하늘과 끝없는 해원으로 달려만 가는 수평선너머 나의 애끓는 꿈도 그와 함께 할 것이라 여름 속에서는 나는 키 큰 나무의 그늘을 찾아 그 아래 앉아서는 일부러 고른 낯선 이의 시를 읽다 곧 잠이 들고 꿈속에서 나무요정과 낯선 시인의 대화를 엿들으리라 별이 내리는 밤까지 이어질 그 이야기들을 여름의 끝에서는 지난여름 주워들었던 이야기들을 차례로 곱씹으면서 창가에 앉아 가을이 오고 있는 밖을 쓸쓸히 내다보리라 한 손은 턱을 괴고 한 손에는 시집을 들고 은행잎 노랗게 깔린 정원을 하염없이 보고만 있으리라 그러나 여름은 이제 비로소 시작되었다 나의 계획들은 이 여름 속에서 영글어갈 것이고 나는 사심도 없이 그 풍요로움에 나를 맡길 것이다 뭉게구름 위에 나를 올려놓고 그 위에서 낯선 이의 시를 읽으며 가을이 올 때까지 베짱이처럼 노래만 부를 것이다 내 여름으로 가게만 되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