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혼(呼魂)>

 

 

 

 새색시의 얼굴에 가득 핀 홍조가 아름다웠다

 내일에의 꿈도 희망도

 그저 순수의 백기(白旗)로만 펄럭이고 있었다

 

 내 딸아, 어미 같이만 살아다오

 다독이는 손길이 성녀(聖女)를 닮아서

 더 이상의 아름다움은 이 세상에 없었다

 

 물질의 고상함이 유혹으로 넘쳐났다

 떠나는 혼 붙잡을 이 하나도 없어

 집 잃은 달팽이는 숲을 떠났다

 

 만나는 이마다 다투어 악수를 청하고

 손은 이내 더러워져

 씻을 물조차 찾으려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움의 빛은 고향 빛으로 먼저 올까보다

 형형색색의 현란함들이 발목을 잡고

 탐닉은 처음 맛본 고기맛과 그렇게도 닮았었다

 

 머릿속이 텅 비어버리면 거기에 벌레들이 알을 낳는다

 돌아갈 곳이 없는 달팽이는 아직도 집을 갖지 못하였다

 뭉게구름의 유혹을 도저히 뿌리칠 수가 없다

 

 아들아, 이제는 돌아와도 되련마는

 백발의 어머니가 허허로운 손짓을 하고 섰다

 멀리서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다

 

 

 

 

 

 

 

 

 

 

 

 

 

 

 

 

 

 

 

 

 

 

 

 

 그동안 부족한 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 인사 올립니다.

 이번 <헤세의 노래> 100회를 맞이해서 연재를 일단 종료합니다.

 그리고 이미 출판이 된 글이므로, 언제든지 공개를 종료할 수도 있으므로

 그 점 숙지해주시길 바라며, 다음에 2편, 또는 다른 제목으로 다시 뵐 수 있길 희망합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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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으로 가면>

 

 

 

 여름으로 가면

 

 세상은 초록천지로 눈이 다 시리고

 뭉게구름 뭉실뭉실 피어오른 푸른 하늘과

 끝없는 해원으로 달려만 가는 수평선너머

 나의 애끓는 꿈도 그와 함께 할 것이라

 

 여름 속에서는

 

 나는 키 큰 나무의 그늘을 찾아 그 아래 앉아서는

 일부러 고른 낯선 이의 시를 읽다 곧 잠이 들고

 꿈속에서 나무요정과 낯선 시인의 대화를 엿들으리라

 별이 내리는 밤까지 이어질 그 이야기들을

 

 여름의 끝에서는

 

 지난여름 주워들었던 이야기들을 차례로 곱씹으면서

 창가에 앉아 가을이 오고 있는 밖을 쓸쓸히 내다보리라

 한 손은 턱을 괴고 한 손에는 시집을 들고

 은행잎 노랗게 깔린 정원을 하염없이 보고만 있으리라

 

 그러나 여름은 이제 비로소 시작되었다

 

 나의 계획들은 이 여름 속에서 영글어갈 것이고

 나는 사심도 없이 그 풍요로움에 나를 맡길 것이다

 뭉게구름 위에 나를 올려놓고

 그 위에서 낯선 이의 시를 읽으며

 가을이 올 때까지 베짱이처럼 노래만 부를 것이다

 

 내 여름으로 가게만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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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독냄새>

 

 

 

 퀴퀴한 곰팡내는 아니다

 그러나 산에서 부는 신선한 바람의 냄새도 아니다

 그것은 패배 뒤의 쓰린 냄새도 아니며

 멀뚱 지나치는 노신사의 냄새도 아니다

 

 고독의 냄새는 따로 있다

 그것은 진한 소주의 냄새일 수도 있으며

 그리움의 냄새일 수도 있는 것이다

 더욱이 오늘처럼 흐린 날의 냄새라면

 

 피곤 뒤의 귀갓길에서 만난 낡은 가로등의 흐린 불빛

 박스를 줍는 할머니의 구부러진 그러나 다부진 어깨

 공(空)치고 돌아가는 과일장수의 표정 없는 얼굴

 이런 것들에서 우리는 고독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그러나 고독냄새는 아무나 맡을 수가 없다

 설사 그 대상이 본인이라고 하더라도

 고독의 냄새는 오직 스스로 고독한 자만이

 맡아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나는 늘

 그 냄새를 맡으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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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삶>

 

 

 

 원(圓)에 걸쳐 나서 원 밖의 삶

 원을 알고는 진입 시도와 실패

 그 후론 죽 원을 잊고 살았었다

 

 원이 몇 겹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을 안 것은 불과 얼마 전

 원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안 것도 불과 얼마 전이다

 원에서 나서 원에서의 마감

 

 원의 중심으로 가려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그곳은 아주 먼 곳

 사는 동안 도착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꼭 가야한다면 가다 죽어도 가겠는가

 

 새로운 삶

 만만치가 않다

 하지만 이미 결정된 일이라면

 이제는 힘을 내야 할 때

 

 

 

 

 

 

 

 

 

 

 

 

 

 

 

 

 

 

 

 

 

 

 <참고: 하지만 어제서야 본인은 그것이 불가능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즉, 태생은 따로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지금도 그런 노력들은 도처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그로인해 수많은 상처들와 죽음들이 켜켜이 쌓여간다는 것이 슬플 뿐이다. 즉, 자신의 길이 아니라면 제발 가지 말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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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관세음보살>

 

 

 

 너무 지쳤을 때

 차라리 힘들어서 쓰러지고 싶을 때

 더 이상 꼼짝도 할 수 없을 만큼 기력이 소진되었을 때

 가녀린 음성으로 내뱉어보는 한 마디

 나무관세음보살

 

 실체가 아니더라도

 비록 주문 같은 것에 불과할지라도

 한숨을 쉬듯 자연스러운 것일지라도

 그 한마디의 말로 모든 것을 다 씻는다

 나무관세음보살

 

 특정한 대상도 없고

 그래서 특별한 원함도 없고

 가슴 울렁이는 희망 더욱 없이

 그저 한마디면 족한 말

 나무관세음보살

 

 하나님도 좋고

 부처님도 좋고

 엄청난 자연이라거나

 쓴 인생

 질긴 인과(因果)들

 차라리 형체 없는 공기와 바람이라도

 그 순간 생각나는 무엇을 향해서라도 그렇게

 나무관세음보살

 

 편해지는 마음 있거든 감사를 잊지 말고

 더욱 답답해지면 한 번 더 부르고

 이것저것 다 귀찮아지면 소리라도 지르면서

 하지만 절대로 포기할 수는 없는 소리

 나무관세음보살

 

 그래서 나는 지금도

 나무관세음보살

 아무 생각도 없이 그저

 나무관세음보살

 지금이 바로 그것을 또 욀 때일 것 같아서

 

 

 

 

 

 

 

 

 

 

             

                                                                     <동래 범어사의 부처님들>

 

 

 

 

 

 

 

 

 

 참고: 해마다 <부처님오신 날>에 올리던 <쌀 한 알 깨 한 알>에 이어서 이런 글도 한번 올려봅니다. 그리고 현재 본인의 상태도 위의 내용과 다르지 않은데, 그래서 또 그것으로도 13년이 지났어도 상황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음을 알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므로 부디 이 방을 찾아오시는 분들, 금번 <부처님오신 날>을 맞이해서 꼭 <성불(成佛)>하시고, 큰 기쁨 누리는 인생 되시길 간곡히, 간절히 기원합니다.... 2015년 5월 12일. 엄동화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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