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 二 部

 


 

 

 


<Union Flag>

 

 

 

 第 一 章

 

 "아니, 아무것도 기억이 나질 않아! 이게 무슨 좋지 않다는 징후(徵候)인가?"
 "아니요,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이라도 술을 많이 마셨을 때는 그런 일이 흔히 일어나니까요!"
 "사실, 좀 전에 자네와 처음 마주쳤을 때, 어디선가 한번 본 사람이라는 느낌은 들었어! 그래서 나는 잠시 자네에게 뭘 사고서 돈을 지불하지 않았나 하고 생각했지! 아, 아무래도 나는 술을 조금 마셔야할 것 같네! 그러니 자네는 여기서 잠시 기다려주게!"
 "제가 볼 때,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닙니다."
 "전에도 몇 번 그런 일이 있기는 했었지만, 요즘은 좀 더 이상해져가는 것 같아. 하지만 사실 잊어버리고 싶은 일들도 많이 있기는 하지. 그러니까 아주 옛날에 내가 말에서 떨어졌던 적이 있었어. 그 바보 같은 말이 갑자기 뒷다리로 벌떡 일어서 버렸던 거지. 하지만 나는 그때 겨우 여섯 살이었어. 그러니까 그 멍청한 말도 내가 너무 어렸다는 것을 알았던 거지. 하지만 또 그때 집 바로 옆의 베란다에 아버지가 앉아 계시다가 그런 나를 보셨던 거지. 그러자 나는 아버지가 화를 낼까봐 너무도 무서웠었어. 하지만 그보다 더 무서웠던 것은 땅바닥에 자빠져 있던 나를 아버지는 내려다 보시면서도 내가 누군지를 몰랐다는 거야."

 "네? 그 정도로?..."

 "응, 그래서 나는 당연하게 꾸중을 들을 줄 알았는데 너무도 당황스러웠었지. 그러자 또 아버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셨던 채로 노여움인지, 당혹감인지, 아니면 걱정스러운 표정인지를 짓고 계시다가 자리에 다시 앉으셔서는 술잔을 드셨던 거야. 그러자 나는 아버지의 뒤를 돌아서 슬그머니 부엌으로 갔었어. 그래서 그때부터 요리가 좋아졌고, 말(馬) 같은 것은 쳐다보기도 싫어졌던 거야. 물론, 지금은 그때와 다르지만, 어쨌든 아버지와 내가 닮았던 것이 있었다면 바로 그 술만 마시면 기억을 전혀 못한다는 것이었어. 그런데 자네, 결혼은 했나?"
 "아니요!"
 "아, 그렇군! 근데 난 했던 적이 있었어!"
 "네, 그것도 들었습니다."
 "아, 그래?"
 "네!"
 "음! 하지만 우리가 헤어졌을 때, 그때 나는 아주 기뻤었네! 하지만 그 전에 나는 아이를 갖고 싶어 했었지! 그런데 또 어떤가? 대체적으로 아이를 가질 수 없을 때는 남자 쪽에 책임이 더 많지?"
 "아뇨, 저는 반반이라고 생각합니다."
 "아, 그런가? 하지만 나에게는 그런 능력이 없는 것 같아! 근데, 올해는 또 어떨지?..."
 "네?"
 "응, 이 나이에도 괜찮을지 싶어서..."
 "네, 그건 별로 걱정을 안 하셔도 될 것입니다."
 "음, 그건 또 왜지?"
 "남자가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그런 능력도 다 없어진다고 할 수는 없으니까요!"
 "음, 그런가? 하지만 나에게도 아들이 있다면, 나는 우리 아버지처럼 그렇게 하지는 않을 거야! 그러니까 공포심(恐怖心)을 극복하라는 말은 하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생각을 해보게! 공포심이란 것도 모두 인간의 본성(本性) 중의 하나가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극복한다는 것은 곧 인간의 본성(本性)을 극복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지 않나? 하지만 그것은 자연의 법칙에 위배(違背)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또 내가 옛날에 책을 한번 봤던 적이 있었는데, 그런데 그 안에 이런 내용의 글이 있었어! 그러니까 이 세상에 있는 거미들을 모두 다 죽인다면 인류(人類)는 어쩌면 파리 떼에 파묻혀서 질식사(窒息死)할지도 모른다는... 뭐, 그런 내용이었는데, 근데 자네는 자식이 있나 에드?"
 "아니요, 없습니다."
 "음, 그렇군! 그리고 나와 같은 영국인이지?"
 "네, 하지만 저는 반만 영국인입니다. 그리고 아버지께서는 지금 감옥에 갇히셨거나, 혹은 돌아가셨을지도 모릅니다."
 "응? 자네 부친(父親)께서?!..."
 "네!"
 "그럼, 자당(慈堂)께서는?"
 "네, 지금 <부에노스아이레스>에 계십니다."
 "음, 자네는 행운아군?"
 "네?"
 "음! 아직 모실 분이 계셔서 말이네! 우리 어머니께서는 나를 낳으시다 돌아가셨어!"
 "네, 그러셨군요. 하지만 그렇다고 술을 그렇게 많이 드시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아, 어머니 이야기는 그냥 한 것이야! 그러니까 뭔가를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친구란 것이 의미가 없지 않는가 말일세!"
 "하지만 친구란 것은 그렇게 좋은 정신병의(精神病醫)는 되지 못합니다."
 "하, 왜 그렇게 냉정하게 말을 하는가 에드? 자네는 사랑이란 것을 해본 적이 없었나?"
 "사랑(愛)이라면, 그 단어에 한정해서 하시는 말씀입니까?"
 "자넨 분석(分析)이 너무 심한 사람이군?"

 그리고는 또 <찰리>가 이렇게 말을 했었다.

 

 "그건 젊은 사람들의 악벽(惡癖)이야! 그러니 그렇게 돌덩이 들추듯이 하지 말게나! 그리고 그것이 바로 나의 모토(motto-信條)야! 그래서 또 말이지만, 그 아래 뭐가 들었을지 누가 알 것인가?!"
 "하지만 또 그것이 바로 저의 일입니다. 진단(診斷)을 하지 않고 그냥 추측만 할 수는 없으니까요!"
 "좋아! 그럼 자네의 진단은 어떻게 나왔나?"
 "네, 처방(處方)을 써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술을 조금이라도 줄이지 않으신다면 그것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는 <닥터 에드>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는 앞의 그 사무실로 돌아갔는데, 그런데 그때, 그는 괜히 시간만 낭비했다는 느낌에 기분이 별로 좋지가 않았었다. 그것은 또 왜냐하면, 그런 <찰리>처럼, 그러니까 자기연민(自己憐憫)에 빠져있는 사람에게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빈민(貧民)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서너 명 더 보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지만, 그래서 또 그는 책상에 앉아서 처방전(處方箋)을 쓰고 있던 중에도 그 시간조차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또 마치 자기의 어머니를 만나러 갔을 때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최고급의 찻집에서 <에클레르(프:éclair-초콜릿을 바른 갸름한 슈크림. 또는 크림을 넣고 위에는 보통 초콜릿을 씌운 길쭉한 케이크)>를 가득 담은 접시를 앞에 두고, 하염없이 당신의 고독(孤獨)과 두통(頭痛)에 대해서 호소를 하던 그 어머니의 넋두리를 듣고 있었을 때의 심정과 같았던 것이었다.

 


 

 

<에클레르의 예>


 그리고 또 그때, 그의 어머니는 항상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버림 받았다는 의미로 이야기를 자주 하곤 했었는데, 그것은 또 남편이라면 당연히 처자(妻子)를 중요시 하는 것이 의무(義務)이기 때문에, 그래서 또 그때, 그러니까 그의 아버지가 망명을 떠났을 때 가족이 모두 같이 떠났어야 옳았다는 의미였던 것이다.

 아무튼 <닥터 에드>가 그 처방전(處方箋)을 다 쓰고 사무실을 나왔을 때 <찰리>가 또 이렇게 말을 했었다.

 "벌써 가려고?"
 "네, 처방전은 책상 위에 두었습니다."
 "왜 그렇게 서두는가? 같이 한잔하고 가지?"
 "아, 기다리는 환자가 있어서요!"
 "나 역시도 환자인 것은 마찬가지야!"
 "더 급한 환자가 많습니다. 그리고 약은 1개월분으로 했으니, 그때 다시 만나 뵙기로 하겠습니다!"

 그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 영사관(領事館)을 나왔던 것이었는데, 그런데 또 그때의 기분이란, 그가 역시 그의 어머니를 마지막으로 만나고 돌아왔을 때와 같았던 것이었다. 그러니까 결국, 그 당시의 그에게서는 그런 일들은 모두 시간 낭비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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