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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초입 장마는 1월 폭설만큼이나 독서하기 좋은 조건입니다.

아스팔트 빗길 위를 달리는 자동차 바퀴 소리가 들릴만큼 정적 가득한 심야,

책과 사랑에 빠지는 것보다 의미있는 일을 찾기도 어렵겠지요?

앉아서 여행하는 독서로 의미있는 7월이 되길 바라며, '책을 위한 책'을 추천합니다.

 

 


 

 

 

 『그래도 책읽기는 계속된다 - 로쟈의 책읽기』

  이현우 지음, 현암사, 2012. 6.

 

지난 십년동안 유일하게 별 다섯을 충족시켜주는 인터넷 쇼핑은 유일무이하게 ‘도서 구입’이었다. 책 박스를 열고, 잘 만들어진 몇 권의 반듯한 책을 마주할 때 느끼는 쾌감은 얼마의 돈으로 저자의 사유를 소유하게 된 자가 느끼는 승리감 비슷한 것이다. 일용할 양식이 될 동물 사냥에 나선 사냥꾼의 심정과 유사한 것이다. 이것은 인간이 빵으로만 살 수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책은 심성 뿐 아니라, 물질적 성질로도 우리를 충분히 흥분시킨다. 도서관에 꽂혀 있는 책과 나의 서재에 꽂힌 책의 무게는 절대적으로, 상대적으로 다른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 서재는 그 주인의 욕망을 여실히 보여준다.

 

나의 ‘책사랑’이 하수에 불과하다는 것을 확실하게 느끼게 해주는 이현우의 서평 모음집『책을 읽을 자유』가 나왔다. 이현우는 단단하고 독하게, 종횡무진 전 방위의 독서를 하는 인터넷 서평군‘이다. 책을 읽고 그 나름의 의미를 담아내는 일에 각자의 품격이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그는 나름의 방식으로 서평가들의 本이 된다. 삶이 이어지는 한, 희망이 사라진 지점에서도, “그래도 책읽기는 계속된다.” 이제 곧 휴가. 이 소중한 시간을 책과 연애할 사람의 첫 번째 미팅으로 좋을 책이다. 삶과 책에 대하여 반짝반짝 빛나는 성찰을 하게 해줄 선물 같은 책이다.

 

 

『삶을 바꾸는 책 읽기- 세상 모든 책을 삶의 재료로 쓰는 법』

  정혜윤 지음, 민음사, 2012. 6.

 

CBS 라디오 프로듀서인 저자 정혜윤의 특강을 들었던 적이 있다. 정혜윤의 범상치 않음은 사람 자체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지성과 감성을 적절하게 혼용하는 그녀의 ‘말’은 글만큼이나 - 글보다도 - 매혹적이다. 어디서나 눈에 띄는 큰 키와 눈망울, 개성과 관능을 겸비한 차림새는 ‘책을 사랑하는 서평가’ 이전에 정혜윤이라는 ‘사람’ 그 자체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낸다. 그녀를 향한 궁금함이 너무 사적인 것들인지라, 누군가 대신 질문해주기를 바라는 소심함으로 겨우 체면을 유지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만큼 그녀가 매력적이었음을 고백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녀의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개인에 대한 호기심은 사라지고, 책을 연애하듯 만나는 그녀의 독서에 신선한 감동을 받게 된다는 점이다.

 

제목에서 명확하게 밝히듯, 책은 우리의 삶을 바꾼다. 생각을 바꾸고 바뀐 생각은 우주를 바꾼다. 영화나 공연과 달리 독서는 어디에서나 멈추고 싶을 때 멈출 수 있고, 밑줄 긋기와 접기를 통해서 독자 스스로 강조점을 찍으며 자신만의 책으로 재편집할 수 있다. 여의치 않은 상황이 아니라면, 한권의 책은 온전히 한명의 독자와 독대하는 시간을 갖게 마련이다. 고독과 침묵 속에서 이루어지는 독서의 본질적 성격 때문에 사람마다 자기만의 독서법과 취향으로 책과 연애할 수 있다. 그 때문에 독서는 삶과 만날 수밖에 없는 필연적 속성을 갖는다.

 

 

『내가 쓴 것-잘생긴 천재의 삐딱하게 영화 보기』

  이지훈 지음, 이매진, 2012. 6.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간 젊은 작가의 유고집은 단순히 ‘책’이라고 명명할 사물이 아니다. 기형도의 시(詩), 김광석의 노래에 깃들어 있는 처연함이 현재형이듯, 이지훈의 『내가 쓴 것-잘생긴 천재의 삐딱하게 영화 보기』 역시 '지금 그리고 여기'에서 독자와 만난다. 글은 온전히 작가의 삶 전체를 박제한다. 서둘러 떠난 죽음 앞에서 그가 혼신을 다해 기록한 글을 읽는 다는 것은 제의(祭儀)를 갖추는 일이다.

 

《FILM2.0》의 글들 속에서 영화평론의 허기를 채우며 한 시절을 보냈던 사람은 모두 이지훈을 기억할 것이다. 그를 통해서 영화는 ‘작가’의 ‘예술 작품’이 되었다. 2011년 6월 30일, 세상에 이름 석 자 남기고 떠난 그의 원고 모음은 『내가 쓴 것』과 『해피-엔드』라는 두 권의 유고집으로 독자와 마지막 만남을 갖는다. 그의 글은 가벼운 듯하지만, 깊은 여운이 있고, 엉뚱하지만 새로움이 있다. 서툴지만 자유롭다. 자기 나름의 영화 해석은 창조에 버금간다. 아마 이 점이 그가 당당하게 오독을 사랑한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다시 우리의 관심은 '사회'로...

 

『신 없이 사는 법』

  로널드 애론슨 지음, 김세진 옮김, 상상과표현, 2012. 6.

 

김형경의 『사람 풍경』, 『좋은 이별』, 『천개의 공감』에 이어 『만 가지 행동』을 읽으면서 성찰과 치유를 경험했다. 나뿐 아니라, 많은 독자들이 작가의 글에서 자존감을 세우고,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에 공감 · 동감하였으리라. 그것은 종교가 주지 않는 지극히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울림이었다.

 

그러나 네 권의 ‘치유 시리즈’를 섭렵한 끝에서 만나는 하나의 불편함은 - 내게 주어진 화두일 수도 있는 - 바로 신(神)이었다. 실존적 한계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결코 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가, 우리는 신의 디자인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가? 종교가 없는 자리에는 또 다른 것들이 ‘유사 종교’의 형태로 인간을 지배하고 있다. (죽음과 같은 절대적) 두려움과 한계 상황은 인간으로 하여금 신을 찾게 한다.

 

문명은 진화했으나, 애니미즘, 토테미즘, 샤머니즘의 기원으로 가득 찬 종교를 볼 때면 인간의 종교적 성찰은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니체의 『신은 죽었다』,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을 넘어서서 다시 그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싶어서 추천한다.

 

 

 『노동의 배신-'긍정의 배신'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워킹 푸어 생존기』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최희봉 옮김, 부키, 2012. 6.

 

『긍정의 배신』을 통해서 ‘긍정’이 힘이 아니라 우리의 발등을 찍을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했던 바버라 에런라이크가 이번에는 노동이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을 어떻게 배신하는지를 보여준다. 『노동의 배신』은 저자의 워킹 푸어 생존기다. 1998년부터 2000년까지 3년에 걸쳐 식당 웨이트리스, 호텔 객실 청소부, 가정집 청소부, 요양원 보조원, 월마트 매장 직원 등으로 일하며 최저 임금 수준의 급여로 정말 살 수 있는지를 직접 경험했다.

 

연봉과 월급을 받는 현대인은 일을 하는 자유인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실상은 고용직 노예와 다름없을 수 있다. 중산층은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고, 정당하게 자기 권리를 누린다고 생각한다. 곳곳에서 최저생계비를 받으며 일하는 사람들의 노동 위에 자신의 권리가 보장받고 있다는 것을 미쳐 생각하지 못한다. 『노동의 배신』은 대중의 배설물을 치워주는 하층 노동자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잊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양심을 깨어나게 한다. 또한 우리 모두 어떤 행동으로 우리 각자의 삶이 지켜나갈 것인지를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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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도둑 2012-07-11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항~ 두 권이 겹쳤군요...ㅎㅎ
이렇게 정성들여 페이퍼를 쓴 보고 가끔 반성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생략! 생략을 하죠..반성만 하는 인간은 발전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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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향의 정치학- 피에르 부르디외의 <구별짓기> 읽기와 쓰기l』

   홍성민 지음, 현암사, 2012

 

  현암사에서 출간한 ‘우리시대 고전읽기 질문총서’ 세 번째 책이 『취향의 정치학』이다. 프랑스의 저명한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가 1979년에 쓴 『구별짓기』를 한국현실을 토대로 재해석했다. 부르디외는 마르크스(K. Marx)가 생산수단의 소유 여부를 가지고 지배와 피지배의 이분법으로 나눈 것을 토대로, 사회문화를 미시적·거시적으로 교차 분석하여 다층적이고 다양한 위계와 자본으로 분류하였다. 자본은 경제자본, 문화자본, 학력자본, 사회자본 등 다양한 자본이 존재한다.

 

  사람들은 다양한 문화적 실천을 통해서 상이한 자본을 전환한다. 이러한 분석을 토대로 단지 경제 자본뿐 아니라, 상징자본이 우리 삶의 결정적이라는 사실을 밝힌다. 부르디외의 『구별짓기』를 촘촘히 읽다보면 한국과 프랑스의 사회문화적 배경이 다르고, 시대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공통된 특성을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자 홍성민은 부르디외의 문제의식을 한국의 질문으로 치환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다음, 부르디외가 섬세하게 사용하는 주요 용어를 해설하여준다. 저자는 국내의 2차 문헌들을 소개함으로써 부르디외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이 헤매게 될 미로의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준다. 사회학의 거장 부르디외의 해제를 읽는 기쁨이 큰 책이다.

 

 

 『어쩌다 사회학자가 되어- 피터 버거의 지적 모험담』

   피터 L. 버거 지음, 노상미 옮김, 책세상, 2012.

 

  현존하는 사회학자 중 가장 영향력 있는 학자로 꼽히는 피터 버거의 유쾌한 농담을 들을 수 있는 책이 바로 『어쩌다 사회학자가 되어- 피터 버거의 지적 모험담』이다. 거의 한 세기를 인간과 사회에 대한 성찰로 보낸 팔순 노학자가 삶의 뒤안길에서 쏟아내는 이야기는 탐험가의 기록과 별로 다르지 않다. 인간은 누구도 ‘관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객관성을 담보하는 일은 자신의 삶의 과정을 지우는 일인지도 모른다. 피터 버거는 당파성을 부정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펼쳐간다. 그가 사회학가 되는 ‘우연의 과정’에서부터, 세상을 사회학적으로 바라보는 일에서 느꼈던 흥분을 낱낱이 보여준다.

 

  그가 매력적인 이유는 강단 사회학자로 머물지 않았기 때문이다. 글로벌 트레킹 사회학자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세계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그는 자신의 사회학적 방법론인 ‘사회학적 관광’으로 온 세계를 탐험했다. 또한 커피를 앞에 두고 대화하고, 모임을 만들고, 연구를 하고, 프로젝트를 사용하여 ‘커피 하우스’라는 방법론을 선택하였다. 이 두 가지 방법으로 그가 내린 결론 언저리에서 얻은 답은 “이 사회는 인간이 만든 세계이므로 우연적이며 유동적이다.”는 것이다.

 

  가끔 끔찍한 범죄를 기사로 접할 때마다 우리는 “인간이 어떻게 저렇게 잔인할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어쩌면 답은 ‘인간이기 때문에 잔인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많이 가진 집단일수록 더 대담한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을 우리는 직, 간접적으로 알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생각을 옳다고 주장하기 보다는 끊임없이 성찰하며 근본주의와 상대주의 사이에서 길을 찾는 일이 될 것이다.

 

 

『정의로운 교육이란 무엇인가- 평범한 교실에서 희망을 찾아가는 현장 교사들 이야기 』

   코니 노스 지음, 박여진 옮김, 이매진, 2012.

 

  ‘불편한 진실’은 교육현장에 만연해 있다.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되는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 학교를 떠나지 않았더라도 떠나고 싶어서 중퇴를 고려하는 학생들 또한 열에 셋이나 된다고 한다. 학생의 위기는 바로 교사, 공교육의 위기이고, 이 사회의 위기가 된다. 공교육 붕괴 담론은 단순히 한국사회의 문제만은 아니다. 희망이 절망이 된 교육현장에서 새로운 전망을 찾기 위한 연구가 시작되었다. 바로 저자 코니 노스 교수다. 그는 정의로운 교육을 실천하는 네 명의 교사와 함께 1년간의 질적 연구 과정을 책으로 엮었다.

 

  교육의 목표는 개인의 성공이나 사회의 효율성 증대에 있지 않다. 정의사회를 구현하는 창의적, 비판적인 민주시민의 양성에 있다. 교과의 경계 없이 모든 배움은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훈련 과정이어야 한다. 이 책을 통해서 교감과 연대를 통해서 시민으로 길러지는 과정이 목도할 수 있다. 또한 학교는 배움뿐 아니라, 소외된 아이들의 ‘돌봄’의 공간이라는 것, 평생학습이 이루어져야 하는 미래사회의 베이스캠프로서 ‘소통’의 장이어야 한다는 것을 새롭게 성찰할 수 있는 책이 될 것이다.

 

 

 

 

『멘토의 시대- 강준만이 전하는 대한민국 멘토들의 이야기』

   강준만 지음, 인문과사상사, 2012.

 

  매달 신간을 내고 있는 학자중의 학자 강준만 교수님. 이번 달에는 우리사회의 멘토들에 대한 명쾌한 분석서를 출간했다. 이시대의 멘토로 불리고 있는 열두명의 매력을 분석했다. 거기에 멈추지 않고 그들이 전하는 사회적 메시지를 촘촘히 해부한다. 단지 인물을 분석하는 것에 목적을 두었다면 덜 매력적이었을텐데, 인물분석은 수단일 뿐이다. 인물 분석은 한국 사회의 뜨거운 이슈에 예리한 메스를 가한다.

 

  그의 메스가 해부한 열두명의 국가대표 멘토는 안철수, 문재인, 박원순, 김어준, 문성근, 박경철, 김제동, 한비야, 김난도, 공지영, 이외수, 김영희다. 멘토들이 걸어온 삶의 궤적과 철학을 집중 분석하면서 그들이 왜 대중에게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지를 논한다. 대통령 안철수론, 김어준과 <나는 꼼수다> 열풍, 공지영과 이외수를 둘러싼 트위터 논란, 이익공유제와 관련된 이건희와 박경철의 입장 차이, 문성근의 100만 민란 주장과 미국의 무브온 모델 분석, 김제동의 웃음과 상처의 의미, 김영희 PD와 <나는 가수다>의 대중문화 현상 등에 대해서 새로운 해석서가 될 것이다.

 

 

 

 『한눈에 읽는 현대 철학- 30개의 키워드로 현대 철학의 핵심을 읽는다』

   남경태 지음, 휴머니스트, 2012

 

  이 책을 선택한 것은 오로지 저자에 대한 신뢰다. 그의 『종횡무진 한국사』, 『종횡무진 서양사』를 통해서 즐겁게 역사를 읽었던 기억과 그가 방송하는 ‘타박타박 세계사’ 의 애청자인 때문이다. 역사학만을 공부하지 않고, 사회학적 토양에서 다시 쓰인 역사는 현재진행형이다. 그의 박학함 덕분에 전 방위적 글쓰기가 가능하다.

 

  서른 한명의 사상가를 한권의 책에 담는다는 것이 오만하고 무모한 일처럼 보일수도 있지만, 철학의 지리학(지형학)을 파악하기 위한 출발선에서 매우 유익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산이든 오르기로 작정했다면, 나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석학의 산을 골라야하지 않겠는가? 한반도의 각각의 산이 가진 풍광이 모두 다르듯, 철학자는 동시대의 비동시성을 한 몸에 담고 있다. 니체가 시대보다 먼저 온 사람이듯, 철학자는 시공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사람이다. 우리가 올라야 할 산은 저마다의 취향과 실력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매우 유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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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도둑 2012-06-05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반가운 분의 이름이 있군요 동아대 정외과 홍성민 교수님...^^
권력! 권력! 권력에 천착해서 마르크스로 시작해 부르디외까지 가신 분..
강의 할 때 보면 포스 죽이지요~~ㅎㅎ

피터 엘 버거 그분 말예요...
어쩌다 사회학자가 되었는지는 정말 궁금해요,,,어쩌다가? 도대체 어쩌다가 그리 되었을까요?...

더불어숲 2012-06-05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권력, 권력, 권력을 좇아서...맑스의 생산수단의 소유여부에서 부르디외의 자본으로.. 그리고 푸코의 미시권력에서 거슬러 올라가 니체의 위버멘쉬로.. 헤매다녔습니다.
계속해서..헤매 다니겠지요?ㅎ

가연 2012-06-06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어쩌다 사회학자가 되어.. 어쩌다 파트장이 되어... 푸하하, 이렇게 인사드리게 되네요. 어쩌다 사회학자가 되어, 가 흥미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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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함께 책을 읽자고 권하는 일은

더불어 여행을 하자는 말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경험은 공유할 때 더 큰 의미를 지니지요^^

열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한권의 책을 열 사람이 읽고 얘기 나누는 것.

그것이 공동 서재를 가꾸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월 초록의 떨리처럼, 설레이는 5월 여시기를 바라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Bibliotheques Du Monde) 자크 보세 지음, 이섬민 옮김, 기욤 드 로비에 사진, 다빈치, 2012, 04,

 

더 이상 젊음에 미련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세상에 도서관과 영화관이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세계와 삶이 가득해서 무한으로 확대되는 유한의 공간이 바로 그곳이다. 낯선 나라의 도시를 여행을 하다보면 체력과 의지가 바닥 날 때가 있다. 그때 나는 알 수 없는 이국의 언어로 가득한 도서관에 간다. 그곳의 서가를 거닐다 보면 천만년도 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밥을 버는 일에 매진하는 생계형으로 살아가다 보면, 언제 다시 길을 나설지 가늠할 수 없는 일상이 계속된다. 이 지루함을 견딜 수 있는 것은 나의 서재 덕분이다. 여기에 덤으로 가보고 싶은 도서관을 사진으로 만나는 기쁨을 나눠주는 책이 있다. 그 서가를 거니는 것 같은 감동을 던져주는 책, 바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이다.

 

우리가 책을 사랑하는 이유는 단지 책의 내용에 있지 않다. 수 십 년 동안 땅에 뿌리내렸던 나무가 만들어내는 물성(物性)이 책의 내용만큼 소중하다. 북디자이너는 책의 내용을 예술의 손길로 어루만진다. 우리는 세월을 담고 있는 빛바랜 책에서 인류의 지식과 지혜를 발견한다. 도서관을 구성하는 책은 수집가가 일궈 낸 노력의 산물이다. 거기에 오랜 역사를 간직한 도서관 건물이 주는 아우라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이 책을 통해서 우리는 클래식 작가들이 사랑했던 그곳을 함께 나누는 기쁨을 선사받을 것이다.

 

 

『아티스트 웨이- 나를 위한 12주간의 창조성 워크숍』, 개정판 , 줄리아 카메론 지음, 임지호 옮김, 경당, 2012. 05.

 

전시회와 음악회에 가는 사람은 그 분야의 전문가보다는 일반 대중이 훨씬 많다고 한다. 아마추어는 직업으로 삼지 않았으나, 그 일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다. 가장 아름다운 예술품은 바로 자율적이고 주체적으로 완성한 우리의 일생일 것이다. 미학적으로 삶을 완성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아티스트 웨이- 나를 위한 12주간의 창조성 워크숍』이다. 2003년 나왔던 『아티스트 웨이』의 개정판이다. 한때 이혼과 알코올 중독자였던 줄리아 카메론의 체험에서 비롯된 이 책은 내 안의 ‘먼지 아이’를 내보내고, 다재다능한 어린 아이를 들여보내는 의례가 될 것이다. 12주의 창조성 회복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고통스런 자아와 결별할 수 있을 것이다. 안정감, 정체성, 힘, 개성, 가능성, 풍요로움, 연대, 의지, 동정심, 자기보호, 자율성, 신념을 회복한 것, 그것이 바로 아티스트로 가는 길이다. 이 책으로 미학적으로 나를 가꾸는 12주의 여행을 떠나고 싶다.

 

 

『차별받은 식탁- 세계 뒷골목의 소울푸드 견문록』, 우에하라 요시히로 지음, 황선종 옮김, 어크로스, 2012. 04

 

사람의 몸을 구성하는 요소는 칠 년이 지나면 완전히 바뀐다. 칠 년마다 내 몸은 사라지고, 새로운 몸의 내가 된다. 그 몸을 구성하는 것이 ‘음식’이다. 비약하면 먹고 사는 음식이 그 사람의 존재와 의식 모두를 규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토불이’라는 말이 무색한 세계화 속에서 의식주 대부분이 획일화되었다.

 

여기에는 역설이 존재한다. 비슷해지는 삶과 반비례해서 사람들의 이동은 상상을 초월해서 이루어진다. 행복의 수단으로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꼽는다. 여행은 서서 하는 독서다. 텍스트를 읽듯 타인의 삶을 간접 체험한다. 그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는 향토 음식을 먹는 일이다. 그것이 특정 지역민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인도차이나를 한 달간 배낭 여행했을 때였다. 미얀마의 어느 시골에 도착했을 때는 늦은 저녁이었다. 방도 구하지 못한 상태에 허기까지 느껴져 짜증이 났다. 원주민에게 먹을 만한 곳을 물었더니, 노점 국수집을 알려줬다. 기대 없이 간 식당은 누추하기 짝이 없었다. 아무 것이나 괜찮다고 주문을 했는데, 우리나라 칼국수와 비슷한 음식에 고추장까지 얹어주었다. 국물을 한번 떠먹는 순간, 오늘밤 잠자리가 없다는 걱정도 잊어버리고, 한국의 시골 마을 칼국수 집에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얼큰한 국물이 위장을 채우자, 마음이 느긋해져서 잠잘 숙소를 구하지 못했다는 것도 잊어버렸다. 주인의 얼굴도 그제서야 눈에 들어왔다. 마지막 손님이었던 외국인을 바라보는 누추한 식당 주인의 눈빛은 더없이 따뜻했다. 그가 안내해준 게스트하우스에서 편안한 잠을 잘 수 있었다. 그곳은 여행객이 가는 식당이 아니었다. 3일간의 식사를 그곳에서 해결하며 지역 주민과 친해질 수 있었다.

 

취향이 천성이 아니듯, 음식의 선호도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니다. 서열화 된 계층 사회에서 식탁은 동등하지 않다. 민중은 고급 식탁을 맹목적으로 따라하지 않는다. 자신이 가질 수 없는 음식을 선망하기도 하지만, 자신들만의 독자성을 가지고 자신만의 소울 푸드를 만들어낸다. 영혼을 적시는 음식, 암묵적으로 이루어지는 그들의 저항 방식이다.

 

전 세계의 궁핍한 이들이 사는 곳을 찾아다니며 글을 쓴 저자 오에하라 요시히로는 『일본 뒷골목으로 떠나다』라는 책으로 오오야 소이치 논픽션상을 수상한 저널리스트다. 궁핍한 이들의 문화를 드러내는 것이 차별을 해소하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소울푸드 미국, 도망자들의 가난한 낙원 브라질, 유랑자의 만찬을 가지고 있는 불가리아와 이라크, 네팔의 금단의 소고기, 일본 부락의 풍경을 담고 있다. 이보다 더 의미있는 여행기도 드물 것이다.

 

 

『매매춘, 한국을 벗기다- 국가와 권력은 어떻게 성을 거래해왔는가』, 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 2012. 04.

 

 

동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경외스러운 ‘강준만’ 교수님의 신간이 또 나왔다. 다작을 쏟아내는 그의 책을 모두 사서 읽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읽는 자가 버거울 때, 쓰는 자의 작업량과 시간은 도대체 얼마일까? 강준만 교수님의 책은 무조건 구입한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존경의 표현이다.

 

그는 한국 근현대사의 모든 문제를 모두 다룰 모양이다. 그의 망원경과 현미경에 걸려든 주제는 고유한 역사를 얻는다. 하나의 쟁점을 가지고 이야기할 때 전후 맥락을 생략한 채 단편적으로 논쟁하다 보면, 실체 없는 싸움이 되기 십상이다. 매매춘과 간통은 ‘도덕적 기준’으로 판단되기에 앞서 국가 권력이 어떻게 이러한 쟁점과 결부되어 있었는지를 촘촘하게 살피는 일이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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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 2012-05-06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이번에 파트장이 된 가연입니다. 얼마나 댓글을 이렇게 남기며 체크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ㅎㅎ 세계 뒷골목의 소울푸드 견문록, 이라는 책은 저는 미처 확인하지 못했지만.. 정말 흥미로워 보이는 책이네요..ㅎㅎ 확인했습니다.

더불어숲 2012-05-06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트장의 존재감이 확~ 느껴집니다. 든든하네요. 감사합니다.^^

꽃도둑 2012-05-10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티스트 웨이]에 끌리는 이유가 뭘까요? 나를 위한 창조적 워크샵이라는 부제 때문인 것 같아요.
창조적,,,,크크
숲님,11기 잘 해봐요~~~^^
 

『자전거 탄 소년』 (The Kid With A Bike, 2011)

감독 : 장-피에르 다르덴 , 뤽 다르덴, 출연 : 세실 드 프랑스, 토마 도레, 제레미 레니에,

 

시릴과 아만다 이야기

 

열두 살 생일을 바로 앞둔 시릴은 읽어버린 자전거를 찾기 위해 아동보호소를 뛰쳐나온다. 아이의 아빠는 자전거를 팔고 소년을 버렸다. 우격다짐 몸싸움 끝에 아버지와 추억이 있는 자전거를 쟁취해 온다. 시릴은 자전거를 아버지의 사랑과 동일시한다. 아버지에게 버림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소년, 아들을 짐스러워하는 아버지, 둘의 재회가 쉽지 않다. 물리적인 만남 끝에서도 두 사람은 마음을 합하지 못한다. 서로 가야할 길이 다르기 때문이다.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아버지와 헤어지게 되었다고 믿는 소년은 길을 가는 부자(父子)를 린치하고 돈을 갈취한다.

 

그 과정에서 소년은 아무 조건 없이 물질적 지원과 심리적 지지를 아끼지 않는 한 여성, 아만다를 만난다. 미용실을 운영하며 혼자 사는 아만다는 소년의 요청을 받아들여 위탁모가 되어 계산하지 않는 사랑을 선물한다. 그녀는 불안하고 위태로운 소년을 잡아주는 구심점이다. 소년이 엇나가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내면의 갈등 없이 소년을 구원한다. 이 점이 『자전거 탄 소년』을 ‘아이의 성장과 어른의 사회적 책무성에 관한 영화’로 만든다. 그녀의 선택은 즉각적이고 준엄하다. 아만다의 사랑으로 관계 윤리와 책임이 소년에게 전이되면서 치유를 경험한다.

 

평범한 플롯을 특별하게 만드는 힘은 바로 감독 다르덴 형제에게 있다. 장-피에르 다르덴과 뤽 다르덴은 1990년대 세계 아트하우스 영화를 대표하는 벨기에 감독이다. 이 영화 이전에 칸 영화제에서 이미 네 편의 영화로 황금종려상 ('로제타' '더 차일드'), 각본상 ('로나의 침묵'), 여우주연상('로제타'), 남우주연상('아들')을 수상했다. 노동자의 현실을 날카롭게 고발한 다큐멘터리를 수십 편 만들었던 감독들에 대한 칸영화제의 사랑을 짐작할 수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작품과 다른 방식을 차용한 이 영화로 칸 심사 위원 대상을 수상했다. 러닝타임 87분, 핸드 헬드 카메라에 비전문배우를 앞세우고, 음향 이외에 음악은 사용하지 않던 엄격한 리얼리스트 형제는 이전 영화와는 달리 멜로 장르의 특징을 일부 차용하여 <자전거를 탄 소년>을 연출했다. 영화 초입부터 들려주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유명 배우인 세실 드 프랑스를 주연으로 발탁한 점이 그들의 기존 영화와 다른 점이다.

 

그러나 다르덴 형제에게 영화는 여전히 삶의 우위에 있지 않다. 그들은 우리 주변 어딘가에서 살고 있을 것 같은 캐릭터의 변화를 조심스럽게 보여주는 진정한 리얼리스트다. 피해왔던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도 그들의 영화에는 여전히 사회적 문제의식과 ‘희망’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노동자들의 소외된 삶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제도적 모순이 개인의 의지와 만나는 한계상황에서 놓여있는 캐릭터들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설명해야 할 부분을 생략함으로써 관객에게 복잡한 마음을 선물하는 독특한 화법 또한 변함없다.

 

드와넬, 무쉐뜨, 그리고 시릴

 

도덕과 윤리에 잡히지 않는 아이들을 떠올리게 하는 또 다른 작품이 있다. 그들의 무표정한 얼굴에서 누적된 슬픔의 깊이와 함량을 느낄 수 있는 리얼리즘 영화들이다. 트뤼포 감독의 『400번의 구타』(1959)에서 드와넬이 살아가는 삶이 그렇다. 그의 일상은 지독한 정신적 ․ 육체적인 구타로 이루어져 있다. 드와넬은 일상화된 폭력 앞에서 무표정하게 응대할 뿐이다. 카메라는 주관을 배제한 채 한 아이의 생활을 쫓는다. 브레송의 <무쉐뜨>(1967)에서 어린 소녀가 선택하는 저항은 자기학대에 가깝다. 소녀는 자신을 구원하는 방식으로 죽음을 선택한다. ‘자살’을 ‘악’으로 규정짓는 근본 기독교의 기계론적 접근에서 어긋나는 지점을 형성하며, 다시 자기표적을 겨냥하듯 기독교로 회귀하여 순교한다. 모두 보편화된 어린 아이의 모습과 상반된 채, 세상과 불화한다.

 

<자전거를 탄 소년>이 다행스러운 점은 드와넬과 무쉐뜨에게 없는 평화가 시릴에게 주어졌다는 점이다. 소년은 궁지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호의로 가득 한 든든한 보호자가 있고, 주변인에게 속죄의 여지가 있다. 소외된 자들에게 카메라 시선을 견지하며 윤리를 성찰하는 감독들의 내공은 이 영화를 통해서 구원과 희망으로 조용히 다가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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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미셀 하자나비시우스, 배우 : 장 뒤자르댕, 베레니스 비조

 

올해 2월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아티스트>는 전 세계, 전 세대를 아우르며 관객의 열렬한 사랑을 받고 있다. 젊은 층은 새로움을 발견했고, 중장년층은 어렸을 때 감동을 주었던 고전 영화의 재현을 경험한다. 진 켈리 주연의 <사랑은 비를 타고>(1952)와 같은 뮤지컬 영화를 다시 보는 듯한 착각을 느끼게 한다. 화면비율 4:3의 이 흑백영화는 영화 기술의 정수에 도달했다고 평가하는 21세기를 잠시 잊게 만든다. 남녀 주인공의 사랑과 댄스, 음악은 1920~30년대 헐리웃 영화 전성기에 제작된 영화처럼 느껴진다. 전혀 새롭지 않은 플롯과 연출에서 사람들은 ‘과거’라는 달콤한 마술을 경험한다. 반대로 고전 영화에 친숙하지 않은 젊은 세대에게는 과거가 ‘새로움’으로 다가서면서 즐거운 꿈의 세계를 선사한다.

 

<아티스트>는 무성영화 시대에서 유성영화시대로 넘어가는 시기의 헐리웃을 배경으로 한다. 무성영화계 최고 스타였던 한 남자의 흥망성쇠와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무성 영화 시대에 최고의 흥행 가도를 달리던 배우 조지 발렌타인(장 뒤자르댕)은 흑백 영화의 쇠퇴와 함께 부와 명예도 전락한다. 기존 영화 제작 방식을 고수하며 지키려했던 조지는 실패를 거듭하면서 점점 침울한 상황으로 내몰린다. 그를 흠모하며 배우로 성장하고 있는 신출내기 페피 밀러(베레니스 비조)는 조지의 몰락과는 반대로 신예로 떠오르며 대중의 사랑을 받는다. 그녀는 조지의 수호천사가 되어 그의 재기를 돕는다. 페피는 파산으로 극한의 선택을 하려는 조지 곁을 떠나지 않고 묵묵히 함께한다.

 

무성 영화 형식을 취한 <아티스트>는 소란한 일상을 잠시 잊게 한다. 음악과 댄스는 대사가 주는 피로함을 시선만으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든다. 2012년 아카데미는 <아티스트>의 해라고 해야 할 것이다. 64회 칸영화제에서 <트리 오브 라이프>에 황금종려상을 양보했지만, <아티스트>는 아카데미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의상상, 작곡상, 음악상을 수상했다. 장 뒤자르댕은 <머니볼>의 브래드 피트,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의 게리 올드먼, <디센던트>의 조지 클루니와 같은 경쟁자를 누르고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프랑스에서만 알려졌던 배우 장 뒤자르댕의 수상에 대한 이의는 별로 없는 듯하다.

 

유성영화를 연기해온 배우가 무성 영화의 연기로 몸을 언어화하는 것은 힘겨운 작업이다. 장 뒤자르댕은 원맨쇼 코미디를 연기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코미디언으로 활동했던 경험은 무성 영화 시기에 최고의 스타 조지를 연기하는데 필요충분조건이 되었다. 감정을 체화하여 다양한 몸짓과 표정을 만들어냄으로써 무성영화의 답답함을 완벽하게 해소했다. 그는 모든 것을 시각적으로 전달해야 하는 방식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장 뒤자르댕과 베레니스 비조는 현장에 흐르는 음악에 맞춰 감정을 조절하고, 표정과 눈짓으로 대사를 대신했다.

 

거의 무성 영화에 가깝게 제작된 이 영화는 음악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미셀 하자나비시우스 감독과 영화 음악가 루도빅 바우스는 고전 헐리웃 작품들을 감상했다. 음악이 대사와 음향 없는 영화의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방식과 친숙해지기 위해서다. 대사가 없는 상태에서 자막까지 최소화하고 이야기를 펼쳐가는 테크닉에 있어서 음악이 무척 중요하다. ‘페니 프롬 헤븐’과 ‘주빌레 스톰프’와 같은 몇몇 곡을 제외하고는 모두 영화를 위해 새로 작곡되었다. 압권은 영화의 마지막 2분 동안 펼쳐지는 음악에 맞춰 두 배우가 추는 탭댄스다. 미셀 하자나비시우스 감독은 흑백 무성 영화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이 장면을 얼굴과 몸을 한눈에 보여주는 롱 쇼트로 촬영했다. 조지와 페피가 유성 영화를 찍으며 신나게 춤추고 노래하는 이 장면을 위해서 다섯 달 동안이나 탭 댄스를 연습했고, 장면을 촬영하는데도 열일곱 번이나 반복해서 찍었다고 한다.

 

<아티스트>는 단순히 과거로만의 회귀가 아니다. 이 영화는 무성영화와 유성영화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다. 음악을 예상하는 순간에 음향으로 반전을 끌어오기도 하고, 배우의 입이 클로즈업 된 상태인데 자막이 깔리지 않기도 한다. 기대와 어긋나는 엇박의 리듬이 관객의 집중을 유도한다. <아티스트>는 1920년대의 스타일을 그대로 복원하지 않음으로써 21세기 관객의 사랑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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