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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우울증』사이토 다마키 지음, 이서연 옮김, 한문화, 2012, 11
- 사회적 관계에서 오는 현대인의 마음의 병, 신종 우울증을 해부한다
평범한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우울증’이라는 자가 진단을 내린다. 자살을 시도했던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끔찍한 범죄와 연루된 사람들 또한 우울증으로 오랜 은둔 생활을 했다고 고백한다. 도처에 널려 있으나, 누군가는 감기처럼 앓기도 하고, 누군가는 극단의 선택을 하기도 한다. 십 년 전만 해도 평범하지 않았던 질병이 마치 감기처럼 이야기된다. 사람들은 모두 우울증의 전문가인 듯 이야기한다.
한때 우울증은 유럽처럼 선진국 사람들이 실존적인 문제와 삶의 권태로부터 야기하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생존 자체가 목적인 가난한 개발도상국에서 ‘우울증’은 왠지 사치스러운 느낌마저 들었다. 먹고 살기 어려운 사람에게 마음을 돌보는 것은 사치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쌍용 자동차 희생자가 스물세 명으로 늘어나면서, 더 이상 우울증은 개인의 심인적인 것으로 간과할 수 없는 사태에 이르렀다.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 어떻게 개인을 불안으로 잠식하고, 많은 사람들이 공동체에서 도피하여 운둔하게 하는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병은 원인을 알아야 제대로 치유 할 수 있다. 인지 치료를 통해서 우울증을 없애려는 ‘과학적’ 노력은 계속되면서, 정신 질환 신약 또한 꾸준히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개인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외부에 그 원인이 있다면 우울증은 정신 질환 약을 먹고, 휴식을 취한다고 해서 사라질 질병이 아니다. 정신의학자인 저자 사이토 다마키는 우울증이 개인적인 질병이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울증이 시스템에 의한 병리 현상이라면, 그 치유법 또한 달라질 것이다.
『칼 구스타프 융, 언제나 다시금 새로워지는 삶』 신근영 지음, 북드라망, 2012. 11.
융, 프로이드, 사바나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영화, <데인저러스 매소드>는 융이라는 위대한 분석 심리학자를 이해하기 위한 단초가 되었을 뿐 아니라, 정신분석이 어떤 방식으로 환자에 접근하여 임상 치료를 하는지에 대하여 기초 지식을 갖을 수 있도록 하는 작품이다.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세 명의 정신과 의사가 어떻게 무의식이 사로잡히고, 자신의 욕망과 충동에 페르소나가 덧씌우는지, 그 과정에서 세 사람이 각 각 어떤 통찰을 얻게 되는지의 과정에 집중하다 보니, 융의 전체 삶을 이해하기에 다소 어려움이 있다. 구스타프 융이 아니마, 아니무스, 자기, 집단 무의식을 발견하는 학문적 여정을 함께하기에는 다소 부족하였다.
반면 『칼 구스타프 융, 언제나 다시금 새로워지는 삶』은 스스로 “걸어다는 정신병원”이었던 융의 삶 전체를 종횡무진 가로 지르며, 우리 모두 자기 삶의 치유자가 되어야 하고, 될 수 있음을 주장한다. 내 마음의 별자리인 ‘콤플렉스’를 발견하고 인정하는 치유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본질을 알게 되고, 우리는 통합된 자기를 완성할 수 있다. 나를 알고, 세계를 이해하는 것이 삶의 목적이라면 드러난 의식만으로는 자기를 알 수 없다. 답은 우리 안의 무의식속에 은밀하게 감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분석 심리학은 힘을 갖는다.
『대동서, 유토피아를 찾아 떠나는 여행』김태진 지음, 북드라망, 2012. 11.
‘대동 세상’을 꿈꾸었던 중국의 정치사상가 강유위(캉유웨이)가 백여년 전에 썼던 책, 『대동서』와 그의 삶을 함께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모두가 하나 되는 ‘대동 세상’을 꿈꾸었던 강유위의 생애, 사상, 당시 중국과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의 정치, 경제, 사회적 실상을 바탕으로 그가 주장했던 유토피아의 실체를 탐색하는 과정이 한편의 여행 안내서로 구성되어 있다.
신진 정치학자 김태진은 이상사회에 관한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담고 있는 『대동서』를 현
재의 시점에서 새롭게 읽는다. 계약결혼, 보편 세계, 경쟁 거부, 100년 전 주장이 현재에도 유효하다는 점이 놀랍다. 밥벌이에 지쳐 삶을 산다는 것이 괴로운 - 불안하고 불온한 현대를 살아가는 - 사람들이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읽어야 할 가이드북이 될 것이다.
앞의 북드라망에서 만든 ‘마이클’ 시리즈(나의 클래식 시리즈) 두 권의 책에 덧붙여 : “어려운 것을 쉽게, 쉬운 것을 깊게, 깊은 것을 유쾌하게!” 라는 출판사의 기획처럼, 융 입문서로 훌륭한 책이다. 몇 년 전 수유 연구실에서의 짧은 경험 탓에 그들의 학문적 지향점을 힘차게 지지해주고 싶다. 공부는 친구와 함께, “대가 옆에서 대가 나오지 않는다.”는 말처럼, 지식 공동체로 코뮨을 이룬 수유너머의 도반이 쓴 책이라는 점, 이 책들에 대한 믿음은 거기에서 나온다.
『상처 주는 학교- 우리 교육의 희망과 대안을 찾아』, 커스틴 올슨 지음, 노승영 옮김, 한울림스페셜, 2012. 11.
『미국의 공교육 개혁 - 빛과 그림자』를 보면, 우리의 상황과 미국의 실태가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것, 공교육을 개혁하기 위하여 미국에서 시행된 정책들이 어떻게 공교육의 그림자로 환원되었는지를 알게 된다. 그 책의 연장선에서 읽어야 할 책이 바로 『상처 주는 학교- 우리 교육의 희망과 대안을 찾아』다. 공교육에서 희망과 대안을 찾으려는 교육 전문가 커스틴 올슨 (Kirsten Olson)은 시대에 뒤떨어진 교육정책이 어떻게 학교를 상처로 물들이는지를 알아차리고 치유할 것인지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풀어간다.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이 도입되면서, 교육은 노골적으로 자본의 논리에 흡수되었다. 참된 배움과 인성을 기르기 위한 전인 교육은 사라지고, 정부는 평가 국가로서 자리매김했다. 학업성취도, 학교 평가, 책무성, 교원 평가 등이 등장하면서 가르치고 배우는 기쁨이 사라져가고 있다. 교실은 학습된 무기력으로 학습 동기를 잃어버린 학생과 존경이라는 상징 자본 없이 입시를 준비하게 하는 교사의 만남의 장이 되어 가고 있다. 교학상장(敎學相長)은 사라지고,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 비틀린 관계가 학교를 지배하고 있다. 그 안에서 희망을 발견하기 위해서 읽어야 할 책이다.
『뇌과학, 경계를 넘다- 신경윤리와 신경인문학의 새 지평』, 신경인문학 연구회 지음, 홍성욱, 장대익 엮음, 바다출판사, 2012. 11.
『뇌 과학, 경계를 넘다』는 뇌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하고 있는 학자들이 함께 바라본 미래학에 관한 연구서다. 인간 존재에 대한 물음에서 출발하는 이 책은 과학의 발전과 함께 비례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윤리적, 법률적, 사회적인 문제들을 다룬다. 뇌 과학은 뇌를 사회적 관계나 제도에서 분리하여 연구하는 학문이 아니다. 뇌 과학자 뿐 아니라, 의학, 법학, 철학, 인지과학, 과학기술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함께 고민해야 할 분야다. 뇌 과학은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의 생각과 통섭하지 않고서는 이해될 수 없는 학문 영역이다.
‘뇌에 문제가 있는 범죄자는 용서받을 수 있는가?’ ‘식물인간에게 인격이 있는가?’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약을 먹으면 안 되는가?’ ‘과연 인간의 자유의지는 존재하는가?’ 등의 물음은 뇌 과학적 지식만으로 답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뇌 과학, 경계를 넘다』는 다양한 정책과 법이 제정되는 과정에서 뇌 과학은 어떻게 활용되고 있으며,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계기를 제공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