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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 知의 향연』노엄 촘스키 지음, 앤서니 아노브 엮음, 이종인 옮김, 시대의창, 2013. 1.
세계화를 주도하는 팍스아메리카의 심장에서, 세계적인 석학 노엄 촘스키는 정의롭지 못한 권력과 자본에 날카로운 메스를 가한다. 전 세계가 미국화한 자본주의에서 미국은 버트런트 러셀, 노엄 촘스키, 에드워드 사드, 마이클 영과 같은 실천하는 지성이 있기 때문에 보수화로 선회하지 않고, 나선형으로 우회할 수 있는 진보의 힘이 공존한다.
그동안 접해왔던 촘스키 책의 대부분은 사회 비판과 관련한 책이었다. 『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 하는가』, 『촘스키, 실패한 국가, 미국을 말하다』, 『실패한 교육과 거짓말』과 기존의 책들은 사회개혁에 관련한 책이었다면, 이번에 출판된 『촘스키, 知의 향연』은 언어학자로서 촘스키의 업적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상식적 수준으로 ‘변형생성문법’을 이해하고 있는 나에게 『촘스키, 知의 향연』은 그의 사상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는 의미 있는 책이 될 것이다. 오십 여 년에 걸친 촘스키의 글 중에서 가장 의미 있는 글을 선별하였다고 하니, 언어학자와 정치평론가로서의 서로 다른 영역의 촘스키를 함께 만나볼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이 개인을 이렇게 만드는가?』 칼 구스타프 융 지음, 김세영 옮김, 부글북스, 2013. 1.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영화 <데인저러드 메소드>는 칼 구스타프 융과 그의 내담자였던 사바나 슈필라인의 에피소드를 통해서 우리 안의 선, 악, 그림자를 드러낸다. 정신병의 근원에 성(性)이 있다고 생각했던 프로이드와 달리 융은 무의식의 세계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우리의 무의식의 그림자를 살펴보는 것, 그것이 자기를 이해하는 출발이며 종결점이다. 융의 분석 심리학에 토대를 두고 있는 『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는 제2차 세계대전은 인간이 자신의 어두운 그림자를 타인에게 전가함으로써 나타난 대표적인 사건임을 밝히고 있다.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의 그림자를 직면하고 스스로 포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연장선에서 『무엇이 개인을 이렇게 만드는가』를 읽는다면 좋겠다. 개인의 성장과 사회의 성장은 상보적 관계 속에서만 가능하다. 개인의 도덕성은 사회의 도덕성을 결코 넘어설 수 없다. 경제적 측면의 성공이 인간의 성찰과 자기 이해를 가져오지 못한 현대인에게 성찰의 기회를 가져올 책이다.
『정치심리학 - 사례로 알아보는 정치심리학 입문서』데이비드 패트릭 호튼 지음, 김경미 옮김, 사람의무늬, 2013. 1.
이번 대통령 선거만큼 대중 심리가 궁금했던 적은 없었다. 역사적 사실과 각각의 후보가 내놓은 정책이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토론이 아닌 질의 응답만이 세 번 이루어졌다. 후보에 대한 검증은 거의 불가능했다. 정권에 대한 심판이고, 책임 정치를 실현하기 위한 선거도 아니었다. 하우스 푸어의 급격한 증가가 보수적인 선택을 하게 했다고 한다면, 여당 후보는 그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가지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멘붕은 이제 그만, 철저한 분석과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것이 민주주의다 - 지금은 민주주의를 공부해야 할 시간』 김비환 지음, 개마고원, 2013. 1.
요즘은 ‘정보 편향’에 대해서 자주 생각한다. 공중파(특히 MBC)와 종편의 정치 시사 뉴스를 5분 이상 들을 수 없다면, 나의 정체성은 진보인가? 만일 이 사회가 건강한 사회였다면, 나는 자칭 ‘보수’였을 것이다. 미국과 같은 사회의 보수는 철저한 자기 도덕을 갖고 오블리스 노블리주를 실천한다. 우리 사회는 기존의 세상을 바꾸겠다는 진보에게 더 철저한 도덕을 요구한다. “어떻게 진보가 그렇게 비도덕적이야?”라고 생각한다면, 묻고 싶다. 기존의 도덕률을 철저하게 지키면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가? 희망 없음 속에서 희망을 발견하려니, 알게 모르게 만성 스트레스도 있고, 세상에 대한 원망도 쌓인다.
지난 주 MBC 전 PD수첩의 최승호 PD의 『응답하라, PD 수첩』특강을 들었다. 87년 6월 항쟁의 기운으로 국민 주주 신문사가 만들어졌던 것처럼, 이번에는 국민이 주주가 되는 방송국을 만드는 것은 어떻겠는가에 대한 질문에, 그는 정보편향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진보는 진보 매체만, 보수는 보수 매체만 보게 된다면, 자가 발전만을 계속하게 되고 바르게 세계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공중파를 정상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여전히 세상은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라는 그의 신념에서 위안을 받았다.
이제 나의 일상과 무관할 수 없는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고 제대로 된 삶을 살아갈 수 없다. 다시 희망을 가지고 인간과 삶의 정치에 대해서 함께 고민해보았으면 한다. 고정된 채널에서 벗어나서 ‘열심히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정치학자의 글을 통해서 내 생각을 새롭게 정립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정치에 대해서 전혀 몰랐던 사람의 자세로 민주주의를 공부해볼 생각이다.
『길들이는 건축 길들여진 인간』이상현 지음, 효형출판, 2013. 1.
마지막으로 일상에 여유와 실용을 가져 올 건축 책을 추천한다. 스스로 집을 짓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을 지은 사람의 의도와 용법을 제대로 이해하고 살아야 한다. ‘건축물에 대한 올바른 사용법을 알아야 한다.“는 말에 책을 찬찬히 넘기다 보면, 건축과 인간이 어떻게 관계를 맺어 왔고,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에 대하여 오래 오래 생각하게 된다. 건축물과 의약품의 비교도 재미있다. “약은 질병의 증상을 호전시키는 작용을 하지만 때때로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복용법과 장기 복용 시 유의사항을 알아야 한다.”는 것은 스스로 집을 지어서 살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말이다. 집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