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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한다는 것에 대하여- 상실한 사람들을 위한 애도심리학』 채정호 지음, 생각속의집, 2014. 4.

이 생(生)에서 다시 만날 수 없는 ‘이별’이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넘어서 이전의 삶으로 복구될 수 없는 깊은 상처로 남는다. 살아남았다는 자책감, 주변에 대한 원망, 사건 이전의 사태를 가정법으로 복구하면서 현존할 수 없게 된다. 화인(火印)의 상처는 지워지지 않고, 살아남은 자의 삶을 파괴한다. 살아도 살아있는 것이 아닌 삶을 극복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 함께 성찰해야 할 시간이다.

 

 

 

 

 

 

 

 

 

 

 

 

 

 

『참을 수 없는 거짓말의 유혹』, 리아 헤이거 코헨 지음, 서정민 옮김, 생각과사람들, 2014. 4.

『The Reader』가 떠오른다. 문맹을 밝히는 것이 범죄자라는 오명을 얻는 것보다 더 두려운 여자. 거짓말의 유혹은 지극히 사적인 것인지, 집단적인 것인지에 대한 사회학적 고민을 함께 해볼 책이 출간되었다. 무지에 대한 공포가 자연스럽게 거짓말로 이어지고, 인종, 성별, 연령, 권력 등에 따라서 그 유혹의 강도와 방식이 어떻게 다르게 나타나는지 궁금하다.

 

 

 

 

 

 

 

 

 

 

 

 

 

 

 

『옹호자들』, 손아람 외 지음, 궁리, 2014 4.

2014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이란 영화 <진실은 불타지 않는다>를 보았다. 진실을 검열하고 통제하고 생산하는 모든 과정에 ‘국가 권력’이 있다. 국가요원들은 잔혹한 여론(언론) 탄압을 아주 ‘성실하게’ 수행한다. 그럼에도 우리가 경계에서 싸울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평온한 일상의 이면에서 목숨을 걸고 투쟁했던 사람들의 지난 오년. 미네르바에서 용산참사까지 말 못 하는 이들의 목소리로 살고자 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되어 준 변호사들의 투쟁기가 여기 있다.

 

 

 

 

 

 

 

 

 

 

 

 

 

 

 

『진보의 착각 - 당신이 진보라 부르는 것들에 대한 오해와 논쟁의 역사』, 크리스토퍼 래시 지음, 이희재 옮김, 휴머니스트, 2014. 4.

“소비도 이념으로 하냐?”는 정용진 이마트 사장, 국민의 미개한 정서를 꼬집는 정몽준의 아들의 SNS에 올린 글들을 보면서, 그들에게 서민(국민)은 합리적 이성이 없는 불가촉 천민쯤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그들의 입장에서 이해한다는 사족을 달면서, 나 또한 그들과 다른 입장에서 존재를 배반하는 의식을 가질 수 없다. 나는 여전히 소비를 이념으로 하지 않으면 부끄럽고, 내 존재 기반에 바탕을 둔 감정으로 사는 ‘미개한 국민 정서’를 가진 한 사람으로서 ‘진보’에 기댈 수밖에 없다. 진보가 장밋빛 미래는 아닐지라도 끊임없이 함께 고민하고 더 나은 방향을 고민하는 ‘서민의 철학’이기 때문이다.

 

 

 

 

 

 

 

 

 

 

 

 

 

 

 

『힘내라 브론토사우루스』, 스티븐 제이 굴드 지음, 김동광 옮김, 현암사, 2014. 4

원작은 1991년이다. 나의 아킬레스건인 자연과학 이야기만은 아니라는데 위안을 받으며 지평을 좀 넓혀볼까 한다. 과학(사)를 배경 삼아서 철학, 신학, 영화가지 넘나든다고 하니, 유머에서 쉬어가며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 될 것이다. 이질적인 주제들을 통합하는 소통의 힘을 발휘하는 책일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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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신간 도서 추천입니다.

하루에 이십 사계절이 있다는 속담은 이제 유럽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닌가 봅ㄴ다.

꽃샘이라니... 꽃을 시샘하는 바람이 에사롭지 않은 주말입니다.

서둘러 핀 꽃들... 쉬 떠나지 않길 바라며... 책과 창문을 번갈아 보게 되네요^^*


『투명사회Trarnzgesellschaft (2012년)』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 문학과지성사, 2014. 3.

푸코가 강조한 ‘자기 배려 윤리’가 한동안 신자유주의 자기 계발의 의지로 오인되고 있다. 자기 의지처럼 받아들여지지만 좀 더 분석적으로 살펴보면 타자의 가치와 윤리가 자연스럽게 강요된 것일 때가 많다. 마찬가지의 역설이 ‘투명 사회’와 ‘통제 사회’에도 나타난다. 정보화 사회에 들어서면서 세상은 좀 더 평등하고 투명했진 듯 보이지만, 곳곳에 설치된 CCTV와 정보 이용 흔적들은 개개인의 삶을 통제하는 수단이 되어가고 있다. ‘디지털 파놉티콘’의 효과적인 감시망에서 과연 참된 민주주의, 정보의 평등이 실현될 수 있을지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고민이 요구된다. 『투명사회』는 우리에게 『피로 사회』로 알려진 재독학자 한병철 교수님의 최근작으로 현대 사회를 이해하는 지침서가 될 것이다.

 

 

 『단속사회- 쉴 새 없이 접속하고 끊임없이 차단한다』, 엄기호 지음, 창비, 2014. 3. 10.  

엄기호의 책을 읽고 나면 저절로 리뷰가 쓰고 싶어진다. 실천하는 지식인 엄기호의 글에는 삶과 관념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신자유주의가 상식으로 통용하는 현실 속에서 자동화되어버린 습관적 사고를 정지하게 하는 강력한 메시지가 그의 글에 담겨 있다.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 등을 통해서 알려진 엄기호의 신간은 앞으로도 계속 사서 읽고 리뷰를 쓸 예정이다. 그의 글을 읽다보면 누구와 접속하고 소통해야 하는지, 주어진 아젠다에 어떻게 새롭게 접근할 것인지에 대한 방법론을 얻을 수 있다. 사회적 문제를 메타적으로 바라보는 놀라운 힘이 엄기호의 글에 있다.

 

 

『영화 읽어주는 인문학』 안용태 지음, 생각의길, 2014. 3.  

영화를 읽는 가장 답답한 태도는 시대를 지배하는 도덕 담론 안에 갇히는 것이다. 영화를 통해서 안전한 일상을 추구하는 생활인으로는 포섭할 수 없는 위험한 상상력에 불을 지피고, 생각의 지평을 넓혀가야 한다. 성찰을 길러내지 못한다면 영화는 무한반복을 거듭하는 같은 길을 반복하는 레일에 불과할 것이다.

팟캐스트 ‘영화와 함께 보는 인문학’의 저자 안용태는 스무 편의 영화를 통하여 낯선 자신과의 만남을 주선한다. ‘이터널 선샤인’, ‘라이프 오브 파이’, ‘어둠 속의 댄서’, ‘쇼생크 탈출’, ‘마이너리티 리포트’,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타인의 살’, ‘아무르’, ‘눈먼 자들의 도시’, ‘설국열차’, ‘피에타’, ‘지구를 지켜라’, ‘사랑을 카피하다’, ‘공동경비구역’, ‘식스 센스’, ‘인셉션’, 뷰티풀 마인드‘, ’다크 나이트‘, ’바람이 분다‘, ’캐빈에 대하여‘ 총 스무 편의 영화에서 과연 우리는 얼마나 다른 ’자아‘를 만날 수 있을까? (그러고 보니, 이 스무 편의 영화 중 한편도 빠트리지 않고 모두 보았다. 이 영화들은 몇 편을 제외하면 대중적으로도 성공한 영화들이니 모두 무난하게 접근할 수 있으리라.^^)

 

 

『나이를 속이는 나이』 패트리샤 코헨 지음, 권혁 옮김, 돋을새김, 2014. 3. 31.

나이에 대한 집착은 우리 사회 불평등의 일부다. 청춘에 대한 과도한 가치 부여는 노년에 대한 역차별을 불러일으킨다.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서 청담동 재벌녀로 분한 여배우 김정난의 말처럼 “세월 앞에 당당할 수 있는 젊음은 그 어디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일 수 있다면 무엇이라도 할 기세다. 아쉽게도 외모는 항상 내면에 앞서 평가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자본주의 산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젊음을 유지하기 위한 소비의 규모를 보면 정확히 알 수 있다. 저자는 ‘중년’을 하나의 발명품이라고 보고, 150년

  

『콜럼버스의 교환- 문명이 만든 질병, 질병이 만든 문명』 황상익 지음, 을유문화사, 2014. 3. 1.

책 제목을 보는 순간 오래전 읽었던 『총, 균, 쇠』가 떠올랐다. 유럽에서 대서양으로 이동하면서, 유럽 가축사육에서 발생한 세균에 아메리카 원주민 절반 이상이 감염되었다. 아메리카 정복의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야생동물을 사육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인류사와 질병의 역사는 이렇게 짝패를 이루며 하나의 역사를 써나갔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황상익 교수가 EBS에서 강연한 ‘역사 특강 : 질병과 인간, 의학과 문명’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인간의 역사는 질병의 역사이기도 하다. 질병과 과학, 세계사를 함께 살펴보는 의미 있는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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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갈 때마다 가장 고역스러운 짐이 책이다.

버리고 버려도 줄지 않고 쌓여가는 서가를 보면서 이번에 또 어떻게 이삿짐을 싸야할지 고민이다.

모든 아날로그적 취향을 포기해도 책의 물성에 대한 집착은 버리지 못할 것 같다.

지적 허영의 표상이라 할지라도 풀 먹여 다린 듯 정갈한 책장을 넘길 때의 짜릿함을 포기할 수 없다.

하루 종일 책을 읽고, 생각하고, 글을 쓰는 축복받은 1월이다.

다음날 아침을 두려워하지 않고 늦은 밤까지 책장을 넘기면서... 행.복.하.다.

이래서 버트란트 러셀은 게으름을 찬양했나?

행복은 삶의 과정에서 가끔 만나는 순간의 축복.

신간을 살피면서 또 다시 책과 연애한다.

 

 

 

 

 

 

 

 

 

 

 

 

 

 

 

 

 

 

 

 

 

 

 

 

 

 

 

 

 

『시인을 체포하라- 14인 사건을 통해 보는 18세기 파리의 의사소통망』로버트 단턴 지음, 김지혜 옮김, 문학과지성사, 2013. 12.

현재가 침묵을 요구할 때, 역사는 현실을 읽는 나침반이 되어 준다. 이 책은 - 프랑스 혁명 직전이었던 - 18세기 중엽, 14인 체포 사건을 문화사가 로버트 단턴이 연구한 결과물이다. 당시 “시인을 체포하라”는 왕명이 내려지자, 경찰의 14명을 추출하여 바스티유 감옥에 감금한다. 시를 추적하는 일에 공권력을 동원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그 시대의 의사 소통망이 어떠했는지를 살펴보는 단초를 제공한다.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이 절반 넘는 시대의 소통방식을 알아볼 수 있는 책이 될 것이다.

 

『서울 아케이드 프로젝트- 문학과 예술로 읽는 서울의 일상』류신 지음, 민음사, 2013. 12.

‘수유 너머’에서 권용선 선생님의 발터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해석 강론에 참여한 기억이 새롭다. 모자이크식 글쓰기, 일상을 낯설게 바라보며 산책하는 벤야민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했다. 여행을 다녀와 바라보는 서울이 낯설다. 정권과 패러다임이 바뀌자 풍경이 낯설어진다. 거대한 이야기 속에 숨겨진 사소한 이미지들이 망각되고 있다. 시야 밖에 있는 사람들의 생활사 속에서 우리는 새롭게 변주되는 풍부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서울을 벤야민 식으로 읽어내는 류신 교수의 생각이 궁금하다. 언젠가 2013년 서울에 응답을 요청할 우리에게 ‘미리 온’ 책이 아닐까?

 

『지구를 구하는 창조의 현장에서- 세계 환경운동의 구루 레스터 브라운 자서전』레스터 브라운 지음, 이종욱 옮김, 도요새, 2013. 12.

유한한 삶을 사는 인간이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시간을 확장하는 것이다. 한 세대의 생명을 벗어나고 우주적으로 공간을 확장하여 문제를 바라보면 좌우 경계 없는 공통의 화두를 만나게 될 것이다. 『지구를 구하는 창조의 현장에서』는 근면한 삶을 살았던 세계 환경 운동의 구루 레스터 브라운의 자전적인 삶을 바라볼 수 있는 책이다. 앎과 삶을 일치하는 온전한 삶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파트리시아 카스, 내 목소리의 그늘- 샹송의 디바, 파트리시아 카스의 자전적 에세이』파트리시아 카스 지음, 백선희 옮김, 뮤진트리, 2013. 12.

샹송을 취향으로 즐기지 않은 사람도 파트리시아 카스을 알고 그녀의 노래를 흘려 듣는다. 파트리시아 카스는 대중적이면서도 살아있는 전설의 디바다. 이 책은 “에디트 피아프의 탁월한 계승자”인 그녀가 자신의 육성으로 이야기하는 듯 자신의 삶을 기술한 에세이다. 예술이 예술가의 삶을 뗄 수 없다고 생각하는 나와 같은 사람에게 유용한 책이다. 고뇌하는 예술가의 떨림 가득한 삶을 들여다보고 나면 관능과 매혹을 동반한 그녀의 노래가 친근하게 다가올 것이다.

 

『다이어트의 배신- 왜 뚱뚱한 사람이 더 오래 사는가』아힘 페터스 지음, 이덕임 옮김, 에코리브르, 2013. 12.

이 책은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는 다이어트 담론에 대항한다. 다이어트는 한번 시작하면 영원히 해야 하는 정신적 압박을 가져온다. 지속적인 스트레스와 불안이 비만을 만들고, 다이어트는 또 다른 스트레스로 정신과 몸을 망가지게 한다. 비만을 질병으로 바라보기 전에 메타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비만을 대하는 사회적 시선과 방식에 대해서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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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책들을 보며, 귀히 여기는 마음이 사라지는 듯합니다. 지금의 나를 키워온 팔 할이 책이고, 여전히 독서가 세상을 ‘제대로’ 읽는 무기라는 것을 알면서도 (많이 읽지만)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습니다. 새 마음으로 연애하듯 책을 만나야겠다고 다짐하는 아침입니다. 11월 신간 추천입니다.^^*

 

『일베의 사상 - 새로운 젊은 우파의 탄생』박가분 지음, 오월의봄, 2013. 10.

 

 

 

종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철저히 그들의 성장을 분석해야 합니다. 일베 신드롬을 제대로 분석해야만 한국 사회 젊은 우파들의 선택의 원인을 알고 대응책을 제시할 수 있겠지요. 그들의 실체를 제대로 해부해보고 극복하기 위해서 일독하고 싶은 책입니다.

 

 

 

 

 

 

 

 

 

『한국사 교과서 어떻게 편향되었나 -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편향 과정 분석』, 정경희 지음, 비봉출판사, 2013. 10.

 

 

 

역사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어떤 이의도 없습니다. 단 ‘누가’ ‘어떤 역사’를 ‘어떤 방식’으로 강화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역사 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담론 형성 과정으로 실시되었던 여론 조사는 국수주의 세력과 결탁하고 있다는 것을 한국사 교과서 왜곡이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역사 교육이 어떻게 편향되었는지를 알아보는데 유익한 책이라고 봅니다.

 

 

 

 

 

 

『노무현 김정일의 246분 -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의 진실』, 유시민 지음, 돌베개, 2013. 10.

  

 

 

 

2012 대선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합니다. 실체 없는 공방의 정중앙에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자리했습니다. 여전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이 진실에 한걸음 더 접근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집이라고 생각합니다. 상황과 맥락에 한걸음 더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그 영화 같이 볼래요? - 영화가 끝나고 시작되는 진짜 영화 이야기 시네마톡』한창호, 김영진, 남인영, 신지혜, 이동진, 심영섭, 조인철 지음, 씨네21북스, 2013. 10.

 

 

 

지극히 사적 경험이 될 수도 있고, 시대의 공적 공론장이 될 수도 있는 서른 편의 영화 안팍의 이야기를 평론가와 함께 나눌 수 있는 평론집이 나왔습니다. 평론의 전문 영역에서 살짝 비켜설 수 있는 것이 바로 ‘시네마 톡’이겠지요? 현장의 기록이 여기 있습니다. 가을이 다 가기 전에 영화와 책을 함께 섭렵해보면 좋겠습니다.

 

 

 

 

 

 

 

『영화 같은 시간』, 최동훈, 조성희, 오승욱 (감독), 김소영, 정지우, 정우열, 정용준, 김희진, 박진희, 오승욱, 변병준, 봉준호 지음, 이음, 2013. 9.

 

 

 

 

 

이어서 다시 한번 영화 관련 신간입니다. 한국영화아카데미 30주년으로 기획된 책이라고 하니 더욱 의미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를 만드는 이들의 영화와 함께 한 시간을 체험하면서 조금 더 겸손하게 영화와 만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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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신간도서를 살펴보며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낡은 은유가 여전히 설득력을 갖는 표현임을 실감합니다.

새롭게 태어난 양질의 책이 제 몫에 맞는 이름표를 붙이고 반듯하게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보니,

지독하게 낮고 쓸쓸한 가을이 제 몫을 하겠다 싶습니다.

신간과 함께 가을을 닮아가고 싶은 10월입니다.

 


 

 

  『여행을 팝니다- 여행과 관광에 감춰진 불편한 진실』엘리자베스 베커 지음, 유영훈 옮김, 명랑한지성, 2013. 8.

 

한때 생(生)을 살아가는 에너지의 원천을 여행에서 얻던 시절이 있었다. 다녀온 국가의 숫자와 기간을 존재의 기표로 차용하기도 했다. 그 시절이 단락 짓고 보니 ‘왜’ 여행을 떠나야했는지에 대한 질문이 마음속에 무겁게 내려앉았다. 저널리스트 엘리자베스 베커는 여행을 세계 최대의 사업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한다. 관광(또는 여행)의 어두운 면에 초점을 맞추고 “실체 없는 거인의 힘”이 어떻게 세상을 움직이는지 보여준다. ‘지속가능한 여행’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책이다.

 

 

 

 

 

 

『공범들의 도시 - 한국적 범죄의 탄생에서 집단 진실 은폐까지 가려진 공모자들』 표창원, 지승호 지음, 김영사, 2013. 10.

 

영화 <관상>에서 송강호는 “파도를 치게 하는 것은 바람인데, 나는 파도만 보았다.”는 독백과 같은 주제를 내뱉는다. 영화 관람 이후 한동안 그 대사를 마음 한편에 두고 지내며, 과연 내가 보는 이 표상의 기저에는 무엇이 있을지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이 시작되었다. 한국사회가 드러내는 현실을 움직이는 바람은 무엇이고, 어떤 관계에서 발생했는지 인과관계를 분명히 하여 그 이치를 드러내는 것이 현실문제의 해법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범죄는 한국 사회를 가장 잘 보여주는 ‘파도’일 것이다. 파도와 같은 범죄의 높낮이 속에서 바람을 읽어내는 사람, 프로파일러. “보수주의자이며 범죄 심리 전문가인 표창원과 진보적이고 대중적인 성향의 지식인 지승호의 대화”를 통해서 대중이 어떻게 범죄와 공모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게 될 것이다.

 

 

 

 

『멜트다운 - 도쿄전력과 일본정부는 어떻게 일본을 침몰시켰는가』오시카 야스아키 지음, 한승동 옮김, 양철북, 2013. 9.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 생선 수출입과 관련된 문제가 연일 뉴스거리다. 일본 고등어가 한국산으로 둔갑하기도 하고, 일본쌀이 한국에서 전량 소비되었다는 기사 등 먹거리에 대한 두려움이 증폭되고 있다. 그러한 세팅된 기사에서 우리는 후쿠시마 사고의 본질을 놓치고 있다. 현재 한반도는 일본과 한국의 노후화된 원전에 뿐 아니라, 중국에서 계속 짓고 있는 원전들이 서해를 위협하고 있다. 일본 '아사히 신문' 경제부 기자 오시카 야스아키는 후쿠시마 사고 관련자들 125명을 탐사 취재하여 그 내막을 밝힌다. 환경 피해의 결과가 아닌 원인에 대한 철저한 규명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책이다.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 - 교사들과 함께 쓴 학교현장의 이야기』엄기호 지음, 따비, 2013. 9.

 

무능한 철 밥통 교사를 퇴출하고 공교육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담론이 기정사실화되기 시작한지 10년이 되어 간다. 교육은 건물로 은유되어 붕괴 직전에 이르렀고, 책임은 교사의 몫으로 남겨졌으며, 학생과 학부모는 피해자 위치에 놓였다. 이후 교사들은 학교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이러한 변화는 학생들의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전 방위로 실천하는 운동가이자 문화학자인 엄기호는 교사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공동체 속에서 교육을 해야 하는 교사들은 분절, 파편화된 딜레마 상황에 놓여 있다. 이 책은 교사들이 동료들과 연대를 구축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함께 고민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마을의 귀환 - 대안적 삶을 꿈꾸는 도시공동체 현장에 가다』오마이뉴스 특별취재팀 지음, 오마이북, 2013. 9.

 

존경하는 선생님 한분이 맘과 뜻이 맞는 벗들과 함께 마을을 만드신다고 한다. 공동체에 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고, 공유할 수 있는 문화 자본이 바탕을 이루었으니, 양보하고 나누는 아름다운 마을이 될 것이라는데 이견은 없다. 사적 삶을 지켜줄 수 있는 교양을 소유한 이웃들은 은둔과 참여를 적절하게 활용할 것이다. 공동의 공간을 따로 두고 마을의 대소사는 함께 협의체를 구성하여 결정할 것이며, 각각의 주택은 개인의 취향 뿐 아니라 이웃과 조화를 이루도록 구성된다. 혹시 이사를 나가면, 새로 들어올 이웃을 집주인 혼자 결정하지 않고 마을주민이 인터뷰를 통해서 선별할 수 있는 절차까지 마련되어 있다.

이쯤에서 내 맘은 딴지를 건다. 동질 집단으로만 구성된 공간을 과연 마을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다름을 배제한 상태에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지위가 유사한 사람들로 모여 있는 공간을 마을이라고 한다면 신분간의 경계를 명확히 긋는 일이 될 것이고, 이는 인종간의 구별 짓기가 될 것이다. 오마이뉴스 특별취재팀은 마을공동체를 이뤄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마을의 귀환』에 담아냈다. 1년여의 기록을 통해서 마을살이의 가능성과 방법을 모색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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