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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
아얀 히르시 알리 (지은이) | 추선영 (옮긴이) | 알마 | 2015-12-29
난민 중에서 여성의 비율은 적고, 난민의 정치적 권력 안에서도, 그녀들은 인권 사각지대에 있다. 생존의 위협 속에서 난민 여성은 성적 요구와 학대를 혼자서 견뎌 내고 있다. 그녀들에 대한 문제 의식의 공유를 위한 공론의 장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더욱 안타깝다.
이 책은 『이단자, 아얀 히르시 알리』의 개정판이라고 한다. 저자 아얀 히르시 알리의 인생역정을 담은 자서전이다. 소말리아 내전의 난민으로 유럽에 넘어가 정치인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다. 한 인간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상황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녀가 겪었고, 앞으로 무수히 많은 난민 여성이 겪어야 할 진실에 귀 기울이고 싶다.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 - 절대 빈곤층과 상위 1%, 두 국민의 이야기』
김상연 외, 지음, 서울신문 특별기획팀, 한울(한울아카데미, 2015. 12.
‘헬조선’이라는 신조어를 들었을 때, 이 땅에 살고 있는 무수한 사람들은 공감한다. ‘왜?“라고 질문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우리는 모두 답을 알고 있다. 상위 1%와 하위 1%를 하나로 묶어주는 기호는 ’국가‘, ’대한민국‘이다. 이것만큼 폭력적인 것도 없다. 모든 여성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지, 대한민국의 모든 교사를 하나의 집단으로 범주화할 수 있는지, 모든 싱글을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로 말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4명의 기자의 밀착취재, 있는 현실을 그대로 기록한다. 통계에 가려져 있는 미시사적 삶을 보게 될 것이다. 결혼, 출산, 의, 식, 주, 여가까지 들여다보면서, 우리가 만나게 될 삶은 무엇일까?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 - 우주와 과학의 미래를 이해하는 출발점』
리사 랜들 지음, 이강영 옮김, 사이언스북스, 2015. 12.
나는 이제 ‘응답’을 기다리는 나이가 되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은 과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현재 우리가 잃어버린 가치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때가 좋았다.”는 향수로 소비하기엔 우리 삶을 가로 막고 있는 생존의 위협이 너무 크다.
헐리웃 영화 세계에서 자란 나는 다음 세대인 조카들과 함께 아이맥스관에서 J. J. 에이브람스의 <스타워즈>를 봤다. <스타워즈>시리즈는 매번 미국인을 향해 응답한다. SF가 아니라, 자신들의 조상이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신대륙을 정복했던 역사, 용광로(Melting Pot)를 샐러드 접시(salad bowls)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다문화 사회 미국이 외계 생명체들과 함께하는 미래사회와 별로 다르지 않다. 미국인이 <스타워즈>에 열광하는 것은 이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아버지를 극복하고 아들의 시대가 열린다. 조지 루카스에서 시작된 역사는 이제 J. J. 에이브람스 시대로 이어졌다. <스타워즈>를 본 김에 <인터스텔라>와 <마션>, <그레비티>를 다시 봤다. 시공간의 열쇠인 중력의 비밀이 풀리는 순간, 절대적이라고 믿었던 시간과 공간이 뒤틀린다. “우주와 과학의 미래를 이해하는 출발점”이라는 부제가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다.
『문학적으로 생각하고 과학적으로 상상하라』
최지범 지음, 살림, 2015. 12.
분절된 학문처럼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없다. 국어 독해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도표를 읽고, 외국어를 해석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은 당연하다. 세계와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은 사람이 예술을 더 잘 이해하는 것도 분명하다. 융합과 통섭은 특별한 원리가 아니다. 우리 삶이 그러하다. 우리의 공부는 물리를 깨치는 과정, 과정이다.
문학은 인간에게 지식을 주지는 않지만, 지적으로 만들어준다는 어느 인문학 강사의 말에 공감한다. 문학을 읽으면 상상력이 깊고 풍부해질 것이다. 문학적 감수성이 없다면, 과학은 정보로만 남을 것이다. 과학에서 중요한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는 힘은 문학과 별개가 아니다. 생물학부 석박사 통합과정에서 공부한다는 저자는 문학에서 과학 원리를 끌어 온다. 이호우의 『바다』, 알퐁스 도데의 『별』, 김소월의 『초혼』 등 10편의 문학 작품을 가지고 과학 이야기를 풀어간다.
『젠더 허물기』 주디스 버틀러 지음, 조현준 옮김, 문학과지성사, 2015. 12.
저자 주디스 버틀러는 『젠더 트러블』로 알려진 여성학자다. 그녀는 자신을 퀴어, 여성, 유대인, 철학자라고 칭한다. 이 책은 저자가 1999년에서 2004년 사이에 쓴 글을 엮은 것으로 윤리적 폭력, 사회 소수자의 공동체, 정체성과 보편성 등에 대한 사유를 펼친다. 범주화된 자신을 거부하고, 여성 남성의 경계를 넘어 ‘우리’가 되어 가는 과정만큼 절실한 것도 없다.
2015년에도 한국은 천만 영화가 여러 편 쏟아졌다. 6천만이 살고 있는 나라에서 천만이 보는 영화의 예술적 가치를 별개로 치더라도, 이런 문화 풍토가 가능한 것은 분명 자본의 힘을 것이다. 이 속에서 어떻게 차이를 존중하고, 다양한 문화의 공존은 불가능하다. 페미니즘은 패러다임이다. 개별적이고 특수한 젠더의 차이를 인정하고 공존하는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페미니즘은 강력한 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