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서 가장 넓고 가장 밝고 또 온 가족이 가장 잘 모일 수 있는 공간인 거실을 서재로 만들었습니다. 물론 방 한구석으로 TV는 치우고, 좌탁을 2개 놓아두었습니다. 언제든지 책을 꺼내 좌탁 앞에 가져와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물론 거실벽의 공간이 넉넉치는 않아 모든 책을 거실로 끌고 나올 수는 없었습니다. 아이들 방이나 제 방에 책을 약간 남겨두어야 하는 불편도 있었습니다. 다만 아이들이나 우리 부부가 자주 꺼내 읽는 책 위주로 정리를 하여 거실이라는 서재 활용도를 높였습니다.

덕분에 아이들이 1주일에 TV를 1시간도 채 보지 않게된 듯 합니다. 형이 책을 꺼내들면 동생도 책을 꺼내와 옆에 앉는 경향도 있습니다. 큰애는 이제는 아빠 책장에서도 자신이 볼만한 책이 없나 기웃거리곤 합니다.

예전에 어느 학자가 자신의 소양은 어릴적 할아버지 서재에서 싹텄다고 말한 대목이 기억납니다. 아이들의 문화적 소양을 길러주기 위해 부모가 해야 할 것은 아이로 하여금 책을 읽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책을 정리하는 노하루라 할 것은 없지만 적어보면 이렇습니다.

1. 정리를 수시로 합니다 : 어른들 책이야 정리 주기가 길어도 상관없지만, 아이들은 빨리 자라는 관계로 정리 주기를 짧게 가져가야 합니다. 아이들이 자라 읽기에 적당하지 않는 책들은 따로 정리하거나 과감히 다른 집에 줘서 아이들 책장이 항상 '현재 읽을거리' 위주로 채워지도록 합니다. 또한 아이들 관심의 경우는 공룡, 역사, 옛날이야기 등으로 자주 바뀌는 경향이 있으므로 아이들 관심 사항의 책을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두기 위해서도 자주 정리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2. 읽은 책은 별도로 표시를 합니다 : 아이들의 경우는 가만히 지켜보면 특별히 좋아하는 책이 있습니다. 그 책만 계속 보려는 경향이 있는 것입니다. 그럴 경우 무리하여 이를 억제시키는 것은 좋지 않지만, 나름대로 지도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따라서 전집의 경우는 읽은 책은 뒤집어 놓도록 합니다. 비디오대여점방식을 차용한 것입니다. 물론 다 뒤집어지면 모래시계처럼 이제는 뒤집어진 책을 읽으며 바로 세워두도록 해나갑니다. 전집이 아닌 경우는 책꽂이에서 읽은 책은 좌측으로 두는 식으로 합니다. 이렇게 골고루 읽도록 하기 위한 표시방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3. 아이들 책과 어른 책을 같은 공간 안에 둡니다 : 위에서 언급한대로 거실이라는 공간을 선택했습니다. 그럴 경우 아이들이 부모의 책에도 관심을 가집니다. 제 관심과 큰애 관심이 같은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제가 산 야생화도감이나 새도감 관련 책의 경우는 어느날 보면 아이들 책장에 꽂혀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데 부모의 책장이 한 역할을 할 수도 있는거죠. 또 그림이 많은 제 책(예를 들면 동굴에 관한 책)을 아이들이 그림 위주로 보는 경향도 있습니다.

4. 책장을 부부 공동의 공간으로 만듭니다 : 책장을 정리하는 방식은 주제별로 정리하는 방식이 가장 일반적일 것입니다. 우리 역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다만 관심분야의 경우는 정리하는 세목이 늘어나는 정도입니다. 정리하다 보면 부부의 관심사가 다소 틀립니다. 그럴 경우 가장 쉽게 주목을 끌 수 있는 공간인 눈높이 공간에 무엇을 배치하느냐가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집의 경우는 아내가 관심있어 하는 먹거리와 육아서적, 그리고 제가 관심 있어하는 환경분야 등의 책을 나누어 가장 보기 좋은 공간에 배치하고 있습니다. 물론 육아와 환경이 가까이 배치된다는 것이 어색해보일 수도 있지만, 책장이 부부 공동의 공간이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전혀 어색해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책장이 개인의 개성을 표현하는 한 수단이라면, 가족의 책장에는 가족의 개성이 모두 표현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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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rysky 2004-06-30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너무 멋진 서재입니다. 네 사람의 책향기가 한데 뒤섞여 '가족'이라는 새로운 향을 만들어내는군요. 아이들 책을 정리해주는 법, 아이들이 골고루 다양한 책을 접하도록 유도하는 방식 등 실용적인 정보도 주시고..
이렇게 소중한 공간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신 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비로그인 2004-07-01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서재가 부끄럽군요. ...거실서재는 정말 멋집니다. 저도 넓은 마루를 가지게 될 때 시도해봐야겠습니다. 한명숙 전 여성부장관댁이 온 집이 몽땅 책이라던데, 책으로 만들어진 벽 사이에 방이 있다더군요, 거의 그 서재에 대한 수다를 듣게 되었을 때와 기분이 같네요 ... 책정리하는 방법에서도 한 수 배워갑니다. 아이가 자라면서 책장도 자라는 기분, 생각만 해도 뿌듯하네요!!!

물만두 2004-07-01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저도 이게 꿈이지만 울 오마니 거실에 책 있는 거 다버리시고 해서 거실은 달랑 영웅문만 어캐 보존하고 있답니다. 넘 부러워요...

H 2004-07-02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서 자라는 아기들은 정말 행복하겠어요..>.<

책읽는나무 2004-07-04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멋지군요!!....입이 떡 벌어집니다...^^
나름대로의 철학이 멋집니다.....^^

가을산 2004-07-05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멋져요!

▶◀소굼 2004-07-11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나중에 꼭 이러리라~

세석평전 2004-07-14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읔.. 저희집 서재가 선정되다니..
추천과 댓글 남겨주신 분들 정말 고맙습니다.
며칠 동안 다른 분들 서재 보면서 일상의 작은 즐거움이 하나 더 늘었습니다.
정말 다들 집안에 '작은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는 듯 합니다.
 

서재라기보다는 자국의 학생이 가지고 있을 법한 방의 일면이죠.

제가 사진을 찍고 있는 곳은 침대입니다. 

기껏해야 제 소유의 책은 이 녀석들이 전부이지만, 

제 손으로 직접 사 읽은 거라 뿌듯함이 천장에 닿습니다.

 


작년쯤 MDF 박스를 들여놔서 정리한 모양새가 이겁니다.

가운데 짙은 갈색의 거대한 책장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샀는데 10년이 지나도록 멀쩡합니다.

책장 구석의 회색 노트북이 보이시나요. 아빠가 쓰시던 건데 달랑 워드만 됩니다.

아빠는 멋진 최신형 노트북을 들고 다니시고 저는 저 구형 노트북으로 밤을 지샙니다.

 

가운데 책장부터 소개하자면,

이렇습니다. 저는 책을 작가별로 분류하는 터라 위칸은 작가별로 분류한 소설책이고

두번째 칸은 공간이 커서 기타 잡지와 일러스트북과 각종 자료가 꽂혀있습니다.

다른 분들의 서재를 죽 둘러보니 주로 상실의 시대는 공통적으로 꽂혀있더군요.

오래동안 모은 런치박스와 페이퍼입니다.

세번째 칸과 네번째 칸도 역시 소설들이고 만화책도 있네요. 주로 박희정의 만화책입니다.

만화책 앞에 세워져 있는 엽서는 책갈피로 쓰고 있습니다.

 마지막 칸은 소량의 사진집과 버리지 않은 교과서와 예전부터 모은 테잎들입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폴라로이드는 소외당하고 있어요.

 

이 박스엔 주로 전공 서적을 분류해 놓았습니다.

자세히 보시자면,

매혹적인 영화의 세계가. 하하하.

두꺼운 책은 두꺼운 책끼리. 그러고 보니 다 알라딘에서 구입한 책이네요.

이건 아빠가 주신 슬라이드 영사기입니다. 박스 한칸을 다 차지해서 골치입니다.

 

이번엔 씨디입니다.

자주 듣는 씨디는 다른 곳에 두었습니다. 이 곳에 있는 씨디와 자주 교체합니다.

씨디의 분류법은 장르입니다. 워낙 편협하게 듣는 터라 아티스트 분류보다는 그게 쉽습니다.

마지막 칸은 규격 사이즈가 아닌 복잡한 패키지의 씨디들이 있지만 지저분한 관계로.

 

책상 밑입니다.

방이 워낙 좁아서 책장을 더 들여놓을 여유가 없어 바닥에 쌓아뒀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샀던 책인데 가끔 꺼내 읽으면 재밌어요.

저 구형 타자기도 둘 곳이 없어 제 발 밑에 머뭅니다.

 

제 5공화국 자료를 부탁해 아빠가 구해주신 책입니다. 언제나 멋지신 분이예요.

제가 가지고 있는 책보다 아빠가 가지고 있는 책이 더 많지만 온통 한문 투성이라 좀 벅차요.

 

마지막으로 몇달 전에 찍어둔 책상 사진.

원래 책상이란 것이 깔끔하면 맛이 없지요.

심은하 사진이 유독 눈에 띄네요.

 

늘 깔끔하게 치워두고 번쩍번쩍 빛이 나는 서재는 어쩐지 쓸쓸해 보여요.

한권 두권 주인의 손길이 묻었다기 보다 전시를 위한 서재 같아서요.

단 한권의 책이라도 내 인생의 콜라 같은 책이 있는 곳이 진짜 서재가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저도 안치우고 평상시 그대로 찍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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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분들 서재모습을 보니까 정말 책도 많이도 모으셨고 정리도 잘 해놓으셨군요.
게다가 사진도 참 예쁘게 잘 찍어서 올리셨네요.
저는 아직 디카초보에다가 사진도 예전에 찍어서 인티즌 마이미디어에 올려놓은것밖에 없어서요
일단 링크를 해서 올려봅니다.
뭐 서재라고 할수도 없고 그냥 제 방의 책장이랑 제가 가진 책들 사진을 올립니다.

까치글방에서 나온 아르센 뤼팽 전집입니다.
성귀수씨의 노고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국내팬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있는
뤼팽시리즈죠.

헌책방과 인터넷에서 구입한 추리소설과 SF소설들입니다.
시간과 공간사의 셜록 홈즈 전집은 정태원씨의 이름값을 믿고 새책으로 구입한거구요.
용자라이덴과 건담장난감은 우연히 초등학교 문방구에서 눈에 띄길래 충동구매한 제품입니다.
그리고 베지터랑 WWF피규어는 한창 유행하던 1990년대 초반에 구입한 것들이죠.
여기 등장한 4명의 피규어를 전부 알아보시는 분이라면 예전에 프로레슬링 꽤나
즐겨보시던 분일겁니다.

여기는 책장바닥이 넓어서 두겹으로 책을 수납하고 있습니다.
저는 추리소설과 SF소설을 좋아해서 중심적으로 책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 뒤쪽에는 브라운신부전집과 시공사의 시그마북스,그리고
만화와 애니관련서적들이 있습니다.

이곳은 지금 한창 모으고 있는 동서미스터리북스입니다.
지금은 책장에 넣기가 불편해서 그냥 책상위에 쌓아놓고있죠.
이제 대략 50권 가까이 모은것같군요.
아직도 갈길이 멉니다.

여기는 주로 헌책방에서 구입한 추리소설들입니다.
예전에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정비석의 소설손자병법은 근래에 다시 나왔더군요.

이곳은 유년기의 추억이 묻어있는 해문출판사의 책들입니다.
별로 많이 모으진 못했죠.


여기도 주로 추리소설과 SF소설들이 있습니다.

그동안 여기저기서 긁어모은 프로레슬링테잎들입니다.
책꽂이 위에 쌓아놓고있죠.

이쪽은 주로 인터넷을 통해서 구입한 프로레슬링테잎들입니다.
아직도 모을게 많이 남았죠.
빨리 돈모아서 아마존에서 한꺼번에 왕창 구입하는게 소원입니다.


책꽂이의 전체적인 모습입니다.
계몽사 어린이 문고와 프로레슬링테잎으로 가득 채우고있죠.
120권짜리 계몽사어린이문고는 어린 시절 저를 키워준 또 하나의 부모라고도
할수있는 소중한 책인데 지금은 대부분 분실하고 저것만 남아있습니다.
저는 지금의 제가 있게 해준 내 인생의 스승으로서 어린시절 저를 사로잡았던
계몽사어린이문고를 영원히 잊지 못할겁니다.
그 책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이정도로나마 책을 읽으면서 살 수 있게 됐으니까요.

얼마전에 새로 꾸민 책장모습입니다.

그동안 모았던 장난감이랑 피규어로 약간 장식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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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렐라 2004-06-25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치해서 죄송합니다;;
밤새 포토샵 하다보니 오버해서ㅡ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