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이벤트를 계기로 돌이켜보니 남녀가 결혼하는 것도 어렵지만 책장을 결혼시키는 것도 참 어렵다는 소감이 남네요. 결혼하면서, 그리고 2번의 이사를 더 경험하면서, 여러 차례 책장을 정리했지만, 아직까지도 제자리를 찾지 못한 책이 더 많습니다. 게다가 18평 아파트에 애살림까지 늘어나니 책이 상전 대접받기 힘듭니다. 언젠가는 가을산님처럼 한 벽면을 이중책장으로 짜넣는게 소원입니다만, 지금은 꿈일뿐...
그동안 정리해버린 책은 더 이상 보지 않는 소설, 신랑과 중복되는 책 중 일부, 학부시절 전공도서 등입니다. 지인에게 나누어주기도 하고, 지역도서관에 2차례 기증하기도 하고, 과사무실에도 보내고, 지하철역 책장에 꽂아놓기도 하고. 그나마 여유가 생긴 책꽂이를 보고 안도하기도 했지만, 막상 떠나보내면 아쉬움이 더 크더군요. 하지만 제일 아까운 것은 초등학교때부터 모아온 교과서와 일기장, 탐구생활 등. 차마 결혼할 때 가져오지 못하고 친정에 남겨두었는데, 친정이 이사하게 되면서 3상자에 달하는 분량을 몽땅 폐지로 버린 겁니다. 어찌나 속상하든지 친정어머니께 막 화를 퍼부었는데... 음... 그것도 후회되는 기억이네요.
각설하고... 현재 우리집에는 책장이 셋, CD장이 하나 있을 뿐이고, 그외에는 MDF상자로 버티고 있습니다. 더욱이 책장 2개는 딸아이 가구에 의해 베란다에 밀려났습니다.

이 사진은 베란다에 나란히 놓아둔 책장 2개의 하단. 불쌍하게도 바로꽂히지 못하고 눕혀쌓은 책들이 많이 눈에 띕니다. 1번은 계간지, 2번은 역사서와 평전류, 3번은 이상문학상 수상집과 우리 부부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 4번은 시집, 5번은 대하소설, 6번은 기타 소설입니다. 2,5,6이 자리가 모자른 것에 비해 4번은 빈 공간이 꽤 있네요. 7번은 저의 개인적 기념도서들입니다. 윗칸에는 중학교 들어가던 해 새뱃돈 모아산 빨간머리앤 10권 시리즈가, 아래칸에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접한 판타지소설 드래곤라자가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판타지소설은 대여점에서 볼 뿐 구매는 하지 않는데, 드래곤라자는 판타지를 무시했던 제 편견에 대한 반성으로 사모아놨습니다. 그외 키다리아저씨와 그 후편, 백범일지, 대학시절 사진첩 등이 있습니다.

이제 베란다 책장의 상단이네요. 아무래도 신랑이나 나나 사회과학 서적이 좀 많은 편입니다. 뒤죽박죽인 듯 하지만, 나름대로 책을 산 계기와 원소유자에 따라 구별되어 꽂혀있는 겁니다. 자세히 보면 여전히 중복되는 책이 있습니다. 신랑이나 저나 책에 끄적거리는 습관이 있는데 그 메모가 아까와 둘 다 붙잡고 있는 경우입니다. 오른쪽에는 영어학습서와 둘이 쓴 문서류들이 모여있네요. 책장위에는 일본어학습서와 제 대학원 전공도서, 신랑의 세계명작전집 등이 쌓여있습니다. 아, 내셔날 지오그래픽 비디오시리즈도 올려놨군요. 불쌍해라...

이건 거실에 있는 책장입니다. 제일 윗칸에는 사전류와 최근에 다시 본 책이 있습니다. 다음칸에는 리뷰를 쓸 책과 최근에 산 책, 역사기행모임을 통해 사모으고 있는 책 등이 뒤죽박죽. 그 다음칸은 비디오테이프와 마로놀이감(탑쌓기에 쓰는 면봉, 장보기 놀이를 위해 전단지에서 오려낸 상품사진을 모아놓은 상자), 어머니 유골함... 그 밑으로는 마로 책과 육아지침서, 요리책 등. 친정과 시댁에 마로 밑으로 조카가 태어나는 바람에 마로가 잘 안 보는 책, 잠깐 보는 책(배변훈련책, 까꿍놀이 등)은 바로 바로 조카손에 넘어갑니다. 보슬비님이 보면 애한테 책을 너무 안 사준다고 한 소리 하실 것 같네요. ^^;;

책상옆에 책장이 없다보니 불편해서 마련한 MDF상자들. 주로 현재 공부하고 있거나 업무상 필요한 책이나 문서류, 신문스크랩북, 논문류 등이 자리차지를 하고 있습니다. 미니책장을 하나 살 것인가, 책장을 맞추기 위해 그 돈마저 아낄 것인가를 가지고 신랑과 끊임없이 왈가왈부하고 있습니다. 중간에 있는 조그만 액자는 마로 돌 때 받은 것. 모두 미남미녀죠? (작아서 안 보일테니 우기자, 우겨!)

사실 우리집에서 제일 불쌍한 책은 얘들입니다. 행거옆에 쌓인책은 최근에 샀거나, 본 뒤 아직 책꽂이를 배정받지 못한 아이들. 책싸는 비닐까지 그 위에 턱 놓여있네요. 오른쪽 위는 책상 바로 밑. 역시 비슷한 이유로 MDF상자마저 차지못한 불쌍한 아이들이 쌓여있습니다. 오른쪽 하단은 베란다 마로책상 밑. 역시 비슷한 이유로 자리없이 헤매고 있는 책과 방출예정책.

마지막으로 허접한 시디장과 레코드. 책과 달리 결혼하면서 신랑과 중복되는 시디와 레코드는 몽땅 정리한데다가, 친정오빠들과 공동소유의 레코드와 시디를 제가 들고 오지 못한 관계로 그나마 정리되어 보이네요.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사진이 너무 지저분해 보여 옷장과 미니콤포위에 늘어놓은 시디는 짤라냈습니다. 현재 미니콤포에 들어가 있는 시디는 "Brown bear, brown bear, what do you hear?". 제가 에릭 칼을 좋아해 샀는데 알아듣지 못하면서도 우리딸도 덩달아 무진장 흥겨워합니다. 비디오테이프는 원래 거실 책장에 자리가 있으나, 뿡뿡이 비디오가 하나둘 늘다보니 이제는 포기하고 그냥 티비위에 쌓아놓고 삽니다. 에, 또, 싸구려라도 시디는 시디장이 있으나 레코드는 MDF상자 신세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안성맞춤 크기라는 것. 현재 축음기에 걸린 거 신랑이 좋아하는 클라투네요. 저 레코드는 마로도 좋아하는데, 커다란 햇님이 맘에 드나봐요.
이상, 서재라고 할 수는 없지만, 우리 집안의 보물이라고 여기는 것들을 좌라락 모아봤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집안의 최고 보배 사진으로 부끄러움 감추겠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