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 : 미래전쟁의 시작 - Terminator Salv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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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어릴적 <터미네이터1>를 TV에서 보았을 때

그날 밤부터 몇일간 터미네이터에게 쫓기는 꿈을 꾸었을 정도로 충격적었다.

물론 그 당시 일본 애니메이션계에서는 '사이보그' 나 '인조인간' 에 관련하여

다양한 애니메이션이 나오고 있었지만,

온몸이 기계인 특수효과와 실제 배우가 연기하는 등 영화로 제작된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었다.

이 영화로 무명 감독이었던 제임스 카메론은 단숨에 유명 감독이 되었고,

우리나라 만화계에서도 인간과 기계의 전쟁은 자주 등장하는 소재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헤비메탈6>와 <기계전사 106>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후속작인 <터미네이터2>를 보았을 때 딱 두 대사가 기억에 남았다.



"운명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I'll be back."



이 두 대사는 이 때까지의 터미네이터 시리즈를 정리해주는 중요한 대사였다.

또한 전편을 뛰어넘는 엄청난 제작비를 바탕으로 T-1000 이라는 액체로봇이 등장하여 경악했고

아놀드 형님은 정의의 사도가 되어 모두의 영웅이 되었다.

특히 이 영화에서 보여준 특수효과는 이후에 제작되는 SF 영화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고,

유명 감독이었던 제임스 카메론은 거장이 되었다.

그 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더이상 영화판 터미네이터 시리즈를 만들지 않았고,

조나단 모스토우가 <터미네이터3>를 만들었다.

전편이 만들어진지 12년만에 만들어진 <터미네이터3>는 50세가 넘은 아놀드를

다시 터미네이터로 캐스팅 하여 "I'll be back." 은 이루어졌지만,

미래의 운명은 정해져 있었고 결국 스카이넷에 의한 핵전쟁으로 인류는 멸망의 길을 걷게 된다.

<터미네이터3>가 기존의 시리즈와 다른 내용을 담자,

제임스 카메론은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외전격인<사라 코너 연대기>라는 미드에 각본을 맡아,

<터미네티어2>와 <터미네이터3>를 이어주는 스토리라인을 만들어낸다.

물론 드라마이기에 스케일이 크지는 않지만

카메론 감독다운 감동적인 스토리로 <터미네이터3>에서 느낀 안타까움을 어느 정도 만회하게 된다.

그리고 만들어진 <터미네이터 : 미래전쟁의 시작>은 <터미네이터3>를 잇는 내용을 담고 있으나

'터미네티어4' 라고 보기에는 조금 망설여진다.

일단, 이 영화가 '터미네이터4' 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고

<터미네이터2>의 내용이 거의 삭제됐다는 점이다.

이 점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내게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당신은 저항군이다."



심판의 날 이후 2018년 미국.

터미네이터 시리즈에서 그렇게 경고했던 인간과 기계의 전쟁이 한창이다.

당연히 존 코너는 저항군 리더로서 최전선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스카이넷을 파괴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다한다.

반면에 스카이넷은 인간들을 포로로 잡아서 생체실험을 통해 지금보다 강력한 로봇을 만들려고 한다.

그러던 중 저항군은 스카이넷이 만든 실험기지의 위치를 찾아내어 침투하게 되지만 도리어 함정에 빠지게 되고,

스카이넷이 만들어낸 신형 로봇인 반 인간, 반 기계 마커스 라이트가 과거의 일부 기억을 잃어버린 채 탈출한다.

 





"너는 자신이 인간이라고 생각하나?"



존 코너는 스카이넷의 암살리스트 1순위에 카일 리스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의 행방을 찾는다.

그 무렵 마커스는 자신이 살았던 세상과 다른 미래의 세상에 정체성 혼란을 겪고

우연히 카일 리스를 만나게 되고 그의 일행이 된다.

자신들의 힘으로는 기계들에게 저항할 수 없던 그들은 존 코너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에 길을 떠나지만,

터미네이터들의 공격으로 인해 카일 리스와 스타는 포로로 잡히게 된다.

혼자 남게 된 마커스는 저항군 블레인의 도움으로 존 코너를 만나게 되지만

존 코너는 마커스가 스카이넷의 신형로봇이라는 것에 경악한다.

의심을 받게 된 마커스는 존 코너에게 자신이 카일 리스를 만났고

카일 리스가 스카이넷 본부에 포로로 잡혀갔다는 말을 꺼낸다.

또한 자신이 존 코너가 스카이넷 본부에 잠입 할 수 있게 길잡이 역할을 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스카이넷 본부로 향한다.







"인간과 기계의 다른 점이 뭔지 아세요? 인간은 동료가 죽으면 시체를 땅에 묻어주죠."



마커스의 도움으로 스카이넷 본부로 잠입하게 된 존 코너는

잡혀있던 포로들을 구출하고 카일 리스를 역시 구출된다.

그러던 중 마커스는 자신이 스카이넷에 이용당했다는 것과

자신이 어떻게 지금의 모습을 하게 되었는지 알게 되고 그때부터 저항군의 편이 된다.

위기를 맞게 된 존 코너는 스카이넷의 신형로봇 T-800(아놀드 형님)과 사투를 벌이고 마커스도 T-800과 싸운다.

힘들게 T-800을 제압했지만 존 코너는 큰 부상을 당하고 미리 설치된 폭탄으로 인해 스카이넷 본부는 파괴된다.







"아직 인간과 기계들 간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다양한 터미네이터들과 스펙터클한 영상으로 괜찮은 점수를 줄 수 있겠지만,

매니아인 나로서는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일단 이 영화의 연대는 2018년으로 <터미네이터1>의 미래 배경이었던 2029년과는 다른 연대이고

아직 T-1000이 개발되지 않은 시점이다.

처음에 존 코너와 마커스가 조우했을 때, 존 코너는 마커스를 의심한다.

의문이 드는게 스토리상 <터미네이터2>에서 어린 존 코너는

이미 T-800 터미네이터가 자신을 구하러 미래에서 온 것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마커스가 말하는 것들은 존 코너의 어린 시절 경험을 통해 볼 때 큰 의심을 가질만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이외에도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터미네이터2>의 내용이 삭제된 것들이 많아 아쉬웠다.



두번째로 이번 영화의 스토리가 지나치게 카일 리스에 초점이 맞추어진 것이다.

<터미네이터1>을 보면 카일 리스는 존 코너가 보내서 온 것인데,

그렇다면 카일 리스는 존 코너의 아버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영화의 극적인 표현을 위해 존 코너는 카일 리스를 구하게 되는데,

존 코너가 카일 리스를 미래의 희망이라고 표현하는 것에 이질감을 느꼈다.

마치 존 코너의 행동은  다분히 스토리 라인을 억지로 맞추려는 의도처럼 보였다.



세째로 <터미네이터3>부터 시작된 미국의 우월주의다.

전작들도 암암리에 미국 중심적인 분위기가 있었지만

인류멸망이 시작되는 <터미네이터3>에 미국 국기가 등장하면서 미국 중심의 스토리가 전개된다.

이번 영화에서도 보면 알 수 있듯이 주 무대가 미국이고

할리우드 SF물에서 느껴지는 미국 중심의 사고방식이 가득하다.

물론 할리우드에서 만든 것이라 당연히 그럴 수 있지만 매체의 영향력을 볼 때 기분은 썩 좋지 않다.



인간과 기계의 전쟁은 한번쯤은 생각해볼 미래상이다.

영화에서 기계와의 전쟁은 인간이 만들어낸 재앙이고

인간들은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재앙과 싸움을 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인간은 언제부턴가 스스로 재앙을 만들어냈다.

이상기후현상, 광우병, SARS, 신종 인플루엔자들은 인간이 만들어낸 대표적인 재앙들이다.

인간들은 이런 재앙들 앞에 약한 모습을 드러내고 당황한다.

그래서 미래를 주제로 하는 SF물들이 섬뜩하게 다가오는 것은

지금의 상황을 비추어 볼때, 실제로 그런 일이 가능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인류멸망을 주제로 한 SF영화들을 보면 먼 미래뿐만 아니라

당장 내일이라도 심판의 날은 올것 같다.

지금 인간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지속적인 성찰을 통해 인류멸망을 늦추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슬픈 일이지만 요즘 세상 분위기를 보면 인류가 멸망하는 심판의 날은 언젠가 올것 같다.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오락영화인 <미녀삼총사>를 만든 맥지(McG)감독은

터미네이터 시리즈를 다시 봐야할 것 같다.

존 코너역을 맡은 크리스찬 베일(Christian Bale)은 배역에 잘 어울리는 연기를 보여주었고

흥행 보증 배우로 우뚝 섰다.

마커스 역을 맡은 샘 워싱턴(Sam Worthington)은 강렬한 연기를 펼쳐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신작 <아바타>에서는 어떤 연기를 보여줄기 기대된다.

한국계 미국인 문 블러드굿(Moon Bloodgood)은

앞으로 제작될 할리우드 영화에서 빛나는 조연역할을 할 것 같다.

팀 버튼 감독의 부인 헬레나 본햄 카터(Helena Bonham Carter)와

<스타쉽트루퍼스>의 마이클 아이언사이드(Michael Ironside)를 보게 되서 기뻤다.



혹시 전작들을 보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관련기사를 참조하기 바란다.

(관련기사 : http://www.cine21.com/Article/article_view.php?mm=005001001&article_id=56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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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토 - Carlito's 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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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스터 영화들은 전부 대부(Mario Puzo's The Godfather)시리즈와 칼리토(Carlito's 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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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토 - Carlito's 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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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다 본 후 나는 박수를 쳤다.

아마 나와 같이 박수를 쳤을 누군가를 떠올리면서 그 사람을 만나고 싶은 충동까지 들었다.

물론 이 영화가 지금 만들어졌다면 나는 그저 볼만한 영화다고 평가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1993년에 만들어졌다. (나는 그때 국민학생이었다.)

그후 나오는 갱스터 영화들은 전부 대부(Mario Puzo's The Godfather)시리즈와

칼리토(Carlito's Way)의 아류에 불과하다.

이 영화와 비슷한 한국영화는 장현수 감독의 <게임의 법칙>이 있다.

(이 영화는 한국영화의 수작이다. 그러나 아류이다.)

 

"호의는 총보다 사람을 더 쉽게 죽이는 무기야."

 

영화에서 변호사인 데이브(숀 펜)은 칼리토(알 파치노)를 감옥에서 석방시켜서 칼리토에게 호의를 베풀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안전을 위한 거래였다.

그러나 범죄자의 삶을 청산하고 싶은 칼리토에게는 족쇄와 같았다.

칼리토는 이미 알고 있었다.

 

"범죄는 내가 자초하지 않아도 늘 내 뒤를 따라다닌다."

 

그래서 그의 소박한 꿈인 '자동차 임대업' 도 그걸 듣는 그의 친구들에겐 그저 웃음거리일 뿐이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칼리토의 독백처럼 그는 정말 갱스터의 삶을 벗어나려고 최선을 다했다.

사랑하는 여자기 있었고 돈도 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는 그의 꿈으로 가는 열차를 타지 못했다.

그리고 말한다.

 

"미안하네. 아무리 날 꼬매도 날 살릴 수는 없어. 이렇게 잠들겠네.

 내 몸은 109번가 장의장으로 가겠지. 언젠가 그리 갈줄 알았어.

 다만 다른 사람들의 예상보다 늦은거지.."

 

영화에서 칼리토가 하는 대사는 낭만적이면서도 솔직하다.

이 대사들은 1994년을 기점으로 영화나 만화책, 드라마에서 자주 사용됐다.

나는 오늘에서야 알 수 있었다.

 

 

<미션 임파서블 Mission: Impossible>의 브라이언 드 팔마(Brian De Palma)감독은 

범죄, 스릴러 영화의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다. 

뭐랄까.. 그는 어떤 영화를 만들어도 갱스터틱하다.

그러나 갱스터틱에서 멈추지 않고 삶의 실존적인 의미가 있다.

음악을 맡은 패트릭 도일(Patrick Doyle)과 젤리빈 베니테즈(Jellybean Benitez)는 

우리나라의 많은 예능프로그램에 도움을 주었다. 

알 파치노(Alfredo James Pacino)는  이 영화로도 충분히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을 수 있었지만

<여인의 향기 Scent Of A Woman>로 받았다.

숀 펜(Sean Penn)은 아줌마 파마의 어색함을 이기고 부패한 변호사역을 잘 연기했다.

하지만 너무 잘 연기해서 지금의 숀 펜과 비교하면 우습다.

페네로프 앤 밀러(Penelope Ann Miller)는 왜 여우주연상을 못받았을까?

그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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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 A Reason to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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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들에 비해 크게 인상적이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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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 A Reason to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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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가을은 무척 바쁘다.

해야할 것들도 많고 하고 있는 것들도 많다.

누가 많은 돈을 주는 것도 아닌데 정말 열심히 뭔가를 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언젠가 내게 큰 도움과 자산이 될 것이라 믿는다.

 

10월 초부터 마지막 주에 개봉하는 영화 한 편을 미리 염두해 두었는데,

그 영화는 이정향 감독의 신작 <오늘>이었다.

2002년 <집으로..> 이후 9년 만에 나오는 신작이었고,

드라마가 아닌 영화에서 송혜교를 본다는 기대감이 컸다.

 

도서관 마감 시간에 맞추어 영화를 예매했고,

구로CGV 7관에서 밤 9시 50분에 <오늘>을 보았다.

개봉 첫날이고 늦은 시간이었지만 관객들이 너무 없었다.

정확하게 커플 2팀과 나와 같이 혼자 보러온 관객 2명 등 총 7명이었다.

덕분에 좋은 자리에서 아주 편한 자세로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용서하니까, 올케는 편해?"

 

결혼을 앞두고 생일을 맞이한 다혜.

그러나 약혼남 상우는 그녀의 생일날 뺑소니 사고로 죽게 된다.

상우의 사망소식에 괴로워하던 다혜는,

신앙생활로 위로를 받고 상우를 죽게 한 가해자를 용서한다.

이후 자신과 같은 사람들을 위해 다큐멘터리 영화를 기획한다.

 

그러나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면서,

다혜는 자신 안에 있는 내면의 슬픔이

아직 온전히 치유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슬픔이 더욱 커지자,

다혜는 혼란에 빠진다. 

 



 

"용서는 고통 속의 자유입니다."

 

<가을동화>, <올인>, <그들이 사는 세상> 등 TV 드라마에서 큰 인기를 받았지만,

영화에서는 이렇다 할 흥행작이 없었던 송혜교.

그녀의 연기는 수준급이고 다양한 매력을 가진 배우이지만,

그녀의 연기와 매력을 발산시켜 줄 감독을 아직 못 만난 것 같다.

아무리 뛰어난 배우라도 감독과 제작진, 출연 배우들이 뒷받침하지 못하면,

영화를 흥행시킬 수 없다. 

 

송창의, 기태영은 이 영화를 통해 처음 보았다.

 

송혜교와 연기 대결을 펼친 남지현은 명랑한 연기가 돋보였다.

 

<미술관 옆 동물원>, <집으로..>의 이정향 감독은,

9년 만에 들고 나온 신작으로 흥행에 중점을 둔 것이 아닌 예술 영화를 만든 것 같다.

정적인 영상을 바탕으로 감정과 심리 묘사에 뛰어난 감독이지만,

전작들에 비해 크게 인상적이진 않다.

 



 

"대책없는 용서는 죄악입니다."

 

일반 관객들이 보기에 영화는 꽤 지루한 편이다.

실제로 같이 보던 관객들 중 한 커플은 지루함을 참다 못해 밖으로 나갔고,

나 역시 하품과 이리저리 몸을 비틀며 영화를 보았다.

분명 스토리가 있는 드라마였지만 다큐멘터리 같은 영화였다.

송혜교와 남지현을 제외하면 출연 배우들의 연기도 뭔가 어색했다.

 

내용적으로 볼 때는 '용서'라는 주제를 여러 관점에서 해석했다.

연인, 가족, 이웃, 사회 등으로 확대하여 '용서'의 의미를 조명하고,

나중에는 인간적인 한계와 사회적인 한계가 충돌한다. 

흐지부지하게 끝나는 듯한 엔딩은,

고요한 하루 속에 내면적 혼란을 겪는 다혜의 마음을 공감하게 한다. 

어쨌든 살아있는 자들에게는 '오늘'이 찾아온다. 

 



 

"저에게도 용서 하지 않을 자유가 있었는데,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았어요!"

 

영화를 보면서 이창동 감독의 <밀양>과 비슷한 면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차이점이 확실했다.

<밀양>은 주로 종교적인 면에서 '용서'를 해석했다면,

<오늘>은 더 나아가서 인간의 본성과 사회적 특징을 결부시켜 '용서'를 해석했다. 

개인적으로는 <밀양>이 좀 더 설득력 있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 영화가 <밀양>보다 나은 점이 있는데, 

대다수 사람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접할 수 있는,

실존에 대한 고민을 심도있게 풀어냈다는 점이다.

 

우리 자신은 일상생활 속에서 만나는 여러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누군가의 몸과 마음에 어떤 방식으로 상처를 주는지 알 수 없다.

나의 친근한 웃음이나 인사가 상대방에게는 의외의 상처가 될 수 있고,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

결국 서로가 웃고 있지만 웃는 것이 아니고,

울고 있지만 우는 것이 아닌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어디까지나 서로의 내면을 들여다 보지 않는다면 진심은 알 수 없는 것이다.

 

누군가가 나에게 잘못을 저질렀다면 그 피해 강도에 따라,

즉각 용서하거나, 용서를 하더라도 오랫동안 마음에 간직해 둘 수 있다.

또한 도저히 용서가 안 될 때에는 사법적인 처벌을 요청하거나,

개인적인 판단에 근거하여 복수를 꿈꾼다.

주변에서 아무리 종교적 교리들과 윤리적 이론들로 용서를 정당화 하더라도,

개인이 만족하지 못하면 용서는 이루어질 수 없다.

 

그러나 인간은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사회가 정한 법과 윤리를 따라야 인간으로서 대우를 받는다.

즉, 사법적 처벌은 처벌이 끝나면 자동적으로 용서가 가능하고,

개인적인 복수는 또 다른 피해 내지 사법적 처벌을 이끈다.

그렇다면 인간은 사회가 정한 법과 윤리에,

자신이 받은 육체적, 정신적 피해와 슬픔을 감수해야 한다.

이는 당연하면서도 불공평한 느낌이 들게 만든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가 사회 속에 살고 있는 증거이다.

 

인간에게는 '기억'이라는 창고가 있기에,

누군가에게 피해 받은 것들을 기억하고 있고 용서를 해도 기억한다.  

그렇다면 진정한 용서는 인간에게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용서가 외관상 이루어진 것처럼 보일지라도,

그것은 강한 의지로 복수를 억누르는 것이고,

시간이 흘러 강한 의지는 자기 극복으로 내면화된다. 

 

피해 받은 사람은 피해 받은 것만을 기억하고,

피해 준 사람은 피해 받은 사람이 별다른 반응이 없으면,

피해를 준 사실조차 잊거나 대수롭지 않게 넘겨 버린다.

누가 피해를 주었고 그게 왜 피해가 되었는지,

누가 피해를 받았고 어떤 피해를 받았는지,

우리는 정확히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용서를 할 수도, 사과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 만들어 진 것이다.

 

사회적으로는 범한 죄에 따라 법적으로 형량을 주어지고,

징역형이나 사형에 처하기도 한다. 

또한 보험에 들었다면 보상금이 나올 것이고,

양자 간의 합의를 통해 합의금을 받을 수 있다.

이런 방식들로 피해 받은 사람들의 마음은 편해질까?

또한 종교적 교리와 사회적 윤리들로,

스스로에게 용서를 강요하거나 누군가가 강요하여,

결국 입에서 "당신을 용서합니다"라고 말하면,

피해 받은 마음이 어느 정도 사라질까?

 

인간은 용서를 거부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마음 놓고 울 수 있는 자유가 있으며,

피해 받거나 급기야 죽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그리워 할 수 있는 자유도 있다.

하지만 인간은 사회 속에서 단독자이고,

신 앞에서도 단독자이다.

복수심과 슬픔, 괴로움은 오직 개인의 것이고,

개인을 제외한 이웃과 사회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그것을 알 수도 없다.

 

결국 '용서'는 사회의 무관심과 개인의 체념에서 만들어진다.

사람들을 그것을 '사랑'으로 포장하고 '존경'으로 추앙한다.

그래서 개인의 실존은 무시당한다. 

 

용서할 수 없다면 이해해야 한다.

이해할 수 없다면 영원히 용서할 수 없다.

영원히 용서할 수 없다면 죽을 때까지 고통스러운 '오늘'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신을 제외한 사람들은 즐겁게 '오늘'을 맞이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고,

심지어 자신에게 피해를 주어 고통스럽게 만든 '그' 사람도

처벌이 끝나면 어쨌든 나와 일반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것이다.

 

용서할 수 있는 자유와 마음 놓고 울 자유는 박탈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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