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코리아 2012]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트렌드 코리아 2012 -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미래 시장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2012년 새해를 맞이하여 한 해를 전망해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개인적 차원에서 일부 사람들은 토정비결이나 점을 통해 한 해를 전망하고, 사회적 차원에서 사회 각 영역에 전문가들은 기존에 조사된 정보들을 근거로 한 해를 전망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비교할 수 없는 불확실한 시대에 살고 있는 현 시대에서 한 해를 전망한다는 것은 의미없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 김난도 교수와 그의 연구팀은, 2012년을 전망하면서 트렌드들의 앞 이니셜만 따서 "DRAGON BALL"(여의주)이라고 평했다. "흑룡의 해"라고 말하는 해답게 잘 어울리는 문구이다. 2011년의 대한민국은 최악의 한 해라고 볼 수 있었는데, 2012년은 과연 어떨까? 항상 위기 때마다 필사적인 생존 본능과 천운이 따랐던 대한민국은 이번에 찾아온 위기도 넘어설 수 있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책 내용을 어느 정도 예측하면서 읽었다.

 

 

  언어를 통한 소통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대안은 비언어적 소통이다. 즉,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말하지 않아도 알게 하고 이해하게 하고 공감하게 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  <189p>

 

  사람들은 현 시대를 "소통이 단절된 시대"라고 말하지만, 현 시대만큼 언어가 난무하는 시대도 없을 것이다. 거리를 걷는 사람들 중 어떤 사람이라도 붙잡고 마이크를 쥐어주면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는 시대이다. 그만큼 국민 의식은 급속도로 성장했고, 급속도로 성장한 나머지 의식의 편차는 크다. 하지만 저마다 할 말은 하고 산다. 그것이 언어이든 행위이든 간에. 

 

  책에서도 말하지만 진정성과 자발성이 새로운 사회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본질적인 것에 민감하다는 것은 그동안 언론이나 선전 광고,허위 사실로 인하여 진실을 바로 보지 못했던 사람들의 분노에 대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즉 대중적으로 검증된 증거만을 믿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을 믿는다. 결국 소통은 개인의 자발성과 대중적으로 검증된 사안이 가져다 주는 진정성이 조합되어야 이루어질 것이다. 또한 앞으로의 소통은 상황의 결과가 아닌 전 과정을 통해서 총체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결과가 아무리 좋더라도 불법과 불의가 있다면 대중의 외면과 비판을 받을 것이고, 결과가 나쁘더라도 감동적이거나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가 있다면 응원과 면죄를 받을 것이다. 이미 대중들은 이러한 소통 방식에 익숙하고, 웹과 SNS를 통해서 다양하게 또는 통일되게 소통하고 있다.

 

  무엇보다 말보다 행동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1인 시위는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맹목적인 비판의 말들은 현실의 문제를 넘어서는 대안이 없다. 불법적이고 불의한 사회에서 개인 스스로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떤 방식으로든지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자발적인 행위가 필요하다. 1인 시위는 이런 점에서 고체였던 현수막과 피켓이 생명을 얻어, 문구가 아닌 영향력 있는 생명체가 된 것이다. 그로 인해 대중들은 사회 문제에 참여하게 되고 공감대를 형성하여 소통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모든 세대가 동일한 상황에서 공통적인 감정과 정서를 중심에 둔다면 세대 공감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266p>

 

  나는 이 글을 읽고 조금 생각하다가 이해할 수 있었다. 책에서 지적했듯이 <나는 가수다>가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다양한 연령층을 청중 평가단으로 선정하여 프로그램에 출연한 기성 가수들의 공연을 평가하는 것은, 공통적인 감정과 정서를 연령을 넘어서 서로 공유하게 만들었다. 

 

  안 좋은 것을 안 좋다고 느끼고, 좋은 것을 좋다고 느끼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이다. 물론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요즘은 "세대 차이"라는 말이 점점 흐려지고 있다. 그만큼 세대 간의 소통이 원할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증거이고, 한편으로는 정보통신의 발달로 소통의 장이 많아진 결과이다. 그래서 나는 현 시대가 "소통이 단절된 시대"라고 말하기 보다 "소통이 주도하는 시대"라고 말하고 싶다. 사람들은 이제 말하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     

 

  위기의 시대일수록 대중은 '다 함께' 살아야 한다는 배려와 결단력을 원한다.  <352p>

 

  나는 이 글에 무척 공감한다. 아마 이것이 현재 우리 시대의 핵심적인 트렌드이자, 가장 필요한 가치이다. 흔히 상위 1%가 주도했던 지난 4년은, 99%에게는 엄청난 고통이자 개인주의, 이기주의, 양극화, 사회적 불신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차츰 99%의 일부는 단결하기 시작했고 협동하여 사회적 힘을 양산하기 시작했다. 이는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월가 시위나 중동, 아프리카 지역의 민주화 운동은 "다함께 살아야 한다"는 글로벌 트렌드의 전형이다. 여기에 생명 존중과 녹색 성장, 복지 사회 실현 등이 어울리면서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가져 올 것이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이 지금의 시대에 절실하다. 개인의 개성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함께 살기 위해서는 개인의 개성이 사회 공동체의 권익에도 도움이 되어야 한다. 배가 좌초될 위기에서 혼자 구명 조끼를 착용하고 스스로 바다에 몸을 던지는 것은, 배에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는 불안감을 증폭하고 불신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다같이 죽자는 것이 아니다. 어떻하면 모두가 살 수 있거나 더 많은 사람들이 살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시민 한 사람의 의견은 시민 열 사람 그 이상을 살릴 수 있는 의견이 될 것이고,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시민들이 연대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을 것이다.

 

 

  국내외적으로 사회 전 영역에서 부정적인 전망이 많은 2012년이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책에서 언급하는 트렌드들이 결국 한 단어로 묶인다는 사실이다. 그 단어는 '인권"이다. 우리는 물질 문명과 정신 문명의 최전선에 살고 있지만, 인권은 위협 당하고 있다. 사회 지도층들의 비리, 반값 등록금, 정리 해고, 소통의 부재, 상위 1%만의 사회 등등.. 오늘이든 내일이든 신문이나 TV를 보라. 대부분의 헤드라인 뉴스는 인권과 관련되어 있다. 결국 2012년은 위협당하는 인권을 지켜내고,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어 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책의 내용은 어렵지 않으나 해당 트렌드를 설명하려고 사전에도 없는 영어 단어들을 만들어 낸 것이 이질감을 들게 한다. 그리고 자신들이 전망했던 2011년 트렌드들을 리뷰하는 분량이 너무 많았다. 의도는 알겠지만 책 제목답게 2012년 트렌드들을 자세히 진단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한편으로는 책을 읽으면서 일부 대중들도 아는 사실들을 부연 설명하여 '트렌드'라고 이름지어 책으로 엮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내가 2012년의 트렌드를 말한다면, 앞에서 말했듯이 "인권 회복"과 "인권 신장"이라고 말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위기의 재구성]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위기의 재구성 - 글로벌 경제위기 제2막의 도래
김광수경제연구소 지음 / 더팩트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이번에 알라딘 서평단 활동으로 받은 두 권의 책은 2008년 미국발 경제 위기를 주제로 한 것 같다. 그리고 그 주 본산지인 월가에 대한 미국과 우리나라의 시각들을 살펴 볼 수 있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은 김광수 경제연구소에서 발간한 책으로서, 2008년 미국발 경제 위기와 그 이후에 있었던 경제 정책과 부양 대책들을 소개하며 그것들의 허와 실을 말하고 있다.

 

  책을 읽어보니 이 책에서 진단하는 2008년 미국발 경제 위기 이후 현재 경제 위기의 원인은, 미국 가계의 여전한 담보 대출과 상위 계층의 부동산 투기 및 과소비를 첫째 원인으로 보았고, 둘째로 규제 없는 자유 방임적 시장경제체제와 금융상품의 과도한 생산으로 본다. 세째로 추가 경제 부앙 정책으로 인한 달러의 유동성 과잉이다. 사실 이 원인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2008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지지 않은 세계 경제 상황이 비극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변한 것이 없다.

 

  "자본주의의 종말"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를 어떻게 유지할 것이며 현재의 위기를 어떻게 넘겨야 할 것인지 대안들을 제시한다. 먼저 세계 국가들은 대외 불균형을 더이상 유발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며, 기축 통화가 가지는 모순이 해결되어야 한다고 본다. 또한 시장경제체제가 자유방임적 사고가 아닌 정부와 금융당국의 규제와 통제가 강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진정 위기 극복은 이러한 제도적이고 정책적인 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도덕적인 문제에 그 원인이 있다. 바로 '탐욕'과 '이기심'이다.   

 

  이 책은 2008년 미국발 경제 위기와 지금의 경제 위기를 진단하고 어떻게 타계하여 나갈 것인지 나름대로의 의견과 결론을 내고 있다. 흥미롭고 인상적인 의견은 현재의 경제 위기를 위하여 정부 주도하에 이루어 지는 경제 정책과 부양 정책들이 또 다른 경제 위기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즉 불 난 곳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자본주의의 문제를 자본주의 방식으로 해결할 것인가? 나는 이 책을 보며 이 질문을 남겼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든 악마가 여기에 있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모든 악마가 여기에 있다 자음과모음 인문경영 총서 2
베서니 맥린 & 조 노세라 지음, 윤태경.이종호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미국의 월가 시위대는 오늘도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Occupy Wallstreet)’는 구호를 외치며  월스트리트 주변 주코티 공원에서 먹고 자면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그들은 2008년 미국에서 벌어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진 세계 경제 위기에 엄청난 불만을 가지고 있으며, 전 세계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2008년 미국발 세계 경제 위기는 도대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금융 전문가도 모르는 희대의 사건이었을까?

 

   이 책의 두 명의 저자들은 미국인들이며 경제 전문가로 2008년 미국발 경제 위기의 원인과 과정을 분석하여 실화를 배경으로 한 소설 같은 느낌의 경제학 서적이다. 책 서두부터 그 당시 관련 기업들과 공공기관들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이름과 행적들이 적혀있고, 책에 등장하는 용어들의 의미를 잘 정리하고 있다. 그래서 좀 더 알기 쉽게 책을 접근할 수 있었고 매우 흥미로웠다.. 

  책을 읽어보니 2008년 미국발 세계 경제 위기는 30여 년 전  MBS(주택저당증권)의 탄생에서 비롯되었다. 루이스 라니에리와 랠리 핑크, 데이비드 맥스웰, 이 세 사람 간의 '적과의 동침'은, 돈을 벌기 위한 엄청난 열정이었지만, 미국 경제와 세계 경제의 내실을 흐트러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월가의 금융 시스템과 투자 방식, 의사결정에 있어서 천박한 모습을 보인 CEO와 경영진들, 판단 무지한 법률가들과 회계 책임자들의 행동들은, 사실이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우스웠다.  더 웃긴 것은 미국 정부가 그들을 살리기 위해 공적 자금을 투자하여 구제 금융을 시도한 것이다. 1%를 살리기 위해 99%의 돈을 쓰는 미국 정부는 오늘의 우리나라 정부와 다를게 없다.

 

  책 제목은 세익스피어의 <템페스트>의 한 구절인 “지옥은 텅 비었고, 모든 악마는 여기에 있도다”를 인용했다. 그 말처럼 탐욕스러운 월가의 악마들은 미국을 포함한 세계를 경제 침체와 실업난으로 이끌었고 지금도 이끌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구체적으로 2008년 미국발 경제 위기를 돌아보는 책이 있었는가?"라고 말 할 정도로 흥미롭게 읽었다. 우리나라의 권력형 비리 사건들도 이런 식으로 책으로 집필된다면 정말 흥미롭고 매우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이지 않는 고릴라 - 우리의 일상과 인생을 바꾸는 비밀의 실체
크리스토퍼 차브리스 & 대니얼 사이먼스 지음, 김명철 / 김영사 / 201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모든 것을 의심하라!”가 어떻게 보면 이 책의 큰 명제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이지 않는 고릴라 - 우리의 일상과 인생을 바꾸는 비밀의 실체
크리스토퍼 차브리스 & 대니얼 사이먼스 지음, 김명철 / 김영사 / 201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차 사이드 밀러에 적혀있는 ‘사물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이라는 문구를 본 적이 있다. 양 옆으로 달려오는 차들을 주의하며 운전해야 하는 운전자는 그 문구를 보며 반응하기보다는 익숙한 경험에 이끌려 차선변경과 유턴 등을 한다. 그러나 지금 눈에 보이는 것이 실제가 아니라는 이 문구의 의미는 내게 한동안 되새기며 생각하게 했다. 익숙한 경험으로 운전을 하더라도 교통사고는 때아니게 찾아오고, 대부분은 운전 부주의이다. 즉 운전자가 보기에 “괜찮다”는 판단이 교통사고를 일으킨 것이다.

  이번에 읽은 <보이지 않는 고릴라>는 인간의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착각’들을 사례와 실험을 통해 증명한다. 마치 위에서 말한 것처럼 스스로 보기에 별문제가 없다고 판단하여 행동하고 말했던 것들이 사고나 오류들로 되돌아오고, 그러한 사고와 오류들은 분명한 원인이 있으며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본다.


  우리가 세상의 특정 부분에 주의를 집중한다면 이를 더욱 더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다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그렇지만 바로 이러한 선명한 경험 때문에 주변의 세세한 정보들도 빠짐없이 받아들이고 있다는 잘못된 믿음을 갖게 된다. 우리는 세상의 특정 부분을 아주 선명하게 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당장 관심을 쏟는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세상은 전혀 인지하지 못한다. 생생한 시각적 경험 때문에 독특한 심리적 맹시 현상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시각적으로 두드러지는 대상이나 특이한 대상이 나타나면 관심을 갖게 될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실제로는 이를 전혀 알아채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는 한다. <23p>

  이 책의 핵심은 “인간의 감각이 실제 체감하는 것에 비해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착각을 경험하는 것은 어색한 일이 아니다. 어떤 일과 시선에 집중을 하더라도 시야에 보이지 않아 놓치는 것들이 있고, 알고 있더라도 바로 눈앞에서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착각은 의식적인 반응이기보다는 무의식적인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무의식적인 반응은 예고 없이 찾아오고 익숙한 경험에 더 빠른 반응한다.

  기술이 향상될 때 자신감은 서서히 증가하므로 결국 높은 실력 수준이 되었을 때는 자기 실력 수준에 걸 맞는 정도, 아니면 최소한 적당한 정도에 가까운 자신감을 갖게 된다. 능력에 비해 위험할 정도로 지나친 자신감은 어떤 일에 능숙할 때가 아니라 미숙할 때 나온다. <140p>

  ‘자신감 착각’은 대부분의 사람이 많이 겪는 착각이다. 특히 예체능 계열 학생들에게서 가장 많이 겪는 착각으로, 실력에 비해 스스로 과대평가를 하거나 주변에서 지나친 격려와 용기를 심어주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일이 계속된다면, 당연히 자신감은 자괴감으로 이어져 의욕마저 감퇴시킬 수 있다.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리나라는 꾸준한 실력향상보다는 단번에 실력이 느는 것을 선호하고, 신동(神童)과 영재(英材) 같은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선망의 대상으로 생각한다. 물론 그중에는 진정 피나는 노력과 선천적인 재능이 돋보이는 사람들도 있지만, 또 다르게 시간이 지나면서 실력의 꾸준한 유지가 되지 안 거나 기초적인 부분이 약하여 어느 순간에 한계를 맞이할 수 있다. 또한 신동과 영재 역시 본인의 의도가 아닌, 극성스러운 부모들의 극한 경쟁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자신감 착각’은 자칫 위험한 사고를 유발할 수 있고, 스스로 감정통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기 때문에 지나친 격려와 용기 부여는 삼가고, 현실적으로 볼 때 무엇이 부족하고 필요한지 먼저 파악하여 그것을 숙련시키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간단하고 쉬워 보였던 일이 현실과 맞닥뜨려야 비로소 복잡한 일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기 때문에, 예측할 때는 시간이나 비용을 너무 과소평가하기 쉽다. 문제는 우리가 이런 한계를 고려하는 방법을 모른다는 사실이다. 거듭 말하지만 익숙함에서 비롯된 단순하고 낙관적인 추측에 지나지 않는데도, 우리는 지식 착각에 의해 모든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확신을 갖는다. <187p~188p>

  아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수학적 지식이 아닌, 사유를 통하여 획득한 지식은 사람마다 지식을 획득하는 과정과 표현하는 방법까지 다를 수 있다. 마치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 소피스트(Sophist)들이 “내가 아는 지식을 똑같이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 없다”라고 지식획득의 상대성을 말한 것처럼, 안다는 것은 정확한 것이 아닌, 스스로 느끼는 주관적인 확신이다. 다만 그 주관적인 확신이 시험이나 경험을 통해 어느 정도 객관성을 획득할 수 있는 있다.

  문제는 이러한 ‘지식착각’으로 인하여 사람들은 성급한 판단과 결론을 내린다는 점이다. 책에서 든 예처럼 기상청에서 일기예보를 하면 예보가 맞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도, 항상 맞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예보이지 확정된 것처럼 생각하면 더 이상 예보가 아니다. 결국 익숙한 경험이나 수집된 정보의 양에 낙관하여, 객관성을 띤 검증이나 증명을 하지 않는다면, 확실하다고 결론지을 수 없다. 이는 잘 모르면서 아는 척을 하는 것과 같다.

  일상의 착각들을 염두에 두고 세상을 바라본다면, 예전처럼 자기 자신을 확고히 믿진 못하겠지만, 자신의 정신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얻고 사람들이 때로 어이없이 행동하는 이유도 이해하게 될 것이다. 멍청해서, 오만해서, 무지해서, 부주의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일상의 착각 때문이다. <345p>

  매 순간 시선과 정신을 집중하며 살수는 없다. 또한 경험을 무시하고 이성에만 의존한다면, 일상생활에서 빠르고 자연스럽기보다는 어색하고 번거로움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감각의 민감함과 이성적 판단의 냉철함이 구비되어 있으면, ‘착각’으로부터 조금은 자유스러울 수 있다. 그리고 예상외의 상황이 벌어져도 당황하고 불안하게 행동하는 것보다 상황을 파악하여 대안을 내릴 수 있는 침착함에 용이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누구나 ‘착각’의 오류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 그런 ‘착각’의 오류들을 줄여나가도록 사람은 감지되는 감각과 판단되는 이성에 조금 더 집중해야 한다.


  이 책은 직관주의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쉽게 말해서 “딱 보고도 몰라!”라는 말을 싫어한다. 감각을 통한 사람의 인지능력이 그렇게 탁월하지 않다는 점이다. 반면에 데카르트의 회의주의에는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즉 “모든 것을 의심하라!”가 어떻게 보면 이 책의 큰 명제이다.

  책에 나온 다양한 사례들과 실험들은 이해하기 쉽게 되어있는데, 교양서적 치고는 그림이나 삽화가 없어서 읽는 동안 다소 지루할 수도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