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들 - 윌리 로니스의 사진 그리고 이야기들 내 삶의 작은 기적
윌리 로니스 지음, 류재화 옮김 / 이봄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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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루시다』에서 롤랑 바르트는 어떤 한 장의 사진에 관해서는 이야기 할 수 있어도, 사진의 본질에 관해서는 이야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진 속에 들어있는 찌르는 메시지 "푼크툼"이란 지극히 개인적이고 유일무이하다는 것이다.

 

 

 

 

『그날들』의 사진작가 윌리 로니스는 자신의 "푼크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과 멘트는 크리스마스에 펼쳐보는 카드처럼 따스하고 아름답다. 무엇을 볼 것인지 강요하지 않는 사진의 정직성과 순수성이 곳곳에 배여 있다. 당신만의 또다른 "푼크툼"을 발견하도록.

 

 

ㅡ Agalma

 

 

 

 <그날들>(2015)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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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자의 일기 - 숲길 4 숲길 4
쇠렌 키에르케고르 지음, 임규정.연희원 옮김 / 한길사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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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여인을 사랑하고 그리고 일방적으로 약혼을 파혼한 이후 그녀를 향한 저작물들...

자기가 예상한 것보다 9년 늦은 1855년 11월 11일 42세 나이로 사망.

'키에르케고르에게 자기란 데카르트의 경우처럼 단순하고 명쾌하게 주어진 실체가 아니라 성취하고 도달해야 하는 어떤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 여름은 내부의 열기가 외부의 열기를 능가함을 확인시켜주는 계절이듯이

키에르케고르에게서 인간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계절' 중의 하나를 본다.  

가장 많은 '계절'을 만들어내는 '그와 그녀라는 관계'의 대치점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한, 마음의 평온이란 있을 수 없다

 

갈수록 침잠해가는 사람들, 몇몇이서만 모여 속삭이게 되는 비밀스런 속내들

거울이 되어 스스로를, 대상을 비추며 유혹자가 되기도 안되기도 하면서

네가 있어서 행복해라고 말하는 인연과 네가 있어서 지옥을 보았어라고 말하는 인연이 이합집산하는 계절들 

 

 

 

 

ㅡ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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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의 제왕
이장욱 지음 / 창비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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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장욱 『고백의제왕』에서 해설자 권희철씨가 블랑쇼를 초대했고,

작가의 말에서도 나는 블랑쇼가 유령처럼 끼어드는 걸 느꼈다.

 

 


 

 

"이렇게 쓰고 싶다는 감정과 이렇게 쓰고 싶지 않다는 감정 사이를 헤매면서 이 이야기들을 썼다." (이장욱 『고백의제왕』) 

"그들은 언제나 자신들이 거기에 더 이상 있지 않을 순간에 대해 얘기했지만, 거기에 언제나 있어서 그러한 순간에 대해 이야기할 것임을 알고 있었고, 자신들의 영원성을 그 끝으로 가져가는 것보다 더 훌륭한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블랑쇼 『기다림 망각』)

 

"자신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을 때가, 자신에게 가장 가까워지는 순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장욱 『고백의제왕』) 

"나를 듣기 위해 나를 들어서는 안 되고, 나를 들리도록 내주어야 합니다."  (블랑쇼 『기다림 망각』) 

 

"있는 것은 타자라는 관념이 아니라 당신이며, 추상적인 언어가 아니라 구체적인 말이다.

언젠가는 당신도 말도 사라지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삶은 삶일 수 있을 터이다." (이장욱 『고백의제왕』)

"말하고 있는 각각의 말 속에서 망각이 이미 말한다는 사실은, 각 단어가 망각되도록 예정되어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망각이 말 속에서 휴식을 취하고 말을 스스로를 감추는 것과 조화를 이루도록 붙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진정한 말은 망각에게 휴식을 허락하며, 그 휴식 가운데 망각은 모든 진정한 말이 망각에 이르기까지 말하도록 내버려둔다. 망각이 모든 말 가운데 놓여 있기를."  (블랑쇼 『기다림 망각』)

 

 


 

§§

소설집은 내 맘에 들지 않았다. 유령들과 자유자재로 몰려다니던 시와 달리 모든 단편에서의 그는 유령들에 함몰지경이었다.

그의 시가  공중정원이었다면 그의 소설은 관광지로서의 카타콤이다.

소설을 쓰고 나서 '이렇게 쓸 수 밖에 없었다'라고 좀비처럼 나타나지 말고,

코끼리 군을 시켜 엽서로 시를 보내줄 때처럼 없는 자신을 대신해 자신을 보여주던 그때처럼 그랬으면 좋겠다.

소설을 쓰는 것 자체가 그에게 이미 그럴 수밖에 없는 길이라면 그 또한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만서도.

 

 

 

ㅡ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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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야멘타 하인학교 (무선) - 야콥 폰 군텐 이야기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6
로베르트 발저 지음, 홍길표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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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버리고, 생각을 버리고 하인이 되기로 한다? 괴테나 토마스 만, 니체가 들으면 어의없는 접근법이지 않은가. 그걸 노린 게 로베르트 발저였다.

 

 

 

 

 


 

 

"자유란 겨울 같은 것이다. 오래 견뎌내기 힘든 거야. 우리가 여기서 하고 있는 것처럼 몸을 항상 움직여야 한단다. 자유 안에서 춤을 춰야 해. 자유는 차가우면서도 아름답다. 다만 자유와 사랑에 빠지지만은 마라. 그건 너에게 슬픔만 안겨줄거야. 왜냐하면 자유의 영역에서는 누구나 잠시 동안만 머무를 뿐, 그 이상 오래머물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이곳에 너무 오래 있었어. 봐라, 우리가 떠다닌 저 멋진 길이 서서히 녹고 있는 것을. 이제 눈을 뜨면 자유가 소멸해가는 것을 볼 수 있을 거야. 앞으로도 가슴을 조이는 이런 광경에 자주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이제부터 나는 그 무엇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신에 대한 생각도 하지 않을 것인가? 그렇다! 신은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무엇 때문에 신에 대해 생각을 한단 말인가? 신은 생각하지 않는 자와 함께 간다."

로베르트 발저(1878~1956) 『벤야멘타 하인학교ㅡ야콥 폰 군텐 이야기 』中

 

 

 


 

 

재미난 비교가 될 작품 

 

이 작품이 무위에 가까운 마음으로 하인학교로 들어가는 군텐의 내면을 다뤘다면, 공명심에 상류기숙사학교로 진학하는 퇴를레스의 내면을 그린 비슷한 시기의 문제 작가 로베르트 무질 『생도 퇴를레스의 혼란』

몰락하는 자와 이제 막 태어난 자의 접점에 있어서의 접근으로는, 토마스 만 『베니스에서의 죽음』

방랑을 통한 깨달음으로 가는 관념적 독일소설의 다른 예로는, 헤르만 헷세 『황야의 이리』,『크눌프』

대중으로서의 삶을 거부하고 스스로 택한 갇힌 세상에서 삶을 영위하는 소년의 삶에 있어 현대적? 다른 극단을 보여주는, 이언 뱅크스 『말벌공장』

이 작품은 희곡적인 느낌이 강한데, 관념성과 작은 존재로서의 의미망에 있어서 체호프의 희곡들과도 유사하다.

 

 

ㅡ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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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하우스
스티븐 J. 굴드 지음, 이명희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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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제이 굴드는 초장(p49 참조)부터 창조론의 짜증스러운 논리들을 격파한다. 이브가 아담의 갈비뼈에서 나왔다면 왜 지금은 이브들이 더이상 안나타나는가. 물론 그것은 수많은 신화들처럼 상징·은유적 표현이다. 그것을 구축하는 인간의 논리와 헛점들이에 빤한데 종교를 가진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면 한숨이  나오고는 다. 성경의 많은 부분이 이전시대의 토착 신앙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 말하나를 이상하게 바라보며 싸울 태세다. 그들에게 그런 것쯤은 중요하지도 않은 것 같다. 자신의 무지와 나약함을 이라는 창과 방패로 가리는 인간. 눈가리고 아웅식 믿음들. 천국 면죄부, 마녀사냥, 온갖 계파 싸움들을 보라. 마치 神을 칩으로 한 노름판 같다.

인간을 진보의 꼭짓점으로 두는 많은 이론들의 오만함. 자신의 유전자를 더많이 퍼트리는 것이 생물의 주요 목적인 점에서나 진화 우월론으로 본다면, 가장 오랜 기간, 가장 넓게, 더많은 수로, 생존하고 있는 박테리아/바이러스/어류군들이 더 우세한 게 아닐까? 박테리아가 두 다리로 일어서서 직립보행을 하지도 않고 달나라로 가 인증사진도 찍지 못하니 진보적 진화가 아님? 그들에겐 그런 게 필요하지 않는데?

 

ㅡ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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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9

  다윈은 링컨과 같은 날에 태어났고 1859년 『종의 기원』의 출판과 함께 혁명의 막을 <공식적>으로 열었다. 1959년 다윈 이론 발표 100주년 기념 행사에서 위대한 미국의 유전학자 멀러는 「다윈 이론에 대한 몰이해는 100년이면 충분하다」는 제목의 연설로 행사장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멀러는 다윈 혁명이 충분히 파급되지 못하게 된 원인을 극단적으로 다른 두 가지 측면에서 봤다. 하나는 창조론이 여전히 대중 문화를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진화를 인정하는 지식인들 사이에서 자연선택에 대한 이해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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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5-08-16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리뷰도 쓰셨군요. 반갑습니다. ㅎㅎ 근데 이 책에 댓글도 좋아요도 없는 것에 더 놀랐습니다. ^^ 아무래도 예전 글이라. ㅎ 하여튼 한가지 궁금한 점은 왜 진화론에 그렇게 관심 많으세요? 저도 정말 진화론이 궁금한데 왜 인지 잘 몰라서요.

AgalmA 2015-08-17 03:19   좋아요 0 | URL
서재 초창기 서로 이웃도 별로 없을 시절 여러 글을 한꺼번에 올렸을 때라;; 여기 리뷰쓰기 메뉴얼도 모르던 때였고, 그렇다고 해도 치열한 리뷰쓰기도 아니잖아요ㅎ;
요즘은 그때가 좀 그립기도 해요. 수백명의 이웃 눈치가 보여서 내맘대로 툭툭 내뱉던 이런 글쓰기가 쉽지 않아서...가끔 내 서잰데 왜 이렇게 눈치를 봐야돼! 하고 툭 던지기도 합니다만....그랬다가 잘못 걸리면 욕 먹고...

요즘 <역사란 무엇인가>를 읽고 있어요. 북다이제스터님도 잘 아시겠지만, 시대와 편견에 갇힌 역사가가 재단한 역사 기록, 필경 당연하기도 할 겁니다. 4차원에 갇힌 인간이 모든 걸 조망한다는 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니 말입니다. 상대성이론을 안다고 해도 말이죠.
제가 ˝진화론˝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카의 논지와 비슷합니다. 서로 비슷하다고도 생각되고요. 카의 설명은 사회학적 진화론으로도 볼 수 있을테니. 여튼 저의 그런 관심은, 인간은 너무도 불완전하지만 역사가가 이 시대를 바르게 이해하기 위해 과거 사실에 대해 노력해야하듯이 저도 한 인간으로서 인간의 삶을, 제 삶을 이해하고 개선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제가 생각해오던 걸 카가 어찌나 요목조목 잘 설명하는지! 좋은 선생님이더군요. 읽는 내내 힘을 내게 돼요. 이렇게 실의에 빠져 세상을 흐리게 보면 안돼!하고.

다윈의 <종의 기원>이 그당시 나왔을 때 ˝인간의 정신을 없애버렸다˝는 비난을 받았듯이, 꼼꼼히 따져보는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인간은 늘 오류투성이의 거부로 뒤죽박죽 세상을 흐트려버리죠. ˝진화심리학˝, ˝뇌과학˝, ˝자연과학˝, ˝우주과학˝, ˝철학˝, ˝종교˝ , ˝사회학˝ 등등을 접목해 훑어보면 훑어볼수록 인간의 사고방식과 행위들이 얼마나 비합리적인지 그리고 세계를 얼마나 비참하게 만들고 있는지 확인할 때마다 지속적으로 충격과 실의에 빠집니다. 그동안 이런 공부를 더 일찍 관심두지 못한 게 너무도 안타까워요!

˝진화론˝은 제게 확실히 ˝신(神)-절대자˝ 개념을 걷어준 서광이죠. 인간은 믿고 싶기 때문에 믿는 것이죠. 보고 싶지 않은 것은 회피하려는 것과 마찬가지로. 믿음의 창조자는 인간입니다. 신 때문이 아니라. 그리고 이 믿음이라는 성질은 모든 관계성에 적용되는 인간 심리이기도 하다는 게 지금 제 생각입니다. 마음과 뜻을 나눴다고 생각해서 믿게 되고 파를 가르고, 살고 싶기 때문에 사는 것과도 비슷할 테죠. 온갖 의미를 만들어 신과 국가를 떠받들듯이 삶 또한. 나 라는 자아에 대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