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집 문학과지성 시인선 599
이장욱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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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언제나 미칠듯이 시인. 대낮에 내 잠 속의 모래산에 있듯 광광 울 뻔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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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머리 민음의 시 319
박참새 지음 / 민음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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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시집 들을 기대하며 보지만 요즘은 심드렁해졌다. 기형도를 비롯해 센세이션 했던 몇몇 시인들, 나타나기 전엔 예상할 수 없었다. 내가 책을 선택하는 건, 특히 시집은 공감대를 추구하지 않기 때문에, 매번 충격요법 같은 건지도. 어떤 장르든 상관없다. 시가 소설로 가든 가사로 가든 바다로 가든 어디든 자유롭게 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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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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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가 소설을 쓰고 독자가 그것을 읽는 과정도 소설 속 ‘꿈 읽기’ 작업의 하나다. “누군가가 오래된 꿈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꿈을 같이 꿔줌으로써 잠재된 열량이 달래지듯이(『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179p), 우리는 하루키가 구축한 소설 속 세계를 읽으며 우리 안의 ‘역병의 씨앗’(‘사람이 품은 갖가지 종류의 감정- 슬픔, 망설임, 질투, 두려움, 고뇌, 절망, 의심, 미움, 곤혹, 오뇌, 회의, 자기연민…… 그리고 꿈, 사랑. 무용한 것, 오히려 해로운 것’(『도시와 … 벽』, 178p)이라 생각되는 것들을 달랜다. 하루키가 이 소설을 수십 년에 걸쳐 개작 해온 과정도 그렇고, 주인공이 100퍼센트 첫사랑을 쏟은 소녀를 오랫동안 기억해온 시간과 ‘세계의 끝’ 마을을 곱씹다가 마침내 그 마을에 들어서는 과정도 그렇다. 사실 ‘세계의 끝’ 마을은 주인공 ‘나’의 세계가 아니었다. 그 이야기를 들려준 소녀를 통해 알게 된 세계다. 스피리츄얼한 재능을 지녔으나 현실 세계에 적응할 수 없던 옐로 서브마린 소년이 ‘세계의 끝’ 마을에 등장해 ‘꿈 읽은 이’의 작업을 계승했듯이, 인간의 의식과 마음이 한 개인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도 보여준다. 주인공 ‘나’가 ‘Z**마을 도서관’ 관장 고야스 다쓰야를 꿈속에서 이미 보았고, Z**마을로 와 고야스 유령의 존재와 그의 사연을 소에다 사서와 공유하는 상황도 인간의 여러 연결점을 보여준다.


주인공에게 첫사랑이었던 소녀의 사라짐은 ‘나’라는 존재의 가치 없음과 철저한 상실의 상흔으로 남았다. 그것은 그의 ‘오래된 꿈’이 되었다. 하루키 소설에서 젊은 시절 갑자기 사라지거나 자살하는 인물이 유독 많은 것은 소설 장치로써 그가 애용하는 모티프의 의미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나는 자주 한다. 주인공처럼 하루키에게도 (밝힐 수 없는) 어떤 사람에 대한 상실이 큰 트라우마로 각인되었고, 그의 작품 세계에서 끝없이 변용되는 게 아닐까. 그가 이 소설의 작가 후기에서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가 말한 것처럼 한 작가가 일생 동안 진지하게 쓸 수 있는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그 수가 제한되어 있다. 우리는 그 제한된 수의 모티프를 갖은 수단을 사용해 여러 가지 형태로 바꿔나갈 뿐이다”(『도시와 … 벽』, 766p)라고 소회를 남겼듯이 말이다. 그렇다고 트라우마적인 모티프에 중점을 두는 것은 너무 단정적이다. 우리의 정신에 각인된 어떤 문제, 우리의 선택에 대해 골몰하다 보면 우리는 인간의 마음과 의식 작용이 왜 이런 것인지 따져볼 수밖에 없고 그래서 어떤 인생을 살 것인지 방향성을 잡아간다. 신중하게 생각하고 내린 결정과 선택이 “나무토막이 조류에 실려오듯 그저 어떤 힘에 이끌려 이곳에 와닿은”(『도시와 … 벽』, 125p) 것과 같은 의심스러운 날들로 되는 걸 더 이상 겪고 싶지 않으니까.


“마음이란 게, 당신도 잘 이해할 수 없는 건가요?”

“어떤 때는.” 하고 나는 말했다. “먼 훗날이 되어야 이해할 수 있는 경우도 있고, 그때 가서는 이미 늦은 경우도 있지. 우리는 대부분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행동을 선택해야 할 때가 있어서, 그래서 다들 혼란스러운 거야.”

“내 생각에, 마음은 참 불완전한 것 같아요.” 그녀가 미소를 머금으면서 말했다.

나는 주머니에서 두 손을 꺼내, 달빛 아래에서 바라보았다. 달빛에 하얗게 물든 손은 그 조그만 세계로 완결된 채, 갈 곳을 잃은 한 쌍의 조각상처럼 보였다.

“내 생각도 그래. 아주 불완전하지.” 하고 나는 말했다.

“하지만 그건 흔적을 남겨. 그리고 우리는 그 흔적을 다시 더듬을 수 있지. 눈 위에 난 발자국을 더듬듯이.”

“그래서 어디로 가는데요?”

“나 자신에게.” 나는 대답했다. “마음이란 그런 거야. 마음이 없으면 어디에도 가지 못해.”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합본, 341p)


하루키는 1980년에 발표했던 중편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을 미완성으로 생각해 1985년에 대폭 보완해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발표했지만, ‘또다른 대응’으로 2022년에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을 다시 발표했다. 개인적으로도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작품은 두 세계 중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의 하드보일드한 매력이 커서 <세계의 끝>은 서정적인 우화로 남은 느낌이었다. 주인공이 사라졌던 소녀의 오래된 꿈을 찾아낸 뒤 그 꿈을 읽고 ‘세계의 끝’ 마을에 남는 결말은 많은 궁금증과 아쉬움을 남겼다. 비밀스러운 소녀가 자신을 본체가 아닌 그림자의 존재로 현실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 동기, 주인공 ‘나’를 버리고 다시는 찾지 않게 된 사연 등등. 장장 40년이 지나 70대가 된 노작가가 기어코 다시 쓴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에서는 많은 것들이 해소되었을까. ‘꿈 읽는 이’가 ‘오래된 꿈’을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무수한 나날 읽어갔듯이, 하루키도 언급했다시피 무언가를 의미하는 것 같은데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명확히 제시하지 않았다. 새로운 ‘꿈 읽는 이’ 각 독자의 몫이다.


시간, 공간, 삶과 죽음, 선과 악을 구분 짓는 의미의 가치관이나 자아도 필요 없는 의식의 세계인 ‘세계의 끝’에는 본체만 들어갈 수 있다. 현실 세계에서만 존재하는 그림자를 제거하는 장치는 탁월했다. 하루키는 작품을 보완하며 난센스 장치를 더 추가했다. ‘의식이 뇌의 물리적 상태를 뇌 자체가 자각하는 것’이라면 죽은 고야스 유령은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가. 그런 존재가 있어야 할 곳이라고 돌아가는 곳은 어디란 말인가. 죽은 자의 영혼도 자신이 왜 이러고 있는지 모른다면 산 자가 어떻게 자신을 제대로 알 수 있을까. 주인공이 소녀의 ‘세계의 끝’을 자신의 ‘세계의 끝’으로 계승했듯이, 옐로 서브마린 소년이 주인공의 의식으로 들어와 ‘꿈 읽기’를 계승하는 건 부자연스러운 일일까. 하루키의 이 꿈 읽고 쓰기의 작업은 마술적 리얼리즘이란 문학적인 해석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인간 의식의 구덩이들에 대한 추적이다.


하루키가 즐겨 쓰는 모티프인 지상도 지하도 아닌 현실인지 비현실인지도 모호한 ‘구덩이’, ‘우물’ 같은 통과점처럼, 옐로 서브마린 소년은 ‘세계의 끝’ 마을을 ‘허공’에 비유한다. 시간이 의미 없는 ‘세계의 끝’은 시간에 쫓기며 삶을 추구하는 인간에게 살만한 세계가 아니다. 시간은 외부 환경이 아니라 우리 자체가 이미 시간으로 이뤄진 존재이니 시곗바늘이 없는 세계에서 우리는 아무 의미도 아니다. 주인공은, 슬픔 같은 감정도 느끼지 못하며 오로지 책 읽기 같은 틀에 박힌 작업에만 흥미를 느끼는 옐로 서브마린 소년처럼도 살 수 없고, 단각수 외에는 어떤 동물도 없고 생활은 대용품만으로 채워지며 음악과 같은 취향도 즐기지 못하는 ‘세계의 끝’이라는 시공간에서 자아도 의지도 없이 그저 주어진 삶만 살아가는 몰개성적인 주민이 될 수도 없음을 깨닫고 이 도시를 떠나기로 한다. 어떤 공포나 위협 없이 사랑하는 존재와 영원할 수 있는 세계는 언제나 허상이다. 애석하게도 ‘세계의 끝’의 소녀는 그의 소녀도 아니다.


“그녀를 다시 한번 만나고 싶어서 이 도시에 왔어. 여기 오면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동시에 너도 만나고 싶었어. 그것도 내가 벽 안쪽으로 들어온 이유 중 하나야.”

“나를요?” 너는 미심쩍은 듯한 얼굴로 말한다. “어째서죠? 왜 나를 만나고 싶었어요? 나는 당신이 좋아했던 열다섯 살 소녀가 아니에요. 우리가 원래 하나였는지 몰라도 어릴 적에 떨어져 벽 안과 바깥으로 갈라졌고 서로 다른 존재가 됐어요.”

나는 그녀의 눈을 들여다본다. 산속 맑은 샘의 밑바닥을 살피듯이. 그리고 말한다. “너는 그녀가 아니야. 잘 알고 있어. 여기서 너는 꿈을 꾸지 않고,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도 없지.”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189p)


누군가의 오래된 꿈인지 추억담이지 알 수 없는 에피소드에서 전쟁이 한창인 때 흰옷을 입은 사람들이 투신자살한 광경을 보고 왜 저들이 저런 선택을 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어 전율하던 군인인 ‘나’의 물음에 하사관이 “아마 의식을 죽이기 위해서… 때로는 그게 가장 편할 길”일 테니까요,라고 말한 장면처럼(『도시와 … 벽』, 162~164p) 그는 ‘세계의 끝’에 그런 마음으로 온 것인지도 모르지만, 자신의 선택을 번복한다. 애초에 오래된 꿈 = “이 도시가 성립하기 위해 벽 바깥으로 추방당한 본체가 남겨놓은 마음의 잔향 같은 것”(『도시와 … 벽』, 177p)을 읽으며 사는 삶에 행복할 인간은 없다. 고야스 관장의 삶은 주인공의 다른 미래를 짐작게 하는 모델이다. 그는 젊은 시절 작가라는 꿈의 좌절과 함께 가업을 이으며 평범한 삶을 선택했으나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을 순식간에 잃는 큰 실의에 빠졌다. 그의 마음속 공허는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었지만, 사비로 마을 도서관을 짓고, 다른 사람들은 꺼리는 베레모와 치마라는 독특한 취향을 즐기며,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채워갈 의지를 발휘했다. ‘세계의 끝’ 마을의 오래된 도서관에서 이해할 수 없는 꿈 읽기 작업만 하던 의식 세계의 주인공은 낙하를 감수하는 심정으로 현실로 돌아온다. 자발적으로. 여러모로 의심스럽고 거창한 용어인 ‘자유의지’라고 말하지 않고 나는 ‘의지’라고 말하고 싶다. 사회를 구성하는 비정한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점에서나 자신의 선택이 어떤 의미와 결과가 될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도 그 세계나 이 세계나 동일하지만 적어도 ‘안주(安住)’하는 선택을 하지 않겠다는 주인공의 의지가 디스토피아적이고 우울하고 무력함이 가득했던, 다분히 운명론적이었던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와 이 소설이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다.


여기서 더 깊은 문제는 ‘의지’가 과연 내 것인가이다. 고야스와 나의 대화(『도시와 … 벽』, 443~445p)에서 고야스는 그 도시를 선택한 의지도 이쪽으로 돌아오기를 원한 의지도 초월적 의지의 작용이 있었던 게 아니라 강한 의지와 순수한 마음을 지닌 당사자의 의지라고 추측한다. 뇌과학자나 과학계 회의주의자들은 너무나 문학적 생각이라고 반박 자료를 한가득 제시할 소리지만ㅎ, 우리의 수많은 꿈 읽기 공유가 인간 세계를 만들고 있는 건 공고한 사실이다. 물론 벽은 의식의 저 너머에 상징적으로만 있지 않다. 커피 가게 그녀의 갑옷 같은 속옷처럼 현실에 구체적인 방어벽으로도 존재한다. 누군들 그렇지 않겠는가. 당신은 없다고 말할 수 있나. 

그나저나 하루키는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으로 이 이야기를 끝낼 것일까. 그의 시간상 공식적으로는 그렇게 될 거 같지만, 그는 또다른 진실의 조각들로 이야기를 펼쳐내겠지. 우리는 다른 시간, 다른 존재로서 각자 또 꿈 읽는 자가 될 것이다. 우리는 왜 이토록 비슷하고 다른지 재밌어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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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한스 2024-01-01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장본 판매하는 곳이 있을까요
 
사각 투명 문진 - 노인과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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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은 그다지 고급스럽지 않아 다소 실망스러웠지만, 햇빛이 찰랑대는 바다 풍경이라 보고 있으면 기분은 좋아요. 책에 흠집날까 걱정될 정도로 왕무겁-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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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한 장소를 소진시키려는 시도
조르주 페렉 지음, 김용석 옮김 / 신북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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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간한 작가도 엄두를 못 내는 시도를 거듭하는 페렉 책은 늘 페렉이어서 가능한 결과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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