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 없는 사람 문학과지성 시인선 397
심보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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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 속에 어떤 치부를 마주하게 될 때 공감해야 할지 따져 물어야 할지 난감할 때가 있는데-그것이 나 때문인지 당신 때문인지 세상 때문인지 알 수 없어-그때 詩는 난공불락의 요새가 된다. 슬픔으로 빚어낸 예술 중 詩 만큼 인간적인 그릇은 없다. 슬픔의 갈증을 채우기 위해 그릇 속에 담긴 것을 벌컥벌컥 마신다. 눈물인지 술인지 기만인지 최면인지 가늠할 새도 없이.

결국에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든 인간이길 바랐지 않은가. 살아있는 순간의 비겁함이나 영원함 따위 뭐에 쓰란 말인가.

ㅡ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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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5
앙드레 브르통 지음, 오생근 옮김 / 민음사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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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은 리용 역에서 끊임없이 급격하게 덜컹거리면서, 내가 알기로는

출발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출발하지 않을 기차와도 같습니다."

 

 

 

 #
 역자는 앙드레 브르통이 당시 "사실주의 작가들의 단순한 정보 전달식의 문체와 상투적인 묘사, 결정론적인 심리 분석, 삶의 신비나 인간의 내면에 대한 평면적인 서술"을 공격의 대상으로 삼았던 만큼, <나자>가 기존의 사실주의 소설과는 완전히 다른 '질서와 무질서, 유기적인 계획과 우연적 요소가 변증법적으로 결합된' 작품이라고 평하고 있다. 또한 브르통이 '의학적인 관찰'의 문체로 삶의 현장과 사건을 객관적으로 서술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대로 텍스트 안에서 작가의 주관적 개입을 가능한 한 줄였는데, 그것은 날 것 그대로의 객관적인 텍스트 자료를 적극적으로 해석해야 하는 일이 독자의 몫임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역자는 말한다.

 

 글쎄,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다 읽고 나서 불.쾌.해.졌.다.

 구체적으로 정리해 보자면, 초현실주의자들의 '무의식과 찰라의 美에 대한 집착'은 마치 잭슨 폴록식 '액션 페인팅'같은 자세로 '욕망'과 '예술'을 뒤범벅시켜 사정하듯 전위적인 힘을 만들어냈고, 그러므로 <나자>에서 앙드레 브르통은 '나자'를 '팜므 파탈' 로서 작동하게 했다. 그는 '나자' 같은 여자를 기다렸고 만났지만 스스로의 비이성의 세계만으로도 힘겨운 그는 그녀를 감당하지 못했고, 종국에 "나는 누구인가", "나자, 당신인가"라고 읊조릴 수 밖에 없는 결말을 짓게 되었다.

 34년 뒤 추가한 서문에서 그는 "인간의 삶 속에서 주관성과 객관성은 일련의 경쟁 관계에 놓였다가 결국 그 싸움에서 아주 쉽게 곤란한 상태에 빠져버리는 쪽이 주관성"이지만, 좀더 객관적이고 정확한 표현을 보여주려 했다고 밝혔으므로, 나는 신뢰 선상에서 독서에 임했다.

 그러나 그가 말한 "객관적이고 정확한 표현"이라는 서사의 줄기는 내게 "조금 솔직해 보려고" 정도로 밖에는 읽히지 않았다. 막스 에른스트의 <남자들은 그것에 관해 전혀 모를 것이다>식으로 말해 보자면, 앙드레 브르통의 <나자>는 "나는 현재 이것밖에는 알 수 없다" 정도랄까. 오히려 그가 삽화식으로 던져 놓았던 에피소드들이 작품에 풍부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위고와 쥘리에트와의 대화, 미완의 형태로 그림을 끝맺을 수 밖에 없는 화가와 그를 지켜보았던 앙드레의 회상, 들루이씨와 방 번호의 일화 같은 것들 말이다.

 

ㅡ 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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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신의 어떤 오후
정영문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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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작가의 작품 추이를 따라 가며 읽을 때면 그 작가의 데뷔작에서부터 면면히 이끌어져 오고 있는 근원성이 얼마나 실험배양이 잘 되어 가고 있는지를 살펴보게 된다. 책 속의 목차와 별개로, 내 독자적인 목차인 셈이다. 이런 나의 습성은 특히 한국 작가들을 읽을 때 자주 발동되는데, 같은 나라 동시대 사람들의 알리바이는 추적하기가 쉬워 흥미와 자극을 더 부추기기 때문이다.

 

 

 

정영문의 데뷔작 겨우 존재하는 인간(1996)이 한국적 레시피였다면,목신의 어떤 오후(2008)는 서양식 레시피로 변모했을 뿐 요리 재료들은 그다지 큰 변화는 없다.

 

소재(부엉이, 물고기, 개구리, 원숭이, , , 금붕어, 풍뎅이, 개미, 포도, 불가사리, 모자 등)와 상황 설정(공원에서의 만남, 부랑자 or 떠돌이, 산책, 여행, 불면, 꿈속의 환영, 기억의 연상, 환각 등)이 여전히 반복 변주되고 있다.

 

하루키가 자신의 이전 소설 재료들을 모두 가져와 백과사전으로 만들어버린해변의 카프카보다는 정영문의 반복 변주에 대해서 나는 우호적이다.

 

아무튼 이 빙빙빙 돌아 돌아 가는 작가들의 강박적 태도는 그들의 정신적 트라우마와 심리적 호감도의 작동이기도 하겠지만 대개 언어를 통한 환상(미메시스가 아닌 기표로서의 언어)의 탐닉이 더 큰 요인인 것 같다.

 

그러한 작가군은 세계를 '유령지'로 만들어버리는 현상들이 짙은데, , 나쁘지 않다.

 

 

 

 

ㅡAgalma 


 

 

 

[브라운 부인]

"그들의 동기는 끝내 알 수 없었고, 우리는 거기에는 반드시 동기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어쩌면 그들은 스스로도 무엇을 원했는지 알 수 없었는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것은 숲속으로 들어간 살인자 역시 마찬가지였는지도 모른다."

 

 

 

[여행의 즐거움]

"그가 생각하기에 그가 누군가와 갑자기 가까운, 또는 친밀한 사이가 되는 데에는 어떤 예상치 못한 방식이, 다소 이상할 수도 있는 어떤 과정이 필요한 것처럼 여겨졌다."

 

 

 

[목신의 어떤 오후]

"어떤 식물들은 대칭을 참을 수 없어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그것은 계속해서 옮겨다녀야 하고, 그래서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동물들과 달리, 딴 곳으로 이동할 수 없는 식물이 스스로에게 허용할 수 있는 자유와 어떤 관계가 있는 것 같았다."

 

 

 

[추억의 한 방식]

"모기는 아무리 잡아 죽여도 마치 복제되어 만들어지듯 다시 나타났다."

 

 

 

[닭과 함께 하는 어떤]

"그들의 이야기는 이상하게 들리기도 했다. 한번은 어머니가 다람쥐와 모래와 편지에 대한 어떤 얘기를 했고, 아버지는 이발소와 우체국과 푸줏간에 대한 얘기를 했는데, 그들이 하는 말은 중간 중간 뒤섞였고, 그래서 다람쥐가 이발소에서 머리를 깎은 뒤에 우체국에서 모래가 들어간 소의 내장을 사 푸줏간에 갖다주면 좋겠다, 와 같은 말로 들리기도 했다.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에 늘 이끌리게 되는 것은 그 시절에만 가능했던 이러한 이상하면서도 매혹적인 장면들 때문인지도 모르겠다.)그럴 때면 나는 드물게 우리 집에 오는 우편배달부를 떠올리며, 나를 기쁘게 해줄 소식 따위는 필요없으니 그가 올 때마다 고아가 된 다람쥐를 한 마리씩 내게 가져다주면 좋을 거라는 그는 뭐든 들어 있을 것 같은 낡은 우편물 가방을 들고 다녔는데 고아가 된 다람쥐들 역시 여러 마리 들어 있을 것 같았다생각과 함께나는 다람쥐와 함께 떠날 준비가 되었다다음에 그를 만나면 그 얘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잠이 들곤 했지만 그에게 그런 부탁을 한 적은 없었다."

 

 

 

[목가적인 풍경]

"그의 그러한 점은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해주는 것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그를 더욱 알 수 없는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기도 했다."

 

 

 

[유원지에서]

"우리가 그것을 배우려고만 든다면 자연은 별것들을 우리에게 다 가르쳐 주었다."

 

 

 

[동물들의 권태와 분노의 노래1-물 속의 알람 소리]

"모래놀이를 하자고 누군가에게 조르는 어른은 없다."

 

 

 

[동물들의 권태와 분노의 노래2-동굴 생활자]

"고양이는 가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고양이가 보인 가장 이상한 행동은 거실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왔다갔다한 것이다. 그것은 한참 동안 아주 규칙적으로 그렇게 왔다갔다 했다. 그에 따라 침실에서 열려 있는 문을 통해 보면 똑같이 생긴 수많은 고양이들이 끝없이 왔다갔다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동물들의 권태와 분노의 노래3-부엉이의 숲]

"대체로 동물들의 울음소리는, 내게는 자연 속의 사물들에는 웃음이 없다는 사실에 분노한, 혹은 절망한 동물들의 웃음소리처럼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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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
배수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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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쪽 거실>(2009), <서울의 낮은 언덕들>(2011)에 이어진 삼부작 완결이라고 봐야 할 텐데, '고아 낭송 배우' 모티프가 결국 서울에서 완결이 되었다. 대체로 배수아의 이 작품들을 꿈(환상)의 초대로만 해석하는데 그건 일차원적인 해석이다. 낭송=꿈으로의 초대~ 거참 책 꿈 잘 꿨다? 그걸 바라고 썼겠어? 환상을 문학으로 가져와 그것들이 섞인 곳에서 무엇이 떠오르는지, 그 작업을 들여다보는 게 배수아 작품 독해법이다.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에서 나는 몇 가지 중요한 단서를 얻었다.
  
 
p151
사진은, 본래의 의도나 목적과는 다르게, 유령으로서의 인간을 증명하는 유일하면서도 강한 선언이다, 하고 볼피는 생각했다.
 
 
p182~183
"그러니까 실제 범인도 이십 년 전의 그 범인이란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범인도 이미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거죠. 사실 이런 구상은 조금 전에 사진 전시회에 가서 <신혼여행>이란 사진을 들여다보다가 문득 머리에 떠오른 거예요. 그래서 아직 구체적으로 스토리를 구축한 건 아닙니다. 책을 쓸 때 나는 머릿속에 동시에 몇 가지의 시나리오를 만들어놓고 그걸 모두 글로 표현하려고 시도를 해요. 그래서 하나의 이야기가 여러 가지 버전을 갖게 되지요. 그렇게 써놓은 모든 버전을 직접 읽어보고 그중에서 한 가지로 선택을 해요. 그러니까 지금 말하는 이 이야기는 내가 서울에 와서 생각한 최신 버전인 셈이지요."
"아, 그렇군요." 아야마는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물었다. "그러면 채택되지 않은 이야기는 어떻게 되나요?"
"글쎄요." 볼피는 불확실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거렸다. "영원히 알려지지 않은 상태로 남는 거겠죠."
 

 

p188
"대규모 정전도 기억력의 감퇴와 마찬가지로 늙어가는 징후일지도 모릅니다. 아니, 더욱 정확히 표현하자면 점점 희박해져가는 징후이겠지만." 극장장은 생각에 잠긴 채 말했다.
"무엇이 희박해지고 있단 말인가요?"
"글쎄요. 무엇이라고 말해야 할지 ·····. 우리를 꿈꾸고 있는 자의 잠이?"
"아케이드 상점의 불빛이 꺼져버렸던 그때 갑자기 생각이 들기를, 나는 당신의 꿈속에 등장한 상상의 여자에 불과하다는 것이에요."
"그렇다면 나는 이제 꿈에서 깨어나지 않기만 하면 되는 건가."
"나를 꿈꾸고 있는 자가,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어떤 신이 아니라 바로 당신이라면, 내가 당신 상상의 산물이라면."
"우리가 서로의 상상의 산물이라는 사실에 건배."
 

 

 

§§ 

예술가나 작가들의 비운은 자신이 바로 자신의 내부 고발자라는 데 있다. 다행히 각자 암호를 쓰는 요령을 가지고 있는데, 작가는 언어라는 암호를 쓴다. 배수아는 알려지지 않은 것들, 이를테면 신, 죽음, 꿈같은 것들과 세계와의 인력을 보여준다. 작가도, 독자도 그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긴 어렵다. 그건 태초부터 밝혀지지 않은 인류의 수수께끼이기도 하다. 모든 것이 다 가능하려면 이야기는 혼돈 자체가 될 수밖에 없는데, 보통의 3차원의 세계만을 인식하며 사는 이들에겐 무리한 이해방식이다. 그래서 우리는 대체로 꿈이니 환상이니 섣불리 갈무리 짓고 만다.

 

 

갑자기 <그것이 알고 싶다>가 생각났다. 홍천강 괴담과 관련해 치밀히 계획된 살인사건 이야기였다. 10여년 전 한 여인이 홍천강에서 익사한 이후 해마다 유사한 의문의 익사사고가 많아 마을사람들은 여인의 저주로 생각하고 굿까지 지냈다고 한다. 2010년에는 한 부부가 이곳에 와서 아내가 익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부부에겐 두 딸이 있었다. 첫째딸은 엄마쪽, 둘째딸은 아빠쪽에서 데려온 의붓형제사이다. 첫째딸은 묘한 꿈과 함께 사고에 대한 강한 의혹으로 부검을 요청했다. 부검 결과 익사 사고로 보기 힘든 목주변의 손자국이 결정적 증거로 떠올랐다. 익사로 보이기 위해 누군가 뒤에서 일시에 목을 눌렀다는 주장이다. 그순간 보험금을 노렸구나 싶었는데 역시나 그랬다. 사건 정황과 모의실험, 남편의 진술서와 태도, 막대한 사망보험금, 이전의 보험수령사례 등이 남편을 향해 유죄라고 가리켰다. 드라마틱한 이 사건에 대한 구구절절함은 검색을 통해 알아보시고, 내가 주목하는 지점은 작가가 소설로 탄생시키는 크레바스가 이 사건에서도 가장 강력한 지점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홍천강 괴담과 익사사고로 위장된 살인사건과의 인력, 우리가 그것을 단순처리할 뻔한 관성에 대해서. 남편의 자백은 없을 것 같고 이 사건의 진실은 어디까지 밝혀질 것인가. 얼마나 많은 사건들이 알려지지 않은 채 수장되었을까 하는 아득함.

 

우리가 불러오고 끌려다니는 많은 일들. 알려지지 않는다면 우리가 그것을 파악하긴 매우 어렵다. 다만 그것들에게서는 왜 죽음의 냄새가 짙은지 미스테리다. 그리고 이 코스모틱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ㅡ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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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집의 기록 도스토예프스키 전집 19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이덕형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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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일이 이렇게 풀려오게 된 건지 모르겠으나 한 달간 <범죄의 해부학>을 2번 읽고, 미국 중산층 살인범의 탈옥 이야기 <팔코너>를 읽고, <범인은 바로 뇌다>를 읽고, 프리모 레비의 아우슈비츠 수용소 수기들을 읽고, 토마스 베른하르트 <소멸>에서 오스트리아에서의 나치스 얘기, 로맹 가리와 밀란 쿤데라의 신간에서도 빠지지 않던 살인에 관한 에피소드들을 보았고, 중간중간 보았던 영화들(미하엘 콜하스의 선택, 카페 드 플로르, 헝거, 바시르와 왈츠를, 뱅뱅클럽)에서도 온갖 살인과 죄악들을 목격했다. 이 지긋지긋한 범죄와 죽음의 이야기에 질려 하면서도 나는 액셀레이터를 밟듯 <죽음의 집의 기록>이란 제목의 소설을 집어 들었다. 우선적으로는 신뢰할 만한 고전이자 작가를 원해서였지만 결정적이게도 이 선택은 옳았다. 최근 책 읽으면서 웃어본 기억이 없는데, 이 소설을 읽으며 두 번 미친 듯이 웃었으며(목욕탕, 바를라모프와 불낀 이야기) 책장을 덮는 순간까지 공감의 미소를 거둘 수 없었다. 어째서 이 재밌는 책을 그간 멀리하고 있었던가 곰곰이 짚어 보았다.
 
1. 도스토옙스키.....라는 이름 자체(대문호 답게 책이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
2. 무시무시한 제목과 표지..... (쾌적한 교양쌓기 일환으로 고전주의 미술이라도 관람하러 가는 게 아니라 정체불명의 시체로 가득한 인체 해부 관람을 하러 들어가는 듯한 꺼림칙한 기분이 들게 만드는 아우라를 뿜고 있다)
3. 생각의 스트레스를 불러오는 도스토옙스키 다른 작품(가령<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대한 독서기억
4. 책을 펼쳤을 때 마음의 여유가 없는 상태라면, 낯선 러시아 지명과 인명에 대한 껄끄러움과 감옥으로 들어가는 시작이 마치 독자가 감옥에 입소하는 듯한 심상에 젖어들게 해, 독서 진입을 울적하게 만든다.
 
작품 내용의 무게를 떠나, 내가 읽었던 도스토옙스키 책 중에 가장 유쾌하고 읽기 쉬운 작품이었다.
19세기 감옥 안 인간 군상들과 그 스토리들이  21세기 현재의 인간들과 조금도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 기막히게 우습기만 했다. 
문체, 플롯, 화자, 캐릭터들의 조합 어느 것 하나 소설의 모범이 되지 않는 게 없다.
이 현실 감옥에 죄수로 존재하고 있는 내 현재의 절망적 무게와 내 발목의 가냘픈 자유를 느끼게 해주는 마무리까지, 멋진 작품이었다.

 

ㅡ Agla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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