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리할 게 끔찍하게 많아서 왜 시작했나 후회했지만 끝내고 나니 후련하긴 하네요^ㅁ^)

재밌으려고 했다가 자기를 잡고 마는 나;;

새해 계획 : 계획적인 인간이 되자. 우로보로스, 뫼비우스의 띠 같은 다짐...

 

 

 

 

 

 

 

 

 

 

 

 

 

 

 

 

 

 

 

 

 

 

"아이들은 아직 마당에서 놀고 있었는데, 그중 나이가 어린아이가 가슴에 금박 별을 달고 있었다. 그 별은 나무가 평생 가장 행복했던 날 저녁에 치장했던 장식이었다. 이제 모든 것은 지나가 버렸다. 나무의 일생도 끝났고 이야기도 끝났다. 모든 이야기는 결국에는 끝이 나기 마련이다."

한스 안데르센 『성냥팔이 소녀』

 

 

"혼자가 아니라는 말은 얼마나 혼자였던 것"

임솔아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 , 「모래」

 

 

"침묵은 어딘가 발작적인 면을 숨기고 있으므로 자극해선 안 된다"

문보영 『책기둥』, 「못」 

 

 

"문화는 차이를 강요하는데, 이 점에 주의해야 한다. 그 차이는 본질적인 것이 아니다. 이른 바 "선천적 차이"에 집중함으로써 우리는 젠더 체제의 존재 자체를 무시하고 부정하며 존속시킨다. 그러나 젠더 체제, 젠더라는 착상 자체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그러면 차이는 저절로 조화를 이룰 것이다."

케이트 본스타인 『젠더 무법자』

 

 

이인성 : “뭔가 조금씩 달라져가는 측면이 분명히 있는데, 그게 발전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단순 반복도 아닌 것 같다. 이건 베케트 희곡에 관한 논문을 쓸 때 떠오른 건데, 그게 반복이라도 평면적인 원형의 반복은 아닌 듯하다. 가령 나사를 생각해보자. 위에서 내려다보면 빙글빙글 원처럼 돌아가는데, 옆에서 보면 깊이가 있잖은가. 나사를 돌면서 아래로 파고들어간다. 어딘가 더 깊은 곳을 향해서. 그 깊은 곳이 어딘지는, 역시 잘 모르겠다. 이상향일까? 종말일까? 지독한 허무주의자였던 베케트는 그것을 종말이라고 본 게 분명하다(중략).” 

ㅡ  『Axt 2018. 1』

 

“실로 어떤 문제에든 양면이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 역사는 그 사실을 보여 주는 긴 예증이다. 자연은 그 사실을 우리의 아둔한 머리에 넣어 주려고 내내 애써 왔다. 우리는 한순간 멈춰서 깊이 생각하지도 않고 그것을 당연한 이치로 받아들인다. 광신자는 바로 이 위대한 진실을 무시함으로써, 이런저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단 하나뿐이라고 우리의 귀에다 계속 떠들어 대면서 우리를 뒤흔든다. 광신자는 혈색 좋은 멋쟁이로 잠시 상황을 지배하고 세상을 뒤흔들어 선잠을 깨운다. 그러나 일단 그가 사라지면 영향력이 없고 조용한 일단의 사람들이 반대쪽 면을 상기시키고 그 관대한 기만을 허물기 시작한다. 캘빈이 자기 교회에서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진실을 말해 주고 성미 급한 녹스가 설교단에서 천둥처럼 고함을 지르는 동안, 몽테뉴는 페리고르의 자기 서재에서 이미 그 반대 면을 바라보면서 그들이 교회에서 찾아냈듯이 성경에서도 많은 논쟁거리를 찾으리라. 노인은 한쪽에 서 있고 젊은이는 분명 다른 쪽에 서 있다. 무엇보다 확실한 것은 양쪽 다 옳다는 것이고, 그보다 확실한 것은 양쪽 다 틀리다는 것이다. 그들이 다르다는 사실에 동의하게 하라. 다르다는 데 동의하는 것이 차이의 한 형태라기보다는 일치의 한 형태일지 누가 알겠는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게으른 자를 위한 변명』 , 「심술궂은 노년과 청춘」

 

 

“우리 눈에 정상으로 보일 수 있는 사람은 우리가 아직 깊이 알지 못하는 사람일 뿐이다. 사랑을 치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을 더 깊이 알아가는 것”이고, “결혼할 사람을 선택하기란 감정의 존재 법칙을 우회할 방법을 찾았다고 믿는 일이 아니라 어떤 종류의 고통을 흔쾌히 견딜지 결정하는 일”이다.

알랭 드 보통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산 사람의 살림이 오만 잡종인 것은 어쩔 수가 없는 일이지 부끄러운 일은 아니지……"

황정은 外 『웃는 남자』 , 황정은 「웃는 남자」

 

 ˝점점 축소되어 가는 우리 세계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서로를 필요로 합니다. 우리는 사람을 찾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든 사람을 찾아야 합니다......우리에게는 죽여야 할 괴물이 많이 있습니다˝ (조지 세페리스, 1963 노벨상 수상 연설 중)

캐스파 핸더슨 『상상하기 어려운 존재에 관한 책』

 

 

“신, 그것은 곧 인간의 외로움이다.”(장 폴 사르트르)

마르크 앙투안 마티외 『신신(DIEU DIEU)』

 

 

“형용사란 무엇인가? 명사는 세상을 이름 짓는다. 동사는 이름을 움직이게 한다. 형용사는 어딘가 다른 곳에서 온다. 형용사(adjective, 그리스어로는 epitheton)는 그 자체가 ‘위에 놓인’, ‘덧붙여진’, ‘부가된’, ‘수입된’, ‘이질적인’이라는 형용적 의미이다. 형용사는 그저 부가물에 지나지 않는 듯하지만 다시 잘 보라. 이 수입된 작은 메커니즘은 세상의 모든 것들을 특정성 속에서 제자리에 머무르게 한다. 형용사의 존재는 걸쇠다.”

앤 카슨 『빨강의 자서전』,  「빨강 고기 : 스테시코로스는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가?」

"우리 눈에 비치는 세상은 온전한 진실이 아니에요. 꿈과 환상이야말로 물질과 사태만큼이나 실재합니다. 우리가 상상하고 사유할 수 있으면, 그 내용과 대상은, 직접 만지고 냄새 맡을 수 있는 여느 것처럼 참으로 존재하지요. 우리의 사유가 신한테서가 아니라면, 어디에서 비롯하겠습니까?" "

"경험에서 오죠." 섬너가 대꾸했다. "듣고, 보고, 읽는 것에서요.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에서도요."

ㅡ  이언 맥과이어 『얼어붙은 바다』

 

 

 

 

 

 

 

 

 

 

 

 

 

 

 

 

시간이란 그토록 유용한 넘나듦

김현 『입술을 열면』, 조선마음 8

 

"용기, 생존, 사랑, 이런 것들을 어떤 한 사람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지만"

리처드 플래너건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

 

 

"자기 기만이 없다면 희망은 존재할 수 없지만 용기는 사물을 이성적이고 있는 그대로 본다. 희망은 소멸할 수 있지만 용기는 호흡이 길다."

"역사는 저항할 수 없는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본보기에 의해 만들어진다."

 ㅡ 에릭 호퍼 『길 위의 철학자』

 

 

강양구 외 『과학은 그 책을 고전이라 한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깨끗하고 밝은 곳』

 

 

"전혀 다른 환경에 놓여 두려움과 설렘을 느끼는 동시에 내가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과정이 여행이다. 동시에 낯섦 속에 마주하는 익숙함으로 내가 지내온 환경을 돌아보는 것 역시 여행이다."

정은우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걷고 싶은 거리와 성공적인 거리(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즉 자동차와 사람을 합친 유동 인구가 많고 부동산 가치가 높은 거리)는 다르다.”

유현준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시인의 시는 동물원의  시가 아닐 수 없으며 동물원의 시는 인간사의 시를 뒤집고 누비고 돌려 보는 것이 아닐 수 없다.” ㅡ 이장욱『동물입니다  무엇일까요』, 에세이 「동물원의 시」

 

 

"단순한 망각이 어떻게 그런 잔인한 행동을 가장 소중한 동시에 그가 되찾고자 염원했던 것으로 만든 것일까?"

ㅡ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영웅들의 꿈』


 

"그림을 끝내고 이제 탁자 위에 죽은 채로 놓인 불쌍한 쥐치를 보았을 때, 나는 물고기 한 마리가 죽을 때마다 그 피조물이 품은 사랑의 양만큼 세상이 줄어드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고기 한 마리가 그물에 끌려올라갈 때마다 세상에 감도는 경이와 아름다움도 그만큼 줄어드는 게 아닐까? 우리가 포획과 약탈과 살해를 계속한다면, 그래서 세상에 사랑과 경이와 아름다움이 점점 더 결핍된다면 결국에는 무엇이 남게 될까?"

리처드 플래너건 『굴드의 물고기 책』

 
 

"<세상에서 가장 빠른 인디언>이란 영화에서 노인으로 분한 앤서니 홉킨스는 "꿈을 좇지 않는 인생이란 채소나 다름없다"라는 말을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 『하루키의 무라카미 라디오 3부작』, 「채소의 기분」

 


"만약 소설에 어떤 가치가 있다면, 그건 우리를 [어딘가에] 속하게 하는 거예요. 우리는 서로를 즐겁고 기쁘게 할 수 있지만, 저는 당신 진심이 뭔지는 절대 알 수가 없죠. 당신도 마찬가지고요. 저는 당신으로 살아가는 것이 어떤 건지 전혀 알 수 없어요. 그리고 제가 말할 수 있는 건, 그게 아방가르드건 사실주의건, 서사 예술의 기본 동력은 어떻게 나와 타인 사이에 드리워진 막에 작은 구멍을 낼 수 있는가 하는 겁니다."(20063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존 프리드먼『존 프리드먼의 소설가를 읽는 방법』

 

"책은 본보기나 모방자 없이도 스스로 사유되는 하나의 계획을 설계한다. 그 자체로 온전하고 충족된 사유를 남에게 전달하거나 또는 자기 자신에게 전달하는 것이지, 결코 정보 전달이나 재현, 상상을 목적으로 하는 단순한 수단이 아니다. 책은 동요와 불안 속에서 태어난다. 그렇게 애를 태우며 펼쳐지고 진정되기를 갈구하며 스스로를 찾아나가는 어떤 한 형태가 발효되어 탄생하는 것이다."

장 뤽 낭시 『사유의 거래에 대하여』

 

“보르헤스의 강물처럼 서로 맞물려 흘러가지만, 우리는 전적으로 순간들의 집합체로 구성되어 있다”

올리버 색스 『의식의 강』

 

 

"단어는 하나의 영혼뿐만 아니라 하나의 육체까지 부여받는다."

버지니아 울프 『끔찍하게 민감한 마음』

 

 

"노예의 숫자는 아프리카 노예무역의 전성기보다 많다. 약 3,000만 명의 사람들이 실질적 노예 상태에 있으며 그 대부분이 아시아에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매년 약 200만~ 400만 명의 사람들이 노예로 팔리고 있다.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 office on Drug and Crime, UNODC 는 인신매매의 79퍼센트가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한다고 발표했다."
박영숙, 제롬 글렌 『세계미래보고서 2018』 ,「제6장 15대 지구촌 도전 과제의 대안들」, '12 초국가적 조직범죄 퇴치를 위한 방안'

 

“무엇에 대해 말하는 것은―영어든 일본어든 언어를 사용해서―이미 창작의 요소가 들어 있지 않나요? 이 세상을 바라보는 것에도 이미 창작의 요소가 있지 않나요?”

얀 마텔 『파이 이야기』

 

 

얼굴 근육 덕분에 포유동물은 얼굴로 생각과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ㅡ 애덤 윌킨스 『얼굴은 인간을 어떻게 진화시켰는가』

 

 

 

 

 

 

 

 

 

 

 

 

 

 

 

 

 

 

 

 

 

 

 

"물 한 잔의 납득할 수 없는 고집을 많은 사람들이 이해해줄 필요는 없다. 전 인류가 이해해주는 물 한 잔은 없다. 물 한 잔은 물 한 잔의 이상한 고집을ㅡ가상으로라도ㅡ체험한 사람만이 간신히 이해하고 같이 마셔준다. 못 마시더라도 못 마시는 그 시간을 지루하게 견뎌준다. 언제 나올까?"

김언 『한 문장』, 「물 한 잔의 시간에 담긴 물 한 잔의 노트」

 

 

“순간과 영원. 그것은 모든 움직이는 장소의 두 얼굴이다. 장소는 순간이므로 영원한 시간 속에 산다.”

김언『너의 알다가도 모를 마음』, 「장소」
  

 

나의 말이 나의 기억을 불러오는군요

손보미 『디어 랄프 로렌』

 

 

“어둠은 공포야. 그는 작은 집들을 향해 말없이 외쳤다. 어둠은 대조를 위해 존재한다고. 마땅히 두려워해야지! 이 세계는 언제나 이런 식이었다. 에드거 앨런 포를, 거창한 말을 멋들어지게 써낸 러브크래프트를 파괴하고, 핼러윈 가면을 태워버리고, 호박등을 없애버렸지! 내가 밤을 예전 모습으로 되돌려놓겠어. 사람들이 도시를 등불로 환하게 밝힐 수밖에 없었던 시절의 모습으로. 아이들이 어둠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었던 시절로.” 

 ㅡ 레이 브래드버리 『온 여름을 이  하루에』,「지구에 마지막으로 남은  시체」

 

누군가 살아남는 경우는 일반적으로 그 사람이 영리해서가 아니라오. 총기난사범은 얼굴을 땅에 묻고 있는 여섯 사람의 머리를 쏘고 우연히 한 사람만 지나치지는 않아. 범인은 생존자를 선택하지. 의도적으로 놓치는 거요. 그런 사건에서 우연이란 거의 없소.”

매슈 설리번 『아무도 문밖에서 기다리지 않았다』


 

선생님은 언젠가 제게 이렇게 물으셨습니다. “예술가가 하는 일이 뭘까? 제가 뭐라고 웅얼거리자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두 가지가 있단다. 첫째, 예술가는 자신이 온 세상을 바로잡을 수 없다는 걸 인정한단다. 그리고 둘째, 예술가는 최소한 이 세상의 작은 부분이라도 바람직한 모습으로 만든단다. 찰흙 한 덩어리, 캔버스 하나, 종이 한 장 등 뭐가 되든 말이지.” 우리 모두 이 순간과 이 장소를 바람직한 상태로 만들기 위해 아주 열심히 그리고 아주 잘 해왔습니다.
커트 보니것 『그래, 이 맛에 사는 거지』,「6. 예술가의 일은 무엇인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서는 '똑같음'의 기준이 정반대다. 아인슈타인은 눈에 보이는 현상을 기준으로 삼지 않고 물리법칙(방정식)과 광속을 새로운 기준으로 제시했다. 이 새로운 기준이 바로 특수상대성이론의 두 가정이다. 아인슈타인에게는 광속이 시간이나 공간보다도 더 중요한 개념이다. 시간과 공간은 사실 인간 편의적인 개념이다."

스티븐 호킹 『스티븐 호킹의 블랙홀』

 

 

 “자유권 규약은 차별, 적의, 폭력 등을, ‘유럽평의회 권고’는 민족주의, 자민족중심주의, 차별, 적대 등을나란히 혐오표현의 개념 요소로 사용하고 있다. 혐오표현은 소수자를 사회에서 배제하고 차별하는 효과를 낳는다.”

홍성수 『말이 칼이 될 때』  

 

 

 

종말은 여러 종교에서 세상을 파악하는 틀이다. 언제 끝나는지를 알아야, 혹은 일단 끝나는 지점을 정해야 그로부터 거꾸로 순서를 짤 수 있다. 이야기를 엮을 수 있다.”
기독교는 종말과 심판을 내세우는 것 같지만 2000년에 걸쳐 다듬어진 기독교의 달력은 매해를 알차게 보내려는 고려로 가득하다. 이런저런 필요에 따라 행사와 축제가 덧대어져서 일관성도 없고 혼란스럽긴 하지만, 일상에서 맛볼 수 있는 달콤함을 경건한 형식에 그럴듯하게 담아 놓았다. 교회는 쾌락과 욕망을 너무도 잘 안다. 신도들은 한 해 내내 뭔가를 기다리면서 보내게 된다. 대림절 다음에는 성탄절, 공현절, 사순절과 부활절, 성령강림절, 성모축일, 조금 있다가 다시 대림절, 사후세계를 향해 직선적으로 나아간대 놓고, 실은 달력을 따라 빙빙 돈다. 삶은 직선이 아니라 원이다. 기다림이 시간을 채우며 삶의 방향을 이끈다.”

작가의 불안은 크게 두 갈래인데, ‘과연 할 수 있을까과연 가치가 있는 걸까이다.”

이연식 『불안의 미술관』

 

 

“뮤지션으로서 신해철의 아이덴티티는 (모든 예술가가 그러하듯이) 유년에서 청년에 이르는 시간 동안 이루어진 주체 형성의 산물이다. 박정희 시대를 지배한 권위적인 가부장주의 아래서 유년을 보내고 전두환 시대의 폭력적인 비민주성을 정면에서 마주한 청년, 어쩌면 한국 근대에서 지극히 보편적이라고 할 수 있는 신해철의 주체 형성 과정은 그로 하여금 뮤지션십과 시민성을 분리하지 않게 만들었다. 다시 말해 신해철은 시민으로서의 자의식이 뮤지션십 속에 실종되지 않은 한국 대중문화의 첫 번째 세대이며, 그는 자신의 시대가 부여한 이 세대 정신을 시치미 뚝 떼고 외면하는 식의 선택을 포기했다. 즉 가족 관계 속에 숨은 세대 갈등과 종교적 경험을 통해 양성된 존재론적 근원에 관한 성찰이 한국 사회의 현실이라는 공간으로 확대되면서 더욱 정교하고 사변적인 수사학과 현실주의적 문제의식으로 발전한 것이다.”

강헌 『신해철』

 

 

˝독후감이 독자에게 치유의 경험을 제공한다면, 서평은 독자에게 통찰의 경험을 선사합니다˝

이원석 『서평 쓰는 법』

 

 

 

"‘○○을 하고 싶다. → ○○가 필요하다’가 되어야 하는데, ‘○○을 가지고 있다. → ○○을 하지 않으면 아깝다’ 같은 발상을 하면 대체로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한다."
호리에 다카후미 『다동력』 ,「제8장 인생에 목적 따위는 필요 없다」, ‘29. 자산이 사람을 망친다’

 

 

 

"언어는 사적일 수 없으므로 의미는 언제나 상호주관적이다. 즉 그것은 상징적 질서, 라캉적 대타자 안에 존재한다. 그러나 언어와 담론의 상징적 공간은 애매한 기표들로 구성된다. 기표들의 문자 그대로의 의미는 은유적인 과잉 의미에 의해 ˝중층 결정된다.˝ 의미의 장 내부의 이 애매성은 이름에 의해 붙잡혀 고정된다. 지젝은 기술언어주의자들이나 반기술언어주의자들이 모두 명명에 함축된 근본적인 우연성을 간과한다고 주장한다. 지젝은 어떤 의미에서는 고유명사뿐 아니라 일상 언어에서의 모든 이름들이 순환적이고 자기 지시적인 계기를 함축한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켈시 우드 『한 권으로 읽는 지젝』

 

 

 

 

 

 

 

 

 

 

 

 

 

 

 

 

 

 

 

 

 

“나는 몇 번이나 그런 어둠 속에 가만히 손을 뻗어보았다. 손가락에는 아무것도 닿지 않았다. 그 작은 빛은, 언제나 내 손가락 조금 앞에 있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반딧불이』 ,  「반딧불이」

 ※스콧 피츠제럴드『위대한 개츠비』의 마지막 문장 “개츠비는 그 초록 불빛을, 해가 갈수록 우리들 앞에서 점점 멀어지는…(중략)…내일은, 더 빨리 뛸 것이고, 더 멀리 팔을 뻗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 맑은 아침에ㅡ그러므로 우리는 흐름을 거스르는 배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밀려나면서도 앞으로 앞으로 계속 나아가는 것이다”와 매우 유사하다.

 


 

"그러고는 윙 하고 철컥하는 소리가 나더니 제니의 문이 활짝 열렸다. 안에는 찬 공기, 스테인리스스틸, 도자기, 그리고 오렌지주스 한 잔뿐이었다. 모두가 충격을 받았다ㅡ겉에는 저런 아름다움과 인격이 있는데, 그 안은 차가운 無라니."

커트 보니것 『세상이 잠든 동안』, 「제니」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고? 가까운 미래에 방대한 양의 행동 데이터가 인공지능 시스템에 입력될 것이다. 문제는 그 인공지능 시스템은 인간의 눈으로 속을 들여다볼 수 없는 불투명한 블랙박스라는 점이다. 우리는 이런 과정이 이뤄지는 내내 자신이 ‘속한’ 부족이 무엇이며, 자신이 왜 그런 부족에 포함됐는지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할 것이다. 기계지능machine intelligence, 다른 말로 인공지능의 시대에 거의 모든 변수는 미스터리로 남게 된다. 시스템이 사람들을 이 집단에서 저 집단으로 끊임없이 이동시킴에 따라 부족은 매 시간 매 분 변화할 것이다. "

캐시 오닐 『대량살상 수학무기』

 

“끝없이 쏟아지는 "골드 카드로도 잠재울 수 없는 두려움과 떨림"류의 소설이 왜 심란한가 하면, 만약 대중문화와 학계와 지식인 세계의 격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훼손되지 않고 살아남은 오래된 믿음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성실하고 재능 있고 운 좋은 예술가는 시대를 불문하고 늘 변화를 가져오는 힘이 있다는 믿음인 것 같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
 

 

“하늘이 총명을 주는 것은 귀천이나 상하나 남북에 한정되어 있지 아니하니 오직 확충하여 모질게 정체(精彩)를 쏟아나가면 구천구백구십구 분은 도달할 수 있다. 그렇다고 그 나머지 일 분이 인력(人力) 바깥에 있는 것도 아니니 끝까지 노력해야만 하는 거라네.”
(추사가 석파 이하응(흥선대원군), 역매 오경석 같은 제자에게 수련을 강조하며 한 말)

유홍준 『추사 김정희』

 

"이야기는 구성을 지닌다. 즉, 시작과 중간과 끝이 있다. 문명은 이런 의미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지 않다. 어떤 문명이 끝났다고 하더라도, 흥망성쇠를 지닐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내러티브의 노예가 된 것이다."

존 허스트 『세상에서 가장 짧은 세계사』


 

"젠더는 고정된 정체성도 아니고 다양한 행위의 내적 발생 장소도 아니다. 그보다 젠더는 시간이 흐르면서 반복적인 행동 양식을 통해 외부 공간에서 제도화되는 정체성이다. 젠더 효과는 몸의 각인에 의해 형성되기에 일상적인 몸의 제스처와 동작과 여러 행동 양식이 젠더 자아라는 환영을 구성할 뿐이라고 이해해야 한다."

록산 게이 『나쁜 페미니스트』

 

 

"침묵을 다시 데려오는 것, 그것이 사물들의 역할이다."(사뮈엘 베케트)

나탈리 레제 『사뮈엘 베케트의 말 없는 삶』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에만 관심을 촉구하거나 군국주의를 남성의 폭력성이 표출된 또 다른 방식으로만 치부하면 우리는 폭력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다룰 수 없으며 실행 가능한 저항 전략과 해결책을 이끌어내기도 어려울 것이다. (…)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 혹은 국가나 이 지구에 대한 남성 폭력의 심각성을 축소할 필요는 없다. 그보다는 남성과 여성 모두가 미국 문화를 폭력으로 물들였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고 그러한 문화를 변화시키고 재창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전쟁이나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 아동에 대한 성인의 폭력, 십 대에 대한 폭력, 인종차별로 인한 폭력 등 어떠한 방식의 폭력이든 사회 통제 수단으로 폭력을 행사한다면 여남을 불문하고 반대해야만 한다.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을 종식하기 위한 페미니스트들의 노력은 모든 형태의 폭력을 종식하는 운동으로 확장되어야만 한다."

벨 훅스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최근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한 국제 제재는 이란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성이나 종교 차별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주의와 달리 이란의 대학이나 제품에 대한 광범위한 보이콧 움직임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우리 사회는 인종이나 민족 차별에 비해 성적·종교적 차별은 여전히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는 듯하다."

피터 싱어 『더 나은 세상』 ,「문화적 차이는 간섭할 수 없는가」 :이란의 종교와 여성


 

 

​"어떻게 그에게, 그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짧은 프랑스어로, 그의 아름다운 나라가 우리 난민들에게는 사막, 사람들이 ‘통합’이라든지 ‘동화’라고 부르는 것에 다다르게 위해서 우리가 건너야만 하는 사막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설명할 수 있을까. 그때까지 나는 어떤 이들은 끝끝내 거기에 도달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다." 

아고타 크리스토프 『문맹』 ,「사막」

 


 

"나는 전날보다 조금씩 조금씩 더 더러워지고 더 너저분해지고 더 혼란스러워져서 차츰차츰 나 이외의 모든 사람들과 달라졌다. 그러나 공원에서는 자의식이라는 짐을 지고 돌아다닐 필요가 없었다. 공원은 내게 문턱, 경계선, 내면과 외면을 구분하는 방법을 제공했다. 길거리에서는 어쩔 수 없이 나 자신을 다른 사람들이 보는 식으로 볼 수밖에 없었지만, 공원은 나에게 내면적인 삶으로 돌아가 순전히 내면적인 관점에서 나 자신에 전념할 기회를 주었다. 나는 하늘을 가릴 지붕 없이는 살 수 있지만 내면과 외면 사이의 평정을 확립하지 않고는 살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공원은 나에게 그것을 가르쳐 주었다. 어쩌면 그곳은 정말로는 집이 아니었을지도 모르지만 다른 피난처가 없었던 내게는 그곳이 집이나 거의 진배없었다."

폴 오스터 『달의 궁전』

 

 

 

 

 

 

 

 

 

 

 

 

 

 

 

 

 

 

"언어 처리는 전체 언어에서 부수적인 면이고, 외적 표출에 의존하는 언어 사용, 그중에서도 의사소통은 훨씬 지엽적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결론은 의사소통에 대한 아무 근거 없는, 사실상의 도그마와 반대되는 내용이다. 또한 최근에 언어 진화에 관한 많은 추측이 의사소통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은 방향을 잘못 택했다는 이야기다."

노엄 촘스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수학은 네 번째 차원을 비롯하여 존재 가능한 세계를 얼마든지 탐구할 수 있지만, 차르는 오직 3차원에서만 전복될 수 있다!”(Vladimir Lenin, Materialism and Empirio-Criticism, in Karl Marx, Friedrich Engels, and Vladimir Lenin, On Dialectical Materialism (Moscow: Progress, 1977) 레닌은 ‘네 번째 차원’과 ‘복사이론’이라는 전쟁터에서 오트조비스트를 뿌리뽑기 위해 몇 년 동안 사투를 벌였다. 결국 그는 1917년에 목적을 달성하고 그해 10월에 역사적 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러시아에 공산정권을 수립했다."

미치오 카쿠 『초공간』

 

 

“나는 사람들이 모험을 하게 하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본다. 믿을 수 있는 정보는 그중 하나다. 다른 두 가지는 충분한 보상과 실패했을 경우의 대비책이다. 지금 한국 사회에는 그 세 가지가 다 부족하고, 평범한 사람과 기업들은 모험을 극히 꺼린다. 그 결과 역동성이 점점 사라지고 우리 공동체가 계급사회 같은 모습으로 굳어지는 중이다. 상속, 혼인, 시험과 같은 이벤트가 아니면 신분을 바꾸기 어려운.”

장강명 『당선, 계급, 합격』

 

 

"밤중에 숲속에서 강도의 칼에 맞아 살해당할 위기에 처해 있는 자는 마지막 순간까지 구원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어요. 그러한 희망을 가지는 예가 허다하지 않나요? 그런데 열 배나 편히 죽을 수 있는 이 마지막 희망을 〈분명히〉 빼앗아 가버린다는 얘기입니다. 바로 사형 선고가 그렇게 한다는 뜻이지요. 피할 수 있다는 희망이 분명히 없을 거라는 사실 속에 처참한 고통이 있는 겁니다. 이보다 더 심한 고통은 이 세상에 없어요. 전쟁터에 있는 병사를 끌고 와서 바로 대포 앞에다 세워 두고 그에게 대포를 쏘아 보려고 해보세요. 그래도 병사는 희망을 버리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이 병사에게 사형 선고문을 〈분명하게〉 낭독해 보세요. 그 병사는 미쳐서 울부짖기 시작할 겁니다. 인간이 미치지 않고서도 그러한 고통을 참아 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누가 말했지요? 무얼 하려고 그처럼 추악하고 불필요한 욕설을 내뱉었지요? 어쩌면 사형 선고를 받고 고통을 당한 뒤 〈가라, 너를 용서해 주겠다>는 말을 듣고 풀려 나온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요. 바로 그러한 사람은 상세히 얘기해 줄 수 있을 겁니다. 그러한 고통과 처참함에 대해서는 그리스도도 말했어요. 정말이지, 인간을 그렇게 대해서는 안 됩니다."(미쉬낀 공작이 시종에게)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백치』(상)

 

 

 

"종교적 감정의 본질은 그 어떤 이성적 논리로도 접근할 수 없어, 그 어떤 과실이나 범죄, 그 어떤 무신론도 그걸 붙잡을 수 없지. 그런 것들과는 무언가 틀려. 영원히 틀릴 거야. 거기에는 무신론이 영원히 포착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고, 사람들이 말하는 것과는 영원히 다른 무언가가 있는 거라고.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그것이 가장 선명하게 러시아 인의 가슴속에서 가장 자주 발견된다는 것이야. 그것이 바로 나의 결론이라네!"(미쉬낀 공작이 로고진에게)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백치』(하)

 

"어떻게 보면 나는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아니 내게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고 말하는 편이 더 적절할 것 같다. 그리고 강한 힘 그 자체도 또한 내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내게 필요한 것은 강한 힘으로 얻어지는 것, 강한 힘 없이는 절대로 얻을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고독하지만 내적인 안정이 깃든 인식이다! 이것이 바로 전세계 인간이 그토록 얻으려고 힘쓰는, 가장 완전한 의미의 자유의 정의인 것이다! 자유! 나는 드디어 이 위대한 말을 쓰고야 말았다…. 그렇다. 고독한 힘의 인식, 이 얼마나 아름답고 매력적인 말인가! 내게는 힘이 있다. 그러나 나는 태연하다. 천둥은 주피터의 수중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항상 태연자약하지 않은가. 그가 함부로 소리내는 것을 자주 들어 볼 수 있을까? 어리석은 자들은 그가 잠자코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얼빠진 문학가나 어리석은 시골 아낙네를 주피터의 자리에 앉게 해보라. 바로 그 순간부터 천둥소리가 온 사방에 쉴 새 없이 울려 퍼질 것이다."(돌고루키)

ㅡ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미성년』(상)

 

 

“어쩌면 나는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경우의 수로 존재했다가 그중 가장 낮은 확률의 나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내가 되지 못한 무수한 또 다른 나를 떠올리다 보면 그들도 어딘가에서 지금의 나를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궁금해지는 것이다. 이미 다른 사람이 되어 나로부터 한참 떨어진 뒤에도 내가 되지 못한 것을 두고 후회하고 그것으로 소설도 쓰고 그러는 걸까. 진짜 그렇다면 거기도 뭐, 별거 없네. 그 별것 아닌 것으로 나를 너무 낭비했다.
그럼에도 만약, 내가 나를 미리 알고 다른 가능성을 선택할 수 있었다면 그때도 나는 여전히 내가 될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지금의 나에게 조금 미안해진다.
대신 미래의 나는 평범하고 성실하게 늙어가면서 앓는 질병과 처방받은 약품의 성분으로 나의 많은 부분을 설명하려 할 것이다. 주의를 기울여 수도꼭지의 온도를 조절하느라 오랜 시간을 허비할 것이고, 매번 왼쪽부터 먼저 닳는 신발이라든지, 길 한가운데 버려진 양말 같은 것을 발견하며 이건 또 어째서 이렇게 되어버렸나 궁금해할 것이다. 어딘가 서로 닮은 것들을 바라보며 ‘너무 나 같네’ 하고 적적해하겠지. 아니더라도 내게 없던 장면들을 상상하고 나랑 비슷한 누군가를 등장시키며 무언가를 써보려고 할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쓴 거의 대부분의 것들도 이미 그렇게 쓰인 셈이다.”

『2018 제9회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 , <임현 작가 노트>

 

 

“절대로 쓰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가진 것의 의미를 알 것 같다. 한 작가에게 쓰고 싶지 않은 것은 곧 쓸 수 없는 것일 테다. 비열한 글쓰기란 자신과 타인의 삶을 팔아 연명하는 것도, 핍진한 허구를 구성하지 못하는 것도, 삶의 새로운 의미를 발굴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저 쓸 수 없는 것을 쓸 수 없는 것으로 남겨두는 것. 지금까지의 절망이 모두 허위였음을 비로소 깨달았다.”

ㅡ『2017년 제8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 천희란 「다섯 개의 프렐류드, 그리고 푸가」 

 

 

"슬플 때, 불안할 때, 화가 날 때, 누군가가 내 마음을 쥐고 흔들 때, 나는 그 이름들을 그저 간절하게 불렀고, 그들은 어느 정도까지는 현실의 고통에서 나를 분리시켜줬다. ‘원시지구’로 시작해서 ‘여러 종류의 발굽이 있는 동물’까지 중얼거리고 나면, 내가 그들의 이름을 부른 것이 아니라, 그들이 나의 이름을 불러준 것 같았다. 그럴 때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ㅡ 최은영 『쇼코의 미소』,「한지와 영주」

 

 

“내가 얼마나 메말랐기에 너는 그처럼 밀려오는가”

신철규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해변의 진혼곡」

“우는 사람과 입을 맞추는 기분이야”

유희경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 ,「빈집」

※ 이 시집을 한 마디로 말하면 저 문장이다.

 

 

“결국엔 내가 맞았지? 울면서 웃는 해준의 얼굴을 보았고, 사직구장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야구를 보는 혜인과 내가 있었다. 슬픈 것과 사랑하는 것을 착각하지 말라고, 슬픈 것과 사랑하지 않는 것을 착각하지 말라고 생각했고, 아무래도 아무여도 좋을 일이라고 잠시 생각했다. 상상만으로 이미 나는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지만, 가능 세계를 그려보는 일은 예전만큼 즐겁지 않았다. 내가 된 나를 통과하는 사람들, 슬픔과 불안에서만 찾아왔던 재미와 미 역시 내키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김봉곤 「시절과 기분」)
‘내가 된 나’라는 것은 여러 명의 사람을 통과하고 나서일 것이다. 지금의 내 모습도 여전히 최종 버전은 아니다. 인간은 죽을 때까지 유동적이고 그것은 타자와의 만남과 결속을 통해 계속 변해가기 때문일 것이다. 주인공은 다시 서울과 해준에게로, 현재의 공간과 연인에게로 돌아가며 ‘또 한 번 내가 될 시간’을 맞지만 ‘뛰는 심장의 무늬를 구별하고 싶지 않았다’라고 중얼거린다."
《Axt 2018. 5/6》 , 김성중 「슬픈 것과 사랑하는 것을 착각하지 않으려면」

 

 

 

 

 

 

 

 

 

 

 

 

 

 

 

 

 

 

 

"하지만 기존 질서를 해체하고자 하는 욕망은, 어쩌면 무엇보다도 먼저, 조화로운 질서와 〈점잖은 기품〉(당신의 용어를 빌려 말합니다)을 지향하고자 하는 또 하나의 감춰진 갈망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요? 젊음이란 이미 그것이 지니고 있는 열정만으로도 순결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관점에서 보면, 젊음의 열정이 뿜어 내는 폭발적인 광기에는 어쩌면 바로 조화로운 질서에 대한 갈망과 진리를 향한 탐구 정신이 내포되어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많지 않은 수의 동시대 젊은이들이 자신들이 그런 것을 어떻게 믿게 되었는지도 모를 그런 어리석고 우스꽝스러운 사안들을 접하는 과정 속에서 이러한 조화와 진리를 겨우 발견하게 되는 것은 도대체 누구의 잘못이겠습니까! 한 가지 덧붙인다면 과거에는, 그렇다고 아주 오래 전은 아니고 약 한 세대쯤 전에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젊은이들이 그렇게 동정받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시대에 그들은 거의 언제나 결과적으로는 우리 나라 최고의 문화 계층과 아주 성공적으로 결합할 수 있었고, 그것과 융합하여 완전히 하나가 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예를 들어, 그들이 자신들의 활동의 첫 무대에서 자신들이 지니고 있는 무질서한 점이나 불안함, 그리고 가정 환경에서도 좋은 바탕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 또 훌륭한 가문적 전통과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교양의 배경이 없다는 점을 인식했다 하더라도, 그것은 전혀 크게 문제될 것이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나중에 그들 스스로가 직접 그것을 추구할 수 있었고, 또 그렇게 함으로써 차차 그러한 것에 적응하고 그 가치를 존중할 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약간 다릅니다. 그들이 나중에 융합할 수 있는 대상이 지금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니콜라이 세묘노비치의 편지) 

ㅡ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미성년』(하)

 


 

「그건 어느 의사가 오래 전에 내게 들려준 이야기와 똑같군요.」 장로가 지적했다. 「그는 나이가 지긋하고 대단히 머리가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당신이 했던 이야기와 똑같은 이야기를, 비록 농담이긴 하지만, 가슴 아픈 농담을 털어놓은 적이 있습니다. 말하기를, 나는 인류를 사랑한다, 하지만 나 자신에 대해 놀라게 된다. 왜냐하면 내가 인류를 사랑하면 할수록 개별적 인간, 다시 말해서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사랑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공상을 할 때는 흔히 인류에 대한 지극한 봉사 정신에 빠져 들기도 하고, 만일 갑자기 그럴 필요가 생긴다면 사람들을 위해 실제로 십자가를 걸머지겠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단 이틀도 같은 방에서 어떤 사람하고든 함께 지낼 수 없으며, 이것은 내가 경험을 통해 알고 있는 바이다. 어떤 사람이 나와 가까이 있게 되면, 그의 개성은 바로 나의 자존심을 짓누르고 나의 자유를 구속한다. 아무리 훌륭한 사람일지라도 하루만 지나면 나는 그를 증오하게 된다. 어떤 사람은 식사 시간에 너무 오래 먹는다는 이유 때문에, 또 다른 사람은 감기에 걸려 계속 코를 풀어 댄다는 이유 때문이다. 일단 나를 아주 조금이라도 건드리게 되면 나는 사람들의 적이 되고 만다. 그래서 개별적 인간을 증오하면 할수록 인류에 대한 나의 보편적 사랑은 한층 타오르게 된다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ㅡ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1권)

 


"우리 본성의 가장 강렬한 감정들과 움직임들 중 많은 것들을 우리는 지금 이 땅에서는 터득할 수 없으니, 이것에 현혹되지도 말 것이며 이것이 그대의 어떤 것을 정당화해 줄 수 있다고도 생각하지 말 것이니, 이는 영원한 재판관은 그대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 아니라 이해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그대에게 물을 것이기 때문이며, 그대는 몸소 이 점을 확신할 것이며 그때 가면 모든 것을 올바로 보게 되어 더 이상 논쟁을 벌이지 않을 것이다. 이 지상에서 우리는 참으로 방황하고 있는 것이니, 만약 그리스도의 귀중한 형상이 우리 앞에 없었더라면, 우리는 대홍수 직전의 인류처럼 파멸하여 완전히 길을 잃었을 것이다. 지상의 많은 것이 우리로부터 감추어져 있지만, 그 대신 우리에게는 다른 세계, 드높은 천상의 세계와 우리 사이에 맺어진 생생한 관계에 대한 은밀하고 소중한 감각이 주어졌고, 더욱이 우리의 생각들과 감정들의 뿌리는 이곳이 아니라 다른 세계에 있노라. 바로 그렇기 때문에 철학자들은 지상에서는 사물의 본질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하느님이 다른 세계에서 씨앗을 가져와 이 땅에 뿌렸고 그분의 정원을 가꾸었으니, 싹을 틔울 수 있는 모든 것은 싹을 틔웠지만 자라고 있는 것은 오로지 다른 신비스러운 세계와의 접촉의 감각을 통해서만 살아가고 또 이로써만 살아 있는 것이 되는 셈이다. 만약 그대의 내부에서 이 감각이 약해지거나 없어진다면, 그대의 내부에서 자라난 것도 죽을 것이다. 그때는 삶에 무관심해질 뿐만 아니라 그것을 증오하게 될 것이다. 내 생각은 이러하다."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2권), 6편 「러시아의 수도승」

 


“‘과연 누가 카라마조프 집안사람들을 두고 제대로 잘잘못을 가려낼 수 있겠는가, 아무도 자기가 누군지 이해할 수도, 정의할 수도 없는 것이 이 어처구니없는 카라마조프 가의 특성인데, 도대체 누가 누구한테 빚이 있다는 건가’라는 거였다. 공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범죄의 비극에 관해서 그는 그것이 농노제의 낡아 빠진 풍습, 그리고 적절한 제도의 부재로 인해 고통받고 심한 혼란에 휩싸인 러시아가 낳은 산물이라고 기술했다.”(재판장에서 변호사)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3권)

 


 

"멍청이가 정말 날 피곤하게 한다고! 어떤 견해를 퍼뜨리려면, 내가 볼 때 가장 공정하고 가장 강력한 방법은 전혀 아무 견해도 갖지 않는 거야.” (데로리에)

귀스타브 플로베르『감정교육』1권



 

"보니까, 너도 정치에 있어 온건해진 것 같네?"
"나이 탓이지." 하고 변호사가 말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자신들이 살아온 삶을 간략하게 돌아보았다. 사랑을 꿈꾸었던 이도, 권력을 꿈꾸었던 이도, 둘 다 실패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어쩌면 곧장 직선으로 달리려 한 게 잘못된 것인지도 모르지.” 하고 프레데릭이 말했다.
“네 경우는 그럴 수도 있어. 하지만 난 그와 반대로 그 무엇보다 더 강력한 많은 부수적인 일들은 고려하지 않은 채 지나치게 방향 수정을 많이 해서 그르친 거야. 난 너무 논리적이었고, 넌 너무 감정적이었지.”
그들은 우연과 환경과 그들이 태어난 시대를 탓했다.
프레데릭이 다시 말을 이었다.
“옛날 상스에 있었을 때 우리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었어. 그때 너는 철학에 대한 비판적 역사를 쓰고자 했었고, 나는 프루아사르에게서 주제를 찾아내 노장을 무대로 방대한 중세풍 소설을 쓰고자 했었어. 브로카르 드 페네스트랑주 전하와 트루아의 주교가 외스타슈 당브르시쿠르 전하를 습격하는 이야기였지. 기억나니?”
젊은 시절을 되살리며 두 사람은 한 마디씩 할 때마다 묻고는 했다.
“기억나니?”

ㅡ  귀스타브 플로베르『감정교육』2권


 


“모두들 죽음으로부터 다시 한 번 / 튕겨 나와 / 무언가로 죽음을 내리치고 있었다”

이수명 『물류창고』, 「이디야 커피」 


 

“아버지는 왜 그랬을까? 누구도 다른 사람에게 그러면 안 될텐데, 패트릭은 생각했다. 누구도 다른 사람에게 그러면 안 될텐데.
겨울철에는 물웅덩이가 얼어 표면 아래 기포들이 갇힌 것을 볼 수 있었다. 공기가 얼음에 잠겨 나오지 못하고 밑에 붙들려 있는 것이다. 패트릭은 그게 싫었다. 그건 너무 불공평했다. 그래서 항상 얼음을 깨뜨려 기포를 자유롭게 해 주었다.”(패트릭)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 『괜찮아』

 

 

김봉곤 『여름, 스피드』 


 

"자연선택은 경제적이고 설득력 있고 우아한 해답일 뿐 아니라, 지금까지 제시된 것들 중 제대로 작동하는 유일한 대안이다. 지적 설계는 우연과 똑같은 반론에 시달린다. 그것은 통계적 비개연성이라는 수수께끼의, 설득력 있는 해답이 아니다. 그리고 비개연성이 높아질수록 지적 설계는 더욱 설득력이 없어진다. 잘 보면 지적 설계는 문제를 더 악화시킨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다시 말하지만 그것은 설계자 자신(그/그녀)의 기원이라는 더 큰 문제를 제기하기 때문이다.”

리처드 도킨스 『만들어진 신』



 

“데이터 혁명의 위험은 우리 삶의 점점 많은 부분이 정량화되면서 이러한 대리 판단이 우리 생활에 더 깊숙이 파고들어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더 나은 예측은 더 감지하기 어렵고 더 비도덕적인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
더 나은 데이터 역시 또 다른 형태의 차별, 즉 경제학자들이 ‘가격차별 price discrimination’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업은 제품이나 서비스에 얼마의 가격을 매겨야 할지를 알아내려고 노력한다. 그들은 고객들이 기꺼이 지불하려는 최대 금액을 청구하고자 한다. 이런 식으로 이윤을 가능한 최대로 남길 것이다.”

세스 스티븐슨 다비도위츠 『모두 거짓말을 한다』


 

"‘블로거에게 떠넘기기는 어떤 면에서 정치인들에게 거짓말을 허용해주는 무임승차권과 같다. 다른 사람의 주장을 인용하는 사람을 비난할 수 있을까? 비난해야 한다. 보통의 블로거들과 달리 공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 만큼 정치인들에게는 과학에 관한 한 더 높은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인터넷에 떠도는 어리석고 터무니없고 몹시 위험한 헛소리를 그대로 옮기는 행태를 제대로 지적하면 다방면에서 유익한 결과를 볼 수 있다. 낙태와 관련된 잘못된 정보가 퍼지는 것을 막으면 극단주의적인 폭력사태를 줄일 수 있고, 기후학에 대한 신뢰를 쌓아올리면 사람들의 행동을 촉구해 말 그대로 세계를 구하는 데 일조할 수 있다."

ㅡ 데이브 레비턴 『과학 같은 소리 하네』


 

 

"사실 우리가 선천적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대개 학습으로 얻어진 것들이다. 다시 말해 음식에 대한 감각적 단서들은 학습을 통해 배운 것이다. 이런 학습은 각각의 감각들이 우리가 무엇을 먹는지(그리고 어떤 생리적 보상이 따르는지) 뇌에 신호를 보내기 때문에 가능했다. 바삭함과 오독함은 신선함과 새로움 그리고 계절에 맞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학습된 것이다"

 ㅡ 찰스 스펜스 『왜 맛있을까』

 

 

 

 

 

 

 

 

 

 

 

 

 

 

 

 

 

 

 

 

 

 

 

 

 

 

 

 

"쥐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을 것이다/쥐 살림에, 희망밖에 무엇이 있었겠는가"

이영광 끝없는 사람,

    

 

"평화는 생사가 갈린 이후 잠시 반짝이는 적막이다."

 김중식 울지도 못했다, 도요새에 관한 명상

 

 

너는 단 한 벌의 육체였다./ 벗고 나면 거울에 / 아무것도 비치지 않는......./ 그리하여 어느 날 텅빈 거울에는/ 너만 빼면 천의무봉인 세계가/ 환히 비칠 것인가."

최승호 그로테스크, 발바닥 속의 거울

 

 

"이 꿈이 불러일으킨 불쾌감이 너무 커서 그녀는 그 이유를 알아내려고 애썼다. 그녀를 이토록 혼란에 빠뜨린 것은 꿈이 현재 시제를 없애 버렸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자신의 현재에 치열하게 집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미래 아니면 이 세상 무엇을 준다 해도 현재와는 맞바꾸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꿈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꿈은 한 인생의 각기 다른 시절에 대한 수용하지 못할 평등성과, 인간이 겪은 모든 것을 평준화하는 동시대성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꿈은 현재의 특권적 지위를 부정하며 현재를 무시한다. 마치 지난밤 그녀의 꿈에서처럼. 그녀 삶의 모든 폭이 무화되었다."

밀란 쿤데라 정체성

 

 

실은 아로헤나가 나를 거의 설복시킬 뻔한 적도 있었다. 내가 믿는 하느님의 본성과 속성에 대한 설명을 듣고 그녀는 하느님이라는 신은 인간의 최고의 선과 지혜, 힘에 대한 관념의 표현에 불과하며, 그토록 위대하고 영광스러운 관념을 더욱 생생히 발현시키기 위해 사람들은 그 관념을 의인화해서 이름을 붙인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인간은 우연히 일어나는 사태로부터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신을 개인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무의미하며, 신성을 찾을 수만 있다면 바로 그 신성을 인간이 숭배해야 한다고 했다. 계속해 하느님이란 인간이 신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 방식에 불과하며, 정의와 희망, 지혜 등이 모두 선함의 부분이기 때문에 하느님이란 모든 선함과 모든 선한 힘을 포용한 표현이라고 했다. 사람들이 정의가 실제로 인격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하더라도 정의를 사랑하기를 멈추지 않듯이 하느님의 객관적인 인격을 믿는 것을 멈춘다고 해서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을 멈추지 않으며, 따라서 그들은 하느님을 보기 전까지는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새뮤얼 버틀러 에레혼

 

 

하지만 그에게는 그것 말고도 생각할 문제들이 있었다. 세상이 위기에 처해 인류가 재앙을 향해 가고 있고, 연안도시가 바다에 잠기고 흉작이 들면 수억 명의 이재민이 가뭄, 홍수, 기아, 폭풍우, 고갈 자원의 쟁탈을 둘러싼 끊임없는 전쟁을 피해 나라에서 나라로, 대륙에서 대륙으로 몰려갈 거라는 무모한 억측에 마음이 흔들리지도 않았다. 구약성서의 악성종기나 개구리 재앙을 연상시키는 경고는 수 세기 동안 인류의 마음 깊은 곳에서 전해 내려온, 자신이 종말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믿으려는 성향에서 비롯된다. 세상의 종말과 긴밀한 관계가 있다면 자신의 죽음도 납득할 만한 것, 최소한 조금이라도 의미 있는 것으로 여겨질 테니까. 하지만 세상의 종말은 결코 실현되는 일 없이 환상의 베일을 쓴 채 늘 임박해 있으며, 막상 때가 되면 종말은 닥치지 않고 곧바로 새 문제, 새 날짜가 등장한다. 세상은 선동적 폭력으로 정화되고 구원받지 못한 자들의 피로 깨끗이 씻긴다. 기독교 천년왕국파에게 그것은 믿지 않는 자들의 죽음이었다! 소비에트 공산주의자에게는 쿨라크(제정러시아의 부농)의 죽음, 나치와 천 년 동안 이어져온 그들의 망상에 의하면 유대인의 죽음이었다. 그리고 진실로 민주적인 현대인들에게 그 재앙은 전면적인 핵전쟁에 의한 인류 전체의 죽음이었다! 하지만 재앙은 일어나지 않았고 소비에트 제국도 내부 모순으로 붕괴되면서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 지긋지긋한 세계적 빈곤 이상의 압도적인 걱정거리가 없는 가운데, 인류의 종말론적 성향이 또 다른 괴물을 불러낸 것이다.”

이언 매큐언 솔라

 

 

이 갈등을 하나의 선을 기준으로 이편과 저편에 깔끔하게 도열한 두 부대 간의 일로 상상할 경우 우리는 우리가 몸담고 있는 성 문화와 여성 간의 전투가 가진 뒤얽힌 성격을, 옴짝달싹 못하게 꽉 붙들고 있는 그 악력을 놓치게 된다. , 반격이 가진 대응이라는 본질, 다른 힘에 대한 반응으로서만 존재할 수 있는 그 본질을 놓치게 된다.”

수전 팔루디 백래시

 

 

주체는 지식의 자율적이며 투명한 근원이 아니다. 오히려 언제나 힘 관계들과 배제들을 섞어 짜 넣는 사회적 실천들의 연계망 속에서 구성된 것이다.”

요하나 옥살라 How To Read 푸코

    

 

"외향성/내향성이 성격 특성에서 대단히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성격 전문가들이 밝힌 다섯 가지 주요 특성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는 점이다. 외향적인 사람이 둘 있는데, 성격의 나머지 네 요소가 서로 다르다고 생각해보자. 개방적이고 친화력 있고 성격이 안정된 외향적인 사람과, 폐쇄적이고 반친화적인 데다 신경과민인 외향적인 사람은 무척 다르다. 한마디로, 성격을 둘러싼 정책을 이야기할 때는 외향성 외에 다른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

브라이언 리틀 성격이란 무엇인가

 

 

"직업은 시간을 파는 것이며 사업에도 시간을 팔아야만 하는 것들이 있다. 추월차선의 목표는 당신의 시간과 수입을 분리시키는 것이다.”

엠제이 드마코 부의 추월차선

 

 

케인즈주의자들이 국가 지출 정책과 경기 부양책을 강조한 반면, 신자유주의자인 밀턴 프리드먼은 더 작은 국가, 더 많은 자유, 국민들의 더 많은 결정을 강조했다.

하노 벡, 우르반 바허, 마르코 헤르반 인플레이션

 

 

"우리의 정체성은 항상 타인과 일치와 구분이라는 양 극단의 긴장 지대에서 형성된다."

파울 페르하에허 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 가는가 - 신자유주의적 인격의 탄생

 

 

납이나 철, 수은 등의 흔한 금속으로 가장 완벽한 금속인 금을 만들어내는 것이 서양 연금술이 추구한 목표라면, 중국의 연금술은 영생을 누리는 신선이 되기 위한 도교의 연단술로 발전했다

이성규 조선과학실록, 종이로 은을 만든 조선의 연금술사

 

    

이 세상 안에서 생을 부여받은 사람을 한 명이라도 제외한다면 역사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헤겔이 말했듯 절대정신이 변증법으로 발전한다는 식의 단순한 흐름을 취하지 않아요. 역사는 훨씬 복잡한 현상입니다. 타인의 마음이 되어 생각하는 것, 타인을 추체험하는 것을 얼마나 거듭했느냐에 따라 역사에 대한 이해의 깊이가 달라집니다. 그리고 역사는 아날로지를 통해 이해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아직 젊으니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를 것입니다. 헤겔이나 마르크스처럼 강력한 세계관에 기초해서 역사를 역동적으로 독해하는 수법에 매력을 느끼리라고 봅니다. 그러나 그러한 철학이나 신학이 어딘가에서 구체적인 인간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저는 염려하고 있습니다.”(후지시로 다이조)

사토 마사루 흐름을 꿰뚫는 세계사 독해

 

 

스태그플레이션이 심각해지는 가운데 미국, 유럽, 일본의 기업들은 노동력이 저렴한 구식민지의 신흥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며 다국적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려 했다(다국적기업의 증가). 동시에 제3차 산업혁명(IT혁명)으로 인터넷이 보급되고,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되며 지구화의 움직임이 강해졌다. 그 결과 국가의 틀을 넘어선 지구 규모의 수평 분업이 진행되었다. 세계은행과 다국적기업이 글로벌경제의 중심 행위자가 되고, 세계 규모의 네트워크화가 진행되어 자본주의 경제의 형태가 크게 바뀌었다.” “세계 경제는 제2차 세계대전 뒤에 미국이 구상했던 단일 세계와는 다른 글로벌경제로 움직였다. 요컨대 아시아의 신흥국에서 공업화가 진전되면서 아시아 경제가 부상하는 시대가 되고, 미국유럽 등 선진 공업국의 우위가 흔들렸다. 세계의 경제사를 조망하면 자금은 성장지역으로 흘러가는 것이 철칙이다.”

미야자키 마사카츠 흐름이 보이는 세계사 경제 공부

 

    

 

인간의 지적 능력은 얼마나 많은 방법을 알고 있느냐로 측정되는 것이 아니라,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하느냐로 알 수 있다.” (존 홀트 John Holt) 정재승 열두 발자국

    

 

 

"관념은 잠시 왔다 잊혀지지만 이야기는 오래 남는 법이다."

"인간의 마음은 생물학의 포로로 수감된 처지여서 정교한 탈출 계획 없이는 거기서 벗어날 수가 없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블랙 스완

      

 

 

 

 

 

 

 

 

 

 

 

 

 

 

 

 

 

역사의 연구사기보다 더 훌륭한 역사라고 할 수는 없다. 사피엔스역사서설보다 발전한 역사라고 단언하기도 어렵다. 그 책들은 모두 훌륭하다. 다만 서로 다를 뿐이다.”

유시민 역사의 역사

 

 

역사가가 이야기할 때만 사실은 말을 한다. 어떤 사실에게 발언권을 주며 서열과 순서를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하는 게 역사가다.”

E. H. 역사란 무엇인가

    

 

"인류가 직면한 커다란 질문은 "인생의 의미는 무엇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고통에서 벗어나느냐"이다"

유발 하라리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보일러가 우리 사회를 근대화시킨 주역이며 보일러와 철근콘크리트가 우리 공간과 경제의 빅뱅이었다고 주장하는 대목이 충격의 절정이었던 책

유현준 어디서 살 것인가』(※ 올해 내가 본의 아니게 별점 테러 한 책 중 하나;)

 

 

영화를 사랑하는 첫 단계는 같은 영화를 두 번 보는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영화평을 쓰는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 단계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그 이상은 없다.”(영화감독 프랑수아 트뤼포)

이 멋진 말을 요즘말로 옮겨보면 이렇다. ‘성덕’(성공한 덕후)덕업일치’(덕질과 직업이 일치하다. 자기 관심사를 직업으로 삼다). 다시 말해 관심 분야의 소비자나 향유자로만 머물 게 아니라 생산자, 창조자가 돼라는 말이다. 그것이야말로 자기 관심 분야를 사랑하는 최고 단계, 성덕의 경지라는 뜻이다.

(중략)

트뤼포 감독이 말한 첫 번째 단계, 즉 같은 영화를 두 번 이상 보는 것이 우리가 무언가에 푹 빠지는 경험을 뜻하는 것이라면 두 번째 단계, 즉 영화평을 쓰는 것은 평론가가 되라는 것이다. 평론가가 할 일이란 무엇일까. 잘한 점, 아쉬운 점, 앞으로 더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점을 매의 눈으로 파악하고, 비전문가가 해당 분야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다.” 

대도서관 유튜브의 신

 

 

무작위성이란 계 자체의 속성이 아니라 우리가 그 계를 생각하는 방식에서 드러나는 수학적 속성인 것이다.” 마이클 브룩스 우연의 설계

 

 

성평등이 남성에게도 이득이 된다.”(손아람) 지금 여기의 페미니즘 x 민주주의

 

 

소유물로서 존재했던 여성이 스스로 뭔가를 소유하고, 그와 관련된 힘을 갖게 되는 상황은 아직도 그리 자연스럽게 여겨지지 않는다. 언뜻 생각하면 신자유주의는 이러한 젠더 질서를 해체하는 것으로 보인다. 성별에 상관없이 능력에 따라 보상이 주어지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페미니스트가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신자유주의에서 성별은 해체되는 것이 아니라 계급, 세대, 학력 및 학벌, 지역, 가족, 섹슈얼리티, 장애 여부 등 다른 차별 원리들과 한층 유연하게 교차하면서 확장되어 재구성된다. 남성들 간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오늘날 여성들의 유명세와 소유가 종종 여성 혐오 발화의 대상이 되는 현상이 그 좋은 예다. 2000년 중반 이후 한국 사회에서 일반화된 명품녀된장녀라는 명명은 여성이 공적 노동의 대가로 버는 돈과 소비에 대한 적의를 드러낸다.”

김은실 외 더 나은 논쟁을 할 권리, 김신현경 5장 여자 아이돌/걸 그룹과 샤덴프로이데: 아이유의 챗셔논란 다시 읽기

      

 

 

우리가 밤낮으로 투쟁해서 얻어야만 하는 권력, 그 진정한 권력은 사물에 대한 권력이 아니고 인간에 대한 권력이지.”(오브라이언)

조지 오웰 1984

 

 

인터넷은 단지 도구에 불과해요. 인터넷이 사람 또는 사물을 정의롭게 혹은 사악하게 만드는 게 아닙니다. 살인을 한 것은 칼이 아니라 그 칼을 쥔 사람, 그리고 살인자의 손을 움직이게 만든 악의인 것처럼요. 누리꾼이라는 라벨을 붙이는 건 현실을 회피하는 변명일 뿐입니다. 누구나 인간성 속의 이기적인 면, 욕심 많은 면을 인정하지 않으면 자기 죄를 뒤집어씌울 희생양을 찾게 됩니다.”(아녜)

찬호께이 망내인

 

 

    

 

이를테면 그는 자기가 말하려고 하는 것이 말하려고 하는 주체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말해지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버틴다는 식의 상상을 했다. 바꿔 말하면 주체는 어떤 말을 하려고 하면서 동시에 그것이 말해지지 않기를 바라는 이중 감정 상태에서 혼란을 겪는다는 식이었다. 혹은 말하지 않는 방식으로 말하려고 한다고 할까.

그런데 그것이 가능하기는 한 걸까? 그러고 보면 이것은 수학자들만의 영역이 아니라 심리학자들의 영력이기도 한 것 같다. 수학심리학 혹은 심리수학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말란 법도 없지 않은가.”(말하려 한 것과 말해진 것 사이의 거리)

예컨대 사랑을 시작하기 위해서든 끝내기 위해서든 자기의 마음을 달래는 일이 중요한 것이다. 마음을 달래는 데에 효과적인 것은 합리화와 속임수다.”(합리화 혹은 속임수)

이승우 만든 눈물 참은 눈물

    

 

 

 

살면서 가장 슬펐을 때가 언제냐고 물었더니 나 같은 사람이 한둘은 아니라고 하더군요. 사람은 왜 그런 걸 궁금해하냐고 해요. 나는 몇 번 째냐니까 몇 가지 떠오르는 일이 있나 봅니다.”

유진목 식물원, 32

 

    

 

 

"그러니까 너는 그 이야기를 믿지 않은 거구나."

"어떤 이야기요?"

"가운데 길이 어디로도 갈 수 없다는 이야기 말이야."

"정말 바보 같은 이야기예요. 그 길을 가보지 않고는 모르는 거잖아요. 제 생각에는 누군가 갔던 길보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 더 많을 것 같은데요.“

잔니 로다리 아무도 가지 않은 길

 

 

어떤 글을 찬찬히 베껴 쓰면, 그 글의 특징과 구조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보는 기회가 될 때도 분명 있다.

그렇지만 나의 경우에는 베껴 쓰는 일에만 몰두하다가 정작 글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상상하는 일을 방해할 때가 많고 소모되는 힘과 시간도 너무 컸다. 무엇보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글을 베껴 쓰기만 하는 일은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는데도, 그런 무의미한 일을 하면서도 뭔가를 손으로 쓰고 있으니까 마치 열심히 무언가를 한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는 점이 가장 나빴다. 글쓰기를 하려면 내 글을 쓰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그것은 하지 않고 남의 글을 생각 없이 베껴 쓰는 것만으로 뭔가 했다는 핑계를 주어 일을 피하고 미루게 만드는 것 같았다.”

ㅡ  곽재식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의 특수작전을 연구하면,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의 전쟁에서 사람들이 바라던 일과 실제로 해낼 수 있었던 일의 한계를 일부 알아볼 수 있다.
특수작전은 특히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 기사도와 군사적 현실 사이의 관계를 살펴볼 수 있는 이상적인 소재다. 이 주제는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 전쟁사 연구에서 핵심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하위징아와 킬고어를 비롯한 일부 학자들은 기사도 문화가 당시의 군사적 현실과 완전히 단절되어 있었기 때문에 군사작전 수행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했다고 주장한다. 군주들과 기사들은 입으로만 기사도라는 이상을 주워섬기며 전쟁의 끔찍함을 그럴싸하게 얼버무리고 넘어가는 데 이용했다. 전쟁과 기독교 사이의 틈을 메우는 수단, 가신들에게 충성심을 고취시키는 수단으로 기사도를 이용한 것이다. 그러나 막상 전쟁이 벌어지면 이상이 승리에 방해가 될 때마다 기사도의 제약은 옆으로 밀려나버렸다.
반면 최근 수십 년 동안 대부분의 학자들은 기사도 문화의 지속적인 가치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었다. 근대 초기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기사도가 전쟁의 적절한 가치관과 규범이 형성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전투원들은 여의치 않을 때에도 이런 규범을 지키려고 노력할 때가 많았으며, 기사도에 따라 ‘반칙’으로 규정된 행위를 자제하려고 했다. 비록 승리가 가져올 엄청난 이득 때문에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규범을 악용하거나 어기는 전투원들이 종종 있었지만, 규범을 떠받치는 가치관 자체에 의심을 품는 사람은 드물었다. 특히 기사도의 이상인 명예는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를 통틀어 귀족 남성들의 정체성을 지탱하는 중요한 기둥이자 중요한 군사적 가치라는 자리를 고수했다."

유발 하라리 『대담한 작전』

 

 “프레임과 은유적 사고와 감정은 합리성과 관련이 없다.”

조지 레이코프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비평이 정말 예술작품과 동일시될 수 있다면, 그것은 비평 역시 “창조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비평이 예술과 마찬가지로 부정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평이란 스스로가 실행하는 아이러니한 자기부정의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ㅡ조르조 아감벤 『행간』

 

 

"회의적이고, 의문하고, 권위자의 말을 무턱대고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과학의 태도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 요구하는 정신적 태도와 거의 같습니다. 과학과 민주주의는 서로 공명하는 가치와 접근법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전 우리가 어느 한쪽 없이 다른 한쪽만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칼 세이건 『칼 세이건의 말』

 

우리는 늘 사소한 것에서 실패한다

황현산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나는 자신의 눈에 보이는 것을 확신하지 못할 때를 좋아한다. 우리가 왜 그것을 들여다보고 있는지 모를 때, 갑자기 우리는 보기 시작한 것을 발견하게 된다. 나는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이 좋다."

사울 레이터 『사울 레이터의 모든 것』

 

"진정으로 낭만적 방랑은 없다. 돌아다니는 곳에서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풍경에 흥분하는 낭만적 인간이 돌아다닐 때조차도 없다. 어쨌든, 풍경에 취하든 감흥으로 그것을 보는 사람과 세계 사이에서 이미지가 창문처럼 가로막는 것을 의식하게 된다. 그 장소를 현대인으로서 바라보는 바탕에 깔린 괴리다. 결국 나는 생각하기 때문에, 어딘가에 있는 것이다."(알렉상드르 로모니에 「방랑 또는 중간에 대하여」)

레몽 드파르동 『방랑』

 

 "어떤 곳이든 나무가 있다. 그리고 내가 떠나온 곳과 다름없이 그 나뭇잎으로 하오의 햇살이 비춘다. 바로 그 순간이 '여기는 어디이며 나는 누구인가?'라는 의문이 드는 때다. 대개 여행의 목적은 그런 의문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데 있으니까, 비로소 나는 목적지에 다다른 셈이다."

김연수 『언젠가, 아마도』

 

 

 “어린 시절은 망상이에요. 자신이 어린 시절을 가졌다는 믿음은 망상이에요. 우리는 이미 성인인 채로 언제나 바로 조금 전에 태어나 지금 이 순간을 살 뿐이니까요. 그러므로 모든 기억은 망상이에요. 모든 미래도 망상이 될 거예요. 어린아이들은 모두 우리 망상 속에서 누런 개처럼 돌아다니는 유령입니다.”

배수아 『뱀과 물』

 

 

"사진은, 본래의 의도나 목적과는 다르게, 유령으로서의 인간을 증명하는 유일하면서도 강한 선언이다, 하고 볼피는 생각했다."

ㅡ 배수아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

 

 “비참한 예술가만 능력이 탕진되어 버리는 것이다”

헨리 제임스 『헨리 제임스-나사의 회전 외 7편』

 

 

"행복, 기쁨, 웃음으로 이루어진 오랜 기간들은 당신의 상상에 맡기겠다. 이미 내가 묘사하기도 했으니까. 기억이란 본디 이런 것이다, 그것은…… 자, 이런 식으로 표현해보자. 통나무를 쪼개는 기계가 작동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아주 인상적이다. 통나무를 일정한 길이로 잘라, 기계의 대에 올려놓고, 발로 단추를 밟으면, 통나무가 도끼날처럼 생긴 날 쪽으로 밀려간다. 거기에서 통나무는 결을 따라
쪼개진다. 내가 지금 하려고 하는 말이 그것이다. 인생은 단면이고, 기억은 결을 따라 쪼개지는 것이며, 기억은 그것을 끝까지 쭉 따라간다.
따라서 나는 계속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 기억하기 가장 힘든 부분이라 해도. 아니, 기억이 아니라—묘사하기에. 그것은 나의 순수함의 일부를 잃어버린 순간이었다. 그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될지도 모른다. 성장이란 순수를 잃는 필연적 과정 아닌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삶에서 문제는, 그런 상실이 언제 일어날지 아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안 그런가? 그리고 어떻게 될지, 그 뒤에."

줄리언 반스 『연애의 기억』

 

"기분이 참 묘하다. 어디를 가든 내가 최초가 아닌가. 로버 밖으로 나가면? 그곳에 발을 디딘 최초의 인간이 된다! 언덕을 오르면? 그 언덕을 오른 최초의 인간이 된다! 암석을 걷어차면? 그 암석은 백만 년 만에 처음 움직인 것이다!
나는 최초로 화성에서 장거리 운전을 했다. 최초로 화성에서 31화성일을 넘겼다. 최초로 화성에서 농작물을 재배했다. 최초로, 최초로, 최초로 말이다!
내가 무엇에서든 최초가 될 줄은 몰랐다. 이곳에 착륙할 때는 MDV에서 다섯 번째로 내렸고 그로써 화성에 열일곱 번째로 발을 디딘 인간이 되었다."

앤디 위어 『마션』

 

 

 

 

 

 

 

 

 

 

 

 

 

 

 

 

 

 

 

 

 

 

 

 

 

"과학의 핵심은 확실성이 아니라 지속적인 불확실성이다(카를로 로벨리)"

존 브록만 기획/엮음 『우주의 통찰(베스트 오브 엣지 시리즈 4)

"나는 우리가 생각해온 진화가 지나치게 단순화되어왔다는 점이 문제라고 봅니다. 이 행성의 대다수 생물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세계만을 늘 보아왔기 때문이지요. 생물의 대다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에 속해 있어요. 바닷물 1밀리리터에는 세균 100만 마리와 바이러스 1000만 마리가 있어요. 여러분은 한 시간 동안 이 방의 공기에서 적어도 1만 종류의 세균과 10만 종류의 바이러스를 들이마시고 있는 겁니다. 나는 사람들이 무엇을 내뿜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옆에 앉은 사람을 자세히 들여다보곤 합니다. 여담이지만, 우리는 공기 유전체 계획도 실행하고 있어요.

이것이 우리가 사는 생물 세계입니다. 우리는 기린 대 코끼리 대 캥거루의 종분화 수준에서가 아니라 우리 행성의 대사 활동에 끊임없이 영향을 미치는 수천만 종들의 수준에서 매분 단위로 일어나고 있는 진화를 보지 못합니다. 우리가 호흡ㅎ는 공기는 그런 생물들로부터 나오지요. 지구의 미래는 이 생물들에 달려 있어요. 따라서 문제는 이겁니다. 이 생물들의 설계를 찬탈한다면, 그 균형이 어떤 식으로든 바뀔까요? 아니면 생물들의 일부만 영향을 받아서 살아 있는 행성이 아니라, 산업 과정에만 여향이 미칠까요?"(크레이그 벤터)

리처드 도킨스 외 『궁극의 생명』 (베스트 오브 엣지 시리즈 5)

 

"스푼이나 풍선은 자기들이 해야 하는 대로, 우리가 그에 대해 아는지 모르는지와 전혀 상관없이 물리 법칙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이 사물들의 운동에 대한 예측 가능성과 불가능성은 그것들의 정확한 상태를 우리가 아느냐와는 상관없습니다. 관련이 있는 것은 우리와 상호작용을 하는 사물의 한정적인 특성의 수준입니다. 이 특성의 수준은 우리가 스푼이나 풍선과 상호작용을 하는 방식에 따라 달라집니다. 따라서 예측 가능성은 사물 자체의 진화와도 관련이 없습니다. 다만 사물이 다른 사물과 상호작용을 할 때, 사물이 가진 특성의 각 부분이 얼마나 어떻게 진화하는지와 관계가 있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우리가 이 세상을 질서 있게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개념들은 자연과 깊은 관계에 놓여 있습니다."

"우리가 시간의 흐름을 인지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세상의 모호함 덕분이기 떄문이지요."

카를로 로벨리 『모든 순간의 물리학』

 

"유동성의 감소는 다시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와 관련하여 수많은 기업들이 도산하는 등의 경제적 타격이 일어나고, 그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정부의 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가장 먼저 논의할 점은, 경제학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에 대경실색하고 있을지 몰라도 일부 행동경제학자들, 그중에서도 특히 로버트 실러는 문제가 일어나기 전에 이미 그것을 적절하게 예측했다는 것이다.(1) 심지어 초기 단계에서도 예리한 관측자들은 부동산 가격이 (일테면, 매입가격과 임대가격의 비율을 토대로) 과도하게 부풀었고, 1997년에서 2006년 사이의 집값 상승이 과거의 추세에 크게 부합하지 않으며, 그러한 투기적 거품 현상의 중심에는 미국이 있었음을, 그리고 그 거품이 결국에는 터질 것임을 확신했다. 이 책에서 논의한 인간의 세 가지 속성, 즉 제한적 합리성과 자기통제력의 결여 그리고 사회적 영향력이 이러한 현상이 일어난 과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리처드 H. 탈러, 캐스 R. 선스타인 『넛지』

 

 

 “찻잔 속 소용돌이는 우유와 차가 완전히 섞이기 전 단 몇 초 동안만 지속되지만 액체끼리는 곧바로 융합되지 않고 아름다운 소용돌이 패턴을 그리다 섞인다는 사실을 깨닫기 충분한 시간이다. 이와 똑같은 패턴이 똑같은 이유로 다른 곳에서도 일어난다. 우주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면 뜨거운 공기와 차가운 공기가 바로 섞이지 않고 왈츠를 추며 매우 익숙한 소용돌이 형태의 구름을 만드는 모습을 흔히 보게 된다.”

헬렌 체르스키 『찻잔 속 물리학』

 

 

"지금까지 현대사상이라고 하면 프랑스의 구조주의와 포스트 구조주의를 떠올리는 것이 통례였다. 하지만 이제 사회학을 빼놓고는 현대사상을 말할 수 없게 되었다. ‘현대사회를 어떻게 파악하느냐’가 현대사상의 중심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거꾸로 현대의 사회학에도 현대사상의 주제가 깊이 자리 잡고 있다. 그 단적인 사례가 ‘근대의 변화’를 둘러싼 논쟁이다."

ㅡ  오카모토 유이치로 『현대 철학 로드맵』

 

 

 

"즉 ‘부족한 부분’은 답을 찾기 전에 답을 찾는 데 필요한 틀을 만들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동시에 복잡한 이론이나 사상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뉴턴의 《프린키피아》에서도 그런 경향들이 굉장히 강력하게 나타납니다. 유클리드와 같은 오랜 전통을 흡수하기도 하고, 그 당시 대두됐던 많은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고, 틀린 생각을 많이 교정하고 동시에 새로운 난점들을 많이 제시해서 굉장히 먼 미래까지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지구와 달이 왜 잡아당기느냐?”라는 질문이 없었다면 “어떻게 잡아당기느냐?”라는 질문의 답을 구할 수 없었을 것이고 “중력이 지금 당장 전파되느냐?”의 답도 구해낼 수 없었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아마 과학 혹은 확률론 자체는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고 답을 할 겁니다. 사람이 그 도구를 가지고 좋은 일도 할 수 있고 나쁜 일도 할 수 있지, 그것 자체가 선하거나 악하다고 할 수도 없다고 말이죠. 저는 여기에 하나를 덧붙이고 싶습니다. 확률론이 선하지도 않고 악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선하고 악한 것도 확률론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입니다. 엘리엇이 묘사한 베켓 대주교의 주장처럼 우리가 선하다고 결정한 것도 악한 결과를 가지고 올 확률이 있고, 악하다고 생각하는 것들도 약간의 선한 효과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 것들도 확률의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김민형 『수학이 필요한 순간』

 

 

“하늘이나 바다가 아무리 좋아도 내게는 현미경 렌즈 아래 놓인 모래 한 알이, 바닷물 한 방울의 세계가 더 소중하다. 그곳에서 내가 빗장을 열고 보게 될 위대하고도 놀라운 한 사람의 삶이. 만약 작은 것이나 큰 것이나 똑같이 무한하다면, 어떻게 작은 것을 작다고 하고 큰 것을 크다고 할 수 있을까?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그 둘을 구별짓지 않는다. 한 사람만으로도 벅차다. 한 사람 안에 모든 것이 있으므로. 그 안에서 길을 잃고 헤맬 만큼.”

ㅡ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윌리엄 포크너는 작가의 의무란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작품을 끝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 훌륭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완성작에 절대로 만족하면 안 된다고도 했다. 하지만 포크너는 완성되지 않은 작품은 작가의 뇌리를 떠나지 않고 괴롭히므로 작품을 완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포크너는 스스로 정해놓은 기준에 도달했는지 어떻게 아느냐는 질문에 자신의 작품을 판단하는 객관성은 자신을 속이지 않는 솔직함, 용기와 더불어 작가에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는 어떤 작품도 자신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포크너에게 가장 큰 어려움을 안긴 소설은 《소리와 분노》였다. 다섯 번이나 따로 써야만 했던 작품이었다.”

루이즈 디살보 『최고의 작가들은 어떻게 글을 쓰는가』

 

 

"어쩌면 내가 쓴 모든 것은 사물과 현상에 대한 당혹감이라는 핵심 주제에 관한 은유이거나 변용에 불과한 것인지도 몰라요. 이 경우에는 철학과 시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둘 다 같은 종류의 당혹감을 나타내니까요. 철학의 경우에는 답이 논리적인 방식으로 주어지고 시의 경우에는 비유를 사용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죠."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 윌리스 반스톤 『보르헤스의 말』

 

 

“점점 더 영문을 알 수 없는 사람이 되어가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마침내는 전혀 영문을 알 수 없는 사람이 되어도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아무 이유 없이, 괜히 농장 구석에 도랑을 하나 파, 누가 뭘 하고 있는지 물으면 보다시피 땅을 파고 있다고 하고, 뭘 파고 있는지 물으면 지금 파고 있는 것이 뭘로 보이는지는 모르겠지만 도랑을 파고 있다고 하고, 누가 왜 도랑을 파는지 물으면 쓸데없이 파고 있다고 하거나 대답을 못 할 수도 있을 것이었다. 이 넓은 텍사스에 아무 이유 없이, 괜히 도랑을 파는 사람 하나 정도는 있어도 되지 않겠느냐는 말은 안 해도 좋을 것이었다. 그리고 어디에서 뭘 하건 뭔가 스스로도 설명할 수 없고, 말이 안 되는 것을 하나쯤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느냐는 말 역시 안 해도 좋을 것이었다.”

정영문 『강물에 떠내려가는 7인의 사무라이』

 

 

“장의사 인부가 뼈를 추려 곱게 갈아서 어머니의 마지막 유해를 철제 상자에 담았다. 나는 두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았다. 기차가 스위스와 오스트리아에서 킬로그램당 1코루나에 팔릴 굉장한 화물을 싣고 떠났을 때처럼. 그 순간 머릿속에는 칼 샌드버그의 시구만 맴돌았다. 사람에게서 남는 건 성냥 한 갑을 만들 만큼의 인燐과, 사형수 한 명을 목매달 못 정도 되는 철이 전부라는.”

보후밀 흐라발 『너무 시끄러운 고독』

 

 

“아이는 무無에서 와서, 형태를 띠고, 사랑을 받고, 언제든 무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어. / 다만 그렇게 빨리 돌아갈 거란 생각을 못했던 거지. / 아니면 우리보다 먼저 돌아갈 거라는 생각을. / 덧없는 두 일시성이 서로에게 감정을 가지게 된 거야. / 잠깐 피어오른 연기 두 개가 서로 좋아하게 된 거지. / 나는 아이가 견고한 것이라고 착각했고, 이제 그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어. / 나는 안정적이지 않고 메리는 안정적이지 않고 여기 이 건물과 묘석들은 안정적이지 않고 큰 도시는 안정적이지 않고 넓은 세상은 안정적이지 않아. 모두 변하고, 지금도 변하고 있어, 매 순간. / (위로가 돼?) 아니.”

조지 손더스 『바르도의 링컨』

 

 

“누군가 흙이 드러난 자그마한 동그라미 하나를 보게 될 것이다 그 옆에 작은 돌멩이 하나가 돌멩이만큼의 눈을 짊어진 채 놓여 있을 것이다 바로 거기에서부터 시작된 거대한 곡선 하나가 저 멀리 지붕들 위로 휘어져가는 것을 나는 고개를 돌려가며 영원히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김소연 『i에게』, 「동그란 흙」

 

 

“우리는 빗방울만큼 떨어져 있다 오른뺨에 왼손을 대고 싶어져 마음은 무럭무럭 자라난다 둘이 앉아 있는 사정이 창문에 어려 있다 떠올라 가라앉지 않는, 生前의 감정 이런 일은 헐거운 장갑 같아서 나는 사랑하고 당신은 말이 없다”

유희경 『오늘 아침 단어』, 「내일, 내일」

 

 

 

 

 

 

 

 

 

 

 

 

 

 

 

 

 

 

 

 

 

 

 

 

 

 

 

 

 

 

 

“르나르의 사주를 받아쓴 그의 증언은 내 책상 위에 펼쳐진 채로 있었다. 상투적인 가톨릭 신자의 말투를 읽으면서 나는 그가 정말로 불가사의하다는 생각을 했다. 〈진위를 결정할 수 없다는〉 수학적인 의미에서 정말 신비스럽다는 생각을…….
그가 다른 사람들에게 연극을 하고 있지 않다는 건 확신한다. 하지만 그 안에 있는 거짓말쟁이가 그에게 연극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그리스도가 그의 마음속에 찾아올 때, 그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이 그의 뺨에 눈물을 흘리게 할 때, 그것은 여전히 그를 속이고 있는 적이 아닌가?
이 이야기를 글로 써내는 일은 죄악이나 기도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엠마뉘엘 카레르 『적』

 

 

“「저는 진짜 이런 전단들만 보면 미칠 것 같아요. 지금, 사실 당신은 수많은 전단들 중 하나만 보고 있는 거요. 그리고 아직 그 꼬마를 찾을 희망이라도 있는 상태지요. 그런데 헌병대에 가면 완전히 한 벽보판 전체에 이런 전단들이 붙어 있어요. 개중에는 벌써 몇 년이나 지난 것들도 있어요. 3년, 5년, 10년 된 것들도 있어요. 처음에는 찾아보다가 나중에 가서는 어쩔 수 없이 찾는 걸 중단하게 되지요. 우리도 전혀 어떻게 됐는지 모르고 실종된 아이의 부모도 몰라요. 아마도 부모들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겠지요. 적어도 항상 그 일이 부모들 머릿속에서 떠나지는 않겠지요. 한번 생각해 보셨어요? 이런 일이 생기면 달리 무슨 생각을 할 수 있겠어요?」”

엠마뉘엘 카레르 『겨울 아이』

 

 

인류의 친구를 자처하면서 입으로는 선의와 연민을 부르짖는 다수의 사람들이 실제로는 평생 악인의 이미지를 만들며 살아온 리모노프보다 더 이기적이고 무심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 대목에서 덧붙이는 사족 하나. 그는 조국을 떠나기 전에 〈다른 시인들〉의 시들을 모아 자기 손으로 장정까지 해서 서른 권의 시집을 만들었다. 그가 한번 지나가는 말로 던졌듯이, 〈타인에 대한 관심이 내 인생 계획의 일부〉이기 때문이었다.”

엠마뉘엘 카레르 『리모노프』

 

 

“피에르 카제나브는 암 환자 치료의 목적이 바로 이 해묵은 고통을 발견하고 인식하는 데 있다고, 최소한 그 고통만은 완전히 치유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물론 환자가 죽지 않는 건 아니다. 하지만, 환자들의 병은 고쳐 놓고 정작 죽음은 막지 못한다고 의사들을 비웃었던 몰리에르와, 온전히 살아 있는 상태로 죽음을 맞는 은총을 허락해 달라고 신에게 빌었던 영국의 위대한 정신분석가 위니콧 사이에서, 피에르 카제나브는 명백히 위니콧의 편에 서 있다. 카제나브에게 환자란 자신의 병을 우연한 참변이 아니라 자신만의 사적인 진실로, 자기 역사의 어두운 결과물로, 자신이 겪은 불행과 삶에 대한 당혹감의 마지막 표현으로 인식하는 사람이다. 이런 환자(본인도 이런 환자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피에르 카제나브는 말한다)는, 유아기의 나르시시즘 형성 과정에서 틈이 발생한 사람이다. 인성의 원초적 핵에 깊은 균열이 생긴 사람인 것이다. 세상에는 두 부류의 인간이, 수시로 허공으로 떨어지는 꿈을 꾸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두 번째 범주에 속하는 사람들은 지지대에, 그것도 아주 튼튼한 지지대에 의지하고, 단단한 땅에 발을 붙이고서 확신에 찬 걸음을 내딛는 사람들이다. 반면에 첫 번째 범주의 사람들은 평생 현기증, 불안, 그리고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느낌에 시달린다. 이런 유아기적 병은 성인이 된 후에도 오랫동안 슬그머니 진행되다가 본인이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우울증의 형태로 나타나고, 결국에는 암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까, 암이라는 사실은 놀랍지 않고, 낯설지 않다. 암이 바로 자기 자신이란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미 벌어진 일을, 일평생 두려워하면서 살았던 것이다. 이런 비극을 경험하고도, 당연히, 잊고 살았던 사람들은 불치병을 통고받는 순간 그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현재의 비극이 과거의 비극까지 되살려 결국 원인을 알 수 없는 극단적인 심리적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이때 나타나는 공황 상태를 피에르 카제나브는 한 번 존재해 보지도 못하고 어느 날 갑자기 사형 선고를 받은, 자아 깊숙한 곳에 있는 은밀한 존재의, 절망에 찬 소스라침이라고 분석했다. 존재한다는 느낌을 항상 갖고 살던 이들에게도 죽음의 통고는 슬프고, 잔인하고, 부당하다. 하지만 이들은 죽음을 섭리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렇지만, 내면 깊숙이, 늘 실제로 존재하지 못한다는 느낌으로 살아온 이들은 어떨까? 카제나브는 이들에게 병을, 임박한 죽음까지도 실제로 존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삼으라고 조언한다. 그는 아리송하면서도 가슴 미어지는 셀린의 글을 인용한다. <우리가 인생을 통해 찾고 있는 것은 어쩌면 이것일지도 모른다. 이것뿐일지도 모른다. 죽음을 앞두고서야 비로소 자기 자신이 된다는 한량없는 슬픔.>”

ㅡ  엠마뉘엘 카레르 『나 아닌 다른 삶』

 

 

"하지만 사람들은 믿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다. 그들은 교회에 가면 매 구절이 건전한 상식에 대한 모독이라 할 수 있는 사도 신경을 암송하며, 또 그들이 잘 이해한다고 여겨지는 프랑스어로 암송한다. 내가 꼬마였을 때 일요일마다 나를 미사에 데려가던 아버지는 사도 신경이 더 이상 라틴어로 되어 있지 않음을 아쉬워했다. 그것은 그분의 복고적 성향 때문이기도 했고, 동시에 ─ 난 그분이 한 말을 기억한다 ─ 〈라틴어로는 이게 그렇게 멍청하게 느껴지지가 않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다음처럼 말하며 안심해 볼 수 있다. 사람들은 그것을 믿지 않아. 더 이상 산타클로스를 믿지 않듯이 말이야. 그것은 하나의 유산, 그들이 애착하는 오래되고도 아름다운 관습들 중 일부일 뿐이다. 그들은 이것들을 계속해 나가면서 자신들이 성당들과 바흐의 음악이 나온 자랑스러운 정신과 연결되어 있음을 선언하는 것이다. 그들이 이 사도 신경을 읊조리는 것은 그것이 하나의 관습이기 때문이다. 일요일 아침에 미사를 대신하여 요가 수업을 듣는 우리 보보스족들이 요가를 시작하기 전에 사범을 따라 만트라를 읊조리듯이 말이다. 하지만 이 만트라에도 제때 비가 내리고, 모든 이들이 평화롭게 살기를 비는 구절들이 있고, 이것들도 종교적 기원(祈願)이라 볼 수 있겠지만, 적어도 이성에 어긋나지는 않으며, 이것이 기독교와의 뚜렷한 차이점이다. 그렇긴 해도 신자들 중에는 말씀에 신경 쓰지 않고 음악만을 편안히 즐기는 사람들이 있는 한편, 또 말씀에 대해 충분히 숙고해 보고 나서, 그것의 불합리한 점들을 충분히 알면서도, 확신을 가지고서 말씀을 전하는 이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만일 우리가 그들에게 물어본다면, 그들은 2천 년 전에 처녀의 몸에서 태어난 한 유대인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후 사흘 만에 다시 부활했으며, 그가 산 자들과 죽은 자들을 심판하기 위해 다시 오실 거라는 것을 자신은 정말로 믿는다고 대답할 것이다. 또 자신은 이 사건들을 자기 삶의 정중앙에 위치시킨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렇다, 이건 정말 희한한 일이다."

엠마뉘엘 카레르 『왕국』

 

 

가장 나쁜 것은, 그가 갇혀 있으면 갇혀 있을수록 빠져나갈 가능성은 점점 적어진다는 사실이었다. 사람들은 그에게 익숙해져 갔다. 사람들은 이제 이곳에 갇혀 있는 모습 말고 다른 모습으로는 그를 상상하지 못했다. 그의 턱수염, 창백한 안색, 쑥 들어간 뺨, 눈 밑에 푹 꺼진 자국, 덫에 걸린 짐승 같은 그 시선은 차츰차츰 사람들로 하여금 그를 원래 이런 운명에 처할 만한 인간으로 보게끔 만들었다. 엉망이 된 몰골과 낙담한 표정과 뒹굴고 있는 게으른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저런 인간은 불운을 당해도 싸다고 혼잣말을 했다. 마치 그의 자리는 언제나, 그리고 영원히 이 엘리베이터 안인 것 같았다. 사람들은 그가 거기서 태어났다는 인상마저 받게 되었다.”
앙리 프레데릭 블랑 『저물녘 맹수들의 싸움』

 

 

“너의 실존에 종말을 고하는 대신 차라리 너 자신이기를 멈추고 다른 사람이 되어보는 건 어떠냐”

외이뒤르 아바 올라프스도티르 『호텔 사일런스』 

 

 

“사람으로 맞이하지 않아도 좋았을 날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박준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사물 내면의 유일한 의미는 / 그것들에 내면의 의미 따위는 없다는 것뿐."

페르난두 페소아 『시는 내가 홀로 있는 방식』, 알베르투 카에이루 「양 떼를 지키는 사람」

 

 

"이명들은 정체성이라는 개념에 끊임없이 저항한다. 정체성이란 일관되고 변치 않는, 말 그대로 ‘정체된’ 어떤 존재를 전제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기만의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을 갖기 쉬운데, 그런 일념으로 정체성을 추구하다 보면 자신을 고정된 틀 속에 가두고 다른 가능성과 욕구들은 부정하는 방향으로 흐르기 쉽다. 한마디로 정체성 추구는 통제와 배제의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서로 모순되고 충돌하는 존재의 잠재태들은 이 과정에서 억압되기 마련이다. 반면 이명의 사용은 우리 안의 무한한 복수성을 적극 긍정하면서 ‘단 한 명의 나’에 갇힐 뻔한 ‘다양한 나들’을 해방시킨다."

김한민 『페소아』

 

 

“나는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현실에도, 그날 아침에 찍은 사진에도 더 이상 머물러 있지 않다. 사진을 읽는 것은 내 기억이 아니다. 나의 상상력이다.”

아니 에르노 , 마크 마리 『사진의 용도』

 

“이야기 내용이 지리멸렬했어도 결론이나 요점을 한마디로 정리해주면 상대방은 전체 이야기를 이해한 듯 느낀다.”

ㅡ  나이토 요시히토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 대화법』

 

 

"할 일을 미루는 것과 휴식을 취하는 걸 혼동하면 안 된다. 휴식은 에너지를 충전해주지만 미루기는 에너지를 소모한다."

페르트 루드비크 『미루는 습관을 이기는 작은 책』

 

 

"전후 일본은 경제 성장을 목표로 달려왔습니다. 그것을 전제로 개인의 정체성도 형성되어왔지요. 어떤 사람에게 그것은 ‘출세의 인생 게임’이었는지도, 또 어떤 사람에게는 ‘사회 변혁’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나마 1970년대까지는 효력을 발휘했던 그런 ‘이야기’들은 1980년대 들어 급속히 리얼리티를 잃게 됩니다. 생활수준이 전반적으로 올라가면서 자신이 어떤 사회 집단에 속하는가, 무엇을 보람으로 삼아 살아야 하는가가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세상의 가치 체계가 흔들리면 문학도 사상도 교양도 흔들리게 됩니다. 그 틈을 메꾸는 형태등장한 것이 1980년대의 ‘문단 아이돌’이 아니었을까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은 비평의 오타쿠화, 게임화를 부추겼고 다와라 마치와 요시모토 바나나는 그때까지 ‘여자아이 전용’이었던 J포엠과 소녀 문학의 흐름을 문학계의 공식 무대에 올림으로써 여자아이들의 문화를 경시했던 ‘문단 마을의 아저씨’들에게 신선한 감동을 주었습니다.1980년대에 일시적으로 페미니즘의 기세가 높아진 것도 어쩌면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가시적 계층(포스트 계급?)으로서 남녀 간의 격차가 ‘발견’된 탓인지도 모릅니다. 따지고 보면 하야시 마리코와 우에노 지즈코는 고도 경제 성장기의 남성 역할을 몸소 실천했던 존재였습니다. 출세 인생 게임 vs 사회 변혁. 체제파 vs 반체제파. 대중 vs 지식인. 게다가 두 사람 모두 파워풀한 데다 노악(露惡) 취미가 있습니다. 많은 여자들을 격려하는 한편 반감도 샀던 까닭은 한 시대 전의 남성 캐리커처를 여성이 연기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사이토 미나코 『문단 아이돌론』

 

 

"어떤 사회적 상황에서 강렬한 감정이 일어날 때 어떻게 생긴 감정인지 정확히 집어내지 못한다면, 주위 사람들에게서 받아들인 감정일 가능성이 크다. 그와 반대도 마찬가지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남에게 감정을 나눠줄 가능성도 크다.

심리학에서는 사람들에게 일부러 어떤 구체적인 감정을 표현하게 함으로써 의식 차원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 토론토 대학교에서 직장 내 행동을 연구하는 스테판 코테Stéphane Côté는 이렇게 하는 아주 효과적인 방법 가운데 ‘깊은 행동deep act’이 있다고 말한다. 깊은 행동에는 과거의 경험에서 진정한 감정을 느꼈던 상황을 떠올리는 방법이 있다. 메소드 연기를 하는 배우들이 자기 나름의 감정으로 인물에 몰입할 때 쓰는 기법과 비슷하다. 따라서 자신감 넘치고 긍정적인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면 새 직장에 지원해서 합격했거나 뜻밖의 순간에 친구가 칭찬해주었거나 학교에서 상을 탔던 기억을 떠올려보라. 양보하는 태도를 보여주고 싶다면 관심 있는 누군가와 마음 깊이 공감하면서 나눈 대화를 떠올려보라."

ㅡ 마이클 본드 『타인의 영향력』

 

"내가 진화에 관한 책을 쓴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므로, 이 책은 어디가 특별한지 설명할 필요가 있겠다. 이 책은 나의 잃어버린 고리다. 《이기적 유전자》와 《확장된 표현형》은 ‘자연선택’이라는 친숙한 이론을 낯설게 바라보는 시각을 "제안한 책들로, 진화의 증거 자체를 논하지는 않았다.

다음 세 권의 책은 진화에 대한 이해를 가로막는 주된 장애물들이 무엇인지 파악한 뒤,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그것들을 해결하는 데 집중했다. 《눈먼 시계공》, 《에덴의 강》, 《불가능의 산을 오르다(Climbing Mount Improbable)》(셋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다)[2]를 통해서는, 가령 ‘절반의 눈이 무슨 소용일까’, ‘절반의 날개가 무슨 소용일까’, ‘대부분의 돌연변이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어떻게 자연선택이 작동할까’ 같은 질문들에 대답했다. 나는 이 세 책을 통해 거치적거리는 장애물들을 치워냈으나, 이번에도 진화가 사실이라는 실제 증거를 소개하지는 않았다.

가장 두꺼운 책인 《조상 이야기》는 마치 초서(Chaucer)풍의 성지순례처럼, "우리 선조를 찾아 시간을 거슬러가며 생명의 역사 전 과정을 펼쳐 보였지만, 역시나 진화가 사실이라는 점은 전제로 깔고 이야기했다.

내가 내 책들을 돌이켜보니, 진화의 증거 자체를 명확하게 제공한 대목은 어디에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심각한 빈틈을 메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9년은 마침 알맞은 시기인 듯했다. 다윈 탄생 200주년인 데다가 《종의 기원》 출간 150주년이니 말이다."

리처드 도킨스 『지상 최대의 쇼』

 

 

 

※ 하태완 『모든 순간이 너였다』 는 옮길 문장이 전혀 없었다. 올해의 책 순위에 올라간 게 정말 이해 안 되는 책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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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8-12-15 07: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레이아웃이라고나 할까요. 디자인적 측면에서 볼 때 알라딘계가 가장 우아한 서재입니다.

AgalmA 2018-12-16 22:10   좋아요 0 | URL
모든 인터넷 서점을 이용하고 있지 않아 다 비교하며 말할 수는 없지만 알라딘 서재가 블로거의 개성을 표현하기 좋다는 뜻에는 동감입니다^^

2018-12-15 14: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8-12-16 22:14   좋아요 0 | URL
알라디너들 다들 한 독서 하시잖아요ㅎ 오픈하며 글쓰는 분들만 해도 이 정도는^^;
하루에 한 권 완독일 때도 있지만 여러 권을 겹쳐 읽는 스타일이라 달력에 올라간 날짜엔 완독이 끝난 시점입니다. 재독이어서 이미지가 중복되는 것이 있는 것도 그래서고요^^; 완독이 안 되어 달력에 못 올리는 책들이 더 속쓰리네요ㅜㅜ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북다이제스터 2018-12-17 22: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글들은 어느 날 하루 날 잡고 되새김질 하며 천천히 꼭 반드시 읽어야 할 글들인 것 같습니다. 섣부르지 않게요...^^

AgalmA 2018-12-19 07:14   좋아요 2 | URL
북다이제스터님과는 스타일이 다른 정성이죠ㅎ; 양이 많다 보니 핵심을 추린 책 평가를 하기는 시간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어렵고 제겐 이게 최선^^;

닷슈 2018-12-17 21: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건 정말 대단합니다

AgalmA 2018-12-19 07:15   좋아요 1 | URL
제가 좀 곰 스타일이라 이런 미련한 짓을 좀 합니다-.-;;; 감사합니다(꾸벅)

여름숲 2019-01-12 13: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행인)인데요~와 대단한 정성입니다. 저도 요런거 무지 좋아합니다^^ 시집을 빠뜨리지 않고 열심히 읽으시는 것이 유독 눈에 들어오네요. 저도 시집을 많이 읽는지라 반가운 표지들이었구요. 보다보니 10월엔 시집을 안(못) 올리셨네(안 읽으셨을까?) 했어요. ^^잘보고갑니다~

AgalmA 2019-08-28 01:45   좋아요 1 | URL
댓글을 간혹 놓치는데 이제서야 봤네요^^;
시집이나 에세이는 중간중간 쉬어가는 타이밍으로 읽을 때가 많은데요. 그러다보니 완독을 못 하고 넘어갈 때가 많아서 카운트에선 종종 빠져요^^;; 그러나 매달 시집은 비타민처럼 챙겨 읽습니다.
시집 좋아하신다니 반갑습니다♡

종이달 2022-09-01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마지막 책 지름은 없다. 살아 있는 한


내가 죽을 때도 어디선가 책이 내게 오고 있을 거란 생각을 합니다. 물론 굿즈도 함께-ㅅ-;
민음북클럽 온라인 패밀리데이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이 겨울엔 반가운 칼비노를 한 보따리 들였습니다ㅎ 
택배 박스도 『이탈로 칼비노 전집』 맞춤이넹ㅎㅎ!

우중충한 일상을 밝혀주는 그야말로 보석 같은 책~
민음사 책 살만한 건 어지간히 샀고 구매할 수 있는 행사 책 범위가 매우 협소해서 지나치려 했다가 최근 『우주만화』 보완한 『모든 우주만화』가 나와서 칼비노를 새로 다 읽어보기로 결심. 내년 독서 계획!
『모든 우주만화』 내고 『우주만화』 절판시켰던데 세트를 이런 식으로 내는 건 굉장히 error
좋아하는 작가 이탈로 칼비노 전집이니까 참습니다.
좋아라 하는 『보이지 않는 도시들』 표지가 황금색이라 아, 눈부신 자태에 현기증~~ 세계문학전집으로 가지고 있는 건 팔아야겠습니다ㅋㅋ 여러 판본의 『우주만화』도 이미 내놨습니다.
책으로 교양과 인테리어를 다 잡겠다ㅋㅋ!
양장본의 위엄! 세트의 위엄! 매우 위엄하구나!

 

 

 

 

 

 

 

 

 

 

 

 

 

 

 

 

 

 

● 혼자 놀기의 달인 - 보라 도서를 찾아라

 

하나하나가 작은 나무 같은 이파리들은ㅡ여기서 프랙털 이론을 말하면 감성 떨어지므로 넘어가자ㅡ 항상 마음을 설레게 해. 간신히 붙어있던 잎도 다 떨어지고 마는 겨울엔 더 그렇지.
허브 잎으로 엽서 리폼 후 오랜만에 책놀이 발동ㅋ
보라 도서를 찾아보았다. 생각보다 별로 없네😑 이러다 나중에 또 발견하고 우쒸~ 하겠지. 벌써 강렬한 보랏빛의 프로이트 『문명 속의 불만』을 발견하고 아차!


 

 

 

 

 

 

 

 

 

 

 

 

 

 

 

 

 

 

 

 

 

 

 

 

 

 

 

 

김상욱 『떨림과 울림』 데스크매트 멋지죠^^!

 

● 겨울밤엔 이런 책 - 김상욱 『떨림과 울림』

 

오, 2018 올해의 책 순위권에 들어가도 손색없을 책.
별 ★★★★ 주고 들어갑니다. 다 읽고 별 다섯 다 줄지 판단하겠습니다.
철학적이면서 문학적이기도 한 물리학 책. 비유력은 좀 떨어지지만(p54 '로미오와 줄리엣과 이몽룡과 성춘향' 비교, p64 '호랑이' 형상) 쉽게 전달하는 건 장점입니다.
부산 편 2에서 예술 애호를 피력했던 게 이해가 됩니다. 대단히 감수성이 풍부한 물리학자.
알쓸신잡 3에서 말했던 내용들도 속속 나오고 있네요ㅎ
미터법 기준, 빅뱅이론에서 허블 vs 조르주 르메르트 얘기, 스티븐 호킹 명언 "만약 우리가 (우주가 왜 존재하는가 하는) 물음의 답을 발견한다면 그것은 인간 이성의 최종적인 승리가 될 것이다. 그때에야 비로소 우리는 신의 마음을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시간의 역사』 마지막 문장) 등등

과학적 사고를 마치 사유의 침략자처럼 취급하는 건 대단히 보수적인 태도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다윈의 『종의 기원』을 인간 모독으로 여겼던 것과 같이. 창조론자만이 그런 게 아니었잖아요. 우리는 150년 전 겨우 빛이 무엇인지 파악했습니다. 물리학의 발전에 따라 시공간의 개념도 완전히 바뀌었고요.
과학적 사고는 인간 사유가 나아가는 진화적 양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더욱 그렇게 될 것이고요. 아웅다웅 한들 우리 모두는 원자로 흩어질 존재에 지나지 않겠지만.

 

어두운 겨울밤 이 책과 함께 존재의 떨림과 울림을 느껴 보시길.


"인간은 울림이다. 우리는 주변에 존재하는 수많은 떨림에 울림으로 반응한다."

 


※ 커버도 그냥 종이가 아니라 가죽처럼 탄력성이 있어서 촉감 참 좋군요~ 신경 진짜 많이 쓴 티가 남ㅋ

 

 

 

 

 

 

 

 

 

● 책 유혹은 어디에나 있는데 안 읽을 수 있나. 그럴 수가!


알쓸신잡 3에서 김영하 작가가 유시민 작가에게 엠마뉘엘 카레르 『왕국』 선물한 게 방아쇠가 돼 어째 제가 카레르 전작 읽기를 하고 있습니다ㅎ

 『적』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다양한 시점과 정확하고 간결한 문체가 인상적입니다.『리모노프』도 읽으니 카레르의 특징과 탁월함이 더 잘 느껴집니다. 실화와 실존인물을 재구성함으로써 '문학의 종말' 소리 꺼져라! 하는 듯한ㅎ! 르포를 살린 글쓰기 때문에 조지 오웰과 비견되던데 그럴 만합니다. 그런가 하면『겨울 아이』는 살인과 몽상의 소나타 이중주를 보여주는 탁월한 소설입니다. 이 작가 재능과 인간 심리 탐구에 탄복하며 더더 열심히 읽게 됩니다. 읽어볼 책이 아직 많은 작가라 행복한 겨울입니다.

 

 

 

 

 

 

 

 

 

 

 

● 20년 전 1일 1사진

 

텍스트에 둘러싸여 즐겁냐고요. 아니오.
롤랑 바르트 『텍스트의 즐거움』 기록을 찾다가 『롤랑 바르트가 쓴 롤랑바르트』만 발견했다.

"나는 모순적이 아니라, 분산된다"

언제 봐도 롤랑 바르트는 참 말 잘해.


"우리는 우리이고, 늘 우리이면서, 한순간이라도 동일하지 않기 때문에, 모든 것이 우리들 안에서 생겨났다."
- diderot 「헬베시우스의 반박」

그리고 더 많은 발견.

20년 전에도 매일매일 미칠 듯이 찾았고 찍었고 기록했다.
아직도 나도 다른 사람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게 새삼스럽지도 않다. 우린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니까. 우린 어쩜 이렇게 비슷할까.


BGM은 신해철 <50년 후의 내 모습>

상상 가능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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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8-12-05 16: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멋져요! 이탈로 칼비노 전집이라니요!! 밥 안 먹어도 배부르고 몇일은 커피도 끊을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느낌...
맞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김상욱의 책은 저도 한 권 읽었는데, 얼른 <떨림과울림> 읽고 싶어요.
AgalmA님 올해의 책 순위에 들 책이라니 그냥 보낼 수가 없네요.

AgalmA 2018-12-15 00:40   좋아요 0 | URL
이렇게 세트 하나 지르면 배부를 거 같지만 바로 라면도 먹고 또 책을 사고 그러고 있지요;;;
딱히 제 올해의 책이라기보다 서점에서 연말에 진행하는 올해의 책 순위에 들어도 좋을 책이라는 뜻이었습니다. 함량 미달의 책이 늘 20~30% 보이는데 그런 책보다는 이런 책이 훨씬 유익하죠!

곰곰생각하는발 2018-12-05 16: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을거리와 볼거리의 화려한 조화.. 이달의 페이퍼로 추천합니다아..

AgalmA 2018-12-15 00:41   좋아요 0 | URL
그...그렇습니까; 다 제가 즐기기 위해서 하는 거죠 뭐^^; 가끔 혼자놀기도 지나치다 싶고ㅜㅜ;;;

2018-12-12 1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15 0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15 1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16 2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17 16: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17 2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17 2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19 07: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 1일 1사진 - 아직 빛이 있을 때 더 방황하리

 

예쁜 알폰스 무하 봉투에 시집을 담아 산책.
숲에서 읽는 문장은 더 아름답고 깊다.
톡톡 수면을 건드리는 물고기들은 물속 시어(詩語)

 

 

 

 

 

 

 

● 1일 1그림 - 실패를 아는 그림

 

매일 먹고사니즘 그림은 그리지만 내 그림은 한동안 그리지 않았던 터라 감각이 또 무뎌진 걸 느꼈다. 그리는 내내 그랬다. 치즈케이크를 예쁘게 자를 수 없었듯 그랬다. 돌이켜보면 매일 읽으면서 매일 내 그림을 그리지 않은 건 부끄러운 일이었다. 매일 읽으면서 매일 내 글을 쓰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커피가 쓰다.

"버지니아 울프는 보통 오전 10시에서 오후 12시 30분이나 1시까지 2시간 30분~3시간을 방해받지 않고 글을 썼다. 그렇다면 과연 그녀는 하루에 1천 자를 썼을까, 2천 자를 썼을까? 1926년 5월 9일자 《등대로》의 초고를 살펴보니 약 535자를 썼고, 그중 73자에 줄을 그어 삭제했다. 그러니 하루에 쓴 분량은 462자였다. 그녀가 하루에 3시간 동안 글을 쓴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삭제한 부분까지 포함해 하루에 약 178자를 쓴 셈이다. 당시 그녀는 창작 능력이 최고조에 달해 있을 때였다.
ㅡ루이즈 디살보 『최고의 작가들은 어떻게 글을 쓰는가』(예문아카이브)

 

※ 오류 지적 : 하루에 178자를 쓴 게 아니라 한 시간에 178자를 쓴 것.

 

 

뭐든 쓰다 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생각한다면
, 내가 책을 내면 베스트셀러가 되고 유명 작가가 되리라는 허황 속에 있는 것과 같다. 이 책뿐 아니라 많은 작법서들은 유명 작가들의 재능보다 계획과 노력이 더 중요했다고 말한다. 계획과 노력이 오히려 재능을 키운다. 적어도 작가 되기를 원한다면 내키는 대로 읽고 쓰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취미 생활이라고 위안 삼거나 변명하지 말 것. 자기 내면은 속일 수 없는 법. 꾸준하기 위해선 계획이 절실하다. '빨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제대로'를 위해서. 즉 첫 단추일 거 같은 계획이 완성의 핵심이다.
목표 지향, 난 이게 참 어려워.
오늘도 외계인이 침공하는 꿈을 꿨고 정신없이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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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6 14: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26 14: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 알쓸신잡 3

오늘의 알쓸신잡 명언(※기억에 기반했기에 정확한 워딩은 아님)
“자신의 100%를 쓰지 마라.”(김영하)
“인생에서 반전이 있는 사람이 좋다.”(소크라테스와 원효를 좋아하는 유시민)
“우주의 시작을 알 수 있다면 신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스티븐 호킹의 말을 인용하며 “처음을 알 수 있다면 만물의 지금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김상욱)
    
    
연쇄싸인마 김영하가 속초에서 30년 이상 운영되고 있어 유명한 문우당서림과 동아 서점을 들러 사서 다른 패널에게 선물한 책

김진애에게 - 엘리자 수아 뒤사팽 『속초에서의 겨울』
김상욱에게 - 요시모토 바나나 『바다의 뚜껑』
유시민에게 - 엠마뉘엘 카레르 『왕국』
유희열에게 - 파스칼 키냐르 『음악혐오』

 

 


억))) 『음악혐오』!!! 통영 갔다 온 지가 언젠데 아직도 완독 못한 『음악혐오』가 등장해 왕뜨끔))))
올해 가기 전에 완독할 목록 자동 띠옹~
원효대사 책은 아직 내 수준에는 무리;;
    
책이고 뭐고 양양으로 서핑 배우러 가고 싶다ㅜㅜ!
파도를 보고 또 보며 현재 속에서 충만히 나의 파도를 기다리고 싶다.

지난번 진주 편은 허수경 시인 얘기로 맘을 흔들더니ㅜㅜ

거기다 알쓸신잡 3 너마저 책 좀 완독하라고 독촉을ㅠㅠ

 

 

통영 윤이상 기념관에서(매우 아름다운 곳입니다. 통영 가면 꼭 가세요)

 

 


 ● 도서관 일지

 

내 생일 즈음 책 택배가 늦어 툴툴댔는데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

지난 29일 오후 10시쯤 대전 대덕구 문평동 CJ대한통운 물류센터에서 A(57)씨가 몰던 트레일러에 B(34)씨가 치였다.
B씨는 CJ대한통운의 하청업체와 계약한 일용직 노동자로 택배 상차 작업 마무리 후 컨테이너 문을 닫는 과정에서 택배 물건을 싣고자 후진하던 트레일러에 끼였다. 
B씨는 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30일 오후 6시 20분쯤 끝내 숨졌다.
사고가 난 물류센터는 지난 8월 아르바이트하던 20대 대학생이 감전돼 끝내 숨진 곳으로 사망사고가 난 지 3개월도 안 돼 또다시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출처 : http://www.nocutnews.co.kr/news/5053509]

 

내가 도덕을 그것도 기원을 찾아보는 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우리는 각자 이토록 고독한데도 우리로 사는 법을 배우지만... 조금만 현실을 놓쳐도...

보르헤스는 "나의 모든 시도가 쓸데없으리란 것을 알지만, 기쁨은 해답이 아니라 수수께끼에" 있다고 했다.
허수경 시인의 첫 시집은 도서관에 없었다. 찾아야 하는 수수께끼처럼.

검은 얼룩 고양이가 내 앞을 가로질러 갔다. 가로지르는 것들은 짜릿하다. 마크 로스코의 유작 「Untitled」(1970)의 붉은 가로지름이 나는 슬프지 않았다. 평생 기쁨의 수수께끼를 찾는 이들이여.
가을이 사방을 가로지르고 나는 어디를 가로지르고 있는가.
멈추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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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8-11-10 0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통영알리미 AgalmA님께서 ‘알쓸신잡‘에 대한 팬심을 이번 글에서 아낌없이 보여주셨네요. ㅋㅋ

AgalmA 2018-11-10 04:19   좋아요 1 | URL
많고 많은 시청자 중 하나죠^^; 요즘 이상하게 방황 중인데 알쓸신잡 여행기를 보며 더 발동이 걸리려고 해서 흑흑)))

겨울호랑이 2018-11-10 05:17   좋아요 1 | URL
^^:) AgalmA님께서 가을을 타시나봐요. 갑자기 추워지면서 겨울보다 더 스산해지는 것을 보면 저도 조금은 그런것 같기도 하네요...

단발머리 2018-11-10 1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갈마님~~ 김영하 어록이 어제밤편의 어록일까요? 항상 재방송을 보는 1인이라서요 ㅎㅎㅎㅎㅎ 통영사진 너무 좋네요.
저도 기회되면 가보고 싶어요^^

AgalmA 2018-11-10 16:20   좋아요 0 | URL
네 이번 [속초, 고성, 양양 편] ^^ 김영하는 언제나 빛나는 촌철살인 멘트를♥
통영 정말정말 좋죠. 어느 계절을 가도~

북다이제스터 2018-11-10 11: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해 가시 전 완독할 독서 목록은 점차 쌓이고... 올해도 정말 얼마 안 남았어요. ㅠ

AgalmA 2018-11-10 16:20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흑흑)))

suegraphic 2018-11-12 02: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알쓸신잡 fan일인이예요. 저 구절들을 저도 생각했었는데 ㅎㅎ

AgalmA 2018-11-14 03:47   좋아요 1 | URL
이번 주는 부산이라는데 기대됩니다^^
 

 

 

● 오늘의 코디 - 블루

블루 후드 가디건, 블루 체크 머플러, 헤르타 뮐러 매듭 에코백도 챙겼으나 오늘 메인은 이질바퀴 씨의 핸드메이드 티셔츠🎽
이질바퀴 씨 캐릭터 좋아하는데 요즘은 어떤 작업을 하고 계시나 모르겠네. 관심사가 넓으니 무심하게 되기가 쉽다ㅜㅜ;

맘 같아선 블루 컵도 맞춰서 들고 다니고 싶지만 참자; 아니, 사실은 안 참았지. 테이크아웃 컵에 블루 줄무늬가 들어간 파리바게트 아메리카노를ㅋ 버스 환승 안 놓치려다가 커피 쏟아 앗, 뜨거 슬랩스틱도ʕ-ᴥ-ʔ
무엇보다 코디의 완성은 책이지!

 "마치 그때까지 사랑한 순간의 흔적을 사진으로 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더 이상 그렇지 않게 된 것처럼 무언가를 더 필요로 했고, 그것이 글이었다."

ㅡ 아니 에르노 & 마크 마리 『사진의 용도』

나의 이 기록들도 저런 의미다.
아무튼 아니 에르노는 리베카 솔닛 좋아하는 분들이 좋아할 문체군요. 어머니와의 관계를 글로 쓴 것도 그렇고.

 

 

 

 

 

 

 

 

 

 

 

 

 

 

 

 

● 오늘의 음악 - 가을이니까, 오늘의 날씨는 실패라서

 
♪ 나이트 오프(Night Off)
[Take A Night Off](2018년 6월, single)
「오늘의 날씨는 실패다」

[우리는 매일매일](2018년 8월, single)
「우리는 매일매일」

[예쁘게 시들어가고 싶어 너와](2018년 10월, single)
「예쁘게 시들어가고 싶어 너와」

언니네 이발관의 이능룡과 못Mot의 이이언의 프로젝트 밴드
2달에 한 번씩 single을 낸다는 기획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윤종신에게서 영향을 받은 건가a 매 곡 퀄리티가 상당한데 이번에 나온  「예쁘게 시들어가고 싶어 너와」는 가을 곡 추천으로 굿~👍

♪ 비오(B.O.) [Stay](2018년 7월, single)
「Stay」
알앤비 베이스로 일렉 기타 조합을 멋지게 구사하는 싱어송라이터
"너 하나 말고 변한 게 없는데도 매일이 낯설기만 한 걸"
가사 크~


 

● 매일매일 발견

나는 허만 멜빌 『모비 딕』이 에드가 앨런 포 『아서 고든 핌의 모험』의 영향을 강력히 받았다고 추측했는데( http://blog.aladin.co.kr/durepos/7624870 ) 이번에 신뢰할 만한 정보를 얻었다.

"허먼 멜빌은 『아서 고든 핌의 모험』을 읽었어요. 그리고 『모비 딕』을 썼지요. 이 책에서 멜빌은 같은 착상을 활용하여, 주홍색이나 검은색이 아닌 흰색을 가장 무섭고 오싹한 색으로 구상했어요. 우리는 『모비 딕』과 『아서 고든 핌의 모험』, 두 책 모두 흰색의 악몽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된답니다."
ㅡ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 윌리스 반스톤 『보르헤스의 말 : 언어의 미로 속에서, 여든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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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08 17: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08 17: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다이제스터 2018-11-08 23: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냥 블루도 좋지만 개인적으론 코발트 블루 넘 좋습니다. 지중해라도 가야 할까요? ㅎㅎ

AgalmA 2018-11-10 00:08   좋아요 0 | URL
코발트 블루는 그림 그리기엔 매우 까다로운 색깔이죠. 강렬한 만큼 조심스럽게 써야 그 맛이 사는! 자칫 싸구려 간판 글자 같은 색이 될 수 있어서; 코발트 블루 좋아하시면 무려 작가 이름이 붙은 이브 클랭(Yves Klein) 블루도 좋아하시겠네요^^

북프리쿠키 2018-11-08 23: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갈마님의 색깔 포스팅은 독보적입니다^^

AgalmA 2018-11-10 00:09   좋아요 0 | URL
앗; 그...그런가요a; 저는 그저 좋아서 하는 짓이라;;; 카...캄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