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 스트라빈스키에게 <봄의 제전>이 탄생하던 때, 에겐 <CHANEL no. 5>가 탄생하고 있었다.

음을 먼저 만나고 악보로 기록하는 스트라빈스키와 천을 먼저 만지고 옷을 만드는 샤넬. 서로의 창작 원리는 곧 수긍할 수 있지만 직접 창작하지 않고는 더 깊이 이해하기 어렵다. 스트라빈스키에게 가족이 있었던 문제보다 이성적인 끌림도 서로의 창작 세계를 뛰어넘지 못하기에 그들은 결국 헤어지게 된 게 아닐까. 그들의 성격이 결국 그러한 예술을 창조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샤넬과 스트라빈스키>의 압권은 <봄의 제전> 초연 때의 무대 상황. 스트라빈스키 음악과 니진스키 안무의 전위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관중의 동요 속에서 여유롭게 지켜보던 샤넬. 이후에 샤넬이 <봄의 제전>을 후원하며 무대의상을 맡았다.         

 

재능을 한창 인정받고 있던 코코 샤넬의 당당함과 재능을 인정받기 전인 스트라빈스키의 고집스러움과 곤궁을 각각 근사하게 보여준 안나 무글라리스와 매즈 미켈슨의 연기 합이 멋진 영화였다.


언젠가 <봄의 제전> 연주를 들으러 가게 된다면 CHANEL no. 5도 함께여야 할 것 같다.
그러나 1921년 탄생한 CHANEL no. 5는 이제 없다. 잔향의 원료인 ‘참나무 이끼‘가 알레르기 유발 등의 이유로 2014년 원료 사용 제한 조치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사랑과 예술향을 멀리서 짐작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CHANEL no. 5의 향이 달라지게 된 것도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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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01-02 09: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샤넬 no.5 라면 마릴린 먼로가 생각나네요^^: 샤넬과 스트라빈스키 이야기를 들으니, 아인슈타인과 이사도라 던컨 이야기를 들은 것만큼 색다른 조합인 것 같아요^^:

AgalmA 2017-01-03 04:29   좋아요 2 | URL
먼로 이야기 너뮤 유명해서 일부러 안했어요ㅎㅎ
20세기 초중반은 에너지로 가득했던 거 같아요. 사랑도 지식도 문화도 대단한 교류 속이었던 듯^^

yureka01 2017-01-02 1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해에도 책으로 혹은 이야기로..블로그가 풍성해지는 시간 되시구요...봄의 제전이라길래 봄이 기다려지네요..ㅎㅎㅎ

AgalmA 2017-01-03 03:5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yureka01님도 2017년 봄 기운 같은 따사롭고 향기로운 에너지 충만하시길^^
날씨가 포근할 땐 봄날씨 같다 싶기도 하더군요. 올 겨울은 그리 춥지 않게 지나가는 거 같아요

cyrus 2017-01-02 13: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봄의 제전>을 듣으면 심장 박동수가 높아져요. 저는 이 노래를 처음 듣었을 때 그 흥분되는 느낌이 너무 좋아었요. ^^

AgalmA 2017-01-03 04:28   좋아요 0 | URL
초연 당시도 대단히 그랬지만 샤넬과 연애하던 당시에 수정 작업을 했던 걸 생각하면 <봄의 제전>의 격정적임에 샤넬의 영향도 있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계란을 던지고 싶어도 귀해서 못 던지게 만든 걸까.


봉쇄선까지 올라갔다. 우리를 마주한 이들의 표정은 여유로웠고 호기심까지 엿보였다. 그들은 누구인가. 국민은 누굴 지칭하는 것인가.
박자가 맞지 않는 구호가 여기저기서 제창되고, 한 사람이 빠져나오면 다른 한 사람이 들어갔다. 그러나 우리들은 빠짐없이 돌아 나와야 했다. 중간에서 흩어진 이들은 어디로 갔는지 알지 못 했다. 파도처럼 밀려갔다 밀려오는 이 흐름.


광화문에서 시청으로 올라갔다. 풍물패의 가락 소리는 뒤로 사라지고 시끄러운 군가 소리가 우리를 맞았다. 자정이 다 되어가는데 태극기를 흔들며 뭐라 말하기 어렵게 도취해 있는 노인들이 가득했다. 촛불을 든 사람들과 태극기를 든 사람들의 대비가 기괴했다. 극악스러운 표정으로 내게 태극기를 창처럼 흔들던 노인을 마주하며 나는 당혹했고 서글픔이 커져 비참했다.
말과 행동을 그렇게 쓰는 것을 보는 절망감. 시간을 가르는 무수한 평행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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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컴맹 2016-12-31 19: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같은 장소에있군요 해피뉴이어

AgalmA 2017-01-01 00:42   좋아요 1 | URL
그랬군요. 서로를 모른 채 많은 사람이 간절한 바람으로 거기 모여 있는 걸 체감할 때마다 많은 생각이 스쳐 갑니다.
21세기컴맹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겨울호랑이 2016-12-31 20: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Agalma님 오늘 광화문에 나가셨군요..^^: 행복한 2016년 마지막 날 되세요 ㅋ

AgalmA 2017-01-01 00:35   좋아요 2 | URL
올해는 책 볼 여유를 끝까지 주지 않네요; 그래서 2017년에 귀가^^;;
어서 기쁜 마음으로 모일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북다이제스터 2016-12-31 21: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날씨 추운데, 따뜻하게 입고 나가셨죠?^^
뜻 깊은 올해 마감이세요.

AgalmA 2017-01-01 01:25   좋아요 1 | URL
오늘 아니 벌써 어제이자 작년이 되어버린 시간...참 포근하더군요.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꾸준히 관심과 행동을 보여 주려는 분들을 보니 힘이 되기도 했습니다.
박근혜 씨 때문에 2017년 첫 날을 길에서 맞았어요. 화난다ㅎ!

yureka01 2016-12-31 22: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해 마무리 의미로운 시간이네요..수고하셨습니다..

AgalmA 2017-01-01 00:40   좋아요 2 | URL
2017년 1월 7일 집회는 벌써 11차가 된다고 하더군요. 1월 9일은 세월호 사건 이후 1000일 되는 날이라고...
1월엔 좋은 결과 나와 새해가 제대로 시작되면 좋겠습니다.

나와같다면 2017-01-01 14: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 약속을 시청앞으로 해서 그들과 마주쳤어요.
‘계엄령을 선포하라‘ ‘군대를 동원하라‘ 광기어린 그들의 외침을 들으며 말할 수 없는 참담함을 느꼈습니다

우리가 승리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AgalmA 2017-01-01 12:41   좋아요 1 | URL
네. 말로 소통할 여지가 전혀 안 보여서 너무 답답했습니다... 이 상황이 해결된다고 해도 다음 상황은 또 어떤 것이 올까 싶으니 그것도 답답.
 

머라이어 캐리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가 왕좌를 차지하기 전까진 조지 마이클이 듀엣으로 데뷔한 WhamLast Chirsmas가 연말 거리를 라디오를 채우는 음악으론 Top이었다. 현실과 비현실 사이를 오가는 배우였던 장국영이 진담과 농담이 혼재해 있는 만우절에 자살한 것처럼 조지 마이클이 자신이 가장 빛나는 날이기도 했던 크리스마스에 사망한 것은 기이한 우연인가 운명인가.

 

 

 

 

 

George Michael의 전성기를 함께 살아온 사람은 누구나 연애 시기에 그의 음악을 들었을 것이다. 솔로여도 들려오는 음악을 막을 수는 없었지;; 내 연애사에도 조지 마이클의 음악이 있는데 연인은 떠났지만 음악은 방부제처럼 기억을 보존하고 있다.

조지 마이클은 늘 최고의 러브송을 불러 사랑에 빠진 이들을 단번에 취하게 만들었다. 아이돌을 비롯한 젊은 청춘들이 줄기차게 러브송을 부르는 이유는 그것을 가장 찾는 세대이고 가장 듣길 원하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에선 봄마다 버스커 버스커 ˝벚꽃 엔딩˝이 이어지고 있지만 강력한 러브송이 등장하면 봄 노래는 또 달라지겠지.

크리스마스가 있는 한 WhamLast Chirsmas는 영원히 함께 할 명곡이 되었다. 뭔가 시작될 거 같은 사랑의 설렘을 이토록 잘 잡아낸 곡도 드물다. Careless Whisper는 사랑의 상실감에 대해서.  두 곡은 특히 이제까지 500번 넘게 들은 거 같은데 앞으로 500번 더 들어도 지겨울 거 같지 않다.  

 

 

 

 

 

 

 

 

 

 

지 마이클의 스튜디오 정규 앨범은 생각보다 많지 않은데 나는 대부분 만점을 줬다. 매력적인 음색과 가창력뿐만 아니라 악기 연주부터 프로듀싱까지 다양한 역량을 갖춘 뛰어난 재능이 히트곡과 외모 매력에 가려진 감이 많다.

《Songf From The Last Century》 앨범이 팝과 재즈의 만남을 근사하게 선사했다면, 2004년 마지막 정규 앨범 《Patience》은 팝과 일렉트릭의 향후 발전 방향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이 앨범을 다시 들으며 한 곡 한 곡 샘플링과 이펙트를 얼마나 정교하게 배치했는지 내내 감탄했다. 10년도 훌쩍 넘은 앨범인데 세련됨이 전혀 휘발되지 않았다. 가십에 부침이 많기도 했지만 좋은 음악을 얼마든지 부르고 만들 수 있는 재능을 가진 사람이 일찍 은퇴한 건 팬으로서 매우 아쉬운 일이었다. 이후 그는 유명인이 아닌 자신으로서 잘 살았을까.

 

 

Patience》에 수록된 곡들

 

 

 

 

 

인생은 40부터? 50부터? 60부터? 그런 표현에 기대어 희망을 얻으려 하는 것부터 이미 자신감을 잃었다는 소리다. 뭐가 그토록 두려운가. 20대부터 다시 살게 된다면 좀 무섭겠지만. 최근 어떤 것들을 정리하는 인생 시기에 들어왔다는 기분이 자주 들었다. 이룰 수 있는 것에 대한 끓어오르는 열망의 시기는 지났다. 그렇다고 꿈을 잃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매일 보고 듣고 그리고 생각하며 읽고 있잖은가.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아야만 꿈의 실현인가. 현재 나는 놓쳤던 것을 돌아보고 지금 꾸릴 수 있는 짐만 가지고 여행하는 기분이다. 돌아갈 집은 내게 은유로서만 존재했다. 음악도 그런 집이자 가족이었다. 고통의 실로 그토록 아름답게 꾸민 집을 마련해 주었던 모든 예술가들에게 깊이 감사한다. 그중 중요했던 한 사람이 갔다. 조지 마이클.

 

다시 태어난다면 뮤지션이면 어떨까 생각하다가 고생을 사서 하는 인생살이를 또다시 생각할 것도 없이 안 태어나는 게 가장 좋겠다고 다짐한다. 내 맘대로 되는 것처럼 얘기하네.

 

 

올해 나는 두 Michael을 특별히 더 생각한 해였다.

 

 

Michael Jackson에게

If you want to know why There's love that cannot lie

Love is strong it only cares of joyful giving

(만약 당신이 이유를 알고 싶다면, 거짓말 할 수 없는 사랑이 있다는 걸

사랑은 주는 것만을 신경 쓰기 때문에 강하죠)

란 인상적인 가사들로 가득한 아름다운 곡 Heal the World가 있다면,

(이 가사는 전문으로 꼭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한다. 절절함이 문장으로 보면 더 와닿는다)

 

 

 

George Michael에겐

Well I've been loved so I know just what love is
And the lover that I kissed is always by my side
Oh the lover I still miss... was Jesus to a child

(사랑했기 때문에 무엇이 사랑인지 알아요. 그리고 입맞춤하던 연인은 항상 내 옆에 있었습니다.

아, 내가 여전히 그리워하는... 아이를 바라보는 예수)

란 가사가 있는 Jesus To A Child가 있다.

 

 

 

이들이 전한 사랑이 2017년에도 계속 함께 하길.

 

 

 

 

 

 

 

 

 

 

 

 

 

 

 

 

& 내가 특별히 생각하는 George Michael의 곡들

 

 

 

Cowboys & Angels

조지 마이클 음반을 들으면 뮤지컬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한 곡 한 곡의 완결성보다

구성이나 흐름을 그렇게 만들어서 여운을 길게 남깁니다.

모든 뮤지션들이 그걸 추구하지만 얼마나 어려운가 생각하면

프로듀서로서의 조지 마이클 실력을 인정하게 됩니다.

 

 

 

Fastlove

처음에 스캣처럼 부르는 Gotta get up to get down~는 듣는 순간 매력적이란 것을 알게 됩니다!

그도 잘 알았던지 다른 곡에서 샘플링으로 사용하기도ㅎ

 

 

 

You Have Been Loved

이런 페이소스는 어떻게 나오는 것일까 싶은...

 

 

 

Wild Is The Wind

 이 노래는 Dimitri Tiomkin과 Ned Washington이 작곡한 곡으로

오리지널은 Johnny Mathis가 1957년 동명 영화를 위해서 불렀다고 합니다.

데이빗 보위가 부른 것도 좋고, 니나 시몬이 부른 것도 좋고, 조지 마이클이 부른 것도 좋고(다 사망한 뮤지션ㅜㅜ)

이 곡은 누가 불러도 좋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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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6-12-31 04: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1991년 프레디 머큐리, 2009년 마이클 잭슨, 2016년 조지 마이클의 죽음이 안타깝더군요.. 이들의 죽음은 같은 시대를 살아가던 이들의 음악을 더 이상 들을 수 없다는 아쉬움을 주었던 일들이었습니다...

AgalmA 2016-12-31 06:32   좋아요 2 | URL
작가보다 좋아하는 뮤지션이 사망하면 충격과 슬픔이 더 큰 거 같아요. 음악의 힘이겠죠. 그래서 조지 마이클 사망 기사 보고 꼭 추모하는 기록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시이소오 2016-12-31 06: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릴때 가사를 구할 생각은 하지 못하고 라스트 크리스마스를 수백번 리플레이 해가며 발음나는대로 한글로 적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뜻도 모르면서 따라 부르고 ㅋ

저 역시 다시태어난다면 가수나 뮤지션이 되고 싶네요 ^^

AgalmA 2016-12-31 06:44   좋아요 1 | URL
저도 그런 곡 있어요ㅎㅎ 한글발음으로 가사 외우기ㅋ

열정을 쏟아 부을 수 있는 작업은 참 매력적이죠. 게다가 사람들의 사랑도 바로 확인하고 보람을 느낄 수도 있고^^ 100년 뒤에도 고전이 되는 책을 남기는 것보다 개인의 삶으로 봤을 땐 현생에선 더 좋은 게 뮤지션 아닐까 싶어요^^
베스트셀러 작가보다 뮤지션의 인기가 더 비율이 높지 않았나 싶은데요. 대체로 책에 대한 호감보다 음악에 대한 호감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더 직접 와닿는 예술장르라 그렇겠죠.

yureka01 2016-12-31 08: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나이 들어가나 봅니다.젊은 시절 자주 듣고 많이 좋아했던 뮤직션들이 하니 둘 먼저 떠나는 걸 보면요...정말 많이 들었는데요.테이프가 쭉 늘어질 정도로.....자신의 운명을 노래에 담는다고 하던데..진짜였어요...고인의 명복을 빕니다.한때 불면의 밤을 지세울 때 좋은 친구같은 노래....

AgalmA 2016-12-31 08:38   좋아요 2 | URL
오래된 테이프들 많이 버린 게 후회됩니다. 그냥 다 가지고 있을 걸... 전 아직 비닐도 안 뜯은 테이프들도 있어요ㅎㅎ;
밤에 친구되어 주는 음악이 진짜 음악 친구죠ㅜㅜb

moonnight 2016-12-31 08: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조지 마이클은 Wham의 풋풋한 시절부터 참 좋아했던 뮤지션이었는데.. 소식 듣고 너무나 마음이 아팠어요. ㅜㅜ
부디 고통없는 곳에서 환하게 웃고 있길 기원합니다. 잘가요. 감사합니다. 조지 마이클ㅠㅠ

AgalmA 2016-12-31 08:40   좋아요 1 | URL
처음에 저는 장국영 때처럼 누가 크리스마스 장난이나 농담처럼 퍼트린 소문처럼 그랬어요.
기사 보니 자살인 거 같은 늬앙스도 풍기던데 그래서 더 맘이 아파요.

묵향 2016-12-31 10: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Agalma님, 아름다운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울컥한 추억에 잠기게 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AgalmA 2016-12-31 11:48   좋아요 2 | URL
추억 같이 나눌 수 있어서 저도 좋습니다^^ 좋아하던 예전 음악은 듣는 순간 울컥하게 만들죠. 기억들도 한꺼번에 몰려오고...조지 마이클에 대한 이 페이퍼는 그 긴 시간에 대한 정리이기도 합니다.
생각하게 하는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히 보고 있었습니다. 2017년에 좋은 일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나와같다면 2017-01-01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의 젊은 시절 한때를 함께 한 그가 떠났다는 사실이 슬펐어요
어쩌면 청춘이 지나고 있음을 비로서 실감하면서 느끼는 쓸씀함 일지도..

AgalmA 2017-01-01 00:29   좋아요 0 | URL
삶은 먼지처럼 소복소복 쌓이는 쓸쓸함을 계속 쓸어내는 시간이죠. 그 쓸어냄 속에서 기쁨, 희망 같은 걸 발견하는 건지도 모릅니다.
 

1951년 리자베스 비숍이 센트럴 파크에서 로버트 로웰에게 미완성 시를 들려주며 영화는 시작된다.

 

 

한 가지 기술(One Art)

               


The art of losing isn't hard to master;
잃는 기술을 숙달하긴 어렵지 않다.

so many things seem filled with the intent
많은 것들이 상실의 각오를 하고 있는 듯하니

to be lost that their loss is no disaster.
그것들을 잃는다 하여 재앙은 아니다.

 

Lose something every day. Accept the fluster
매일 뭔가 잃도록 하라. 열쇠를 잃거나

of lost door keys, the hour badly spent.
시간을 허비해도 그 낭패감을 잘 견디라.

The art of losing isn't hard to master.
잃는 기술을 숙달하긴 어렵지 않다.

 

 

 

그는 관찰한 걸 그대로 옮겨놓은 불완전한 시라고 평가한다. 흥미로워질 때 끝나버린다고. 그녀는 글쓰기의 진전을 위해 브라질로 떠난다.


 

 

 

 

 


태어나기도 전에 아버지를 잃고 어릴 때 어머니가 정신병원에 끌려간 불우한 환경 속에 수줍고 예민하게 자란 그녀는 로타를 만나 사랑하게 되고 적극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시 세계에 열정적으로 몰입하게 된다. 퓰리처상으로 그녀의 시 세계는 인정받지만 사랑과 일 속에 엇갈리는 관계, 알코올 중독 등으로 괴로워하는 나날이 계속되다 그녀는 로타와 이별한다. 사랑하지만 자기 색깔이 강한 두 세계는 이런 파국밖에 정녕 남을 수 없을까.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두 사람의 관계가 이미 끝나버린 걸 알게 된 로타가 비숍의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고, 영화가 끝날 때 이 시는 완성된다.

 

 

 

한 가지 기술(One Art)

               


The art of losing isn't hard to master;
잃는 기술을 숙달하긴 어렵지 않다.

so many things seem filled with the intent
많은 것들이 상실의 각오를 하고 있는 듯하니

to be lost that their loss is no disaster.
그것들을 잃는다 하여 재앙은 아니다.


 
Lose something every day. Accept the fluster
매일 뭔가 잃도록 하라. 열쇠를 잃거나

of lost door keys, the hour badly spent.
시간을 허비해도 그 낭패감을 잘 견디라.

The art of losing isn't hard to master.
잃는 기술을 숙달하긴 어렵지 않다.

 

Then practice losing farther, losing faster:
그리곤 더 많이, 더 빨리 잃는 법을 익히라.

places, and names, and where it was you meant
장소든, 이름이든, 여행하려 했던 곳이든 상관없다.

to travel. None of these will bring disaster.
그런 건 아무리 잃어도 재앙이 아니다.

 


I lost my mother's watch. And look! my last, or
난 어머니의 시계를 잃었다. 또 보라! 좋아했던

next-to-last, of three loved houses went.
세 집에서 마지막, 아니 마지막이나 같은 집을 잃었다.

The art of losing isn't hard to master.
잃는 기술을 숙달하기는 어렵지 않다.

 


I lost two cities, lovely ones. And, vaster,
난 아름다운 두 도시를 잃었다. 더 넓게는

some realms I owned, two rivers, a continent.
내가 소유했던 얼마간의 영토와 두 강과 하나의 대륙을.

I miss them, but it wasn't a disaster.
그것들이 그립지만 그렇다고 재앙은 아니었다.

 


--Even losing you (the joking voice, a gesture I love)
--당신을 잃어도 (그 장난스러운 목소리, 멋진 제스처)

I shan't have lied. It's evident
아니 거짓말은 못할 것 같다. 분명

the art of losing's not too hard to master
잃는 기술을 숙달하긴 별로 어렵지 않다

though it may look like (Write it!) like disaster.
그것이 (고백하라!) 재앙처럼 보이긴 해도.

 

 

엘리자베스 비숍

 (Elizabeth Bishop, 1911 - 1979)

 

 

 

 

 

 

 

버트 로웰은 영문학 역사에서 남성 시인과 견줄 수 있는 여성 시인은 단 네 명뿐이라고 말하며, 에밀리 디킨슨(Emily Dickinson), 매리언 무어(Marianne Moore), 엘리자베스 비숍(Elizabeth Bishop), 실비아 플라스(Sylvia Plath)를 꼽았다. 내 기대에 걸맞게 엘리자베스는 비록 다른 세 명의 여성 시인이 꽤 훌륭하다 해도 4명의 여성 시인 중의 하나가 아니라 16번째 시인이고 싶다고 말했다.
유네스코 유산에 등재된 리우데 자이네루의 아름다운 풍광에 일조한 플라밍고 공원은 비숍의 연인이었던 로타의 작품이다.
서로의 재능과 아픔을 알아보고 사랑한 두 사람이었지만 사랑의 도시를 잃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기네스 펠트로가 실비아 플라스를 연기했던 영화 《실비아(Sylvia)》처럼 그녀들의 시 세계를 더 풍부하게 담아내지 못한 건 아쉬웠지만 엘리자베스 비숍을 영화로 만나게 된 건 뜻깊었다.
에밀리 디킨슨과 실비아 플라스는 국내에 그나마 소개되고 있는 편인데 엘리자베스 비숍 시집은 한국에 언제쯤 출판될 것인지 내가 기다려 온 지도 십여 년이 훨씬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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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5 1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6-12-25 09:36   좋아요 1 | URL
네. 그렇게 읽을 수도 있죠. ‘잃는다‘는 건 비숍의 주된 정서이기도 한데요. 부모를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잃게 된 것이 큰 작용을 한 거 같아요. 세상 모든 것들은 결코 가질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하게 된 것이죠. 이건 영화에서 직접 대사로도 나와요. 그 불안 때문에 잃는 것에 더 순응하려 하고 그 괴로움 때문에 알콜에 집착하게 되고...그 과정을 겪으며 저런 시가 탄생한 것.

북다이제스터 2016-12-25 21: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첫 사진은 에드워드 호퍼 그림 같습니다.
은근한 고독이 엿보입니다.

AgalmA 2016-12-26 07:12   좋아요 0 | URL
저도 에드워드 호퍼 느낌이 들어서 잽싸게 캡처해서 이렇게 올린 것^^ 저작권이 무섭긴 해도ㅎ;; 말로 설명하긴 어려운 이런 멋진 순간을 잡을 수 있는 기술은 너무 좋습니다ㅜ 암튼 감독도 그걸 노린 거 같지 않습니까. 삼각관계의 괴로움, 단절감, 절망감을 표현한 구도와 색감...크.

moonnight 2016-12-26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끄럽게도, 영화도 첨 들어보고 엘리자베스 비숍도 첨 들어본ㅠㅠ;;;
영화는 저도 보고 싶습니다만 한글 무자막-_-;

AgalmA 2016-12-26 14:52   좋아요 0 | URL
왓챠플레이 검색하셔서 다운받으시면 자막으로 보실 수 있어요^^
작품이 많진 않지만 쏠쏠한 작품이 꽤 있어요. 웹/모바일 공통 첫달 무제한 무료니까 가입해서 한달 맘껏 보시고 탈퇴하시길ㅎㅎ;;

2016-12-26 15: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브뤼노 뒤몽 감독은 색다른 관점을 보여줬다.
까미유 끌로델이 로댕에게 입은 1차 피해는 익히 알려져 있으니 과감하게 생략되었다. 
천재라는 칭호에 가려져 있는 까미유 끌로델을 보여 준다. 그 시대 남성 엘리트주의와 종교 맹신, 가족의 몰이해가 2차 가해자였음을 보게 만든다. 
1915년 정신병원에 있던 까미유를 만나러 온 작가이자 동생 폴 끌로델은 가톨릭에 깊이 빠져 고통을 신이 내린 시험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니 병원 생활에 대한 까미유의 하소연을 투정쯤으로 생각할밖에. 게다가 그 시대 널리 퍼진 생각이기도 한 천재들의 불운을 운명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천재 불운 설은 아직도 여전한 풍조인데, 이건 다분히 낭만적인 편견 아닐까. 누릴 거 누리며 천재로 예술가로 호쾌히 살다간 이들은 왜 생각하지 않는가. 단적으로 이 비극의 제공자인 로댕을 생각해보라

1915년 면회에서 의사는 폴에게 까미유의 퇴원을 권유했지만 까미유는 정신병원에서 29년을 더 갇혀 살다가 공동매장되었다. 까미유의 터무니없이 긴 입원도 문제적이지만 폴이 면회는 간간이 왔으면서 장례식에 나타나지 않았던 것에서 나는 큰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그는 자기보다 예술적 재능이 뛰어났던 까미유의 몰락을 은근히 구경했던 건 아니었을까. 그가 까미유에게 가졌던 연민은 가족애보다 니체가 말하던 자기보다 못한 처지의 사람이자 한 예술가에게 보내는 우월심리는 아니었을까.

로댕과의 결혼 실패를 너무도 절망적으로 생각한 까미유의 사고방식과 피해의식, 가족에게 의탁했던 당시 여성의 지위, 인습에 갇혀 까미유를 정신병자로 외면한 가족 ... 실연의 좌절을 누군가 옆에서 잘 보듬어 주었거나 예술작업으로 풀어가도록 협조를 해줬다면 그토록 비참한 인생으로 끝나진 않았을 것이다. 결국 천재성보다 시대에 갇힌 여성이었기 때문에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비극이었다는 걸 이 영화는 보여준다. 감독은 병원에 갇힌 다른 여성 환자들의 무력함과 비참함도 섬세하게 보여줬다.

누구의 사랑도 이해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 속에 조현병 환자들의 아우성을 성당에서조차 피할 수 없어 하루 종일 듣고 겪으며 진저리 치던 까미유를 보는데 마음이 어찌나 쓰리던지.
그림을 그리다 고통에 흐느껴 울면서도 자기 앞에 침을 흘리며 웃고 있는 환자를 챙겨 방에 돌려보내고, 홀로 묵상과 영감에 빠져 있을 때도 환자들이 불쑥 나타나 괴성을 지르며 기괴하게 치근대는 걸 견뎌야 했던 그녀. 자연 앞에서 경탄하며 신을 경배하는 시를 쓰며 성인(聖人)이 되길 바라던 폴 끌로델이 아니라 정신병원에서 절망과 씨름했던 까미유의 삶이 더 인간적이었고 종교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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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6-12-18 11: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래전 이자벨 아자니의 아름답고@_@;;; 슬픈 까미유 끌로델을 보았었는데요. 줄리엣 비노쉬 주연으로도 만들어졌군요. Agalma님 리뷰만 읽어도 마음이 아픕니다.ㅜㅜ 어쩌니저쩌니 해도-_-; 저당시를 여자로 살지 않은 것에 감사합니다요ㅠㅠ;;;;

AgalmA 2016-12-18 22:14   좋아요 1 | URL
저도 그 영화로 까미유 끌로델을 기억하고 있죠. 그 영화는 정신병원에 갇히기까지의 까미유 끌로델을 보여줬다면 이 영화는 시간이 흘러 병원에서 중년을 맞은 까미유 끌로델을 보여주죠. 줄리엣 비노쉬 연기는 진짜 까미유 끌로델 조각만큼 섬세하고 아름다웠습니다. 감독이 까미유 끌로델의 예술성을 반영하려 한듯 자연 특히 돌 풍경을 정말 섬세하게 잘 잡아내서 장면 장면 미장센이 훌륭합니다.

어떤 차별도 없는 세상이 인간에게 가능한가 싶어요ㅜㅜ

[그장소] 2016-12-18 11: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장해 놓고보는 영화중 하나! 줄리엣 비노쉬 팬이라~^^

AgalmA 2016-12-18 22:02   좋아요 1 | URL
저도 줄리엣 비노쉬가 나온다 그러면 무조건 봐요^^

[그장소] 2016-12-19 02:08   좋아요 1 | URL
오오~ 저도요! 퐁네프연인도, 잉글리쉬 페이션트도 ~ !! 블루는 ..소장못해 아쉬운 ㅡ

벤투의스케치북 2016-12-18 11: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혹시 줄리엣 비노쉬, 퐁네프의 연인인가의 여주인공인가요? 영화보다 삽입 음악인 코다이의 독주 첼로를 위한 소나타가 강렬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AgalmA 2016-12-18 22:05   좋아요 2 | URL
네, 퐁네프의 연인들 그 여주인공 맞아요.
벤투님도 이 영화 보셨군요. 저는 장면 장면에 심취해 음악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북다이제스터 2016-12-18 19: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20여년 전 본 것 같은 아물아물한 기억이 듭니다. ㅎ ^^^

AgalmA 2016-12-18 22:13   좋아요 2 | URL
1989년 이자벨 아자니 주연의 <까미유 끌로델>를 기억하시는 거겠죠. 저도 그 영화로 기억하고 있었죠. 벌써 27년이 지난 작품이더라고요-ㅁ-
브루노 뒤몽 감독의 이 작품은 2013년도 나온 건데, 줄리엣 비노쉬 나온다 그래서 더 기대했죠. 극장에서 놓쳐서 아쉬웠는데 결국 보게 되어서 만족합니다. 이 영화에 대한 평이 지루하다, 이게 뭐냐 하는 식이 많아 생각보다 시사하는 바가 많다는 뜻에서 리뷰를 쓰게 되었습니다^^

북다이제스터 2016-12-18 22:35   좋아요 2 | URL
최근 다시 만든 영화군요. 몰랐습니다. 예전 영화도 아직 기억날 정도로 좋았습니다.

전 어제 라라랜드 본 감동 속에 오늘까지 하루종일 여운이... ㅎㅎ
못 보셨으면 강추합니다. ^^

AgalmA 2016-12-18 22:39   좋아요 2 | URL
라이언 고슬링 나오는 영화는 꼭 챙겨봐서 라라랜드는 제작 때부터 찜했던 영화^^...극장에 나가는 게 문제;;

북다이제스터 2016-12-18 22:43   좋아요 2 | URL
전 엠마 스톤 땜에 봤는데요. ㅎ
하여튼 위플래쉬 충격 그대로 여전히 감독 역량 전해져 엄청 좋았습니다. ^^
부디 영화관 갈 정도 시간은 되셔야 하는데. ㅠㅠ

에이바 2016-12-22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번에 이 글 읽고 댓글 남긴 줄 알았는데 없군요... 저는 「시대를 앞서간 여자들의 거짓과 비극의 역사」라는 책에서 까미유 끌로델을 알게 됐어요. 보부아르, 상드 등 예술인들을 소개하고 있는 책인데 그 책을 읽고 서점에 갔더니 안느 델베의 「까미유 끌로델」이 있더라고요. 그냥 동네 서점이었는데 신간이라 맨 위에 뒀었나 봐요. 읽으면서 가슴이 먹먹하고 슬펐던 기억이 나요. 아자니 영화는 봤던 것 같기도 하고 기억이 안 나는데 비노쉬 버전도 챙겨봐야겠어요... 정신병원에서 갇혀 외로이 삶을 이어나간 까미유가 너무 안 됐어요. 30여년을... 로댕이 나쁜 놈이에요. 로즈와 까미유 두 여자를 착취한 예술이라니...

AgalmA 2016-12-22 23:06   좋아요 0 | URL
사실 예술이 겉보기와 달리 재능이든 생활이든 기생하고 착취하는 사람들이 많죠. 가까운 예로 조영남씨만 해도;;
로댕 뿐만이 아니라 자기 작품 만든다고 연인 이용해먹고 가정 내팽개친 사람들 부지기수잖아요. 하지만 끌로델이 그 재능으로 평생 정신병원에서 썩은 건 정말 너무한 불행.... 고흐는 정신병원에서도 그림 그리더만 끌로델은 그마저도 잘 안되었던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