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판 폼푸냑 프로듀싱의 역작 Hotel Costes 시리즈 음반 가지고 있던 걸 다 팔았다. 음반이 하나둘 씩 사라질 땐 시원하기보다 섭섭하다. 책보다 더 그렇다. 디지털 시대로 바뀌어가며 가장 흥미로운 건 소유 문제다. 소유 범위가 넓어진 만큼 소유하지 않는 분야도 넓어졌다. 음악 경우 스트리밍 듣기로 영역이 바뀌면서 정규 앨범보다 싱글 앨범 중심으로 시장이 편성되었고, 음악소비도 곡에 더 집중하면서 앨범 완성도에 연연하지 않는 경향이다. 지금 우리는 음반을 왜 소유하는가를 구체적으로 자문하게 되었다. 데이비드 색스 《아날로그의 반격》이 이 현상에 대해 얘기하고 있더군.

 Hotel Costes 시리즈를 1집부터 찬찬히 들으며 그 시절 나는 이 음악들을 왜 그렇게 좋아했는지, 앞으로도 좋아할 이유를 생각해 보다. 누군가는 휴가 가서 호텔에 묵을 테지만 나는 호텔 라운지 음악을 찾아드는 여름밤이다.

 

 

 

 

 

 

 

 

 

 

 

1집

Big Muff - My Funny Valentine

 

 

 

 

2집

Cesaria Evora -  Carnaval De Sào Vicente

 

 

 

 

3집

 Gotan Project - Last Tango in Paris

 

Pompougnac - PNC aux Portes

 

 

 

 

4집

Gotan Project - Epoca

 

 

 

 

5집

The Streamers - Zwing Ting

 

 

 

 

 

6집

Emanuel Santarromana - Métropolitain

 

 

 

 

 

7집

The Limp Twins - Sunday Driver

 

 

 

 

8집

Mark Farina - Dream Machine

 

 

 

 

9집

Jehro / All I Want

이 곡은 예전에도 소개한 바 있는데, 다시 들어봐도 이 앨범에서는 이 곡이 최고다!

http://blog.aladin.co.kr/durepos/7450278

 

 

 

 

 

10집

Angus & Julia Stone - Paper Aeroplane

 

 

 

 

11집

Naomi - How Many Loves

 

Variety Lab - Soda Pop Confusion

 

 

 

 

 

Best 앨범

Doctor Rockit - Café de Flore (charles webster remix)

 

 

 

 

 

Best 앨범이니만큼 Best 앨범에 좋은 곡이 가장 많이 포진해 있고 개인적으로 1집, 3집, 11집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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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7-08-08 22: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입추지났다고 오늘은 어제와 다르게 공기가 다르더라고요 . 그저 날씨의 변덕였을까요?
아끼는 음반을 팔았나봐요 . 전 귀찮아 그걸 못하고 있는데 ... 하긴 팔 만한 음반 도 없지만요!^^
굿 밤되시기!^^

AgalmA 2017-08-09 03:21   좋아요 1 | URL
날 선선해지려고 하니 나타나시는 겁니까ㅎ 휴가는 다녀 오셨나 집에서 책이나 실컷 읽었음 싶으신가 그런 생각을 두서없이...
저도 느꼈어요. 확실히 입추이던 지난 밤 공기는 뭔가 다르더라고요. 오랜 진화를 거치긴 했지만 우리도 본질은 동물인데 날씨 감각은 아직 살아 있는 거 아닐까요ㅎ
휴대용 시디플레이어도 없고 가지고 있는 음반을 mp3로 옮겨 듣는 거도 번거롭고 음악 찾아듣기엔 스트리밍이 편해서 요즘은 시디를 거의 들을 일이 없죠. 그래서 음원사이트나 유투브에서 듣기 쉬운 음반은 처분하고 있어요. 스트리밍 음원으로 구하기 어려운 것만 시디로 사죠. :)
지금은 비가 오네요. 가을맞이 비가 오는 날도 멀지 않았네요.

2017-08-09 0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09 0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7-08-09 03:49   좋아요 1 | URL
오 , 지금 여긴 다시 비 오는뎅~ 좀 전보다 빗방울이 더 굵어요 . 그치만 줄기차게 올 성 싶진 않아요 . ^^

아 , 뭐 ~ 집에 가만 있으라면 또 가만 가만 견디겠지만 , 요즘은 일하는 곳이 시원하니 원님 덕에 나발 분다 ㅡ 하는 식이죠 . ^^ㅋ

저도 , 음악 안 들은지 한참된거 같아요 .
그냥 아무 생각 없슈~~ 모드 ! 흐흣 ~
팟캐스트는 참 습관이 안되네요 . 전 .. .

2017-08-09 0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08-09 03:20   좋아요 1 | URL
더워서 책도 음악도 귀찮을 때가 있죠^^; 즐감되시길/
 

400곡이 넘는 음악을 작곡하고, 클래식, 록, 재즈, 아방가르드, 일렉트로닉, 이탈리안 포크뮤직 등 장르를 넘나들며 시대를 관통할 정도로 감명 깊은 곡을 만들어낸 음악가가 100명은 넘을까. 반드시 넘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런 그가 78세에 아카데미 영화음악상을 처음 받았다. ‘반기문 UN 사무총장 취임 기념 연주회‘를 가졌다는 부클릿 설명은 얼마나 남루한가. 누가 누구에게 영광인지! 반기문보다 엔니오 모리코네가기억될거다!
어떤 이는 엔니오 모리코네 음악을 흔한 대중음악으로 들을 지 모른다. 엔니오 모리코네에 대한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의 말은 찬사가 아니라 정확함이다.
˝경이로운 작곡가의 완벽한 재능과 창조력에 빚을 지고 있는 것은 비단 영화 분야만이 아닙니다. 그의 음악은 여러 장르의 음악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의 음악은 감정의 가장 깊은 곳을 건드리며 시각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냅니다. ˝

파스칼 키냐르 《음악 혐오》(2017, 원저 1996)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작품opera이란 자유로운 인간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행하는 모든 것은 어딘가에 매여 있다. 슬픔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프랑스어로는 souci(근심)라 말한다. 그것이 술독 바닥의 찌끼다. 포도주의 시신이다.˝

나는 저 문장을 오래 되읽었다. 엔니오 모리코네 음악이 우리 감정을 깊게 찌르는 것은 그가 인간의 감정을 잘 파악한 음악가이고 자신도 감정과 창작의 고통에 매인 사람이라는 걸 잘 알아서다. 모든 창작과 예술과 마찬가지로 음악도 즉흥성이 아니라 정확성이 우리를 감동시킨다.

 

 

 

 


앨범 수록곡 모두 당연히 훌륭한데 곡 연결이 매끄럽지 못해 별 한 개 뺐다.

 



Ennio Morricone - Metti una sera a cena - Uncut Version - Metti Una Sera A Cena (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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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07 16: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07-08 06:02   좋아요 0 | URL
대부ㅎㅎ <대부> 주제가도 이탈리아 작곡가 니노 로타더군요. 생각해보면 작가들처럼 유명한 작곡가들도 자기 나라 정서가 잘 녹아있다 싶어요. 한스 짐머 하면 저는 뚜둥~ 뚜두둥 하는 임팩트 넘치는 북소리 먼저 떠올라요ㅎ

ICE-9 2017-07-07 18: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요마가 커버한 버전도 좋더군요. 엔리오 모리코네는 영화와 음악이 혼연일체된, 가장 영화음악 다운 음악을 만드는 작곡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의 음악 중엔 ecstasy of gold를 제일 좋아합니다. 이 음악은 정말 영화를 보면서 감상해야 그 매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죠. 세르지오 레오네와 엔리오 모리코네 조합은 정말 영화 역사상 최고의 조합 중 하나라고 감히 평가하고 싶네요.

AgalmA 2017-07-08 05:45   좋아요 0 | URL
음악에 조예 깊으신 헤르메스님 평에 저도 동의합니다^^
좋은 영화 음악 많고도 많죠. 또 좋은 곡은 여러 영화에 쓰이기도 하고요. 엔리오 모리코네 음악의 장점은 그 음악이 쓰인 영화와 가장 밀착력이 높은 게 정말 뛰어난 점이라고 생각해요. 같은 음악을 다른 영화에서 쓰면 원래 쓰인 정도로 임팩트가 나지 않아요. 헤르메스님 말씀처럼 엔리오 모리코네 영화음악은 정말 혼연일체를 보여준다고 봐야죠^^

요즘 영화 음악으로 자주 등장하는 bon lver 곡 좋아하는데 그가 영화 음악을 전담하는 영화도 나왔으면 합니다.

겨울호랑이 2017-07-07 19: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Ennio Morricone곡 중에서 The Mission OST가 가장 기억 남네요...지금도 그 음악을 들으면 폭포 밑으로 떨어지는 십자가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을 보면 참 대단한 음악입니다...

AgalmA 2017-07-08 06:05   좋아요 1 | URL
미션...그 ost는 제겐 특별한 기억이 있습니다. 그 테이프를 삼풍백화점에서 샀거든요. 사는 동네가 완전히 달랐는데 어쩌다 거기서 샀는지는 기억에서 흐릿한데(이런 세세한 걸 일기로 써둬야 하는데!) 이후 삼풍백화점이 무너져서 내가 거기서 산 유일한 물건이라는 기억으로 강하게 남아 있어요. 거기 내부를 그때 처음 보고 기억하고 있었기에 무너지는 상황이 머리에서 시뮬레이션 되기도 하고요. 세월호도 내부 구조를 제가 알았다면 심적 고통이 더 컸을 거에요.
암튼 삼풍과 미션이 연결된 제 기억이 강렬해서 소설로 써 보고 싶기도 했는데 게을러서;; 한국 정서상 큰 사건 사고를 소재로 쓰는데 심리적 장벽이 많기도 했고. 정이현 작가가 삼풍에 대해 소설 쓴 거 보고 적절한 말할 때란 언제인가 생각한 기억이 나네요.

기억이란 참 다양하죠^^?

겨울호랑이 2017-07-08 06:00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95년 6월 29일이었지요... 저는 당시에 백화점 근처에서 살았어요.. 그때 알던 백화점에 다니시던 분은 이후로 못뵈었던 기억이 나네요. 우리 시대의 아픔이었습니다...

icaru 2017-07-07 2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엔리오 모리꼬네 어우...아버지아버지 영화음악의 아버지시네요~ 모두다 노스텔지어지만, 저는 원스어판어타임인더웨스트가 제 인생의 음악 중 하나라고.. ^^

AgalmA 2017-07-08 06:06   좋아요 0 | URL
영화 좀 본다고 하는 사람치고 엔리오 모리코네 음악 기억하지 않을 사람 있을까 싶어요^^ 엔리오 모리코네 음악이 흐르는 순간은 천국 같죠. 저는 <시네마천국> ost 테이프 늘어질 정도로 들었던^^

뷰리풀말미잘 2017-07-18 11: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차 세계대전 때 폴란드 루블린에 있는 포로수용소에 잠깐 수용됐었는데, 거기 나치 장교 하나가 오보에로 ‘가브리엘의 오보에’를 기가 막히게 연주했어요. 첫 음만 들어도 모닝 시거를 훅 들이켰을 때처럼 머리가 핑 했어요. 전혀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것 같았죠. 늘 죽어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순간만큼은 사는 것 이상이었습니다. 진심으로 그랬어요.

AgalmA 2017-07-18 11:31   좋아요 0 | URL
ㅋㅋ 뷰리풀말미잘님 타임슬립 능력이 있으셨군요. 2차 세계대전 때는 엔리오 모리코네가 음악학교에 들어가 공부하던 시긴데 미래에 등장할 ‘가브리엘의 오보에‘를 벌써 들으시다니ㅎ;; 뷰리풀말미잘님 말씀대로 라면 엔리오 모리코네가 나치 장교 표절을 한 셈이 되는데ㅋ
뷰리풀말미잘님의 독창적인 댓글은 제게 늘 웃음을 줍니다👍🏻
 
선우예권 - 2017 반 클라이번 콩쿠르 실황
하이든 (Franz Joseph Haydn) 외 작곡, 선우예권 (Yekwon Sunwoo / 유니버설(Universal) / 2017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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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는 아직 예약 판매 중인데 음원 사이트에는 이미 풀렸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는 1958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반 클라이번(1934~2013)을 기념하기 위해 1962년부터 4년마다 개최된다. 쇼팽 콩쿠르, 차이콥스키 콩쿠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와 함께 세계 4대 콩쿠르로 꼽히며 특히 ‘북미의 쇼팽 콩쿠르’로 일컬어진다. 한국인으로는 손열음이 2009년 2위에 오른 바 있다.‘

(한국일보 기사 발췌 : http://www.hankookilbo.com/v/44a3561f61934faf8b3832480837a667 )

2015년 조성진의 쇼팽 피아노 콩쿠르 우승 열풍이 생각난다. 나도 앨범 선물하고 그랬지ㅎ
선우예권은 이번 콩쿠르 결선에서 연주한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3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2017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자 앨범]에는 수록되지 않아 유튜브 검색. 역시 유튜브ㅎ
👉 https://youtu.be/r1rCdLGRb08

 

 


[2017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자 앨범] 에서 나는 Rachmaninov 피아노 소나타 no 2가 가장 좋았다^^!

다른 음반도 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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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03 17: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07-03 17:41   좋아요 1 | URL
저도 부러워요. 연주 5초 만에 딴나라에 가 있는 듯한 표정도 넘 좋아 보이고^^

겨울호랑이 2017-07-03 18: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피아니스트들이 악보를 외우면서 연주하는 것을 보면 참 존경스럽네요. 누구는 읽은 책도 다 기억 못하는데ㅜㅜ

AgalmA 2017-07-03 18:56   좋아요 1 | URL
지능과 재능이라는 건 그래서 신기하고 특별하죠^^
겨울호랑이님 정도면 기억 잘 하시는 거 같은데요. 저야말로 리뷰 한 번 쓰고 나면 광속으로 잊어요ㅋㅋ

서니데이 2017-07-03 22: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선우예권은 처음 듣는 것 같은데 올해 우승자네요.
a님 좋은밤되세요.^^
 

식량 문제와 인간의 착취에 관한 영화로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본 건 니콜라스 게이어홀터 일용할 양식(Our Daily Bread, 2005)이다. 절제된 시선으로 고요히 풍경을 담고 있어 그 너머 잔인한 실상을 더 잘 깨닫게 만든다. 동물들을 함부로 던지고 분류하며 사육하고 인공 수정하며 도축하는 장면까지 적나라하다. 이 영화가 중요한 메시지를 던졌다는 것은 화려한 수상 경력에서 알 수 있다. 2005 암스테르담 국제다큐멘터리 페스티벌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 2006 에코 시네마 아테네 국제영화제 최우수상 수상, 2006 Visions du Réel 국제영화제 존 템플리톤 특별상 수상, 2006 Hot Docs 캐나다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가작/국제 영화부문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

 

루이 시호요스 더 코브(The Cove, 2009)

 
일용할 양식이 일상의 먹거리에 대해 초점을 맞췄다면 더 코브는 취향의 먹거리에 대해 조명했다고 볼 수 있다. 봉준호 옥자》(2017)는 상업 영화 한계라고 해야 할지 감독의 한계라고 해야 할지 인간과 동물의 친화를 아름답게 그리는데 너무 치중했다.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집중하게 만들었는지는 모호하다. 설국열차속에 나온 바퀴벌레로 만든 양갱을 떠올리며 양갱을 기피한 사람과 영화를 떠올리며 먹고자 한 사람이 상존했듯이 옥자를 보고 돼지고기를 덜먹겠다는 사람과 삼겹살을 먹으며 영화를 음미하는 사람도 상존할 것이다
  
대량 사육과 대량 살상의 문제는 사실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경제와 생산 논리에서 나온다. 우리가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개선에 노력하지 않는다는 게 더 진실이다. 동물 학대와 착취 영화들을 보고 인간의 비인간성을 욕하지만 오히려 우리의 인간성이 그러한 문제를 만들고 있다는 걸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지하 몇 백 미터를 내려가 캐내야 할 정도로 소금이 절실하지 않다. 많은 음식들이 그렇듯 지하의 소금은 식용보다 산업으로 확장되었다. 우리 이성에 진짜 소금이 필요한데 말이다.

옥자》에서 절망적인 장면은 ALF(동물보호협회) 조직원이 임무 완수를 위해 미자를 속이고 옥자를 비밀 실험 장소에 투입하는 비정함이나 미란도라는 거대 기업이 힘없는 개인인 미자를 이용하고 협박해 기업 이미지 청소를 하려는 후안무치가 아니라 미자가 옥자를 구출하는 방식이었다. 결국 돈으로 살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감독의 선택은 아픈 부분이다. 영화 곳곳에서 이야기 구조의 헐거움이 자주 목격됐는데 도축당하기 직전에 미자가 건네는 금돼지로 옥자를 사는 장면은 동화에 가까웠다바꾸기 어려운 현실의 문제를 관객에게 쉽게 전달하려는 작품들이 대개 그렇듯 이 영화 전체가 그런 톤으로 채워져 있다. 노골적으로 말하는 다큐가 아니니까
  
괴물처럼 옥자》의 엔딩도 밥상에 둘러앉는 가족의 모습으로 처리되는데 이 풍경은 언제라도 뒤엎어질 수 있다. 오늘은 안전할지 모른다. 이 가족의 밥상은 안전할지 모른다. 그러나 동물을 가축으로 기르고 먹어온 인간의 역사가 엄존하듯 점점 도시화되는 사회 속에서 이 시스템을 쉽사리 바꿀 수 없다. 맛있어, 맛있어, 맛있어를 연발하며 입맛을 채우는 건 인간의 진화적 본능으로 뿌리 깊게 박혀 있다. 소시지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안다 해도 분업화되어 은폐된 산업 환경, 유기농 식품이나 자급자족으로 식단을 채울 수 없는 많은 사람들, 시간과 돈을 맞바꾸며 사는 바쁜 삶 속에서 자기 능력껏 배를 채우는 개인들은 GMO 음식과 제조 가공된 음식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자본과 욕망의 성질을 바꿔 나가지 않는다면 동물도 인간도 이 지구 상에서 안전할 수 없다.

 

 

 

 

 

 

 

 

 

 

 

 

 

 


 

 

봉준호 감독 《옥자》가 넷플릭스에 풀렸습니다.

회원 가입 첫 달 무료입니다.

https://www.netflix.co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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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7-06-30 1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장식 축산의 폐해가 그렇게나 심각하다고 하는데도
저희 인간의 육식에 대한 탐욕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
지도 못하는 상황이 참 역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좋아하는 고기, 특히 치킨을 끊을 수가 없으니 말이죠.


AgalmA 2017-07-02 02:38   좋아요 0 | URL
딜레마죠. 내가 실천하니까 당신도 해야 한다 강압할 수도 없는 것이고요.

2017-06-30 1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02 02: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립간 2017-06-30 1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고도 실천하지 못하는 것이 알지도 못하는 사람보다는 나을까. 어느 정도의 실천이 윤리-도덕적으로 타당할까.

저는 완전 채식주의자도 도덕적으로 완전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며, 균형점에 대한 글은 읽은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저 역시 개인적인 판단에 의하면 공장식 축산에 의한 과도한 육식이 부도덕적이며 인류 자신을 파괴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AgalmA 2017-07-08 04:56   좋아요 1 | URL
알고도 실천하지 못하는 게 더 나쁜 경우 같습니다. 그걸 아는 사람이 움직여 주지 않으면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이 더욱 희박해지니까요.

마립간님과 저도 동일하게 생각합니다. 완전 채식주의란 임의 설정일 뿐입니다. 육식 배제는 생명 보호 의미가 가장 크지 않습니까. 식물은 마음대로 부리고 먹어도 되는가 하는 점에서는 어불성설이 되고 말죠.
육식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실정상 좀 더 나은 방법은 계속 고민되어야 할 겁니다.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 - 미술에 대한 오래된 편견과 신화 뒤집기, 개정판
메리 앤 스타니스제프스키 지음, 박이소 옮김 / 현실문화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원제는 믿는 것이 보는 것이다 believing is seeing'이다. 언어학자 쉬르는 기표와 기의 간의 연결 관계가 자의적이며, 기호의 의미도 그 자체의 고유성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규정성에서 비롯된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즉 언어와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이 글을 읽어도 뭘 말하는지 전혀 알 수 없다(물론 내 부족한 글을 탓할 수도....;). 보다-믿다의 근본적인 상관성을 잘 따져보지 않은 채 많은 이들이 보는 욕심만 채워왔고 채워가고 있다.

역자가 말하는 역사적 맥락은 이렇다.

 

 

르네상스 이전, 중세에서는 청각이 가장 중요한 감각이었다고 한다. 시각과 청각의 위상 교체는 15세기에 활판 인쇄가 등장하고 원근법이 확립된 이후, 현미경과 망원경 같은 광학 장치가 등장하고 난 16세기에야 이루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역전은 사진, 영화, 텔레비전 등 영상매체가 계속해서 등장한 19, 20세기까지 이어지며, 비로소 세계는 문자 이후의 시각의 시대로서 완전히 확립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근대의 서구 문화는 시각의 패러다임으로 이끌어졌으며 시각의 보편성과 필연성은 모더니티의 주요 의제였다. 모더니티 프로젝트는 시각을 우위에 놓음으로써 효과적으로 성취되었으며, 인간의 시각의 정확성에 대한 모더니티의 신념은 종교와 신성함에 대한 근대 이전의 신념을 대체했다. 외부의 자연과 내부의 마음을 연결하는 감각들 중에서도 특히 강조되었던 시각은 그 자체로 자율적이며 순수한 것으로 인식되었고,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생산이 육체적 노동에서 보는 작업으로 전환된 최근에는 신체에서 의 분리가 더욱 확고하게 된 것 같다.”

 


 

미술은 자연에서부터 온 것이 아니라 사회 문화적 과정의 산물이다. 100년 전의 미국인들은 여성들에게 투표권이 없어야 한다고 믿었듯이 100년 전 미술 개념과 지금 미술은 다르다. 과거의 문화와 문명이 남긴 것들인 고대 제례용품에서부터 절대권력을 상징화한 베르사유 궁전의 인테리어, 창작자 개인이 명명한 소변기(뒤샹 )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미술이라는 개념과 이데올로기를 계속 만들어왔다.

 

우리가 현재 이해하고 있는 예술ART'이라는 용어는 18세기부터천재적인 개인의 독창적 산물이라는 의미를 지니기 시작했다. 창작물은 아름다움을 지닌 물체였지, “정치 선전물도 아니며, 종교적이거나 신성한 대상도 아니며, 미술이나 공예도 아닌, 이렇게 예술이라 불린 것은 근대에 이르기 전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근대의 미술은 미술가의 절대적인 소유물이었지만, 현대의 미술은 전시되고 교환됨으로써 그 의미와 가치를 얻는다.”

미국을 주로 다루는 이 책에는 나와 있지 않는데 영국 출신의 미술가 겸 그래피티 아티스트(graffiti artist)이자 영화감독인 크시의 일화는 미술가에서 시장으로 넘어가는 미술의 소유화, 권력화를 잘 보여준다. 뱅크시가 거리에 그린 그래피티는 소유자 분쟁이 자주 일어나고 경매에 고가로 팔리는 씁쓸한 풍경으로 자주 회자되었다. 뱅크시여러 매체 인터뷰에서 남긴 말은 현대 미술의 위치를 잘 말해주고 있다.

 

앞으로 사치 갤러리에는 어떠한 작품도 내놓지 않겠다. 나의 책은 55천 권이나 팔렸고 다큐 영화도 흥행에 성공했다. 나는 찰스 사치에게 예술가로서 인정해달라고 구걸할 필요가 없다.”

나는 갤러리가 돌아가는 시스템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오늘날 예술작품의 가치는 백만장자가 그것을 좋아하느냐 마느냐에 달려 있다.”

 

(마틴 불 아트 테러리스트 뱅크시, 그래피티로 세상에 저항하다중에서 발췌)

 

 

뱅크시의 말은 에르 부르디외구별짓기: 취미의 판단에 대한 사회학적 비판(1979)에서 취미는 계층을 구분하고, 구분한 자를 구분시킨다라고 한 말과도 맥락이 닿는다. “부르디외는 미술과 문화의 소비가 사회적 차이를 정당화하는 양상을 관찰했고, ‘고상한 취미를 가지고 순수미술을 감상할 줄 아는 것은 자신을 부각시키는 수단이며, 감상자가 어떤 사회적 계급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 주는것이라고 주장했다.

 

미술은 계급적 특권일 뿐만 아니라 성적 특권이기도 했다. 이 책은 창작자에서도 수용자에서도 오랫동안 배제된 여성의 이야기도 담고 있다. 다른 여러 분야에서도 이런 이야기는 심심찮게 접하지만 19세기까지도 교육계에서는 여성 미술가들이 누드모델을 그리는 것을 금지했다. 나는 19세기 전까지는 남성 권력층이 아카데미 교육 환경을 만들어 엘리트주의를 만든 문제가 매우 크다고 본다. 알렉산드라 엑스터와 류포프 포포바, 바바라 스테파노바 같은 여성 미술가들의 업적은 당시의 카지미르 말레비치와 알렉산드로 로드첸코, 블라디미르 타틀린 같은 남성 작가들보다 평가 절하되었다. “최근에 와서야 프리다 칼로와 메레 오펜하임, 스테파노바, 루이즈 부르주아, 에바 헤세, 한네 다보벤 같은 여성 미술가들이 남성 작가들의 지위나 대우와 균형 잡힌 대접을 받기 시작했다.” 사진쪽에서는 바바라 크루거, 신디 셔먼 등이 여성 창작자의 주체의식을 보여주는데 두각을 나타냈다.

 

공간의 변화도 커졌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형태의 박물관의 기초는 18세기 말과 19세기 초에 확립되었다. “실용적인 연구나 상쾌한 기분전환을 하는 곳이 아니라 고급미술을 보존하기위한 박물관의 최초는 1822~30년에 지어진 베를린의 구박물관(알테스 박물관)이다. 1980년대 포스트모던 미술관의 시대에 들어서면서 미술작품을 보고 감상하는 방식에 변화가 일어났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같은 박물관들은 전시장의 중요성만큼이나 기념품 가게와 서점과 식당과 카페로 구성된 사교활동 장으로서도 중요해졌다.

 

 

미술관과 화랑, 미학, 예술이란 용어와 마찬가지로 미술사Art history 역시 근대 발명품이다.” 1764고대미술사를 쓴 요한 빙켈만은 미술을 처음으로 '양식style'으로 다루었다. “그리스와 로마의 미술을 태동, 발전, 쇠퇴, 즉 고대 그리스 양식과 초기 고전 양식, 후기 고전 양식, 로마의 모방과 쇠퇴라는 시기의 연속으로 연대기화해 분류했다.” 아직까지 이 양식으로 미술을 해석하는 관행은 여전하다. 우리는 믿기 때문에 보고 해석하니까양식에 포섭되지 않고 양식을 만들려고 가장 노력했으가장 많이 뒤흔든 작업은 아방가르드, 다다-초현실주의, 팝아트였다고 생각한다 미술이 늘 강조하는 독창성새로움이라는 기준으로 바라보게 했다. 세제 Brillo 상자를 잔뜩 세워두고 당신이 보는 게 뭔 거 같아라고 묻는 듯 시선을 관람객에게 돌려주는 앤디 워홀의 통쾌함.

 

개인으로 가장 다양한 양식 파괴를 실행한 미술가는 카소였을 것이다.

 

피카소는 남은 생애 동안 환상적이리만치 다양한 양식의 작업을 보여 주었다. 그는 한 시기에 서로 다른 양식의 작업을 하는 한편, 회귀해 이전에 창조했던 양식을 재평가하기도 했다. 어떤 의미에서 이 60년 동안의 작업은 하나의 거대한 프로젝트라고 볼 수 있다. 일생에 걸친 피카소의 양식에 대한 분석은 현대에 주체성에 대한 연구로도 이해할 수 있다. 그는 개인이 정체성과 창조성의 원천이며 본질적으로 비역사적인 특성을 가졌다고 믿는, ‘주체라고 하는 자유주의적 인간주의 개념을 시각적으로 훌륭히 비판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현대의 천재 미술가 중에 가장 유명한 사람이 평생에 걸쳐 거대한 작업을 통해 천재라는 신화를 해체하고 있음은 정말로 역설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정리해보자우리가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일들은 "특정한 역사와 문화에 의해 형성될 뿐만 아니라 재현하는 것과 소통하는 방식조차 특정한 목소리에 묶여있으며, 그 목소리는 성gender과 인종, 국적, 성 정체성, 매우 개인적인 기억, 집단적인 기억, 그리고 역사까지도 포함"하는 것이다. 당신은 여기서 자유로운가. 누구도 자유롭지 않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세계를 새롭게 보고 받아들이는 자세를 잃지 않기수많은 인류가 그래왔듯 창조하는 삶의 방식을 찾아 볼 것. 그것이 꼭 미술이 아니더라도.

 

 

김대중 전대통령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그림도 늘 함께 해왔다.

 

 BANKSY 作

 

  BANKSY 作 (팔레스타인 장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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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06-03 23: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개인과 사회가 맺는 관계에 따라, 개인도 사회도 영향을 미치면서 변화한 것 같습니다. 매 순간 어느 지향점을 가지고 있겠지만, 영향을 미치는 과정 속에서 그 변화되는 양상은 불규칙적으로 바뀌는 것 같네요... 그 변화가 자주 그리고 크게 발생하기에 ‘자기 부정‘이나 ‘자기 자신을 모르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미술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이러한 변화가 여러 면에서 단절을 불러오는 것 같구요.. AgalmA님 글 읽고 두서 없는 여러 생각이 들었네요.

AgalmA 2017-06-05 04:03   좋아요 1 | URL
동감입니다.
인간은 진화적인 특성상 쓸모와 경제성을 따지는 성향이 많죠. 그래서 더 멀리 더 넓게 내다보지 못하는 경향도 많아요. 한 번 옳다 싶으면 그 방향으로 가려고 하니 서로 충돌하는 일도 잦고요. 기술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준 만큼 혼란도 많이 줬죠. 월드와이드웹이 소통뿐만 아니라 단절, 소외, 도태도 동시에 주잖습니까. 자업자득이라고 해야 하나요^^;; 말로만 사람, 사람 하지 않고 내 주변 사람을 챙기는 것만 되어도 세상이 이렇게까지 비인간적으로 치닫진 않을 텐데 안타깝죠...

2017-06-04 08: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06-08 18:14   좋아요 0 | URL
부모 자식간은 전생에 원수라고 하듯이ㅎ; 세상사 다 그렇게 맞물려 아웅다웅할 수밖에 없는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