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피한 슬랩스틱 - 길에서, 집에서 있을 친구를 위한 BGM

 

 

책을 챙기다가 문득 작년 추석 때 서재에 '친구를 위한 BGM'을 틀어 놓고 간 생각이 났다. 지진에는 무감했지만 기억 앞에서 나는 참 부단히 흔들린다.

음악으로 태어났다면 나를 모르면서 당신은 나를 사랑했겠지. 사람이어도 마찬가지인가. 음악도 음악 나름인가.

음악이 음악을 미워하는 건 본 적 없어. 모든 음이 서로 공존할 뿐.

음악은 말하기 보다 듣기가 더 중요하다고 알려주는 최고의 선생님.

 

 

 

엣지 웹사이트에서 리 스몰린과 논쟁을 이어나갈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처음에는 그럴 생각이 없다고 했다. 일반 독자에게 설득력 있고 설명하기도 아주 쉬운 개념이라고 해서 그것이 항상 최고의 개념은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사람들은 깊이 생각하지 않고 이렇게 말한다. "아하, 이해되네. 이렇게 간단한 것을 다른 사람들은 왜 그렇게 복잡하게 만들어놓는 거야?" 이 질문에 답하자면, 이런 간단한 개념들을 들으며 다 이해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심각한 기술적 결함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올바른 개념은 설명하기가 무척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나 같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말이라곤 이것밖에 없다. "제 말을 믿으세요. 저는 제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 사람은 몰라요. 저 말고도 이러저러한 사람들이 저와 생각이 같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당연히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없고 승자가 없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ㅡ《주의 통찰》, 11장 인간 원리 논쟁, '레너드 서스킨드의 '마지막 편지'

 

휴가 때도 과학 책만 읽었는데, 추석 때도 과학 책을? 고민이다. 나 좀 그만 괴롭혀, 과학아ㅜㅜ,,,, 어디 과학뿐인가 만은.

이렇게 어리석은 나는 가을을 또 만났네.

 

 

 

 

 

 

 

Spain -  Nobody Has to Know

 

 

 

 

 

 

 

Stateless - Leave me now [Gilles Peterson GP04 Eclectic](2003)

 

 

 

 

 

Karl Olandersson - Moon River

 

 

 

 

 

FreeTEMPO - Sky High

 

 

 

 

 

Nicola Conte - Bossa Per Due (performed by Thievery Corporation)

 

 

 

 

 

Nitin Sawhney - Eastern Eyes

 

 

 

 

 

 

Nina Simone - Black is the color of my true love's hair

 

 

 

 

 

 

 

 

 

 

 

 

 

 

lauryn hill- Feeling good

 

 

 

 

 

 

Nick Cave & The Bad Seeds -  We Came Along This Road

 

 

 

 

 

 

 

 

Off Course - Uncertain Mee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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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불가피한 슬랩스틱 - 친구를 위한 BGM 3
    from 공음미문 2017-01-27 07:27 
    조르조 아감벤 《불과 글》리뷰를 정리해야지 맘이 편할 거 같아 어머니에게 혼나면서 귀성길을 미뤘다. 이렇게 하고 나니 속이 시원한가 하면 잘 모르겠다. 가지고 갈 책이 기대되면서도 한편 맘을 무겁게 하기 때문에. 아아, 책은 미니 감옥 같다. 미니라고 하기엔 무게가 나를 압도하기까지! 읽기 시작한 로저 에커치 《잃어버린 밤에 대하여》, 에드워드 S. 케이시 《장소의 운명》는 모두 놀라운 책이다. 두 사람 다 우리가 간과하고 있던 밤과 장소에 대해 독
 
 
2016-09-13 2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13 2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13 2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13 2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9-13 23: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사말 깜빡할 뻔했어요. 즐거운 추석 연휴 보내세요. ^^

AgalmA 2016-09-13 23:33   좋아요 1 | URL
cyrus님 바쁘신 거 아니까 그런 걸로 섭섭해하지 않습니다^^ cyrus님도 연휴 잘 보내세요/

양철나무꾼 2016-09-13 23: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agalma님, 추석때 어디가세요?
작년 5월인가 6월쯤 어머니가 수박까지 싸들고 오셨던거 기억나요.
그 어머니 뵈러 가시겠네요.
전 님의 글도 글이지만 음악들이 정말 넘나 좋아서 말예요. 시댁 갈때 전부 다 리필해서 들고가고 싶어요. 근데 스페인은 활성화가 안되는데 제것만 그런가요?
암튼 보사노바의 리듬에 한없이 빠져들며 몸을 맡기며...
님도 행복한 츄석 되셔야 해요, 그러셔야 해요~ㅅ!

AgalmA 2016-09-14 01:11   좋아요 1 | URL
제 컴으론 이상이 없었는데; Spain 다른 설정으로 다시 올렸어요/
수박 얘기ㅎㅎ 수박 싸들고 다닐 정도의 체력은 안 되셔서ㅎ 올라오셨을 때 제가 샀어요. 수박은 혼자서 사먹긴 참 부담스럽잖아요;;
양철나무꾼님과 며느리가 제겐 잘 매치가 안됨ㅋ;;
백 마디 말보다 음악 한 소절이 더 나을 때가 많은 거 같아요. ˝괜찮다, 괜찮다˝ 그런 울림...
추석 잘 쇠시고,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뵈어요^^/

아무 2016-09-13 23: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니나 시몬 말고는 처음 들어보네요^^;; 예전에 사놓은 박스셋을 뒤적거리면 음반이 나올 거 같긴 한데.. 들으시는 음악의 범위도 다양한 듯해서 감탄하곤 합니다. 내친 김에 bgm 첫번째도 다시 정주행을.. ㅎㅎ 생각해보니 제가 예전만큼 음악을 열심히 찾지 않는 것 같아요;; 이렇게 자기반성을 또 하고.. ㅎㅎ
어떤 분야에 꽂힐 때는 쭉 파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인 듯 싶어요. 과학책이 연휴 때 읽기 편한 책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서 전 읽던 책 중에 바우만 책은 안 가져갈 생각입니다^^;;
즐거운 추석 연휴 보내세요!!

AgalmA 2016-09-14 01:12   좋아요 1 | URL
니나 시몬을 아시다니 아무님도 상당히 음악 듣는 친구셨구만요^--^)
저도 음악을 예전만큼 밤새워 듣지는 못하는데, 요즘 팟캐스트 정주행하는 게 너무 많아 더 타격이 큼ㅎ;;
예, 작가 전작 탐독처럼 분야별 공부에 몰두하는 것도 도움이 되죠. 개념을 계속 복습하며 체계가 잡힌다고 할까.
바우만ㅎㅎ 네, 안 가지고 가시는 거 찬성합니다.
모처럼 여유롭게 책 읽는데 즐거운 책 읽고 싶습니다^^
아무님도 추석 연휴 잘 보내세요/

양철나무꾼 2016-09-13 23: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감개무량할 수가~^^
그런데 프리템포 간주 부분이요, 우리나라 어느 곡이랑 너무 닮았는데 기억이 안나네요. 죄다 좋아요~^^
이 밤 이런 곡 올려주신 님~, 사랑합니다.
백마디 말보다 음악 한소절이 나을때도 있지만. 이런 완전 감성맞춤하여 음악 올려주신 님께 애정표현은 사랑한단 말 한마디로 부족하죠, 헤에~^^

제가 매치 안되는 님께 더 충격적인 한마디 하자면 저 종가집 맏며느리 랍니다~, 불끈~!

생각났어요, 빅뱅 거짓말~^^

AgalmA 2016-09-14 02:06   좋아요 1 | URL
예, 빅뱅 그 곡이 FreeTEMPO - Sky High 표절했다는 논란이 있었죠. 시부야케 음악풍이란 게 비슷비슷해서....진실은 작곡자만 알겠죠ㅎ FreeTEMPO 국내 소개 됐을 때 서점에서 화제의 신간 입소문나듯 그랬죠ㅎ FreeTEMPO 리듬이 톡톡 튀어서 암암리에 국내 뮤지션들에게 영향을 많이 줬을 걸요. 작가들 글에서 우리가 문장 영향 받듯. 앨범 전체듣기 해보세요. 청량함 가득^^

종가집 맏며느리ㅋㅋㅋㅋ 그런 분께 애정표현은 처음 받아 봅니다. 감사요ㅋㅋ;;;;

2016-09-14 0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14 0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고기자리 2016-09-14 13: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박 이야기 저도 생각납니다!^^

달고 짠맛의 수박이었던 것 같은데,
제가 그때 A 님과는 초면이었던지라 댓글을 달까 말까 망설이다가 좋아요만 소심하게 눌렀던 기억이 나요 ㅎ

음악 잘 듣겠습니다!^^ 연휴 잘 보내세요~

AgalmA 2016-09-18 16:46   좋아요 1 | URL
^^
그 이후 물고기자리님과도 달고 짠맛의 대화 많이 나누게 되었죠.
추석은 역시 나눔의 날인가 봅니다. 이웃들과 이야기 송편 가득 :)

친구들을 위한 음악 상 차리길 잘했네요:)

[그장소] 2016-09-17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쁜 송편은 챙겨 먹었나요? 전 아무래도 수면부족이 심했는지 컨디션이 그닥 좋질 않아서 기운이가 없어요! ㅎㅎㅎ
힘이 나야 책도 들고 보는거구나 , 느낀다니까요! 좀 들고있다가 내려 덮고 또 좀 들고 있다가 덮고 그러고 있으니 ㅎㅎㅎ
힘 좀 나게 음악들 잘 들어야겠네요!^^

AgalmA 2016-09-18 16:46   좋아요 1 | URL
어머니가 개떡 주시던 걸요ㅎㅎ 쑥 캐서 넣은 개떡 식감 좋더라고요~ 전 추석 때도 불면이 심해 어머니 밤잠도 설치게 만드는 민폐만ㅎ;
네, 독서도 의욕과 체력 다 받쳐줘야^^...
한국땅 내에서 이동도 힘드네요. 이래서야 세계일주는 커녕;;;
음악은 입맛에 맞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그장소] 2016-09-19 00:43   좋아요 1 | URL
틈틈이 들으려고 유툽에 저장만 , 아직 해놓은 상태고요 . 드뷔시 달빛에 좀 지치면 바로 들어볼 참입니다!^^
늘 신선한 음악들로 충격을 주시니 이번에도 잔뜩 기대중예요 ..아껴먹는 거랄까요!^^
이번 엄마가 다녀가면서 모시떡을 잔뜩 싸다주셨는데 ...아직 맛도 안봤어요 ..냉동실 자릴 차지하고 있고요 ..전 쑥떡쑥떡 좋아해요! 맛이 그윽하니 ..쑥향이가 화악 퍼지는게 좋더라고요!^^ ㅎㅎㅎ 불면은 저도 같아서 울면 이라도 먹어야하나 했네요!^^ㅋ

[그장소] 2016-09-21 09: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pain - Nobody Has to Know 오전 취향 저격 이네요! 잔잔하니! ^^
아무도 알 필요없다는 듯
아무도 알 필요없다는 듯


AgalmA 2016-09-21 15:13   좋아요 1 | URL
☺️
내가 뭘 듣든 아무도 알 필요없지만, 누군가에게 권할 땐 조심스러워서....일단 성공적!

[그장소] 2016-09-21 18:33   좋아요 1 | URL
음, 오전에 눈 쉬면서 들었어요!^^
 

양아버지는 책이고, 양어머니는 음악이다.
무엇보다 다행인 건 이분들은 나보다 일찍 돌아가시지 않을 것이기에 마음껏 어리광을 부릴 수 있다. 나, 입양 잘 된 거 같아ㅜㅜ!

친아버지처럼 양아버지도 어려운 데가 있다a; 문제는 난데, 나는 일하기 바쁘고 집에 들어가면 지쳐 잠드니까 양아버지랑 얼굴 보기가 어렵다. 그러다 대화를 나눌 시간이 되면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한눈 팔면 담날 혼난다. 내가 널 그렇게 가르쳤냐! 호통에, 동네 망신을 당할 수도 있다. 맞춤법 검사도 정말 싫어! 우흑. 졸면 내 발등을 사정없이 강타! e-book 양아버지면 어떤 기분일까.

양아버지의 오늘의 한 말씀.
˝신을 만나려고 이 세상에 태어난 게 아니니까.˝
ㅡ앤서니 버지스 <시계태엽 오렌지> 중


아, 한없이 자애로운 내 양어머니. 아팠냐며 이 음악은 입맛에 맞냐며 음악반찬을 잔뜩 내 앞으로 끌어다 주신다. 아버지가 한참 훈계 중이실 때 뭘 그리 심각하게 하냐며 맛난 음악 만드는 소릴 들려주시지. 아, 가족이 모두 모인 순간의 따뜻함이란! 힛, 쪼금 부끄럽지만 내가 이 나이 되도록 샤워할 때 음률로 내 등도 밀어 주시고, 잠들기 전까지 자장가도 불러주시지. 마르셀, 나처럼 양어머니를 잘 만들었어야지. 마술환등기 속 브라방 부인도 고독하게 만드는 어머니였잖아. 자네 취향이 그런 걸 어쩌겠냐만.



난 오늘도 양어머니랑 연애~ 후후후
앗, 양아버지가 저기서 눈 부릅 뜨고 날 노려보고 계시네;;;


어머니를 닮았으면 나도 작곡도 하고 그랬을 텐데, 크흑. 왜 커갈수록 아버지를 닮아서는....


언어는 이성적인 길을 강요한다. 달콤한 승리감에 취해 더, 더를 외치지.
언어를 멜로디와 리듬으로 바꾼 음악은 피처럼 우리 몸을 휘돌아... 왜 음악은 다 한숨 같은지....


오늘의 양어머니는 The Weeknd 외 기타 등등. 인종과 성별과 장르를 따지긴 싫다~ 내 어머니인 게 중요함!



The Weeknd - Twenty Eight
https://youtu.be/1PqGrfdAw90

 

 

 

The Weeknd feat Pharrell - Wanderlust (Kiss Land)
https://youtu.be/odvyVC7LR5A

 

※ The Weeknd 에이블 테스페이 말야. 자비에 돌란 닮지 않았음? 요즘은 이런 섹시함이 어필되는 듯? 아냐, 원래 이 수요는 꾸준했어. 아, 내 양어머니 인기가 많은 건 괴롭지만 음악 어머니는 무한하니 모두 햄볶을 수 있다ㅜ.ㅜㅇ~ 난 이게 좋더랑. 우리 아버지가~ 우리 아버지가!.... 구구절절 아버지 가라사대 안 해도 되고.



●  Jassie Ware -  Running (Live at WFUV)
https://youtu.be/PwzY_49W1Zo



 

 

Juno(주노) - 마지막 거짓말
https://youtu.be/nwwWOUw5y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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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내 정신의 아버지인 책과 정신의 어머니인 음악에 경배를....
    from 흔적의 서재 2016-01-28 13:50 
    지금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아톰(atom)은 쪼갤 수 없다는 의미를 가진 소립자(素粒子)이다. atom이란 단어가 어떤 사물을 무한히 계속 자를 수 없다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이런 부정否定의 사례들은 다음의 단어들을 통해 더 접할 수 있다. atypical 비정형적인, anorexia 식욕부진, asymmetry 비대칭, anaerobic 혐기성의, 산소 결핍의, achromatic 무색의, 전(全)색맹의, apathy 무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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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9 2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29 2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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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의 생애 에버그린북스 10
로맹 롤랑 지음, 이휘영 옮김 / 문예출판사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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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어떤 시작
어느 해 1월 1일, 나는 첫 책으로 토마스 베른하르트가 글렌 굴드를 소재로 쓴 《몰락하는 자》를 읽으며 시작했다. 책을 통해서 들을 수 없는 글렌 굴드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공기 중에 풀어 놓고, 읽고 자고 걸었다. 풋~하며 웃을 수도, 너무 진부하다고 놀릴 수도 있지만 당시 나는 꽤 비장했다. 《호밀밭의 파수꾼》에서 홀든 콜필드가 애지중지 레코드 판을 들고 한겨울을 통과해 가듯 더 이상 어리지도 않았지만 그랬다.
Memento Mori, 내겐 그런 의미에 시작이었고, 독서였다.

내가 로맹 롤랑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슈테판 츠바이크 《어제의 세계》를 읽으면서 부터다.(http://blog.aladin.co.kr/durepos/7574755).
이 책에서 슈테판 츠바이크가 로맹 롤랑의 인품과 사회 참여에 내내 경의를 표했던 게 인상 깊었다. 로맹 롤랑 《베토벤의 생애》를 읽으며, 두 사람 다 글쓰기와 기록에 대해 동일한 이상(理想)과 가치관을 공유했다는 걸 알게 됐다. 인류애. 아래 머리말을 보며 슈테판 츠바이크가 쓴 글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지금 살아 있는 사람들은 어제 살아있던 저 사람들로부터 멀어져 있다(그러나 어제의 저 사람들은 내일을 살아 갈 사람들에게 오히려 한층 더 가까운 것이 아닐까).
-로맹 롤랑 《베토벤의 생애》 1927년 3월 머리말 중, p 7~8


최근 읽게 된 《체르노빌의 목소리》에서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도 같은 취지에 말을 했었다. 훌륭한 작가들은 다 이런 소양을 보여 준다.
슈테판 츠바이크처럼 역사적 인물 기록에 열정을 쏟은 로맹 롤랑은 특히 ˝영웅˝에 대한 관심이 컸는데, 베토벤, 미켈란젤로, 톨스토이의 전기로 유명하다. 그러한 열정으로 쓴 《장 크리스토프》>(1904~1912)는 프랑스 `로망 플뢰브(roman fleuve:대하소설)`의 시초가 되었다. 재밌는 것은 베토벤과 미켈란젤로도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을 열렬히 사랑했다는 점이다.

1903년 무명의 출판사에서 나온 《베토벤의 생애》 인기에 로맹 롤랑도 놀라워했는데, 책을 읽으면 대중의 반응에 수긍이 간다. 베토벤의 강렬한 작법 만큼 로맹 롤랑의 문체도 그렇다.

 

나는 사상이나 힘으로 승리한 사람을 영웅이라 부르지 않는다. 내가 영웅이라고 부르는 것은 오직 마음으로써 위대하였던 사람들뿐이다. 그들 가운데서도 가장 위대한 사람의 하나, 바로 우리가 여기에 생애를 이야기하려는 그 사람(베토벤)이 말한 것처럼. ˝나는 선 이외에는 아무것도 탁월의 표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1812년 7월 17일)˝ 인격이 위대하지 못한 곳에 위대한 사람은 없다. 위대한 예술가도 위대한 행동가도 없다. 다만 비루한 대중이 받드는 공허한 우상이 있을 따름이다. 시간이 그들을 모조리 없애 버린다. 성공은 우리들에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참으로 위대함이 중요한 것이요, 위대하게 보인다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로맹 롤랑 《베토벤의 생애》 1903년 1월 머리말 중, p 12~13



1913년 아카데미 문학대상을 받은 《베토벤의 생애》는 그간 내가 읽었던 음악가들에 대한 기록만큼 인상깊었다. 토마스 베른하르트 《몰락하는 자》(소설, 1983년 프레미오 몬델로 상), 미셸 슈나이더 《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에세이, 1989년 페미나 바카레스코 상)도 그랬고, 미셸 슈나이더 《슈만, 내면의 풍경》도 작년 1월에 두근거리며 봤다.
최근 국내 소개된 앙드레 지드가 쓴 《쇼팽 노트》도 무척 읽고 싶다!

"책들은 책들 자체의 운명을 가진다˝ - 시인이며 문법학자인 테렌티아누스 마루스의 격언
-로맹 롤랑 《베토벤의 생애》 1927년 머리말 중, p 6



책들은 책들 자체의 운명을 지닌다... 슈테판 츠바이크 《어제의 세계》 서문에서도 나왔던 말인데, 기원이 누구고 얼마나 오래 되었는가 하는 점은 중요하지 않은 거 같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느끼고 있다는 것을 더 중요하게 봐야 한다. 그런 점에서, `작품은 없고 텍스트가 있다`는 데리다의 `상호텍스트성`(독자와 텍스트 간의 끝없는 교류)은 부정적인 뜻만 있다고 보지 않는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보면 `집단지성`이라고 봐야 할까.
음표 같은 느낌들을 따라 나는 책으로 들어 갔다.



1. 베토벤이 영웅이 되기 까지
• 음악의 힘을 자기 힘으로
아버지가 가혹하게 베토벤을 클라브 생(피아노의 전신) 앞을 떠나지 못하게 한다거나 바이올린과 함께 방안에 가두기도 했지만, 그는 음악을 싫어하지 않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모차르트 아버지와 비교해보면 학대에 가까운 환경이었는데....

• 구두쇠이자 거드름쟁이라는 오해
베토벤을 돈벌이로 이용하려는 아버지와 생활고 때문에, 그는 열한 살에 극장 오케스트라 일원이, 열세 살에 오르가니스트가 되었다. 술주정뱅이 아버지로 인해 베토벤은 열일곱 살 때 두 어린 동생의 교육까지 맡으며 가장이 되었다.
베토벤 말년엔 로시니와 이탈리아 가극이 선호되어 음악계에서 밀려났고, 연주를 할 수 없을 정도로 귓병은 악화되었으며, 작품 주문은 형편없었다. 폐병으로 죽은 동생의 아들 카를 양육권 소송과 연금 소송에도 시달렸으나 돌아온 건 조카 카를의 반항과 상심 그리고 병세뿐이었다.

• 신체 악조건에도 오로지 음악
베토벤은 천연두로 근시가 되었다. 그래서 아주 어렸을 적부터 안경을 써야 했고 그의 매서운 눈매는 신체 영향도 고려되어야 한다.(p46 각주 참조)
그의 귓병도 많이 회자되는데, 1796년부터 시작되었다. 1796년 이전의 것은 작품 1번 삼중주곡 셋밖에 없다. 즉 베토벤의 전 작품은 거의 귀가 어두워지고 난 뒤에 쓴 것이다.(p30 각주 참조)
음악가라는 자신의 직업과 적대자들을 생각해 자신이 귀머거리인 걸 숨길 수밖에 없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괴팍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가 남긴 여러 편지들에서 그 고통을 알 수 있다.
귀가 더욱 어두워진 만년에 그가 소리를 듣기 위해 애쓴 방법은 눈물겹다. 높은 소리를 듣지 못해 나무토막 한끝은 피아노 속에 넣고 또 한끝은 이빨로 물며 작곡을 했다.(p31 각주 참조)

• 과연 나폴레옹과 베토벤은 비슷한가
베토벤의 생김과 호방함을 나폴레옹과 자주 비교하는데, 실제 그는 나폴레옹 재위에 분노했고 이렇게 말할 정도였다.
˝내가 음악을 할 줄 아는 만큼 전쟁을 할 줄 모르는 것이 매우 유감이다. 나폴레옹을 무찌를 수가 있을 터인데˝(p58)
그가 삶에서 가장 중요시 한 것은 ˝도덕˝이었다. 도덕심이 어찌나 강했던지 괴테에게까지 훈계를 해서 괴테가 베토벤을 꺼려 두 사람의 우정은 이뤄지지 못 했다ㅎ;; 괴테는 베토벤의 음악을 홀로 탄복하며 감상했고, 베토벤은 《파우스트》로 제10교향곡을 쓰려고 했다. 알다시피 제10교향곡은 베토벤 사망으로 미완성 스케치로 남았다.



2. 그리고
연말연시 베토벤 9번 교향곡 ˝환희의 송가˝ 합창이 울려 퍼지곤 한다. 베토벤이 전 생애에 걸쳐 고민한 흔적이 이 곡에 어떻게 담겨 있는지, 왜 그 곡이 합창의 형태였는지 이 책을 통해 당신은 알 수 있을 것이다.

번역이 예스럽고 청소년 문고로 분류되어 홀대받는 것 같은데, 로맹 롤랑이 열정으로 쓴 이 책은 베토벤을 잘 전달해 주었다. 얇기 때문에 도서관에서 가볍게 빌려 읽어 볼 만하다.

베토벤 말년에 조력자였던 안톤 쉰들러가 ˝베토벤의 마음을 잡아끌었던 것은 자연의 법칙들이 아니고 자연의 그 기본적인 힘이었다˝고 하듯, 우리도 삶의 패턴 속에 굴복할 것이 아니라 부단히 삶에 의지를 세워야 하리라. 베토벤처럼.



˝나의 나라는 공중에 있다(Mein Reich ist der Luft)˝
_ 베토벤이 프란츠 폰 브룬스비크에게 쓴 편지 중에서

http://youtu.be/zucBfXpCA6s



*
그림 자료 1)
요셉 단하우저(Josef Danhauser, 1805-1845)가 그린 베토벤의 임종(1827년 3월 26일) 스케치와 손(십자가를 들고 있다)

 

 

 


책 자료 2)
베토벤의 악보

 

 

음반 자료 3)
Jeremy Siepmann [Life & Works of Beethoven] 2CD가 있는데, 그의 생애와 함께 음악 작업을 주욱 훑어볼 수 있다. 음원사이트에 있으니 해설을 영어 듣기 공부 삼아 음악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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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1-01 07: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연말에 하도 일때문에 시달려서 완전 방전상태인데,
시작을 책으로 들었다니..ㅎㅎㅎ역시.....^^..

하여간 알라디너 분들은의 책사랑이 과연 그 자체도 운명같아요 ~~~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 한곡 들어야 겠습니다..따 따 따 딴~~~~~

AgalmA 2016-01-01 07:49   좋아요 2 | URL
^^ yureka01님은 새해 첫 사진 찍으러 다니시기도 했을 거 같은데 말입니다ㅎ;
사진 찍는 분들은 새벽빛을 특히 아끼잖습니까. 새해 빛은 더욱 그렇겠죠...밤새 베토벤 들었는데, 마음 다잡아라~~~하네요^^;;;

해피북 2016-01-01 08: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그러고보니 agalma님은 그림뿐 아니라 클래식 쪽으로다 지식이 많으신거 같아요. 제게 부족한 부분을 모두 가지고 계신거 같아 부러운 아침 입니닷 ㅎ

AgalmA 2016-01-01 08:07   좋아요 2 | URL
관심을 가지면 계속 듣고 보게 되고 그만큼 쌓이고 그런 거 같아요. 제가 지식이 많다는 건 절대! 아닙니다. 예술 전반을 정말 사랑하긴 합니다! 공연 좇아다니고 음악 찾아 밤새우고...그 만큼 책을 덜 본 게 좀 아쉽기도 하고 그래요^^; 알라딘 서재를 일찍 알았으면 지금보다 똘똘해졌을 텐데 말입니다ㅎㅎ;;

비로그인 2016-01-01 12: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베토벤의 음악에서 사랑이 느껴진다고도 하고 삶의 역경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보인다고도 하지요. 그런데 이상하게 브람스와 비교를 하게 됩니다.
드라마틱한 인물, 200년도 더 넘는 세월 전의 외국인이 우리에게 음악을 통해 감동을 주
는 것이 기이하게 여겨집니다. 사랑과 역경 극복의 의지 둘 다라고 해야겠지요?

AgalmA 2016-01-01 19:02   좋아요 2 | URL
비평에서 흔히 에로스와 타나토스를 엮어서 말하죠. 예술과 문학에서 훌륭한 작품들은 늘 그것들이 엎치락뒤치락하며 씨름하는 형세이더라는...작가 성향에 따라 에로스, 타나토스 비중이 더 커지는 것도 같고요.
최근에 브람스와 브루크너에 좀 관심을 가져봐야겠다 했습니다. 말씀 참고할께요/

비로그인 2016-01-01 21: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말러와 브루크너를 멀리하다가 브루크너를 좋아한 시기를 지나 이제는 말러가
더 가깝게 느껴지는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말러의 소심(?), 불안 등등에서 제 모습을 보기 때문입니다..

AgalmA 2016-01-01 21:55   좋아요 2 | URL
흔적님은 자기 분석, 치유에 정말 예민하고 치열하시다니까요. 사실 부서지고 모으고 하는 과정이 삶이겠지요~_~다 모르면 모른 채로 또...

에이바 2016-01-02 15: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로맹 롤랑 이름이 익숙해서 찾아보니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였군요. 아직 그의 저작을 읽어본 적이 없지만... 몰락하는 자는 관심을 가지고 있던 차에 기네스님이랑 아갈마님 글을 읽고 더 읽고 팠는데 크게 연이 닿지 않네요. 올해에는 읽어야겠어요. 요즘 독서 계획을 좀 널널하게 세우고 있는데 또 빡세져서 지키기 힘들 것 같아여... 왜 도전의식이 이리 높아지는건지... 클래식 공부중이지만 요즘은 쇼팽에만 집중하고 있어요. 모차르트랑 라벨, 차이콥스키도 조금 듣긴 하는데 베토벤은 아직 안 듣고 있습니다... 아 그리고 쇼팽 노트 정말 좋아요. 저는 일독에서 좌절했지만 아갈마님은 괜찮으실 거예요. ㅎㅎ

AgalmA 2016-01-02 16:44   좋아요 1 | URL
로맹 롤랑 다른 책은 어떤 지 모르겠는데, 번역이 옛스러우면 너무 고어체 같아져서 부담스러운 느낌이 있어요. 선지자 말투 같기도 해서;;
토마스 베른하르트 문체도 상당히 의식의 흐름기법이라 까다롭죠. 그나마 <몰락하는 자>가 내러티브가 좀 확연해서 토마스 베른하르트 접근으론 좋은 책이죠. 단편집이 가장 좋고^^
에이바님 책 목록보니 ㅎㄷㄷ 하던데요;;; 신간추천단이시면서 도전 따로 하시니 대단!!
저도 작년에 서재 시작하며 엄청 욕심냈는데, 점점 기력이 소진;; 에이바님 근력에 탄복합니다/

2016-01-28 2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28 2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28 2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무래도 좋을 그림》 에서 정은우 작가가 독일 펠리칸 4001 블루블랙 잉크를 소개하는 사진 속에 내가 인도 갔을 때 썼던 수첩이 보여서 반가웠다.
수첩엔 내가 여행 전 빽빽이 메모했던 그 나라 언어가 남아 있었다.

해(年)는 वर्ष [살]이라고 발음했다.
시간(時間)은 समय; [간타]라고 발음했다.
빨리빨리 जल्दीजल्दी [잘디잘디]는 시장이나 기차역에서 흔히 들을 수 있었다.

낯선 언어가 이해되는 걸 신기해 했을 뿐 현지에서 이 단어들을 실제 써 보진 못하고 돌아왔다. 내 것이 되지 않은 것들은 그렇게 쓰기가 어렵다. 그런데 타인을 어찌 다 이해할까.
가끔 그곳 꿈을 꿨다. 현실의 나는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들이 꿈속에서 음악처럼 울렸다. 꿈속의 나는 그곳에서 태어난 아이처럼 자연스럽게 말하며 뛰어가고 있었다.

만년필로 글을 쓰는 데는 큰 관심이 없었는데, 정은우 작가 그림의`블루 블랙` 색감은 만년필로 그려 보고 싶게 한다. 《문구의 모험》 표지도 블루 블랙 잉크 색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좋을 그림》이 보는 문구 이야기라면, 《문구의 모험》은 듣는 문구 이야기다. 정은우 작가의 만년필은 일상과 먼 나라 풍경을 그리고 있었다. 《문구의 모험》에서 어떤 만년필은ㅡ흑심이 부러지면 사고 위험이 있는 연필 대신ㅡ우주로 날아갔다.
우주 만년필은 지구 만년필과는 퍽 다른 이야기를 썼을 것이다. 모두가 다른 필체를 가지고 있듯이.

쓰지 않은 글, 태어나지 않은 이미지를 상상한다.
그리고 사라진, 사라질 것들을 떠올리기도 하며
오래된 동전을 꺼내 이리저리 살펴보면서,
2015년을 이렇게 끝내도 좋겠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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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5-12-31 08: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해도 ..책으로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내년에도 책 소개 잘 부탁드립니다. ^^..

AgalmA 2015-12-31 19:26   좋아요 1 | URL
처음엔 제가 읽은 책에 대한 간단한 소감이라도 남기고 지나가자 싶었는데, 개인적 독서일기와 여기 리뷰를 동시에 쓰다보니 일이 점점 커져서 버겁고 부담스럽긴 합니다.
헌데 정말 좋은 책이다 싶으면 또 발동이 걸리고ㅎㅎ; 별점도 책 고를 사람 생각하다보니 제 취향으로만 별점을 주지 않게 되고 여러 모로 까다로운 일입니다. 여하간 좋은 책을 보는 것이 제일 중요하겠죠^^
내년 yureka01님 책 소개도 기대합니다/

초딩 2015-12-31 08: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인도 ~ 저도 예전에 출장으로 북쪽이랑 남쪽에 꽤 오랫동안 있었어요 ㅎㅎㅎ
노이다 갔을 때 힌두어 단어 재미삼아 배운 것도 기억나네요 ㅎㅎㅎㅎ

AgalmA 2015-12-31 19:22   좋아요 2 | URL
전 북쪽만 주로 가서 남쪽 고야 이런 델 못 가서 아쉬웠어요. 가서 실랑이를 하며 여행했던 게 너무 피곤했는데, 다시 가고 싶긴 해요ㅎㅎ

초딩 2015-12-31 08: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그리고 블루 완전 매력적이에요 !!!

AgalmA 2015-12-31 19:23   좋아요 2 | URL
초딩님도 블루 블랙 잉크와 만년필을 구매하셔야 겠습니다ㅎ

북다이제스터 2015-12-31 19: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올 한 해 감사합니다.
새해 더욱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

2015-12-31 19: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31 2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31 2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에이바 2016-01-01 00: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블루블랙 오랜만이에요. 많은 생각이 떠오르네요. 아갈마님의 인도 덕에 알라딘에 자리잡을 수 있었어요 ㅎㅎ 고맙습니다.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잘 부탁드려요. 복 많이 받으세요 ^^

AgalmA 2016-01-01 01:04   좋아요 1 | URL
에이~ 제가 뭐 한 게 있나요^^ 에이바님의 멋진 글과 열정 만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2016년 에이바님 글을 흥미롭게 볼 수 있어 복 받은ㅎㅎ
작년 한 해 감사했어요!

2016-01-01 0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1 0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6-01-21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문구의 모험이 길을 떠났다고 한다 ㅡ

AgalmA 2016-01-22 16:57   좋아요 0 | URL
부러웡~ 부러웡~
전 지금 세계사 공부 중ㅜㅜ...맨날 하고 나서 이 힘든 걸 왜 하나 나를 원망ㅜㅜ
 
소리 없는 빛의 노래
유병찬 지음 / 만인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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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목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
산에서 만난 점 하나 받잡고 사람이 점이 되니 비로소 산에는 사람도 하나의 점이라면 족한 줄 알겠더라.
(중략)
누군가 ˝사진은 찍는 것인가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감히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습니다.
대신, 가슴에 점 하나 찍기입니다.
점 점 점!
사진이 내 삶의 점 찍기 하나라면, 그리고 만족이라면 행복입니다.

ㅡ유병찬 <점 찍기>

현대미술에서 ˝하이퍼 리얼리즘(극사실주의)˝이 있지요. 사진인지 그림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극도로 사실에 가깝게 묘사하는 기법. 회화 경우 아주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수많은 점들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마치 어떤 폭발 현장에 와 있거나 까마득한 우주에 떨어진 듯 아찔한 현기증을 느끼게 됩니다.

이건 또 어떨까요. 정보의 바다라 불리는 컴퓨터는 1과 0이라는 이진수의 세계입니다. 흐르고(1) 흐르지 않는(0) 전기적 연결들. 지금 우리의 대화도 그 속에 오가고 있습니다.

이 세계가 그런 점들이 모여 운행된다는 걸 깨달을 때마다 아득해지며 겸허해집니다.

제가 <실크로드>란 다큐멘터리에서 첫번째로 떠올리는 건 보이지 않는 점, 音입니다. Kitaro의 구슬픈 테마곡(http://youtu.be/on4OQCTO-n8)이요. 두번째로 강렬히 남아 있는 건 깊고 광활한 사막 속에 점.점.이. 나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사람은 왜 그토록 고된 길을 걸어가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 하며 속절없이 그들을 바라 보았지요. 긴 시간 뒤 사람은 사람에게 갔고, 흙먼지와 주름 가득한 얼굴로 그들은 웃었습니다.

바둑은 또 어떤가요. 흰 돌, 검은 돌로 쌓고 무너지는 세계. 그것은 <미생>이란 작품의 훌륭한 토대였습니다.

마릴린 먼로의 애교점 생각도 해봅니다. 진짜다 가짜다 우스개소리도 하지만, 그 점은 그녀의 아름다운 상징이 되었죠. 금발 머리에 그 점만 찍으면 누구나 마릴린 먼로를 연상하게 됩니다.

˝점˝이란 화두에 세상의 많은 점들을 생각해봤고, 유병찬 작가의 ˝점˝은 `사진`이란 걸 공감했습니다. 허구의 점들로 더 강렬한 사실을 보여주는 하이퍼 리얼리즘 작품들처럼 유병찬 작가가 점 찍어 왔고 앞으로 찍어 갈 세계도 찬사와 지지가 계속 함께 하리라 생각합니다.

˝점 찍기˝ 외에도 ˝나무가 지닌 빛의 심장˝(p70~71), ˝소리 없는 빛의 노래˝(p90~91), ˝내가 부르는 사진의 노래˝(p98), ˝비가 내려 빗물이고, 눈이 녹아 눈물이라˝(p102~103) 등등 긴 노력과 눈물 속에 얻었을 이미지와 언어 해학에 많이 공감 했습니다. 어렵게 다가오는 제목은 이미지와 글을 보면 단번에 이해됩니다. 직접 보셔야 실감하실 겁니다^^
카메라를 현(絃) 삼아 울림을 전달하는 점 찍기의 달인! 유병찬 작가의 다음 책도 기대합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독자의 글들이 작은 위안이 되었으면 합니다.


ㅡAgalma

* 감사
감사하게도 보내주신 책으로 이 리뷰를 썼습니다만, 전 아부는 장난할 때만 씁니다. 정색-_-)!

** 아쉬움
사진 이미지가 다음 책에선 좀 더 크면 좋겠습니다. 좋은 사진인데 편집에서 참 아쉬웠습니다. 단가 생각하면 흠...이해해야 할 부분.
제가 맞춤법 논할 주제가 안되는 걸 매우! 잘! 압니다만;;;; 짧은 글이라 비문이 좀 튀어 보입니다. 다음 책에선 더 신경 쓰실 거라 생각합니다/

*** ˝새˝ 기대
표지에서 알 수 있듯 ˝점(이면서 빛)˝ 못지 않게 ˝새˝도 유병찬 작가 세계의 주요 모티프더군요. 점처럼 홀로 있으나 비상을 품고 있는 존재. 그 주제도 계속 이어서 보여주시면 좋겠습니다.

**** 궁금
이 책의 내용의 전부나 일부를 사용하려면 반드시 저작권자나 만인사 양측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책에 써 있길래 겁먹고ㅎ;; 이미지는 생략했습니다. 궁금하면 보시오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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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7 08: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17 15: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17 21: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18 07: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yureka01 2015-12-18 0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그럼요.아주 아주 감사합니다.흐

2015-12-18 17:56   URL
비밀 댓글입니다.